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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6주년 기념 작가문답 - 거울 작가들이 답했다

기획 : 진아
문항 작성 및 정리 : 자하

 73호는 거울이 6돌을 맞는 호입니다.
 이제까지 매년 거울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창간을, 그때까지 버텨왔음을 자축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하는 여러 이벤트를 준비했었습니다. 특집호로 각 장르의 글을 준비하기도 하고, 거울과 인연을 맺고 있는 사이트, 출판사의 축하 인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거울이 준비한 것 중 첫째는, 작가로서 자신의 여정과 계획을 돌아볼 수 있는 설문조사입니다. 글 외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조용한 거울의 작가 15분이 침묵을 깨고 가혹한 설문 조사에 응해주셨습니다. 그동안도 거울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일부 작가 분들의 작품 세계와 지금까지의 여정, 계획들을 알아보았습니다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래 설문 문항은 원래 70호에 실린 날개 님, 아밀 님, 임태운 님의 인터뷰 사전 조사를 위해 기획된 것으로, 당시에도 “너무 어렵다”, “무섭다”는 반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더 다양한 답들이 나오면서,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는 유익한 기회였다는 평 또한 받았습니다. 이에 다른 작가들의 답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고, 6주년을 맞아 그때의 바람이 실현되었습니다.

 작품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거울 작가들의 문답을 즐겨주세요.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묵직하고 예스러운 긴장감과 빛나는 재치, 극단을 오가는 팔색조
대표작: {나하의 거울}, {우주화}, {지구에 돌아오다}
가는 달이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고등학교 때. 유니텔의 환타지 동호회에서 주최했던 단편제에서 상을 탔을 때였습니다.(상품이 만원이었죠. 하하핫.) 그걸 통해서 '글을 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곤란하게도,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는 표현이 들어맞을만한 시기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도 제가 작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으어어.)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예전에는 유니텔과 하이텔의 단편란. 현재는 거울. …… 발표할 공간, 솔직히 없잖아요. 선택의 여지가 있으면 좋겠어요! 고, 고를 능력도 있었으면 좋겠어!!
물론 그 전에 글을 써야죠(소심).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모릅니다. '진짜?'라고 되묻겠죠. 과연 커밍아웃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썼다는 게 중요한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모든 독자가 다 무섭습니다. 사랑하는 독자는 '재미있었다'고 말해준 모든 분들.
큰 힘이 되는 독자는 두터운 친분(공식적인 말투로 하려니 어려워?!)을 자랑(?!?!)하는 작가 언니들(거울 필진 목록에서도 찾아보실수 있습니다?!?). 독자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빛과 양식입니다(??!?!?).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위에서 언급한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작가 언니들. 인터넷 용어로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그 언니들이 글을 쓰길래 더 친해지고 싶어서 따라서 글 썼습니다. 넵. 몇년 간 글을 거의 못썼지만 일단 쓰게 된다면 일순위 독자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 낯간지러워서 못하겠어요(어이, 용어 선택이 잘못됐어. 그런 때는 낯간지러운게 아니라 낯뜨겁다고 해야 하는 거야----). 살려주세요.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어슐러 르 귄 할머니. 이런저런 거 다 써본 후에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창작욕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예요.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소설>>>>>>>>>>>>>>>>>>>>>>>>>>>>>>>영화, 만화.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어. 사학 전공인데 학교 다니면서 거짓말 하나도 안하고 공부를 하나도 안해서 도움이 하나도 안되었습니다……………………. 다른 것을 전공할 수 있다면 배땡땡님과 S이리얼님이 전공하셨다는 정치외교관련. 전공하는 것만으로도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쓰고 싶은 글: 꽉꽉 차고 재미 있는 글.
잘 쓸 수 있는 것: 재미 없는 거. 의미 없는 거.
추정 거리: 삼천만 광년. 실제 거리: 종이 한 장 두께.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 이거 뭐야, 몰라, 무서워. 질문이 너무 어려워요.
아직은 특징이나 그런 거 생각해보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다른 사람들이 잡아내주겠죠.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몇 년 전에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작가 언니들과 함께 했던 단편 모임.
글을 쓸 수 있을 거 같다, 가 글을 쓸 수 있다, 가 되었습니다. 좋은 변화죠, 네. 달리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언제나 '나'가 문제예요, '나'가. 글 안쓰고 딴짓거리하고, 스스로 한계긋고, 좌절하고, 다 내가 하는 짓이잖아요. 범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덕분에 좌절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길게 보려고요. 평생에 걸쳐서 넘어야죠.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일단, 올해는 글을 다시 쓰기로 마음 먹었으니 글을 씁니다. 그리고 주위에 민폐 끼치지 않고, 하고 싶은거 하면서 놀고, 하기 싫은 건 재미 붙여보면서 살다가 죽습니다.
아, 아름다운 인생이었다(흡족).




