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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뼈대 다섯 단계만 밟으면 단편소설이 완성된다.

손지상(DOSKHARAAS)

이번에는 조금 짧고 간결한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반 보트의 팔백자 장면 법을 응용하여, 단편만화 구성법을 이용해 단편을 하나 써 보도록 합시다. (실습하고 난 결과물은 거울 독자투고란에 올리시면 더욱 좋습니다!)


일류 보디빌더는 날 때부터 정해진다?

갑작스럽지만 보디빌딩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타고난 구석에 크게 좌우되는 스포츠 중에서도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인 보디빌딩입니다만 동양인 보디빌더는 몸을 주신 부모님을 원망하는 때가 있습니다. 
타고난 몸, 그중에서도 골격 때문입니다. 동양인은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골격이 작은 편이고, 특히 어깨가 좁습니다. 때문에 상체가 떡 벌어지고 허리가 잘록한 보디빌딩의 이상적인 역삼각형 체형에 날 때부터 불리합니다. 분명 근육은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키우고 다듬을 수 있으나, 근육은 뼈에 붙어있기 때문에 뼈의 형태와 구조에 제약을 받습니다. 동양인 보디빌더에게는 아쉽게도 어찌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글은 방법이 있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바로 글을 낳는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글을 위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는 근육을 준비하고 퇴고라는 트레이닝을 거듭하더라도, 글이 타고난 골격이 작으면 세계최고의 꿈은 멀기만 합니다. 우리 자식 같은 글이 제2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되기 위해서는 뼈대부터 제대로 세워져야 합니다. 앞으로 글의 뼈대를 세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말씀드릴 이야기는 소설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글에 적용됩니다. 심지어 글이 아니어도 적용됩니다. 왜냐면 제가 오늘 할 이야기는 본래 단편만화에서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글뼈대와 글근육

아까부터 뼈대니 근육이니 하는 말을 했는데, 저는 이 글에서 일부러 ‘플롯’이니 ‘스토리’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용어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하거나,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채 이용되고 혼용되다보니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는 다른 잘못된 선입견이나 스테레오 타입이 전달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제가 독자적으로 만든 용어를 사용하고자 합니다.
글에는 ‘글뼈대’와 ‘글근육’이 있습니다. (참고로, 이게 제가 만든 조어입니다. 어디 가서 이야기하셨다가는 크게 부끄러운 일을 당하실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글뼈대는 이야기마다 공통되는 패턴, 글근육은 이 뼈대가 제대로 움직이게 하는 흐름입니다. 오늘 할 이야기는 이 중에서도 글뼈대에 집중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뼈대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스티븐 킹은 소설쓰기란 화석을 발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 말에는 찬성입니다. 모든 소설이나 스토리의 아이디어도 게슈탈트로 잠재되어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게슈탈트에 대해서는 제 이전 기사를 참조하세요!) 땅 속에 묻힌 화석의 일부만 보고도 고고학자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묻혀있는 지 파악할 수 있듯, 노련한 소설가도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나 스토리의 일부만으로도 무의식 속에 잠재된 이야기 전체가 어느 정도인 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묻혀있는 소설이라는 화석을 파낸 뒤에 이걸 어떻게 해 본래의 형태로 복원하는 가에 있습니다. 화석 복원에 얽힌 일화 중에 이구아노돈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구아노돈이 도마뱀의 일종인 이구아나처럼 ‘네 발로 기는’ 공룡이라고 생각하였고, 발견된 ‘뿔’은 보통 도마뱀이 그러하듯 코나 이마에 붙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거듭된 연구 결과, 이구아노돈은 기본적으로 직립하고 가끔씩 앞발로 땅을 짚는 ‘두 발로 걷는’ 공룡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뿔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엄지손가락이었습니다. 뼈가 새로 추가된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잘못 복원한 탓이었습니다. 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올바른 형태의 뼈대로 조립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퇴고하고 다듬어도 글이 어딘 가 모르게 삐뚤어져서, (원작말고) 1932년에 만든 영화 속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피조물처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결국 창조자를 괴롭히고 말 것입니다.


