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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초 SF작가 2인(+방청객 1인) 강원도 평창 현지 올 로케
사골작가 김보영과 함께한
“어쩐지 통통 튀어야만 할 것 같은” SF 대담



 처음부터 대담 같은 걸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어디 조용한 데 가서 한 이틀 놀다가 올 생각이었을 뿐.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해서 이 대담은 기획기사가 아니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았으니까. 질문지도 없고 대본도 없이, 심지어 녹음장비도 미리 구해 놓지 않은 채로,  그저 이야기가 그냥 휘발되는 게 아까워서 급하게 주워 담은 기록일 뿐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주워 담고 싶었을까.
 모든 일은 순전히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되었다. 5월 마지막 금요일에 이다님이 본인 블로그에 올린 한 장, 활짝 핀 꽃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이다님네 강원도 집(현재는 휴업중인 펜션) 사진.
 “사진빨이에요.”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이다님. 그러나 이미 낚여 버린 우리는 다하누 소고기를 잔뜩 사 들고, 샴페인 한 병을 들고 강원도 산골까지 들어와 버린 상태.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 그리고 [안녕, 인공존재!] 중 어느 것도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당시 날짜가 5월 29일이었으므로), 그냥 샴페인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 대충 출판기념회를 해치워 버린 다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집 주위에 난 풀들을 대충 뜯어서 씻어 놓기만 하면 진수성찬이 되는 곳.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까운데, 어제 이야기 대담 같은 걸로 다시 만들어 볼까요?”
 그래서 탄생했다. 오미자차가 놓여있는 어느 조용한 일요일 오후의 티타임. 인도에 타고르(Tagore)가 있다면 한국에는 사고르(Sagore)가 있다. 당당하게 우려먹는 국내최초 본격 SF 사골작가 김보영의 “아직 나를 안 좋아하는 애인(이야기 순서 참조)”은 과연 누구일까?


역할 분담
  김보영(ida) : 멋있는 이야기 담당
  배명훈(배)  : 질문 / 녹취 / 과장 담당
  방청객(방)  : 리액션 담당

이야기 순서
  - 무려 다섯 시간
  -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의 차이
  - 전업 작가에 대한 로망
  - 정말로 생계!
  - 진국이십니다
  - 당신이 훌륭하다는 건 알지만……
  - SF 작가는 다 통통 튀어요
  - 최소한의 존중
  - 초천재 슈퍼 루키?
  - 103점. 가산점이 필요해
  - 예술가 같아
  - 아직 나를 안 좋아하는 애인
  - 고르고 골라서 말하는 서술자
  - 대답이 짧아요
  - 어떻게 알았어요?
  - 죽을 때까지?  


무려 다섯 시간 오프닝

         제가 이다님을 만나러 무려 다섯 시간동안 달려왔습니다.
         진짜?
         과장하는 거야 원래. “다섯 시간 동안 힘들게 물어물어 찾아왔어요.”


▲ida가 머물고 있는 집.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의 차이

         은둔해 계시는 이유가 뭔가요?
ida         은둔이 아니라 여기가 제 집인데…….
         (실망하며) 답이 너무 간단하게 나온다.
ida         (잠깐 생각했다가) 저 진짜 인터뷰 연습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럼 질문하기 힘든 짜증나는 질문을 하는 거야.

방청객과 배명훈님은 서로 편하게 말을 하고,
이다님과 나머지 두 사람은 서로 말을 높이는 사이.
물론 셋 다 평소에 친분이 있는 사이임.


ida         저 그때 갔을 때도 단답형으로 대답하지 않았어요?
         언제요?
ida         그때, SF 도서관 갔을 때요.
         맞다. 그때 되게 곤란했어요. 그때 막, 다섯 명이 누가 질문하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대답하는 분위기가 된 거야.
         아이돌 그룹처럼?
         응. 그때 누가 뭘 물어봤더라. 소설 쓰는 스타일에 대해서 물어봤나? 나는 평소에 소설을 재미있어서 쓴다고 얘기하잖아. 그런데 딴 사람들은 전부 다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야. 이다님처럼. 그래서 내 입장이 좀 이상해졌거든. 근데 딴 데 어디 올라간 데 보니까 맥락은 떼고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반대로 대답하는 걸로 나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진짜 재수 없는 애처럼 됐어.
(깔깔깔, 박수)
ida         농담이지만 느낌이 딱 그거 아니에요? 공부 잘하는 애가, “제가 공부 열심히 안 하고요, 그냥 놀면서 하는데,”
         (방청객을 보며) 아무튼 나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거든. 근데 이다님이 그때, 무슨 단편 하나를 쓰는데 2년이 걸렸다고 했던가. 그 말에 사람들이 막 감동받는 거야.
ida         보통 사람들은 명훈님을 부러워해요.
         하지만 그런 순간에는 이다님처럼 이야기하는 게 더 멋있어요.
ida         사실 2년은 직장 다니면서 쓴 거라..
         그때 그렇게 말했어야죠. 저만 이상하게 됐어요.
(웃음)
ida         그 상황에서 명훈님이 이상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정말 부러워하면서 말했거든요.
         이다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세 명이 똑같은 톤으로 말했어요. 그래서 저만 확 묻혀버렸어요. 근데 그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면 수습할 기회가 안 오게 돼서, (속으로 혼자) 뭐지? 뭐지? 했어요.
ida         아시모프 자서전에 나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아시모프를 좋아하는 후배 작가가 아시모프를 롤모델로 해야겠다며 따라했는데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뭐가 잘못 됐나 고민한 거예요. 주변사람들한테 당신도 그렇게 한번에 쓰고 퇴고도 안하고 한달에 한 권씩 책을 쓰냐고 물었더니 말도 안 된다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작가가 아시모프한테 가서 따지는 거예요. 당신이 잘못됐다고.
         헉.
         그 아시모프 책을 보고 재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아시모프의 말에) 공감해.
(다 같이) 으하하하하.
… 조용 …
         다음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아하하.
ida         중요한 이야기 한 것 같아요. 글 쓰는 속도에 관한 이야기. 하지만 이건 결코 자랑도 아니고…… 물론 못한 것도 아니지만, 자랑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네. 저도 자랑하려고 이야기한 말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과 저의 글쓰기)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고,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거였어요.
ida         이건 써야 될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런 거잖아요. 저는 글을 자주자주 쓰면서 축적해 나가는 거고, 어떤 글의 완성도가 100퍼센트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혹시 부족하다는 평을 듣게 되더라도 그 글을 오래 잡고 있기보다는 다음 글에서 품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다음 글을 쓰거든요. 제가 보기에 이다님은 완성도가 높은 글을 긴 간격으로 내는 거고, 저는 그 사이에 제가 생각하기에 미완성이다 싶은 글도 발표를 하는 거예요. 계단처럼 착착 쌓아가는 느낌으로. 그래서 저도 아주 마음에 드는 글 수만 따지면 이다님이랑 비슷할 것 같아요. 1년에 두세 편. 저는 그 중간과정이 베타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 재고들을 어디다 팔 수 있다는 게 외형적으로 보기에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보이는 것 같아요.
ida         중간과정이 세상에 나오는가, 하드로 들어가는가의(세상에 나오지 않는가의) 차이군요.
         그래서 저는 제가 많이 쓰는 게 아니라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의 차이라고 이야기해요.


