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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4] Redfish Chronicles

2013.09.30 16:1309.30

REDfish Chron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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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글 - 붉은 물고기는 허공에서 춤춘다


赤魚(적어) 혹은 REDfish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김주영은 1997년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단편을 발표하면서 데뷔했다. 1998년에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 6대 시삽을 역임했으며,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 워터가이드, 환상문학웹진 「거울」 등에서 주로 활약했다. 현재까지 종이책 7권과 전자책 1권을 포함한 8권의 작품을 상업 출판물로 발표하였으며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작품을 PC 통신과 인터넷, 동인 출판물 등의 경로를 통하여 세상에 선보였다. (공동 작품집은 편의상 권수에서 제외하였다.)

김주영은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PC 통신 시대로부터 인터넷과 무선통신이 세상을 석권한 요즘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중견 작가로서 한국 환상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척박한 한국 출판계의 실정상 아직까지는 일반 대중보다 통신 동호회나 판타지 독자들을 중심으로 소수의 팬 사이에서 더 인정을 받는 것으로 여겨진다. (유명 포탈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REDfish 작품의 저자 프로필 란에 동명이인인 1939년생 김주영의 프로필이 잘못 등록되어 있는 걸 보노라면 진짜 눈물이 앞을 가린다.)

본고에서는 김주영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시기별 대표작을 순서대로 짚어 보고 각 작품별 특징과 저자의 성장 과정을 개략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원래는 저자의 무수한 중ㆍ단편 중에서도 나름대로 흥미롭고 중요한 작품들을 다루려 했으나, 지면 관계상 규모가 큰 시리즈와 장편소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려 하니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2. 나호 이야기 - 불멸의 여행 안내인


그의 이름은 나호라고 한다. 다른 설명은 굳이 필요 없다. 밤(夜)처럼 짙고 검은 머리를 뒤로 늘어뜨려 길게 묶고 몸 전체를 온통 검은 옷과 검은 코트로 감싼 이 수수께끼의 남자는, 항상 바이칼이라는 술집 한구석에 앉아 세상에서 가장 독하다는 술 블랙엔젤을 병째로 마시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다 밤이 되면 길거리로 나서서 의뢰받은 일을 해내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돈다. 그의 일이란 시간을 잘라버리고 ‘유’를 ‘무’로 환원시키는 것으로, 그는 깊은 심연이 드리워진 눈동자로 말없이 세상을 관조하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삶을 이어간다. 밤의 제왕, 죽음의 천사, 최상급의 종결자…… 사람들은 자기들이 받은 인상만을 가지고 그를 다양한 별명으로 부르지만, 그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변함없는 나호일 뿐이다.

『그의 이름은 나호라고 한다』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 및 기타 게시판을 통해 발표된 옴니버스 소설로, 전 3부 총 50편의 중ㆍ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한 편은 나호가 태어나기 전의 일을 다룬 외전이며, 두 편은 나호가 잠시 행동불능 상태에 빠진 사이 파트너인 페오의 시점에서 나호를 구해내기 위해 겪는 일을 그리고 있다. 2000년 11월에 초기 에피소드 9편을 발췌하여 수록한 단행본 『그의 이름은 나호라 한다』가 시공사에서 발행됨으로써 저자의 작품 중에서 최초로 활자화되었다. 또한 그 이전에는 습작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저자가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특정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일관된 배경(이 부분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에서 연속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발표함으로써 김주영 특유의 스타일을 확립하고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시작한 만큼, 나호를 빼놓고는 김주영을 말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시리즈이다.

나호는 항구도시 마크란의 허름한 아파트에 살면서 가끔씩 바이칼에 들러 술을 마시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며 과묵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가 의뢰자가 찾아오거나 길에서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거나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처음에는 나호 혼자서 스토리를 이끌어 가다가 흑표범의 형상을 띤 외우주의 초생명체 페오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콤비를 결성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페오는 영겁의 시간 동안 수많은 시공간을 유랑해 온 존재인데, 이전에 다른 시공에서 인간들끼리 벌이는 우주 함대전을 구경하다가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 군인을 보고 감동 받아 그에게 영원한 생명을 부여한 일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인간에게 붙들려 노예생활을 하던 페오는 우연히 나호에게 구원받고, 페오는 나호가 자신이 구해준 그 남자의 후손임을 직감하고 나호의 동반자로 머물게 된다. 별로 말이 없고 기껏 하는 대사라곤 “흠” 정도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나호와 노친네답게 수다스럽고 깐깐하며 높은 자긍심을 뽐내는 페오가 사소한 일로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며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어딘가 유쾌하면서도 정감이 넘친다. 그 후 페오의 역할은 점점 늘어나서 자칫 나호 혼자였다면 메마르고 삭막해질 수도 있었던 시리즈에 인간미를 부여하고 기발한 특수능력으로 사건 해결에도 기여하는 등, 또 한 명의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처음부터 일관된 스토리를 생각하고 집필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에피소드의 독립성이 상당히 높고, 2부까지의 각 에피소드들은 어떤 순서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가끔 전작에 등장한 인물이나 사건, 소품을 재활용하거나 전작의 스토리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자매편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루는 소재나 인물형도 매우 다채롭고 에피소드에 따라 SF와 판타지, 스릴러, 추리물, 로맨스, 코미디, 심리극, 휴먼 드라마를 넘나들며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호와 페오, 바이칼만 나오면 나머지는 뭐가 나와도 괜찮을 정도로 자유도가 높아서, 초기와 후기 작품을 한꺼번에 읽어보면 분위기가 180도 다르게 느껴진다. (흡혈귀, 드래건, 비천족, 꿈을 먹는 벌레 같은 상상의 생물은 물론, 때로는 ‘신’까지도 등장한다!) 작품의 시공간적 배경도 상당히 모호하고 에피소드들 사이의 역사적 맥락도 비교적 느슨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나호가 작품 내에서 실제로 몇 년간을 보냈는지 짚어보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저자 본인도 특별한 계획 없이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즉흥적으로 집필하는 시리즈였기 때문에 원래는 제14화에서 나호가 갈 곳을 잃고 페오에게 에너지로 흡수되어 모험을 끝내는 것으로 종결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팬의 열렬한 희망에 생각을 바꾼 저자가 나호의 부활로 시작되는 제2부를 쓰면서 장장 9년에 걸친 장수 시리즈로 자리 잡게 되었다. 어떤 요소가 독자들을 그렇게 사로잡았는지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겠지만,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면서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저자의 필력과 시공간에 상관없이 계속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의 매력, 그리고 탄탄한 카리스마와 무색투명한 산뜻함을 겸비한 주인공 나호의 신비로운 캐릭터가 큰 요인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미 나호는 저자의 상상 이상으로 자라나 하나의 독립적인 아이콘으로서 혼자 걷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예상치 못한 급성장은 오히려 저자의 자유를 구속하고 시리즈 자체를 매너리즘에 빠뜨리는 부작용도 낳았다. 마치 셜록 홈즈의 망령이 작가 코난 도일을 일평생 따라다닌 것처럼 나호 역시 작가 김주영에게 사랑스럽지만 약간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작용에 고민하던 저자는 드디어 나호의 ‘완전한 종결’을 모색하기 위해 특단의 결정을 내린다. 뜻밖의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을 일종의 가사상태에 밀어 넣고 그 문제를 미해결로 남겨둔 채 클리프행어(cliffhanger) 상태에서 2부를 끝내 버린 것이다.

