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는 투표일 다음 날 투표확인일이 있다. 투표를 한 사람은 모두 다시 투표장에 나가 자신이 찍은 표를 확인한다.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뭐,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서겠죠. 어쨌든 저번 대통령은 참 무능한 놈이었죠. 나라를 말아먹은 놈이었다고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문제는 그 놈 때문이죠."

　자, 그리고 이것은 정치가들과 우리들 선거관리원만 아는 비밀이다. 개표소에 들어간 사람들의 뇌는 하얗게 편집되고 새 정부와 새 대통령에 맞는 새로운 가치관이 유입된다. 현 대통령에 불리한 디지털문서는 모두 교체되고, 뉴스기록과 영상은 3D기술로 모두 재편집된다. 출판물은 모두 재간되고, 교과서도 교체된다. 진짜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기억도 존재하지 않는다. 백업 데이터도 없다. 5년에 한 번씩 새로 갱신될 뿐이다. 그리고 세상은 언제나 평화롭고 행복하다.

　뭐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

　촬영장소 : 집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