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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씩씩해
마이조 오타로, 김수현, 북홀릭(bookholic), 2009년 2월

아이 says:
미취학 시절, 슈퍼맨 흉내를 내려고 내 키보다 한참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 그때의 내 꿈은 오로지 초능력자가 되는 것이었다. 하늘을 나는 것도 괜찮다. 손에서 광선이 나가도 괜찮다. 투명인간도 상관없다. 어쨌든 초능력자만 되자. 오로지 그 꿈뿐이었다.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마이조 오타로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초능력자가 되고 싶다던 꿈을 버리지 말까!’
마이조 오타로의 소설을 읽을 때면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그때처럼 말도 안 되는 생각들,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씩씩하게 하고 싶게 만든다. 다시 담 위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사고의 틀을 깔끔하게 허물어뜨리는 마이조 오타로의 상상력, 굉장히 부럽다.
여섯 편의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추지나 옮김, 북스피어, 2009년 5월

미로냥 says:
이상한 표지일러스트와 고유어에 일관성이 없는 번역으로 유명한 구판을, 새롭게 번역해 출간했다.
악명 높은 구판의 번역이 고유어에 일관성이 부족한 걸 빼면 몹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새로 나온 판을 샀지만 역시 구판도 가지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십이국기⟩ 시리즈보다 이 책 쪽을 좋아한다. 오노 후유미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책.
사실 나는 여기 속한 게 아닐 거라는, 그 기이한 부유감과 현실도피를 판타지로서 훌륭하게 잡아냈다고 생각한다.

 


유대인 경찰연합 1, 2권
The Yiddish Policemen's Union (2007)

마이클 셰이본, 김효설 옮김, 중앙books(중앙북스), 2009년 3월

정해복/아르하 says:
올해 나온 소설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소설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대체역사소설이라 SF로 분류되어 있더라고요. 전 읽으면 대체역사가 아니라 진짜 역사적인 사실을 두고 쓴 소설로 착각했습니다. 정말 생생한 묘사가 돋보였던 소설이었거든요. 아주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게 잘 풀어나갔던 것 같아요. 거기에 추리, 하드보일, SF 같은 장르가 잘 녹아나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 2권
The Collected Stories of Arthur C. Clarke (2000)

아서 C. 클라크, 고호관 옮김, 황금가지, 2009년 3월

askalai says:
아서 클라크 단편전집.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집과 둘을 놓고 고민했으나 결국에는 더 좋아하는 작가로 기우는 마음.

 


파워
서부 해안 연대기 3부 | Powers (2007)

어슐러 K. 르귄, 이수현 옮김, 시공사, 2009년 1월

자하 says:
서부해안 시리즈는 근본적으로 아이가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윗세대에게서 받았던 것을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히 내 안으로 소화하고, 그럼으로써 오히려 오롯이 자기 힘으로 서게 된 계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3권인 파워의 주인공은 누구보다도 고통스럽게,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상처 입고 자신의 근원을 찾고 성장하고 남을 볼 수 있게 되는 아이이다. 어슐러 르귄의 특성상 어떤 경우에도 고상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무너지지 않지만, 한 사람의 존재와 가치를 결정 짓는 시기에 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테레즈 라캥
Therese Raquin

에밀 졸라, 박이문 옮김, 문학동네, 2009년 3월

유서하 says: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Thirst, 2009) 덕분에 예쁜 새 판본으로 재출간된 [테레즈 라캥].
살롱의 소파에 몸을 기댄 지식인의 문학 대신, 인간의 감정을 가차 없이 쥐어짜 그 진액을 프레파라트 위에 떨어뜨리는 과학자의 문학을 실험한 에밀 졸라의 초기작. 영웅적인 인물들이 역경을 무릅쓰는 과정을 바라보는 대신, ‘역경’ 따위의 인간중심적인 이름과 무관한 상황이 인물들을 덮쳤을 때, 인물들이 그 속에서 어떻게 허우적거리는지를 바라보는 동안, 우리들은 테레즈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만큼이나 우리들이 무기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자신의 불 꺼진 숙소 벽에 흐물거리는 그림자들을 두려워했던 로랑처럼 우울해집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감정 역시, 자정을 넘긴 시각에 갑자기 깨어나 식은땀에 젖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스스로를 저주하게 되는 성욕과 별다를 것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당신 역시 한 적이 있습니까?