그림으로 그린 듯한 이야기와 차분한 감성, 선이 있는 작가
대표작: 장편 [Alpha], 공동창작 프로젝트 ILN의 [공작가 이야기], 연작 단편 [아홉 개의 붓 이야기]
갈원경이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초등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썼던 동화를 담임 선생님이 무척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고 아버지에게 말씀 드렸더니 아버지가 허허 웃으셨던 건 기억한다. 조금씩 자라면서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글을 쓸 수 있는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철 들고 나서는 '외딴방' 을 읽고 나서, 이 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위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하이텔에 처음 가입했을 때, 1994년 말 무렵이었던 듯.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에서 장편을 잠시 연재했었다. 하지만 이 때는 개인적으로 좀 일이 있어서 금방 그만두었고, 1996년에 다시 장편을 연재하면서 온라인에 공개를 시작했다.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하이텔VT, 환타지 동호회. 잠시 나우누리에 연재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주로 발을 디디고 있다고 생각한 곳은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였다. 글을 발표하기 위해서 그 곳을 골랐던 것이 아니라 당시에 속해 있었던 곳이 그 곳이어서 거기에 글을 쓴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인터넷에 홈페지를 만들고 나서는 하이텔과 함께 개인 홈페이지에 주로 글을 올렸다. 커뮤니티나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건 아직도 많이 낯설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광장 한복판에 대자보를 붙이는 기분이다.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글들은 아무래도 홈페이지에 찾아온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서 좀 더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기분이 든다.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대부분은 모른다. 알면서도 말 안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아마 대외적인 직업이나 사회적인 면모와 연결이 안 되어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 중에는 개인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소설을 읽고 나서는 연락을 끊어버린 경우도 있다. 생각했던 이미지와 너무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그 외에도 내 쪽에서 글을 쓰는 걸 먼저 밝히지 않아서인지, 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책이 출판되거나 하면 조금 달라질 지도 모르지만.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4번과 관련해서, '글을 쓰는 것을 알고 만난 인터넷의 지인' 들을 제외하면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 글을 쓰는 걸 이미 아는 인터넷의 지인들로부터는 대체적으로 '안 팔릴 글' 이라든가 '잔잔한 글' 이란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특정한 1인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떠나지 않고 보아 주는 독자가 가장 고맙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돌연 감상을 들어도 정말 큰 힘이 된다. 거울을 포함해서 글에 대한 감상을 들을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누군가가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매우 기쁘다. 누군가가 읽고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물론 오랜 지인들, 글을 쓰는 걸 알고 만났고 함께 글을 써온 사람들도.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적어赤魚. 외에도 몇 명 더 있지만, 지금 가장 자극제가 되는 작가다. 오프라인에서도 가끔 만나서 이야기도 하게 되는데, 글쓰는 자세라든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항상 열심히 쓰고 있기 때문에 느릿느릿한 나에겐 채찍질같은 존재. 글에 대해 욕심이 많고, 늘 목말라하는 걸 보면 나 자신을 많이 되돌아보게 된다.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신경숙님. 난 이 분의 기사만 봐도 가슴이 막막하다. 20살의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내가 이 분의 글을 읽고 느꼈던 그 감정을 누군가 단 한사람에게라도 느끼게 할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느낀다. 닿고 싶은 사람이고, 만나서 울고 싶은 사람이다. 읽기 전에는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기 때문에, 신작이 나와도 때로는 읽을 용기를 낼 때까지 시간이 걸릴 정도다. 무척 존경하고, 동경하고 있다.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소설, 음악, 만화.
소설은 너무 영향력이 커서, 글을 쓰는 중에는 되도록 안 읽으려는 편이다. 예전에 잠시 움베르토 에코에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가볍게 썼던 단편이 평소의 내 글과 전혀 다르고 아무리 봐도 에코의 문장을 가져온 것 같아서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 때가 한참 다른 사람 문장에 물들기 쉬운 시절이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소설을 읽고 나면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받는다.  
음악은 글을 쓸 때 항상 틀어 둔다. 현악곡 위주의 경음악을 좋아하는데, 가끔은 가사 때문에 듣는 곡들도 있다. 특정 글을 쓸 때는 특정 장르의 음악을 듣는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붓 이야기' 연작은 첼로 협주곡 위주를 듣고 'Alpha'는 교향곡 위주로 틀어 놓는다. 예전에는 뮤지컬 음악을 들으면서 쓴 장편도 있었다. 때로는 노래 가사나 가수의 음색 때문에 글을 쓰고 싶어지거나 글을 쓰는 동안 계속 듣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상은(리채), 이소라, 한영애, 산울림, 자우림 같은 가수들이 주로 그렇다. 일본 가수 중에는 사카모토 마아야, 시이나 링고 등을 자주 듣는다.
만화는 특정 작가에 한정되지만, 이마 이치코, TONO, 유시진, 김진 등의 작가의 만화가 쉽게 동화되는 것 같다. 글이 정말 안 써질 때 만화를 미친 듯이 읽을 때도 있지만 만화를 읽다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바람의 나라'와 '마니' '폐쇄자' '더스크 스토리' '외딴 섬의 아가씨' 등등은 지금도 읽을 때마다 이거 읽고 나서 xx를 썼었지 하고 생각하곤 한다.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전공은 수학교육, 국문학, 법학. 한 번 시작하면 잘 안 그만두는 타입인지 아니면 여러 우물을 파는 타입인지 모르겠지만, 대학은 두 번 다니고 전공은 세 개다.
  수학교육을 전공하면서 교육학을 포함해서 여러 인문사회과목을 접할 기회가 많아서, 직접적으로 수학교육에서 영향을 받은 건 아니지만 글쓰기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수학교육과 국문학은 같은 시기에 공부했었는데, 국문학 중에서는 비평문학을 공부하게 된 게 가장 좋았던 듯. 국문학 안에서는 고전문학과 음성학쪽으로 많이 편중되어서 창작론 쪽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공부하는 동안 닥치는 대로 읽어댄 문학 이론서들은 꽤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법학을 하면서는 여러 가지 사건 사례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서 좋았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특히 법 사례와 연관될 일이 많아서, 의외로 글 쓰면서 가장 많이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건 법학 전공이다.
  유학하면서 일본 근현대사와 일본 현대문학을 조금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쪽 분야도 공부를 더 해 보고 싶다. 그리고 상담, 심리쪽은 직업 때문이기도 하고 글을 위해서라도 공부하고 싶은 분야다.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지만, 글을 쓰고 나면 사람들이 다 잔잔하다고 한다. 재미있다는 소리는 거의 못 들어봐서, 백만광년쯤 거리가 있는 게 아닐까 종종 생각한다. 내가 가장 편한 호흡으로 글을 쓰면 사람들에겐 잔잔하게 읽히는 것 같다.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잔잔하다. (한 줄이 아니라 한 단어다.)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예전의 데카메론 프로젝트와 지금 진행중인 ILN. ILN은 아직 종료되지 않아서 완전하게 판단을 내리기가 조금 힘들지만.
  원래 글을 완전히 마이페이스로 쓰는 타입이어서 데카메론 프로젝트의 '한달에 한 편 단편 쓰기'는 엄청나게 자극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마감에 쫓긴다는 기분이었는데 지금까지 그만큼 단편을 써낸 시기도 없고, 지금 보면 아 이런 생각으로 이런 글을 이 때 썼구나 싶은 글이 많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소재로 어떻게 글을 쓰는지 볼 수도 있었고, 나 자신이 어떤 호흡으로 글을 쓸 때 가장 편한지도 그 때 알게 되었다. 단지 아쉬운 건 이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 버렸다는 것일까. 매번 모두가 마감을 지킨 건 아니어서 참가자들의 글을 보다 많이 접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그리고 마감을 지키는 데 급급해서 졸작을 올린 경우가 많아서 좋은 기회를 낭비한 것 같은 후회도 많이 한다. 그래도 많이 쓰고 많이 버리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ILN은 다른 사람들의 글쓰기 '방식'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머리 속에서 도식을 만들고 체계를 짜고 글을 쓰는 타입이어서 플롯은 간단한 얼개만 짜 두는 경우가 많고 글이 완성되고 나면 보통은 사포질을 열심히 하는 타입인데, 다른 사람들은 치밀하게 플롯을 짜고 문서화 하고 거기다 살을 붙여가면서 글을 쓰는 타입도 있었다. 프로젝트를 같이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이다. 글쓰기 자체가 공동작업을 요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같은 세계 안에서 캐릭터가 서로 얽혀가는 글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1.5기에서는 어떻게 또 영향을 받게 될지 기대중이다.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벽을 넘었다, 고 생각했던 시점은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수없이 글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고 또 그 결심을 무너뜨리는 것의 연속이었다. 감히 전업작가를 꿈꿀 정도의 그릇이 아니어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글을 쓰면 된다고 생각해 왔는데, 일 때문에 글을 전혀 쓸 수 없을 때는 자괴감도 느껴진다.
  27살에 등단하지 못하면 글을 접겠다, 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었다. 27살은 신경숙님이 등단한 나이로, 그 때 좋아하던 작가들 가운데 가장 늦게 등단한 경우가 신경숙 님이셔서 마음속의 한계선으로 생각했던 나이다. 벌써 저 나이는 한참 전에 넘겼고, 작가 이력 대부분을 보면 등단은 거의 20대다. 지금은 기왕 늦었는데 조금 빠르든 늦든, 하는 마음이 반 정도. 나머지 반은 결국 글은 취미로만 쓰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  
  각종 공모에 떨어질 때마다 이제 진짜 글 접자고 결심은 엄청나게 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글을 공모에 내서 뭐하랴 싶은 생각이 더 강해졌다. 최대한 노력해서 글을 쓰고, 그리고 나오는 결과가 내 한계일 거라고 생각한다. 한계점을 또 더 노력해서 극복한다면 언젠가는 만족스러운 글이 나오지 않을까.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올해도 도전하고 싶은 공모가 있어서 글을 쓰려고 구상 중이다. 마감까지 제대로 어느 정도 만족할 글이 나오지 않으면 내지 않을 생각이지만, 일단은 열심히 구상 중(장편). 그리고 일본어로 단편을 하나 생각하고 있다. 가을에 일본의 지인에게 읽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다. 현재 거울에 연재하고 있는 Alpha를 올해 안에 끝내고 싶고, ILN의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연내에 붓 이야기 연작을 최소한 하나는 더 쓰고 싶다.
  아버지가 오십년 이상 글을 써 오셨는데, 퇴임하시고 나서 자비출판을 하셨다. 나는 무척 즐겁고 행복하게 읽었지만 대부분의 자비출판이 그렇듯이 별로 알려지지 못했다. 아버지가 책을 내신 직후에 아버지 책과 동명의 책이 나와서 베스트셀러에 들어갔는데, 참 묘한 기분이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부모님께 내 책을 드리는 게 인생의 목표다. 부모님이 내 딸이 쓴 책이라고 자랑하실 수 있는 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아직 내가 소설을 쓰고 있는 걸 모르신다. (혹은 알면서 모른척 하고 계시는 걸 수도 있다.) 이런 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여태까지 계속 써 왔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회과학적 상상력과 유쾌한 풍자, 노력과 감각이 공존하는 작가
대표작: 연작 단편집 [타워], 단편 {조개를 읽어요}, {마탄강 전투}, {초록연필}, {스윙바이},{누군가를 만났어}
배명훈이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언제부터였는지도 알 수 없다. 그냥 어느날부터인가 쓰고 있었다. 계기도 알 수 없다.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군대 있을 때. 한 6년쯤 된 것 같다.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처음에는 발표 공간이 없었고 주변 사람들 열 명 정도에게 개인적으로 배포했음. 거울에 들어온 후로는 거울이나 판타스틱, 단편집 등. 잡지(판타스틱)에 실린 글은 그 달이 지나면 반응을 전혀 얻을 수 없음. 거울에 실린 글은 반응이 오든 안 오든 누군가 계속해서 읽게 됨. 단편집에 실릴 경우, 다른 글 사이에 놓이므로 원래 집필 의도와 약간 다르게 읽힘. 환상문학 단편집에 실리면 환상문학으로 읽히고 SF단편집에 실리면 SF로 읽힘.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알고 있음. 처음에는 신기해 하지만 점차 그냥 장난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무관심해짐.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잘 안 읽음. 읽은 사람들은 반응이 괜찮은 편.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늘 제일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 있음. 그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 등 반응을 잘 알기 때문에 재미없는 걸 재미있다고 말해도 절대 속지 않음. 정확한 모니터에 도움이 됨.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있음. 스타일이 크게 달라서 경쟁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저런 스타일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됨.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있음. 최근에 나와 스타일이 아주 유사한 작가를 발견했는데, 내 스타일이 영 이상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돼서 마음이 놓임.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인터넷(위키피디아)
- TV
- 책(비소설)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국제정치학.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는데, 사람들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함. 내 전공은 다루는 대상이 너무 커서 결국 일상적인 것을 통해서 세계 전체를 이야기하는 방법을 연습하지 않을 도리가 없음. 전쟁사를 공부한 것이 특히 크게 도움이 됨.
다시 다른 걸 전공하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함. 필요하면 그냥 공부하면 됨.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추리소설의 치밀한 구성이나 템포를 구사하고 싶다고 생각한지가 한참이 됐는데 아직 그쪽은 연습이 덜 됐음. 작가란 결국 어떤 종류의 글이든 잘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아직은 뭘 잘할 수 있는지보다는 뭐가 모자란지 찾아서 보강하는 단계.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다양한 시도.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올해 나오는 두 권의 책. 내년에는 뭘 해서 돈을 벌지 알 수 없으나, 이 두 권 때문에 외적 환경이 완전히 달라질 것은 분명함.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글짓기(동시) 대표선수였는데, 지도하시는 선생님이 입상만 할 수 있다면 뭔가를 베껴도 좋다는 정신상태를 가진 분이셨음. 그분 덕에 한글을 배운 이후 처음으로 절필했음. 그때 계속 썼으면 시인이 됐을지도 모름. 처음에는 원망했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쪽으로 안 가길 다행. 시간이 약! 다시 뭔가 끄적일 때까지 한 3년 걸렸음.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한 해에 한 편씩 장편을 쓸 생각. 50대부터 폼나게, 편하게 먹고 살 계획.




