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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930년대 미국 SF 작가인 스탠리 와인바움의 단편집, 『화성 오디세이』(왓북, 2011)이 출간되었다. 사실 『화성 오디세이』의 출간 자체는 딱히 특기할 사건이라 보기 어렵다. 근래 들어 SF 번역서의 출간이 활성화된데다 전자책 시장도 몇년 전에 비해 그리 낯설지는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화성 오디세이』의 출간 의의는 대체로 소설가 등 1차 창작자들의 시장으로 여겨지던 전자책 시장에서 출간된 SF 단편집이라는데 둘 수 있다.

  물론 거울 소속 번역 필진들 중 다수가 이미 종이책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긴 하지만 거울 소속 필진들만이 아니라 번역가 지망생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운 점을 시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종이책 시장에 들어가지 못한 번역 작품들은 기존의 인터넷 게시판만이 아니라 전자책 시장을 통해서도 독자들에게 선보여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번역가가 그 길을 선택하건 그렇지 않건 출간 경로의 다양화 자체는 반길 만한 일이다.



 전자책을 통한 번역물 출간은 사실상 필진들에게 재능 기부를 요구하는 형태로 운영되어오던 해외단편 게시판에 어느 정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에서는 『화성의 오디세이』를 번역하신 사주영님을 인터뷰해보았다. 이번 인터뷰는 인터뷰 진행자인 아프락사스(최진석)가 사주영님께 질문지를 전해드린 후 오프라인상에서 만나 그에 대한 답변을 듣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인터뷰 자체는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에 이루어졌으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초가을이 되어서야 업로드를 하게 되었다. 사주영님을 비롯해 기사를 오랫동안 기다리셔야 했을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죄 말씀 드린다.



 1. 사주영님에 대하여

 가. 간단한 자기 소개

 최진석 원래 작가나 번역가와 인터뷰할 때는 책을 들고 와서 싸인받고 그러는데.
 사주영 책이 없죠.
 최진석 네. 전자책이라 그런 재미는 없네요.
 사주영 와인바움도 죽었고. (웃음)
 최진석 [화성 오디세이]를 알게 된 건 SF 소설가 듀나가 자기 홈페이지에 소식을 올린걸 본 걸 통해서였어요.
 사주영 트위터에 올렸다고 들었는데요. 트위터는 저도 봤어요.
 최진석 자기 홈페이지에도 올렸었어요. 전 그걸 보고서 알게 되었죠. 그게 인연이 되어 오늘의 인터뷰까지 이어지게 된 셈인데요, 일단 간단한 자기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사주영 이름은... 그냥 사주영이고요, 그게 본명 맞고요. (웃음) 책 앞에 써 있는 소개처럼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전공했었는데 지금은 영어 번역을 하고 있고요, 바른번역이라는 곳에서 낸 왓북이라는 이북 브랜드를 통해서 책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낼 생각이에요.
 최진석 출판 번역이 아니라 전자책으로요?
 사주영 네. 출판 번역을 계속 하려고 해봤는데 제 이름으로 책을 내기가 어려웠거든요.



 나. SF에 대한 관심

 최진석 그렇다면 [화성 오디세이]를 번역하시기 전에는 SF에 관심이 있으셨어요?
 사주영 그냥 재미있는 책은 다 좋아해요. 하지만 딱히 SF를 번역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처음에 생각한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청소년들까지? 아동서라기보다는 요새 말하는 영 어덜트 소설(Young Adult Novel) 쪽을 생각했었어요. 그쪽에 환상 소설도 많고 SF도 많고... 글의 장르가 다 이어져 있으니까요.
 최진석 저도 예전에 건너 건너 청소년 소설 분야에서 SF가 뜨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사주영 원래 장르 소설 자체가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장르니까요.
 최진석 네. 여하간 딱히 SF에 많은 관심을 가지신건 아니었던 거네요?
 사주영 많은 관심은 아니고, 재미있는 책은 대개 찾아보려고 해요.
 최진석 거울에 대해서는 알고 계셨어요?
 사주영 거울은 예전에 알고 있었어요.
 최진석 아, 정말요?
 사주영 네. 예전엔 몇 번 들어가 봤었는데 몇 년 전부터 제 컴퓨터가 거울을 거부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거울 인터뷰 섭외를 받고 나서 거의 1년 반, 2년 만에 이 사이트를 들어가 봤는데 다 안 열리더라구요. 대문까지는 뜨는데 그 이후에 부분적으로 페이지가 안 열려요. 제 컴퓨터에서 그런 데가 너무 많아요.
 최진석 홈페이지 관리하시는 분께서 좀 뜨끔하셔야겠네요. (웃음)