 


사라고사에서 발견된 원고
알퐁스 반 월덴의 14일

얀 포토츠키, 임왕준 옮김, 이숲, 2009년 07월

유로스 says:
이야기하는 이야기, 환상을 품은 환상. 토도로프가 지적한 대로, "환상성의 장르에서 '환상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개연적이다." 앞으로도 이 책은 환상문학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전범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이다.

 


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윤덕주 옮김, 스튜디오본프리, 2009년 8월

crazyjam says:
오래 전, 영화 올드 보이의 개봉일에 대한 기억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오며, 나를 포함한 관람객들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영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장면과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면에 대한 감상을 나누느라 시끄러운 것이 당연한 그 시간에 사람들은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극장 밖으로 향한 행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것이 편안하고 즐거운 감정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사람의 감각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올드 보이는 나에게 있어 꽤 좋아하는 영화이며, 또한 별로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 그 점에 있어 [남의 일]은 올드 보이에서 느끼는 감정과 상당히 닮은 책이다.
호러와 스릴러가 가져야 할 최대의 미덕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불쾌한 감정에 가까운, 긴장감과 압박감을 한계까지 고조시키는 것이 아닌가? 그 점에 있어서 이 책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불쾌함의 임계점은 모두 다르므로 신중히 생각하길 권하는 바이다.
아주 심플하게 제작된 이 책은 작가의 서문조차도 없다. 오로지 타이틀 두 페이지와 차례 한 페이지를 제외하면 단편 열네 편 만이 꼭 들어찬 형태이다. 드물게도 버리지 않고 남겨 둔 이 책의 띠지에 적혀있는 작가의 말 한 부분을 적어본다.

“공포란 과연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이거다 싶은 답을 떠올리지 못해 헤매다가, 정말 무섭다고 느꼈던 사건들은 대부분 신문기사를 통해 접했던 것들이었음을 깨달았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1, 2권
H. P. 러브크래프트, 정진영 옮김, 황금가지, 2009년 8월

bluewind says:
드디어 나왔다는 기념적인 이유입니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1966, 1994)

로버트 A. 하인라인, 안정희 옮김, 황금가지, 2009년 4월

세이지 says:
이 책을 2009년 올해의 책이라 부를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하인라인은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평가를 한 순간에 뒤엎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하인라인의 최고 걸작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몰입감이 뛰어난 구성력과 위트있는 대사, 등장 인물들이 가진 개성.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수작입니다.
씌여진 지는 오래되었지만, 국내에 올해 재출간된 점을 감안하여 올해의 책으로 추천합니다.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1, 2권
Perdido Street Station (2000)

차이나 미에빌, 이동현 옮김, 아고라, 2009년 04월

날개 says:
아서 C. 클라크 상과 영국환상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 있는 작가의 작품. 이 작품은 한 마디로 기이한 악몽 같은 소설이다. 어둡고 음울한 꿈 속 세계를 독자는 독서를 통해 간접체험 할 수 있다. 마치 악몽 속 세계처럼 기괴한 세계 속에서 괴물에게 쫓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꿈이라기 보기에는 눈에 잡힐 듯 묘사되는 도시의 모습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환상을 체험하게 만든다. 게다가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뿐만 아니라 때로는 깜짝 놀랄 만큼 근사한 문장들을 만나게 되는데 작가가 그만큼 굉장히 공들여 쓴 문체 또한 인상적이다.
구성이나 세계관, 캐릭터 등에서 굉장히 탄탄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은 소설이며, 모험소설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초반만 넘기면 환상적인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정말 오랜만에 뛰어난 환상소설을 접했다. 뉴크로부존이라는 도시를 만들어낸 작가에게 경의가 느껴질 정도다. 환상소설 또는 과학소설을 좋아하는 장르소설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소설이며, 읽고 나면 2부와 3부도 기대하게 될 것이다.
환상소설을 좋아한다면, 또 환상소설을 쓰고 싶은 지망생이라면 이 작품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낯선 작가와 제목 또는 두툼한 분량 때문에 놓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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