이어지는 제3부는 페오가 나호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나호를 도로 데려올 수 없음을 알게 된 페오는 다른 캐릭터들의 협력을 얻어 나호의 과거에 관련된 시간의 교차점으로 도약한다. 나호가 아직 가사상태에 빠지지 않은 과거에 영향을 끼쳐 나호가 정상적으로 살아 있는 평행우주를 분기시킴으로써 그를 구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본래 우주에서는 페오의 존재가 사라지며 분기된 우주의 나호가 그전의 나호와 같은 사람일지, 그리고 페오를 알아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다.

복잡한 설정은 일단 제쳐 두고 그래서 이 제3부가 무엇을 보여주는가 하면, 바로 ‘나호 비긴즈’다. 그 전까지는 완전히 수수께끼에 싸여 있었던 나호의 탄생과 과거 이야기를 짚어가는 것이다.1) 그에 따라 시리즈의 포맷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서, 제3부는 서로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확실하게 정해진 전후 순서에 따라 흘러가는 연속된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나호의 잃어버린 부모와 소년 시절, 그를 길러낸 스승과 돌봐준 주변 사람들, 그가 종결자로 개업하게 된 계기, 최초로 해결한 사건, 그리고 스승과 뼈아프게 이별하고 극복하는 경험을 통하여 나호는 점차 독자가 알던 그 나호의 모습으로 변모해 간다.

그와 동시에, 알파벳 D가 새겨진 광선검, 새까만 흑요석 귀걸이, “흠”으로 일관하는 입버릇, 블랙엔젤을 퍼마시는 습관 등 그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 특징적인 요소가 정착한 사연이 밝혀지면서 나호의 진정한 ‘근원’이 자연스럽게 제시된다. 제2부의 비천족 관련 외전에서 등장한 과거 인물들의 정체나, 2부 초반에 바이칼의 바텐더로 등장하여 고정적인 주연으로 자리 잡은 전직 경찰 이스의 사연, 그리고 페오와 나호의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는 ‘그 남자’의 재등장 등등 여러 가지 복선들도 솜씨 좋게 회수하며 시리즈 최종편에 어울리는 장대함을 보여준다. (암데스츠의 수호자 다크의 정체나 그가 추적하는 광선검들의 사연이 모호한 채로 끝난 것은 다소 아쉬운 감이 있지만 말이다.)

그러한 과정 끝에 이 시리즈는 완전히 현상 복귀한 것도 아니고 이전과 완전히 결별한 것도 아닌 일종의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나호와 페오가 다시 만나 끝없는 미래를 향해 가는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둘이 깨끗이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새드엔딩도 아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라 여기서 밝힐 수 없지만, 장장 8년에 걸쳐 나호를 지켜봐 온 독자들에게 참으로 복잡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애수 어린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엔딩을 통하여 비로소 저자는 나호와 진정한 이별을 고하고, ‘한 시대의 끝(end of an era)’을 멋지게 장식하는 데 성공했다. 독자 입장에서는 좀 더 오랫동안 나호와 페오의 새로운 모험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친 장기화를 피하고 “박수칠 때 떠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원한 추억으로 남게 하는 것이 역시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3. 다시 쓰는 시리즈 - 메르헨의 변신ㆍ합체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발표된 6편의 단편. 『라푼젤』『인어공주』『신데렐라』『백설공주』『선녀와 나무꾼』『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 잘 알려진 고전동화들을 원전으로 삼은 패러디 작품들로, 분량상 소설이라기보다는 간략한 시놉시스에 가까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원전이 동화인 만큼 큰 문제 없이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다. 작품 스타일도 원래 이야기의 틀을 유지하면서 인물 간의 관계만 바꾸어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경우(마녀와 공주의 금단의 사랑을 애틋하게 그려낸 「다시 쓰는 라푼젤」)에서 주어진 이야기 자체를 재해석하여 아예 장르를 바꿔버린 경우(사슴과 선녀의 정체를 외계인으로 설정하여 SF 기담으로 각색한 「다시 쓰는 선녀와 나무꾼」)까지 매우 다양하다. 독자들의 호응도 매우 좋아서, 편수는 적지만 나호 이야기와 함께 PC 통신 시절의 김주영을 대표하는 간판 시리즈이기도 하다.

고전작품의 패러디는 상당히 오래된 문학적 전통임에도, 독창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열세를 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기에 단순한 장사 수단이나 유희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폄하되어 왔다. 하지만 요즘은 문학계의 소재 고갈을 해소하고 친숙한 이야기의 틀을 빌려 다양한 실험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점을 살려 꽤 걸출한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위키드』(민음사, 2008), 『신데렐라 언니의 고백』, 『거울아 거울아』(민음사, 2009) 등으로 화제를 모은 그레고리 머과이어를 보시라.)

하지만 이런 동화 패러디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하나 있는데, 환경보호나 페미니즘, 정치적 공정성 등 특정한 이념이나 메시지 전달에 치중하여 동화가 본래 가지고 있었던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예 결말을 정해놓고 거기에 과정을 끼워 맞추는 식이 되기 때문에 문학 작품을 읽는다기보다는 마치 무슨 선전물을 읽는 듯한 생경함이 앞서게 되고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이나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아예 처음부터 프로파간다를 목적으로 기획한 것이라면 몰라도 그냥 패러디로 시작한 작품이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본말전도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문학은, 특히 상업적 성향이 강한 장르문학은 물론 작가가 구조를 완벽하게 통제하며 독자를 편안하게 인도해야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카오스를 보여주어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예상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제시함으로써 쾌감을 안겨줄 필요도 있는데, 특정한 메시지에 짜맞추어 이야기를 평이하게 진행해 봐야 아무런 감동도 재미도 없지 않겠는가.

