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은 환상의 나라가 등장하는 양말 줍는 소년과 달리 현실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나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캐릭터와 배경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성우는 카드 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무엇이든 아르바이트를 찾으려고 하는데, 외계인을 잡기 위해 카페로 위장한 잠복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칭 FBI 주인을 만난다. 그리고 정말로 고향별로 돌아가지 못한 외계인도 만난다. 성우는 열일곱째 아이라는 이 외계인을 다음에 귀환할 수 있을 때까지 보살피기로 한다. 외계인은 생일 선물로 받은 열일곱 가지 물건을 찾고 싶다고 하고, 성우 또한 FBI 주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것을 도와주기로 한다.

  

   ▲ 콜린 님의 최신작,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로크미디어의 경계소설 브랜드 노블레스클럽으로 출간되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리뷰들을 읽어보시려면 다음의 링크들을 클릭하세요.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날개님의 리뷰, 환상문학웹진 거울 68호)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무거운 현실과 가벼운 환상을 잇는 명랑한 상상력 (M. 절영님의 리뷰, 환상문학웹진 거울 68호)


   콜린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은 독특한 경험이었고…… 재밌었어요.

   진아   집사와 사모님이 잘 되었을 때, 사실 예상 못한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그 순간 카타르시스가 작지는 않더라구요. 그게 정말 기술인 거 같아요. 어쩐지, 그래, 기다렸어! 이런 느낌. (웃음)

   콜린   나중에 후기를 쓸 건데…… 목표가 그거였어요. 처음 한 열 장, 스무 장 읽었을 때 결말이 예상 가능한 걸 쓰는 게 목표였고, 그럴 때 내용이 예측 가능하면, 뭘로 재미가 있어야 할 것인가. 캐릭터랑 엉뚱한 상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캐릭터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자하   분실물을 찾는 것 자체는 굉장히 쉽게 찾더라고요.

   진아   애시당초 찾는 데 목적을 안 두고 글이 가니까…… 처음에는 이걸 찾으면서 엄청난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사건들로 이야기가 진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쉽게 찾으니까, 아, 이게 아니었구나 (싶더라고요).

   콜린   오히려 복잡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버렸어요.

   자하   그래도 뭐랄까…… 그래도 ‘양줍소’보다 ‘외계인’이 더 잘 짜여진 글이라는 느낌이에요. 구성이 딱딱 맞는 느낌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양줍소’는 원래 목표 같은 게 있었나요?

   [양말 줍는 소년]과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은 출간 간격도 짧고, 어찌 보면 비슷한 면이 많아서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섞였다.

   콜린   [양말 줍는 소년]은 그냥…… 거창한 이야기나 그런 건 아니고 발랄하고 엉뚱한 나라, 그걸 그렇게 (써보고 싶었어요)……. 마음에 들었던 건 소년인데, 아드레날린이 막 솟구치고, 호르몬이 막 왔다갔다 하는 애를 써 본 적이 없는데, 막상 써보니까 너무 재미있었어요. 나도 남자애였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재밌었고, 그러면서 글이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성장담을 자각하고 쓴 건 아닌데, 글을 쓰면서 내가 자란 것 같기도 하고……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양줍소’는) 소년 성장기잖아요. 근데 처음 쓸 때는 그걸 자각하고 쓴 건 아니었어요. 시놉은 글 초반에는 어느 정도까지는 (있었고), 소년이 중요한 일을 할 건데 그 훌륭한 일이라는 게…… 하인라인 식으로 약간 안티 히어로 분위기로 (가길 바랐어요). 걔가 그렇게 했다는 걸 누가 많이 알아주지 않지만, 소년은 많은 일을 했고, 성장했고…….

   자하   세상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고…….

   콜린   완전히 그렇게 되진 않았고, 주인공 어머니, 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일 거라고 일단 설정을 하긴 했는데, 쓰면서 끝에 가서 이렇게 해야겠구나, 1권 쓰면서 2, 3권이 이렇게 가야겠다, 그러고 있었어요.
   끝에서 하고 싶었던 이미지는 그런 거였어요. 처음과 같은 문장인데 느낌이 다르게……. (처음에는) 엄마는 내가 훌륭한 일을 할 거라고 했는데 나는 양말을 줍고 있다.뭐야, 이게 했는데, 끝에도 여전히 양말 줍는 일을 하고 있지만 느낌은 다르게요.

   콜린 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문장 자체는 그리 다르지 않다. 처음 환상의 나라로 들어갈 때와, 3권 분량의 많은 이야기를 끝내고 다시 말하기에 많은 느낌이 묻어날 뿐이다. 역시 이런 느낌의 변화는 직접 읽는 게 답. 독자는 소년과 함께 모험하고 울고 웃은 후 그 말의 다름을 체험할 것이다.

