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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드래곤 문학상의 1, 2, 3회 메인 기획자인 김준혁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대화방을 이용해 할 생각이었는데 몇 가지 일이 생기면서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화방에서 좀 더 자유롭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네요.
 M은 거울 J는 준혁님의 답변입니다.
 아무런 편집없이 질문, 답변 모두 그대로 올립니다.





M  처음으로 황금 드래곤 문학상을 기획했을 때는 어떤 취지였나요? 문학상을 열게 된 직접적인 계기도요. 이번에 3회를 마쳤는데 처음 취지와 같은지 바뀐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J  처음 취지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환상 문학을 중점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그 사이트에 맞춰 쓸만한 작가군을 양성하자는 거였습니다. 쓸만한 작가군이라는 건 인기가 많은 작가라든가, 잘 팔리는 작가의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작가군을 배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배출된 작가군을 트레이닝시켜서 환상 문학 자체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길 바랐던 거죠. 그런데 기본적으로 판타지라는 장르가 침체화되고, 아직도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다 싶으면 그 재능을 키우기 전에 고갈시켜버리는 이들이 많은 덕에, 좀처럼 그런 인물들을 구하기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담당자가 단지 이쪽만 담당하는 게 아니다보니 인력 부족으로 인해 작가 트레이닝도 어려웠고요. 그러다보니 첫 취지와는 다르게 가능성 있는 사람 자체를 발굴하는 선에서만 끝난 거죠. 그리고 환상 문학을 중점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이트 부분도, 양면의 칼날이더군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상금이 걸려 있다보니 별로 보기 좋지 않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반대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못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지 않고. 이를 적절하게 보완해 주려고 하면 협력 업체가 말을 안 듣고.


M  황금 드래곤 문학상의 기획에서 실행까지 어떤 식으로 일이 이루어지는지 세부적인 설명 부탁드릴게요. ^^

J  일단 진행을 하게 되면, 제가 사업 계획을 짭니다. 문학상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구성해서 관련 업체에 가서 협의 후, 업체가 만들게 하고요, 그 사이 문화일보와 정보를 교류하여 충분한 사전 보도가 될 수 있게 합니다. 약정이나 전체적인 메뉴, 인터페이스 등은 제가 구상하기 때문에 그동안의 허점들을 보완할 방안을 생각하고 이를 반영하죠. 일단 시작 직전에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홍보합니다.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그렇고, Yes24를 통해 5만 부 정도 발송되는 뉴스레터도 메인은 제 담당이라 거기에 기획 기사를 싣기도 하고요.


M  매번 협찬사가 바뀌었는데요. 협찬사와 작업할 때 힘든 점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나요? 기억나는 것 한두 가지만 이야기해주세요. ^^

J  1. 말을 안 듣습니다. 뭘 해달라고 해도 그게 반영되는 경우도 없고, 연락조차 힘든 경우도 많았죠. 이번 이소프넷과 일할 때가 그랬는데, 실질적 담당자가 1월 초에 퇴사한 후로는 연락조차 안 되더군요. 담당자가 계속해서 퇴사하는데다가 연락처가 바뀌어도 연락을 안 해주니 연락할 방법도 없고, 전화만 거짓 안 보태고 수백 통을 때렸습니다. 마감 때에 이르러서는 홈페이지 리뉴얼 쪽은 자포자기하고 백업이라도 어떻게 해달라,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4회도 함께 진행할 거냐 등의 질문을 위해 연락을 계속했고 간신히 연락이 된 사람은 ‘그렇게 하자’ 해놓고 잠적… 다시 연락을 계속해서 그보다 윗사람은 들은 적도 없더라, 그리고 다시 묵묵부답. 화병으로 안 쓰러진 게 다행입니다.
2. 자금 문제가 원활하지 않아요. 1회를 함께 했던 크리센스는 모회사가 삼성이라 다른 건 몰라도 자금 문제는 원활했어요. 2회 때 카페9은 사업이 잘 운영되지 않는 상태라 20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구할 수 없어서 막판까지 진통이 있었죠. 3회 때는 이보다 더 극심한 상태라 1000만 원이 안 되는 비용이지만, 시상식 전날까지 해결되지 않았고, 사실 아직까지 해결은 된 게 아니고 일단은 황금가지가 전액을 부담한 상태입니다.