다행히 이 시리즈는 위에서 말한 함정에서 벗어나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편으로, 특정한 이념이나 목적에 구애받지 않고 캐릭터와 상황만 따 와서 비교적 자유로운 전개를 추구한다. 작품에 따라서는 단순히 이야기를 비트는 정도에 머물지 않고 인물의 성격 자체를 완전히 바꿔버리거나(아예 사랑을 모르는 강철심장의 지식인 인어공주!) 성격은 그대로 두되 전후 맥락을 교묘하게 재구축하여(왕자와 결혼에 성공하지만 새언니들이 사회혁명을 일으키는 바람에 추방당하는 신데렐라!) 익숙한 것이 뒤집어지는 ‘전복의 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엔딩이 반드시 원전대로 흘러가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독자는 “아니, 이게 이렇게 된단 말이야? 그럼 과연 이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라고 느끼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참고로 고전의 기상천외한 전복적 패러디는 저자의 주특기 중 하나인데, 이 시리즈에서 다룬 원전들은 대부분 다른 김주영 작품에서도 변주된 바 있다. 『인어공주』는 나호 이야기 제1화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 응용되었으며 『신데렐라』『백설공주』『선녀와 나무꾼』『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이카, 루즈』 제15화, 제13화, 제9화, 제11화의 핵심 모티브로 채택되었다. 특히 『이카, 루즈』는 기본 아이디어 자체가 각종 전래동화의 패러디에서 출발하므로, 《다시 쓰는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다시 쓰는 시리즈》에서는 한 편을 제외하고 전부 서양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에 대한 반성으로 『이카, 루즈』에서는 한국 동화와 해외 동화의 비율을 적절하게 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4. 열 번째 세계 - 살아라! 아무리 인생이 괴로울지라도


일찍이 아홉 계의 세계가 닫힌 뒤 새로이 생겨난 열 번째 세계. 그곳의 사람들은 생명을 주관하는 여왕의 지배하에 평온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100년에 한 번, 백년화가 피는 그 시기가 돌아오면, 여왕은 자신의 대행자인 ‘인형’의 역할을 맡을 소녀를 선택하고 깊은 잠에 빠진다. 그리고 모든 불행의 근원인 적ㆍ흑ㆍ청ㆍ백의 네 정령이 풀려나 10년 동안 사람들을 지배하며 위세를 떨친다. ‘인형’은 10년 동안 궁전에 머물며 적흑청백의 노예이자 힘의 근원 노릇을 하다가 여왕이 돌아오면 심장을 빨아 먹혀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이러한 순환에는 다소의 희생이 불가피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념한 채 10년을 꾹 참고 버티는 길을 택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인형’으로 빼앗긴 이들을 제외하면.

백령(白領)의 한 마을에 사는 무샤는 세상의 운명과는 관계없는 평범한 소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왕의 삼 장군이 새로운 ‘인형’으로 세우려고 그의 여동생 수아스를 잡아가면서 그의 인생은 바뀐다. 수아스를 지키려던 어머니와 큰형까지 그들의 손에 잃은 무샤는 여동생을 구해내기 위해 길을 떠난다. 단서는 코타마르 산의 봉인을 풀면 적흑청백을 무찌르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전설뿐. 무샤는 우여곡절 끝에 코타마르 산에 도착하지만 봉인 해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었다.

『열 번째 세계』는 제2회 황금 드래곤 문학상을 수상한 김주영 최초의 전작 장편이다. 그 전의 작품들에서는 일부 판타지 단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실세계나 현실의 연장이라 짐작되는 세계를 무대로 이야기를 전개해 왔으나,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가상의 이세계(異世界)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주인공의 내적ㆍ외적 탐색을 묘사하고 있다. 시점상의 주인공은 무샤이지만, 중반부터 또 한 명의 주인공인 기억상실 사나이 이프델이 동행한다. 오직 솔개 한 마리만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게 떠돌며 가끔씩 인간의 이해를 벗어나는 신비한 능력을 보여주고 주변에 죽음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 이프델은 여러 가지 면에서 평범하고 섬세하며 마음 약한 무샤와 대조되는 캐릭터인데, 후반에는 잃어버린 과거를 서서히 되찾음과 동시에 이야기의 주제를 전면에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분량에 비해 이야기 구조는 매우 간단한데, 서장과 에필로그 격인 17장을 제외한 총 16장을 편의상 3부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무샤와 이프델이 각각 여행을 떠나서 고난을 겪으며 각자의 성격과 세계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 뒤 코타마르 산에서 합류하는 데까지(1장~9장)를 1부로 볼 수 있다. 그 뒤, 적흑청백이 나누어 지배하는 네 영역을 순서대로 통과하며 각각의 정령에 지배당하는 인물을 만나 그들의 고민을 (때로는 그들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해결해 줌으로써 각 정령을 제압하고 그들이 주는 시련의 참된 의미를 반추하는 부분(10장~13장)을 2부라고 할 수 있다. 수아스가 갇혀 있는 비밀 장소를 찾아낸 뒤 기억을 회복한 이프델이 여왕의 진의를 헤아리고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마지막 선택을 하는 나머지 부분(14장~16장)이 3부이다. 이 중에서도 2부의 각 장은 네 정령이 표상하는 감정(적-분노, 흑-절망, 청-슬픔, 백-허무)과 각각의 에피소드가 잘 맞물려 독립적인 단편으로서도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영도가 심사평에서 지적했듯이 “슬픔, 허무, 분노, 절망을 극복한 끝에 삶과 죽음이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만남으로써 존재 회복을 성취”하는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세상의 갖은 부조리와 부정적인 감정에 진저리가 난 아홉 번째 세계의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보다 완벽하고 조화로운 세계를 물려주기 위해 ‘죽음’과 네 가지 부정적인 감정의 화신(적흑청백)을 봉인하고 오직 ‘삶’과 ‘생명’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열 번째 세계를 창조했다. 하지만 그 생명의 주관자인 여왕은 모든 것이 티 없이 완벽한데도 사람들의 생명력이 점점 시들어간다는 사실에 의문을 느낀다.

어쩌면 죽음이나 부정적 감정도 생명을 단련하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의문은 결국 열 번째 세계의 균열을 부르고, 아홉 겹의 문 안에 갇혀 있던 ‘죽음’을 깨운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고뇌의 시작에 불과했으니……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피하겠지만, 이 정도만 들여다봐도 본작이 물질적 성취나 외적 투쟁에 비중을 둔 영웅적 판타지(Heroic Fantasy)와는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어슐러 K.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나 ‘심리 신화’2)처럼 인간의 심리적 문제, 또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추상적 관념의 문제를 다룬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한 시도가 성공적이었는가를 살펴본다면, 아무래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색채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드라마와 연결 짓고 삶과 죽음, 혹은 흘러가는 시간과 정체된 영원의 이원적인 개념을 대조적으로 제시하는 등 핵심 개념의 구조화와 문제의 해결 과정은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잘 짜인 작품이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주제가 점점 직설적으로 표출되고 작가가 독자에게 교훈을 주려고 한다는 느낌이 너무 짙어져서 감정을 이입하기가 어렵다.