   자하   외전 읽어보니 비밀요원이 되던데요. (웃음)

   콜린   그쵸. 그건 속편을 예상하고 외전을 먼저 썼거든요. 속편을 쓰다가 엎었어요. 너무 시놉을 안 짜고 글을 쓰니까 설정이 안 맞아서.. 속편이 안 되는 거야. 속편을 쓰려다 엎고,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을 썼어요.

   자하   ‘에비터젠’을 읽고, 그 다음 날 ‘양줍소’를 세 권 다 읽었고, 그 다음 날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을 다 읽었거든요. 사흘 안에 다 읽었어요. 그래서 이게 다 연결되어 보이는 거예요. 끝에 나는 등대가 콜린 님일 줄 알았어요. ‘에비터젠’에서 작가가 나오잖아요. 거기 등대 안에 방이 있고, 선하게 생긴 청년이 있고, 컴퓨터 있고, 그렇다는 걸 보고, 작가가 등장하는 거 아냐? 했는데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숨은 의도로라도 생각하신 건 아니죠?

   콜린   네, 아니에요. 한 번 했으니까 또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죠).

   자하   또 했으면 김샜을 것 같긴 해요.

   콜린   또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글이 좀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등장하는 게) 아니면 여기다 무엇을 넣을 것이냐. 생각이 있어야 하잖아요.

   자하   ‘양줍소’가 끝까지 완성되고 나서는 패턴적인 성장물이 되기는 했는데, 환상의 나라가 낯설고 환상의 나라를 만든 방식이 새롭기 때문에 신선한 소설이 됐다고 보였어요, 제가 보기엔. 그런 (패턴과 신선한 독창성을 오가는) 감각이 있는 작가구나…….

   콜린   사람들이 신기해했을 때, 그때도 되게 기분이 좋았고…… 유니크하다고 사람들이 가치를 받아들여 주는 게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어요.

   자하   왜 놀라워요?

   콜린   내 상상력이 가치가 있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이런 걸 처음 봐요, 그러니까. 전에는 아무도 이걸 안 썼나, 싶고.

   자하   나중에 보니까 엘리너 파전 동화 느낌이랑 비슷하더라고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데 연결돼 버리는 점이라거나 그런 거요.

   콜린   엘리너 파전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특히 [양말 줍는 소년]은요. 엘리너 파전(의 작품들 중)에 {서쪽 숲 나라}라는 동화가 있는 거 아시죠? 그걸 사람들이 다 알 줄 알았어요. 내가 이렇게 쓰면, 엘리너 파전 영향을 받아서 넣은 거구나, 다 알 줄 알았죠. 그런데 엘리너 파전을 다 모르더라고. (웃음)

   진아   저도 이번에 콜린 님이 추천해주셔서 봤는데요, 이 나이 먹고 동화 읽다가 울 뻔했어요. ^^;;;

  
   ▲ {서쪽 숲 나라}가 실려 있는 엘리너 파전의 동화책, [작은 책방](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길벗어린이, 2005년 11월)의 원서와 번역본의 표지.

   콜린   {서쪽 숲 나라}도 되게 아름다운 이야기였고…….
   ‘외계인’부터는 엘리너 파전의 영향을 벗어났어요. 오히려 책 안에서 나온 영화들의 영향이 있죠…….

   엘리너 파전은 20세기 초에 살았던 동화 작가로, 정말 아름답고 따스하고 감성이 풍부하게 들어간 황금빛 동화를 쓰는 사람이다. 이번에 처음 들어보신 분들도 한번 꼭 찾아보시길! ^^

   자하   이쪽 계열(?) 사람들은 다 ‘외계인’ 슬프다고 한 거 아시죠? ida님도 슬프다고 하셨고, askalai님도 그랬고.

   콜린   슬픈 게 맞아요.

   진아   저도 슬펐어요.

   자하   이쪽도 슬프다고 하고. (웃음)

   진아   콜린 님에게 (작품에 대해) 듣기 전에, 제가 먼저 이야기해 봐도 될까요? 저 진짜 왜 이렇게 이 글이 슬픈지 계속 생각해 봤거든요.

   콜린   네, 듣고 싶어요.

