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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igeil@hitel.net2004년 2월부터 2005년 4월,
플루토님의 ‘테라의 마법사’(이하 테라) 1화 One O'clock Jump의 1편이, 연재 시작 후 14개월이 지나 총 17화로 사건을 종결하였다.

애니메이션으로 말하자면, 이제야 1화가 끝나서 본격적인 사건에 돌입하게 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도 있고, 하나의 시즌이 끝나서 다음의 큰 사건을 기대할 시점이기도 하다. 길이로는 전자, 이야기의 밀도로 보면 후자다. 다른 작가라면 등장인물 소개에 지나지 않을 이 글이 그만한 밀도를 가지게 되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 글에 대한 리뷰를 쓰게 된 이유도 이 글이 재미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제목을 보았을 때는 판타지라고 생각했으나, 글의 시작은 조금은 익숙한 느낌의 사이버펑크 월드의 어디서 본 것 같은 주인공이었다. 어딘지 홍콩의 뒷골목 같은 느낌을 풍기는 거리와 사람의 이름. 장신에 바이크 재킷을 입은 젊은 남자. 직업은 탐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타고 있는 것이 커다란 오토바이가 아니라 노란 스쿠터다. 얌전하게 헬멧까지 쓰고 말이다. 얼래? 어딘가 이상하다.  

테라는 익숙함과 언밸런스로 시작한다. 어디서 본 듯하면서도 무언가 규칙에 맞지 않는 요소들이 가끔씩 튀어나와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이것은 작가인 플루토님이 많은 장르문학의 패턴이나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의 연출에 익숙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재미로 잘못하면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되거나 아니면 난해한 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테라는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는 글이다. 너무나도 띄엄띄엄한 연재주기부터 시작해서 건조하게 튀어나오는 월드설명, 주석을 달아야만 하는 작품 내 공유명사, 작가는 납득하고 독자는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에 대한 불친절함이 글을 매끄럽게 읽어 나가는데 방해물이 된다.
오아시스가 있어서 사막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테라의 단점이 사막이라면 테라의 장점은 오아시스다. 기존의 플루토 님 작품과는 다르게 테라의 인물들은 경쾌하고 진취적이며 유쾌하다.

루웨이의 약간은 과다할 정도의 호들갑스러움이나, 소년 얼굴에 진중한 어른 성격을 한 슈반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되면, 그 장면이 눈에 그릴 듯이 다가오는 것도, 실제로는 존재할 리 없는 링이 인간처럼 느껴지는 것도 글의 분위기와 캐릭터가 잘 어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야기의 구성은 짜임새가 치밀하다. 이쯤 되면 글의 장르를 ‘코믹 사이버펑크 추리 액션물’ 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의문이 들 정도다.

연재 중에 읽은 걸로는 아무래도 연결이 잘 안 되어서 리뷰를 위해 처음부터 테라를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플루토님의 글의 진가는 역시 한번에 읽어야만 보인다. 대사의 복선과 장면의 진실은 결코 연재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플루토님의 연재주기가 온라인 작가들의 평균 연재주기보다 꽤 길기 때문에 몇 주마다 한 편씩 보는 걸로는 아무래도 연결이 힘들기 때문이다.

루웨이가 정체를 밝히는(?) 장면에서 필자는 마치 전대물에서 악당의 ‘네놈은 누구냐!’하는 뻔한 대사에, 매주 같은 자기소개를 하는 용자들이 떠올랐다. 아마 짐작컨대 플루토님도 그 장면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아시는 분일 것이다. 루웨이는 확실히 알고 있었으니까.
결국 마지막까지, 테라는 독자가 생각하고 있던 예상을 뒤집는다. 그 빗나가는 예상이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하고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은 매우 유쾌한 일이다. 작가한테 뒤통수를 맞았지만 기분이 좋다고나 할까.

테라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글이다.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외에는 확실한 감상도 정확한 평가도 내리기 어렵다.

그저 기대하는것은, 이 리뷰로 플루토님이 다음 글을 쓸 힘을 얻고, 몇 년후가 되던간에 ‘테라의 마법사’를 계속해서 써 주시길 바랄 뿐이다.  

댓글 1
  • No Profile
    플루토 05.05.01 17:31 댓글 수정 삭제
    .....몇년 후가 되던간에......... OTL
    빨리 쓰라는 말 보다 더 아픈 독촉이군요... 쓰겠심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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