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사업은 2005년도부터 독자들의 요청으로 출판사가 함께 준비한 사업이다. 2005년도에 이미 네이버에 ‘이영도 공식 출판 카페’를 개설하고 몇 년 동안 독자들과 교류를 하며 출간 아이디어를 받았다. 이번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1분 18초만에 매진되기도 한 한정세트의 구성품들은 대부분 독자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한정 세트에서만 구할 수 있는 컬러 지도는 네이버 카페에서 독자들의 공모를 받은 작품 중에 하나를 선정해서 만들었다.
   이렇게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양장본(이영도, 황금가지, 2008년 11월)이 나올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황금가지 편집장 김준혁이다. 작가 이영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김준혁은 그 동안 ‘이영도 공식 출판 카페’를 운영하면서 작가의 소식을 알려주며 작가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했으며 여러 가지 건의사항을 적극 반영하기도 했다. 그는 황금가지에서 지금까지 10년 동안 일하며 밀리언셀러 클럽, 환상문학전집, 국내 장르 문학 단편집 기획과 출간을 맡았다. 또한 이영도 및 스티븐 킹 소설 담당이며 ‘황금드래곤 문학상’ 1~3회 기획 및 운영자이기도 하다.

  
   ▲ 이영도 공식 출판 카페(cafe.naver.com/bloodbird.cafe). 김준혁 편집장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는 올해 [드래곤 라자] 10주년을 맞이하여, 이번 사업을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기획한 김준혁 편집장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부탁했다. 이번 [드래곤 라자] 10주년 사업에 대한 소감부터,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 그리고 나아가서 한국 장르소설의 방향까지 물어보는 시간이었다. 어려운 질문에도 성의 있게 답변을 해주신 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다과회를 진행중인 김준혁 편집장.

 거울 : 안녕하세요? 준혁님. 먼저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진행하는 인터뷰인 만큼, ‘거울’의 인상이나 이미지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거울’을 보면서 느낀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준혁 : 현재로선 편향된 장르문학의 기준을 잡아줄 수 있을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대중적 양성화를 바라고 있습니다만, 판타지나 SF 등의 장르 문학이 워낙 넓은 층의 대중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꾸준한 운영과 함께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운영자는 물론이고 회원 및 여러 출판 관련자와 기자들,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하는 노력을 동반한 양성화 노력을 해봐야겠죠.

  
   ▲ 600개 한정 수량으로 만들어진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나무상자 세트.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1분 18초만에 매진되었다.

 거울 : 이번 [드래곤 라자] 10주년 사업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결과가 나오고 나서의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김준혁 : 무엇보다도 10주년을 기념으로 언론 전면에 부각되어, 그 동안의 그냥 판타지 작가라는 한계를 벗어나서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기를 바랐습니다. 10주년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기자들도 관심을 가질 거 같고,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게 워낙 많아서 좋은 기회라고 여겼죠. 결과적으로는 방송사를 포함한 거의 모든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졌고, 현재 장르 작가 중에서 이쯤 기사를 한꺼번에 받은 경우는 없는 거 같으니 무척 만족스럽네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시작이고 이영도 작가가 새 연재를 해서 계속된 리마인드가 가능했으면 좋겠네요.

 거울 : 한국 판타지 소설 중에 [드래곤 라자]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준혁 : 글쎄요. [드래곤 라자]라는 의미보다도 작가 ‘이영도’란 사람이 나타났다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글쓰기는 마치 [그림자 자국](이영도, 황금가지, 2008년 11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아일페사스가 먼 곳에 있는 예언자와 장기를 두는 장면 말이죠. 자신을 숨기면서도 항시 머리를 굴려 독자의 두뇌를 자극하게 만드는 글쓰기, 그러면서도 장대한 서사를 풀어내고, 기상천외한 발상을 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작가는 국내에선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게다가 장르를 목적으로 두지 않고 오로지 글쓰기라는 순수한 구도에만 집중하는 점이라든가, 항시 자신의 글을 겸손하게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 등 현재의 장르 문학 작가들에게 귀감을 주는 부분이 참 많은 작가입니다.

