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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흑백2.jpg



거울에서는 비정기적으로 ‘귀엽고 쓸데없는 문답’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기존 거울에서 진행해왔던 진지한 작품 이야기보다 가볍고 발랄한 방식으로, 작가나 번역가가 어떤 사람인지, 작업 과정은 어떠한지 색다른 관점으로 진행합니다



‘귀엽고 쓸데없는 문답’ 첫 번째 타자는 작가이자 번역가인 김지현(아밀)입니다. 김지현은 한국문학을 전공했고 영미문학을 번역하는 기묘한 이력의 소유자로,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심취한 나머지 189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한 공동창작 프로젝트 ILN을 결성하기도 했는데요. 그 프로젝트의 일환인 장편소설 <그려지지 않은 그림>을 현재 yes24(http://estory.yes24.com/author/eserial?serialno=942&scode=029)에서도 연재하고 있답니다. 2009년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번역을 시작으로 2015년 3월 현재까지 스물네 권의 책을 옮겼고, 그중 하나인 스코틀랜드 느와르 미스터리 <벌들의 죽음>이 최근 오퍼스프레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김지현의 작업과 작업물에 대해, 중요한 듯 중요하지 않아 보이면서도 은근히 중요한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인터뷰는 메일로 진행되었습니다.




벌들의 죽음.jpg

리사 오도넬 지금, 김지현(아밀) 번역 [벌들의 죽음] 표지



1. 작업하면서 도움이 됐던 음식이 있나요? 이걸 먹으면 힘이 난다거나 작업이 막힐 땐 꼭 먹어줘야 하는 것들이 있으면 적어주세요. ^^


번역을 하다 보면 책 속에 나오는 음식이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더욱이 <벌들의 죽음>에는 요리를 아주 잘 하는 캐릭터(레니)가 나와서 온갖 진수성찬을 차리거든요. 상당히 괴로웠죠. 책에 중요한 소재로 나온 음식들 중 하나가 스코틀랜드 전통 과자인 쇼트브레드였는데, 그래도 그건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작업을 하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곧잘 사먹었어요. 버터를 잔뜩 넣은 쇼트브레드를 진한 홍차와 함께 먹으면 나름 훌륭한 소울푸드 노릇을 하죠. 살은 찌겠지만...



2. 저자한테 화풀이해보세요.


리사 오도넬 씨. 글을 너무 재밌고 유려하게 잘 쓰시고 저랑 호흡이 잘 맞아서 사실 딱히 화가 안 나네요. (저자에게 화가 안 나는 일이 흔치 않은데...) 앞으로 또 좋은 작품으로 만나고 싶어요.



3.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편인가요? 작업할 때 도움이 되는 음악이 있다면 써주세요.


작업 할 때 노동요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1) 적당히 듣기 좋을 것, 2) 지나치게 훌륭하거나 지나치게 가사가 잘 들려서 집중을 흐트리지 않을 것, 3) 책의 내용과 분위기에 어울릴 것. <벌들의 죽음>의 경우에는 London Grammar, Daughter 같은 조용한 영국 밴드 음악을 즐겨 들었습니다.



4. 이 책에서 가장 매력 있는 지점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온 세상에 둘밖에 없는, 떼래야 뗄 수 없이 끈끈한 자매의 관계. (<겨울 왕국>보다 훨씬 리얼함.)



5. 특별히 고마운 장소가 있나요? 작업할 때 즐겨가는 카페가 있다든지?


카페 비하인드, 13년 넘게 그곳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여기 커피도 맛있고 식사도 맛있고 크로크무슈가 일품이고 음악도 좋답니다.



6. 작중에서 자신이 편애한 최애캐를 이야기해주세요.


공평정대한 번역자로서 특정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 치우치면 잘못된 번역을 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객관적인 시야를 유지하려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수 없이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생기게 마련인데요. 결론적으로 <벌들의 죽음>에 나오는 세 주인공은 모두 똑같이 사랑스러워서 최애캐가 따로 없었답니다. 거짓말 아니에요!



7. 명대사를 뽑는다면?


“나중에 자라서 뭐가 될지 따위를 열여섯 살에 알 수는 없다.”



8. 이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요? 세부에서 해변용 의자에 누워 칵테일을 옆에 두고? 햇살이 내리쬐는 카페 야외 창가? 아니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서 읽는 게 어울릴까요?


<벌들의 죽음>은 아이들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예요. 왜, 어렸을 땐 어른들에게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될 비밀이 부지기수로 생기곤 하잖아요?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아이들의 은밀한 삶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이야기예요. 독자들은 그 어린 비밀 공작원들의 음모를 파헤치는 탐정이 되어야 하죠.
그러니까 이 소설을 패스트푸드점에서 읽으면 재밌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24시간 맥도널드 같은 데서 감자튀김이랑 커피를 앞에 두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이따금씩 청소년들이 나누는 경쾌하고도 허무하고도 우울하고도 열띤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거죠. 잠복 수사 중인 탐정처럼요. 그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어떤 비밀을 꾸미고 자기들끼리 공유하는지 등등을 생각하다 보면, 이 책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9. 작업하기 진짜 싫은 날 도피하는 나만의 방법은?!


다른 작업을 한다. 그러면 진짜 하기 싫었던 그 작업이 다시 하고 싶어집니다. 아는 분이 명언을 남기셨는데, “작업이란 할 수 없을 때 하고 싶어지는 것”이라더군요.



10. 교정본이 오면 나는 일단 ____________ 을 한다.


다른 작업을 한다........아, 아닙니다.



11. 이 책은 누구에게 선물하면 좋을까요?


사랑하고 미워하는 자매에게, 성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에게 준다면 뜻깊은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지현(아밀)님께 감사드립니다. 멋진 책 많이 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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