 다. 좋아하는 작가 내지 작품

 최진석 독자로서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세요?
 사주영 너무 광범위해서... 그 질문이 제일 어려웠어요. 제가 번역한 [화성 오딧세이]와 관련해서 보면 SF 작가 중에서는 레이 브래드버리나 코니 윌리스를 좋아하고요, 하드 SF는 별로 취향이 아닌 것 같고(웃음) 하드 SF보다는 청소년들도 읽을 수 있는 SF가 제 수준에 딱 맞는 것 같아요.
 최진석 사실 하드 SF는 이공계 전공자나 매우 하드한 SF 팬 아니면 읽기 힘들더라구요.
 사주영 그렇기도 하고, 설정만 늘어놓다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최진석 네. (아이디어는 좋지만) 글솜씨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저야 번역된 글만 읽으니 잘 모르겠지만.
 사주영 좀 건방진 생각이긴 한데 솔직히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설정만 본다는 느낌이...
 최진석 황금 시대 작가들은 특히 그런게 더 크잖아요. 아서 클라크는 좀 덜하던가요?
 사주영 아서 클라크는 좋아해요.




 2. 번역가로서의 사주영님에 대한 질문

 가. 번역 공부 과정

 최진석 번역은 어떤 경로를 통해 뛰어들게 되셨어요?
 사주영 학교 다닐 때부터 알바같은 걸로 영어 번역을 쭉 공부를 했었어요. 그 때부터 영어 번역을 했었고, 거의 회사를 그만두면서 차선책으로 선택하게 된 거였죠.
 최진석 애초에 전공은 일문학이셨는데 영문학으로 바꾸셨죠.
 사주영 영어 쪽 일이 더 많아요. 어쩔 수가 없는 게. 그리고 제가 읽을게 영문학 쪽에 더 많기 때문에. 그리고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영어로 나온 책 자체가 많잖아요. 좋아할만한 책도 더 많고.
 최진석 바른번역에 들어가서 영문학 번역을 공부하셨지만 그 전부터 번역에 대해서는 공부해오셨지요?
 사주영 네. 바른번역은 제가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간 데였고요, 공부 자체는 계속 했었어요. 회사를 다닐 때 한겨레에서 강주헌 선생님이 진행하시던 번역 과정을 들었어요. 그런데 일하면서 등록을 하니까 잘 못나가게 되고, 하고는 싶은데 많이 아쉬움이 남아가지고 바른번역에서 공부했다가 또 범위를 좁혀서 한겨레에서 아동서 번역을 공부하다가 다시 바른번역으로 돌아왔죠.
 최진석 청소년 소설 생각하시게 된 건 바른번역 쪽 영향이 큰가요?
 사주영 아뇨. 그냥 개인적인 취향이죠.
 최진석 바른번역 들어가시기 전에는 직장 생활과 수강과 개인 공부를 병행하셨겠네요.
 사주영 회사에서 영어 서류를 계속 번역하고 봐야 하는 일을 해서 어차피 영어를 해야 했어요.


 나. 번역가는 어려운 직업인데?

