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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쓸데없는 문답 인트로 - 이름 없음.jpg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귀엽고 쓸데없는 문답’입니다. 기존 거울에서 진행해왔던 진지한 작품 이야기보다 가볍고 발랄한 방식으로,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작업 과정은 어떠한지 색다른 관점으로 진행합니다.


이번 호 ‘귀엽고 쓸데없는 문답’을 해줄 작가는 crazyjam입니다. 2003년 6월 거울 첫 호부터 시간의 잔상 필진으로 참여해 많지는 않아도 꾸준히 글을 올리다가 2009년 이후 약 5년간 새 글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말부터 기다린 보람이 차고 넘치는 감각적인 글들을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crazyjam은 과거에 웹진 워터가이드의 편집장을 했던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대체로 회사원, 때때로 백수의 위치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은 회사의 노예일 때에만 발동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해토에서 출간된 크로스로드SF 컬렉션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에 ‘양치기의 달’,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판타지 단편집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에 ‘천국으로 가는 길’을 수록했으며, 네이버캐스트 문학 광장에 ‘이월, 장미원’이 게재되었습니다.


crazyjam의 작업에 대해 중요한 듯 중요하지 않아 보이면서도 은근히 중요한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인터뷰는 메일로 진행되었습니다.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jpg 증빙자료 -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jpg



   


1. crazyjam이란 닉네임을 굉장히 오래 써오신 걸로 알아요. 어떤 뜻인가요?


PC통신 하이텔을 시작하면서 만든 ID를 닉네임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열정적이라는 의미의 crazy와 즉흥연주라는 jam을 합쳐 만든 단어입니다. 본디 재즈에서 사용하는 용어라고 들었습니다.
ID이자 닉네임인 crazyjam을 만들 당시의 저는 어렸고, 이른바 ‘간지나는’ 표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부끄러움 없이 닉네임으로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별로 철이 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2. 작업하면서 도움이 됐던 음식이 있나요?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음식을 먹어야 할 때가 되면 작업을 중단합니다. 그래서 작업과 연관시킬 음식은 없는 듯 합니다.
커피는 물처럼 끝없이 마셔댑니다. 사실 맹물을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이런 표현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요.



3. 작업하면서 가장 방해됐던 인간이나 사건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가장 방해됐던 인간이라면 ‘나’ 입니다.
이 인간은 어찌나 도망치는 걸 좋아하는지, 조금만 방심하면 게임을 켜거나 책을 집어 들거나 TV를 켜거나 웹 브라우저를 열어버립니다. 모든 방해수단을 차단하면 종이쪼가리라도 찢으며 놀아버릴 인간입니다. 지금 이 문답을 작성하는 중에도 자꾸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보니 글러먹은 종자인 것 같습니다.



4. 요즘 활발한 글을 봐서 기뻐요. 글을 올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몇몇 지인 분들과 함께 데카메론 프로젝트라는 비공개 글쓰기 모임을 하나 했었습니다. 매달 제시되는 소재 단어를 가지고, 한 달 동안 각자 자신의 글을 쓰는 방식입니다. 실은 그때 쓴 글들을 하나 하나 올리고 있는 것뿐입니다.
데카메론 프로젝트는 다시 한 번 진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사람 모으는 게 큰 일입니다. 거울을 통해 사람을 모아 2기를 진행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흥미 있으신 분들이 있으시려나….



5. 작업하면서 음악을 틀어놓는 편인가요? 어떤 음악을 주로 듣나요?


작업할 때는 반드시 음악을 듣습니다.
대체로 국내 인디 음악을 듣습니다. 최근에는 음원 사이트에서 라디오라는 형식으로 랜덤재생해주는 서비스가 많아서 편합니다. 몰랐던 인디 밴드나 음악가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더군요.
강제로라도 집중도를 높여야 할 때에는 너무 익숙해져서 화이트 노이즈에 가까운 느낌이 된 비틀즈 앨범을 듣기도 합니다.



6. 특별히 고마운 장소가 있나요? 글이 막힐 때 가는 카페라든가?


