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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홍대 Cafe:U
합평작 pena, {백련}, 거울, 2011.
참가자 앤윈(사회), 절영, pena, 한별(기록)



0. 그를 처음 봤을 때

3월 17일에 합평회가 있었습니다. 이날 참가작은 pena님의 {백련}과 앤윈님의 {히스테리아 선언}이었는데요, 우선 {백련} 합평회 녹취록을 공개합니다. 이날은 기록 담당인 저를 포함한 네 명이 모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합평회를 진행했는데, 그 편안함을 그대로 전해드리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어서 그런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하는 그 기록입니다.


1. 동화적 구성, 그리고 아쉬움

앤윈 저는 이 글을 두 번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다른 분들은 어떠셨나요?

한별 {백련}은 전래동화 형식의 글이잖아요? 흔한 전래동화 형식이라면 백면이가 사람이 되어 부탁 받은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막상 백면이가 하는 말은 ‘아 못해요! 못해요 못해! 힘들어 못해!’잖아요. 그런 면에서 재미있었어요. 다시 쓴 동화 같은 느낌이에요.

앤윈 패러디나 기존 전래동화의 뒤집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건데, 정말 그렇게 많이 뒤집혔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한별 그런 장르를 부르는 말이 있는데, 현대 작가가 동화를 쓸 때 전래동화의 형식을 취하는 그런… 전래동화적 장치들을 이용해서 전래동화를 하나 더 만들었다는 느낌이에요.

앤윈 전래동화 형식이 가지는 장점이 있잖아요. 본질적인 이야기를 반복하는 그런 게 있을 텐데, 그런 것 치고는 전복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절영 저도 똑같이 느꼈어요. 동화는 사실 어린이문학이잖아요? {백련}은 사실 어린이문학은 아니에요. 프로작가가 썼다고 생각할 정도로 굉장히 좋아요. 깔끔하고, 분위기를 잘 살리는 부분도 있어서 분위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굉장히 강한데, 뭔가 어중간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패러디도 아니고 전복도 아니고 뒤집기도 아니고. 작가가 유도하고자 했던 것이 잘 살아나지 않은, 그저 작가의 재주를 드러내는 정도에 그친, 아주 작은 소설이 아닐까 해요. 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면 이 정도면 잘 썼다 하겠지만, pena님이라면 여기서 더 나갔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앤윈 전래동화를 이야기 할 때 기본 얼개에다 살을 많이 붙이잖아요? {백련}은 살이 좀 덜 붙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곰과 호랑이 등을 만나는 과정이 서사적으로 팍팍팍 지나가버리는데, 조금 구불구불하게 가도 될 것 같아요. 곰과 호랑이, 구미호는 그냥 인식이나 단어로만 존재하고 형체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캐릭터들이 조금 더 구체화되어 존재하려면 도사한테 가는 길이 조금 더 빙글빙글 돌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이 글은 강조점이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도사를 만나서 무언가를 하는 곳을 강조해주든가, 도사에게 가는 길을 강조해주든가 둘 중 하나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절영 저는 세 동물을 만나는 부분이 전래동화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 살지 않았나 싶어요. 그 부분은 전복 없이 분위기를 살려서 잘 가고 있고. 백호를 만나는 부분에서 백호가 전래동화와는 다르게 도사 같고 인간적으로 나오잖아요? 이런 부분이 나오니까 앞부분과 뒷부분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의 세 동물은 말 그대로 굉장히 평면적이에요. 그런 평면적인 인물들까지 다 입체적으로 바뀌기 시작하면 처음에 유도하고자 했던, 동화 같고 판타지적인 분위기가 사라질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 앞부분은 살리고, 그 뒤에 백호 부분부터는 조금 더….

앤윈 더 빡세게?