M  당선자들과 함께 출판 작업을 하거나 시상식을 진행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J  2회 때, 시상식에서 너무나 상이 많다 보니… 그때 신춘문예랑 같이 시상식을 했는데 온갖 상이 다 있다 보니 시상식 때 좀 민망해지더라고요. 열 명 가까운 수상자가 한꺼번에 호명되고, 우르르 올라오는 것 때문에 3회 때 일부러 상의 종류를 제한했던 겁니다.


M  기존 황금 드래곤 문학상 당선작이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 비해 대중적인 지지가 낮다는 평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중적인 지지가 낮다는데 동의하신다면) 왜 그럴까요?

J  당연한 겁니다. 완성된 작가를 바랐다면 이 부분에 대해 매우 불만이 많아야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환상 문학의 발전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당선자들 역시 가능성만으로 당선되었던 겁니다. 즉 어느 한쪽이 불완전하여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을 수밖에요. 문제는 그 가능성을 키워서 정말 괜찮은 작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거죠. 처음 시작할 때도 한 5회까지는 팔리는 책은 바라지도 말자, 라고 얘기했을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감수하고 있습니다.



M  좀 더 세밀하게 질문하겠습니다. 3회 당선작인 몸의 경우 초반과 완결부분 즉 보통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부분을 제외하면 50~100을 유지하고 있어요. 흔히 온라인상에서 연재되던 소설이 출판되는 조회수가 최소 500대인 것에 비해 너무 약하다, 전반적으로 황드 문학상이 조회수가 너무 떨어진다는 평이지요. 판매부수로만 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듯이 조회수가 전부는 아니지만 독자의 참여도가 높은 온라인 연재소설의 특성 상 비판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J  사실 온라인 상의 조회수란 건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모니터로 보게 되면 다양한 방해물이 모니터 곳곳에 버틴 채 글 읽기를 방해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황금 드래곤 문학상 자체의 조회수가 떨어진다는 점은 1회부터 안고 있던 문제점이었습니다. 작품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새로운 작품이 올라오다 보면 괜찮은 작품을 가려내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소트 기능, 마이 노블 기능, 비평단 등이 문학상에 포함된 것입니다. 2회 때 경우는 그래서 새 작품의 설명을 함께 등록하면 그 설명이 새로 등록되는 기능이 있었는데, 너무 많은 작품이 올라오다보니 그것도 좀 힘들더군요. 다음 회에서 새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해 봐야죠.



M  비슷한 질문입니다만… 황금 드래곤 문학상도 다른 문학상에서도 당선작을 낸 작가분의 후속작을 보기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당선작을 낼 정도로 실력 있는 분들이 어째서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요.

J  그 말은 좀 어폐가 있는데요, 1회 당선자인 김유정씨는 ‘하이어리데스’를 ‘아.직.도’ 연재 중이고, 2회 수상자 중 김주영씨는 지금도 꾸준히 작품들을 쓰고 있습니다. 다만 출간물 문제는 현 출판계에서 찾아보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소설 시장이 심각하게 위축된 상태를 생각해 본다면, 출판사가 아무래도 출판을 조금 고려해 보게 되는 거지요.



M  3회는 독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막았는데요. 독자 입장에서는 좋은 작품을 골라 읽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특히 단편이 그러했지요. 기획한 입장에서 독자 참여를 제한했을 때와 제한하지 않았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었는지요.

