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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찻길 옆 오막살이

2013.12.31 23:0012.31

기찻길 옆 오막살이


 

* 본 기사는 정도경이 혼자 열받아서 개인적으로 쓴 것입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기획하거나 청탁한 기사가 아니며 그러므로 거울 전체의 의견이나 성향과 아무 상관이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1. 나진-하산 프로젝트

 

2000년에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된 뒤에 2001년 북한과 러시아의 철도현대화 사업지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어서 2002년에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2003년에는 남한, 북한, 러시아 간에 철도기관간 공동연구 합의가 이루어졌다. 여기서 “철도 사업”을 공동으로 하자고 합의한 게 아니라 공동으로 “연구”하자고 합의했다는 깨알 같은 사실을 좀 짚고 넘어가야겠다. 공동으로 연구만 들입다 하는 동안에는 철도 관련하여 별다른 국제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별다른 사건이 일어난 것은 4년이 지난 2007년의 일이다. 경의선 철도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진출하였다. 같은 해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러시아 국영철도(РЖД, 영어로는 Russian Railways)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08년에는 러시아 국영철도와 북한철도부가 협약을 체결했다. 남한측 실무협약 주체로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 로지스(Korail Logis)와 러시아가 합작으로 차린 주식회사 루코 로지스틱스가 설립되었고, 북한측에서는 러시아와 합작하여 나선 콘트란스(Rason KonTrans)를 설립했다.

그리하여 일명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함경북도 꼭대기에 있는 도시 나진과, 여기에 인접한 러시아 국경 도시 하산의 철로를 연결하자는 기획이다. 이 철로가 이어지면 부산에서 "한반도 종단열차"를 타고 서울과 신의주를 거쳐 나진까지 올라가서 여기서 하산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갈아타고 러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유럽까지 기차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소요 시간은 최대 20일 정도로 추정된다. 일명 "부산에서 베를린까지"다.


Picture1.png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고 남북이 분단되기 전, 20세기 초에 이미 실현되었던 일이다. 1920-40년대 최서해나 주요섭 같은 작가들의 소설에서 간도나 만주로 독립운동 하러 가는 주인공들이 기차 타고 떠났다가 기차 타고 돌아온다. 간도와 만주가 위에 말한 나진 지역 바로 위에 있기 때문이다. 옛날 한국 소설이 낯설다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송강호하고 정우성이 타고 다니는 만주벌판의 증기기관차를 생각하면 된다. 그게 부산부터 저어기 위쪽 동네까지 전부 철도로 이어지는 거다.


 간도.jpg 


이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면 철도 물동량은 약 20% 포인트 증가하고 운임은 절반으로 인하되며 그 운임 소득은 연간 150억! 달러 정도일 것이라 예상되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동남아와 동북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지구의 동쪽 물동량이 몽땅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어,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바야흐로 진행될 "철의 실크로드"라는 야심 찬 계획의 첫발이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동남아와 동북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물동량이 러시아로 가기 위해서 먼저 어디를 통과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면 부산은 지구의 동쪽을 여는 물류와 교통의 관문이 된다.

 


2. 경과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러하듯이 뚜껑을 열어보니 이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일단 나진-하산 구간 공사에 생각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었다. 간단히 말해 북한은 돈이 없기 때문에 대략 한국전쟁 이후로 철로와 철도시설을 제대로 유지하지도 보수하지도 못한 것이다. 차라리 아무 것도 없는 땅이면 새로 철도를 깔면 되는데, 헐어빠진 철로와 시설을 뜯어고치려고 보니까 돈과 시간과 노력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가더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 돈과 시간과 노력은 대체 누가 대느냐. 이것이 두 번째 문제였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남한, 북한, 러시아가 참여했을 때는 러시아가 발주하고 남한이 수주하고 북한은 토지와 기존 시설을 제공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돈은 발주자인 러시아가 대야 한다. 이것이 남한의 입장이었다. 그리고 남한에서 꼭 투자를 해야 한다면 그 전에 북한에서 핵 문제를 먼저 해결해줘야 한다는, 상당히 합리적인 조건도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뚜껑 열고 보니 밑 빠진 독에 돈을 몇 배로 쏟아 부어야 할 것 같은데 그 밑 빠진 독이 북한이다 보니 도저히 믿고 맡길 수가 없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사실 러시아도 그런 돈이 없었다. 그래서 러시아 쪽에서는 계약금의 10분의 1만 주고는 같은 한국이니 남한에서 처리하라고 슬슬 미뤘다.