전업 작가에 대한 로망


ida         최근에 저는 나름 3개월에 하나씩 썼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너무 바쁘고 촉박하게 썼는데, 3개월을 쓰고 나면 돈이 없어요. 그럼 한 2개월 정도 알바를 해요.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늦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그냥, 약간 악순환인 것 같아요. 한 달에 하나 나오면 아마도 알바를 하는 시간이 빠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쪼끔 먹으면 충분해요.
         근데 단편 하나를 3개월로 잡으면 그 동안 딴 걸 안 해야 되잖아. 그럼 “쪼끔 먹는 만큼”의 돈이 안 나와. 이다님 생각하시는 쪼끔이라는 게 석 달에 단편 하나를 썼을 때 7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의 수입이 생기는데, 그걸 말하는 거야.
ida         너무 현실적인 말인데, 예, (단편 하나의 인세가) 정말 70만원에서 100만원만 되어도 글만 쓰고 살겠는데 그게 안 되니까 알바를 해요. (생각해보다가) 너무 슬프잖아.
         전업 작가를 한다는 건 힘든 고비가 너무 많아. 아예 다른 직업이 있는 게 오히려 더 작가로서는 나은 것 같아.
ida         그래서 많이들 못 남나 봐요. 저만해도 사실 어쨌든 집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월세를 내야 되고 대부분 부양가족도 있고 그러면…….
         누군가가 생계보장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누군가에게 당신이 책임지고 생계보장을 하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 안하는 거기도 하고 못하는 거기도 하지.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저 같은 경우에도 누가 전업 작가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전업 작가에 대한 이상한 로망이 있는 것 같아요. 독자모임에서 그런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되는 것 같고, 기자들은 그런 질문 별로 안 하는 것 같아요. 하더라도 뭔가 알고 하는 말인 것 같고. 제가 생각할 때 전업 작가라는 건 단지 다른 직업이 없다는 이야기거든요. 다른 하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데, 전업 작가라고 하면 뭔가 “오오오!” 하는 게 있더라고요.
ida         전에 친구가 내게 “정말로 산다는 고통이 네 어깨 위에 무겁게 얹혀 있다면 너는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어요. 슬픈 말이기는 한데 맞는 것도 같아요.
         (그래도) 나름 행복한 기간인가요?
ida         사실 제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기간이죠.
         그죠?
아하하하하.
ida         이렇게 행복한 기간이 없었어요. 최고의 6년이었어요.
         계속 유지가 될까요?
ida         계속 유지될 거라고 아무 대책도 없는데 믿고 있어요.
         사실 저도 요즘이 제일 좋아요. 저도 되게 비관적인 사람이었는데.
         으으으. 부러워. 전업 작가 나부랭이들. (물론 농담임!)
         넌 돈 잘 벌잖아.
         나도 나름 창작의 고통을 겪는다고 매일매일. (매일매일 ‘의견서’라는 걸 써야 하는 직종이라서.)
         우린 매일매일 겪지는 않아. 아하하.
ida         며칠씩 놀고 그래요.
         창작의 고통은 겪기 싫으면 안 겪으면 돼. 왜 그걸 겪지? (웃음)
         역시 좋은 직업이구나. 난 계속 전업 작가에 대한 로망을 갖겠어.


정말로 생계!

         이다님도 지면이라도 많으면 좋은데.
ida         지면은 충분해요. 저에게는.
         많이 들어와요?
ida         1년에 두세 개정도 들어오는데 (저는) 그것만 해도 이미 1년치 일정과 예산이 짜여지는 거예요.
         헉! 헉!
         사람들이 이다님 정도 작가한테 요구하는 건 장편을 쓰라는 건데, 장편은 집필 기간이 길잖아. 그럼 그 사이에 생계는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있어.
ida         우리 너무 비참해지는데요. (웃음)
         알바를 하거나 단편을 쓰거나 그래야 되는데, 단편 쓰는 것도 뭔가 희생을 감수하고 쓰는 건데 장편 쓰기를 요구를 하면 어떻게 되냐는 거죠.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그 단계를 넘어갈 수 없어서 (장편은 못 쓰고 계속) 단편을 써야 되는.
ida         짧은 글은 또 돈이 안 돼요.
         장편은 돈이 돼요?
ida         그나마 책 한 권의 인세를 나눠 갖지는 않으니까요. 장기적으로는 장편이 낫다고 보는데, SF에 단편이 많은 것도 지면이 없는 거랑 여러 가지 문제가 관련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정소연님 강연 들어보면 미국 작가들도 요즘은 지면이 없어져서 길게 써서 원고료를 늘리는 수밖에 없대요. 그래서 미국 장편들이 길어지고 있대요.
(다 같이) 하하하하.
ida         우리나라 판타지 시장처럼.
         그런 것 같아요. 길어지고 있대요. 생계문제랑 연관이 되는 문제라서.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돈이라는 게 아주 큰 돈이 아니라…….
ida         정말로 생계!
         팬들이 이다님한테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는 게 그래서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걸 일일이 말하고 다닐 수도 없고. “돈 없어요.” 하고.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SF 작가들이 처한 상황과 구호 대책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없어 보여! 근데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번역을 하기도 하고 그런 거잖아요.
ida         재능 있는 분들이 번역을 하시죠.
         번역은 돈이 돼?
         그래도 예측가능한 수입이라고 해야 되나. 아, 정소연님이랑 이야기하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는데, 그분은 번역을 하니까 원고를 ‘없애야 된다’고 말하는 거야. 정해진 분량이 있으니까 줄여 없애야 된다는 거지. 근데 창작자 입장에서는 원고를 ‘늘려야’ 하거든. 그런 차이가 있어. 그리고 번역이 쉽다는 사람들은, 정답이 있고 그걸 찾아내기만 하면 되니까 그게 더 쉽대. 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딘가에 정답이 있는데 그걸 못 찾으면 어쩌지 하는 스트레스도 있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정답을 쓰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해. 부연설명이었고.


진국이십니다

         아무튼, 여기(강원도) 오니까 최소한의 생계비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ida         응. 맞아요. 그래서 저는 시골이 좋아요. 정말 최소한의 생계비로도 매일 맛집에서 먹는 것 같이 먹을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먹을 걸 구할 수 있다는 게 시골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물론 정말 삶의 무게가 실려 있지 않은 이상.
         하지만 이런 건(눈앞에 있는 나물을 보며) 심어야 되잖아요.
ida         그냥 자기가 알아서 나는 거예요.
         상추도요?
ida         상추는 심는데요, 얘네들은(취나물. 곰취) 지들이 알아서 나죠.
         돈이 나면 좋을 텐데.

▲강원도 청정나물

         (돌나물을 보며) (이건) 돈나물이에요. 아하하하.

