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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쓸데없는 문답‘



1. 커피점을 운영하시는 걸로 알아요. 커피점 자랑해주세요. 가장 맛있는 커피라거나 아이님이 운영하는 커피점의 매력이 있다면요?

커피도 직접 볶고, 소설책도 많습니다. 또 만화책도 있고, 철학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게가 작아서, 가게에서 책 읽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제발 그냥 빌려가세요. 커피를 직접 볶는 집은요, 그 집만의 커피 맛이 있습니다. 맛있다, 맛없다 이런 것보다는, 그냥 그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 맛. 그래도 뭐 굳이 자랑을 해보자면요, 제 생각에도 카페라떼는 정말 맛있습니다. 특히 아이스 카페라떼는 고차원적인 맛입니다. 그리고 제가 변덕이 심해서요, 가게 테이블 위치를 자주 바꿉니다. 가게가 열 평도 안 될 만큼 작아서요, 테이블 위치 바꾸는 게 쉽지 않습니다. 창의력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자주 와도 여전히 낯선 커피집, 이런 매력이 있습니다.



2. 글을 쓸 때 즐겨 마시는 커피가 있나요?

아메리카노만 마십니다. 이게 만들기 가장 간단합니다. 다른 건 만들기 귀찮습니다. 카페라떼는 한 달에 한두 번 만들어 마십니다. 그리고 이건 진짜 거의 사실에 가까운 건데요, 글 쓸 때 커피 마시면요, 글이 진짜 잘 써집니다. 이렇게 믿는 게 중요합니다. 



3. 글을 쓰는데 가장 방해됐던 인간이나 사건이 있다면요?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지. 제가 어른이 된 뒤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로, 아버지가 자꾸 저를 괴롭힙니다. 이제는 좀 견딜 만합니다만, 대학 때는 정말 심하게 괴롭혔습니다. 어찌저찌 해서 한 학기 휴학하고 흉부 쪽 수술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수술 받고 나서는 절에 들어가서 요양도 하고. 네, 아버지 때문에 제가 좀 많이 아픕니다. 일을 할 때도 아프고, 소설 쓸 때는 특히 더 아프고요. 제가 아버지를 많이 좋아합니다. 너무 보고 싶고. 아버지 때문에 글을 쓰기도 하지만, 아버지 때문에 글을 제대로 못 씁니다. 아버지가 괴롭히지만 않으면 정말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그런 생각 때문에 아버지는 계속 저를 괴롭히고.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아버지 뒤에 숨는 거죠. 아버지를 잊을까 봐 두렵기도 하고요.



4. 글을 쓸 때 음악을 틀어놓는 편이세요? 그렇다면 주로 어떤 음악을 들으세요?

음악은 글 쓰는 데 방해가 될 정도로 힘이 센 것 같아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가게에서 글을 쓰니까요, 어쩔 수 없이 음악을 들으면서 씁니다. 커피숍에서 음악을 안 틀어놓을 수는 없더라고요. 글 쓰는 데 방해돼서 며칠 음악을 안 틀어보기도 했습니다. 좀 이상하더라고요. 주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을 듣습니다. 일렉트로닉 계열 좋아하고요, 인디 음악이어야 합니다. 아, 자극적인 기분을 느끼고 싶으면 종종 시니컬한 노래도 듣습니다. 신경을 자극하는 듯한, 전자음 위주의 일본 노래요. 가게에서 그런 노래 틀어놓으면 손님이 안 들어옵니다. 



5. 아이님 글의 매력이라면 어떤 걸까요?

제 감정의 대부분은 ‘슬픔’입니다. 외로움, 연민, 아픔, 상실 뭐 그런 거 다 포함해서요. 슬픔이 가장 익숙하고 재밌습니다.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버려진 아이, 이러면 심하게 감정이입을 해버립니다. 한국 영화 ‘차이나타운’ 같은 것 말입니다. 보면서 속상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 글의 매력 같은 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뭔가 그 버려진 기분, 그런 게 아주 잠깐이라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6. 지금까지 쓴 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을 고른다면요?