   진아   주인공은 가정사도 복잡했고 친구도 없이 이십 몇 년을 살아온 애였어요. 그런데 외계인이지만 친구도 생겼고, 엉뚱하지만 돈 잘 주는 직장도 생겼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잘 대해주고, 그 사람들도 각기 좋은 결과를 얻고 다들 나름 행복해지는데,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도 않아서 이 이야기가 마치 따뜻한 이야기인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도 전 읽으면서 계속 슬펐어요.
   작품 속에 1억 년 후의 바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내가 싫어한 사람도 없는 바다. 그 바다를 잘 생각해보면, 거기에는 나를 사랑한 사람도 없고, 내가 사랑한 사람도 없어요.
   주인공에겐 외계인이란 친구가 생겼죠. 외계인은 주인공을 주인공 자체로 좋아하고, 친구가 되지만, 얘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알고 얘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걸 알고 그걸 겪고 된 친구는 아니거든요. 사장님이나 사모님이나 얘를 너무나도 예뻐하고 유능하다고 추켜올리고 그러지만, 얘가 진짜로 카페 경영이든, 핸드백 가게(;;;) 경영이든 유능한 애는 아니잖아요. 오해에서 시작한 관계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오래 지냈는데도 얘의 이름을 몰라요. 그냥 직원이라고 부르죠. 아무런 접점이 없는 관계였던 거예요. 그럼에도 사람은 그 과정에서, 누군가 날 좋아하고 아껴준다는 점에서 치유 받을 수도 있지만, 진짜 얘 내면으로 들어가 준 사람은 그중에 아무도 없는 거죠.
   더군다나 외계인 친구를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해줄 수도 없을 거고, 소개할 때도 진짜 어떤 존재인지는 감춰야 하고. 마치 상상 속의 친구처럼요. 외계인과 함께 있는 집과 카페를 나오면, 얘의 ‘진짜 삶’은 그대로겠죠. 물론 얘가 변한 만큼 주위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얘는…… 그렇다고 거기서 더 불평하지도 않고, 그냥 주어진 것에서 위안을 찾죠. 인생이 그렇지, 뭐. 그렇게 살겠죠.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자하   성우의 태도가 슬펐어요. 이건 거의 체념이야, 화낸 적도 없고, 격렬하게 반응한 적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데, 담담하게 되기까지가, 보통은 고통이 자라면, 담담해지잖아요. 얘는 사점을 지났나 보다,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중간에는 (제가) 몇 번 울 뻔도 한 거 같아요.

   콜린   사실은 슬픈 이야기가 맞아요.

   자하   행복하게 썼다고 하시기에…….

   콜린   어떤 의미냐면…… 제가 별로 친구가 없고, 좀 그래요. 부모님도 엄하시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이 별로 만족을 못하는…… 내가 너한테 기대한 건 이런 게 아닌데,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 게 있었는데, 정말 용관이가 갑자기 나타나듯이 무언가가 주어진 거죠. [양말 줍는 소년]이 저에게 주어졌듯이요. 주변에서 그러는 거예요. ‘너 진짜 글 대단하다.’ ‘콜린 님은 정말 브랜드가 있어요. 소장용이고.’ 저는 조금 황당한 거예요. 정말 그런가? 그런 생각도 들고. 성우의 경험에 개인적인 경험이 약간 반영이 된 게…… 왕따 경험 같은 건 반영이 되었거든요.
   갑자기 무언가 제게 주어지면서, 황당하면서도 즐겁기도 한데, 그래서, 낙천적으로 쓰긴 했는데, 내 과거를 돌아보면, 지금하고 괴리가 너무 큰 거예요. 그래서 이걸 만나긴 만났는데, 현실은 외계인이 없잖아요. 외계인도 FBI도 없고, 월급을 4백만 원씩 주는 직장도 없죠. 쓸쓸한 이야기가 맞구나,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내가 정말 잘했냐 이거죠. 내가 정말 성우처럼 마냥 부족한 인간이면…….
   음…… 부모님한테도 내가 불효를 했을 것이고, 친구들한테도 내가 분명 뭔가는 섭섭하게 했을 거예요. 정말 이 자식아, 어디 한 번 이야기해 봐 하고 친구랑 멱살 잡고 이야기하면, 상대가 할 말이 없진 않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어른이 되면 이제 서로, 벽을 세우면서 만나는 관계가 되잖아요. 접점 없이, 그냥 어떤, 직원과 사장, 그렇게 만나듯이. 접점없이 만나는 관계가 되는 거죠. 그런데 그런 내 정체성을 찾으면서 쓸쓸함이 약간 달래지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있을 수가 있는 거고. 나를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내 고통은 모르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잖아요, 그 말이. 내 고통을 이해해줄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런 글이 내 고통 속에서 나온 것일지라 하더라도. 그런 생각을 사실 굉장히 많이 했어요.

