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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로비님과의 대담

2005.06.25 03:1006.25

04년 8월에 북하우스에서 출간된 “에비터젠의 유령”의 작가이신 김이환(로비)님과  메신저로 만나 대화를 나눴습니다.
로비님은 거울 19호부터 단편 필자로 참여하셨으며 글과 글쓰기에 대한 의문을 글을 통해 질문해오신 작가입니다.



진아/  안녕하세요, 로비님. ^^  
로비/  안녕하세요

진아/  에비터젠의 유령이.. 작년 여름에 나온 책이죠?
로비/  네. 8월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진아/  북하우스에서 하는 한국 판타지 문학상에 응모하신 글로 알고 있어요.
로비/ 그렇죠. 그 전 해에 응모해서 1월에 출판 결정이 나고 4월까지 고쳐서 그 후로는 출판사에서 알아서 하고 8월에 나왔죠.

에비터젠의 유령은 한국 판타지 문학상 5회 응모작이었습니다

진아/ 5회에는 수상작이 없었지요.
로비/ 그해 당선작은 없었고 심사평은 좋은 것 같아서 제가 출판할 생각이 있으신지 의향을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출판사에서도 좋겠다고 해서 결정이 났죠.
제가 먼저 물어본거죠 그러니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물어봤어요. 저도 오케이 할 줄은 몰랐는데. 이번 기회가 아니면 출판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아서.

진아/ 개인적으로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어요.
로비/ 감사합니다. 재밌다는 칭찬은 많이 듣질 않아서 기쁘네요 ^^

진아/  이세계 진입이나,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소설은 찾자면 드물지 않지만..
     에비터젠의 유령은 독특한 느낌을 받았어요.
     글 자체를 위한 글이라기 보다는... 그 글을 통해 장르와 세계와 자아에 대한 질문이랄까요,
     실험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로비/ 아무래도 첫 작품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땐 몰랐는데.
    처음이니까 글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으니까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수렴이 된 듯.

진아/ 의식적으로 수렴하신 부분은 어떤 부분이에요?
로비/ 음... 일단 새로운 걸 해보자는 의욕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써보지 않았던 글을 써보자는 것.
     왜 그렇게 거창한 목표를 세웠는지는 모르겠는데 ;;
     그 목표를 가지게 되면서 장르에 대해서, 글에 대해서 실험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질문을 하면 할수록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글을 쓰는 나 자신에 대한 자아 탐구도 이뤄진 것 같고... 그렇습니다. ^^
    어찌보면 소설 자체가 과정 같아요. 소설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진아/ 음.. 에비터젠의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나왔으니.. 이 쯤에서...
    "에비터젠의 유령"이 어떤 글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로비/ 간략한 소개라... 누가 줄거리 좀 요약해 달라면 항상 곤혹스러운데 ;;

진아/ 그럼..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계기도 좋고.. 뭐 간략하게 아까 말씀하신 것 중 안하신 것들 중.. 그 글에 대해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요?
로비/  네. 대학교 들어가면서 부터 습작을 쓰기 시작했는데...
      더 이상 습작만 쓰지 말고 뭔가 목표를 가지고 해보자, 라고 결심하게 됐어요. 그리고 쓰게 된 작품이 에비터젠의 유령이죠.
     그래서 목표가 원대해졌던 것 같고 1년 걸쳐서 1부를 쓰고 잠시 쉬었다가 2부를 쓰고 원래는 책 두 권 분량이었는데 그게 출판되면서 한권으로 줄었고...
     원래는 판타지적 성향이 강했는데, 그게 한권으로 줄면서 다 잘려나갔어요. 그래서 장르 실험의 요소가 더 강해졌죠. 원래는 검도 나오고 마법도 나오고 그랬는데...
     주인공의 위치도 바뀌고 많이 바뀌었어요. 어떤 때는 저도 헷갈릴 정도로.
     그 점은 약간 아쉬워요. 판타지적 요소가 많이 줄어든 점. 원래는 SF와 판타지의 경계에 글을 놓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글과 글이 아닌 것의 경계에 놓인 것 같아요.
     그 헷갈리는 점에 대해서 더 말하자면... 하도 글을 많이 고쳤더니 나중에는 저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출판사에서 '이건 왜 이렇게 됐느냐'고 물었는데 저도 잘 모르겠던 때가 몇번 있었어요.
     하지만 최종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해요. 이렇든 저렇든 다 더해보면 만족합니다. 책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부터 너무 만족스럽고 해서...

진아/ 한 권짜리 책은 나오기가 어렵다는 말도 있는데 두 권 분량이 오히려 한 권으로 줄은 것도 특이한 점인 것 같아요.
로비/  출판사에서 한권으로 줄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의를 했는데... 저도 쓸데없는 부분은 쳐내고 싶었어요. 두 권짜리 원작은 좀 지루하고 늘어졌거든요.  그래서 저도 한 권으로 줄이겠다고 했죠. 제가 이 작품을 쓰면서 한 결정 중 가장 잘한 결정인 것 같습니다.