 거울 : 이영도라는 작가의 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드래곤 라자]가 발표된 뒤에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오버 더 호라이즌],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그림자 자국] 등 일련의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그가 어떻게 변해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장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준혁 : 앞서 답변한 것과 중복될 수도 있겠는데요, 현재 장르 소설을 쓰는 작가 중에서 이만큼 주목받는 작가는 흔치 않습니다. 김성종 선생이나 이우혁 작가가 최근 언론에 노출되긴 했지만, 이영도 작가만큼 모두의 관심을 받기는 힘들었죠. 그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그 정도 아닐까요. 예를 들어 중앙일간지 기자들만이 아니라 도소매와 인터넷 서점 담당 MD까지 ‘이영도 신작’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귀부터 쫑긋거리니까요. 아마도 그건 이영도란 작가의 작품 세계가 변화하는 것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의 작품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가끔 매너리즘 문제, 멜로 부분의 취약점 등이 있긴 하지만 자기만의 세계관에 안주하려 하지 않고 그걸 깨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어떠한 작가보다도 더 미래를 기대할 만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의 모습이 독주처럼 보이는 게 안타깝고요. 물론 그의 탓이 아니라 사회적 여건, 출판사의 노력, 글을 쓰려는 작가들 스스로의 고민이 동반되어야 해결될 문제겠죠.

 거울 : 이번 이영도 작가의 신작 [그림자 자국]은 작가님께서 인터뷰 때마다 편집자의 들볶음에 의해서 나오게 되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들볶았는지 그 비법이 궁금하기도 한데요. 어떤 식으로 요청하셨는지 그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준혁 : 별 거 없습니다. 10주년인데 독자들이 너무 연재도 못 봤고, 아무것도 없이 달랑 [드래곤 라자]만 내면 웃기지 않겠느냐. 단편 여러 편 좀 부탁드린다. 그토록 싫어하는 후치로……. 일반적으로 거절을 많이 하시는데, 독자들을 걸고넘어지니 마음이 흔들리신 듯하더군요. 그게 아마 5월쯤에 부탁드렸는데 8월에 “영 신통치 않다”라고 답변이 왔고 그 다음에 날아온 메일이 [그림자 자국]이었습니다. 처음 읽어보는데 이건 도통 뭔 소린지 납득이 안 가는 겁니다. 당시엔 그냥 숫자만 적혀 있고 인물들의 여러 모습이 겹쳐지는 부분까지 그냥 일렬로 쭉 나열해서 완전 패닉 상태에 빠져서는 메일로 이게 왜 이러냐는 둥 이건 말이 되냐는 둥 따지기까지 했죠. 그런데 몇 번 읽다 보니 이해가 가는 겁니다. 어찌나 부끄럽던지. 잘 알지도 못하고 말이 안 된다고 메일을 보냈고, 마침 이영도님도 무슨 소리냐는 것처럼 답변을 보내서. 아직도 화끈거리는군요. 이후에 [드래곤 라자] 기획자분과 민음사 편집자 한 분([춤추는 자들의 왕]의 저자분임 후후)에게도 보여드린 후, 역시 그분들도 저랑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처음 분량보다 제가 80매 정도 쳐냈습니다. 이영도님이 필요한 20매 정도를 다시 살렸고요. 아마 독자들은 그런 부분을 못 보는 게 아쉬울지도. 즉 감독판을 편집한 제작자랄까나……. 그리고 가름 그림 등을 넣음으로써 최종 완성.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작 [그림자 자국]. [드래곤 라자]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멋진 선물이자 치밀한 구성으로 쓰인 재미있는 작품이다. 현재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에 있다.

 거울 : [드래곤 라자]가 10주년을 기념하여 양장본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같은 세계관으로 쓰인 [퓨처 워커]는 아직도 반양장으로만 나오고 있는데요. 내년 [퓨처 워커] 10주년을 기념하여 신판 양장본으로 나올 여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아니더라도 내년 후반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김준혁 : 현재로선 계획에 없습니다. 장삿속으로 10주년을 하면 또 몰라도, [퓨처 워커] 10주년을 통해 대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무얼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영도 작가의 전 작품을 양장 컬렉션 형태로 만들어서 통일시켜야 한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으니 10주년은 아니더라도 양장화는 언젠가 준비하지 않을까 싶네요.