         그래서 사골을 하시게 되는 거군요.
ida         사골... 그러니까요, 변명을 하자면. 아하하.
         사실 이건 변명하기 어려워요. 아하하하.
ida         아니(당황) 사골이라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거울에 내고 거울 책으로 내고 단편집에 내고 제 단편집에 내고.
         굉장해! 몇 번째야. 굉장해!
         몇 번이야! 벌써 손가락 네 개를 꼽으셨거든요.
         진국이십니다.
ida         {노인과 소년}은 네이버에까지 올렸으니까 네 번 썼는데요. 명훈님도 많이 있을 걸요.
         저요? 몇 개 있어요. 그런데 이다님처럼 많지는 않아요.
         {예비군로봇}! 거울에 올리고 판타스틱에 올리고 네이버에 올리고 (아마도) 나중에 단편집에도 넣을 거잖아.
         돈을 두 번 받은 건 {예비군로봇}. 딴 것도 두 번 받은 것까지는 있을 텐데. 하지만 저는 책 한 권을 통째로 우려먹지는 않거든요.
(웃음)
ida         그러게요.
         하지만 거울은 메이저 출판사에서 한 게 아니라 괜찮지 않을까요. 따로 인세를 받는 것도 아니고.
ida         맞아요.
         근데 돈 문제를 떠나서, 거울에서 그 책을 산 사람들이 있다는 거에 대한 고려도 있으시죠?
ida         그래서 [멀리 가는 이야기]랑 [진화신화]를 분리한 거예요. 출판사에는 미안하지만.
         아하!  
         출판사에서는 뭐래요?
ida         행복한 책읽기는 작가의 의지를 많이 배려해줘서요.
         그러면 처음에 [멀리 가는 이야기]를 선정하실 때는 책의 컨셉 같은 게 있었겠죠? 베스트를 꼽은 건가.
ida         그걸 묶을 때는 그게 제 작품 전체였어요. 그때까지 쓴 글 전체가 [멀리 가는 이야기]가 된 거죠.
         아 그렇구나.
ida         그러니까 거의 1권, 2권은 시간 순서예요.
         그럼 둘 중에 [진화신화]가 더 많이 팔릴 수도 있군요.
ida         음. 어쩌면요. 하지만 [멀리 가는 이야기]를 사신 분은 250명뿐인데.
         하지만 진정한 팬이라면 출판사에서 나온 레이블을 또 살 거야.
         그러겠다는 사람도 있어.
         다 그럴 거야.
         너는 살 거니?
         당연하지. 난 그거(거울 한정판) 안 샀거든. (다 같이)으하하하하하.
         몇 부 파는 게 목표예요?
ida         2쇄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고칠 게 있어요.
         아마 그 책이 번역돼서 나올 때까지 살아남을 거예요. (거울 84호에 실린 <천상열차> 참조) 그냥 모른 척 하세요. 그런데 저도 <누군가를 만났어>는 사골했어요.
ida         잘하셨어요.
         이다님을 보니까 아,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같이)아하하하. 선배님이잖아. (이다님은 과학기술창작문예 1회 수상자)
ida         사람들이 보통은 신작을 원해요.
         근데 그게, 당연히 신작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이쪽만 그러는 것 같아요. 저쪽(문단쪽)에서 단편집 나오는 거 보면 책 뒤에 각 글들이 어디어디에 실렸었다고 리스트가 나오거든요. 원칙적으로 전부 다 어디에 실린 것만 모아서 책을 내는 것 같아요. (작가 입장에서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두 번 팔 수 있는 거잖아요.
ida         문예지 이외에서 발표한 건 단편으로 안 쳐주는 건가?
         우리는 그렇게 하면 왠지 재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꼭 그렇게 생각을 해야 되나 싶어요.
ida         작품 하나의 수명을 되게 짧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아요?
         네.
         오호.  
ida         글이라는 게 오래오래 남아야 하는 게 당연한데, 출판사도 독자도 잠시 소비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가끔 슬플 때가 있어요.
         SF만 그래요?
ida         장르 전체에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 같은 느낌인가. 드라마는 한 번 보면 끝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하긴, 소비할 게 많이 빨리 나와야 그때그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잖아.
         딱 그 이야긴데, 어떤 책을 보고 “여기 있는 글은 대부분 거울에서 봤는데” 하고 말이 나오면 (작가 입장에서) 뭔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거든.
         근데 사실 거울에 실리는 글들은 파는 것도 아니고, 공공재를 그냥 제공하는 거잖아.
         근데 작품이 한번 공개가 됐으면 그게 본방이고, 딴 데서 나오면 재방 같은 느낌이 있어. 그래서 (출판사들이) 꼭 미공개작을 싣고 싶어 하는데, 이다님 말처럼 그게 꼭 그런 게 아니잖아. 글이라는 게 수명이 작가보다 길어. 물론 잘 쓴 글의 경우겠지만. 으흐흐.
         운 좋은 글도 그렇겠지.
         계속 욕을 먹을 수도 있지.
         으으.
ida         물론, 저기, 뭐랄까, 신작이 계속 나와 주면 독자 입장에선 좋지만,
         작가가 자판기는 아니잖아요. 원고를 넣는다고 작품이 튀어나오면 아무나 글 쓰게.


당신이 훌륭하다는 건 알지만……



         근데 문예지 같은 데서도 저한테 청탁할 때 보면 신작을 달라고 하는 건 똑같기는 해요. (장르소설을 다루는) 다른 어딘가에서는 거울에도 안 실렸던 걸 달라 그러던데요, 요즘 제가 장편을 쓰고 있어서 단편을 잘 안 쓰잖아요. 그래서 거울에 실렸던 거예요 하고 냈더니 못 싣겠다는 거예요.
ida         이미 실렸다고?
         그런 것 같아요. 신작을 달래요.
         니 글이 마음에 안 들어서 완곡히 거절한 걸 수도 있어.
으하하하. 낄낄낄
         나는 그렇게 말했어. “제 글이 마음에 안 드시나보군요” 하고 말했는데..
         취직할 때, 면접해서 마음에 안 들면, “아 김보영씨는 정말 인재가 훌륭하신데 다만 저희 회사에서 바라는 인재상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잖아. (다 같이)크크큭
         아니 근데 저쪽에서 먼저 청탁을 했는데 글을 거절하는 건 좀 실례거든.
         우리도 그래. 이력서 내라 그랬는데 막상 가서 면접하면 “아 OOO씨는 우리가 뽑고 싶어 하는 인재이지만 조금 우리 회사와 맞지 않습니다” 하고 말해. 하하하.
         그 회사는 잘못 말하고 있어. 더 완곡하게 말하는 법이 있어. 나 유학가려고 여기저기 원서 냈다가 거절편지들을 막 받았는데 거기 뭐라고 써 있냐면, “당신이 훌륭하다는 건 알겠지만 아시다시피 올해 우리 학교에 굉장히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지원을 해서.”
하하하하. 깔깔깔.
         역시 미국인들은 너무 세련됐어. (물론 농담임!)
ida         “갑자기 천재들이 몰려들었어요.”
         “당신같이 재능 있는 사람을 뽑지 못했다.”
ida         멋진데요.
         편지 받아 보면 기분 되게 나빠요. (다 같이) 아하하하하하. 학과장 이름으로 그런 편지들이 와. 참고하도록 해.
         출판사에서도 이런 거 참고해야 돼.
ida         “갑자기 너무나 재능 있는 작가들이.”
         “재능 있는 작가들이 너무 많아서 당신의 재능을 우리가 싣지 못했다. 천추의 한이다.” 이렇게 써야지.
         하지만 사실, 그 출판사는 니 글이 하나하나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다 같이) 하하하.
         아니 근데 나는 거기에 글을 내려고 낸 게 아니라 계속 전화가 와서 “주세요, 주세요” 해서 준 건데. 도대체 뭘 달라는 거지, 그런 생각도 들고.
ida         신작을 달라는 거예요.
         이다님도 뭐, 지면 많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막상 내시면 그쪽에서 싫어할지도 몰라요. (웃음) 너무 하드해요! “배명훈 작가는 대중적인데, 자기는 대중적이지 않잖아.”
         “김보영씨의 작품은 정말 재능이 넘치고 훌륭한 글이지만 다만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점에 있어서 저희와는 방향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럴 수도 있다고. (다 같이) 낄낄.
ida         아,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어느 날 밤에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하더니, 다짜고짜, “배명훈 작가는 참 대중적인 글 쓰더라. 근데 너는 그렇지 않아.” 하는 거예요. 아니,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고. 왜 비교를 하는 거야, 정말.
         출판사들은 연락 오는 사람과 편집위원이 분리되어 있잖아요. 출판사 내부가 분리되어 있는 건 거절할 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데 편집위원들이…” 뭐 이런……. 근데 작가는 그게 안 돼. 내가 결재자고 생산자니까.
         그러니까 에이전트가 필요한 거야. “저는 정말 드리고 싶은데 에이전트가, 마케팅 위원회 방침상……”
         뭘 결정할 때도 출판사에서는 “내부에서 회의해야 돼요” 그러면서 시간을 버는 경우가 있잖아요. 작가도 에이전트가 있거나 한 단계만 분리가 돼 있어도 출판사가 “바로 연락 주세요” 그래도 안 그래도 될 이유가 생기는 거죠. “저도 검토해야 돼요,” 그러고. 저는 그러거든요. 실제로 계약서 같은 것도 검토할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절대 빨리 답을 못 줘요. 계약서 파일도 미리 달라고 그러고. 출판들은 자기들이 검토할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갖고 일을 하잖아요. 근데 작가한테는 “바로 보내주세요,” 그러잖아요.
         아니면 아빠한테 물어봐야 된다고 해. (다 같이) 킥킥
         아니면 뭔가, 대자연에게. 자연 어머니에게 물어봐야 된다고.
         자연 어머니.
ida         보증인 자연어머니.
         자연어머니가 이다님을 먹여 살리니까.
         맞다. 정말 어머니다. 진짜 어머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자연 어머니는 재료를 제공하고. 이다님은 자연의 딸이군요.
ida         국내 최초 자연의 딸 SF 작가.
         바람의 딸도 아니야. 자연의 딸이야.
ida         국내최초 이야기 한 번 할까요?
         네. 그래요.



