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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역사적인 첫 페이지를 연 뒤로 지금까지 만 7년간 환상문학웹진 거울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루운 평원에서 전투를 벌이기도 했고, 출근길에 좀비를 만나기도 했으며, 냉동인간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그 외 기타등등.

그렇게 7년이라는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휴간도 없이 매달 마지막 금요일이 찾아올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꽃피우면서 환상문학웹진 거울은 이제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작가ㆍ번역가 등 장르문학계의 인적 자원이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환상문학 작가집단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이제 그 7년 동안 거울이 지나온 발자취를 속속들이(!) 파헤쳐 보기로 하겠다.

2003년 6월: 제 1호 발간. 초대 편집장 진아(가연)

  거울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웹진을 처음 만드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진아   아무 것도 없지 않았습니다. ^^
pc 통신 때 단편을 쓰던 분들 중 웹진을 만들게 되면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있었고, 연락이 닿지 않은 분도 있었지만, 연락이 닿은 분들은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말씀해주셨고, 가장 고민이었던 웹사이트 제작도 bluejini 님이 나서 주셨으니까요. 일단 시작해서 부족한 부분은 조금씩 채워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2004년 8월: 환상문학웹진 거울 첫 단편선 출간

개간 이후 1년 동안 시간의 잔상과 독자우수단편에 오른 작품들을 선별하여 만든 거울의 첫 책이었다. 다시 보면 온갖 편집 오류가 가득해 민망하고;;; 과연 이런 책이 팔려줄지 어떨지 가슴 졸였다는 진아님의 말씀.
일러스트 : 조안나
표지, 내지 디자인: Oz

  거울   거울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단편선이었던 [2004 환상문학웹진 거울 단편선]은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표지와 내지를 디자인하시면서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Oz(명)   조안나님의 일러스트는 아름답지만 까다로운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어디를 어떻게 배치를 할 것인지가 매우 어려워서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에피소드…… 인쇄소(충무로) 갔습니다. 편집파일 시디를 안들고 왔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집(경기 벽제)으로 갔습니다. 당시 살던 집이14층이었는데 엘레베이터 수리중이랩니다…… 14층까지 걸어올라갔습니다.
집에 도착후 무심코 엘레베이터를 봤는데 그새;; 다 고쳐서 운행중이었습니다. 참고로 그때는 여름이었습니다.
인쇄소에서…… 인쇄소는 몇년동안 동인(야오이) 소설을 다량 찍어왔던 곳입니다. 인쇄소 실장님이 우리에게 물으셨습니다. 이 책은 저희도 읽을 수 있나요? (참고로 남자분들;;;)




2005년 2월: 첫 개인단편선 <신체의 조합> (가연) 출간
표지 일러스트 : 조안나
내지편집/표지 디자인 : Oz

거울 개인단편선은 100% 작가가 원하는 작품을, 작가가 원하는 순서대로, 최대한 작가 마음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출간한다. 가연 단편선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이후 [할티노] (은림 단편선), [우리의 삶을 부수기 전에 부숴야 할 것들] (fool SF 단편선), [밤 너머에] (jxk160 중단편선), [멀리 가는 이야기] (ida 중단편선)으로 이어졌다.



2005년 8월: 환상문학웹진 거울 두 번째 중단편선 출간

일명 뚱띵이. 보는 사람마다 "이걸 어쩌라고." 가 절로 나올 정도로 황당하게 했던, 당시 나온 SF 단편선이라거나 여타 다른 뚱띵이 중 최고의 두께를 자랑하며 심지어 인증샷도 돌아다녔던 책. 너무나 뚱띵하신 나머지 독자들이 겁먹을까봐 은림님이 오프라인 판매 때 견본에 "Don't Panic” 이라는 문구를 붙이기도……
일러스트 : 조안나
표지 · 내지 디자인 : Oz

  거울   뚱땡이를 편집하시면서 가장 불안하셨거나 불편하셨던 기억이 있나요?