진아/  아까.. SF와 판타지의 경계에 놓인 글을 쓰려다가..
      글과 글이 아닌 것의 경계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온라인 연재본을 못 보고 출간된 책으로 봐서 그런지..
      후자 쪽이 더 로비 님 답달까요.
      단편에서도 그런 실험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글과 글쓰기에 대한 의문이요.
      그래서 소설 자체의 완결성과는 다른, 꼭 열린 결말인 것도 아닌데 글 자체가 전체적으로 열려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로비/ 처음부터 '천사가 지나갔어' 같은 글만 썼던 건 아니고 ;; 원래는 젤라즈니나 브래드버리의 단편 같은 글을 좋아했고 그런 글을 쓰려고 했는데...
더 많은 글을 읽고 더 많은 작가와 작품을 접하면서 조금씩 바뀌었어요. 최근엔 그 과도기였던 것 같아요.
글이 열려있다는 점은... 맞는 말씀 같아요. 글에서 여러가지의 느낌을 한꺼번에 주려고 노력하거든요. 이렇게도 느낄 수 있고 저렇게도 느낄 수 있는 글이 좋아서, 되도록 글을 열어두려고 해요. 독자가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는 글이 좋아요.

진아/ 천사가 지나갔어와 껍데기, 는 정말 그 정점에 있는 글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과 글이 아닌 것, 무엇이 어디까지가 글이고, 소설인가.. 라는 거요.
로비/ 그때는 약간 슬럼프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글이... 몸부림에 가깝게 나온 듯 합니다.

진아/ 로비 님이 생각하시는 소설, 글이란 어떤 거예요?
로비/ 소설이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요... 당장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안하고...
     요즘은 그냥 제 생각을, 읽는 사람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글 속에 전달하려고만 노력해요. 재미도 줄 수 있으면 주려고 하고... 지금으로서는 그게 전부입니다.

진아/ 과도기였다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요즘은 어떤 글을 구상하고 계시는지요?
로비/ 일단 지금까지 벌려놓은 글들의 마무리가 중요하고요 ;;
그 마무리가 끝나면... 글을 쓰는 나 자신에 대한 탐구 말고...
제 바깥의 이야기를 써보려고요. 요즘은 저 자신 말고 제 주변의 것에 자꾸 관심이 가서...
인간관계나 사람 사이의 감정이나 뭐 그런 거요. ^^
지금까지는 너무 제 자신에 몰입했던 것 같아요.

진아/ 예. ^^  
        이건 unica님 질문인데요..
로비님의 글을 읽다가 보면 잘 번역이 되어 있는 SF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혹시 영어로 번역해 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로비/ 영어를 못해서 ;; 번역까지는 못해요.
  잘 번역된 느낌을 준다니 unica 님에게 감사를...

진아/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라던가 작가님은 누구이신지요?
        역시 unica님 질문이에요~
로비/ 아무래도 젤라즈니와 하인라인. 이 두 사람이 가장 결정적이었고요.
그 외엔 더글러스 커플랜드, 백민석, 버지니아 울프, 레이먼드 카버, 조앤 롤링, 존 버닝햄, 앨리너 파전, 보르헤스 등등.

진아/ 백민석은 저도 좋아해요.(덥썩)
로비/ 믿거나말거나박물지 같은 건 정말 영향이 컸어요.

진아/ 백민석 단편인가요? (못본 작품인듯.; )
로비/ 단편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 아마 맞을 거예요.

진아/ 믿거나말거나박물지에서 영향이 컸다고 하셨잖아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 글은 어떤 글이었죠?
로비/ 백민석의 첫 작품인가 두번째 작품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음... 일단 제목 이상하게 짓는 버릇이 그때 부터 생겼고요
잘 붙지 않을 것 같은 주제와 소재를 붙인다고 할까... 뭔가 글에서 이질감을 주면서 모호한 기분을 주는 것... 자세히 설명하려니 힘든데...
그런 거요. 글을 꼭 모두가 다 알도록 한 방향으로 진행시키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분 같은 것.

진아/ 네. ^^;  
스타벅스 좋아하세요?
로비/ 네. 글쓰기 좋아서요. 조명도 좋고 시원하고. 사람없을때 가면 조용하고...

로비님의 단편 중 “스타벅스 기행기”가 있습니다.

진아/ 스타벅스에 가시면.. 노트북으로 작업하세요?
로비/ 아뇨. 노트북은 없어요.
노트는 있죠.
글로 쓰고 집에 와서 컴퓨터에 옮기죠.
진아/ 어쩐지 손으로 작업하실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어요. (웃음)
로비/ 이미지 ^^

진아/ 제가 준비한 질문은 이상입니다. 아무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으시면.. 못다한 이야기나.. 어떤 것이든지요..
로비/ 음... 날 더운데 거울의 모든 분들 항상 건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로비님께 감사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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