북한은 물론 언제나 만성적으로 돈이 없고 근본이 깡패들이라 핵 문제 같은 거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향도 없었기 때문에 러시아랑 남한이랑 니들 둘이 알아서 하라고 배쨌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북한은 러시아와 남한이 서로 의견이 안 맞는 틈을 이용하여 중국을 끌어들여서 경쟁구도를 부추기려고 했다. 땅과 시설은 북한 것이니 북한에 유리하게 받들어주는 쪽에 이권을 주겠다 뭐 이런 식이었다. 돈도 없고 시설도 다 낡아빠졌고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주제에 이 괴뢰집단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그리하여 돈과 자원과 인력 문제와 노선 문제와... 기타 등등 모든 문제들을 놓고 러시아 남한 북한은 계속 싸웠다. 3자가 합의한 부분은 "철로의 규격은 국제규격으로 한다" 이 한 가지뿐이었다. (북한은 국가가 아니고 테러집단이므로 "3국"이 아니다. 국가 취급해주면 안 된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 싸우면서 지지부진하다가 나진-핫산 프로젝트는 2009년도를 기점으로 개점 휴업 상태가 되어버렸다. 한-러 합작회사인 (주) 루코 로지스틱스는 진짜로 2009년에 휴업을 해 버렸고, 러시아와 북한에서 주도하는 나진-하산 구간은 공사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찔끔찔끔 진행했다. 러시아쪽 예측으로는 처음 공사 시작할 때 예정보다 훨씬 길게 한 3-4년 지나서, 그러니까 2013년쯤이나 돼야 완공이 될까 말까, 뭐 이런 상태였다. 

 


3. 완공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소리 소문 없이 완공되어, 복구 공사를 거쳐 2013년 9월 22일 북한-러시아를 잇는 구간이 재개통 되었다.

 


4. 선언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2013년 11월 2일부터 9일까지 유럽 순방을 나가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부분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로 대한민국의 공공부문을 해외에 개방하겠다고 선언하여 자본주의의 앞잡이 서구 반동분자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5. 파업

 

코레일, 즉 한국철도공사에서 수서발 KTX 운영법인 설립을 결의하였다. 철도노조에서는 이에 반대하여 2013년 11월 22일 조합원 총회에서 쟁의행위를 결의하고 12월 9일 오전 9시를 기하여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이후 철도노조가 연일 기록을 갱신하며 사상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와 코레일 측에서는 강경대응으로 일관하여 노조원 7800여명이 전격 직위해제되었다. 또한 2013년 12월 22일 경찰에서는 쟁의를 주도하는 철도노조 간부들을 체포한다는 명분으로 6개 중대 5500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수색영장 없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 건물을 침탈하고 12시간 동안 점거한 끝에 철도노조 간부는 한 분도 검거하지 못하고 대신 맥심 커피믹스 두 봉다리만 훔쳐 달아나려다 일반 시민한테 적발되는 바람에 맥심 커피믹스는 난데없이 유명세를 탔으며 맥심을 생산하는 동서식품 노조인 전국 화학섬유산업 노동조합 동서식품 지회에서는 정부주도의 끝내주는 제품홍보에 몹시 기뻐하며 민주노총에 맥심 커피믹스를 차떼기로 실어다 제공하고 경찰에서 다시 침탈하면 커피믹스를 쥐어주고 조용히 돌려보낼 것을 독려하였다고 신문사 건물을 침탈당했던 경향신문에서 12월 27일 보도하였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2271657001


그리고 2013년 12월 27일을 기하여 정부에서 수서발 KTX 사업면허를 발급하여 "수서고속철도 주식회사" 설립은 기정사실화 되었다.