시간선과 행간선이라는 글근육

글뼈대에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글근육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이미 뼈대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만, 뼈만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연체동물의 예가 있듯 근육만으로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근육은 중요합니다. 그럼 근육만 필요하고 뼈는 필요 없을까요? 
근육만 있고 뼈가 없는 동물 대부분은 바다에서만 살거나,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말미잘이나 애벌레를 생각해보세요. (물론 문어나 오징어 같은 녀석들도 있기는 합니다만) 파충류도 조류도 포유류도 심지어 어류도 모두 같은 구조의 뼈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앞다리, 뒷다리, 머리, 몸통. 글도 마찬가지여서 근육만 있으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라는 이름의 바다에 깊게 의존하고 멀리 가지 못하고, 과학소설이나 환상소설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는 제대로 움직이고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글근육은 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선은 ‘인간선’과 ‘행간선’이라는 두 종류로 나뉩니다. 이들은 서로 뒤섞일 수 도 있고 한 가지 방식으로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글근육에 대한 제 연구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우선은 소개하는 정도로 멈출까 합니다.
인간선은 인물의 경험 간의 시간적 연속입니다. 인물이 이야기의 초점이고 주관적이며, 인물이 경험을 말로 이야기하듯 전개됩니다. 발달시키는 데에는 상황이라는 단백질이 필요하지요.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새로운 상황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극단적으로 인간선만 이용하는 경우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자기가 겪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로 전하는 구술입니다.
또 다른 글근육인 행간선은 행동(=사건) 간의 논리적 연속입니다. 해결해야 할 목표나 수수께끼와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초점이고 객관적이며, 카메라로 상황이나 정경을 찍듯 전개됩니다. 문제나 수수께끼라는 단백질을 필요로 하지요. 어느 정도 진행 되면 해결해야 할 문제나 수수께끼의 새로운 국면이나 정보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극단적으로 행간선만 이용하는 경우는 영화 시나리오, 그 중에서도 오직 카메라에 비치는 영상만 묘사하는 시나리오입니다.


글뼈대란 이야기의 부분이 서로 연결된 모양

위에도 지적했지만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앞다리 두 개, 뒷다리 두 개, 머리, 몸통이라는 부분이 같은 형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천만가지 종과 서로 다른 과라도, 연결방식은 같습니다. 이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에는 공통적인 뼈대가 있습니다. 
뼈의 형태는 제각기 다르더라도 연결방식은 같습니다. 어떤 동물은 뒷다리가 더 길 수도 있고 목이 더 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긴 뒷다리나 웰시코기의 짧은 뒷다리나 모두 같은 연결방식이고, 개구리의 짧은 목이나 기린의 긴 목이나 모두 일곱 개의 뼈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적절한 뼈대를 세운다면 어떤 뼈대에 어떤 살을 붙이고 어떤 근육을 붙이더라도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뼈대의 연결방식에는 동물에도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 곤충이나 절지동물이 있듯이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번에 다룰 글뼈대는 일단 모두들 실습할 수 있게, 원고지 50-70매 사이의 단편을 위한 글뼈대를 제시합니다. 


단편용 글뼈대

이 글뼈대는 일전에 소개했던 알프레드 반 보트의 ‘800단어 장면법’과 비슷한 방법이며, 단편만화의 구성을 응용한 것입니다. 일본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보통 만화 공모전은 단편만화로 심사를 봅니다. 소설에서 단편으로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만화를 그리는 지망생들이 보는 만화가 다 장기연재 만화라는 점입니다. 보통 32쪽 정도 되는 제한된 페이지 안에 이야기를 풀어놓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보니 보통 단편만화는 마치 공식처럼 다섯 단계의 부분으로 나뉩니다.

(1) つかみ (1~3쪽): 츠카미. 훅(Hook), 붙잡는다는 뜻으로, 독자의 눈길을 붙잡는 장면을 보여주어 흥미를 돋웁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사람들이 많은 작품을 접하기 때문에 옛날 이야기마냥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하는 식으로 시작하면 흥미를 끌지 못해 잊혀지고 맙니다. 이런 것은 다음 단계에서도 가능하니 일단은 수수께끼를 던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만화의 경우로, 소설과는 조금 다르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 世界観 (2~n쪽): 세계관. 등장인물, 장르, 규칙, 배경, 주인공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소개합니다. 춘향전이라면 시대는 조선시대, 장르는 로맨스, 전라도라는 배경, 반상제도라는 규칙, 이몽룡과 성춘향이 소개되고, 둘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입니다. 서부영화라면 시대는 서부개척시대, 장르는 모험, 개척자 마을이라는 배경, 선과 악이라는 규칙, 주인공과 악당이 소개되고, 주인공의 능력과 악당의 악행이 소개됩니다.
(3) 引き   (2~4쪽): 히키. 당긴다는 뜻으로, 클라이막스로 가기 위해 필요한 밑밥이나 복선입니다. 춘향전에서는 이몽룡이 성춘향과 헤어지는 장면, 서부영화라면 악당의 횡포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주인공이 활약하도록 마음먹게 만드는 전환점이 됩니다. 
(4) 見せ場 (2~n쪽): 미세바. 클라이막스, 볼거리, 가장 멋있는 장면 등의 의미로,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입니다. 춘향전에서는 “암행어사 출두야!” 하고 외치며 이몽룡이 나타나 변학도를 심문하는 장면, 서부영화에서는 마지막 총격전 장면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가장 중요한 장면이지만 히키가 없다면 패턴화돼버립니다.
(5) 落ち   (1~2쪽): 오치. 뚝 떨어짐, 이야기의 끝맺음이라는 뜻으로 이야기를 정리하고 여운을 남기는 장면입니다. 춘향전이라면 이몽룡과 성춘향이 서로 얼싸안는 장면이나 둘이 행복하게 사는 장면, 서부영화라면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황무지 너머로 말을 타고 사라지는 주인공 카우보이의 뒷모습입니다.