 거울 : 현재 황금가지는 네이버에 ‘밀리언셀러 클럽 카페’(cafe.naver.com/mscbook.cafe)와 ‘이영도 공식 출판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영도 공식 출판 카페’는 이번에 [드래곤 라자] 10주년 사업으로 굉장히 활기를 띠었죠. 이런 네이버 카페를 만들고 운영하게 된 처음의 생각과 그동안 운영하면서 느낀 점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영해 나갈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김준혁 : 흠…… 케텔 시절에 고3 때 글나래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이 사이버 세계에서 뒹구는 게 참 재미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도 단지 책만 출판하고 홈페이지에서 독자 제보를 받는 것보다는, 독자와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서서 별다른 지원 없이 혼자 두 카페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고, 지금도 회사에서 혼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_-;; (밀클 카페 매달 이벤트 상품 포장하고 발송하고 그런 것도 제가 직접 할 만큼.)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되는 이런 운영은 단지 회사 일이라고 생각하면 더 없이 재미없습니다. 그냥 스스로 즐겨야 합니다. 지금도 가끔 다른 곳에서 어떻게 하면 카페를 활성화시킬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담당자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아무리 사무적으로 카페를 활성화시키려고 해봐야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그건 ‘거울’도 그렇고 단지 그런 게 재미있어서 시작해서 지금은 튼실한 사이트가 된 수많은 곳의 운영자분도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앞으로의 운영도 마찬가지죠. 출판사에서 운영하지만 실질적인 건 밀클의 팬인 저, 혹은 이영도 작가의 팬인 제가 운영을 맡는 카페이고 화제가 될 사항이 있으면 모여서 떠들고 그러는 자유로운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회사는 가급적 배제하고요. 그런 마인드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겁니다.

 거울 : 이영도 작가의 작품은 일본과 대만 등에 번역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미 여러 보도 자료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정확히 각각 어느 출판사에서 출판되어 결과가 어떻고 또 어떤 작품들이 대기 중에 있으며 제의는 어떤 곳에서 어떤 식으로 있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역시 말씀해 주세요.

 김준혁 : 음 집이라서 자세히 설명 못 드리겠네요. 일본에서는 이와사키 쇼텐에서 4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는 보고가 되었는데, 원래 해외에 보고할 땐 정확한 출판 수치보다 실 판매를 고려하여 약간 빼고 보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혹시 그렇다면 50만 부가 넘게 출판되었다는 얘기도 되겠네요. 대만 경우는 사실 이전에 한 번 출간되었습니다. 그때는 중국에도 판매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종적인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계약을 종료했지요. 현재는 새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되는 중입니다. 대만은 아직 완결 안 된 상태(8권까지 출간되었음)에서 보고된 수치로 이전 판본까지 합쳐서 30만, 중국이 10만이네요. [퓨처 워커], [눈물을 마시는 새]는 대만에서 출간을 기다리고 있고, 일본에서도 신중하게 검토 중입니다. 일본 출판사는 꽤 큰 성공이어서 가급적 후속작 [퓨처 워커]를 하고 싶어하지만, 제가 다른 작품도 좀 봐달라고 얘기했습니다.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도 [드래곤 라자]에 대해 오퍼를 해왔는데, 최종적으로 출판사의 지명도 문제 등으로 더 진행시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해외 출판이라도 첫 소개인데 좋은 곳에서 출간해야죠.

 거울 : 최근 판타지 소설 쪽에서 양질의 작품이 많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 한국 판타지 소설이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려면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김준혁 : 이건 답변이 어렵네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냥 간단하게 말하면 작가나 출판사나 판타지를 읽는 독자를 목표로 하지 말고, 더 많은 대중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게 어떨까 싶어요. 투고되는 판타지 원고들은 100% 일반 독자들은 읽고 “도대체 무슨 소리 하나?” 하게 만드는 정도로 너무 장르의 세계 속에만 빠져 있는 작품이 많더군요. 한 번쯤 그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작품을 다시 바라보는 작업들을 거쳐보면 좋겠네요. 이젠 대여점도 많이 줄고 수익도 예전 같지 않아서 무분별한 출판사의 행태는 줄어들 테니까, 작가들도 다양한 형태의 글을 써보거나 조금 쉬면서 아예 다른 장르의 소설을 읽으며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발전에 정도는 없습니다. 최고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작품 세계가 명확한 작가가 서넛이 꾸준히 글을 쓴다면, 주목받기 마련이죠. 독주는 결국 무너지고 마니까요. 김성종이란 작가가 독주하던 한국 추리를 떠올려 보면 됩니다. 공포 소설가 이종호 작가의 말을 빌린다면 “10만 부 파는 작가 1명보다 1만 부 파는 작가 10명이 나오는 게 좋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가장 끌리는 말입니다.