 최진석 사실 번역이라는게 되게 힘든 일이잖아요? 보수도 짜고, 일도 힘들고요. 심지어는 자기 책임이 아닌 일에서까지 욕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예전에 어떤 독자가 그리스문학 번역자인 천병희 선생님을 아주 비분강개한 어조로 욕하는 걸 본 적이 있었어요. 그 이유인즉슨 1996년에 단국대 출판부에서 나왔던 [일리아스]는 15,000원 정도였는데 10년이 지나 다른 출판사에서 재간된 판본의 가격이 무려 33,000원으로 올랐다는 거죠.
 사주영 그거야 책값이 올랐으니 어쩔 수 없지요. (웃음)
 최진석 그런데 그 독자는 천병희 선생이 돈독 오른 것 같다면서 속된 말로 번역자를 까는 거죠. 독자 입장에서는 저자 말고는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이다 보니까 번역자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문제까지 번역자의 책임으로 돌리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차라리 번역을 욕하는 경우라면 나은데요. 그나마도 말도 안되는 지적들이 많다고는 하지만요. 여하간 이렇듯 심신이 고달픈 직업 중 하나인데 왜 하필 번역인가.
 사주영 그냥 번역이 재밌으니까요. 비판을 받는 건 무슨 작업이든지 간에 대중에 노출되는 직업이라면 따라오니까... 번역에서는 보수가 짜고 길을 뚫기가 어려운 것을 제외하면 일 자체는 굉장히 좋아하고 있어요.
 최진석 그렇다면 앞으로 문학 번역에 전념하실 생각이신가요?
 사주영 아니오, 꼭 그런 건 아니고 여러 번역을 계속 하고 공부를 하면서 넓혀가고 싶은데 일단은 장르 소설로 시작을 했으니까 장르 소설로 파보고, 여기서 실력이 더 붙으면...
 최진석 이쪽에서 번역하시면 계속 이쪽에서만 일이 들어오게 된대요. (웃음)
 사주영 그런 생각도 좀 들기는 한데요 조금씩 조금씩 넓히면 어떨까 해요. 여기서 아동문학으로 간다던지.
 최진석 그렇다면 딱히 번역하고 싶은 책이 있으세요? 생각 중이신 건...
 사주영 생각 중인 건 영어덜트 판타지 소설 같은걸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내보고 싶고...
 최진석 제목은 아직 밝힐 수 없으신가요?
 사주영 한 권 정도만 밝혀도 되나요? ‘페이퍼하우스’(Paperhouse, 1988)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Catherine Storr의 [Marianne Dreams](1958)이라고... 그쪽에서는 영어덜트 소설도 아니고 거의 초등학생용 소설이긴 한데 영화는 거의 공포 영화로 만들어져 나왔어요.
 최진석 영화로 나왔으면 꽤 잘 나갈 법 한데요.
 사주영 영화도 되게 마이너해요. 책 자체도 영국에서는 꾸준히 수요가 있는데 미국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본이 아직 안 나온 것 같고요. 영국에서는 뮤지컬로도 만들고 거의 아동문학의 클래식급이던데요.
 최진석 언젠가 출간되었으면 좋겠네요.
 사주영 네, 재밌어요.



 ▲ [Marianne Dreams]의 표지와 ‘페이퍼하우스’의 포스터. 이 소설을 사주영님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


 3. 전자책

 가. 전자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질문

 최진석 전자책이라는 매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생각하기에 번역자는 데뷔 경로가 상당히 좁아요. 소설가들에게는 하다못해 인터넷 연재 공간에서의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 컨택되는 경우라도 있지요.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에 여러 중간 경로가 있다고 할까요.그런데 번역가들은 저작권 때문에 활동 자체가 제약되어 있는데다가 같은 활동이라 해도 (독자들 사이에서) 이름을 얻기가 쉬운 것도 아니죠. 뭐, 이런 경우는 있겠죠? SF 팬덤 내부에서 SF 팬으로서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SF 팬으로서의 유명세를 얻어서 번역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내게 되는 경우. 굳이 말하자면 홍인기 씨가 이런 경우에 해당될 텐데, 사실 굉장히 드문 케이스죠. 결국 중간 경로가 전혀 없으니까 아마추어 번역가와 프로 번역가 사이의 간격이 상당히 심해요. 그런 의미에서 전자책을 통해 번역가들에게는 나름의 중간 경로가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어요. 일단 출판사 측에서도 재고 부담이 없으니 비교적 쉽게 책을 내주고요.
 사주영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낸 책들은 제가 직접 기획해서 번역한 것들이고요. 신인 번역가가 기획하기에는 저작권이 풀린 작품이 편하죠. (전자책이) 저작권 풀린 책을 가장 쉽게 낼 수 있는 방법 같아요. 왓북에서 지금은 저작권이 풀린 작품들만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유페이퍼 같은 전자책 사이트를 통해서 번역서를 내는 사람도 잘 모르지만 아마 있을 거고요.