저는 이 용어가 아무래도 일본에서 스토리텔링에 사용하는 고유어인 만큼 번역하기보다 새로운 번역어를 제안하려 합니다. 이미지는 여러 개의 밧줄(=선)을 떠올려 주세요. 분량의 비율과 강도는 4/4 박자로 표현했으니 참고해주세요.

(1) 낚음: 낚싯줄에 달린 낚시바늘처럼 독자의 시선을 붙들고 흥미를 끕니다. (강)
(2) 풂  : ‘누가-어디서-뭘-어떻게’라는 밧줄 여러 개를 풀어내 보여줍니다. (약-중강-약)
(3) 꼬임: 적대자에게 선제공격 받습니다. 밧줄을 누가 마음대로 엉키게 만들어 각자의 인생이 꼬이는 이미지입니다. 이로 인해 주인공은 ‘정당하게’ 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됩니다. (강)
(4) 끊음: 주인공은 반격을 가합니다. 뒤엉키고 꼬인 밧줄을 고르디우스가 매듭을 베어내듯, 화끈하고 격렬하게 부딪혀 일을 해결합니다. (약-강) 
(5) 맺음: 끊어서 다시 원래대로 풀어진 밧줄을 제대로 매듭을 맺어 끝을 냅니다. 여운이 남을 만한 대사나 장면으로 끝낸다면 독자는 당신의 다음 소설도 읽어줄 것입니다. (약)


당신의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든 간에 이 리듬을 지키는 편이 좋습니다. 먼저 독자의 관심을 낚고 이야기를 풀어낸 뒤, 이야기가 꼬이고 이를 해결한 뒤 제대로 맺어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야기는 탄탄해집니다.


주의할 점--이야기의 길고 짧음은 등장인물의 수에 비례한다

인물의 숫자와 역할은 또 다른 글뼈대에 해당합니다. 이야기는 보통 주요 등장인물이 몇 명이냐에 따라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합니다. 물론 한 사람의 평생동안 벌어진 일을 세밀하게 다룬다면 이야기는 한 없이 길어지겠지요. 하지만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이야기했듯 “인생에서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것이”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한 사람이 평생동안 겪는 일에 타인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은 누군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특정한 ‘일’이 벌어집니다. 
소위 문학소설 중에는 주인공이 주변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묘사하고 생각하는 소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은 특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인물을 다루어 인간이 인간이게 만드는 어떤 한 단면을 묘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 아니라면 애초에 글뼈대는 아무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조금 극단적인 표현이 되겠지만, 저는 인물이 한 명이나 두 명인 소위 문학소설은 길이가 길건 짧건, 위에서 설명한 ‘근육만으로 이루어진 동물’이며 그 가능성이 매우 제한되지 않나 싶습니다. 깊이는 깊을지 모르나 동감하는 사람의 수는 적을 것입니다.
단편과 장편을 불문하고 이야기에 필요한 주요인물은 보통 세 명입니다. 저는 이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혹은 주인공, 악역, 주연급 조연)이라고 설명합니다. 단편의 경우 두 명, 심지어는 한 명으로 제한되기도 합니다만 보통 작가나 화자가 역할을 대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당신의 이야기가 세 명 이상의 주요인물이 필요하다면 분명 단편에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이 점에 유의하십시오.


예제와 실습

자, 그럼 이제 예제를 이용해 한번 실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인물이나 장르 등을 정해볼까요? 가장 흔해빠진 학원 전학생 물로 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신비로운 느낌에 말이 없는 남학생 ‘혁’, 악역은 무자비하게 학교를 지배하는 체육선생님 ‘미친개’, 주연급 조연은 안경을 쓰고 힘이 약한 남학생 ‘안경’과 아름다운 여학생 ‘민희’로 설정해보겠습니다.

(1) 낚음: 운동장에 전교 남학생이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고, ‘미친개’가 한명 한명 ‘빳다’를 치고 있다. 여자 교장 선생님이 겁을 먹어 말리지도 못한다. ‘민희’는 학교 안에서 이 광경을 보고 공포에 질려있다. ‘안경’은 자기 차례가 다가오자 긴장하다 못해 기절하고 만다. 미친개가 쓰러진 안경을 몽둥이로 내려치려는 데 갑자기 날아온 운동화가 이를 막는다. ‘혁’이 던진 운동화다.