섬뜩한 집착과 처연한 감성, 어둠의 작가
대표작: 중편 {호(狐)}, 단편 {아이를 안고 있었다}, {죽은 팔}
보라가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97-98년경입니다. 돈이 너무 없어서 원고료에 눈이 멀어서 글을 썼습니다. (…)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98년입니다.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처음 발표한 곳은 학교 신문입니다. 그냥 가장 가깝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라서 선택했습니다.
발표를 많이 안 해 봐서 잘 모르겠지만 거울에 글 보낼 때는 인쇄매체보다 분량이 좀 더 신경 쓰입니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너무 길면 읽기 힘드니까요.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친한 분들은 대부분 압니다. 처음 알면 좀 신기하다, 특이하다는 반응이지만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무섭다, 특이하다, 쓸쓸하다, 앞뒤가 안 맞는다, 만화책 좀 그만 읽어라 - 라는 평을 들어봤습니다.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동생. 이야기 구성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짚어줍니다. 자기 취향에 맞는다/안 맞는다를 떠나서 구성 자체를 평가해주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모든 글을 읽을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자극이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특정하게 한 명만 말씀드리라면 없다고 해야겠네요.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닮고 싶은 작가들: 환상문학과는 거리가 멀지만 채만식. 글이 정말 재미있고 문장이 맛이 있습니다.
폴란드 작가 브루노 야셴스키. 언제나 하려는 이야기가 분명하고, 삼류로 보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할 얘기는 끝까지 다 합니다.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영상매체 (영화, 드라마) - 소설 - 가끔 시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러시아/폴란드 문학 전공했습니다. 한국 정서와는 전혀 다른, 소재와 주제가 특이한 글을 많이 접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국문학을 전공해서 일제 강점기 소설을 공부하겠습니다.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얘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가 결말에 가서 앞뒤가 딱 들어맞는 글을 쓰고 싶은데, 잘 쓰는 글은 줄거리나 이야기 구성보다는 사건 전개로 인한 감정에 치중하는 글이라 둘 사이에 거리가 상당히 있습니다.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포르노: 이야기 자체보다도 그 이야기로 인해서 일어나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글입니다.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믿거나 말거나 거울입니다. 글을 써서 발표할 공간을 주고, 필진 혹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주고, 그래서 저는 글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어딘가에 정기적으로 글을 발표해본 적이 없다 보니 모든 것이 저에게는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인데 신선하고 즐겁습니다.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2003년 가을부터 2006년 여름까지, 현재 다니는 대학원에 처음 들어와서 약 3년간 너무 일에 치여서 매일매일 먹고 사는 걱정 외에는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꼭 의식적으로 극복을 했다기보다 대학원 과정을 마치는 시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겼습니다. 글이 한 번 막혔다고 평생 못 쓰게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으니 마음도 좀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겠네요.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매달 거울 업데이트 할 때마다 적어도 한 편 정도는 꾸준히 써서 올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전혀 알 수 없어서 장기적인 인생 플랜은 장기적으로 보류입니다.




투명한 소녀에서 기품 있는 철의 레이디로, 탐미의 작가
대표작: {병 속에 든 바다}, {키리에}, 공동창작프로젝트 ILN의 [런던 행복론], [그려지지 않은 그림]
아밀이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애매한 게, 저는 굉장히 어릴 때부터 뭔가를 창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여섯 페이지짜리 자작 만화를 그렸으니까… 뭐가 먼저고 뭐가 나중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저는 창작자가 마냥 되고싶었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 안에는 소설 뿐 아니라 만화, 그림,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이 미분화 상태로 들끓고 있었기 때문에, 그 중에 어떤 게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시작점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는 않아요.
다른 무엇도 아닌 ‘소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가지게 된 건 아마 신경숙 작가의 영향일 거예요. <외딴 방>을 처음 읽었을 때, 언어를 가지고 무언가를 직조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참 많이 배웠고, 그 경험이 무척 아름답고 행복했거든요.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초등학교 6학년 때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에 장편을 연재했던 게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못 쓰고 연재 중단을 하긴 했지만요.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한 때는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의 데카메론 프로젝트 소모임에 주로 글을 올렸고, 2004년경부터는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주력해서 발표하고 있지요. 제가 뭔가 소신이 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고요… 애초에 뭘 선택할 수 있을 만큼 국내 문학 시장이 넓지는 않은 것 같아요.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보통 알고 있습니다. 처음 아는 사람이라면 대개 ‘대단하다’거나 ‘멋있다’거나 ‘재능있나보다’ 등속의 말들을 하는 정도인데, 그냥 그렇게 비춰지는구나 싶지요.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일반적인 독자로서의 지인들의 평가는 레어 아이템이라서 잘 들을 수가 없어요(웃음). 그나마 좀 추려보자면 ‘글에도 프릴이 달려있는 것 같다’ ‘굉장히 과잉된 글들인데 그 과잉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철저하고 단단한 의지와 희망이 있어서 좋다’ 같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악평은 숨깁니다~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거울의 기사 필진이자 제 애인인 박가분님. 아름답고 투철한 감식안을 가지고 있기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응원군이랍니다. 후배 E는 철저히 텍스트의 수용자 입장에서 날카롭고 재기있는 감상을 던져주는데 무척 유쾌하면서도 유익하기 그지없는 친구예요.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거울 필진이신 추선비 님. 글을 무척 잘 읽으시고, 문제에 빠져있을 때 적확한 처방을 내려주는 좋은 지음이세요. 스스로도 매력적인 언어를 갖고 계시면서 글에 대한 분명한 주관이 있는 분이시고요. 같이 ILN 프로젝트를 하면서 큰 자극이 되었고, 되고 있습니다.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없습니다.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음악이 절대적이고, 그 다음이 영화입니다.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국어국문학과입니다. 큰 도움이 되었지요. 제가 한국 문학을 하려는데 한국 문학을 모르면 안되니까요. 특히 시와 고전문학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었던 것이 기뻤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철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학부 과정 중에서도 교양은 항상 철학 쪽으로 들었습니다.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질문이 좀 의아한데… 아무튼 제게는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같은 것입니다. 작품마다 매번 달라서 각각 어떤 것이라고 규명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언어와 그 지시에 탐닉하는 여성적 모더니즘 환상소설’이라고 남사스럽게 진단해봅니다.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공동창작 프로젝트 ILN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ILN이 저에게 준 변화는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ILN을 통해 쓸 수 있게 된 작품이 이미 수확이겠고, 무엇보다도 서술적인 능력과 글을 구성하는 솜씨가 현저하게 많이 늘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작품세계와 창작방식을 무척 깊이있게 체감했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생겼고 글을 빨리 많이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작할 때는 분명 이 정도까지의 영향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었지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고독과 자의식 과잉을 떨쳐낼 수 없을 때는 글을 도저히 쓸 수가 없었어요. 팬질과 연애로 극복했습니다(….)는 농담이고, 그냥 폭풍 같던 시기를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다보니 나아가게 되고 그만큼 나이를 먹게 된 것 같아요.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올해는 번역서를 최대한 내고 싶네요. 장기적으로는 미학이나 문학쪽 석박사 학위를 받고 싶고 등단을 하고 싶으며 유럽에서 살고 싶군요. 계획이 아니라 꿈인가 -.-