 나. 전자책의 장점?

 최진석 사실 (번역가 입장에서도) 어지간하면 최근 걸 하고 싶어하겠지만 저작권 때문에 쉽지 않겠죠. 종이책으로 내는 것도 아닌데 누가 저작권료를 대신 내주지도 않을 테고요.
 사주영 책을 잘 찾아봐야죠. 그런데 요새는 프리텍스트로 풀린게 의외로 많아요. SF쪽에서 보면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커트 보네거트도 많이 풀려 있고요.
 최진석 보네거트가요? 보네거트가 2007년에 죽었는데...
 사주영 제가 알기로 정말로 저작권 문제가 없는 건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거울에선 번역된게 없나요?
 최진석 65호에서 사은님이 {2BR02B}(링크)를 번역하셨고, 그 외에는 없죠.
 사주영 그리고 와인바움은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거고요. 아마 35년에 죽어서 2005년에 풀렸을 거에요. 처음에 와인바움을 번역하려 했던 것도, 일단 장르 문학으로 한정해놓고 그 안에서 가장 최근 걸 고르다보니... 연대 별로 자르니까 제일 끝에 걸린 작가가 그 사람이었던 거죠. 보네거트나 필립 K. 딕 같은 최근 작가 작품도 의외로 많이 있어요. 실버버그도 있고.
 최진석 로버트 실버버그까지 있나요?
 사주영 네. 구텐베르그에는 아직 없는데 다른 무료 전자책 사이트에서 찾으면 나와요. 그건 정확히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는데... 제가 최근 욕심을 내고 있는 게 엠마 오르치의[스칼렛 핌퍼넬]과 올라프 스태플든의 [스타 메이커]하고...
 최진석 [스타 메이커]는 번역이 됐죠?
 사주영 아, 이건 번역이 나왔죠. 랜달 개릿도 그렇고, 웰즈는 오래 전에 죽었으니까 그렇고, 필립 K. 딕이나 보네거트도 찾으면 꽤 있어요.
 최진석 필립 딕은 장편 걸작선이 2014년까지 해서 나오기로 했죠.
 사주영 러브크래프트도 전집이 나왔죠? 그런데 책으로 나온다고 해도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먼저 번역해서 내면 그만이긴 해요. (웃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아요. 겹치니까요. 저도 이왕이면 종이책으로 나오지 않은 작품을 내는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종이책으로 낼 기회가 없었으니까. (웃음)
 최진석 [화성 오디세이] 말고 다른 출간작이 더 있었나요?
 사주영 아가사 크리스티 걸 하나 냈어요. [스타일즈 저택 살인사건]이 나와 있고, 지금 다른 작품 하나를 번역 중이에요. 일단은 유명한 작가 걸 고르게 되니까요.
 최진석 크리스티는 아직 저작권이 살아 있지 않나요?
 사주영 딱 두 권 풀렸어요. 그런 식으로 작가마다 일부만 풀린 게 있어요. 우드하우스 같은 사람은 70년대엔가 죽었는데 초기 작품이 거의 다 풀려 있어요. ‘지브스 시리즈’(Jeaves, 1917~1974)라던가. 주위에서 읽어보고 싶다고 해서 그쪽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최진석 이북으로 출간되는 거죠? 물론 종이책으로 나오는게 좋겠지만요.
 사주영 그 전에 종이책으로 나올 것 같기도 한데 안 나오면 제가 준비해서 내버리고 싶어요. 이북 기획안이 통과되기만 한다면요. (웃음) 그런데 저도 종이책으로 보고 싶어요.



 ▲ 사주영님의 또다른 전자책 번역서.