   자하   ‘에비터젠’하고 초기 단편에서는 계속 고민을 하고 있어요. 고민고민고민…… 하고 있는데, ‘양줍소’랑 ‘오다시’에서는 그래도, 고민에 대해서 뭔가 답을 찾은 듯한 느낌이에요.

   콜린   주변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니까…….

   자하   어쨌든 입장을 결정했거나, 결정을 한 것처럼 포장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 생겼거나, 그런 거 같아요.

   콜린   1억 년 후의 바다도…… 쓸쓸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거고. 근데 그게 이제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정말 깊은 상처 같은 거, 위로해 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진 않은 거 같아요. 운이 좋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내 가족이나 그런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데, 아닐 수도 있는 거고.

   진아   그 장면이 두 번 나오잖아요. 처음에는 용관이가 말해주고, 두 번째는 성우가 소망이에게 말하죠. 결국 지워버리지만요.
   용관이가 처음 그 말을 했을 때는 너무나도 위안이 되는 문장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치유력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두 번째 볼 때는 슬펐어요. 그때는 그 그림의 다른 면이 보여서……. 그리고 용관이가 성우에게 말했을 때와 성우가 그 말을 했다가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또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음,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제가 ‘오후 다섯 시’를 읽기 전에 그 1억 년 후의 바다 부분을 누가 블로그에 올렸던 걸 봤어요. 그게 여기서 나오는 구절인 줄은 몰랐고요. 그런데 나중에 ‘오다시’를 보니까 그 구절이 나오는 거예요.
   제가 굉장히 놀랐던 게, 그 블로그를 보면서,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구절을 찾아서 인용했을까 생각했었거든요. 그게 콜린 님 글이었던 거죠. 콜린 님은 문장을 쉽게 쓰세요. 그래서 잘 읽히고, 그런데 딱 하나의 문장이나 어떤 구절에 제가 감동을 받았다거나 그런 적은 없었는데, 이 구절을 보면서 아, 이제 이 사람이 이렇게 시적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묘사도 가능할 만큼, 문장력이 한 단계 성장했구나, 감탄하고, 살짝 샘도 나고. ^^;

   그러니까 편집장과 자하는 인터뷰어라기보다는……(넵, 생략……).

   콜린   그 장면은 다큐멘터리에서 왔어요. 3, 4억년 후까지는 지구가 안정적이에요. 그런데 1억 년만 지나도 생물은 다 달라지잖아요. 인류도 1억 년 전에는 없었잖아요. 완전히 다른데, 그 바닷가에 가면 어떨까, 완전히 감정이 정화된 상태…….
   자기 이야기를 쓰면 작가는 실패 안 한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아, ‘양줍소’가 내 이야기라서 그렇게 재밌었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냥 내가 아는 걸 써야겠다. (웃음)
   ‘오후 다섯 시’도 낙천적인 기분으로 쓴 거 같아요. 과거를 돌아보면 슬픈데, 지금은 행복하고……. 저도 지금 옛날 생각하면 암울한데 지금은 친구들도 막 글을 조언도 해 주고, 글을 쓰지도 않았는데 출판사에서 하자고 하고. 내가 원하던 삶이잖아요.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옛날엔 그랬지만 지금은 낙천적인 (거죠).

   [양말 줍는 소년]보다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이 더 잘 짜여져 있다는 말로 돌아가, 콜린 님의 답변이 이어졌다.

   콜린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은 시트콤 구조를 썼어요. 시트콤 드라마가 열두 에피소드고, 그걸 24개 에피소드로 늘리는 거잖아요.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도 열세 챕터로 쓰고. 챕터 안에서도 시트콤 시작하면 인트로 코미디가 있고, 주제가 나오고, 광고 나오고, 본방 들어가잖아요. 인트로랑 아웃트로가 북극곰인 거죠. 중간에 이야기가 나오고. ‘오후 다섯 시의 캐릭터’도 시트콤 캐릭터처럼 과장되고, 다 과장되면 안 되고, 주인공은 그걸 과장된 거라는 걸 알고. 황당해하는 사람이 하나 있어야 감정이입을 하고, 그걸 황당한 눈으로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기승전결이 있으니까, 시트콤도 한 에피소드에서 하나의 갈등이 끝나잖아요.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도 분실물 한 개 아니면 두 개를 한 챕터 안에서 찾아내고 끝내는 (거죠). 그 에피소드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한 시즌이 끝나고, 이게 성공적으로 끝나면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시즌 2가 나오는 거죠. 그걸 맞춰서 썼어요. 그런데 2는 안 쓸 거예요. 출판사에서 원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받았어요.