완벽주의적 감성과 미니멀리즘의 조화, 한없이 날카로운 작가
대표작: {플라스틱 프린세스}, {웨딩 마치}
유서하가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고등학교 시절, 노트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처음으로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쉬는 시간마다―――사실은 가끔 수업 시간에도―――한두 페이지씩 썼고, 친구들은 번갈아 가며 노트를 빌려가 그날 쓰여진 분량을 읽은 뒤 페이지의 위아래 여백에 짧은 감상을, 게시판의 덧글처럼 써 돌려주곤 했습니다. 습작기간에 적극적인 독자들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을 지금도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
계기라면 비슷한 시기에 소설을 쓰는 친구들이 두 명 더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저도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그 친구들의 노트에 덧글을 쓰곤 했습니다. 누구의 소설이 더 재미있는지, 은근한 경쟁심리도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고등학교 시절이라면, 다른 것들을 모두 포기하더라도 꼭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몇 년 뒤입니다.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플라스틱 프린세스}를 인터넷 게시판에 업로드한 2005년 말부터―――이것과 비슷한 질문들에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거울.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떤 독자들을 선택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반소설 독자들을 선택한다면 장르소설 독자들을 포기하게 되고, 장르소설 독자들을 선택한다면 일반소설 독자들을 포기하게 되잖아요. 금 안이건 밖이건 확실히 발을 딛기보다 금을 밟는 소설을 종종 쓰다 보니, 양쪽 모두에게 읽히고 싶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가장 그 고민의 해결책에 가까운 독자들이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거울을 선택했습니다.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제가 소설을 쓴다는 것을 잘 말하지 않습니다. 가끔, 이 사람에게는 이해받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가 있지만 소설을 쓴다고 말한 뒤 대개 후회합니다.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몇 달 전, 왜 항상 무서운 소설만 쓰느냐는 이야기를 후배에게 들은 것이 기억납니다. 다른 사람들도 대개 비슷한 것을 묻곤 합니다. 사람들은 소설 속 화자를 작가 자신으로 여기거나, 소설 속 상황을 작가가 겪은 상황의 재연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 주위 사람들은 제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어두운 소설을 읽으며 불편해하곤 합니다.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플라스틱 프린세스}에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친구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날 가장 예쁜 롤리타 양복을 꺼내 입는 장면이 있습니다(“베이비 더 스타즈 샤인 브라이트Baby, the Stars Shine Bright!”). 한국에서 롤리타 양복을 입는 행동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시선―――그리고 때로는 폭력까지 감수하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에, 롤리타들은 종종 롤리타 양복을 ‘전투복’이라고 부릅니다.
{플라스틱 프린세스} 속, 세계 따위 어찌되든 사랑하는 친구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인공을 롤리타로 설정하며, 세계에 맞서 싸우기 위해 용기내어 롤리타 양복을 꺼내 입는 소설 밖 현실 세계의 누군가가 {플라스틱 프린세스}를 읽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개인 블로그에 업로드한 {플라스틱 프린세스}를 읽은 뒤, 자신의 블로그에 가져가도 되는지를 묻는, 롤리타 양복을 입는 누군가의 덧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한 {플라스틱 프린세스}를, 자신과 마찬가지로 롤리타 양복을 입는 친구들과 함께 읽으며 덧글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그 덧글들을 읽으며 저는 가장 이해받고 싶었던 누군가에게 이해받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해받고 싶었던 것은,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설령 어느 한순간 당신을 이해했다고 믿더라도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겠지만―――그래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는 것이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워서 그러는데, 그러니까 둘이 서로 사랑했던 거야?”라고 묻는 친구에게 “사랑한 거겠지. 이런 사랑도 있다고 생각해”라고 대답하는 그녀의 덧글을 읽으며, 저는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미로냥 님. 삶을, 마치 고기 썰듯 썰어 그 시뻘건 단면을 눈앞에 들이미는 것 같은 단편소설을 종종 써 게시판에 새로 업로드된 글을 무심코 읽던 저를 소스라치게 합니다.
amrita 님. 단어 하나조차도 결코 다른 단어로 대체될 수 없는, ‘완성된’ 소설을 쓰는 몇 안 되는 소설가라고 생각합니다.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몇 달 전, 거울 기획 꼭지 인터뷰 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꼽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지금도 하이스미스와 그녀의 단편소설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소설이나 소설가가 자주 바뀌는 저로서는 그다지 많지 않은 일인데도 말이예요.
롤 모델을 만들지 않겠다는 결심 이후 저는 어떤 작가도 ‘닮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혹은 ‘닮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하이스미스를, 설령 제가 닮고 싶다 해도 닮을 수 없는 작가라고 여깁니다. 어떤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제가 열 개의 단어들을 사용해야 한다면, 하이스미스는 한 개의 단어만을 사용하곤 합니다. 제가 감정을 독자의 눈앞에 들이댄다면, 하이스미스는 감정을 독자의 눈앞보다 약간 먼 곳에 툭, 떨어뜨려 독자로 하여금 눈을 비비고서라도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게 합니다.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영화. 김영하가 필름2.0과 했던 인터뷰에 의하면 “문학인들이 모여 술을 마시면 소설 얘기, 시 얘기 안 하고 줄창 영화 얘기만 하지만 영화인들은 술 마시면서 문학 얘기 안 한다”고 합니다. 영화가 지금 이 순간 가장 지배적인 매체라는 이야기예요. 특히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경험한 저와 같은 세대의 소설가 지망생들이라면 영화의 영향을 받지 않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스 폰 트리어의 영화를 꼭 챙겨보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영화감독 트리어의 영화’보다, ‘영화감독 트리어’에게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도그빌]보다, [도그빌]이라는 영화를 연출하는 동안 가엾은 배우들을 들들 볶는 감독, 그래서 배우들을 화나게 하거나 울게 하는 감독, 그러나 그러면서도 배우들에게 ‘(인간적으로 정말 재수없지만) 영화감독으로서의 능력 때문에 꾹 참으며 카메라 앞에 다시 서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감독 트리어가 더 재미있습니다.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시각디자인과(모교의 정식 학과명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전혀 다른 분야이다 보니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굳이 꼽자면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9번 질문에 라스 폰 트리어에 대한 호기심을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공부하며 가장 호기심을 가졌던 사람은 해체주의 타이포그래퍼 데이비드 카슨입니다. 21세기에 “디자인은 예술”이라고 주장하는―――그리고 디자인은 소통을 중요시하므로 예술이 아니지 않느냐는 평론가들에게 “나는 당신들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예술은 소통하지 않는다는 말인가?”라고 되묻는―――사람에게 호기심을 갖지 않을 디자이너 지망생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분야에서건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은 소설 속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종종 소설 속 캐릭터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다른 전공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같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 기분으로는 연극영화과?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독자가 미처 몰랐던 것을 말해주는―――혹은 모른다고 믿고 싶었던 것을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해주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것에 못 미치는 소설을 쓰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다다르고 싶은 곳에 아직 다다르지 못했다는 괴로움에 대해 블로그에 쓴 적이 있습니다. 이 밑에 붙여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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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쥔 주먹 안을 놀리듯 빠져나가는―――결코 잡히지 않는 첫 번째 문장. 나는 방금 이 문장 앞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라는 안이한 관용어구를 백스페이스 키를 신경질적으로 몇 번 눌러 지웠는데, 왜냐하면 첫 번째 문장에 대한 스트레스로 지난 한 달 동안 내 열 손톱들은 주먹을 쥐어도 손바닥에 자국이 남지 않을 만큼 짧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엄지손톱 아래 무른 살 가장자리에서 피가 배어나올 때쯤에야 정신을 차리고는, 아무렇게나 물어뜯어 마치 부러진 나무토막처럼 결마다 가시가 드러난 손톱을 손톱깎이로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깎기 전에 스친 듯, 팔 안쪽에 손톱이 스친 자국이 길게 일어나 있었다.

나는 언젠가 나의 첫 번째 문장이, 앞니로 잘근거리다 만 손톱이 무심코 스치고 지나간 살갗 안쪽처럼, 내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독자의 영혼에 깊은 생채기를 낼 수 있기를 욕망한다. 그 뒤를 잇는 문장들이 그를 감염시켜 그가 평생 알지 못할 수도 있었던 열병을 앓게 하도록.
아마 그는 내 얼굴에 침을 뱉을 것이다. 내 멱살을 잡을 것이다. 바싹 타들어간 입술을 내 귀에 가까이 대 그에게 열병을 옮긴 나를 저주하는 말을 속삭일 것이다. 오, 나는 그가 씹어뱉듯 읊조리는 욕설들을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들어야 하리라.
언젠가는 그럴 수 있길.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나의 문장들은 누군가를 감염시킬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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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불편함.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거울. 서로의 창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느슨한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거울 웹사이트 리뉴얼 작업을 맡게 되면서 포트폴리오의 웹 관련 카테고리에 거울 웹사이트를 추가할 수 있었던 것은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고, 실제로 디자이너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된 것에 대해 거울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듀나게시판에서 릴레이 소설을 쓰며 놀 때, ‘커리어의 정체는 예술가로서의 죽음과 같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삼십 대 남자 캐릭터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는 제가 맡은 분량의 소설 속에서, 더 이상 더 나은 영화를 연출하지 못하는 영화감독을 살해합니다.
그의 생각은 제가 가진 강박이기도 합니다. 오래 된 강박이지만 아직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올해의 계획이라면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경장편소설 두 편, 단편소설 한 편을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끝낼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 정도. 장기적으로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로맨스와 비극, 고색창연한 판타지의 전통을 잇는 작가
대표작: 장편 [엣센지아], 단편 {용의 비늘}, {붉은 심판}
자하가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중학교 때 너무 좋아하는 영화가 있었는데, 이 영화를 소설화하면서 처음 습작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고등학교에서 노트에 소설을 쓰면서 나름 학교 내에서는 스타 작가(…)가 되었는데, 이때까지도 만화화할 생각으로 스토리를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화가가 아닌 작가를 생각한 건 98년에 PC 통신을 처음 접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98년부터 고등학교 때 완성했던 장편소설 [엣센지아]를 개작해서 통신에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예전에는 하이텔 환동과 4대 통신 판타지 문학란. 퍼다 나르는 게 귀찮고, 퍼다 날라도 감상이 딱히 많이 안 들어와서 하이텔 환동에 주력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비슷하게 거울에만 주력하고 있는데, 그때만큼 글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 혜택(?)을 못 누리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만 하면 애정 어리고 깊은 비평을 받을 수 있는 곳인데 말이죠. 다른 데는 가보지 않았습니다.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대체로 압니다. 주위에 대체로 소설은 아니지만 공부를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 보니, 처음 알면 관심을 가지거나 멋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많아서 으쓱합니다. 대신 "책은 언제 나와?"라고 물으면 답할 말이 없어서 좌절…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성별이 여자인 일반인 친구들은 제 글을 무척 좋아합니다. 슬프고 감동적이래요.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군요. …)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첫 번째로는 엄마. 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는데, 제가 아는 한 가장 신랄하고 정확한 독자이고, 게다가 저 보고 글이 재미없다고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인정받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소수로 모여서 함께 단편을 썼던 멤버들.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애정을 가져서 힘이 됩니다.
   세 번째로는 [엣센지아]를 연재할 때 감상과 비평을 써주거나 팬레터를 주었던 분들. 그때의 힘으로 버틴 날이 많습니다.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거울의 작가들 모두. 동반자, 경쟁자, 자극제, 휴식처, 비평자, 모든 요건을 충족합니다.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진산 님의 [가스라기]와 어슐러 르귄의 [보이스]를 보면서, 완전히 똑같진 않겠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먼저 그려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 문장 하나하나를 짜맞추는 방식은 많이 다르지만 기저에 있는 세계관이 비슷한 것 같아요. 또는 취향이?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책 (소설과 비소설의 영향은 반반) > 음악 >>>게임 > 영화, 드라마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서양사학과 영문학. 둘 다 깊이 파고들지 못했지만 정신적인 토양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소재와 재료라는 면, 논문을 쓰면서 자료수집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제2의 전공이라고 할 만큼 열심히 배웠던 건 종교학과였는데, 소재의 대부분을 신화와 종교에 빚지고 있을 만큼 영향이 큽니다.
   다시 학교를 다닌다면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결국 모든 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생명력이 있는 강렬한 글을 쓰고 싶은데, 그보다 좀 더 심심하고 매끈매끈하고 진부한 글만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괴로워합니다. 거리가 있다 정도가 아니라 정반대 방향이라서, 가질 수 없는 것이라서 더 탐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입니다.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예전에 절영님이 "색감이 멋진 자하" 라고 해주신 걸 감사하게 들었습니다.
   스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언제까지 전통 판타지를 못 벗어날 텐가?"
   갖고 싶은 특징이라면 경계의 끝을 걷는 작가?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앞에서 밝혔던 단편 모임. 예전에 썼던 글들이 대부분 그 모임을 통해 생산된 글이었습니다.
   거울. 7번 문항과 같은 이유로 그렇습니다.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세 번의 잠수기가 있었는데 각각 원인이 연애, 취직, 우울증이었습니다. 대체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아서, 그리고 결과는 어쨌든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잠수기는 또 와도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일 심각하게 생각했던 건 "이제껏 세상에 없었던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쓰레기를 더 늘려서 뭐 하지?"라는 자기검열이었는데, 인정을 못 받고 못 팔아도 나를 위해서 쓰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올해의 계획은 계약한 장편 하나를 마치고 무사히 출간하는 것, 그리고 그 외에 공모전에 한 번이라도 응모해보는 것입니다. 인생 목표는 "갈수록 바빠지는 작가"가 되는 것. 그걸 위해서 올해는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몸을 다지고 있기도 합니다.




