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합평회 27차 거울 합평회

2007.09.29 00:0709.29

27차 거울 필진 합평회는 9월 16일 홍대 모 카페에서 열렸습니다.


진행은 루나벨님, 서기는 권님이었습니다. (서기인 권님이 늦게 오시는 바람에 아래 <기억> 정리는 루나벨 님이 하셨습니다.) 이 달 합평작은 가연 님의 "기억"과 은림님의 중편이었습니다. 은림님의 중편은 현재 수정 중입니다.

진행자와 서기 외 참석자는 배명훈, ida, jxk160, 은림, 가연 님으로 총 일곱 분이었습니다.

아래는 합평회 정리입니다.

-----

제27차 필진 합평회 리뷰
일시: 2007년 9월 16일
진행자: 루나벨
서기: 권
참석자: 루나벨, 권, 진아, 배명훈, 이다, jxk160, 은림


가연 님의 <기억>은 우선 야해서 좋았다는 평과 함께 시작되어 (^^)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우선 제목이나 서술에서 보이는, 주제의식이나 모티브를 한 어휘나 문장으로 요약해서 정리해버리는 경향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기억’과  같은 두 자짜리 제목은 제목이 아니라 일종의 키워드나 검색어, 태그와 같은 기능을 하는데, 좋은 선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본편 내에서 ‘환지통’ 맥락의 장면은,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백과사전식으로 지명해버리는 서술로서, 정 쓰려면 매우 전문적으로, 독자들이 모를 것까지 발전시키며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는 지적이었습니다.
내용이나 전반적인 의미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은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파괴 후 변환되고 재생성되는 자신의 육체, 그것이 연결고리를 잃어버린 ‘너’에 대한 기억으로 자기 정체성의 상실을 경험하는 맥락으로 보입니다. 그런 발상 속에서, 이별을 하고 나면 굉장히 다른 존재가 되고 싶고, 자신의 변화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일반적인 욕구가 상기되어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슴에 가위가 들어간 것 같이 아프다는 장면의 경우, 표현 기제 자체도 무척 상투적일 수 있는 데다가, 자신의 상실을 타인에 대한 기억과 연관해서 이어나가는 전체 맥락 자체와 동떨어져 자신의 감정적 고통을 자신의 육체의 고통으로 지각하는 맥락으로 돌출되어 납득하기 힘들다는 평가였습니다. 또한 화자의 성별이 모호하게 처리됨으로써, 화자가 중간에 바뀜으로서 ‘나’와 ‘너’의 경계가 일부러 모호하게 되면서 주제의식을 쥐는 것인지, 동성애인 것인지가 분명치 않아 논란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품인 작품이지만, 이야기가 확장되고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닫혀있는 구조 안에서 함몰되는 것  같은 인상이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환지통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도 단순한 슬픔 뿐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사고나 감상이 확장될 수 있는데, 정해진 틀이 있어서 스토리가 그 틀을 감싸지 않고 일종의 엔진만 빼놓은 것  같은 글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엔진만 빼놓은 것  같은’ 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이고 그런 의의를 가진 작품인 것이리라는 바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바이고, 가치평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일이리라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