코레일을 받쳐주는 대표적인 흑자구간 KTX를 반으로 쪼개어 서울역이 아닌 수서에서 출발하는 KTX 노선을 별개로 운영하면 이제까지 하나의 구간을 이용하던 승객들이 두 개 구간으로 분산될 것이다. 승객이 분산되면 수익도 분산된다. 수익이 분산되어 서울역에서 출발하던 기존의 KTX 구간이 적자로 돌아서면 정부에서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기업부실”을 이유로 민간에 매각할 것이다 – 라는 것이 현재의 예측이다. 이것이 "수서고속철도 주식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의 첫 단계로 여겨지는 이유이다. 그리고 철도노조가 근 8000명 가까이 되는 노조원의 직위해제 및 정부와 코레일 측의 말도 안 되는 77억짜리 손배소송에도 불구하고 장기 파업을 이어갔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철도가 공공 사업이 아니게 되고 민간 자본이 철도를 소유할 수 있게 되면 서울-부산 기차표 가격이 현재 5만 7천원에서 민영화 이후 영국 철도의 거리 대비 요금인 28만원 수준으로 오를 것이며 서민은 돈이 없어서 기차도 못 타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민간 기업은 이윤 추구가 최우선이니까 시설보수 및 투자에 들어갈 돈이 모두 사업주의 이익 보전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는 다 일리 있는 예측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기차표 가격이 그렇게 오르더라도 한국 내의 누군가가 그 돈을 먹는다면, 바꿔 말해 그 돈이 한국 안에서, 한국인의 손에서 돌고 돈다면 우울하고 화가 나더라도, 돈이 없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보름 걸려 걸어 다니더라도 감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한국 철도가 최소한 이름 그대로 한국의 것이라면 말이다.

 


6. 다시 나진-하산 프로젝트

 

부산에서 서울과 신의주를 거쳐 나진에서 하산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가 개통되면 연간 예상 수익이 150억이며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동남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전부 포괄하여 지구 동쪽의 물동량이 몰리는 황금 철도가 될 것이라고 앞에서 예견하였다. 이건 내가 개뿔도 모르는 주제에 혼자 예견한 게 아니고 러시아 지역학을 연구하는 교수님이 학술지에 쓴 논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교수님은 2011년 논문 쓸 당시에는 미래에 일어날 지도 모르는 철도주권 침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연구를 했으니까 논문실적도 올릴 겸 학술지에 투고하셨겠지만 좋은 논문이라서 여기다 출처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성원용, “TKR-TSR 연결 시점사업으로서 ‘나진-핫산 프로젝트’의 현황 분석과 대륙 횡단 철도 연결을 위한 정책과제”, 슬라브학보 26권 4호, 2011년.

 

2013년 9월 22일에 소리소문 없이 북한의 나진에서 러시아의 하산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개통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난 2013년 11월 초에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나가서 대한민국 공공부문을 해외에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약 2주가 지나 11월 22일에 철도노조에서 총파업을 결의했고, 정확히 한 달이 지난 12월 22일에 경찰에서 파업을 주도하는 철도노조 간부들을 잡겠다고 민주노총을 침탈했으며, 닷새 후인 12월 27일에 수서고속철도 주식회사 사업면허가 발급되었다.

나진-하산 구간이 재개통 된 지 석 달 만에,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 2013년 12월 30일, 여당과 야당은 국회에서 여야 동수로 철도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하기로 하고 협의문에 서명했으며, 철도노조는 이러한 결정을 환영하여 사상 최장 22일간의 파업을 철회하였다.

철도노조 기자회견 대국민 성명서 http://krwu.nodong.net/home2008/bbs/board.php?bo_table=news04&wr_id=542

길었던 파업은 끝났으나 철도노조는 77억 손배소송 및 146억 가압류를 비롯하여 직위해제자 구제와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수배중인 간부들의 안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헤쳐나가야 한다. 국민을 위해 총대를 메고 공공부문 민영화의 물결을 막아내려 앞장서서 고생하신 분들인데 파업 철회 이후에도 무사히 직장 복귀 못하고 더 심한 탄압에 시달릴 것 같아서 몹시 걱정된다.


한편 정부에서는 2016년부터 수서발 고속철도를 운영하겠다며, 여야 협의문의 서명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부터 벌써 신나게 태스크포스 따위를 결성하여 서두르고 있다. 왜 이렇게 급한 건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KTX 팔아치우기에 딱 좋은 길일이라도 받아놓은 걸까. 

 


7. 철의 실크로드


한반도 종단철도에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로 이어지는 물리적인 철로는 2013년 현재 모두 연결되었다. 남은 것은 여행 허가 등 정책적인 문제들과 노선 개발 및 상품 개발 등 사업적인 부분뿐이다.