장소라고 불러도 될 지는 모르겠지만, 대중교통 안이 좋습니다. 버스나 지하철 내부 같은 것.
실은 대중교통 안에서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비위가 약합니다. 게임의 텍스트를 읽는 것만으로도 속이 안 좋아집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을 들으며 공상을 하는 것뿐입니다. 덕택에 머리 속으로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구상하는 작업은 모두 출퇴근 길의 대중교통 안에서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껏 타 온 수많은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운전해주시는 기사 분들.
나약한 내 위장에게도 약간의 감사를.



7. 이제껏 쓴 글에서 최애캐는 누구인가요?


저는 캐릭터에 특별한 애정을 부과하지 않는 편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비중이나 존재감이 균형 잡혀 있는 쪽이 보기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짧은 글을 주력으로 쓰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애캐라고 하면, 애지중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 세상 불행은 다 몰아다 주며 괴롭히는 사람이 있지요. 저는 후자 쪽에 가까운 듯 합니다. 이런 인간에게는 최애캐가 생기지 않아야 우주의 행복이 티끌만큼이라도 올라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8. 본인이 생각하는 내 글의 명대사는?!


저는 글을 완성하고 나면 웬만해서는 다시 읽지도 않고, 줄거리나 등장인물도 종종 잊어버립니다. 글에 대해 애정이 부족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음 글을 생각하는 쪽이 더 즐거우니 어쩔 수 없습니다. 무책임하죠.
그런 의미에서 떠오르는 것이 하나도 없네요. 조금 부끄럽습니다. 아니, 사실은 명대사라고 할만한 것이 없어서일지도 모릅니다.......



9. 유난히 애착이 가거나 힘들게 쓴 글이 있나요?


애착이 가는 글이라. 거울에 올라가 있는 글 중에서라면 [타렐의 심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극히 별 것도 아닌 일상, 군상 속에 묻혀버릴 것 같은 주인공,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현실과 타협하는 인물들. 당사자들에게만 의미 있게 아주 잠깐 빛나는 순간. 이런 요소들은 제가 쓰는 글들 모두의 원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니, 찾아서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따금 감상을 들려주는 주변인들에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도 못 했었던 글이고요. 게다가 저게 언제적 글이야…….
힘들게 쓴 글은 딱히 없는 것 같네요. 힘들면 쓰다가도 거침없이 집어치우니까.



10. 작업하기 진짜 싫은 날 도피하는 방법은?


제가 쓰는 짧은 단편은 구상만 끝나면 길어봤자 2~3일 승부니까 도망칠 타이밍을 잡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네요. 너무 글이 안 나가면 마시던 커피를 버리고 새 커피를 타는, 나름대로 분위기를 바꿔보는 정도의 버릇은 있습니다.



11. 교정본이 오면 나는 일단 ____________ 을 한다.


한 번 열어본 후 괴로워하며 아슬아슬한 마감 시간까지 덮어두고 외면한다.

스스로 쓴 글을 교정하는 작업은, 인간의 정신에 가할 수 있는 최악의 고통 10위 안에는 들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순위 부근에는 내가 보는 앞에서 내 글을 소리 내어 읽는 사람을 지켜보기, 자기 생각을 글로 써달라며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을 상대하기 등이 올라가 있군요.



12. 앞으로 꼭 쓰고 싶은 글, 살짝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저는 마음에 든 음악에는 대부분 이미지를 하나씩 붙이고 있고, 해당 이미지가 머리 속에서 구체화되면 글로 씁니다. 그런 이미지가 지금 수십 개는 되는데, 머리가 부지런한 대신 손은 지독히도 게을러서 곤란하군요.
마침 MP3 플레이어에서 MOT의 [Cold Blood]가 나오고 있군요. 이 곡에서 찾은 이미지도 언젠가 꼭 글로 써보고 싶은 음악입니다. 분명 곡을 만든 이가 생각한 이미지와도, 그 곡을 듣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이미지와도 다른 글이 될 것 같지만 말이죠.



13. 나는 고양이가 좋다 vs 개가 좋다.


위대하신 고양이님과 위대하신 개님을 두고 비천한 제가 어찌 우열을 가리겠습니까?





인터뷰에 응해주신 crazyjam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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