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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독자에게서 거울에게

2006.06.03 01:1206.03

  거울에 가입한지 벌써 1년이 지났군요. 처음엔 단순히 책들에 대한 리뷰를 읽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가입했었지요. 지금은 글 좀 끼적거리겠다는 이유로 붙어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신내림을 받아 작문의 제왕이 되기 전엔 거울에 계속 남아있을 듯 합니다.

  거울에 대한 첫 인상은 '낯설음'이었습니다. 뭐 처음 간 곳에서 낯설음을 느끼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1년 동안 활동하고 난 지금도 거울에선 묘한 낯설음이 느껴집니다. 매번 새로운 인물과 배경이 등장하는 단편이란 장르의 특수성이 그런 느낌을 자아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생각하던 환상 단편이란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들이 펼쳐져 있어서 그런 듯 합니다. 일반적으로 '환상 소설'하면 떠오르는 신비롭거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보다는 몽환적이고 다소 무섭기까지 한 것들이 대부분이더군요(그냥 순수문학도 상당수인 것 같지만). 어쨌든 거울은 일단 저의 고정관념을 박살내는 것으로 첫 만남을 장식했습니다. 뭐 아직 전 제 고정관념에 충실한 글을 쓰고 있지만 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독자로서는 거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울 필자 분들의 글이라곤 신체의 조합, 2004/2005 모음집을 읽어본 게 전부이고, 그 밖엔 독자 단편란에서 가끔 제목이 눈에 띄는 것을 읽어본 것뿐입니다. 저는 주로 작가로서 거울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을 통해 거울을 느꼈습니다. 짤 없이 난도질당하며 제가 느낀 것은 '이 사람들이 정말 소설을, 글쟁이들을 좋아하는 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설픈 아마추어들의 습작들을 이렇게 정성 들여 비평할 수 없을 테니까요. 아마추어가 뭔가 도움을 얻고자 해도 돌아오는 것이라곤 온갖 악평을 위한 악평밖에 없는 요즘 세상에 거울은 저에게 부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전 누군가가 한 달에 한 번 반드시 제 글을 꼼꼼히 읽어준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우수단편 선정단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아니, 이 고3짜리 파충류가 지금 무슨 횡설수설을 늘어놓고 있담. 어쨌든, 저에게 거울이란 참으로 고마운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번영하길. 그리고 아마추어 작가 분들, 선정단 분들에게 한 번 데였다고 도망치지 마시고 꾸준히 노력하고 정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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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짓는독사님은 거울 독자 게시판에 단편을 올리시며 꾸준히 참여해오고 계십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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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6.06.04 15:59 댓글 수정 삭제
    저도 아직 거울은 잘 모르겠어요. 시험 공부가 끝나면 시간 내서 지나간 글들을 이것저것 읽어보세요. 그 수밖에 없더라구요.
    혹평 당했다고 상처받지 마세요. 상대도 역시 그냥 좀 단단한 연장으로 툭 치면 깨지는 거울이니까요. 거울은 원래 삐딱하게 뒤집어 보는 법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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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남은 신께 맹세코, 거울때문에 상처받은 적은 없습니다. 탄식은 좀 했지만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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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영 06.06.05 14:42 댓글 수정 삭제
    미소짓는독사님 같은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춰 말씀하시지만 저언혀~ 그렇지 않다는 거 압니다. 님같은 분 덕분에 거울이 앞으로 나아가는 거겠죠. 자꾸 맞아보고 멍도 들고 그래야 하는데 저는 용기가 없어 비실거리게 됩니다....--;; 언젠가 저 앞에 선 님의 뒷모습조차 안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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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문 06.06.05 15:21 댓글 수정 삭제
    전 미소짓는 독사님이 참 부럽습니다. 늘 감탄하고 있고요. 그 에너지와 불굴의 의지(!)를 닮고 싶은데 잘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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