SF 작가는 다 통통 튀어요

         (사골론에 대한 이다님의 입장은) 떳떳하신 걸로 결론이 났어.
ida         떳떳해요.
         안 떳떳하면 어쩔 거야. 먹고 살게 해 주든가.
         그래도 아무 글이나 사골 한다고 다 팔리는 건 아닌 것 같아. 사골을 해도 책을 내 준다는 건…….
         좋은 뼈야.
아하하하하.

다시 “국내최초” 주제로 돌아가서

ida         국내최초란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제 했던 이야기 다시 하려니까 웃긴다.
         처음 하는 것처럼 해야죠.
         난 처음 들어.
         너 있을 때 했잖아.
         (정색하며) 난 처음 들어.
하하하하.
         국내 최초로 듣는 것 같아.
ida         최근에 “국내최초 SF 동화”라는 문구가 있었고, 또 “국내최초 청소년 SF”라는 말이 있었는데,
         (짐짓 놀라며) 헉, 그런 일이.
ida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국내최초’에 대한 집착에 관해 하는 말이에요. 너무나 웃기잖아요. 국내최초 동화와 국내최초 청소년 소설의 차이는 뭘까. 더 중요한 건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게 광고한 건 최초예요.
ida         문제는 아주 짧은 역사에서도 분명히 (유사한 작품이) 앞에 있었고, 긴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최초라는 말을 다시 붙이는 건, 다른 걸 떠나서 잘못된 정보잖아요.
         과대광고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겠어.
         아니야, 근데 그게 시비 걸기가 애매해지는 게, 국내 최초 “본격” SF 장편 이런 식으로 붙어. 다른 건 “파격”이었다는 거지.(농담임) 그리고 그 문구의 효과를 모르겠어요. 국내최초라고 하면 잘 팔리나.
         근데 아무튼 기분 나쁘지 않아? 국내최초라고 하면서 마치 그 전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거 같아. 아프리카는 무주지역이기 때문에 선점하는 사람이 이 땅의 주인이라는.
ida         아 그런 느낌. 기존에 있던 사람을 기본적으로 무시하는 거라고 충분히 느껴질 수 있는데도, 그런 문구를 쓰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아프리카에 살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다고 막 무시하고.
ida         인디언 다 있었는데 콜롬부스가 막 발견하고. 세계최초로.
         많이 팔렸겠다. 하하하
ida         많이 팔렸잖아요. 땅이. 이미 주인 있는데 땅이 막 팔려. 그러고 나서 뒤에 또 누가 와서 어, 최초로 발견했네, 그러고.
         민망하지도 않나.
ida         정말 모를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모르면 조사해야 된다고 생각은 안 했을까요. 모르면 조사해야 되는 게 윤리잖아요. 내 앞에 한 사람이 없었을 거라고 어떻게 단정해요. 우리가 신도 아니고.
         근데 쪼끔만 찾아보면 나와. 그거에 해당하는 박상준님의 인터뷰가 있어. 제목이, <문인도 학자도 무관심하니 ‘SF왕국’은 제가 차지했죠>라는 기사. (이 기사 제목도 본인이 말씀하신 건 아닐 텐데,) 아무튼 거기에 보면 50년대 한낙원 선생님 이야기부터 쭉쭉 나와. 그것만 봐도 최초가 아니라는 건 딱 나오거든. 근데 그거조차 안 찾아본 거야.
         그러니까 웹이 발달한 시대에 안 찾아봤다는 건 궁색한 것 같기도 하고 뻔뻔한 것 같기도 하고 비윤리적인 것 같기도 하고 무능한 것 같기도 하고.
         출발점이 뭐였든 결과적으로는 똑같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봐. 근데 이게 “발랄하고 참신하고 통통 튀고” 그런 수식이랑 연결이 되거든. 이 장르를 계속 그렇게 서술하는 것 같아요. “최초, 최신”
ida         음. 새로운 감각이라든가, 새로운 문학의 줄기라든가, 이 시기에 와서 새로 나타난 조류처럼 생각하는.
         그럼 그 새로 나온 책들도 그런 식인 거예요? 발랄하고 참신한 이야기다.
         그런 느낌인 것 같은데.
         그것도 통통 튀나보지.
ida         히히히히히. SF 작가는 다 “통통” 튀어요.
         작가 만나면 다 이렇게 (통통 튀는 시늉을 하며)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데뷔한……” 그래야 돼?
         그렇게 해야 돼.
낄낄낄낄낄
         근데 SF라고 해서 다 통통 튀어?
         SF 팬덤에서는 완전히 반대로 이야기해. 전혀 안 참신하다는 증거를 찾아내려는 경향이 있어. 미국에서 SF가 2천권 3천권이 나온대. (출처가 불명확하지만, 아무튼 많다는 뜻) 그게 수십 년이 쌓였으니까 뭘 써도 그거랑 유사한 전작(前作)이 있는 거야. 근데 이 사람들이(팬덤이) 그걸 꼭 찾아 와. 뭐랑 뭐랑 뭐가 이 작품과 유사하고 이렇게 쭉 정리를 해 버리니까, (참신함에 관한 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는 거야.
ida         관념의 오류인 것 같아요. SF는 참신하고 신선하고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이미지랑, 실제로 SF가 쌓아온 기나긴 역사 사이에서 충돌이 있는 것 같아요. SF는 기나긴 역사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것의 계승이고 발전이고 재탕일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멈칫)
         재탕. 으하하하하.
         좋은 어휘야.
ida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역사가 쌓여서 나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역사를 무시하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러니까 팬덤에서는 “지금까지 역사에서 과거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네, 그러니까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이상한 결론으로 가는 거죠.
         (팬덤 외에서 새로운 걸 강조하는 경향 때문에) 거의 반사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SF 팬덤은 새로운 걸 쓰면 재미가 없어도 참신하다고 좋아하나요? 기본적으로 이야기는 재미있어야 되잖아요. 설정이 참신하면 내용은 재미없어도 되나요?
ida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새로운 것을 내 놓는 빈도가 다른 장르에 비해 많기는 하지만 SF가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베이스는 문학이고, 한편의 재미있는 글, 한편의 좋은 글이어야 한다는 게 바탕이 되고 나서 그게 있는 거거든요.
         아니, 근데 팬덤에서 찾아내서 갖고 오는 사례라는 게 미국에서 조용히 묻혀버린 사례들이 아니라 아마 미국에서 한 5백만 부쯤 나간 책들을 언급하는 것 같아. 기본적으로 잘 나간 책들만(작품성이 확인된 글들만). 1년에 2-3천 권 나온 것 중에서 제일 잘 된 것들만 위에서 뚝 떼어내도 2-3백 권이 나오거든. (다 같이) 아하하하하. 그래서 참신해지기는 진짜 힘들어. 그런 의미에서.
         팬덤은 그걸 찾아내는데 오히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출판사에서는 그걸 못 찾아낼까요?
ida         그러게요. 아하하