   진아   여기서 끝나는 게 깔끔한 거 같아요. 여기서 새로 쓰려면 성우에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필요해지고, 뭔가 만들어야 하는데…….

   콜린   진짜 여자친구가 생기거나 그래야 하고…….

   진아   그러면서 전작의 맛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고…….

   콜린   그렇죠. (웃음)

   연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되었고, 신작을 준비 중인 콜린 님. 어디에 연재를 하실 생각인지 물었다.

   콜린   계약할 때 연재해도 괜찮은지 물어보는데…… (출판사측에서) 연재를 출판 일자와 잘 맞출 수 있지 않다면 되도록 안 했으면 해서 연재를 많이 안 했어요. 근데 이제는 되도록 많이 하려고요. 결말까지 연재를 다 해버리면 파일이 돌잖아요. 그건 위험하니까…… 중간까지 하려고요.
   지금 쓰는 거 끝나고, 다음에 들어갈 거는 엉뚱한 곳에서도 막 연재하려고 해요. 듀나 게시판에서도 하고, 블로그에서도 하고, 문장에서도 해 보고, 거울에서도 하고.
   관리하기가 힘들긴 한데…… 어디 올리고 어디 안 올렸는지 잊어버리기도 해서…….

   진아   이번에 조선일보에서 아예 ‘판타지 문학상’이라고 상금 1억을 걸고 공모받던데요.

   자하   그거보고 ‘양줍소’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데, 기분이 어떠셨어요?

   콜린   ……그거 냈으면 됐겠구나. (웃음)

   (다들 웃음)

   자하   아깝진 않으세요?

   콜린   아깝진 않아요. 그게 벌써 몇 년 전 글인데…… 그걸 그동안 어떻게 기다려…….

   자하   요건이 문학성이 있는 판타지일 것, 가족이 다 읽을 수 있을 것,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서 보편성이 있어야 할 것, 세계 시장에 수출해야 하니까. 그거 보면서 나도 왠지 요건이 ‘양줍소’랑 비슷하네?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진아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도 그렇죠. 콜린 님 스타일이랑 맞을 것 같다는 말도 많고, 신인, 기성 안 가린다는데, 응모해 보시는 것도…….

   콜린   나 혼자 공모전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요, 대작가들도 준비하고 있을지. 상금이 일억인데. (웃음) 김칫국 마시는 거죠, 솔직히. 내가 냈으면 됐겠지, 라는 생각도 혼자 하면서 되게 웃긴다고 생각했어요.

   자하   왜 이렇게 겸손하게 태어났어요? (웃음)

   콜린 님은 평소에도 겸손하기로 이름이 높으시다. 그것이 또 매력적이고…….

   콜린   겸손하게 태어난 게 아니라…… 그 왜, 그렇잖아요. 아동문학 쪽에서도 칼을 갈고 있을 수도 있고, 판타지 작가만 쓰는 게 아니니까, 무협 작가들이 판타지로 써서 내볼 수도 있는 거고. 기획자가, 아, 차라리 내가 써보자, 그럴 수도 있고.

   자하   콜린 님도 이제 세 권쯤 썼으니까 아실 거 아니에요. 공모전 요강에 맞춰서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다 쓰던 것만 쓰는 거야. 공모전 맞춰서 쓸 수 있는 사람은 돌연변이에요. ^^;

   진아   내봐서 손해 볼 거야, 시린 가슴과 약간의 우송료 정도니까. 하지만 의외로 시린 가슴의 상처가 크다는…….

   자하   요건에 맞춰 그 글을 썼다는 것 자체가 크지. 그게 가장 크게 얻는 거고.

   콜린   가슴은 항상 시리잖아요. 작가들 가슴이야 늘 시리고……. (웃음)

   자하   콜린 님은 그런 욕심 없으세요? 꼭 당선되어 보고 싶다거나…… 어디에 작품을 수록하고 싶다거나…….

   콜린   (바로) 많아요. 전 욕심이 되게 많아요. 친구랑 이야기하다 알았는데, 욕심도 많고 질투나 시샘도 많고……. 몰랐는데, 그게 내 에너지였구나 (했어요.) 나 시키면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도 하고. 영화를 소설로 쓰는 걸 봤는데, 나한테 줬으면 더 잘 쓰고 더 싸게 해줬을 텐데……. (웃음) 전 그런 게 되게 많아요. 내가 했으면 더 잘 했을 거야, 그런 거.

   소설을 써서 작품으로 출간되기까지 편집자를 거치지 않을 수는 없다. 전ㆍ현직 편집자가 질문을 해서인지 자연스럽게 작가와 편집자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갔다.