(웃음)

절영 제가 말 못한 부분을 이렇게 정리를 해주니까 참 기쁘네요. (웃음) 앤윈님이 말씀하신대로, 강조할 부분을 강조해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앤윈 앞뒤 어느 쪽을 강조해야 하는지 판단은 하지 않고 이야기한 거였는데, 방금 이야기하시는 걸 들으니까 그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절영 백면이는 앞쪽에 캐릭터가 잘 나오는데, 부모 대신 자기가 도사를 찾아가는 게 부모님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해서가 아니라 부모님이 죽고 나면 자기 혼자 가야 할 일이 더 갑갑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런 부분을 보면 백면이는 참….

앤윈 그리고 때마다 울어요. 울보에요. 도사가 뭘 시키니까 못 하겠다 그러고 울고. 처음에 울 때는 뭐야, 왜 뭐 만나자마자 곰 앞에서 울어? 라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에 또 울 때는 아 얘 성격이 이렇구나…. (웃음)

한별 두 번 세 번 말 할 때마다 반응이 조금씩 냉담해져요. 답답해하는 것도 느껴지고. 백면이가 효심 지극한, 그런 주인공은 아니죠.

앤윈 전래동화를 정말로 전복하는 느낌이라면 ‘주인공이 어쩌고저쩌고 해가지고 이러면 보통 성격이 착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애가 이렇지 않다’ 이런 말을 넣어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니면 선생님이 백면이를 보자마자 칼을 뽑아드니까 백면이가 울어서 엄마가 선생님에게 화를 내게 한다던가.

절영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생각해도 백면이는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대할 수 있는 정도의 인물이거든요? 백면이가 너무 나쁜 애가 되어버리면 신데렐라에 나오면 성질 나쁜 언니들처럼, ‘얼굴 나쁜 애가 성격도 나쁘구나’처럼 될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되는 건 별로일 것 같아요.


2. 백면의 외면, 그리고 내면

앤윈 백면이를 만나면 다들 백면이가 자기와 비슷하다고 오해하잖아요? 그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한별 백면이 그렇게 흉측하게 생겼다는 느낌이 안 들지 않아요? 가만 보면 흉측하다기보다는 흥미로워요.

앤윈 백면의 생김새에 관해 조금 더 상세하게 써도 재밌을 것 같아요. 아주 꼼꼼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떤 동물과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닮았는지를 조금 더 상세하게 써줘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이 글을 그렇게 읽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짐승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저는 그 반대도 똑같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토끼는 약하니까 귀여운 거잖아요. 곰은 발톱이 있으니까 연어를 잡을 수 있고. 다 양면적인 거라고 생각해서, 인간은 짐승 같은 면을 다 가졌기 때문에 인간처럼 생긴 거잖아요? 그런 걸 조금 더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좋겠어요. 짐승의 양면? 곰은 곰 같이 생겼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흉측하게 생긴 백면이는 다른 인간들보다 덜 흉측한 걸 수도 있잖아요.

한별 곰이 백면이를 보면 곰 같다 그러고, 구미호도 구미호 같다 그러는데 백호는 백면이를 보고 딱 ‘사람이구먼!’ 그러잖아요? 그럼 백호는 자기가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건가요?

앤윈 그 부분에 보면 ‘모든 짐승이 다 속에 있는 게 사람’ 이라고 하잖아요. 그 부분도 끝이랑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별 ‘모든 것을 다 안에 품고 있는 것이 사람이다’는 설명은 좋았는데, 그걸 백호가 지적하잖아요. 설명은 좋은데 그 설명이 나오게 된 계기가 뚜렷하지 못하단 느낌이에요.

앤윈 그걸 뚜렷하게 하려면 방금 말한 것처럼 백호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해야겠죠. 사실 뚜렷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잖아요. 백호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굉장한 캐릭터라는 걸 우리가 납득하면 설명 안 해줘도 상관없거든요.

