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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우석훈, 개마고원, 2008년 9월

 

 
askalai says:
본격 호러 경제학 완결편. 개인적인 의미 이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서 선정. 짧은 분량에 경제이론 전반과 한국 경제의 흐름 전반을 정리하고, 문제가 뭔지 짚고, 갈 수 있는 길이 뭔지까지 짚었다. 앞의 세 권을 읽지 않았어도, 읽었어도 얻을 게 많을 완성도다. 적당히 눈감고 지나가고 싶은 현실을 눈앞에 펼쳐놓으니 호러 경제학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게 암울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저자의 열정과 유머감각 덕분에 덮을 때는 그렇게 우울하지만도 않다.

 

 


과학이 나를 부른다
APCTP 기획, 사이언스북스, 2008년 11월

 

 
임태운 says:
책 내용: 웹진 크로스로드의 에세이 란에 수록되었던 과학자와 인문학자들의 과학 담론 에세이를 선별하여 수록한 책. 과학 상식과 인문학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그야말로 ‘크로스’적인 글들이 수두룩하다.

선정이유: 선물받은 책이라 오랫동안 놔 두었는데 이 책을 짚어들고 독파하고 나서 본인에게는 중대한 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앞으로의 내 독서생활을 뒤바꾸어 놓을 만큼 거대한 것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소설 1권을 읽은 뒤에는 교양 서적을 1권 읽자는 결심이었다.

그만큼 이 책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SF와 환상문학을 지향하는 작가들에게 있어 자신이 구축하고 있는 세계관이 얼마나 정밀한지, 혹은 빈곤한 상상력을 쥐어짜내느라 고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역사와 유래, 그리고 논리적인 과학자들과 이성을 무기로 삼는 인문학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빛어지는 통찰들을 흡수할 필요가 있지는 않는지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물론 이미 많은 상식과 교양 서적을 독파한 이라면 지나치게 가벼울 수 있겠지만 본인과 같은 과학 교양 입문자에게는 따뜻하고 친절한 조언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에세이가 다 주옥같지는 않지만 번뜩이는 통찰이나 새겨 들을 만한 지식, 그리고 감탄할 만한 문장을 캐낼 수 있다.

 

 


도착
The Arrival

숀 탠, 사계절출판사, 2008년 1월

 

 
콜린 says:
숀 탠은 그림책과 그래픽노블의 중간쯤 되는 동화를 쓰고 그리는 동화 작가이며 한편으로 많은 책의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했다. 그래픽노블적 요소가 가미된 동화를 발표하는 작가 중에는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고 전세계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고 하며, 나도 그 팬 중 하나이다. 국내에는 [빨간 나무]라는 책이 변역된 후 인기를 끌면서 많이 알려졌는데 다른 작품 [잃어버린 것]이나 일러스트만을 담당한 [토끼들] 같은 책도 발매되어 있다. [도착]은 그의 최근작이며 휴고상 2개부문에 후보로 올랐었기도 하다. [도착]은 글자가 전혀 없이 700여장의 그림만으로 이뤄져있고, 이 그림은 모두 흑백의 데셍이다. 이 연필 그림들은 한 남자가 원래 살던 나라를 떠나 환상적인 문화와 동물로 가득한 이국적인 나라에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책인 셈이다. 숀 탠도 아버지가 중국인이고 호주로 이민을 와 호주인인 어머니와 결혼해 태어난 이주노동자의 2세대 혼혈인이다.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 책에 많이 반영된 듯 하며 특히 주인공은 숀 탠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책은 사람들이 왜 자신의 나라를 떠나서 다른 나라로 오는지에 대한 이유를 강렬한 이미지와 간결한 이야기로 담고 있다. 전쟁, 정치적 억압, 가난, 차별등을 피해 다른 나라로 온 사람들이 낯선 곳에서 낯선 문화와 부딪히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지만 결과적으로 책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그림으로만 이뤄져 있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또 그림의 진행이 마치 영화의 컷 진행과 비슷해서 시각적으로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준다. 특히 남자가 도착한 이국적인 나라의 환상적인 건물과 신기하게 생긴 동물 등 환상적인 문화를 보여주는 그림은 정말 독특하다.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렵다는 생각도 할 수 있으나 작가는 어린 아이도 어른도 모두 읽을 수 있는 그런 동화를 쓰려고 한 것 같다. 수록된 그림과 그 안에 숨은 이야기 모두 탁월하며, 전체적으로 그림이 정말 공을 많이 들였으면서도 한편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이뤄내기 어려운 두 목표를 만족시킨 훌륭한 그림들이다. 처음 책을 펼치는 순간 펼쳐지는 그림에 완전히 압도돼서 책을 놓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숀 탠의 다른 책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도착]이다.