(2) 풂: 미친개는 혁에게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안경은 같은 반이 된 혁에게 학교의 상황을 설명한다. 미친개가 학교를 지배하고 있고 교장도 겁을 먹고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데다가 해교하려 하자 조직폭력배가 학교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최근 미친개는 강제로 밤늦게 야간자율학습을 시키려 했고 이를 거부하는 학생이 나오자 전부 집합시킨 것이었다. 학생들은 요사이 보름달이 뜨는 밤에 거대한 들개가 사람을 해친다는 소문이 돌아 이를 거부한 것이었다. 
크고 작은 사건으로 미친개와 혁은 점점 부딪히고, 민희는 혁에게 반한다. 민희는 혁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어색해 하면서 둘은 같이 영화를 본다. 중간에 안경이 끼어 데이트를 망치게 된다만, 대신 혁의 집으로 놀러간다. 혁은 혼자 살고 있었고 집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도그푸드가 있는 것을 보고 개를 키우냐고 물어보자 혁은 부끄러워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가 달라고 말한다.
보름날이 다가올수록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미친개가 학생을 마구 구타하는 것을 민희가 막는다. 미친개가 민희를 성추행하려들고, 혁이 이를 막는다. 미친개는 혁을 학생주임실에 가두고 때리고 기합을 준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학생주임실에 붙잡힌 혁을 걱정한 민희와 안경이 텅 빈 학교로 찾아갔다가, 체육창고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체육창고로 간 둘은 괴물로 변하는 미친개를 발견한다. 

(3) 꼬임: 늑대인간으로 변한 미친개가 민희와 안경을 공격한다. 도망치는 두 사람을 미친개가 공격한다. 

(4) 끊음: 민희와 안경의 위기를 혁이 도와준다. 혁도 늑대인간으로 변한다. 혁은 늑대인간과 인간의 혼혈로, 일족을 배반하고 도망친 늑대인간을 사냥하러 다니는 사냥꾼이었던 것이다. 두 늑대인간이 사투를 벌인다.
늑대인간이면서 늑대인간을 사냥하는 혼혈인 혁을 미친개가 비웃는다. 혁은 이 점을 자신의 콤플렉스로 삼고 있었고, 늑대인간으로써의 능력을 자제력을 발휘해 억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미친개에게 밀린다. 사투 끝에 혁이 감추어둔 필살기인 ‘실버 엘보’를 사용한다. 팔꿈치 뼈에 이식한 은으로 된 가시로, 사용할 때 마다 상대방 늑대인간 만큼이나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실버 엘보에 당해 쓰러지는 미친개가 마지막으로 혁에게 저주를 건 일격을 건다.
민희와 안경이 혁에게 다가오자, 혁이 미친개의 저주로 자제력을 잃고 민희를 공격하려 한다. 민희가 혁에게 고백하고 혁은 제정신을 찾는다.

(5) 맺음: 다시 전학 가는 혁에게 민희가 전화번호와 도그푸드를 건넨다. 혁은 웃으며 민희에게 키스한다.


어떤가요? 저는 이 예제를 쓰면서, 뼈대에 맞는 아이디어는 없을까, 제가 다닌 고등학교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붙듦’ 부분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학교 운동장 전체에 엎드려 뻗쳐 하고 있는 학생들의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아쉽게도 이건 픽션이 아닙니다만) 그러다가 체육선생님에게서 미친개라는 별명을 떠올렸고, 늑대인간을 연상했습니다. 이를 받아서 주인공이 신비한 존재라는 점에서 늑대인간과 인간의 혼혈이라는 아이디어를 <뱀파이어 헌터 D>에서 참고해 얻었습니다. ‘풂’ 단계의 도그푸드는 이 아이디어 이후에 추가한 부분이고, 이 부분은 나중에 ‘맺음’에서 다시 반복되면서 이야기 전체를 맺어줍니다. ‘실버 엘보’ 아이디어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만 일단 괜찮아 보여 적어놓았습니다.
그 외에도 어느 부분에 어떻게 기능하는 지는 직접 읽으면서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이와 같이 특정한 아이디어를 올바른 틀로 정리하면 필요한 아이디어가 추가되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잡힙니다. 무작정 쓰고 고쳐쓰는 것 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도 단편 아이디어를 이 뼈대를 세워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읽지만 말고 실습!


참고문헌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김영사.
マンガストーリー3ステップ集中講座, 美術出版者編集部. 美術出版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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