섬세하고 가녀린 철필로 그려내는 이야기, 감성의 작가
대표작: 장편 [Otrodias], [소녀, 내달리다], 단편 {도넛}, {판타스틱 입맞춤}, {판타지는 없다}
정대영이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언가 재미있는 글을 읽은 이후라고 생각해요. 작가-라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계기는, 재미로 글을 쓰다가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네요. 그다지 거창하지도, 그다지 사소하지도 않은, 그냥 그러고 싶다는 막연한 어느 순간에.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그러니까 십여 년 정도 전부터네요.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 그 다음은 워터가이드, 그 다음은 거울… 이 정도네요. 여기저기 퍼진 글도 좀 있기는 하지만, 제가 스스로 글을 발표한다-라는 행위를 하는 곳은 여태껏 세 군데 정도네요. 워터가이드는 필진 해보겠냐는 권유를 받아서, 거울에는 장편 원고 써보겠냐는 권유를 받아서… 특징은 잘 모르겠어요. 이력서 여기 저기 넣다가 붙은 데 들어앉은 느낌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애착이 없는 건 아니고요.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요즘에는 사정이 있어서 어지간하면 말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좀 말하고 다닐 때는 신기하게 여기는 것 같더군요.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고마운 평가도 있었고, 혹독한 평가도 있었고… 평가라는 게 다 그렇지요.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나 당신 글 읽고 있어요.’라는 한 마디. 그 한 마디가 거지 같았던 하루를 다 잊게 해주지요. 설사 이삼 년 전에 달린 댓글이라 하더라도.
무엇이 도움이 되는가……. 그냥 거기 있다는 사실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은 도대체 왜 내 글을 읽을까?’ 라는 의문을 품고 산다는 거- 저에게는 참 많은 도움이 됩니다.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자극제라. 전 누군가 술 먹고 휘갈긴 겉멋 든 문장 하나에도 깊이 질투하는 사람입니다. 전 술 먹어도 그런 문장 하나 못 쓰거든요. 그냥 다 질투나요. 공중 화장실 낙서에 불 같이 질투한 적도 있어요. 무슨 문장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담백하게도, 존경하는 작가는 많아도 닮고 싶다거나 하는 작가는 없네요.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시각>청각>미각>후각.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경영,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도움을 주고 있거나, 혹은 나중에 줄지도 모르지요. 요즘 경험으로 말하지만- 배워두면 다 나중에 쓸모가 있다는 말, 거짓말이 아닌 것 같네요.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두 가지, ‘천문학’ 그리고 ‘건축학’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질문에 바로 답이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글쎄,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이 질문의 대답을 했다가는 뭔가 위험할 것 같다는 예감에 무의식이 막고 있거나… 그런 것 같네요. 패스합니다.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그래서?’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없어요. 사람은 근본적으로 변하기 힘든 생물이라고 생각해요. 몇 번이고 피눈물을 흘려 놓고도, 게으름- 그거 하나 제대로 고치지 못했는데, 뭐 대단한 변화가 있었겠어요. 그냥 기상 시간, 취침 시간이 좀 바뀌는 정도겠지요. 회사 적응 하느라 피곤해서 좀 일찍 자는 정도네요, 요즘은.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 솔직하게 뒤돌아보면 인생이 힘들었던 적은 있어도, 순수하게 글이 써지지 않고 어쩌고- 그런 예술가 같은 경우는 없었던 것 같네요. 인생 뭐 같은데 왜 글까지 이렇게 개떡같이 써지나… 뭐 그런 정도. 그냥, 시간이 답이지요. 그리고 여유 있으면 마음도 굳게 먹고.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 요즘은 계획 세우는 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네요. 그냥 바람이 있다면, ‘이번 거 내 취향이더라.’ 한 마디 듣는 게 목표입니다. 전 재미있었다는 말보다는 취향에 맞더라는 표현이 더 좋아요. 제 글이 날아간 궤적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현실과 환상의 뒤틀린 만남에서 섬세하고 따뜻한 소품까지, 변화의 작가
대표작: {좌변기를 찾아 떠나는 모험}, {고양이의 언어}
정해복이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어렸을 때 포우의 단편집을 우연히 읽었는데, 순진하게 소설 안에 모든 내용을 다 실화로 믿고는 정말 무서워했었죠. 한참 뒤에 그건 단지 소설일 뿐이란 걸 알고 그 느낌이 아주 강렬했습니다. 그건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소설을 읽을 때 그 안에 있는 모든 걸 믿게 한다는 것이요. 거기에 한 술 더 떠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거기서 빠져나오질 못하는 거죠. 그래서 나도 한번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 글을 썼던 게 아닌가 싶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이유로 처음 쓴 글들이 대부분 유치한 공포소설이었던 것 같아요.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첨엔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PC통신이란 걸 하면서 뭐 손쉽게 사람 다수에게 보여줄 수 있었죠. 아.. 이런 답변…. 너무 노티 나는데요. -.-;;; 본격적으로 글을 쓴 건 95년쯤입니다.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지금은 웹진에만 올립니다. 예전엔 동호회에 글을 올렸죠. 소모임부터 시작해서 약간 큰 동호회도 있었고 또 동호회에서 나와서 아는 작가끼리 모여서 사이트도 만들었고 다른 사이트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긴 합니다. 지금은 거울이 유일하죠.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죠. 별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마도 그런 사람은 저와 친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첨 알게 되면 부담스럽게도 굉장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좀 민망하죠. 친한 친구가 어느 날 내 글을 읽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왠지 창피하긴 합니다.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대체로 좋은 이야기를 해주죠. 비평을 하는 사람은 없지요. 글이 좋아서 비평할 것이 없는 게 아니고요.^^ 사실 친구들에게 제 글을 어떻게 느꼈는지 물어본 적이 거의 없긴 합니다.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글을 써야겠다. 맘먹게 하는 독자는 아무래도 달콤한 말들을 해주는 독자들이겠죠. 그게 되게 큰 힘이 됩니다. 물론 글을 꼼꼼하게 읽고 사소하든 중요하든 지적을 해주고 고쳐 쓸 수 있게 조언을 해주는 독자는 글을 좀 더 이전보단 완성도를 높여주겠죠.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내 친구들이 좋은 글을 쓰면 그건 늘 저에게 자극을 주죠. 그래서 그때마다 나도 저런 좋은 글을 써야겠다. 맘먹게 되고 확실히 자극이 됩니다. 근데 글을 너무 안 쓸 때 그런 자극을 너무 많이 받으면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 심하면 자기비하적인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동료작가들 중에 뽑으라는 말인가요? 그렇다면) 보라님이요! 근데 이 질문은 너무 어렵네요. 사실 꼭 집어 누구를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열심히 글을 쓰시는 것 같아서요. 저 무척 닮고 싶습니다. 흑흑…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글쎄요. 음, 전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그게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네요. 소설 쓸 때 써먹어야지 뭐 그런 거요. 근데 사실 열심히 메모만 해놓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진 못하고 있네요. 이야기 구조를 가지는 것들, 즉 소설책, 영화, 연극 등등은 그다지 영향을 끼치진 않는 것 같아요. 좋은 것을 보면 자극을 받기는 하죠. 하지만, 그건 이미 누군가가 멋지게 만들어놓은 작품이니깐 아 한발 늦었네 하는 생각이 먼저 들죠.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아, 전공은 끔찍하게 재미없는 전자공학이었어요. 사실 열심히 공부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 거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자에 대해서 쥐뿔 아는 게 없거든요.
인문학이 요즘 너무 재밌어서 그걸 해보고 싶어요. 근데 공부하라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책 읽는 거까지만 좋아하는 거죠.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제가 쓰고 싶은 글은 아주 심각한 이야기지만 매우 위트 넘치고 우울하지 않은 미묘한 분위기의 글을 쓰고 싶어요. 근데 쉽지 않지요. 잘 쓸 수 있는 글이라 전 그냥 사소한 이야기는 잘 쓰는 것 같아요. 지나치게 사소해서 문제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대략 너무 멀어서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저는 제 글이 사소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말로 하면 소소한 거고 나쁜 말로 하면 너무 시시한 게 되겠죠. <소품 같다.> 라는 말을 참 많이 듣죠.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저에게는 거울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딱 한 가지죠. 제가 글을 쓰면 그 글을 원고로 받아주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썬 그렇다는 겁니다. 그건 저에겐 대단한 의미겠죠. 저는 전업작가도 아니고 열성적인 글쟁이도 아닙니다. 거울을 통해서 좀 더 글쓰기란 것을 더 진지하게 받아 드린 것 같아요. 요즘은 진심으로 대하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건 저에게 대단한 변화지요.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라면 예전엔 저는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글 자체를 앞서 말했듯이 취미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퇴고도 거의 하지 않았고요. 지금은 예전보다 지겹다 싶을 정도로 고치고 또 고쳐요. 글 쓰는 방식이 달라진 거죠. 그건 변화고 제가 의도했다기보단 여러 가지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죠. 그런 변화는 좋아요. 앞서 말했듯이 이전보다 조금은 글쓰기와 마주 보는 느낌이에요.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글을 쓸 때 가장 힘들고 좌절한 것은 이거에요. 한동안 내가 정말 괜찮다 싶었던 글들이 시간이 조금 지나고 뒤돌아보면 너무 창피하고 허술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거죠. 그때부터는 정말 새로운 글을 쓰기가 너무 어려워요. 왜냐하면, 좀 더 나은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에요. 글쓰기는 꼭 음악 듣기랑 비슷해요. 처음엔 길거리에서 최신곡테이프를 듣다가 누군가 좋아해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죠. 이제는 더는 최신곡 모음이나 그런 음반을 듣기보다는 좀 더 다른 음악을 찾는 거에요. 글도 마찬가지에요. 매번 힘들게 하죠. 좀 더 나아진, 이전과는 뭔가 조금은 달라진 글을 쓰고 싶고 또 그런 게 안된다면 전혀 글쓰기를 진행할 수 없는 거에요. 그건 자신에게 대단한 벽이고 제가 많은 글을 쓰진 못했지만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그 벽을 넘었고 넘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겠죠. 얼마나 성숙했고 얼마나 결과물이 좋으냐의 문제는 별개로 해요. 제가 하는 말은 아주 낮은 수준이라도 이전보다는 좀 더 나아진 글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게 저에게는 벽이에요.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인생 플랜까지라니!!! 그건 너무 방대하네요. 뭐 그렇다고 큰 계획은 없지만요. 일단은 글을 많이 쓰고 싶어요. 늘 원하죠. 근데 잘 안 돼요. 그래도 올해는 벌써 반이 날아가 버렸지만, 나머지 반 동안 열심히 구상해놓은 단편들을 모조리 다 쓰고 싶어요. 제 계획은 이거에요. 어느 날 마감날에 한 번에 3편의 단편을 내놓는 거죠. 편집장님이 너무 이쁘다고 칭찬해주시고요. 과연 그런 날이 올까 모르겠어요. 또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저도 책 한 권 분량이 되는 장편을 쓰고 싶어요. 늘 그게 꿈이었죠. 언젠가는 써야지 하면서…. 그게 쉽진 않네요. 너무 시시한가요? 장편 출판이 아니라 장편 완성이라니!!!