 다. 전자책이 개선해야 할 점

 최진석 사실 그렇죠. 전자책은 절판 걱정이 적어서 다행인데...
 사주영 전자책은 또 팔려야 해서... 일단 기기만 개발이 되더라도 편해질 것 같아요.
 최진석 아이패드로 보시니 편하지 않으세요?
 사주영 제 책이 인터파크와 교보문고에서 나왔는데 인터파크용은 제 아이패드가 문제인지 구동이 안될 때가 있어요. 제가 제 책을 사놓고도 읽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요. (웃음) 제가 아이폰을 쓴다면 보다 편하게 볼 수 있을 텐데 폰은 아이폰이 아니라서요.
 최진석 (아이폰 쪽은) 해상도가 낮아서 보기 어려우실 거에요. 저도 그 문제 때문에 컴퓨터로 봤고요.
 사주영 그런데 주위에 책을 사신 분에게 뭘로 보시냐고 여쭤보니까 아이폰으로 보시더라구요.
 최진석 출퇴근길에 볼 수도 있으니 일단 편하기야 하죠.
 사주영 스마트폰으로 볼 걸 고려해서 (번역작으로) 단편집을 고른 것도 있어요. 금방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으니까요. 바른번역 쪽에서도 그런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요.
 최진석 단편은 그런게 있는 것 같아요. 장편은 (전자 기기로) 읽기가 영 힘들더라구요.
 사주영 일단 앱이 발달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최진석 특정한 기기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도 불편하죠. 종이책은 DRM 같은게 없잖아요? 게다가 인터페이스도 문제에요. 일단 [화성 오디세이]부터가 검색해서 찾기 힘들었어요. 제목도 비슷한 제목의 단행본과 헷갈리는 바람에 더 그랬고요. 오‘딧’세이와 오‘디’세이의 검색 결과가 다르죠. 특히 인터파크에서는 같은 검색어를 넣어도 인터파크 메인에서 검색하면 나오지 않고 인터파크 전자책 코너에 들어가서 따로 검색을 해야 나오더라고요.
 사주영 네. 제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었는데, 그나마 한 사이트에서 [스타일즈 저택 살인사건]하고 [화성 오디세이]의 저자 이름이 뒤바뀌어서 나오는 바람에 제가 교보문고에 건의해서 바로잡아놓은 거라서... 작가 이름으로 찾는게 제일 편하죠. 책을 일단 찾기가 복잡해서 팔기도 힘든 것 같아요.
 최진석 저도 아니까 찾았지 안 그랬으면 못 찾았을 것 같아요.
 사주영 게다가 이번에 {화성 오디세이}가 수록된 단행본 [SF 명예의 전당] 2권에서 작가 이름을 ‘와인봄’이라고 표기하는 바람에 (저도) 작가 이름을 와인봄이라고 똑같이 표기해줘야 하나 생각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듣기에는 와인바움처럼 들려서 전 그냥 와인바움으로 썼어요. 둘 다 맞는 것 같아요.