먼 여정에 올린 ‘어디로 갔니’입니다. 언젠가는 다시 제대로 쓰고 싶지만요, 어쨌든 가장 좋아하는 글입니다. 어렸을 때는 계속 그렇게 지냈습니다. 이불속에서, 지금 난 바닷속 어느 동굴에 들어가 있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나만 알고 있는 동굴이요. 굉장히 편했습니다. 거긴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이니까요. 힘들거나 슬픈 일이 있으면 거기에 가서 숨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글로 쓰려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글 쓸 때 즈음엔 그 동굴을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었고요. 하지만 언젠가 제대로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 전에 다시 그 동굴을 찾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7. 이제껏 쓴 글에서 ‘최애캐’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딱히 뭐 그런 캐릭터는 없습니다. 캐릭터들이 죄다 비슷비슷해서요. 그래서 그냥 최근에 쓴 ‘안녕히 가십시오’에 등장하는 택시기사와 손님, J가 기억날 뿐입니다. 가장 최근 캐릭터니까요. 슬픈 캐릭터들이기도 하고요. 아, 고양이 몽이도 끼워줘야겠네요. 새침데기에다 하극상이 주특기인 몽이. 이들을 생각하면 그냥 슬퍼집니다. 



8. 아이님의 글을 읽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요?

저는 소설 쓸 때 행복합니다. 현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왕이면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런 곳이 어디일까요. 전에 동해안 쪽 어느 콘도에 묵은 적이 있었는데요, 아침에 일어나서 담배 피려고 베란다로 나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발 아래로 바다가 쫙 펼쳐졌는데요, 햇빛에 반사돼서 반짝반짝 빛나더라고요. 정말 예뻤습니다. 너무 예뻐서 ‘뛰어내리고 싶다!’ 그렇게 중얼거리기도 했고요. 그 베란다에서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그런 곳에서요. 다시 찾아가면 안 될 것 같은 공간.  



9. 작업하기 진짜 싫은 날 도피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저야 뭐 프로페셔널 작가가 아니니까요, 아 쓰기 싫어! 이러면 그냥 안 씁니다. 그럼에도 굳이 도피를 해야겠다면요, 어떻게든 혼자 영화를 보러 가겠습니다. 사람은 외출을 해야 돼. 사람 구경도 좀 해야 하고. 안 그러면 사는 게 더 힘들어지지. 이런 핑계를 만들어서 말입니다. 도피 방법이 너무 뻔하네요. 심야 영화 보러 가면, 뭔가 그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적막함 이런 게 아니라 쓸쓸함. 단골손님 중에 그림 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주 가끔 동네 산책을 한다고 합니다. 그것 말고는 거의 외출을 안 한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처음 가게에 들어왔을 땐, 정말이지 시체가 걸어들어 오는 줄 알았습니다. 좀비.  



10. 유난히 쓰기 힘들었던 글이 있다면요?

시간의 잔상 130호에 실린 ‘툭’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거 쓸 때 좀 힘들었습니다. 쓰면서 좀 머리가 어지럽더라고요. 이야기가 왜 이렇게 막 나가지! 좀 쉬었다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아주 살짝 겁이 났습니다. 생각하고 싶은 걸 너무 그대로 떠올리지는 말자! 하고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11. 현재 구상중인 글 살짝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특별한 소재가 안 떠오른다면, 당분간은 ‘킬러 시리즈’만 쓸 생각입니다. 단편이고요, 각 단편마다 연관성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그냥 주인공이 킬러라는 것, 지나치게 킬러다움을 의식해서 오히려 어리숙해 보인다는 것,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 고양이(몽이)를 키운다는 것 정도만 같을 뿐입니다. 킬러라면 왠지 몸이 호리호리해야 할 것 같잖아요. ‘비만 킬러’는 좀 어색하잖아요. 그래서 이 킬러는 반드시 칼로리를 계산한 후에 음식을 먹습니다. 음식을 먹은 뒤엔 반드시 운동을 하고요. 살이 찌면 안 되니까요. 살이 찌면 좀 어색한 킬러가 되니까요. 그런 캐릭터입니다.   



답변 주신 아이님께 감사드립니다. 건필하세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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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na 16.01.03 01:50 댓글

    슬프지만 처량맞지는 않아요. 매력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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