   자하   ‘에비터젠’은 두 권 짜리를 한 권으로 바꿨잖아요. ‘양줍소’는 들어가서 한참 있다 나왔고요.

   콜린   2년 정도 걸렸죠.

   자하   작품을 손보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편집자가 영향을 끼친 부분이 많은지, 편집자와 관계가 보통 어떠신지요?

   콜린   싸웠거나 그런 적은 없고요. ‘에비터젠’ 때는 모집요강이 두 권 분량을 원해서, 내가 생각해도 두 권이 아닌데, 억지로 늘렸었어요. 한 권으로 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차라리 한 권이 낫겠다, 싶었고. 고쳤어요. 그쪽에서도 요구하면서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쉽게 응하고, 또 고쳤는데, 그게 그 전 버전보다 훨씬 낫다고, 그 원고를 외부에도 보여줬는데 훨씬 낫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외부 분은 교수라고 하셨나? 뭐, 그런 외부 분에게 보여드렸는데…… 심사위원 중 한 분이셨나? 잘 모르겠는데, 암튼 이게 더 낫다고 하셨고, 그래서 잘 됐고.
   두 권 분량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최종 버전이 가장 제 마음에 드니까……

   [양말 줍는 소년]은 좋은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인터넷에서 연재할 때, 당장 조회수 올라가고 내려가는 거 신경 쓰지 마라, 그런 조언들. 이지연 주간님이 그런 이야기 많이 해주시고.
   글을 다 써서, 넘겼을 때, 걱정은 아무래도 있었죠. 한 권이 안 되는 분량으로 써서 세 권으로 계약을 했는데, 계속 물어보시더라고요. 뒤는 어떻게 쓸 거냐. 판타지에 그런 거 많잖아요. 나라 유람하고 끝나는 거. 그렇게 될까 봐. 그런 거 아니냐고 하시기에 그런 거 아니다, 대답은 했는데, 제가 시놉을 말로 잘 못해요. 나는 열심히 설명하는데, 듣는 쪽은 듣고 나서 이게 뭔 소리야, 해요. 그게 좀 힘들어요.
   3권까지 해서 넘겼을 때 결말을 손봐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처음엔 내가 버텼는데, 결국 결말은 좀 고쳤어요.
   결말이 한 50장 더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갑자기 끝나는 느낌이었어요. 이야기 씬 배치를 약간 바꾸고, 약간 추가하고, 현재가 우는 거, 부모가 다시 안 합칠 거라니까 울잖아요. 그거 추가하고…… .

   자하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은 어느 부분을 고쳤나요?

   콜린   그것도 결말을 50~100장 정도 더 써 달라고…… 부족하다고. 그래서 한 챕터를 새로 썼어요. 150장 정도? 포크 사용법 전전 챕터. 곰인형 찾는 챕터가 원래 없었는데, 나중에 내가 읽어봐도 너무 갑자기 끝나는 거 같아서, 더 썼어요.

   자하   콜린 님 약점이군요.

   콜린   네, 제가 끈기가 적어서…… 막판에 가면 지치니까 대충 쓰는 거예요. 근데 그게…… 좋은 작가, 좋은 글이 되느냐 마느냐는 거기서 갈리잖아요. 거기서 내가 끈기를 가지고 십 년 동안 [부활]을 쓰느냐 못 쓰느냐. (웃음)

   자하   그런 면에서 편집부에 감사하시겠네요.

   콜린   그렇죠. 편집부에서 제 마음을 알아 줄지는 모르겠는데…….

   자하   편집자로서, 도움이 되면 좋죠. 정말 필요한 조언을 해서 더 나아졌다면…….

   콜린   편집자 측에서는 더 고쳐야 했는데, 라고 생각하는지, 그 정도면 만족하는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편집자는 그런 거 있어요. 내가 생각 못했던 셀링 포인트도 잡아주고…….

   자하   이게 매력이에요 같은 거 (짚어주죠).

   콜린   네, 끌어주고. 난 100을 기대했는데 표지가 110으로 나오면 놀랍잖아요. 이런 걸 알아주다니…… 같은 거…….

   기본적이지만 가장 궁금한 사항을 여쭤보았다.

   진아   신작은 언제 나오나요? 앞으로의 집필 계획은요?

   콜린   엄청나요. 올해, 죽어도 장편 세 개 낸다, 이게 목표예요. 쓰고 낸다. 하나는 써서 출간을 기다리고 있고요. 한 편은 계약은 했는데, 아직 못 썼고, 지금 쓰는 게 있는데, 그건 출판사를 알아보고 있어요. 상반기까지는 지금 쓰는 글을 다 쓰고, 하반기에는 완전히 새로운 글을 쓰거나 하려고요.