한별 네, 납득하면 상관없는데…. 저는 이야기를 백면이가 도사를 만나러 가는 길과 만난 다음, 이렇게 둘로 나눠서 봤거든요. 그런데 이 두 부분을 잇는 부분이 백호가 길을 안내해주는 부분이잖아요? 그 부분에서 흐름이 막힌 것 같아요. 백호가 나타나는 부분에서 지금까지 술술 흘러온 이야기가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그런 느낌? 여기서 생긴 병목현상 때문에 뒤쪽이 막힌다는 느낌이 들어요.

앤윈 백호가 중간에 끼어 있는데, 백면이를 도사한테 데려다주는 것 말고는 백호가 하는 역할이 별로 없어서. 그런데 평면적인 건 도사도 마찬가지에요. 도사도 잘 모르겠어요.  백호는 강렬함이 있는데 역할이 부족하고, 도사는 도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백면이는 그래도 캐릭터가 분명하잖아요.


3. 고통스런 글쓰기의 효과

앤윈 백면이는 전생에 글재주가 있었으니까 지금도 글재주가 있어야 되는 거네요? 글을 배우긴 배웠는데 글재주가 있다고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별 꽤 영특했다고 그러지 않아요?

앤윈 ‘뜻밖에도 영특해서 글을 잘 배운다’는 것까지는 나오는데, 글재주가 굉장하거나 그런 것 같진 않아요.

절영 가는 길에 글재주를 이용하는, 뭐 그런 장면이 하나 나왔으면 좋겠어요.

앤윈 그리고 무언가 정서적인 부분에서 파토스가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해야 할까요? 백련이가 흉측하게 생겼잖아요. 그렇게 흉측하게 생긴 사람이 누군가를 울리는 글을 쓴다면 이미지가 강렬할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초반에 나와서 백면이가 도사를 찾아가기로 결심하는 단초가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백면이는 심지어 용이었고, 글을 엄청 잘 쓰는 거잖아요. 예를 들면, 백면이가 글을 썼는데 스승이나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안 믿어준다던가.

한별 글 가르치는 스승이 ‘생긴 거에 비해서 쓰는 게 엄청나구나’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건이 있다던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앤윈 네, 그게 좀 서글픈 장면이었으면 좋겠어요. 백면이가 글을 멋있게 썼는데 스승이 네가 이런 걸 썼을 리가 없다면서 때린다던가. (웃음)

한별 백면이는 연단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는 거죠?

앤윈 그렇죠. 이게 또 그렇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소설을 쓴다고 이야기 할 때 자기 치유의 과정도 이야기하잖아요? 그런 이야기와도 연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하루 피를 토할 듯 괴로워하며 글을 써내는데, 원래 글을 쓰는 건 즐거운 과정은 아니죠. 백면이가 글을 처음으로 쓸 때 굉장히 괴로워한다거나, 그래서 나온 글이 아름답다거나 하는 그런 장면들이 나와도 괜찮겠네요. 글을 쓰는 과정이 괴로운 과정이라고 전제한다면 이 이야기의 외연이 더 깊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별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긴 한데, 백련이는 결국 사람은 못 되네요? 용이 되잖아요.

앤윈 그러네요? 그거 좀 슬프다. 하지만 백면이가 용도 못 되고 사람도 못 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수 있을 정도가 될 수는 있죠. 만약 그렇게 되면 백면이의 외면은 바뀌지 않아도, 사람들이 백면이를 봤을 때 흉측해하고 무서워하기 이전에 인간은 아닌 것 같지만 인간 이상의 더 훌륭한 무언가라고 느끼게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백면이는 신이 되겠죠.
외양뿐만 아니라 백면 내부의 변화 같은 것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면 분위기가 신비해질 것 같아요.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인간의 허물을 벗고 용으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글을 쓰면 쓸수록 한 겹 한 겹 용의 모습을 되찾고, 용의 심성 의지, 의기 같은 것들도 되찾고. 백면이 자신이 그걸 느끼는 과정 같은 게 드러나면서 백면이 용 비스무레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면 되게 감동적일 것 같아요.