 

대한민국의 공공부문이 해외 자본에 개방되었을 때 철도에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이는 게 어느 나라일지는 자명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남북한이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 합법적으로, 실제적으로 안전하게 여행할 수 없는 지역이다. 나진-핫산 구간이 개통되고 부산에서 러시아까지 기찻길이 열린다 해도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하고 기차에 탑승하여 북한 지역을 육로로 여행한다는 것은 목숨 걸어야 하는 일이다. 혹여 열차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금강산 관광여행 갔다가 북한 초병에게 총 맞아 숨진 한국 여행객이 있었다. 그 사건에 대해서 대체 누가 책임을 졌고 누가 진상을 밝혔으며 유가족에게는 누가 사과했는가? 무엇보다도,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가? 그리고 금강산 관광 프로젝트 자체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이러한 현실을 생각할 때, “부산에서 베를린까지” 철도가 연결되고 기차가 다녀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안전하게 이용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런 판국에 러시아에서 들어와서 대한민국 철도 주요구간을 홀랑 사 버리면 위에서 말한 연간 150억 달러 수익은 물론,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교통과 물류를 지배할 수 있는 주도권까지 푼돈 받고 외국에 넘기는 꼴이 된다.

연간 150억 달러,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의 교통과 물류다.

숫자로 따질 수 있는 이익을 넘어서, 나라의 미래다.

 

2009년에 루코 로지스틱스가 손 털고 휴업해버린 건 다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한테 남들보다 더 큰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데 일부러 손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철도가 연결되면 장기적으로 인류공영을 위해서는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이 인류공영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할 이유는 없다.

하물며 이익의 대부분이 인류공영이 아니고 별로 달갑지 않은 양놈들과 더욱 달갑지 않은 몇몇 국적 불명한 개인들의 배때기 쳐 불리는 방향으로 흘러 들어갈 예정이라면,

때로는 손 털고 돌아서는 게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다.

 


8.


참고로 러시아 석유 회사 로스네프찌(Rosneft)가 현재 대한민국 방위산업체인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사들이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신문 기사에서는 로스네프찌라는데 현직 관계자를 직접 만나보신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가즈프롬이라고 한다. 가즈프롬Gazprom은 러시아 최대 가스-정유회사다.)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구축함, 초계함, 호위함, 미사일 고속함 등을 건설하는 방위산업체이며 수주 잔량 세계 2위의 중공업체다. 2008년부터 해외매각설이 돌고 있는데 매각이 잘 진행되지 않아서 주요 주주인 한국 산업은행에서는 분할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위에 거론된 로스네프찌와 가즈프롬은 모두 러시아 국영기업이다. 뿌찐은 가스와 석유 등 자원을 무기로 강경 외교에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스위치를 내리면 서유럽의 불이 꺼진다"라는 무시무시한 문구와, 2006년 1월 한창 추울 때 가스관 사용료를 별도로 낼 수 없다는 우크라이나 측에 대해 난방공급을 전격 끊어버린 사건이 뿌찐 자원외교의 노선을 대변한다. 우크라이나를 지나 유럽연합 국가들에 공급되는 가스 가격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갈등 상태에 있으며, 뿌찐은 가장 큰 이권이 걸려 있는 국영 가스회사와 석유회사에 자신의 꼭두각시라 할 수 있는 측근들을 사장으로 앉혀놓았다. 현재 러시아 총리이며 전 대통령인 메드베제프가 가즈프롬 사장 출신이다.

한국의 방위산업체를 쪼개서 이런 러시아 국영 기업에 매각한다는 것은 ... 발상만으로도 심히 뒷맛이 좋지 않다.

 


9.


매국노: 팔 매 賣 나라 국 國 종/노예 노 奴

사리사욕을 위하여 남의 나라의 앞잡이가 되어 자기 나라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는 사람.

 


10.


세계화 시대를 좋든 싫든 살아가게 된 덕분에, 이제 한국의 문제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사고 팔거나 가격표를 붙여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한때 우리 것이었던 기찻길 옆에서, 남의 나라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나 던져주는 적선으로 연명해야 할지도 모르는 미래에 비하면, 지금 당장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얻겠다는 이익은 얼마가 됐든, 몇 억, 몇천 억이 됐든, 다 푼돈이다.

 

그리고 일개 시민의 입장에서 중요한 건, 그 푼돈조차 내 주머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냥 시민이니까, 기차를 소유할 일도 운영할 일도 없다. 나는 언제나 그냥 기찻길 옆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일개 시민인 내가 기찻길 옆에서 안녕하게 살아가려면,

그 기찻길이 내 것이어야 한다. 우리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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