   지금 쓰는 글을 주위에서 많이 말렸어요. 동화적인 걸로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왜 그걸 버리느냐고. 그때 내가 이걸 진짜 버려야겠다, 동화적인 작가라는 인식을 반드시 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걸 극복할 기회가 올해밖에 없을 것 같아서.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도 리뷰 보면 다 [양말 줍는 소년]이랑 비교하고 있고…… 그게 내 대표작이었더라고요. 나는 몰랐는데…… 김이환이라는 작가의 장점이 ‘양줍소’에 다 있다고 생각하더라고. 근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니거든요. 사람들도 날 다 그렇게 봐. 동화적인 걸 쓰니까 내가 동화적인 사람인 줄 아나 봐요. 물론 이런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것만 내 안에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다들 (반응이) 시큰둥한데 썼어요. 중간에 친구에게 보여줬는데, 친구가 “김이환 작가 님, 대단하세요”라고. (웃음)

   진아   으아, 너무하세요. 전 그 글 되게 좋았는데! 그래서 좋았다고 했는데! ‘다들’ 별로였다고 하시다니! (괜히 삐친 척;;)

   콜린   아, 조금 보셨잖아요. 그보다 더 썼고…….; 대체로 이런 걸 쓰겠다고 했을 때 반응들이 시큰둥했다는 건데…… 조금 보여주니까 재밌다고 해서 다섯 페이지 썼는데, 친구 보여주니까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난 왜 이렇게 귀가 얇은지 모르겠어. 좋은 평 들으면 집에 가서 의기양양하고.

   자하   그건 귀가 얇은 게 아니에요. 그런 걸 왜 써, 하면 아, 관둬야겠다, 그게 귀가 얇은 거죠.

   콜린   올해 계획은 [양말 줍는 소년]을 넘어서는 글을 쓰는 거예요. 이영도 님이 그랬잖아요. 파괴력이 있다기 보다는 좋은 작가진인 거 같다고, 거울이랑 제 [양말 줍는 소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게…… 맞는 거 같아요. 파괴력이 필요해요, 나한테. 파괴력이 무엇인가. 맨날 하는 고민이에요. 좋은 글이 아니라 어떤 글은 정말 파괴력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자하   그게 원해서 가질 수 있느냐, 인데…….

   콜린   그렇죠.

   자하   파괴력이 있는 글이란 어떤 글이라고 생각하세요?

   콜린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추상적으로 나오는 말인데. SF랑 공모전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욕심이 너무 많아요.

   진아   콜린 님은 굉장히 디테일한 감정을 끝까지 따라가서 잡으세요. 그게 콜린 님의 강점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걸 극한까지 밀고 더 들어갈 수 있고, 그러면서 스토리도 잔잔하지 않은 이야기도 쓰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 두 가지가 맞물릴 때 파괴력이 나오는 거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셋 다 비슷하게 공모전에 떨어졌거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잠시 ‘지우고 싶은 과거’를 신나게 떠들었다. ^^; 그래도 그때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그 일을 계기로 얼마나 클 수 있었는지 알기에 더욱 소중한 과거이다.

   콜린   거절당했을 때 극복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작가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진아   극복이 안 되어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는 거 같고…… 창작은 타고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써야만 하는 사람들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멋진 글을 쓰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거 같더라고요.

   콜린   그런데 그만두는 사람이 있잖아요. 같이 창작을 시작했다가도. 그걸 극복하는 사람은 계속 가게 되고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만 두게 되는 것 같아요. 좋든 싫든 넘어야 해요. 저 같은 경우도 사람들이 잘 쓴다고 하지만, 사실 전 공모전은 한 번도 된 적이 없어요. 옛날에 이매진에서 했던 단편 공모전에서 한 번 가작을 수상한 적 있긴 하지만, 그건 효력 있는 공모전이 아니잖아요. 공모전에서 한 번도 된 적이 없고, 단편집에 실린 것도 황가 단편집이 처음인데, 그것도 잡지나 그런 매체인 건 아니고. [앱솔루트 바디]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투고작을 뽑아서 만든 거지만, 황가 단편선은 그건 아니잖아요. 권위가 부여됐다기보다는 창작 작품집이죠. 권위가 주어진 공모에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상을 탄 적도 없고.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이거 이해 못 하겠죠? 장편을 세 편이나 낸 사람이 왜 그런 갈증이 있나.
   전 질투나 그런 게 되게 많아요. 그것도 언젠가는 넘어서고 싶어요. 올해는 안 될 거 같고, 내년이든 언제든. 상도 한 번 타 보고 싶고. 과학소설로도 인정받고 싶고.