삶과 죽음의 변증법적 합일이라는 주제는 그럴듯하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나머지 독자의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데에는 적절치 않았던 것 같다. 애초에 무대가 되는 세계가 현재 우리가 아는 세계와는 확연히 다른 원리에 의해 순환하고 있는데도 그 차이점을 부각시키는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느낌도 든다. (여왕이 모든 것에 생명을 준다면 인간 외의 다른 동식물은 어떻게 되는 건지, 그 때문에 인간들 사이의 번식이 없다면 부모는 어떻게 정하고 무슨 역할을 하는 건지, 기타 등등) 이야기 중심인 작품이다 보니 캐릭터의 개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도 결점으로 꼽을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저자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의도적으로 희생한 것이니만큼, 뭐라 하기는 어렵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지만 단일한 주제를 긴 호흡으로 잇는 장편을 써내기에 모자람이 없는 필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열 번째 세계』는 분명 의미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 배양된 테크닉과 주제의식은 이후 장편 『신의 정원』에서 더욱 정교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이 소설은 안타깝게도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으므로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전설의 작품으로 묻혀 버린 상태이다. ‘이세계를 무대로 한 인간 의식의 탐구’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제대로만 다룬다면 무한의 가능성을 캐낼 수있는 광맥인 만큼, 언젠가 저자의 또 다른 도전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참고로 ‘정체불명의 신비로운 남자가 특이한 새를 데리고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뭔가를 찾아 방랑한다’는 기본 구도 자체는 1999년에 발표된 연작 단편 『개화 대기』를 계승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 ‘무샤’인 것을 보면 아마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또한 당시 저자의 간판 작품이었던 나호 이야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데, 과묵하고 냉소적인 전사 타입의 이프델은 나호를3), ‘흑표범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반지의 정령’은 페오를 연상시킨다. 페오는 차원을 넘어 별별 세계를 다 돌아다녔다고 하니까 어쩌면 여기의 정령과 동일인물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반지의 주인인 마법사 콴이 ‘나보다도 나이가 어린 정령’이라고 지칭하는 걸 보면 그런 해석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또한 여기서 페오가 이미 반지에 구속된 상태라면, 대체 어떻게 나호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역시 팬들을 의식한 우정출연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5. 이카, 루즈 - 장편과 옴니버스의 조화


평범한 회사원으로 권태로운 나날을 보내던 이카는 어느 날 큰 사고를 친 이후 직장에서 쫓겨나 앞날을 걱정하는 백조 신세가 되어 버린다. 기분전환 삼아 놀러 나가지만 약속을 한 친구에게도 바람을 맞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녀 앞에 갑자기 자기가 남해 용왕의 딸이라 주장하는 이상한 소녀가 나타난다. 정신병자인 줄 알고 피하려던 이카는 반대로 점점 그녀와 깊이 얽혀들고, 그 와중에 자기 자신에게 자기도 기억 못하는 숨겨진 과거가 있음을 알게 된다. 사실 이 세상에는 갖가지 종족이 이계에서 넘어와 인간 틈에 섞여 사는데, 이카는 바로 그런 종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은밀히 해결하는 프루비(해결사)였던 것이다. 봉인된 기억과 초능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사건에 뛰어들어 대활약하는 이카. 하지만 어째서 그녀는 과거를 잊고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것일까?

『이카, 루즈』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연재된 연작 장편 소설이다. 초반 13화분은 서울문화사의 J노블 시리즈로 출간되었으나 제14화부터는 제반 사정으로 온라인 연재만 진행되었다. 김주영 작품 중에서는 최초로 라이트노벨 형식을 취한 작품이지만, 본래는 거울의 성격에 맞춘 생계형 판타지로 시작한 경우로 처음부터 라이트노벨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 듯하다. 나호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로 고정 캐릭터를 내세운 장기 시리즈이기도 한데, 어스름한 뒷골목 배경의 하드보일드 암살자 액션 스릴러 이미지가 강한 나호 이야기와달리 인간세계의 이면에 감춰진 다양한 종족의 본거지를 넘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본작은 도회풍 판타지(Urban Fantasy)와 추리소설의 묘미를 혼합한 판타지 수사물이라 할 수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택하고 있어서 주인공 본인의 개성은 좀 옅은 편이지만 그 대신 주변에 포진한  조연들의 개성이 상당히 강하고 주인공과 조연들의 관계도 아기자기하게 잘 설정되어 캐릭터 드라마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한다. 주인공이 혼자 뭐든 다 해결하는 절대무적이 아닌 데다가 이를 보좌하는 조연들 간의 역할 분배도 확실해서, 거의 주인공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거나 페오와 만담을 보여주는 정도였던 나호 이야기에 비해 집단극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 나호와 페오의 관계에서 보여줬던 ‘겉으로는 쿨하고 때로는 사이가 나쁜 것처럼 보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끈끈한 정으로 묶인 관계성’이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나타나고 있다.

나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고정된 주인공이 다양한 손님의 의뢰를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1화 완결 패턴을 채택하고 있지만 그때그때 계획 없이 기분 따라 집필된 나호 이야기와는 달리 처음부터 명확한 계획하에 복선을 깔고 서서히 단계적으로 설정을 노출하면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식으로 전개된 작품이다. 또한 초ㆍ중반의 각 에피소드가 고전 동화나 우화의 패러디라는 점에서『다시 쓰는 시리즈』의 확장 강화판이라 할 수 있으며, 그와 반대로 후반부에서는 저자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비밀을 풀어 나가는 동시에 세계의 운명을 바꿀 만한 중대한 사건을 묘사하는 연속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 부분은 나호 3부나 『열 번째 세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만하다. 말하자면 『이카, 루즈』는 그때까지 차곡차곡 쌓아 온 김주영 월드의 세 가지 경향을 멋지게 집대성한 분수령에 해당하는 것이다.

작품의 주 무대가 현실 세계, 그중에서도 한국의 부산이라는 특정 도시가 중심이기 때문에 다루는 소재 자체는 비현실적임에도 묘하게 그럴싸한 느낌을 준다. 물론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0호선’이나 ‘두더지 동굴’ 같은 각종 교통수단을 통하여 이종족이 모여 사는 특수한 공간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현실 공간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적어도 익숙한 현실 공간에서 출발하여 낯선 가상의 무대로 진입했다가 다시 현실 공간으로 돌아온다는 구성 자체는 전작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다만 ‘천공의 성’ 관련 이야기가 메인으로 떠오르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계 관련 무대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독특함은 자취를 감춘다.) 다루는 사건도 동화 패러디를 중심으로 하되 인물 설정이나 관련 개념은 과감한 각색과 재해석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맥락에서 볼 수 있도록 처리되어 있다. 각 에피소드의 핵심 소재도 전작들보다 훨씬 우리 일상생활과 밀착된 이슈(꽃뱀, 결혼사기, 다문화가정, 앵벌이, 제비, 건강식품, 농촌 문제 등)를 채택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풍자 소설의 일면도 지니고 있다. 패러디되는 동화도 처음에는 한 가지 이야기나 한 캐릭터만 갖고 에피소드를 이끌다가 중반 이후로는 두 가지 이상의 원전을 융합하여 새로운 느낌으로 짜내는 등 색다른 시도를 보여준다.