4.

앤윈 마을 이름은 왜 ‘거구리’ 에요?

(조용)

절영 나중에 이야기하시겠죠?

앤윈 아, 그렇죠. (웃음) 이야기할 때,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좋아요. ‘사람 태로 태어나서 사람 말을 배우고 사람 공부를 하였다’고. 사람이라고. 일단 옛날 말투인데도 귀엽고. ‘백 리를 백 번 해서 만 리 까지 이름이 떨쳐’지고, ‘백련을 백 번을 해서 만련을 해도 될까말까’ 하고, ‘삼천 년 삼천 년 삼천 년 해서 구천 년’이고, 이런 말투도 좋아요.

절영 운율이 살아있고.

한별 말맛 있고.

앤윈 네, 맞아요. 옛날 말투의 특징이 되게, 건방지다고 그래야 하나? 호랑이 앞에서 울면서 ‘사람이오! 사람이란 말이오! 사람 공부 하였소!’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어린애 생떼부리는 귀여운 느낌? 쿨하게 이야기하는 옛날 말투 느낌?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오케이 여기까지, 작가의 변을 들을까요?

(박수)


5. 작가의 변

pena 일단 가장 큰 변명은, 이 글은 거울 100호 기념 단편이었어요. 여러 가지 의도가 짬뽕됐는데, 그 부분들이 다 어색하다고 지적됐어요. (웃음) 일단 ‘백련’이라는 소재를 100호 기념 단편에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백련 해야 할 인물이 나와야 하잖아요? 그래서 백면이가 나왔어요. 그래서 백면이는 굉장히 솔직하게 저예요.

앤윈 우린 막 성격 나쁘다 그랬는데. (웃음)

pena 나쁘다고 할 때 참. 아하하하하, 두고 봐라! 이러고. 나 나빠, 어떡할 거야?

(웃음)

앤윈 제가 신이 된다고 했잖아요, 신!

pena 이보세요! (웃음) 백면이가 백련이라든가 글을 써서 안에 있는 걸 정화하는 이야기가 맞긴 맞아요. 백면은 제가 겪었던 나쁜 일에서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통해서 재구성한 나예요. ‘넌 성의가 없어 성의가!’ 뭐 이런 등등등.
여기 신령한 산이 나오잖아요? 신령한 산이 사실, 제가 다른 장편 공간으로 준비하고 있는 곳이에요. 백호가 백면이를 도사한테 데려가는데, 뒤에서 막 뱀도 따라오고 뭐도 따라오고 하잖아요? 원래는 걔네들이 다 인물이에요.

절영 오오.

앤윈 그냥 지나가던데.

pena 거기서는 그냥 지나가죠. 아예 그런 걸로 넣지 말았어야 했는지 아예 드러내야 했는지, 그게 좀 아직 의문이고.
대체로 좋다고 해주신 건 제가 전래동화를 잘 베껴서 그래요. (웃음) 처음에 이 글을 쓸 때는 더 큰 야망이 있었어요. 판소리체로 쓰고 싶었는데, 진짜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전래동화로 급을 조금 내렸어요. 전래동화의 특징은 일단 구어체고, 운율이 맞는 거죠. 운율은 글자 수 맞추는 것과 반복에서 나와요. 글자 수를 대개 3-4나 4-4로 맞췄어요. 말이 안 끊어지고 계속 이어지는 건, 구어체는 안 끊어지잖아요. 그런 면에서 정성들였기 때문에 좋게 봐주신 것 같고. ‘삼천 년 삼천 년’ 하는 것도 전래동화에 진짜로 있는 거예요. 그것도 다 전래동화에서 많이 쓰는 화법이에요. 물론 백면이가 ‘사람 태로 나서’ 어쩌고 하는 건 제가 쓴 거예요. 하하하.
거구리는 거울이에요. 거구리가 거울의 옛말인가, 그래요. 절영님이 [B평]에 거울이 마을 이름처럼 보인다고 쓰셨잖아요. 그러네, 해서 가져다 쓴 거고. 그런 억지적인 면이 있어서 사실 합평회에 낼 생각도 안 하고 그랬는데, 좀 고쳐볼까 싶어서 합평회에 가져왔어요.