  Oz(명)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라이트지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죠. 적당히 이쁘게 통통한 책이 나올거라고 상상했었더랬죠. 결과물을 보고 불안해졌습니다. 부담스러워 보이는 외모라 얼마나 잘 팔릴 수 있을까 하는 근심이 들더이다;




2006년 7월: 혈중환상농도 13% 출간
대표 중단편선 외에 처음으로 시도했던 소재별 앤솔러지. 독자 단편 게시판에서 독자들에게도 응모작을 받아 만들었다. 소재별 앤솔러지는 이후에도 계속 발간되어 <제 15종 근접조우> (2007), <달과 아홉 냥> (2008), <타로 카드 22제> (2009)로 이어졌다.
공동기획 : 진아, fool, 은림.
표지 그림 : fool
표지 디자인 : 은림
내지편집 : 은림

소재별 앤솔러지라는 형식은 영미권 등 서구에서는 비교적 흔히 접할 수 있지만 바닥이 좁은 한국 환상문학계에서는 상당히 희귀한 시도이다. 해외 작품의 번역 앤솔러지가 아닌, 국내 작가들의 작품만으로 구성된 순한국산 신토불이 소재별 앤솔러지를 거울처럼 꾸준히 내는 곳은 일반 상업 출판계에서도 찾기 힘들다. (으쓱)

  거울   [혈중환상농도 13%]에는 [혈중알콜농도 13%]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는데, 이 별명은 어쩌다 붙은 건가요?

  진아   그 때는 거울 책 주문 게시판이 지금 같은 게시판이 아니라 일반 게시판에 가격과 주문하는 책을 주문자가 직접 작성해야 했는데요. 보통 글 제목을 주문하는 책 제목으로 작성하시곤 했습니다. 당시 거울 필진 분중 k 모 님께서 그만 살짝 착각을 하셔서 혈중알콜농도 13%를 주문하겠다고 쓰신 겁니다.

그리고 줄줄이, 그 글 제목을 복사해서 주문을 하신 건지, 아니면 아래 주문을 보고 따라 쓰신 건지 ^^; 다 혈중알콜농도라고 쓰셨더랬습니다. ^^;; 혈중환상농도라는 제목이 혈중알콜농도 패러디이기도 하다보니 얼핏 잘못 보면 좀 더 익숙한 혈중알콜농도라는 말로 보이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나중에 k님께서 자유게시판에 "왜 혈중알콜농도가 된 거죠?" 라는 글을 남기신 후 다시 주문 게시판을 확인해보시더니 "아, 그 첫 타자가 저였군요……." 라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




2006년 11월: 변신! 2006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출간
표지 일러스트 · 디자인 : ida
내지 편집 : ida

거울에서 처음으로 표제작을 만들었던 중단편선. 이후 표제작을 선정해서 그 해의 중단편선에 제목을 붙이는 방식은 <비몽사몽> (2007), <눈늑대> (2008),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2009)로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표제작에 올랐던 필진들은 멀티문학상 수상, 젊은작가상 수상, 네이버 게재, 장편 출간 등을 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랑) ^^

  거울   호수 표면에 비친 다른 자신을 바라보는 표지 일러스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변신’이라는 제목에서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신 이유가 있나요? 작업과정은 어땠나요?

  ida   표지 일러스트는 '환상'이라는 이미지, '거울'이라는 이미지와 '변신'이라는 이미지를 합쳐보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변신'을 표현하려고. 원래는 마법사가 거울을 보는데 거울에는 자신이 아닌 신비한 이형생물체가 있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거울디자인이 잘 안 나와서 그냥 얼음호수에 비친 모습으로 그려버렸어요. 그림을 보신 편집장님으로부터 '뭐예요, 너무 귀엽잖아! 책 내용은 전부 우울한데!' 라는 비판을 듣고 색깔만 좀 침침해졌어요. 멋있게 그리고 싶었는데 귀엽기만 해, 흑흑. 내지에도 각 단편 앞에 거울에 비친 모습이 단편 내용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마법사를 그려넣었어요.



필진들이 각개전투에서 잘 나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상문학웹진 거울이 출판사와 함께 기획해서 출간한 책들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시작은 2008년도에 거울 기획으로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이었다. 거울 필진 중 열 명이 참여해서 만든 이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은 출간된 해에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2009년 초에 출간된 황금가지의 두 번째 한국 SF 단편선 [유, 로봇] 역시 거울 기획으로, 수록작 열 편 중 아홉 편을 거울 필진들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이 [유, 로봇]도  2009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것만 내고 끝이냐 하면, 그럴 리가 없다. 그리하여 거울에서는 계속 출판사와 협력해서 기획 단편선을 내놓고 있다. 작년에는 거울과 시작이 기획한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2] (2009)가 나왔고, 가장 최근에는 거울과 황금가지가 기획한 [아빠의 우주여행] (2010)이 출간되었다.