중반까지는 동화 패러디 위주의 1화 완결 형식으로 나가다가 제20화부터 연속 이야기의 비중이 커지는데, 여기에는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수수께끼인 주인공 이카의 ‘기억’문제가 촉매로 작용한다. 사실 자기가 평범한 사람인 줄 알고 무료하게 살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내 과거가 생각났어!’라며 비범한 인물로 되돌아오는 패턴4)은 그리 드문 것도 아니지만, 이카의 경우는 그 기억이 한 번에 완전하게 돌아오지 않고 당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억만 회복된 터라 여전히 봉인되어 있는 나머지 기억은 대체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게다가 후반으로 가면 이카가 천공의 성에서 고위직을 담당하며 계속 환생을 거듭하는 계층인 ‘비르냐’의 일원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전생의 사연에 대한 문제도 추가되기 때문에 이카의 수수께끼는 마치 양파 껍질처럼 까도 까도 계속 새로운 수수께끼가 드러나는 식으로 확대된다. 말하자면 1) 해결사로 활약한 과거 기억, 2) 할아버지와 사별하기까지의 어린 시절 기억, 3) 전생의 기억으로 봉인을 삼중으로 둘러친 상태라 통상적인 기억상실 패턴보다 훨씬 지속적으로 독자의 흥미를 끌고 작품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고 주요 인물들의 사연과 동기가 판명난 뒤에는 천공의 성을 중심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이계로의 귀환을 추진하는 급진 세력’과 ‘귀환으로 인한 시스템 해체와 환생 혜택소멸을 우려하여 그것을 막으려 하는 기득권 세력’의 투쟁이라는 구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카를 비롯한 고정 출연진은 저마다의 역할을 찾아서 그 투쟁을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마지막 결전에서는 과거 에피소드에서 관련자로 나왔던 게스트 캐릭터들이 총출동하여 이카 일행을 돕는 눈물의 초(超)열혈 전개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마침내 도달한 결말은 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여기서는 밝히지 않지만, 나호 이야기의 결말보다는 그래도 희망적인 엔딩이라고 할 만하다. 이카의 할아버지 륜이 남긴 명대사 “너 자신의 시간을 살아라”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맥락으로 튀어나와 어떤 인물의 운명에 영향을 준다는 정도는 짚고 넘어갈 만하다.

연재물의 특성상 각 에피소드의 마무리 부분이 다소 갑작스러운 느낌이 들고, 요점만 재빨리 정리한 채 여운을 반추할 여유도 없이 냉정하게 끝내 버리는 스타일이 약간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또한 세계관이 ‘현실 세계-동화 패러디의 세계-저자가 창작한 환상 세계’가 3중으로 겹친 잡탕 형태라서 원래 같으면 절대 함께 존재할 리가 없는 여러 가지 설정이나 인물들이 한꺼번에 존재하는 듯한 위화감이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제16화에 등장하는 ‘천사’들은 대체 천공의 성과 어떤 관계인지, 아무 관계가 없다면 이 세계에도 그들의 고용주인 ‘신’ 같은 게 존재하는 건지, 상당한 능력을 지녔으면서 그 뒤에는 왜 안 나오는지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수 년에 걸쳐 축적한 역량으로 캐릭터 중심 연작-전래동화 패러디-순수창작 이세계 판타지라는 세 가지 스타일을 한 작품 내에서 기막히게 승화시킨 점, 다소 어둡고 사색적인 느낌이 들었던 전작들과 달리 밝고 경쾌하며 역동적인,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에 충실한 작품을 처음으로 배출했다는 점에서, 『이카, 루즈』는 김주영의 새로운 간판 작품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 주었다고 할 만하다. 아직 출판되지 못한 나머지 분량이 언젠가 서점에 나타날 수 있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6. 여우와 둔갑설계도 - 생활 속의 기담


주인공은 ‘어르신’이라 불리는 구미호 일족의 장로. 천 년 이상의 세월 동안 간을 아흔아홉 개 먹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인간의 삶을 살아 온 둔갑술의 달인이다. 평범한 청년 지우의 모습으로 살아가던 어르신은 정든 여자 친구가 사고로 죽자 떠나야 할 때가 왔음을 알고 조용히 인간으로서의 삶을 마감한 뒤 여우로 돌아온다. 하지만 여자 친구가 죽은 뒤 홀로 남은 여동생 나해의 장래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결국 어르신은 나해를 지켜보기 위해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을 빌어 그녀의 곁으로 돌아오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계속 생기면서 그의 신변에 위기가 닥쳐온다.