소년적 감성과 현대적 동화, 독창적인 작가
대표작: 장편 [에비터젠의 유령], [양말 줍는 소년], 단편 {문근영 대통령}, {스타벅스 기행문}, {종이 바깥의 영화}
콜린이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대학교에 와서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를 읽고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SF 단편을 쓰기 시작했어요.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피시통신에 처음 단편을 올린 건 96년이었고, 본격적으로 글에 몰두하기로 결심하고 장편소설을 쓴 건 2000년이었어요.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그 당시 4대 통신망 중 하나였던 유니텔의 창작 SF 게시판에 주로 글을 올렸어요. 친구가 아이디를 가지고 있어서 그걸 빌려서 썼어요. 하인라인이나 아서 클라크의 글을 좋아해서 저도 SF 작가가 되고 싶었고, SF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 게시판은 다른 장르문학 게시판들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서로의 글을 열심히 읽어주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도 게시판마다, 그리고 피시통신마다 특징이 있었고, 그건 지금의 조아라나 문피아 같은 장르문학 포털 사이트들도 그렇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2004년에 <에비터젠의 유령>을 출간하면서 주변에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다들 그냥 신기하다는 반응이었고요, 나중에 본격적으로 작가를 하겠다고 했을 때는 많이들 말렸어요. 지금도 그 중간을 줄타기 하고 있습니다.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대부분은 제 글에 관심이 없는데, 관심 있는 몇 명은 발전적인 조언을 많이 해줘요, 제가 미처 잡지 못했던 실수를 고쳐주고 의견을 말하곤 합니다. 그래서 지인의 평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적극적으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독자층이 넓거나 다양하거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라서요, 그런 적극적인 독자를 만나기 어렵고, 그래서 만나면 반갑고 고마워요. 나머지 독자들은 무섭고 존경하거나 사랑한다기 보다는 그냥 하나의 얼굴을 지닌 한 사람 같아요. 제가 글을 쓰면 커다란 한 사람이 제 글을 읽고 반응을 보이는 걸로 느껴져요.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모든 작가의 모든 장단점이 저에게 자극이 됩니다.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위에 했던 대답과 같은데요, 한두 작가 보다는 모든 작가의 모든 장단점에서 배우려 노력하고요,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네요.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의 화법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전공은 경제학인데, 공부를 정말 못했어요. 지금도 경제학에 대해서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수요 공급곡선도 제대로 못 그려요. 다른 걸 전공하고 싶다면 문예 창작에 대해서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어요.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어려운 질문이네요. 늘 마주하는 질문이면서, 대답하기 싫은 질문이고, 언제 대답을 찾을지도 모르겠고… 그냥 요즘 하는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다면, 지금 제가 쓰는 글은 그다지 대단치 않은 글 같고요, 앞으로는 대단한 글을 쓰고 싶어요. ‘대단한 글’이라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어떤 글을 말하는지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대단한 글을 쓰고 싶어요.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지금으로서는 거울 모임이에요. 가장 큰 변화는 동료 작가와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점을 꼽겠습니다. 이 변화가 싫진 않아요. 앞으로 다른 모임을 만난다면 또 다른 변화를 겪을 테고, 그것에 적응해야겠죠.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글을 쓸 때마다, 그것이 장편이든 단편이든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상관없이 글을 쓸 때마다 벽에 부딪히고요, 그때마다 다른 방식으로 벽을 넘어야 하고, 벽을 넘으면서 또 새로운 벽에 부딪히곤 했습니다. 늘 새로운 목표에 도전해야 되고, 성공하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기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해야 하고,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던 것 같습니다. 고민은 늘 많고 한번도 고민 없이 글을 썼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겠죠.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올해 세 편의 장편 소설을 쓰고 꼭 출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목표를 이루면 장르문학이 아닌 순문학도 써보고 싶고, 소설이 아닌 영화 시나리오나 영화 평론도 쓰고 싶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이 김이환이라는 이름을 알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늘 관심을 가지는, 그러니까 독자에게 늘 긴장감을 주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데, 늘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마다 목표도 변하게 되고요, 내일 당장 이 목표가 어떻게 바뀔지는 저도 모릅니다.




신화적 운율과 공감각적 묘사, 진정한 색의 작가
대표작: {그림자 용}, {야래유몽홀환향}
amrita가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처음부터 이런 어려운 질문을…! 그게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될 때가 되면 되겠거니 합니다. -ㅂ-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중3때입니다. 자주 후회합니다. 발을 들여놓으니 돌아나갈 수가 없어요. 난 도대체 어쩌자고 그랬을까 -_-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인터넷. 처음에는 그냥 멋모르고 그랬어요. 그냥 가장 개인적이지 않은 공간이 웹이었어용-3-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아니 이런 어려운 질문을 하시다니0<< 지인이라는 카테고리가 좀 애매하긴 한데요, 암튼지간에 소수는 제가 글을 쓴다는 걸 압니다. 그리고 처음 알았을 때의 반응은 잘 모르겠습니다. -_-; 정말 잘 모르겠어서 뭐라 쓸 수가 없어요. ;; 아마 .. 음 .. "끄응?" 정도라든지-_-;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그다지 제 글을 주변 사람에게 보여준 적이 없어서 이 질문은 패스합니다. 맘놓고 감상을 말해달라구 하고 볶아댔던 친구는 있지만 절대 솔직한 감상을 말해주지는 않더군요.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아.. 사랑하는 독자는 사실은 있습니다만 비밀이구요(///)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없습니다 .. 왜냐면 전 저 혼자 고민하는 것만 해도 골이 터질 것 같아요-_-; 그래서 그냥 고민을 안 하기로 한지 좀 됐습니다.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남의 것은 남의 것, 제 것은 제 것.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전 양념치킨도 좋아하고 닭갈비도 좋아하는데요, 그때 그때 먹고 싶은 것이 달라집니다.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전공은 영문학이었습니다. 잘 구르며 많은 것을 배웠구요, 국문학이나 비교문학도 좋아요. 잘 알지는 못하지만-ㅂ-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제가 쓰고 싶은 글은 ..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도대체 뭘 쓰려고 자빠진 것인지 잘 알고 시작해서 잘 끝맺은 글입니다. 반면 잘 쓸 수 있는 글은.. 0<< ….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한 잔 걸친 듯하죠-_-d (사실 마시고 쓴 글도 좀 있 .. )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학교와 여러가지 직업들. 고정시켜 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좀 그렇습니다. 살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꼭 내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경험할 때마다 좋았어요. 더 큰 힘들 앞에서 스스로의 보잘것없음을 깨달을 때.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그다지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고 그런 거겠지요. 그러다보면 좋은 때도 오고..끙..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일단은 혼자 힘으로 부족함 없게 먹고 살게 되는 것. 장기적으로는 .. 음 .. 가족들도 다 부족함 없이 먹고 살게 되는 것. 앞으로도 점점 더 말과 글을 아낄 수 있었으면 싶습니다.