 거울 : 편집자로서 일하기 좋은 작가와 힘든 작가는?

 김준혁 : 딱히 힘들거나 좋은 건 없습니다. 사실 국내 작가들은 대부분 일하기 좋은 작가들입니다. 작품에 대해 말하면 그 말을 잘 들어주기도 하고요, 국내 장르 문학에서 큰 성공이 힘들다 보니 늘 판매에 관해선 죄송스런 마음으로 작가분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걸 이해해 주는 분들이 많으니 늘 감사한 마음이죠. 그런 걸 제외하고 그냥 대하는 게 딱히 힘들다면…… 역시 이영도 작가죠. 스스로 작가는 대접을 받을 권리와 또 그만큼의 의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척 힘들답니다.

 거울 : 현재까지 편집 쪽에서 일하시면서 ‘내 생애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무엇인가요?

 김준혁 : [폴라리스 랩소디] 양장본. 기획부터 마지막 발송까지 참 고생이 많았죠.

  
   ▲ [폴라리스 랩소디] 양장본. [폴라리스 랩소디] 8권을 한데 묶어 만든 1,500페이지 분량의 가죽 양장본이다. 가죽으로 된 겉표지와, 은박과 형압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을 내었으며, 기존 반양장본에 들어 있던 80여 점의 일러스트를 수정 보완하고, 오리지널 컬러 일러스트 4점도 추가하였다. 또한 작가의 사인과 인지 등도 포함되어 있다.

 거울 : 앞으로 꼭 내 보고 싶은 책이 있나요? 어떤 작가의 작품이라든가, 책의 내용이나 형태도 좋고요.

 김준혁 : 사실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습니다. 판타지 소설의 양장본화(폴랩 양장, 눈마새 양장)와 공포 단편 소설선(한국 공포 문학 시리즈). 게다가 SF, 환상, 추리까지 장르 관련된 단편집을 많이 냈으니까요. 이젠 늘 새로운 기획을 하게 되네요. 작년 말에 큰 국내물 기획을 하나 했는데, 그게 잘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 최종 목적은 국내 작가의 발굴과 터전을 가꾸는 거니까요. 그리고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꼭 좀 바로 세우고 싶습니다.

 거울 : 현재까지 낸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인가요? 또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책은 무엇인가요?

 김준혁 : 이영도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곤 [나는 전설이다]가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살인자들의 섬]입니다.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작가를 처음 국내에 소개하게 된 작품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이 작품 좋다! 고 기획한 게 광고도 특별히 하지 않고 독자들의 호응으로만 책이 잘 나가서 무척 뿌듯했고요. [나는 전설이다]도 그런 면에서는 기획한 작품이 국내에서 반응이 좋으면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책은 없죠.

   ▲ 밀리언셀러 클럽으로 출간된 [나는 전설이다](리처드 매드슨, 황금가지, 2005년 6월)와 [살인자들의 섬](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2004년 7월).

 거울 : 밀리언셀러 클럽과 환상문학전집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세요. 가끔 밀리언셀러 클럽과 환상문학전집의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할 때가 있는데요, 현재 내부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는지, 또 때로는 전집에 묶이지 않고 따로 출간되는 작품에 어떤 규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각각 밀리언셀러 클럽과 환상문학전집이 추구하는 의의 같은 것도 궁금하고요.

 김준혁 : 밀리언셀러 클럽이나 환상문학전집이나 처음 기획자는 따로 있습니다. 물론 그 기획 당시 제가 끼어 있긴 했지만 제가 의도한 바와는 다르죠. 밀클의 당시 기획은 최신작 + 고전 명작이었습니다. 그래서 밀클 작품 초창기에는 이미 기존에 출간된 적이 있는 작품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18번부터는 앞의 기획도 포괄하기 위해 ‘스릴러’라는 큰 틀 아래서 ‘작품의 재미’, ‘수상작’, ‘기존 작가’, ‘영화화’, ‘최신작’, ‘국내 미출간작’ 이 여섯 가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환상문학전집도 최초에는 판타지나 환상 장르에 한하자고 했으나 결국 SF를 포함한 장르 문학의 클래식 컬렉션이 되었고, 지금도 그 형태는 유지될 예정이고요. 전집에 분류되지 않는 경우는 전집이기 때문에 오히려 언론의 조명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서, 특별히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빼고 있습니다.