『여우와 둔갑설계도』는 2009년에 단권으로 발매된 김주영 최초의 본격 라이트노벨이다. 전작 『이카, 루즈』가 본래 다른 용도로 발표했던 글을 라이트노벨로 재포장하여 출판한 경우인 데 비해 본작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라이트노벨이라는 포맷을 의식하고 그 특성을 감안하여 집필한 것이니만큼 성질이 약간 다르다. 단권이라는 분량에 어울리게 스케일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섬세한 일상 묘사와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이야기만 들려주는 점이 돋보인다. 현실과 환상이 오락가락하거나 완전한 환상 세계에서 펼쳐지는 전작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의 부산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구미호들의 복지와 안전을 위해 설립된 사설 기관 미호관만이 유일하게 비현실성을 띤 공간으로 등장한다. 저자의 교사 경험을 살려 중학생들의 일상을 유쾌하고도 솔직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는 나호 이야기 제34화 「나호, 감기 대유행」에서 선보인 코믹 학원물 스타일을 계승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구미호들은 전래동화나 민담에 등장하는 구미호와 기본적으로유사하면서도 저자 특유의 각색이 더해져 제법 참신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재해석되어 있다. 구미호의 둔갑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고급 기술로, 둔갑하고자 하는 인간의 외양과 성격을 꼼꼼하게 설정하여 ‘둔갑설계도’를 작성한 뒤 그 내용을 몸에 적용하여 서서히 몸체를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수고를 하지 않고 죽은 인간을 섭취함으로써 그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빌리는 둔갑술도 가능하긴 한데, 이 경우에는 둔갑할 모습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원본이 된 인간의 의식이 여우의 의식을 침식하기 때문에 유효기간도 짧다. 전설에 나온 대로 구미호는 사람 간을 백 개 먹으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지만, 어르신은 그것을 구미호로서의 ‘죽음’이라 생각하고 내심 못마땅하게 여긴다. 인간이 되면 영원에 가까운 수명과 끝내주는 초능력을 잃고 유한한 생명 속에 갇혀 여생을 보내야 하는데 그런 걸 오히려 부러워하는 여우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뜻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난폭하고 성질 급한 남자 중학생의 몸으로 지내게 된 어르신은 동시에 두 가지 과제를 마주하고 고민한다. 첫 번째는 외적인 시련으로, 다른 구미호의 간을 먹음으로써 단시간에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동족을 살해하는 변종 구미호를 추적하여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내적인 시련으로, 마지막 백 개째의 간을 먹은 뒤 인간이 될 때 과연 어떤 인간이 되면 좋을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리는 전자를 축으로 하여 전개되지만 사실 작품의 숨은 주제는 후자에 더 가까운데, 비범한 이형(異形)의 존재가 평범한 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하여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고민하는 사춘기의 자아정체성 문제를 노련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편으로 인간들의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사건 해결을 위해 약간 껄끄러운 상대인 요괴 사냥꾼과 공동전선을 펴는 등 쉴 틈 없이 좌충우돌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어르신의 모습이 훈훈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야기는 소소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어르신과 구미호 살해범의 최종 대결로 흘러가는데, 그때까지 독립적으로 전개되어 오던 어르신의 두 가지 시련이 이 대결을 통해 하나로 수렴되면서 그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선택으로 이어진다. 겉만 보면 인간 사회 이면에 숨어 사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교류를 통해 비일상의 즐거움을 전해 주는 현대판 기담(奇譚)에 가깝지만, 사실 그 속에 숨어 있는 것은 매섭고 치열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청춘 드라마와 풋풋하고 따스한 로맨스의 향기이다. 주 독자층인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어렵다고 느낄 만한 부분을 배제하고 최대한 읽기 쉽게 썼으면서도 할 이야기는 다 하는 대범한 구성도 눈길을 끈다.

끝까지 균형 감각을 유지하면서 절제와 조화의 미를 잘 살린 작품으로, 완성도 면에서는 이제까지 나온 김주영 작품 중 최상급이라 할 수 있으며, 저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 독자에게도 한 번쯤 자신 있게 권할 만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같은 동화 패러디에서 출발했어도 『이카, 루즈』가 메뉴는 다양하지만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드는 중국집 코스 요리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메뉴는 적지만 신선한 재료와 감칠맛 나는 양념으로 입맛을 돋우는 웰빙 식탁에 가깝다고 하겠다. 라이트노벨이라는 포맷에 대한 저자 나름의 분석과 이해5)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여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점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7. 맺는 글 - 무한의 지평 너머로


김주영 작품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결핍(缺乏: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람)’이다. 나호 이야기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아예 제목을 「결핍」으로 붙이고 방향이 서로 어긋난 사랑을 주체하지 못한 결과 파멸하는 인간상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밖에도 저자가 직접 쓴 각종 서문이나 작품 해설 등에서 ‘결핍’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공식 홈페이지의 대문에도 ‘공상가(空想家)의 공(空)은 영원(永遠)한 결핍(缺乏)의 각인(刻印)’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결핍은 작품 속의 캐릭터들을 움직이게 하고 이야기를 앞으로 이끌어 가는 동력원이 되는 동시에 이야기 자체에 애틋한 색채를 부여하는 물감 노릇을 하기도 하며, 더욱 근본적으로는 저자가 작품 활동에 계속해서 매진하는 동인(動因)으로서도 기능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항상 결핍된 무언가를 찾아 헤매거나, 결핍 때문에 삶의 의욕을 잃고 좌절하거나, 타인의 결핍을 메우기 위하여 스스로를 희생하거나, 반대로 스스로가 필요한 존재로 자리 잡기 위해 타인의 결핍을 조장하기도 한다. 어떤 인물들은 그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초월적인 힘이나 특이한 기술(그것이 과학이든 마법이든 간에)에 기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의존증은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이처럼 ‘결핍’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천착(穿鑿: 깊이 파서 연구함)은 저자가 지난 14년 동안 발표한 작품군 속에서 거의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으나, 그 결핍에 대한 저자의 시선 혹은 등장인물들의 태도는 세월과 함께 조금씩 바뀌었다. 초기에는 그저 나호와 같이 깊은 어둠을 머금은 눈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따름이었으나, 갈수록 세상에 대한 달관과 애정을 담은 따스한 시선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저자의 시선은 결핍에 도전하여 좌절을 극복하려 하는 모든 등장인물에게 햇볕처럼 공평하게 내리쬔다. 저자가 때로는 교사로서, 때로는 자원봉사자로서, 또 때로는 여행자로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에서 우러나온 교훈이 이러한 시선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시선의 변화는 저자가 그동안 보여준 필력의 성장과 세계관의 확장 같은 기교변화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이전보다 더욱 깊고 풍부한 세계를 독자들 앞에 열어 보이고 있다.

그 세계의 전모는 아마도 현재 진행 중인 장편 『용선 파미르』가 완결되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자신의 성장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신을 거듭하는 김주영 환상문학의 행방을 일개 독자에 불과한 필자가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놓는 작품마다 항상 익숙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계속해서 개척해 온 저자인 만큼,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고심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일방적인 기대감으로 인해 저자에게만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작품은 저자의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작품을 읽는 독자에 의해서 처음으로 생명을 얻고 세상을 활보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김주영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항상 어떤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리는데, 그 광경 속에는 ‘결핍’이라는 연을 하늘에 띄우고 ‘이야기’라는 실타래를 풀어 가며 그 뒤를 쫓아서 끝없이 펼쳐진 지평을 향해 달음질하는 아이의 모습이 있다. 저자의 작품을 손에 든 독자는 연 날리는 아이를 먼발치서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아이와 함께 연을 쫓아서 뛰어가야 한다. 연이 날아가는 지평 너머에 과연 무엇이 있을지는 함께 달려가 보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연을 쫓아가는 모험에 계속해서 동참할 수 있다면, 독자로서 그보다 더 기쁘고 보람찬 일은 없으리라.