J  앞서 설명해 드렸지만, 이 부분은 이소프넷 쪽에서 독자와 작가의 대화 창구가 될 게시판 개설 요구를 계속 묵살한 데 있지요(처음 기획 때는 아예 빼버리고 이를 코룸 온라인 카페 형태로 연동하자고 했지만, 그게 되지 않아서 12월 20일부터 웹사이트 기획자와 이소프넷 담당자에게 꾸준히 독자 참여 게시판 개설을 요구했었습니다만…)
그와 무관하게 독자 참여의 정도는 1회 2회 때를 염두해 두면 될 듯하네요.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독자가 자유롭게 잡담을 늘어놓았을 때, 몇 가지 문제점이 대두되지요. 우선 폐쇄적 성향이 생깁니다. 자유게시판에서 서로 얼굴도 익히고, 또 오프라인으로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들만의 공동체가 생기게 되는 거지요. 문학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응모자가 자유게시판에 글을 쓰고 활동을 하려면 이 공동체에 끼어들기 쉽지 않고, 그러다 보면 소외감을 느끼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런 유대 관계가 단지 그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작품을 밀어주는 경향으로 발전하는 보기 좋지 않은 현상이 1,2회 때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이런 경향이 더 발전해서는 작품에 대한 옳은 비판을 감정적으로 몰아내고, 심지어는 암투라고 할 정도의 사건까지 발생하다 보니, 괜찮은 작가들이 글을 쓰려고 해도 이런 꼴을 보고 누가 참여하고 싶겠습니까. 작품의 질과 무한한 응모자를 위해서는 커뮤니티의 제한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올해처럼 완전히 제한되어 버릴 경우에는 오히려 전체적인 활동이 침체되기도 했지요. 중도는 이럴 때 필요한 듯.




M  이번에 장편, 중편, 단편이 모두 호러 쪽에서 나왔어요. 본선 심사위원 중 한 분인 이종호님이 호러 작가셨고요. 호러 쪽을 의도했는지요. 아니면 단지 호러 쪽에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온 건지요. 즉, 장르 문학상을 표방하면서 처음부터 호러에 비중을 두고 시작한 것이 아닌가, 다른 장르를 쓴 사람들은 처음부터 들러리였나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여름이 다가와서 호러를 밀었다라는 세간의 말도 있어서 여쭤봅니다. ^^)

J  단지 호러 쪽에 좋은 작품이 나왔던 겁니다. 재미있게도 당선자인 김종일씨는 예전에도 이종호씨에게 코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예심에서 ‘몸’이 본심으로 넘어왔을 때, 이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지만 이미 본심 심사위원을 뽑은 상태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회의 때 오히려 김성곤, 서영채 등 다른 교수님들이 먼저 ‘몸’을 뽑아야 한다고 단언하더군요. 중편도 그렇고 단편도 그렇고 심사위원들의 전체적인 평이 ‘기본적인 글쓰기는 판타지가 호러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이더군요. SF 경우도 단편 부문에서는 호러와 마지막까지 경쟁을 할 정도였습니다만 결국 SF 작품보다 호러 작품 쪽이 좋았기 때문에 호러가 뽑힌 거지요. 처음부터 호러를 뽑을 생각이었다면 아예 새로운 상을 하나 만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올해 호러가 뽑힐 거라는 건 저 자신도 별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거든요. 다른 장르가 뽑히지 않게 되면 분명히 불만이 생길 걸 알고도 호러가 다 뽑힌 이유를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만일 장르를 생각했다면, 중편과 단편은 다른 장르에 돌아갔어야죠. 작품이 더 좋은데, 장르 때문에 다른 장르를 뽑아 줄 순 없는 거지요. 판타지, SF 그리고 다른 장르를 쓰는 분들도 더 노력하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이 있는데 호러를 밀어주기 위해 호러만을 뽑을 이유도 없고, 또 호러만을 위해 만든 문학상도 아닙니다. 작품이 좋다면 어떤 장르라도 다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에서 장르를 넓힌 거니까요.