이렇게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는 책을 무진장 열심히 낸다. 중단편선, 개인 단편선, 소재별 앤솔러지 등 거울 책을 개간 이래 7년간 매년, 쉬지 않고,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계속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울 기획으로, 혹은 다른 경로로 일반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단편선에도 거울 필진들이 대거 참여하여 작품을 발표하고, 그랬더니 이런저런 우수도서에도 막 선정되고 그런다.

이것은 거울 필진들의 실력이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거울이 한국 장르문학계에서 단순한 웹진 이상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리하여 웹진 거울의 목표는 언젠가 국내 장르문학계와 단편 시장을 마구마구 장악해버리는 것이다.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출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웹진 거울에서는 지금도 모 출판사와 손을 잡고 올해 안에 또 뭔가 책을 내려는 모종의 기획을 진행중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그 때까지 거울 단신란을 주목하시라. 개봉박두.

그렇다면 거울 필진들은 맨날 각 잡고 면벽 수련하면서 심각하게 글만 쓰고 그래서 웹진 거울에서는 맨날 벽돌 찍듯이 책만 찍어 내느냐, 그건 또 절대 아니다. 거울 사람들은 모여서 글 쓰는 얘기도 하고 놀기도 한다. 우리도 알고 보면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2004년 6월 19일: 환상문학웹진 거울 첫 합평회

초대 편집장님 진아(가연)님이 [아도니스]를 합평작으로 낸 것 외에도 한 열 분 정도 참여하신 걸로 기억한다 (고 진아님이 말씀하셨다. 이후의 추억담은 진아님의 이야기.)

거울 합평회는 초기에 대학이나 강의에서 하는 합평회와 달리 확실히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교수나 선배없이 진행해서, 처음에는 다소 산만하기도 했지만, 하루 종일 주구장창 글 이야기만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게 그다지 흔하지 않아, 열렬한 호응속에 진행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초기 합평회는, 민들레 영토 예약 시간이 다 지나도록 합평회가 끝나지 않아 갈 데 없어 헤매다가 편의점 앞에서 캔 커피 사들고 밤 8시인가 9시인가까지 했던 기억. 1시에 모였으니 장장 7~8시간 내내 주구장창 이야기했던 것이다. 우와.

첫 합평회 진행자는 진아님, 2기는 추선비님 & 아밀님, 2.5기는 아밀님, 3기는 권님.

  거울   합평회 1기 중에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첫 번째 합평회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진아   좀 어색하기도 했고, 그래서 다들 많이 웃기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 합평회의 기본 규칙인 합평을 하는 동안 작가는 발언할 수 없다, 합평이 끝난 후 작가의 변을 한다, 이 두 가지는 첫 합평회 때 부터 있었고 지금까지 계속 오고 있네요.

  거울   2기 합평회 중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추선비   한동안 책 나눔이 유행했던 기억이 있어요. 합평회 나오시는 분들이 미리 필진 게시판에 나눔할 책 목록을 올리고, 댓글로 책을 지정한 분들은 합평회에 나와서 책을 가져가셨어요. 거울 작가분들은 다들 넘쳐나는 책으로 곤란한 일이 있으시고요. 합평회 나오는 것이 은근히 부담스러운데 책을 받으러 나오시기도 하고, 책 이야기, 특히 장르소설 이야기를 마음놓고 실컷하는 기회가 자주 있는 편은 아닌데 나와서 책 이야기도 많이 하고, 글 이야기나 영화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했었지요. 무척 즐거웠어요.