부록 1 : 김주영 작품 리스트(잠정판, 2011년 6월말 기준)


■ 중ㆍ단편 소설

발표년도

제  목

비  고

SF

1997

한 순간의 직전

소설 데뷔작(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

잊혀졌던 또 하나의 코드

 

잔혹한 연가(戀歌)

 

인류 기원의 끝

 

먹이

 

접속 

부제 ‘누가 접속을 아름답다 했는가’

유리눈 

 

인간의 약점

 

나비는 날아오른다(단편)

 

1998

헤드메모리어

 

금단의 열매

 

용서받지 못했던 자

 

ID Friend

 

인류의 구원

 

제라늄 향기

 

크리스마스 선물

 

REDfish 

 

1999

Police, 우연

‘이카’라는 인물명을 처음으로 사용

길을 잃은 자, 길을 찾아 주는 자

 

이그드라실은 알고 있다

 

미친 개

 

2000

Out Line, Bad communication

 

만월을 기다리며

 

2003

유령의 집

 

2004

베타휴먼 증후군

 

나비는 날아오른다(중편)

동명 단편의 리메이크 작품

2005

영혼은 시그널의 조합

 

2006

지구멀미

무크지 『Happy SF』 2호(행복한책읽기, 2007) 수록

2008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

단편집 『U-robot유, 로봇』(황금가지, 2008) 수록

판타지

1997

9999개의 증오

 

기적의 오아시스를 찾아서

 

1998

세이렌

제1회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 우수 단편상 수상(1999)

거울을 보며 바나나를 먹다

 

마드리안 나의 누이여

서사시 형식

마녀 사냥

 

홍살접

 

나는 사냥한다

 

Fish-물고기 이야기

 

페어 코드를 찾아서

 

1999

개화 대기, 첫야행

‘무샤’라는 인물명을 처음으로 사용

개화 대기, 천사가 내린다

 

그림자 소설

2000

마지막 티타임(Tea Time)

전자책 『노래하는 늪』(북토피아, 2005) 수록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데카메론 프로젝트’ 참가작

   (제1일 소재. 차茶)

2001

파리에서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데카메론 프로젝트’ 참가작

   (제6일 소재. 음音)

보름달 징크스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데카메론 프로젝트’ 참가작

   (제9일 소재. 달月)

마을로 오는 기차

전자책 『노래하는 늪』(북토피아, 2005) 수록

2002

마감 사수자 헬(Hell)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데카메론 프로젝트’ 참가작

   (제22일 소재. 마감)

웃음소리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데카메론 프로젝트’ 참가작

   (제23일 소재. 웃음)

2003

붓끝 한 방울

전자책 『노래하는 늪』(북토피아, 2005) 수록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데카메론 프로젝트’ 참가작

   (제26일 소재. 붓)

모르탈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데카메론 프로젝트’ 참가작

   (제28일 소재. 병病)

백만 년의 배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데카메론 프로젝트’ 참가작

   (제29일 소재. 목걸이)

몽환의 끝은 제자리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데카메론 프로젝트’ 참가작

   (제30일 소재문장.

    ‘그럼 잘 들어. 나는 영원히 사랑을 저주하겠다.’)

2004

노래하는 늪

전자책 『노래하는 늪』(북토피아, 2005) 수록

2005

까마득히 먼 데로부터

 

자메뷰(Jamais vu)

 

2006

사방(Savant)들은 기다린다

 

지구의 중력은 안녕하시니?

『제15종 근접조우: 환상문학웹진 거울 외계인 단편선』 수록

『한국 환상문학단편선 2』(웅진 시작, 2009) 수록

웹진 거울 발표작

(http://mirror.pe.kr/index.php?mid=novel1&category=29504)

2003

크레바스 보험사

 (원제 ‘시간의 크레바스’)

 거울 2호(2003.07.26) 게재

『2004 환상문학웹진 거울 단편선』 수록

전자책 『노래하는 늪』(북토피아, 2005) 수록

『한국 환상문학단편선 1』(황금가지, 2008) 수록

신의 정원(단편)

 거울 4호(2003.09.26) 게재

전자책 『노래하는 늪』(북토피아, 2005) 수록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동명 장편과 내용상 무관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데카메론 프로젝트’ 참가작

   (제27일 소재. A.D.2999)

분실의 도시

 거울 6호(2003.11.28) 게재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꿈, 그 너머

 거울 7호(2003.12.26) 게재

『제15종 근접조우: 환상문학웹진 거울 외계인 단편선』 수록

2004

거울의 의미

 거울 10호(2004.03.26) 게재

돌아오는 여름이 다시 여름인 것처럼

 거울 12호(2004.05.28) 게재

전자책 『노래하는 늪』(북토피아, 2005) 수록

그림자의 꿈

 거울 14호(2004.07.30) 게재

영원한 수요일

 거울 16호(2004.09.24) 게재

전자책 『노래하는 늪』(북토피아, 2005) 수록

찬란한 눈동자들의 강림

 거울 18호(2004.11.26) 게재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2005

어떤 밸런타인데이

 거울 21호(2005.02.26) 게재

옥션

 거울 21호(2005.02.26) 게재

『2005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수록

다른 방식의 진화

 거울 31호(2005.12.30) 게재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2006

나비, 꿈꾸다

 거울 36호(2006.06.03) 게재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율란’이라는 인물명을 처음으로 사용

걸어 다니는 화석

 거울 36호(2006.06.03) 게재

『변신!: 2006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수록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2007

문이 열린다

 거울 44호(2007.01.26) 게재

『비몽사몽: 2007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수록

반격

 거울 53호(2007.01.27) 게재

『눈 늑대: 2008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수록

2009

불의 춤

『타로카드 22제: 환상문학웹진 거울 타로카드 단편선』 수록

2010

다르마의 잔상

 거울 87호(2010.08.28) 게재

『그림자 용: 2011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수록



■ 다시 쓰는 시리즈

발표년도

제  목

비  고

1998

다시 쓰는 라푼젤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다시 쓰는 인어 공주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다시 쓰는 신데렐라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1999

다시 쓰는 백설 공주

 

2001

다시 쓰는 선녀와 나무꾼

전자책 『노래하는 늪』(북토피아, 2005) 수록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2003

다시 쓰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기적의책, 2013) 수록



■ 나호 이야기Naho Story

순번

작성일

제  목

비  고

제1부

1

1997.11.11

그의 이름은 나호라 한다

단행본 수록(표제작)

2

1997.12.02

황새가 된 나호

 

3

1997.12.25

나호, 흡혈귀를 만나다

 

4

1998.01.11

나호, 드래곤과의 조우

 

5

1998.03.01

나호, 괴짐승들의 어머니

페오 데뷔

6

1998.03.04

페오가 나호를 만났을 때

단행본 수록

7

1998.03.22

청년은 인간이 아니었다

단행본 수록

8

1998.04.28

나호, 귀신을 베다

 

9

1998.05.08

나호, 마지막 키스

 

10

1998.05.10

나호, 아이돌

 

11

1998.05.19

나호, 프리마돈나

 

12

1998.05.30

나호, 암살자

 

13

1998.06.07

페오 돌아가다

단행본 수록

14

1998.06.13

나호 돌아가다 (원제 ‘나호, 종결’)

단행본 수록

제2부

15

1999.03.03

기억의 자장가 (원제 ‘머나먼 여정’)

단행본 수록

16

1999.03.10

신기루

단행본 수록

17

1999.03.26

결핍

 