 4. 스탠리 와인바움 이야기

 가. [화성 오디세이]의 출간 과정

 최진석 인터뷰가 마지막 순서로 흘러가는군요. 이제 번역작인 [화성 오디세이]에 대한 질문을 드릴 텐데...  [화성 오디세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출간되었나요?
 사주영 [화성 오디세이]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종이책으로 내려고 출판사에 기획안을 넣어봤어요. 그런데 거절당하고, 바른번역에서 마침 이북으로 책을 낸다는 기획이 있길래 아무래도 장르문학은 이북 쪽에 기회가 더 많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안을 넣었다가 나오게 된 거죠. 번역이 끝나고 당장 못나오고 뒤늦게 나오게 되었어요. 처음에 [화성 오디세이]를 기획한건 2009년이었거든요.
 최진석 저도 검색해보니까 왓북에서 최근에서야 갑자기 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더라구요.
 사주영 네. 4, 5월부터 시작됐어요.
 최진석 (일본 SF 앤솔러지인) [화성의 마술사]도 그 즈음에 나왔었죠. 출간 당시의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사주영 안나올줄 알았는데 이렇게라도 나오게 돼서 너무 기뻤고요. (웃음) 게다가 퇴짜를 맞았던 원고니까요.
 최진석 사실 와인바움은 너무 오래 된 작가긴 하죠?
 사주영 그래도 그런 것치고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 않나요?
 최진석 그건 그래요. 한국에서는 작가의 지명도가 워낙 낮아서...
 사주영 지명도가 낮은게 아니라 솔직히 없죠. (웃음)
 최진석 저도 단편집이 나오기 전에는 그냥 이런 작가가 있다는 수준의 이야기만 들었던 것 같아요. SF문학사에서는 중요한 작가 취급을 받지만, 정작 한국 SF 팬들은 그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작가들을 읽는데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작가가 아닌가 싶어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사주영 그런데 나중에 단편집으로 묶여 나오더라구요. (웃음) 좀 억울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표제작 말고는 솔직히 유명한 작품이 없으니까요. 와인바움 작품은 아마 일본에도 번역서가 나온 게 없어요. 제가 혹시 일본 쪽 번역서가 있으면 그걸 참고할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번역서는 없지만) 그쪽 웹에 와인바움 팬들이 번역해서 올려놓은 게 있더라고요. 번역이 아주 세련되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왜 여기서는 이런 상황인가’ 설명해놓은 게 있으니까 번역하는데 많이 참조했어요.
 최진석 번역하는데 딱히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사주영 글 자체는 쉬운 편이라서요.
 최진석 하긴 뭐 하드 SF처럼 과학 지식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죠. 밴 맨더푸츠 시리즈 같은 경우는 그냥 만담이니까요. 스탠리 와인바움을 선택하신 게 아까는 저작권 풀린 작가 중 가장 최근 작가라 그렇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으셨어요?
 사주영 장르 문학에서 저작권이 풀린 걸 찾다가 그런 것도 있고요, 작가가 요절을 해서 작품이 얼마 없는데도 어디선가 언급된 걸 봤었거든요. 제가 SF를 그렇게 열심히 보지 않는데도. 어떤 책인가 되게 궁금하기도 했고요. 재미있는 게 책도 별로 없고 유명한 작품도 {화성 오디세이} 밖에 없는데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은 꾸준히 있더라고요.
 최진석 미국쪽에서는 {화성 오디세이}가 워낙 큰 영향을 준 소설이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아이작 아시모프나 아서 클라크도 1934년을 이야기할 때는 꼭 {화성 오디세이}를 이야기하면서 무척 충격적인 해였다고 회고를 하죠. 그런 거 보면 많은 영향을 준 것 같긴 해요.
 사주영 이건 저도 책에 열심히 소개문에도 넣으려고 열심히 찾아봤었는데, ‘어스타운딩 스토리즈’의 편집자 존 캠벨이 요구했던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사고를 지녔으면서 인간과 같지 않은 생명체를 구현하라"라는 요구를 처음으로 실현시킨 작가였다고도 하고. 작가 자체가... 캐릭터만 봐도 되게 인간적이잖아요. 외계인도 그렇고 인간도 그렇고. 그 때 책 치고는 꼭 요새 책처럼...