  거울   2기, 2.5기 합평회 중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아밀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라면 역시 '거미원숭이 놀이'인 것 같네요.
거미원숭이 놀이는 일종의 즉석 작문 모임입니다. 원래는 합평회 외의 또 다른 필진 오프라인 정기 모임으로 기획되었어요. 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합평회 안에 섞인 이벤트성 놀이에 더 가깝게 되었지요. 가령 합평회 참가 인원은 여럿 있는데 합평작이 나오지 않은 날, 대신할 만한 가볍고도 유익한 활동으로 거미원숭이 놀이를 했었어요.
거미원숭이 놀이는 하루키의 [밤의 거미원숭이]라는 엽편집에서 착안된 놀이에요. 우리가 착안한 건 아니고……^^; 당시에 이글루스 같은 데서 먼저 유행하는 분위기가 있었지요. 즉석에서 소재를 정해서 3,40분의 시간동안 완결하는 즉석글쓰기 놀이입니다. 규칙은: 미리 생각하지 않을 것, 손 가는대로 쓸 것. 논리적인 전개나 개연성은 없어도 된다는 전제였고요.
2006년 6월에 처음 실시되었고, 권님, 명비님, 세뇰님, 이다님, 추선비님이 함께하셨습니다. 즉석에서 정해진 소재는 무려 '좌절'. 시작하기 전에는 좀 긴장된 분위기였던 기억이 나요. 저만해도 남들 앞에서 짧은 시간 안에 제한된 소재로 쓰고 그걸 또 돌려읽어야 한다는 게 약간은 불안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무척 즐겁고 유쾌한 놀이였지요. 30분 동안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다들 열심히 끄적끄적하는 상황 자체도 재미있고, 30분만에 그렇게 다채롭고 재미있는 글 여섯 편이 튀어나온다는 것 자체도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고요. 다 같이 돌려 읽으면서 화기애애하게 감상을 주고받았어요(정규 합평에서는 엄격하게 금지되는 '작가의 변'이 이때는 자유롭지요!). 그때 권님의 글이 굉장히 익살스럽고 좋은 엽편이었기에 모두가 배꼽 빠지게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재미있는데다가 글쓰기 훈련으로도 썩 좋은 놀이인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이 하자! 는 결론이었으나…… 07년 3월에 한 번 더 한 게 끝이었나봐요.
떠올리다보니 또 하고싶네요 ^_^;;;

  거울   합평회 운영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합평작 마감 전날까지 합평작이 한편도 안올라왔을 때의 스릴이나, 참석의사를 밝혀주시는 댓글이 하나도 없을 때의 스릴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


그리고 3년 뒤인 2007년 8월, 독자 여러분이 참여할 수 있는 역사적인 첫 공개 합평회가 열렸다. (이 공개 합평회는 2.5기 진행자인 아밀님의 마지막 합평회이기도 했다.)
공개 합평회 역시 필진 합평회만큼이나 호응이 좋아서, 2007년도 10월 합평회 때는 사람이 많아 두 팀으로 나눠 진행할 정도였다.
필진 합평회와 공개 합평회는 한 달씩 번갈아가며 운영했다. 현재 공개 합평회는 잠시 쉬고 있음.


  거울   공개 합평회 중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건가요?

   공개합평회 초반, 합평작과 참석자가 두루 많아서 테이블을 나눴던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밀(루나벨)님이 마지막으로 진행을 맡으셨던 합평회이기도 하고, 제가 처음으로 진행을 맡았던 합평회이기도 하구요.
그 이후로는 한 합평회에 그렇게 많은 참석자와 합평작이 모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 번은 갑작스럽게 합평회 전날 회사 일이 생겨서 못가게 된 일이 있었는데 다행히 아밀님께서 도와서주셔 합평회가 열리게 되었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공개 합평회에서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판타스틱에서 취재왔던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구요. ^^




▲ 장르문학 월간지 [판타스틱] 2008년 4월호에 {환상이라는 이름의 장르를 배양한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합평회 방문기}라는 제목으로 거울 합평회 기사가 실렸다.


거울에서는 진지하게 합평회만 하는 게 아니고 매년 책이 나오면 출간기념회도 한다. (꺄아♡) 첫 출간기념 모임은 [제 15종 근접조우]가 나왔을 때. 혼란의 도가니였던 첫 출간기념회에서 필진 여러분들이 서로 책에 사인해주다가 책이 뒤바뀌는 바람에 어떤 분은 같은 책에 각기 다른 사람에게 하는 사인이 겹쳐 있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럼 책 이야기도 했고 오프라인 모임 이야기도 했으니 가장 중요한,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웹진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웹진 거울은 사실 독자에게 그다지 친절한 싸이트는 아니다. “시간의 잔상”이니 “먼 여정”이니 하는 꼭지 이름들이 들어가서 직접 보면 아 그렇구나, 하고 알 수 있지만 그 이름만 들어서는 뭐 하는 꼭지인지 딱 감이 오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1호부터 이런 불친절한 꼭지들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과연 환상적이군^^; 싶다.

이렇게 불친절한 꼭지들 중에서도 독자들의, 독자를 위한, 독자에 의한 꼭지가 있으니 바로 독자 우수단편이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 글쓰기를 좋아하고 환상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투고할 수 있다. 그리고 매월 15일 이전까지 투고한 작품에 대해서 친절하고 깐깐한(!) 심사평과 함께 우수단편을 선정하여 책도 보내드리고, 그 해의 중단편선에 실릴 기회도 드린다.