 

 


미친 별 아래 집
The Zookeeper’s Wife

다이앤 애커먼, 강혜정 옮김, 미래인, 2008년 6월

 

 
진아 says: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했을 때, 바르샤바에서 동물원을 하던 부부가 300여명의 유태인을 동물원에 숨겨 탈출 시킨 이야기로 논픽션이다. 이 책의 놀라움은 목숨을 걸고, 자기 자신과 어린 아들을 포함한 가족의 생명을 걸고 이타심을 발휘했다는 데에만 있지 않다. 생명에 대한 존중, 사람의 생명과 동물의 생명, 풀꽃의 생명, 그 모든 것을 생명으로 보고 존중한다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Gold

아이작 아시모프, 김선형 옮김, 오멜라스, 2008년 11월

 

 
날개 says:
음 소설도 있는데 선정에 맞는 걸까요? 아직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이라 틈틈히 읽어나가기가 참 좋고 재미있네요.

 

 


켈트의 여명: 신화와 민담과 판타지
The Celtic Twilight: Myth, Fantasy & Folklore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서혜숙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2008년 8월

 

 
미로냥 says:
정말 읽고 싶었거든요! 출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작 예이츠 시집 읽느라 이건 읽다 말다 뒷전이라는 거.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마르잔 사트라피, 김대중 옮김, 새만화책, 2005년 10월

 

 
유서하 says:
2005년에 출간된 1권에 이어 올해 [페르세폴리스] 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알려졌듯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의 영향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란과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사트라피는, 친구들이 소개해준 [쥐]를 읽고 “오, 하느님.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페르세폴리스]는 [쥐]와 많은 점에서 닮은 만큼, 많은 점에서 다르기도 합니다.

[쥐]에서, 고양이 가면을 쓴 기자는 질문합니다. “독일 청소년들은 대학살 이야기라면 이미 질릴 정도로 듣고 봤습니다. 이 사건들은 그들이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인데 왜 그들이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요?” 쥐 가면을 쓴 슈피겔만은 대답합니다. “누구에게 얘기할까요?”
[페르세폴리스]에서, 사트라피는 말합니다. “1994년 프랑스에 살게 되고 나서, 나는 친구들에게 이란에서 내가 보낸 시절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TV를 통해 이란에 대한 단편적인 부분들만을 알고 있었고, 내 경험에 대해서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해야 했다. ‘아냐, 아냐. 이란은 그런 곳이 아니라구!’”

같은 고난의 역사인데도 어떤 역사는―――이렇게 말하는 것을 용서받을 수 있다면―――너무 자주 말해진다는 불평을 들을 정도로 말해지고, 어떤 역사는 말해지지 않습니다.
복거일은 영어로 씌어지거나 번역되지 않은 문학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고, 김영하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화자의 입을 빌려 영어로 씌어지거나 번역되지 않은 소설을 쓴 소설가는 무직자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페르세폴리스]에 대한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텅 빈 공간 속에 갇힌 채, 그 바깥으로는 결코 전해지지 않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세계가 확장된 미국―――혹은 미국과 유럽―――을 의미하는 시대에, 저는 변방국의 수도에서 다른 변방국의 망명자가 자신의 조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화를 읽으며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을,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고난의 역사 앞에서 그것을 표현할 단어를 고를 수 없어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고, 사람들은 쉽게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세계가 확장된 미국을 의미하는 시대에, 아름답지 않은 조국을 떠나 자유를 얻은 대신 정체성을 잃어버린 한 여자아이의 고통이, 영어로 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그녀가 그린 만화는 영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그녀가 감독한 애니메이션은 영어로 더빙되어 개봉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고통이 분명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고통이 영어로 번역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댓글 2
  • No Profile
    lux 08.12.27 18:25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페르세폴리스'가 특히 궁금하네요.ㅎ
  • No Profile
    연심 08.12.28 00:27 댓글 수정 삭제
    아. <쥐> 저 있어요. 인상적인 책이죠. 저도 <페르세폴리스>가 궁금하네요. <아시모프의 ...>는 꼭 사려고 했는데, 어째서 서점에 갔을 때 눈에 띄지 않았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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