 나. 어려운 현실에서도 타자에 대한 신뢰를 말하고자 했던 작가

 최진석 저 같은 경우는 이 양반이 어떻게 그 시대에 이런 걸 쓸 수 있었을까 했어요. 스탠리 와인바움이 살았던 곳이 1930년대 미국 켄터키 주잖아요. 그런데 그 때가 대공황 시즌이더라고요.
 사주영 원래 돈을 벌려고 로맨스 소설을 먼저 썼을 거예요.
 최진석 특히 켄터키 주는 대기근까지 겹치는 바람에 더욱 가난했을 상황인데, 그런 시기는 타자들에게 관대해지기가 쉽지 않은 시기잖아요?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가 증폭되기 쉬운 때인데. 특히 그게 심했던 동부에 살았던 러브크래프트는 자기 소설에 유태인과 이민자에 대한 증오를 쏟아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와인바움은 그런 상황에서도 타자와의 소통 가능성을 이야기하잖아요. 연애 소설을 쓰기도 했던 작가이기에 가능했던 건가 싶기도 하고... 해서 (작가에 대해) 더 알아보려고 했는데 자료를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사주영 맞아요. 자료가 정말 없어요. 너무 일찍 죽는 바람에. 외국 쪽에도 없어요. 제 검색능력이 닿는 한에는 별로 없었어요. 러브크래프트 전집이 나오기 전 이야기지만 원래는 러브크래프트와 와인바움을 나란히 놓고 기획해보려고 했는데, 조금씩 읽다 보니까 아까 말씀하신대로 너무 대조적인 거예요. 제가 보기엔 사람들이 이쪽(와인바움)을 더 편하게 읽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와인바움을 골랐죠). 밴 맨더푸츠 시리즈만 하더라도 주인공은 요즘 공대생 하나 잡아다 놓고 써도 될 정도로 공감을 일으키는  내용이니까.(웃음)
 최진석 좀 부유한 공대생(웃음)
 사주영 네. 좀 부유하고 뭔가 꿈만 가득한 엔지니어. 그러나 애인은 죽어도 안생기는... (웃음) 저는 이공계는 아니지만 주인공이 재미있고 공감이 갔어요. (웃음)
 최진석 스탠리 와인바움도 한량이었을까요? 위키피디아 같은데 찾아보니까 대학교 그만둔 것도 내기 삼아 친구 시험 대신 쳐줬다가 걸려서 그만둔거라 짤린 거라 하더라고요. (웃음)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사주영 그렇게 적대적인 부분은 없었던 사람 같아요.


 다. 화성 오디세이

 최진석 (와인바움의 외계인은) 요즘의 통속화된 외계인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죠.
 사주영 어떻게 보면 현대적이에요. 그래서 지금 읽기에도 그리 뒤처지는 느낌은 아니에요.
 최진석 낡긴 했지만 그 발상 자체는, 외계인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발상은 르 귄의 SF에도 아주 뒤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주영 2009년에 마침 ‘아바타’가 개봉을 해서 ‘지금이면 이거 번역해도 팔리겠다’ 싶은 것도 있었어요. 외계인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를 틈타 ‘사실은 이게 원조였다’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이미 ‘아바타’는 개봉한지 한참 지났고. (웃음)
 최진석 작중의 지구인 중에서도 외계인에게 우호적인 사람은 별로 없지 않아요? 주인공인 화학자 외에?
 사주영 다른 사람들도 외계인에게 딱히 적대적이지는 않았잖아요? 보자마자 쏴죽어야 한다 이런 것도 없었고, 그냥 웃기게 생겼더라 하는 정도.
 최진석 그래도 원자력 엔진을 줘버린다던가 하는 골때리는 짓은 주인공밖에 안했죠. 지구로 돌아가면 시말서 정도로 끝나지 않을 텐데.
 사주영 그 시리즈가 좀 더 나왔으면 뒷이야기가 있었을 거예요.
 최진석 애초에 그런 주인공을 설정했던 것 자체가 처음부터 소통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던게 아닌가 싶어요. 주인공이 처음 보자마자 ‘엇, 외계인!’ 하고 쏴죽여버렸으면 거기서 소설 끝나는 거잖아요.
 사주영 외계인 자체가 재밌게 생겼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생김새로 묘사되지 않잖아요.
 최진석 타조처럼 생겼던가요? 위키피디아에서는 타조라고 설명하던데.
 사주영 따오기죠. 이집트신 세트와 닮아서, 그 신이 사실은 그 외계인이었다고 하는 내용인데.
 최진석 보통 외계인은 문어 형상 같은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그나마 친화적인 모습으로 나와요. 그런 데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해요.
 사주영 일본 웹 쪽에서 팬이 그린 듯한 삽화를 봤는데 되게 귀엽게 그려져 있어요.
 최진석 단편에서 외계인 사회가 무정부사회에 가깝다면서 칭송하는 장면도 나오지요.
 사주영 그건 작가가 무정부주의 쪽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계속 강조하잖아요. 밴 맨더푸츠 시리즈에서도 무정부주의에 대한 칭송이 한 번 더 나오고. 세계관이 같기도 하고요. {화성 오디세이}에서 나왔던 기업이나 TV 광고가 밴 맨더푸츠 시리즈에서도 그대로 나오는걸 봐서 같은 세계에요. 저도 처음에 읽을 땐 몰랐다가 나중에 읽을 때 알게 되었어요. ‘예르바 마테 쇼’라고 밴 맨더푸츠 시리즈의 주인공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이 {꿈의 계곡}에서도 언급돼요. {피그말리온의 안경}을 제외하면 다 같은 세계관에서 진행되는 것 같아요. 그 작품도 어쩌면 같은 세계관일지도 모르고. 작가가 계속 같은 세계관에서 글을 썼을 것 같은데 요절해서...


