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이벤트 3주년 축하 축전

2006.06.03 01:1106.03

 인들이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의 문인은 최고 지식인이었고, 사회의 지도계층이었으며, 그들이 신문에 연재하는 글은 당대의 블록버스터 엔터테인먼트였다. 음. 그러니까 대략 100년 전, 구한말에서 일제시대 즈음의 일이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문인이 이 나라 최고 지식인이 아닌 건 물론이고, 지식인들 대부분은 문학에 별 관심이 없으며, 문학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도 않는다. 어마어마한 자본을 들인 블록버스터는 영상물이고, 즐길 엔터테인먼트는 넘치고 또 넘친다. 문인들이 그나마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수능 대비 청소년 교양 도서 정도일 것이다.

 어떤 문인은 이런 시대를 두고 ‘문학의 위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 모양이다. 자기 소설이 팔리지 않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표현한 문장이라면 상당히 솔직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지식인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하는 일도 아니며, 큰 돈을 벌기 위한 일도 아니다. 다른 모든 일들, 그러니까 농사를 짓거나 환자를 치료하거나 기획안을 작성하는 일처럼 그저 사람들이 행하는 일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지식인이 되는 건 좋은 일이다. 글을 써서 사회를 바꾸어보고자 하는 노력도 나쁠 것 없다. 베스트셀러를 쓰는 건 축하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글을 쓰고자하는/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지, 글을 쓰는 목적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는 왜 사는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답을 찾아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인터넷이 존재하고 있으며, 광대한 네트를 통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리고 그 공간에서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없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동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同志] 말이다.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그리고 생각을 나누라! 동지를 찾으라! 나는 이 지점에서 거울이, 또 다른 수많은 인터넷 매체들이 존재하는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김상현 님은 한국 판타지 소설의 초기작 중 하나인 [탐그루]를 첫 작품으로 하여, [하이어드], [네크로폴리스], [소설 정약용 살인사건]을 출간한 작가입니다. 방대한 자료에 토대를 둔 풍부한 서술과 날카로운 세태 풍자,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독자적인 경지를 구축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댓글 2
  • No Profile
    배명훈 06.06.04 15:33 댓글 수정 삭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No Profile
    절영 06.06.05 14:48 댓글 수정 삭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인터넷이 존재하고 있으며, 광대한 네트를 통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 과연 그것이었군요. 내가 거울을 찾는 이유는.
분류 제목 날짜
그림이 있는 벽 조그만 항구의 별할아버지와의 대화6 2006.06.30
거울 거울 3년을 돌아보며 거울에게5 2006.06.03
기획 아니, 아직도 절필 안 하셨어요?10 2006.06.03
거울 거울에 바란다3 2006.06.03
거울 독자에게서 거울에게4 2006.06.03
이벤트 3주년 축하 축전2 2006.06.03
대담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인터뷰6 2006.06.03
대담 askalai님과의 대담 2006.04.28
그림이 있는 벽 붙임성 있는 멍멍이2 2006.04.28
게르만 신화 아름다운 머리칼의 하랄드의 사가 5 - 헤임스크링라 27 2006.04.28
그림이 있는 벽 아빠?3 2006.03.31
거울 절영이 읽은 거울 24 2006.03.31
게르만 신화 아름다운 머리칼의 하랄드의 사가 4 - 헤임스크링라 26 2006.03.31
대담 배명훈님과의 대담 2006.02.25
그림이 있는 벽 그 작은 발로 성큼성큼2 2006.02.25
게르만 신화 아름다운 머리칼의 하랄드의 사가 3 - 헤임스크링라 25 2006.02.24
거울 절영이 읽은 거울 15 2006.01.28
그림이 있는 벽 눈 맞추기1 2006.01.28
게르만 신화 아름다운 머리칼의 하랄드의 사가 2 - 헤임스크링라 242 2006.01.28
대담 곽재식님과의 인터뷰1 200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