최소한의 존중

         뭘 썼을 때, 정말 참신한 게 아니면 이게 최초일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인 것 같아.
ida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안 하는 것 같아요. 뭔가 SF를 처음 쓰는 사람을 보면, (멈칫) (국내최초가 아니라) 자기한테 최초인가? (다 같이) 하하하하. 아무튼 그런 사람들을 보면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① 어떤 사람들은 끝줄에 서려는 사람들이 있어. 사실 나 같은 경우도 팬덤 활동을 하던 사람이 아니라서 처음 공모전에 글을 낼 때 내가 끝줄에 서는 느낌이었거든. 앞줄에 서는 게 아니라. 근데 ② 처음 들어왔으면서 앞줄에 서려는 사람이 있어. 그건 진짜 새치긴데. 말 그대로.
ida         지금까지 썼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작가가 아니고 제대로 된 글이 아니었고 진정한 문학이라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작가인 내가 제대로 된 글을 써 주겠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정말 제국주의적이야. 완전 아프리카잖아. SF계는 한국문학계의 아프리카인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ida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어도 그런 느낌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 더 무섭지 않나요?
ida         정말 아니라고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내가 훨씬 잘 쓴다는 느낌으로 들어온 게 아닌지, 그런 마음으로 정말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
         학계에서는 그렇게 쓰는 게 불가능하잖아. 연구가 50년쯤 쌓였는데 내가 한국 최초라고 해 버리면 욕먹는 건 둘째 치고 아무도 안 보잖아요. 그런데 문단 이런 데는 그런 시스템이 없어? 그걸 통제할 수 있는 집단이 없어?
ida         SF를 다룬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문학과들에서 SF를 다루지 않으면 결국 학계에 쌓인 적은 없겠죠.
         영문학과에서는 다루기도 하는데. (학계에서) 학위논문 정도는 종종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환상소설은?
         환상소설은 다뤄. 보라님도 러시아 소설은 환상소설이고 아니고 구분이 별로 없었대.
         왜지? 살기 팍팍해서 그런가?
         그런가? 원래 환상소설이래.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판타지소설이라는 게 유럽에 돌아다니던 이야기들을 누군가가, 톨킨 같은 사람이 정리하고 나서 확산돼 나온 거잖아. 사람들이 원래 갖고 있던 이야기를 글로 쓰면 판타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나라도 러시아 살면 그렇게 쓰겠다. 너무 깜깜하고.
ida         우리나라 삼국사기도 판타지 같은 부분이 많아요.
         김부식이 쓴 거요?
ida         예. 삼국사기에도 불을 때지 않아도 밥이 지어지는 솥(주: 대무신왕이 부여를 치러 갔을 때 갖게 된 솥임)같은 게 나오고 그래요.
         역사서 아니었어요?
ida         역사서도 초기에는 그게 기본적으로 나오거든요.
         구분이 안 되던 시기인가?
         근데 리얼리즘이라는 게 더 특이하고, 문학의 원형은 판타지 같아요.
ida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화의 원형은 다 판타지고, 어렸을 때 본 한국 사람들이 쓴 동화가 다 판타지잖아요.
         전래동화도 다 판타지고, 홍길동전도 판타지고. 다 판타지야.
         전우치전도 판타지고.
ida         판타지의 역사를 따져보면 굉장히 오래된 것 같아요.
         판타지 아닌 소설을 쓰는 게 더 의식적인 작업이고,
ida         그렇죠.
         우리도 저쪽 소설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냥 덮어놓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최소한 우리는 저쪽에 가서 “우리가 최초예요” 하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다 같이) 하하하하
         원래 그래. 아프리카 애들이 유럽 가서 여기 사람 없으니까 내 땅이라고 할 수는 없어. (웃음)
ida         하하하. 그렇군요.
         뭔가 상식 문제 같기도 해. 그래서 예전에는 SF라는 건 아무나 써도 되고 진입장벽 같은 건 없어도 되고, 사실 나도 원래 SF 쓰던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뭔가 있으면 좋겠어. 작가 모임이라도.
         작가 모임을 만드는 거야. 한국 SF 문인 협회 이런 거라도.
         내가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방어적 역할을 수행할 평단이 있으면 좋겠어. 예를 들어 누가 SF 소설을 냈다 그러면 평단이 그 글을 평가하는 거지. 근데 신인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거야. SF 신인의 관점에서. 당연히 그렇잖아. 연극하던 사람이 영화하러 가면 신인상 후보가 되고 그런.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도 지금 6년째 신인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저쪽에 가면 “아니 이런 신인작가가” 그러는데.
ida         (배명훈 작가님이 젊은 작가상 탈 때) 신인작가가 왜 이렇게 잘 써 막 이러고. 처음 글을 냈는데 상 탔대. 저 그거 너무 웃겼어요.
         처음 글을 냈는데 상 탔다고 말하는 것처럼.
ida         대부분의 평이, “야 세상에 처음 글을 냈는데 상을 탔대.”였어요. 명훈님이 지금까지 썼던 그 모든 소설들은 왜 안 쳐주는 거고.
         SF이기 때문이죠. 아프리카에 있어서.
ida         아니, {안녕, 인공존재!}도 SF인데 문예지에 처음 낸 거죠.
         저는 그쪽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일단 이해를 해 주고 싶은데.
ida         아, 거기서는 신인이니까.
         왜냐면 거기는 집단이 있으니까 우리를 신인으로 취급해도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신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누가 SF를 썼을 때 신인으로서 바라봐 줄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하. (한숨) 기존 SF작가도 알바를 하느냐 단편을 쓰느냐의 기로에 있어서. 하하하하.
         그럼 지나가면서 선배 보면 “안녕하세요” 이러는 거야?
         그런 건 아니고, 누가 가수 하다가 연기자로 데뷔하면 신인상 후보는 돼도 진짜 신인 취급은 안 하잖아. 나도 문단 쪽에서 진짜 신인 취급을 하는 건 아니거든. 당연히. 근데 뭔가 최소한의 존중은 필요하지 않을까.
ida         최소한의 존중이라는 말에 공감해요. 그렇게 특별히 취급해 줄 필요도 없고 그렇게 관심 안 가져줘도 되지만 기본적인 존중이라는 건 필요해요.
         여기서도 뭔가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고,
ida         예에. 집을 짓고. 하하하. 계속 아프리카가 나오죠.  
         춤을 추고 있었구나 이런 거. 언어도 있어 심지어.
         농사도 지어 막대기로. 막대기로 땅 파고.
         달리기도 하고. 마사이 워킹도 하고.
ida         최소한 인간이었구나. 작가로 따지면 그거잖아요. 최소한 작가였구나.
         윤이형 씨 보면 딱 그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 분을 좋게 생각하는 게, 아까 말한 끝줄에 서는 유형이거든요. 그렇게 하면 당연히 받아들여줘야죠. 끝줄에 서겠다 그러면. 그걸 누가 뭐라 그래요. (그 분은) 그쪽에서 꽤 인정받는 사람인데도 이쪽에 오면 항상 끝줄에 서잖아요.
ida         기본적인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래요.
         아마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끝줄에 설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조심해서 이쪽에 들어와 있고, SF를 쓰면서도 (뭔가 자기 글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SF라고 이야기 안 하고. 그런 기본적인 애정이 없는 사람들은 앞줄에 가서 서 있고, 그 사람들이 오히려 더 눈에 띄고 그런 것 같아. (방청객을 보며) 그래서 우리도 항의메일도 보내 보고 그러기도 했어. 지금 단계에서는 작가한테 보낸 건 아니고 출판사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 텍스트 외의 서술이잖아. 그 작품의 텍스트 이외의 포지션 같은 건 사실 마케터 책임지만, 마케팅 영역이 제대로 안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에디터 책임일 거거든.
         출판사는 하나잖아.
         동일체라고 봐야지.
         하긴 그렇다고 사람들이 “전무후무한 상상력”을 가지고 너를 비난하면 너도 좀 억울하긴 하지.