 라. 밴 맨더푸츠 교수 시리즈

 최진석 단편을 고르신걸 보니까  SF 쪽에서 중요한 세 편과 그 사람 소설 중에서 가장 유쾌한 편인 교수 시리즈가 골라졌군요.
 사주영 그것도 있고, 구텐베르크에 올라온 건 전자책에 수록된 여섯 편이 전부였어요. 나머지는 다른 사이트에서 봤어요. 처음에는 여덟 편으로 하려다가 주위에서 분량이 많다길래 자르고, 통일성을 주려고 구텐베르크에 올라온 여섯 편으로 골랐죠.
 최진석 분량이 딱히 많은 것 같진 않았는데요.
 사주영 제외된 두 편이 약간 길었어요. 이 단편들은 기회가 닿으면 번역을 하고 싶어요.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엮어 단행본 분량을 만들어서요. 사실 전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는) 표제작인 화성 시리즈 두 편보다는 밴 맨더푸츠 교수 시리즈 세 편이 더 재밌었어요. 그래서 그 세 편은 꼭 넣고 싶었어요.
 최진석 밴 맨더푸츠 시리즈는 세 편이 전부인가요?
 사주영 네. 만약에 작가가 그렇게 갑자기 죽지 않았더라면 계속 나왔을 것 같아요. 그러면 운이 없는 화자도 어떻게 여자친구가 생겼을지도 모르고...
 최진석 그러면 안되죠.(웃음)
 사주영 아, 그렇게 맨날 안되고 늦는게 포인트긴 한데... 다른 단편들은 내용이 좀 어두워서 이 작가가 쓴 것 중에 제일 쉽게 읽히는 건 그 세편인 것 같아요.
 최진석 확실히 같은 책에 실린 화성 시리즈만 해도 밴 맨더푸츠 시리즈와는 많이 차이가 나잖아요? 타인과의 소통을 이야기하다보니까 그렇게 되었나 싶기도 한데.
 사주영 밴 맨더푸츠 시리즈도... 저도 이건 제가 생각 못한 걸 책을 읽은 친구가 지적해줬는데, 그 왜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기계가 나오잖아요. 그것 자체가 되게 많이 소통 같은 것에... 기기 자체도 그런 쪽으로 생각을 했던 것 같은,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든지 내가 바라는 이상을 타인이 보게 된다든지... 다 소통이 주제인 것 같아서 재밌어요.
 최진석 듣고보니 그렇네요. 기계를 통해서 타인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거잖아요?
 사주영 타인이 뭘 생각하는지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지만 이해는 하지 못해요. 기계를 통해서도 소통은 결국 안 된다는 거.
 최진석 주인공은 거기에 함몰되려다가 밴 맨더푸츠의 구조 아닌 구조로 헤어나게 되고요.
 사주영 작가가 주인공에게 자신을 많이 투영해서 썼겠다 싶었는데 작가는 결혼까지 해서 잘 살다가 죽었더라구요. 요절했으니 잘 살다 죽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이상으로 2, 3시간에 걸쳐 속사포처럼 진행된 인터뷰가 끝났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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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유 11.10.29 00:12 댓글 수정 삭제
    스탠리 와인바움의 단편집이 전자책으로 나왔군요. '화성의 오딧세이'를 재밌게 읽었는데 이것도 구입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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