M  이종호님을 제외한 본심 심사위원단은 주류 문학 쪽이었어요. 본심에 장르 작가 분이 없다는 점 역시 장르 문학상을 표방하는 황금 드래곤 문학상에서 비판을 받을만하다고 봅니다. 즉 겉으로는 장르 문학상을 표방하면서도 사실은 주류 문학에 가까운 작품을 뽑으려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지요. 각 장르에서 한 분씩 심사위원이 나오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J  이 말은 좀 이해가 안 됩니다. 우선 김성곤 교수님은 서울대 영문학 교수시고, 해외 장르 문학을 많이 연구하시는 분입니다(영미 장르 문학에 대한 연구 쪽으로 본다면 이분보다 권위 있는 분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서울대에서 현재 판타지 소설에 관한 강의도 열고 계십니다. 주류 문학이라는 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군요. 이런 면에서 서영채 한신대 교수님 역시 문예창작과에서 단순히 주류 문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연구하고 또 가르치는 분입니다. 설사 지칭하신 대로 주류 문학이라고 해도, 이분들이 보는 건 장르 문학의 특성과 함께 ‘기본적인 글쓰기’입니다. 주류 문학이라고 불리는 것과 장르 문학의 ‘기본적인 글쓰기’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납득하기 힘들군요. 현재 한국의 장르문학, 특히 판타지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문제점은 ‘기본적인 글쓰기’입니다. 이는 문장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M  같은 맥락으로 황금 드래곤 문학상에서 지향하는 바를 묻고 싶어요. 장르에는 장르의 코드가 있습니다. 문학작품을 주류 문학과 장르로 이분화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을 수 있겠습니다만 주류 문학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냐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서 답변해주세요. ^^ (비약과 오해의 여지를 무릅쓰고 거칠게 말하자면 장르의 코드를 살린 작품과 문학성 있는 작품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볼 때 황금 드래곤 문학상이 지향하는 바는 어디쯤인지요.)

J  사실 주류 문학이라는 말도 좀 우스운데요. 어디까지가 순문학이냐, 어디까지가 주류 문학이냐 아니냐는 애매모호한 것입니다. 문학상에서 뽑는 작품은 주류 문학에서 인정받는 작품이 아니라 글쓰기가 되는 가능성 있는 인재를 뽑는 겁니다. 만일 주류 문학에 편승하여 인정받을 작품을 원한다면 심사위원을 둘 이유도 없고, 황금가지 편집부에서 적당히 골라내서 상을 주는 게 맞지요. 주류 문학이라는 것의 경계선도 애매모호하지만, 굳이 주류 문학이란 곳에 작품을 보낸다고 이득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르의 텃밭을 키우는데, 왜 변종을 뿌리겠습니까. 지금 같은, 주류 문학에 가까워지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의 근본은 작품의 문장력, 읽는 재미가 떨어져도 주제 의식 등을 부각시키는 수상작들 때문에 생긴 듯한데요. 조금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장르 문학, 특히 판타지를 쓰는 작가 중 상당수는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장력이나 작품의 주제 의식 반영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금 같은 형태의 수상이 지속될 듯합니다.



M  1, 2, 3회를 진행하면서 성장했다고 생각되는 면이 있다면요? 혹은 성장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요? 많은 예비 작가들이 비슷한 미숙함을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아요. 그런 점에 대해서 한 마디 해주세요.

J  기본적으로는 ‘황금 드래곤 문학상’이라는 ‘상’에 대한 인식의 성숙이 중요해요. 문학상이란 게 권위가 어느 정도 서야 작품들도 몰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부분에서는 많은 성장을 했지요. 그리고 응모하는 작가들의 의식 변화도 좋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출판이나 좀 해보자, 라는 생각보다는 좀 나은 작품을 공개된 문학상에 응모하는 만큼 작품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는 것 같고요. 다만, 너무 빨리 뭔가를 이루려고 안했으면 좋겠고요, 말을 너무 많이 안했으면 좋겠어요. 글로 다 보여준다… 라고 하지만 글로 다 보여주지 않아도 글이 빛나는 경우는 많아요. 응모할 때 작품 안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펼치다 보면 듣는 사람은 지겨워지거든요. 어느 정도 절제하고 압축할 줄 알아야 작품이 더 빛난다는 점을 상기하시면 좋겠어요. 자신이 보기에는 만족스러워도 타인을 만족시키기는 힘들어요. 아무리 웃긴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줘도 10명 중에 1명은 안 웃고, 아무리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려줘도 10명 중에 1명은 웃는다는 말이 있지요. 어떤 작품이든 그 비율만 다를 뿐 기본적인 독자는 생기기 마련이니 자신의 작품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간다는 생각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글을 쓰고, 가급적 절제의 미와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길 바라요.


M  1, 2, 3회를 통틀어 총평을 해주신다면요?

J  1회. 의욕적이지만 어설픈 시작
2회. 1회의 성공에 고무되어 방심.
3회. 2회의 방심이 독이되어 몸을 움츠림.



M  3회에 응모한 작품들의 특징이 있었다면요? 1, 2회 때와 두드러지게 보이는 차이점이 있었나요?