그래서 혹자는 이 ‘독자 단편’을 거울의 최대 매력으로 꼽기도 한다. 뽑히면 공짜 책이 생기기 때문만은 아니고 ^^;;; 환상문학이라는 분야가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주류 문학계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보니까 습작을 공개해서 조근조근 체계적인 비평을 들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인 것 같다. 거울의 독자 단편 심사가 비평에 목말라 있던 숨은 작가들에게 바로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독자 단편란은 거울과 좀 더 긴 인연을 맺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곽재식님, 이수완님, amrita님, jxk160님을 비롯하여 2대 편집장이신 유서하님까지, 일일이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필진들이 독자 단편에 투고했다가 우수 단편으로 선정되면서 필진으로 합류했다.

그럼 독자 우수 단편의 심사를 맡은 심사단은 누구인가! 사실 거울 초창기에는 이 심사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유는 억누를 수 없는 인기와, 수많은 파파라치와, 국정원의 감시와, 러시아의 FSB와 미국의 CIA와 세계치과의사협회에서 보낸 산업스파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밝혀두겠다.

신비주의 전략이 깨진 것은 36호에서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인터뷰를 하면서이다. 인터뷰 보시면 알겠지만 제 1기 심사를 맡아주신 분들은 알고보니 진아님과 자하님이다. ^^; 73호부터 2기 심사단으로 바톤 터치하여 赤魚 (김주영)님갈원경님이 심사를 맡고 계시다.

73호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을 맡으며}(링크)

독자우수단편 심사단이 2기로 바뀌면서 처음부터 심사위원을 공개하고 독자 단편 게시판에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을 추가해서 작품 분량이라든가 심사 제외 요청 등의 사항을 공지했다. 이런 변화는 독자 우수 단편 심사를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발전시킨 모습이라 하겠다.

  
   ▲ 창간호부터 55호까지의 환상문학웹진 거울.

이렇게 독자들에게 불친절한 듯 친절한 (츤데레?) 거울이 본격적으로 유저 프렌들리하게 변신을 감행한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56호 (2008년 1월호)의 리뉴얼이다. 이 때를 기하여 웹진 거울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바뀌었으며, 알아보기 힘들었던 메뉴들을 정리했고, 웹상에서 읽기에는 가로가 지나치게 길었던 형태도 조절했다. ‘책의 향기’라는 꼭지가 창간호부터 있었으나 리뉴얼하면서 없어지기도 했다.
기존 웹사이트 제작 · 디자인 : bluejini
리뉴얼 : 유서하


▲ 리뉴얼 된 이후, 환상문학웹진 거울 62호의 모습. 2008년 8월.

  거울   첫 번째 거울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하시면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bluejini   (홈페이지를) 제로보드로 뚝딱 만드느라 업데이트를 한 번 할 때마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또, 그냥 텍스트로 쓰는 식으로 디자인했어도 될 것들까지 이미지로 만들었더니 이미지도 계속 업데이트해야 했다는 점도 있었고요.

  거울   리뉴얼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라면 어떤 것이었나요?

  유서하   외부적으로는 독자분들께서 거울의 컨텐츠에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접근하실 수 있도록 작업하려 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업데이트 담당자분께서 최대한 편리하게 작업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전 홈페이지에서의 다소 불편한 점들은 대부분 개선할 수 있었지만, 이전에는 없던 필진 프로필 이미지를 기사에 함께 업데이트해야 한다든지, 서지 정보를 따로 입력해야 한다든지 하는, 리뉴얼되면서 추가된 편집 요소가 많아져서 결과적으로는 작업량이 줄어든 만큼 도로 채워버렸어요. 더 늘어난 것 같기도 하고요.


기존 디자인으로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성장을 꾀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단행한 거사(!)였다. 리뉴얼을 하면서 기술이 가져오는 발전을 실감했고, 거울이 더 전문성을 띠는 웹진을 자리잡는 발판이 되었다.

리뉴얼과는 별개로 웹진 거울의 꼭지들도 몇 번의 변화 발전 과정을 거쳤다. 몇몇 꼭지는 사라졌고, 몇몇 꼭지는 새로 생겼다. ‘게르만 신화’ 꼭지는 1호부터 이어지다가 66호 (2008년 11월)로 종결되어 지금도 메뉴에는 있지만 더 이상 업데이트는 하지 않는다. 원래 ‘신화 서적’이던 꼭지는 30호 (2005년 11월)부터 범위를 넓혀서 ‘비소설’로 변경되었다.