   작가로 산다는 축복

   작가와 홍보 이야기, 발라드 가수도 버라이어티 쇼에서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세상, 작가의 브랜드화, 작가도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직접 홍보를 해야 하는 작금의 세태 등의 화제가 인터뷰 중에도 빠지지 않았다.

   진아   거울에서 콜린 님을 부르는 별명, 애칭들이 있잖아요. 그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콜린   아, 별 생각 없는데 그걸로 굳어질까 봐 그게 좀…… 편견을 갖게 될까 봐요.
   홍보에 필요하지만, 현실에까지 그럴까 봐 걱정되죠. 정우성이라고 정우성으로 평생 사는 건 아니잖아요. 집에 있을 때는 또 다를 거고.

   진아   콜린 님이 변하면 별명도 변할 거예요. 이제는 작가 자체도 하나의 상품화가 되는 게 있달까…….

   콜린   싫진 않은데 거부감이 있긴 해요. 작가가 스타가 되어야 하는 (건)…….
   홍보를 하려면 할 수 있고 작가를 브랜드화 하는 것도 좋은데…… 순서가 바뀌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브랜드를 만들고 작가를 끼워 맞추는 거죠. “예쁜 여자 작가가 잘 나간다” 하면 예쁜 여자 작가를 찾아서 섭외한다거나……. 장기적으로 보면 독자들도 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 같아요.

   자하   포장이 컨텐츠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생각이시군요.

   콜린   예를 들면, 이외수 같은 작가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건 어렵지만, 이외수 같은 작가를 찾아내서 포장해서 만들어내는 건 쉬운 일이 될 수 있겠죠. 돈이 점점 쉬운 방향으로 가는 거 같아요. 그게 싫어요. 이외수가 독특하잖아요.

   진아   홍보를 안 하면서 책을 팔 수는 없으니까요. 글이, 작가가 먼저라는 원칙을 지킬 수만 있다면…….

   거울은 언제나 글과 작가를 우선시합니다.*^^* (공익광고 모드로;;)

   콜린   전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 바라는 대로 작가가 됐잖아요. 지금 당장은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있으니까…….

   콜린 님이 홈페이지에 짧게 올리신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2001년 12월) 리뷰에는 본인이 이 책에서 말하는 ‘자아의 신화’를 찾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작가로서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축복이며,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콜린 님 본인이 찾은 것을 전해주고 싶다고.

   시간도 상당히 지나고, 슬슬 배가 고파올 시점이라 인터뷰를 마치고 장소를 옮겼다. 그러나 글에 대한 진지한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콜린 님이 보여 준 글에 대한 열정, 현명하고 뚝심 있는 주관을 다 담아내기엔 시간도 지면도 너무나 짧은 게 아쉬울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으며, 그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작가다운 작가, 콜린―――김이환. 다음 글, 그 다음 글, 끊이지 않고 나아가는 그의 행보를 계속 지켜볼 수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부록: 인터뷰 제목에 얽힌 비화

   진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인터뷰할 때 사진 찍을 만한 예쁜 곳을 찾아서, 피사체에게 어울릴 법한 연출도 해가면서 사진 찍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콜린 님은 어쩐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사진으로 찍어보고 싶어요. 어울릴 것 같아요.

   콜린   고양이를 어디서 구해요. (웃음)

   자하   합성해. (웃음)

   ……그래서, 인터뷰 제목이 “어쩐지 고양이가 어울릴 것 같은 작가―――콜린, 김이환”이 되었습니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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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은 09.01.30 23:53 댓글 수정 삭제
    아, 즐겁게 읽었습니다. :D
    파닥파닥 생생한 인터뷰라 왠지 말씀하시는 것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 No Profile
    ida 09.01.31 00:31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와, 이번호는 두근거릴 정도로 멋지군요.
  • No Profile
    아이 09.01.31 08:19 댓글 수정 삭제
    역시 작가 분들의 진솔한 얘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올해 죽어도 장편 세 개는 낸다.' 무서운 분...-.-;; 진짜로 꼭 내실 것만 같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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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 09.01.31 09:01 댓글 수정 삭제
    우와 정말 즐거운 인터뷰로군요. 재미있으면서도 쿡쿡 찌르는 내용이 있는... 멋져요!
  • No Profile
    꼴뚜기별 09.02.04 13:31 댓글 수정 삭제
    인터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콜린님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정말 좋았어요^^ 올해 쓰신다는 장편들 꼭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No Profile
    mattathias 09.02.22 00:35 댓글 수정 삭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깃들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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