18

1999.04.27

당신은 기억합니까

 

19

1999.05.04

꿈꾸는 애완물

 

20

1999.06.30

유령

 

21

1999.06.06

검의 주인을 찾아서

 

22

1999.07.25

마지막 비가 내린다

단행본 수록

23

1999.08.16

죽음의 피리

 

24

1999.10.27

진짜와 가짜

 

25

1999.12.23

메리 크리스마스

 

-

2000.**.**

나호, 결(結)

단행본 에필로그로 추가 집필한 단편

(통신 미발표. 제22화의 후일담)

26

2000.07.26

반혼향

 

27

2001.01.29

신의 아이들

 

28

2001.04.20

하메른의 피리

 

29

2001.06.08

사훼 방송국 사건일지 NO. 210608

 

30

2001.12.10

웜(Worm)

 

31

2002.01.08

축제의 등이 꺼진다

 

32

2002.04.27

아득한 한 순간의 저편

 

33

2002.07.01

귀향의 날

 

34

2002.12.19

나호, 감기 대유행

 

35

2002.12.21

나호, 하룻밤의 신부

 

36

2003.01.08

비천족(飛天族)의 숲

 

37

2003.01.17

외전 : 이츠파팔로틀(Ichpapalotl)

나호가 등장하지 않는 외전

38

2003.02.11

진화

 

39

2003.03.31

마지막 비명(碑銘)

 

40

2003.04.28

기우제

 

41

2003.07.02

꿈 사냥

 

42

2003.08.11

식물성 대화

 

43

2003.10.12

깊은 잠

 

제3부

44

2003.10.20

르칸 & 페오 (1) 푸르름의 뒤안길

나호가 등장하지 않는 외전

45

2003.11.06

르칸 & 페오 (2) 시간 여행자의 응접실

나호가 등장하지 않는 외전

46

2004.06.07

주홍빛 달 아래

 

47

2004.07.05

야수가 사는 곳

 

48

2004.08.20

마지막 아리아

 

49

2005.01.22

우주는 누군가의 꿈 (최종 완결)

 



■ 이카, 루즈Ika, Lose (원제 ‘어떤 개인 날’)

발표년도

순번

제  목

비  고

2008

1

어떤 개인 날

단행본 1권 수록(서울문화사, 2008)

2

우렁이 각시

3

봄눈

4

네버랜드의 신부

5

꿈 도둑

6

마지막 경주

단행본 2권 수록(서울문화사, 2008)

7

운명의 서판

8

야수의 시간

9

선녀가 내리는 밤

2009

10

강남 제비전

단행본 3권 수록(서울문화사, 2009)

11

잠들 수 없는 미녀

12

러브 혹은 사랑

13

진실의 거울

2010

14

국화는 술과 함께 핀다

웹진 「거울」 연재, 단행본 미출간

(./index.php?mid=novel2&category=62519)

15

왕자가 필요해

16

피노키오의 행방불명

17

양배추의 비밀

18

팥쥐의 이름으로

19

피리소리 위를 걷다

20

어둠은 빛의 부재

21

불의 심장

22

망자가 만든 길

23

천공의 성

2011

24

종막을 향해 달려가는 빛(완결)



■ 장편 소설

발표년도

제  목

비   고

2002

12개의 문

미출간(통신에만 발표)

2003

열 번째 세계

 (원제 ‘열 번째 세계 이야기’)

제2회 황금 드래곤 문학상 가작

전 2권(황금가지, 2004)

신의 정원

한국 판타지 문학상 출품(본선 진출)

미출간(통신에만 발표)

 ※동명 단편과 내용상 무관

2004

토프(TOP)

미출간(통신에만 발표)

2009

여우와 둔갑설계도

전 1권(서울문화사, 2009)

2009년 여름 J노블 단권 페어 하일라이트 3탄

2010

용선 파미르 : 이름도둑

월간 『판타스틱』(시공사) 게재

 ※제22호(2010. 1월) ~ 제24호(2010. 3월)

이후 웹진 「판타스틱」에서 온라인 연재중




부록 2 : 참고링크 (2013년 9월 13일 기준)


■ 작가 공식 홈페이지

  http://redfish.pe.kr/

■ 거울 연재 게시판 : 이카, 루즈(완결)

  http://mirror.pe.kr/index.php?mid=novel2&category=62519

■ 거울 연재 게시판 : 단편작품

  http://mirror.pe.kr/index.php?mid=novel1&category=29504

■ 용선 파미르(연재 중) 

  http://cafe.naver.com/ArticleList.nhn?search.clubid=20510740&search.menuid=72

■ 그의 이름은 나호라 한다 [서지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540

■ 한동진의 나호 감상 (‘나호 제2부’의 탄생비화 포함)

  http://djhan.ddanzimovie.com/entry/그의-이름은-나호라-한다-김주영

 

■ 열 번째 세계 1 [서지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330

■ 열 번째 세계 2 [서지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327

■ 이카, 루즈 1 [서지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676529

■ 이카, 루즈 2 [서지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923745

■ 이카, 루즈 3 [서지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5993742

■ 여우와 둔갑설계도 [서지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078493

■ 노래하는 늪 [서지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14337

■ 보름달 징크스 [서지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285154

■ 보름달 징크스 [보도자료]

  http://miraclebooks.kr/122

■ 거울 기획 : 赤漁님과의 대담

  http://mirror.pe.kr/index.php?mid=webzine6&page=10&document_srl=28371

■ 웹진 판타스틱 : 김주영 전혜진 작가 대담

  http://cafe.naver.com/nfantastique/3205



1) 이런 식으로 작품 종반에 가서야 주인공의 과거를 밝히는 구성은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 『칠색잉꼬七色いんこ』(1981~1982)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의 파트너 격인 캐릭터가 그 감춰진 과거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나, 열린 결말로 끝난다는 점도 비슷하다.


2) psychomyth : 르 귄 본인이 작가생활 중반 이후에 발표한 일련의 초현실주의적 작품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물건들」, 「땅속의 별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등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심리 신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역사나 시간대가 아닌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며, 그곳에서 사는 생명체는 불사라는 개념에 호소하지 않아도 시공간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환상 소설과 공통점이 있다.” - 『바람의 열두 방향』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시공사, 2004) p.12


3) 이영도의 심사평에서도 글머리에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4) 원조는 필립 K. 딕의 소설 『기억을 도매가로 팝니다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1966)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영화 <토탈 리콜>(1990)의 원작으로 유명하며, 테라사와 부이치의  만화 『우주해적 코브라コブラ』(1978~2006)의 도입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5) 자세한 내용은 월간 『판타스틱』 2010년 3월호에 수록된 ‘두루뭉술한 라이트노벨 작업 경험기’ 참조. (http://cafe.naver.com/nfantastique/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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