앤윈 저는 ‘백련’이라고 해서 하얀 목련인 줄 알았어요.

pena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잖아요? 사실 백련이라는 소재가 처음 나온 게, 어떤 블로거가 ‘백련 식당’ 이라는 곳에 갔어요. 그런데 그 블로거가 판타지 소설 쓰는 사람이거든요. 보통 사람은 백련을 보면 백목련, 이럴 텐데 그 블로거는 ‘백 번 연단하는 건가?! 이 포스는 뭐지?’ 하길래, 오오. 100호 기념 단편 쓸 수 있겠어! 하고. (웃음)
강조점에 대해서는 잘 읽어주신 것 같은데, 처음 야망에서 많이 줄어든 게 뒷부분이에요. 곰하고 호랑이하고 구미호가 나온 거 보면, 공통점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다 사람이 되는 동물들이잖아요.

앤윈 호랑이는요?

pena 호랑이는 실패하는 애죠. 방법을 똑같이 알려주는데 한 놈은 성공하고 한 놈은 실패하고. ‘가르쳐준다고 다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교훈을 얻을 예정이었으나, 거기까지 하면 각각의 이야기가 지금 쓴 것만큼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가지고 휙, 했고요. (웃음)
전생의 글재주와 현생의 글재주. 네, 전생에 용이었고 더 오래 살았으니까 더 잘 쓰겠죠? 에피소드를 하나 넣으면 좋을 것 같아요. 글도둑질 당했는데 아무도 안 믿어주고, 그런.
백면이 생긴 건 일부러 모호하게 했어요. 이건 영상화 할 수 없어요. 글로만. 그런가보다, 하게 되게.
그리고 전생의 백면이는 많이 나빴나? 많이 나빴는지는 알 수 없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이 글은 제가 이입해서 쓴 글이라고 했잖아요. 전생의 나쁜 짓은 뭔가를 하다가 그만둔 거거나 사람을 홀려놓고 버려두고 갔다거나, 뭐 그런 종류인데….

앤윈 홀리고 버려두고 간 건 벌 받을만한 것 같아요.

(웃음)

pena 구천 년을 지옥에서 벌 받고도 비렁뱅이로 살아야 할 정도의 죄인가에 대해서는 보기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용이라서 더 혹독하게 받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글 쓰는 게 괴로운 과정임을 각인시키느냐? 글이란 게 자기를 담을 수밖에 없잖아요. 글을 쓰고 나면 정화가 될 때도 있고. 예전에 그런 주술이 있었어요. 잊을 수 없는 괴로움이 있으면 글로 써서 옷장 속에 넣어놓고 거길 뜨거나 태우거나. 쓰는 과정에서 뭔가 쏟아내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관심 있는 사람만 가끔 알아채는데, 백호가 도사 같이 된 건 백호의 모델이 임재범이라서 그래요. ‘그럼 없고’ 하는 이런 말투가 임재범 말투에요.
백면이 글 쓰는 걸 더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퍼뜩 든 생각이, 그러면 이것은 백면이의 만일야화 첫 부분이 되는 건가?

앤윈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pena 그런 식으로 가면 진짜 장편이 되겠죠. 그런 식으로 하면 무한정으로 늘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감사합니다.

앤윈 수고하셨습니다!


―. 백련합시다

백면의 생김새와 백련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나왔습니다. 산발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정리하는데 애먹었지만, 정리하고 보니 그랬군요. 보는 사람과 같은 부분을 보여주는 백면이에게서 참가자 각자가 어떤 모습을 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도 각자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우리도 백련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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