[타워] 띠지에는 정말로 감당할 수 없는 그런 어마어마한 말이 써 있다.
물론 작가가 원한 일은 절대 아니었지만.


ida         후무는 예측할 수 없는데. (다 같이) 하하하. 말 자체에 오류가 있네요.
         후무는 절대 나올 수 없어. 멸종해야 돼. (다 같이) 하하하.
ida         역사가 끊겨야 돼 여기서.
         그리고 SF 팬덤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앞에서부터 쭉 역사를 찾아서 내가 이 역사의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는, 그런 뿌리를 찾는 작업이었어. 그래서 좀 구닥다리다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정리를 하는 거잖아요. 너무 심하다 싶을 만큼 할 때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태도가 갖고 있는 힘이 있잖아. 축적을 시킨다는 건데. “국내최초, 참신, 발랄,” 이렇게만 하면 그 다음 단계가 없어.
         축적이 돼야 문명 아닌가. 축적이 안 되면 우리는 다 온천에서 고구마 씻어 먹는 원숭이일 텐데.
낄낄낄

하지만 결국 이다님의 책에도 “본격 SF의 <탄생>”이라는 글귀가…….
이다님은 이 대화가 끝나고 바로 몇 시간 뒤에 이 문구를 발견하고는 좌절했다고.


         그 다음이 없어. 항상 최초를 쓰는 사람만 있는 거야. 문제는 (그 출판사들이) 이걸 계승하고 집대성할 사람들이 나올 만큼 길게 보느냐는 거지. 짧게 보고 막 던져서 우리를(SF작가들을) 최초 단계로 퇴화시키는 거야.
         그리고 걱정되는 건 그런 소설들은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최초라고 광고해서 팔았는데 재미가 없으면 그게 문제지.
         그게 제일 큰 문제지. 내가 걱정하는 건 그거야. 사람들이 SF라고 달려있으나 재미없는 글을 보고 나서 싫어하는 것도 문젠데, 또 한 가지 문제는, SF니까 이 정도는 용인해야지 하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어. 그런데 그렇게 말할 가능성이 꽤 있어. SF니까 문학성은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해 버리는 경우.
ida         음.
         근데 우리는 절대 그렇게(SF니까 문학성이 떨어져도 이해해 달라고) 안 하거든.
ida         문학성이 떨어져도 되는 장르가 세상에 어딨어요?
         SF요.
하하하하하하.


초천재 슈퍼 루키?

         SF 장르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ida         예. 넘어가요.
         요즘 내가 어떤 책을 보고 드는 생각인데, SF는 장르 정의 자체가 좀 고약하거든. 여러 가지 정의가 있는데, 어떤 식의 정의든지, 예를 들어 외면이나 형식으로 정의하면 어떤 과학 원리와 스토리가 싱크로가 잘 되는 게 SF라고 정의하게 돼. 이야기의 핵심에 과학 원리가 들어가는.
         아, {땅 OO}처럼.
         흐흐흐. {땅 OO}처럼.
ida         (뒤늦게 깨닫고) 하하하하하.
         {땅 OO}처럼 스토리가 쭉 흘러가다가 갈등구조상 제일 중요한 시점에,
         경이로운 과학적 사실이 있는 거지!
         맞아. 그거거나 아니면 내면으로, 미학으로 SF를 정의하면, 경이감 이야기를 하거든. 아무튼 여러 정의가 있는데, 그게 전부 다 굉장히 잘 쓰는 사람만 해낼 수 있는 거야. 과학이랑 스토리를 접목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내공이고, 게다가 경이감을 준다는 건!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소설을 읽었는데 경이감을 느꼈다는 건 정말 잘 쓴 거잖아.
         그러니까. 경이감은 원래 자연이 주는 건데.
ida         자연의 딸이군요. 으하하하하
         이다님은 완벽한 SF 작가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자연의 딸.
ida         국내최초 자연의 딸이죠.
         SF 정의 담론에 대해서는 나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은연중에 공유하고 있는 뭔가가 있는데,
         너무 빡세. 그냥 쓰면 안 돼?
         그래서 신인이 못 나온다는 거야. SF 신인이라는 게 나올 수 있냐. 이 정의에 따르면, 너무 빡세. 경이감도 줘야 되고 엄청난 내공으로 스토리도 과학에 접목시켜야 되고.
(다 같이, 낄낄거리는 웃음)
         신인이 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초천재 슈퍼 루키가 쓰는 거야.
ida         우리는 그럼 초천재 슈퍼 루키? ^^
         네. ^^
         아하하하하하하하하
ida         그래서 우리가 신인인 거군요!
         그래서 우린 계속 신인이에요.
으하하하하하하하
ida         어제 명훈님이 하신 말 중에 인상에 남은 게, SF는 쓰는 데 성공해야 SF다. SF를 시도했거나 SF적인 것을 넣었거나 쓰려고 한 건 아직 SF 가 아니다.
         그런 건 “SF적 기법을 활용한 소설”이죠. 하하하.
         맞아. 그런 표현들을 해. SF를 쓰려고 했으나 뭔가 부족했다 이런 식으로.
ida         SF가 되는 단계 자체가 이미 어렵다는 거죠. 경이감.
         성공해야 SF야.
         두 명은 SF 작가로 내가 인정해 줄게.
ida         이야아. 성공했군요.
         너한테 인정받으면 되는 거야?
         당연하지. 하하하하.
(다 함께) 통통통.

‘통통 튀는 SF 작가’를 몸으로 표현한 동작으로, 앉은 자리에서 몸을 통통 튕겨주면 됨.