신화, 고전, 도시, 미래를 종횡무진 누비는 여행 작가
대표작: 장편 [패러노말 마스터], 단편 {불량 애완용}, {나와 그녀와 죽음}, {감정 세공인}
askalai가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글을 쓰고 싶다거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꽤 어렸을 때부터 했는데, 그게 작가라는 직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어요. 작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건 몇 년 전부터고 그것도 ‘작가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작가이고 싶다’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하이텔에 처음 글을 올린 게 98년쯤일 거예요. 아니, 97년인가?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하이텔 환동에 올렸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쓰는 게 환타지라고 생각했고, 그곳이라면 사람들이 읽어줄 거라고 생각했겠죠. 하이텔 시리얼에 대해서는 나중에야 알기도 했고요.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원래는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들만 알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책도 내고 해서 많이들 알게 됐네요. 어차피 다른 방면에서 하는 일도 글과 무관하지 않다보니 의외라는 반응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오오 이작가!’ 하는 열렬한 반응에 놀리는 건가 하고 당황한 일은 있군요.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생각보다 읽기 쉽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난해한 글을 쓸 거라고들 생각했나봐요.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이건 구체적인 한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주화 문제인가요? 으음. 전자라면 남자친구. 제 글을 제일 처음 읽는 사람이고, 훌륭한 조언을 많이 해주거든요. 후자라면 물론 재미있다고 말해주는 독자;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있지요. 다른 것보다도 전부터 알던 작가가 많이, 꾸준히 쓰고 그러다가 한 번씩 도약하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자극이 돼요.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그다지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는 많이 있지만 닮고 싶거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는 없습니다. 전에는 르귄의 글을 이상형(?)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변해서요.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책, 영화, 사진.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전공은 인류학입니다. 전공이 지금의 제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쳤으니 당연히 글에도 영향이 많겠지요. 논문을 써본 경험이 도움이 될지, 발목을 잡을지는 아직 두고봐야 알겠고요. 관심이 있는 다른 전공이라면 비교문학, 비교신화학 정도.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잘 모르겠습니다; 쓰고 싶은 글이야 물론… 재미있는 글…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한 줄로 표현할 만큼 스타일이 잡힌 것 같지 않아요.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현재 속한 모임이 거울밖에 없습니다… 목적이 있고, 영향도 있는 모임은요. 아마도 글에 대해서나, ‘작가’에 대해서나, 스스로의 글쓰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관점을 바꿔준 것 같네요. 워낙 오랜 시간에 걸친 변화이고 여러 사람을 보면서 받은 영향이지만요.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벽에 부딪친 건 지금인 것 같은데요. 아직 못넘었습니다.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장기 계획은 세우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통과. 눈앞의 계획은 올해 소설을 하나 쓴다, 그리고 앞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소설을 쓸 수 있는 요령과 규칙을 익힌다. 이 정도네요.




부단한 변화와 삐딱한 재치가 공존하는 변신 작가
대표작: {목소리}, {어떤 미운 오리새끼의 죽음}, {유전자가 이상하다}
bluewind가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드래곤 라자를 보고 나서 시리얼에 폭풍처럼 몰아친 창작 판타지 붐에 휘말려 대학교 때 TRPG하던 친구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설정놀음만 했지만. 그 다음에 진지하게 연습 좀 해보자고 단편 창작을 시작했습니다.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대학교 1학년 때.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이제는 사라진 하이텔(VT)의 환타지 동호회. 그 후에 바로 거울로 넘어 왔기 때문에 다른 곳에 올린 적은 없습니다. 환동의 경우는 환타지 소설 정보를 보러 가서 대화방에 눌러 앉았다가 1의 이유로 자주 가던 곳이라…서 시작. 단편 추천단이나 감상/비평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시기여서 묻어가자는 생각도 강했던 듯 합니다.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아주 친한 친구 몇 명은 알고 있어요. 대개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책 줘.
-돈 좀 버냐?
-많이 팔렸냐?
아주 드물게 다음과 같은 반응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뭐 쓰는 거 있냐?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런 것도 판타지야?
-재밌네 (국어책 읽기)
-반응 없음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감상을 남겨 주시는 모든 독자분.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자기 앞가림에 바빠서 남은 잘 … 죄송합니다. 거울 필진 중에서는 배○○님의 생산력을 질투에 가까운 심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작가보다는 작품 위주로 생각하는 듯, 딱히 작가에 대해서는 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아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로는 로저 젤라즈니, 스타니스와프 렘, 미하엘 엔데, 아키타 요시노부, 백민석, 김동인 정도. 대체로 두서없이 다 좋아합니다.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인 책. 소설보다는 인문서적이나 과학 서적 등.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화학과입니다만 날림 학생이라 그리 도움은. 지금은 다 까먹었지 싶은데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4월 합평회를 다녀온 이후 외교학과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쓰고 싶은 글: 개그물. 라이트 노벨.
잘 쓸 수 있는 글: 그런게 있나요?
거리: 한 200만 광년 쯤 있지 않을까요?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문장이 평범해서 쉽게 읽힌다.
사실 저도 제 색깔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찾는 중입니다.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 시절에, 공통 소재로 한 달에 하나 정도의 단편을 쓰는 데카메론 프로젝트라는 게 있었는데… 그 시절에 제일 많이 썼습니다. 많이 썼다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 셈인데요.
어떻게 변했냐면, 눈만 높아졌습니다. 물론 비의도적인 변화입니다. 매우 괴로워 하고 있습니다.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살아가는 매순간이 좌절스럽습니다…
잘 모르는 일을 쓰기 힘들어서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러 해보라는 이야기도 듣는데… 예를 들면 성에 대한 묘사 같은 것. 이건 내가 다루기 힘들겠다는 느낌이 들면 피해가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 아직도 못고치고 있습니다. 그런 고로 아직 못 넘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구상 단계가 힘들어요. 호문클루스를 만들고 싶은데 만들다보면 키메라가 나오는 상황.
그런고로 벽은 아직 못 넘었습니다.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올해의 계획은 일년에 5편. 그리고 언젠가는 장편을 써보고 싶어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생산성을 높여서 많이 쓰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아직 잘 모르는 자신의 색깔이나 장단점을 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인간 밖의 우주, 인간 속의 우주를 아우르는 진정한 우주 작가
대표작: 장편 [7인의 집행관], 중편 {미래로 가는 사람들}, {촉각의 경험}, 단편 {스크립터}, {거울애}, {몽중몽}
ida가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기억이 존재하기 전 일이라… 어렸을 때 집에 장난감은 별로 없었고, 대신 엄마가 8절지 갱지를 한 묶음씩 사 주셨는데, 매일 그 종이에 그림 그리고 이야기 만들면서 놀았어요. 당시엔 매일 한 장씩 뜯는 달력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숫자를 배경삼아 이야기를 만들며 놀았고요. 그러다가 학교 들어가면서 처음 공책이 생겼고, 그때부터는 공책에 썼어요. 학교가 되게 재미없었어요. 왜 한 번 읽은 책을 계속 읽고 쓰고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그래서 눈을 선생님에게 고정시키고 머릿속으로는 공상하면서 놀았어요. 늘 그랬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살줄 알았어요.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라면, 2002년에 회사에 휴직계 내고 정크SF에 단편 두 개를 올렸어요. 다시 회사 다니다가, 2004년에 사직서 내고 쓰기 시작했어요.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원래는 계속 정크SF에 올릴 생각이었는데 홈페이지가 없어졌어요. 당시에는 SF를, 그것도 단편을 받아줄 곳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 무렵에 김주영 작가님의 나호 이야기를 찾다가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알게 되었는데, 뚝섬 벼룩시장에서 2004 거울 중단편선을 판다는 광고를 보았어요. 헌책도 살겸 해서 찾아가서 사 읽었는데 엄청 감동받았어요. 아니, 이렇게 잘 쓰는 사람들이 숨어 있었다니. 그래서 거울 들락거리다가, 이곳이면 SF를 올려도 받아줄 것 같아서 ‘미래로 가는 사람들’을 올렸어요. 그 때 편집장님에게 연락이 와서 그 후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당시엔 난 필진 같은 거 못 한다고 징징거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고마워요. 여전히 글도 잘 못 드리는데.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이제는 알죠 뭐.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다 절 만화가로 기억해요. 왜 그럴까요.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좋아해주는 사람도 있고, 안 읽는 사람도 있고. 중요하지는 않아요. 글 바깥 세계는 돌아가는 원리가 달라서, 별로 글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늘 글 쓰라고 해 주는 구지은양, 정말 그 친구 없었으면 영영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그 친구 나한테 한 첫 대사가 멱살을 잡고 ‘소설 쓴다는 소문을 들었다. 당장 내놔라’였어요.
늘 초안 버전을 읽어주시는 한소영 선생님. 제 글을 많이 좋아해줘요. 그 자체가 나를 반성하고 긴장하게 하기 때문에, 그 분께 보내면 아무 말도 듣지 않아도 퇴고할 지점이 보여요.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동료라면 배명훈 작가님. 이번 다른 기획에도 쓸 것 같은데, 모든 면에서 나와 정반대지점에 있으면서도 밝은 빛을 뿌리며 매력을 발산하고 계세요. 반대지점은 내 안에 없는 것이 아니라 제 그림자죠. 그래서 더 유혹적이고.
정소연(이수완) 작가님. 많지 않은 글로 제게 몇 번이나 전율을 주셨는데, 부디 계속 써 주시기를. 물론 그 분은 무엇을 하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시겠지만.
미모의 거울 편집장님. 존재만으로 아름답습니다.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언제나 헤르만헤세님♡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이외수 작가님을. 감히 정신세계가 통한다고 말할 분들은 아니지만 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도(道)라는 이름 그대로, 늘 길 위를 걷고 계시는 것 같아요.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글 쓸 때엔 접하는 게 별로 없네요.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심리학이요. 뭐든 자신이 아는 것이 글에 도움이 되겠지요. 심리학은 ‘관심 있는 사람은 많으나 공부하는 사람은 적은 학문’이라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을까요.
제가 늘 알고 싶은 건 인간이었고 그래서 심리학을 택했지만, 심리학은 심리에 집착해서 인간 전체를 보지 못하는 면이 있어요. 심리학이 심리학이기 위해서는 다른 학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역사학일까요. 좀 더 거시적인 인간을 다루는 학문에 관해서. 심리학을 더 깊이 하고 싶기도 하고요.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쓰고 싶은 글은 제가 알고 싶은 것에 관한 글이고 잘 쓸 수 있는 글은 아는 것에 관한 글일까나요. 거리는 쓰는 시간일까요. 하지만 역시, 알고 싶은 것에 관해 쓰고 싶어요.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뭘까요?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친구가 있고, 거울이 있고, 가족이 있고…
글에 관해서라면 거울이겠네요. 거울을 만나고 제게 온 가장 큰 변화라면 글에 관해 대화할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고요.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 아니라(그렇긴 하지만)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때문에 행복해졌어요. 하지만 글은 고독에서 오는 게 아닐까, 너무 행복해하면 안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완전한 아노미 상태에 놓인 적이 있어요. 그 때 할 수 있는 말이 다 사라졌어요. 그 때부터 가치관을 전부 새로 쌓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쌓은 것이 좀 생겨서 하나하나 풀어놓는 것 같아요.
그 밖에는… 글 쓸 때마다 벽이죠. 뭐. 매번 부딪치고 매번 아파요.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마감 없이 글을 쓰고 싶어요. 글을 끝내는 시점을 제가 정하고 싶어요. 그게 목표에요.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거울 최고의 스케일, 먼 여정 지킴이, 테리블 앙팡
대표작: 장편 [용이 잠드는 바다], [베스타 - 마과학온천비행담], 단편 {파랑새}
raile가 답했다