환상문학웹진으로서 본분을 다하는 꼭지들도 늘어간다. 장르 책을 홍보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에 63호 (2008년 8월)부터 “출판사 보도자료” 꼭지가 생겼고, 여러 가지 책 소개를 부담없이 짧게 훑어볼 수 있는 지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84호 (2010년 5월)부터 “토막 소개” 꼭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47호 (2007년 4월)부터 ‘단신’ 꼭지가 생겼다. 거울 필진들 소식은 원래 ‘편집장의 말’에 소개했으나, 필진들이 초과달성하여 ‘편집장의 말’이라는 한정된 지면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한계를 느껴 따로 ‘단신’으로 독립시켰다. 만세.

작가들이 초과달성한다니 말인데 거울 필진들이 계속 책을 내시다 보니까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그때 그때 부정기적으로 특집을 진행하고 있다. 그 첫번째는 68호의 콜린님 특집이었고, 73호 배명훈님, 83호 특집은 지금 이 기사를 쓰는 보라였고 (;;;;;; 죄송합니다) 85호는 이다님이다.

매달 특집만 줄줄이 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또. 어떤 필진이 반가운 소식과 새로운 책과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특집 기사를 채울지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 ^^

마지막으로 환상문학웹진 거울 86호의 가장 큰 소식은 지성야성미모 3종 세트를 갖춘 새 편집장님의 등극이다. (팡파레: 짠짜라잔~)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2대 편집장을 맡아주신 유서하님은 44호 (2007년 1월호)에 {웨딩 마치}를 발표하며 필진으로 합류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 전에 {플라스틱 프린세스}가 거울 32호 독자우수단편으로 선정되었고, 같은 작품이 2007년 9월 SF웹진 크로스로드에 실렸으며, 2008년 9월에는 [앱솔루트 바디]에도 수록된 전력이 있다.

유서하님은 편집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도 거울 책 디자인과 웹진 거울의 기술 자문(!)으로 활약하였고 위에서 말한 거울 리뉴얼이라는 대대적인 과업을 수행하였으니 눈에 띄지만 않았을 뿐 가히 거울의 기둥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유서하님이 새 편집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에 필진들은 모두 ‘그러면 그렇지’ 혹은 ‘역시 거울 편집장이 되려면 미모가 중요한 거였어’ 하고, 다분히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2대 편집장님을 포함하여 거울을 이끌어가는 공식 편집진은 현재 9명이다. 편집장님은 이미 소개했고, 위에서 말한 대로 赤魚 님갈원경님이 독자 우수 단편 심사를, 권님이 3기 합평회 진행을 맡고 있다. 거울 책의 기획 보조는 pena (자하) 님, 만들어진 책의 오프라인 판매는 은림님이 맡고 있으며, 이벤트 페이지는 콜린(김이환)님이 맡고 있다. 그리고 웹진 거울을 지탱하는 힘, 한 달에 한 번 있는 업데이트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아 언제나 수고해 주시는 업데이트 담당자님이 두 분 있다. 날개님정해복(아르하)님이다.



이렇게 환상문학웹진 거울은 7년 동안 쉬지 않고 나아가서 여기까지 왔다. 그 7년간 온갖 사건 사고를 겪으며, 마음 졸이고 애태우면서, 또 때로는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거울을 지탱해온 초대 편집장님 진아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또한 진아님과 함께 지난 7년을 지내오신 편집진과 필진 여러분께 멋져요 -_-)b 하고 존경 어린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싶다.

거울은 2대 편집장 서하님과 함께, 편집진과 필진과, 그리고 누구보다도 중요한 독자 여러분과 함께, 앞으로도 열심히 나아갈 것이다. 때로는 빨리, 때로는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끊임 없이, 환상문학을 좋아하는 모든 독자와 작가들이 자유롭게 좋은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 몇 년 전 한강에서 열린 아름다운 가게에 참여할 당시 만든 현수막. 이후 2008년 8월 15~16일 조이SF에서 주최한 SF&F 페스티벌에 참여할 때 쓰였다.


▲ 우측 현수막은 SF&F 페스티벌을 위해 유서하님이 디자인한 현수막. 이 날 두 권 남았던 [변신!: 2007 거울 중단편선]이 매진되었다.




▲ 작년인 2009년 9월 19일 와우북 페스티벌 때 찍은 거울 부스 사진.


▲ 거울 필진들이 참여한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거울에서 출간한 작품들을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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