         SF 정의상 이게(과학과 스토리) 잘 어울리지 않으면 SF라고 안 하게 돼. 그냥 ‘과학적 서술+뭔가 다른 장르’로 보이는 거지. 내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고.
         과학적 사실에 대한 서술이 스토리 아닌 데 들어가면 얼마나 재미없는데.
ida         맞아요.
         과학적 서술은 왜 있나요 도대체? 그냥 과학책 찾아보거나 전문가들이 하면 되지.
ida         예. 그건 얼마든지 과학서나 아동용 과학도서에서 많이 쓰는 거고. 문학적으로 녹여내지 않은 과학을 소설에 넣는 것은, 재미없는 걸 떠나서 그래야 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어요.
         과학책과 소설을 따로 읽지 그런 걸 왜 읽어요. 소설인 줄 알고 샀는데 그게 과학책이면.
ida         제가 알기로 수많은 아동용 과학 도서들은 그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소설을 접목시킨 과학.
         미미의 컴퓨터 여행 그런 것처럼. 그런 거 재밌는데.
ida         재밌는데다가 엄청나게 많이 생산되고 있어요.
         오오. 아직도 많이 나와요?
ida         되게 좋아해요. 저는 사실 공부할 때 아동용으로 공부해요.
         아동용에 양자역학도 나와요.
ida         있었던 것 같아요. 기본 개념을 찍어 주니까 훨씬 편해요. 아동용 보고, (그 다음에) 청소년용 보고, 일반인 거 보고.
         뭐야. SF 작가들의 창작의 근원은 텔레비전하고 아동용 과학 서적이었어. (웃음)
ida         아동용 과학도서 얼마나 잘 나오는데요. 스토리도 있죠……
         팬들이 실망할 거야. 그런 거 보고 공부하고.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는 그거잖아. 그런 걸 아무리 열심히 봐도 SF가 안 나온다고.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그 두 개를 연결시킬 수 있는지.
         그건 재능이야.
         근데 재능이라기보다 이다님이랑 내가 생각하는 건, 원래 우리는 그런 식으로 스토리를 만들게끔 자란 게 아닌가. 다른 식의 스토리를 만들기보다, 그냥 놔두면 이런 식으로 만들던 사람이어서.
         초천재 슈퍼 루키야.
         후천적인 게 아니라.
         타고난 초천재 슈퍼 루키야.
하하하하하.
         그런 생각이 들어. 원래 처음부터 그런 자질을 갖고 태어난 게 아니거나. 다른 식의 스토리를 쓰던 사람이 이쪽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 (사이) …… 없어!
ida         저, 저기요!
하하하하하
         그러니까 지금 정의상.
         없어!
ida         어떡하지? 없다고 하면 너무 절망적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SF를 한 번 써 본 사람들은 많잖아요. 근데 계속 안 쓰는 이유는 그거 같아요. 그걸 녹여내는 게 쉽지 않겠지.
         이다님은 어렸을 때 어떻게 자라셨어요? 어떻게 초천재 슈퍼 루키로 태어나신 거예요? 그 흔치 않다는.
         유전자 때문이야.
         <우수한 유전자>?
         SF 유전자라고.
         어, SF 유전자 타고 나면 피부도 좋은가봐.
ida         피부, 좋긴 해요. 유전자가 우수해서. 미치겠다. 말리는 것 같아.
         이다님도 어렸을 때부터 좀 이상했나요?
         이다님도 저와 함께 자뻑 작가로 거듭나는 거예요. 이 대담을 통해서.
ida         아무나 하는 줄 알아요? 미묘한 줄타기를 잘 해야 돼요. (다 같이) 하하하하하. 재수 없음과 귀여움 사이에서.
         좀 재수 없어졌다 싶으면 잠적해야 돼요.
         재수 없으면 어때요? 노이즈 마케팅이죠. ‘이 재수 없는 애 누구야’ 그러면서 막 검색하고.


103점. 가산점이 필요해

ida         KS 마크처럼 뭘 달아줘야 돼. 정품인증.
         SF 정품인증. 그런 기관이 있어야 돼.
         그러니까 나도 그런 걸 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야. 한참동안, 작가군도 별로 없이 성장도 안 한 집단에서 문화 권력부터 장악하려는(SF가 아닌지부터 판단하는 굉장히 높은 단계의 권력을 장악하려는) 사람이 생기는 건 싫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요즘은 인위적인 질서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으면서 방어기능은 해 주는 뭔가는 있으면 좋겠어. 장기적으로. 새로 진입하는 사람을 끝줄에 세우는.
         아프리카 인권 위원회.
낄낄낄낄낄.
         그래서 아마 한 동안은 (국내최초라는 문구를 잘못 사용한 책들을 보면) 항의 메일 같은 걸 좀 보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걸 할 사람이……,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할까 싶어요. 하지만 사실 내가 그 일을 하는 건 좀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 있거든. 왜냐하면, 나는 맨날 SF의 역사 같은 걸 들어도 한국에 SF 역사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뭐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서. (다 같이) 하하하하.
ida         명훈님도 그렇지만 저도 (팬덤의) 직접적인 세례를 받은 작가는 아니라서. 완전하게 팬덤 출신이 아니라.
         신인작가들이 외부에서 유입도 안 되고, 안에서도 잘 안 나와. 똑같이 기준 문제 때문일 거야. 팬덤은 우리보다 더 기준이 높으니까
ida         그러네요.
         ‘성공해야 SF가 된다’고 했을 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90점 정도 되는 것 같아. 그런데 그 사람들은 그 기준이 95점, 96점 그러니까.
ida         103점. 가산점이 필요해.
         군대 갔다 와야 돼요.
하하하하하.
         처음부터 SF 빅3들의 최고 걸작 수준의 뭔가를 쓰려고 하니까.
         그걸 어떻게 써. 절대 못 쓰지.
         적어도 우리는 그걸 써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잖아. 하하하.
ida         음. 많이 안 본 게 다행일 수도 있어요.
         많이 보면 겁나서.
ida         그래서 쓸 수는 있었어. 다행히 많이 안 봐서. 아무것도 모르고 쓸 수 있었어.
         아무튼 우리보다 훨씬 더 눈들이 높으니까 작품을 내지를 못하는 거야.
         그럼 SF 지망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나는 어제도 잠깐 이야기했는데, 모든 SF계가 한 1년 정도 잡아서, 기준점을 확 낮추는 해를 만들어야…….
         SF 안 보기 대약진운동?
         아니 아니, 1년 동안 모든 커뮤니티에서 “SF의 정의는 외계인만 나오면 SF다” 하는 식으로 해야…….
아하하하하하
         로봇도 나와야 돼. 복제인간, 로봇, 외계인.
         그런 것만 나오면 SF다 이런 식으로 해야 누가 진입을 하든지 새로 작품을 써 보든지 하지. 그리고 그게 축적이 돼야 좋은 글이 나오고. 내 생각은 그래. 그러지 않는 한 이 다음 세대가 나오기가 힘들 텐데. (분명히 나오기는 하겠지만)
         그럼 둘이 발표하는 거야. 담화문을. “오늘로부터 1년간 외계인, 복제인간, 로봇이 나오는 작품은 모두 SF라 정의한다. 시행일. 오늘로부터. 효력기간, 오늘로부터 1년.”
크크크. 하하하. 깔깔깔.
ida         장담하건대, 그럼 수백 권이 나올 수 있어요.
         나도 쓸 수 있어. 외계인 변호사의 하루. (다 같이) 아하하하하하.
         그렇게 연습을 해야 축적이 되고 거기서 발견한 각자의 미학을 가지고 SF의 경이감으로 가든지 어떻게 하는데, 지금처럼 가면 절대 안 돼. 아무튼 저의 해법은 그거예요.
         그럼 담화문을 발표해. 거울에.
         근데 좋은 해법 아니니?
깔깔깔깔깔