 거울 : 현재 ‘황금드래곤 문학상’이 4회를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황금드래곤 문학상’ 사이트(ga.goldenbough.co.kr)에서도 베타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있고요. 1년에 두 차례 공모 형식으로 열리고 평소에는 연재 사이트로써 기능한다는 정도 밖에 많은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내년 몇 월 정도에 시동이 걸리고 어떤 형태로 운영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김준혁 : 자세한 건 추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게임업체처럼 정식 서비스는 때가 되면…….

  
   ▲ ‘제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사이트. 현재 베타테스트 중이다. 상품을 건 문장의 시작이 무조건 세상의 종말로 시작되는 ‘주제작품’을 12월 31일까지 받고 있다.

 거울 : ‘황금드래곤 문학상’의 역할과 전망은 어떻게 될까요? 3회까지 진행되면서 여러 작가가 수상을 했지만, 아직 출간되지 못한 가작 작품도 있고 대상을 수상했음에도 후속작이 나오지 않는 작가도 있습니다. ‘황금드래곤 문학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알려주세요. 또 현재 ‘황금드래곤문학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김준혁 : 정말 갈수록 어려운 질문이네요. orz 편집자가 시간이 남는다면 꼭 재능 있는 작가를 붙잡고 제대로 된 작가로 키우고 싶었는데, 편집자와 작가의 만남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구상한 공간이 ‘황금드래곤 문학상’이겠죠. 하지만 처음 생각과는 달리 제가 너무 일에 치여 살다보니……. 이젠 좀 달라져야죠.

 거울 : 올해 황금가지에서 환상문학웹진 거울 기획으로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렇게 ‘거울’에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을 만들자고 제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어떤 성과들을 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준혁 : 장편소설로는 장르 문학을 바로 출간해서 대중 독자의 관심을 사기는 어렵다는 걸 깨닫고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으로 시작해 보았습니다. 단편 경우는 여러 명의 작가가 모이기 때문에 일단 언론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갖습니다. 즉 한 작가가 한 편의 장편을 내는 것과 여러 작가군이 단편집을 내는 건 작가 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장르 분야가 얼마나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느냐의 차이이죠. 1명의 환상 문학 작가보다 출판이 가능한 10명의 작가가 있는 편이 더 주목받기 좋거든요. 그리고 그동안 출간했던 장르 단편집이 제법 반응이 있기도 했고요.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아직 출판 경험이 없는 작가들에게 기회와 경험을 줘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 가급적이면 모든 장르에서 이런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환상 쪽에서 제가 생각하는 환상 문학 작가의 가능성에 가장 근접한 게 ‘거울’의 작가들이 아닌가 싶기에 제의를 했고요.

   ▲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황금가지 기획으로 나온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김이환 외, 황금가지, 2008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에 선정되었다.

 거울 : 내년 황금가지에서 출간될 예정작들에 대한 소개와 황금가지의 각오나 비전을 알려주세요.

 김준혁 : 내년에는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 시리즈를 포함한 다양한 스티븐 킹의 책, 데니스 루헤인의 최신작과 모든 작품들, 올해 나왔던 한국 장르 문학 단편집들, 그리고 몇몇 기획들이 있습니다만 현재로선 전부를 다 밝히기 힘드네요.

 거울 : 마지막으로 거울에 방문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준혁 : 여러분의 방문이 훗날 이 메마른 장르의 토양에 거름을 줬던 그 많은 노력 중 하나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 김준혁 편집장. 그는 지금도 국내 장르소설의 발전을 위하여 또 다른 장르 문학 단편집을 기획하고 있으며, 내년에 열릴 제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준비 중에 있다. 그의 말처럼 한국 장르문학이 언젠가 큰 나무로 자랄 수 있기를.
댓글 0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5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