1. 제일 처음 작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인가요? 무엇이 계기가 되었나요?
:: 열 살 때 접한 미즈노 료의 로도스도 전기와 던전 앤 드래곤즈 TRPG 룰북이 계기였습니다. '글을 쓴다'기 보다 '이야기를 만든다'가 시작이었어요. 표현의 방식으로 글을 선택하게 된 건 조금 뒤의 이야기지만, 환상세계라는 가상의 세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욕망은 그 때 싹텄습니다. 야구가 하고 싶어 스포츠인이 됐기보다 스포츠가 좋아서 야구를 선택한 것과 다름 없었어요.

2.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본격적이라는 의미는 주변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내놓았을 때로 생각해주세요)
:: 열 네살, 중학교 1학년. 10년 전. 나우누리 판타지 동호회에서 '은청의 천야'라는 장편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소설은 지금까지도 여러 형태로 잔재가 남아 있어요.

3. 글을 주로 발표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왜 그곳을 선택했나요? 여러 곳에 글을 발표한다면 공간마다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초기에는 나우누리 판타지 동호회와 개인 홈페이지, 최근에는 블로그나 활성화된 연재사이트, 웹진등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독자층 수렴의 문제인 것 같아요. 활성화 된 곳은 다양한 피드백을 얻기 쉽고, 개인 공간에서는 지인들을 통한 심도깊은 평가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4.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들은 당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아나요? 그 사실을 처음 알면 뭐라고 하나요?
::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대체로는 '생긴 것 답지 않게 논다'라고 합니다. 좀 체육계처럼 생겨서……

5.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로서 주변 지인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요?
:: 1. (대다수) 술술 넘어가다가 확 하고 찔러서 가슴을 덜컹하게 만든다
2. (글에 따라) 마음이 따듯해지는 글이다
3. 재미있다
라고, 과분한 평가를 많이 내려주십니다. 감사합니다.

6. 가장 무서운 독자, 존경하는 독자, 사랑하는 독자 등 당신이 글을 쓰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독자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그 사람의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나요?
:: 3년 아래 후배인 H양입니다. 무섭기도, 존경하기도, 사랑하기도,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만들어내는 글이나 세계에 자신감이 없어질 때, 그 세계를 한결같이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매우 기쁜 일입니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도록 좋은 조력자이자 조언자, 또 팬으로 남아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스스로 '언니의 팬 1호는 저에요'라고 말해요. 그녀를 실망시키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7. 같이 글을 쓰는 동료로서 경쟁적인 의미로든, 보완적인 의미로든 자극제가 되는 관계인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자극하나요?
:: (우스갯 소리로) 명작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 서태웅으로 서로를 칭하는 작가분이 있습니다. 제가 강백호고 그 분이 서태웅이죠. 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지만 제게 있어서는 멋진 글을 쓰는 동경의 대상이자, 둘도 없는 동료 작가입니다. 거울의 아밀님이십니다. 제가 아밀님을 대하는 반응은 강백호가 서태웅을 대하는 반응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매우 감성적이고, 깊은 글을 쓰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저는 아밀님의 글에서 많은 점을 배우고 느낍니다.

8. 닮고 싶은 작가나 타이틀이 탐나는 작가 또는 나와 정신세계가 통하는 것 같은 작가가 있나요? 왜 그런 기분이 드나요?
:: 닮고 싶은 작가분은 제법 많지만, 아직 이거다! 싶은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9. 글을 쓸 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여러 매체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들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만화(책/애니메이션) 40% : 게임(콘솔/온라인/TRPG) 30% : 문학 20% : 비문학(예술/인문) 10% 정도겠네요. 한글 깨치기 전부터 게임을 했고 한글 깨친 후에는 만화책을 지금까지 줄창 읽었어요. 문학을 읽게된건 중/고등학교 시절 철이 들 무렵이었고요. 그래서 영향력을 말한다면 아직 만화와 게임이 많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캐릭터나 스토리에 집중하는 글 특성은 이 때문이지 싶습니다.

10. 전공이 무엇인가요? 당신이 전공한 것은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기회가 있어 다른 것을 전공한다면 무엇을 전공하실 건가요?
:: 고졸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학문적 전공은 없습니다. 폐인 생활 전공이 있었다면 박사 학위는 따지 았았을까요? 잠자기, 딩굴거리기, 안씻기 등등…… 음악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회가 생긴다면 기악이나 성악, 미술을 전공해 보고 싶습니다. 멋진 예술 소설 한편 써보고 싶거든요!

11.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잘 쓸 수 있는 글은 각각 어떤 것인가요?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쓰고 싶은 글 : 보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따듯한 글 / 잘 쓸 수 있는 글 : 능청스럽게 지껄이는 글 / 둘 사이의 거리 :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 사이 정도의 거리

12. 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개인적인 생각 : 제구는 안되지만 9회까지 한결같은 155km 돌직구
- 주변인의 생각 : 유인구로 유혹하다 깜박하면 직구삼진

13.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고, 그것으로 인해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런 변화 중 의도적이지 않은 변화도 섞여 있나요? 있다면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특별히 모임이나 프로젝트는 없지만, RPG팀과 과거 데카메론 프로젝트가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전자는 순발력과 이야기, 캐릭터의 조율에 관해서, 후자는 단편의 단도 모르던 제게 단편을 쓰도록 영향을 주었습니다.(좋은 내용인지는 차치하고)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4. 지금까지 글을 써오는 데 가장 좌절스럽고 벽에 부딪쳤던 때는 언제인가요? 그 벽을 넘었나요? 넘었다면 어떻게 넘었나요? (꼭 글이 잘 안 써지는 유의 문제를 떠나, 외적, 내적인 상황을 통틀어서 생각해주세요)
:: 하나는 환경이었고 하나는 글 자체의 문제였습니다. 사업도 망하고 가정 불화도 생기고 몸에 장애도 있고 하다보니, 특히나 요 1년 사이에는 정말 먹고 사는 걸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글을 포기하고 돈을 버는데만 주력해야지 않을까 했었어요. 아직도 현실적으로는 다 해결되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회로 전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각종 출판사/공모전에서 퇴짜맞고 낙선당한게 두 자릿수에 달하는데, 앞자리가 2 정도가 되니까 슬슬 난 재능이 없는거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돌아온 답변 중에서 차마 쓰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있었고요. 그 때가 제일 힘들었지만 천성이 긍정적이라서 칠전팔기 정신으로 열심히 도전해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근성은 아주 좋아졌어요.
그에 비하면 슬럼프나 이유없이 글이 안써지거나 하는 경우는 오히려 어려움이라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푹 쉬고 좋은 생각 하고, 조금 괴로워 하다보면 어느새 다시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기간이 조금 길었던 적도 있었는데--- 생각만큼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15. 앞으로 생각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올해의 계획부터 장기적인 인생 플랜까지)
:: 가깝게는 현재 연재하는 장편의 완결입니다. 올해 후반기까지 완결할 생각입니다.
조금 멀게는 팀 거울을 대표하는 5선발 정도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은, 중간계투나 마무리로 1~2이닝 정도 던질 수만 있어도 매우 감지덕지 할 것 같습니다.
멀게는, 기왕 여기까지 온 거 훌륭하게 대박치고 재미있는 글을 써 내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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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 09.06.27 09:18 댓글 수정 삭제
    오. 정말 같은 문항에 다양한 답변... 개성이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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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 09.06.27 12:24 댓글 수정 삭제
    4번 문학 bluewind님 답변 절대 공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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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9.06.27 14:11 댓글 수정 삭제
    오오 저도 4번 bluewind님 답변 열렬히 공감. 뭐 어쩔 수 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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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09.06.27 15:13 댓글 수정 삭제
    우잉, ~가 답했다를 클릭하면 답을 볼 수 있었군요. 저는 또 답은 언제 볼 수 있나 잔뜩 기대하고 있었네요. 아, 나 왜 이렇게 멍청하지. ;;
  • No Profile
    날개 09.06.27 21:12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 No Profile
    아밀 09.06.27 22:14 댓글 수정 삭제
    아,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몰랐던 걸 알게 되는 재미가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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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dc 09.06.27 22:51 댓글 수정 삭제
    배명훈님의 계획대로라면 1년에 한번씩은 꼭 행복해지는 날이 있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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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uewind 09.07.01 15:05 댓글 수정 삭제
    파폭에선 안열리네요 orz
    4번이 이렇게 공감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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