J  이미 문화일보 기사에 많이 나갔는걸요. 문화일보 기사 중 상당수는 제가 한 말이라. 일단 공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 많아졌어요. 장르도 다양해졌지만, 판타지 내부에서도 장르가 다양해졌고요. 장르의 다양화와 작품의 질 향상은 가장 큰 차이점이자 가장 긍정적인 부분 아닐까 싶네요.



M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만 4회 진행에 대해서 미리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J  구상중입니다만, 황금가지가 서버를 들여오기 때문에 이 서버에 자체 개설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3회에서 호평받은 마이 노블이나 작가 클릭으로 소트되는 기능은 계속 살리면서 3회보다는 커뮤니티를 조금 더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장기적으로는 주소 변동 없는 고정 자리로서 문학상이자 장르 문학의 중심 사이트로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M  예비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J  앞서 말했듯이, 말을 줄이고, 시간을 오래 두고 작업을 하시길 빕니다. 덧붙이자면 글에 목숨을 거는 대신,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 신명이 나셨으면 합니다. 글쓰는 사람이 신명나게 쓰면, 읽는 사람도 신명이 나기 마련입니다. 물론 무조건 신명나게 쓰라는 건 아니고, 그 전에 많은 생각과 고민이 쌓여야겠지요. 그리고 뼈대만 만들지 말고 살을 붙이는 데 신경을 쓰길 바라고요. 상당수 판타지는 설정이나 인물 등 뼈대만 장황하게 설명하고, 정작 살은 온데간데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바에야 몸통 한 부분이라도 뼈와 살을 충실히 담아내면 진일보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으로 문학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질문을 몇 가지 드려도 될는지요. ^^


M  너무 많이 반복된 질문이라 식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국내 판타지 소설이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앞으로 국내 판타지 소설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가지고 계신가요.

J  당연합니다. 이 부분은 작가들이나 출판사나 다 정신을 차려야 할 부분입니다. 출판이 전부가 아닌 세상이 왔습니다. 굳이 소설책을 내지 않아도 글을 써서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세상입니다. 책은 글을 쓰다가 나오는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지, 책을 내는 게 목표가 되어서는 자신이 원하는 글쓰기를 할 수 없습니다. ‘출판’이라는 게 언제까지 현재처럼 지속될 순 없습니다. PDA가 보다 나아가 액자 형태의, 그리고 나아가 시계 하나에 집약된 홀로그램 기술로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언제나 출판물을 다운받아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눈앞에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내주겠다고 하면 후다닥 달려들어서 책부터 내고 보자는 생각을 고치고, 자신의 작품을 한번 돌아보고 이 작품이 과연 자신에게 어떤 후 폭풍을 몰고 올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그것이 단기적으로 책을 내는 것보다 더 개인에게 이득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출판사들의 생각 없는 막무가내 출판으로 판타지 소설 자체는 이미 빈사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살리기 위해서는 중장기 계획으로 많게는 수십 년을 내다 봐야 합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프라이드를 가지되, 보다 나은 길을 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고행하며 자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괜찮은 작품들이 배출되고, 양은 적어도 질은 상승할 수 있게 되겠죠. 그렇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입니다. 현재 무협이 가게 된 길을 다시 가거나, 일본처럼 원 소스 멀티 유즈의 판타지가 주류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전 현 상태에서 그나마 가장 나은 건 후자라고 생각합니다만, 후자는 현재의 판타지 장르에서 분리되어 만들어져야 할 또 다른 장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기본적인 장르 소설들은 자기 길을 바로 찾길 바랍니다.


M  요즘 좋은 외국 작품들이 번역되어 들어오고 있어요. 반가운 일이지요. 그런데 많이 팔리나요? ^^;

J  기본 부수 이상은 팔립니다. ‘빼앗긴 자들’은 4쇄나 찍었습니다.



M  환상문학 전집의 컨셉은 어떤 건가요? 좋은 작품들은 많이 나오는데 컨셉이 어떤지 감이 안 온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J  저도 그게 감이 안 잡혔는데요. 기획자가 제가 아니라서. 하하.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면, 기본적으로 클래식 중에서 장르 문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한 듯하네요.



바쁘시고 몸도 안 좋은 상태에서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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