예술가 같아



         두 권이 시간 순서로 대충 나뉜다고 했는데, 어떠세요? [진화신화]에 실린 글들이 더 발전된 글들인가요? 저는 (제 글들 중에) 쓴지 오래된 글들을 보면 문장이나 표현 같은 건 손 댈 데가 많이 보여요. 글 하나하나 사이에는 못 느끼는데 몇 년 된 걸 보면, 아 그래도 좀 나아지고 있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ida         <촉각의 경험>이나 <다섯 번째 감각>을 퇴고하다 보니까 정말로 미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다음은 잘 모르겠어요. [진화신화]가 뒤에 나오기는 했지만 쓴 기간 자체가 멀리 가는 이야기가 훨씬 길어서요.
         저도 <매뉴얼> 같은 경우는 그랬어요. 제가 요즘은 그런 식으로 안 쓰거든요. 생산라인이 바뀌었다고 해야 되나. 어떤 글들은 미숙해 보이는 부분이 글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이라서 절대 고칠 수 없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을 안 했어야 되는데. 어느 순간 예전에 쓴 글을 봤는데 전혀 안 부끄러우면 그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걸 거예요.
ida         그 나이 때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써서 더 잘 쓰게 된다고 해도 그렇게는 쓸 수 없는, 어떤 감정의 근원이라고 해야 되나. 도저히 세상을 그렇게 순수하게 볼 수 없다거나.
         이다님한테는 어떤 글이 그런 글이었나요? 본인 경험이 아닌가?
ida         <종의 기원>을 쓸 때만 해도 제가 아직 신앙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미래로 가는 사람들> 중간쯤에 어느 정도 정리를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 와서는 입장이 완전히 다른 거죠. 그런 식으로 몇 가지가 있어요.
         퇴고를 하더라도 이 부분은 쓸 당시의 심리상태가 반영된 거기 때문에 안 건들려고 애쓰는 소설들?
ida         뒤쪽 소설들은 거의 안 건드렸어요. 사실 너무 많이 퇴고했기 때문에 문장 하나 하나가 기억이 나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뭘 하나 넣으면 그 시절의 나에 대해 배신하는 느낌이었어요.
         예술가 같아.
         퇴고 작업 과정이 어떤가요? 제가 전에 어디서 보기로는, 글을 프린트해서 바닥에 쭉 깔아 놓고 하신다고.
ida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예전에는 단편 하나를 쓰면 A4 한 질에 잉크 하나를 다 썼어요. 쓰다가 어느 정도 되면 뽑아서 보게 되잖아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방청객 쪽을 보며) 뽑아서 바닥에 다 늘어놓고 전체를 한 눈에 들여다보면서 하는 거야.
ida         그때는 미숙해서 그런 거고 지금은 컴퓨터에 많이 익숙해져서 그렇게까지는 안 해요.
         재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 힘들지 않으신가요?
ida         종이는 별로 안 비싸서요. 잉크도. 요즘은 많이 좋아졌어요.
         프린트한 거랑 안 한 거랑 너무 달라서 그냥 내보낼 수가 없어요.
ida         읽는 방식 자체가 달라서요. 글자 하나하나를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책으로 볼 때는 화면 전체를 보는 거거든요. 읽는 속도도 다르고, 드러나는 것도 다르고 그래요.


아직 나를 안 좋아하는 애인

         이다님은 유머러스한 글이 있나요? 재기발랄하고 통통 튀는.
ida         없는 것 같지 않나요.
         그런 스타일 변화를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
ida         글을 쓸 때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진지하게) 돼요. 글을 대하는 제 태도 자체가 그렇게 되어버린 거고, 제가 글을 보는 관념이 그런 거고. 도저히 얘한테는 농담을 할 수 없어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하지만 아직은 제가 거기에서 못 벗어나요.
         뭔가, 열 살 연상의 애인 같은 느낌인가?
         헛!
ida         네. 글을 애인이라고 생각 많이 하는데, 글이 애인이라면 저는 예전에 이 애인하고 같이 살았다가 이 애인이 한번 떠나간 거잖아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저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기 있는 거예요.
         헉. 찌질해. (웃음)
ida         도저히 함부로 대할 수 없어요. 완전히 나에게 왔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
         열 살 연상이면 어리광을 부리고 그래야 되는데.
ida         열 살 연상이 아니라, 갔다가 돌아왔는데 아직 나를 안 좋아하는 애인인 거죠.
         딴 남자 만나세요.
ida         그럼 글을 떠나야 되잖아요.
         딴 글을 만나세요. 그 글만 있나? 딴 글도 있는데.
         맞아. 세상의 반은 글이야.
(웃음)
ida         제가 명훈님처럼 글을 썼던 시기가 분명히 있어요. 물론 제대로 글을 썼던 건 아니지만.
         역시 나처럼 쓰면 제대로 쓴 게 아니야.
ida         아니(땀), 제가 너무나 어렸던 시기라.
         넌 어려서 그래.  
ida         그게 아니라(땀 삐질삐질), 글이 정말로 제 놀이였고, 너무나 재밌었고, 정말 많이 썼고, 빨리 썼고, 갖고 놀았던 시기가 있어요. 그게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 건지 알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못하는 거예요.
         왜 떠났나요? 그 남자는? 하하. 이렇게 하니까 질문이 술술 나오는데.
ida         수많은 일들이.
         성격 차이구나. 하하.
ida         정말 많은 일들이. 떠났다는 것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까.
         사실 그 글이 그렇게 떠났다가 돌아온 게 아니라 이다님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어렵게 대해야 된다. 다시 떠날지 모르니까 조심해야 된다. 농담을 하면 안 되겠다.
ida         예. 다시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굉장히 커요.
         다시 떠나가면 어떻게 되나요.
ida         다시 그때 상태겠죠. 굉장히 안 좋았죠.
         글 쓰는 게 신 내림 같은 거예요?
         이다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던데. 안 쓰면 죽을 것 같다고. 그래서 막 듣는 사람들을 감동하게 만들어. 그런데 나는 그냥 “재미있어서 쓰는데요” 그래서, 없어 보여.
         그러니까. 너도 뭐 하나 만들어라.
ida         글을 쓰는 이유가, 희로애락이 다 있다고 보거든요. 樂에서 쓰고 있으시니까 다른 사람들이 다 부러워하는 거예요.


고르고 골라서 말하는 서술자

         그래서 이다님 글의 서술자가, 뭔가 공통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신중한 서술자? 고르고 골라서 말하는 서술자 느낌? (이다님 스스로가) 그 서술자가 될 때까지 퇴고하는 게 아닌가요? 그렇게 말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 남자한테 말하는 작가 김보영은 고르고 고르고 고르면서 말을 해야 이 남자가 안 떠날 거야, 그런.
ida         예. 그런 느낌이에요.
         <종의 기원>은 달랐던 것 같아요. 그 글은 그렇게 안 어두웠던 것 같아요.
ida         전반적으로 서술자들이 다 어둡지는 않아요.
         서술자 자체가 그렇게 어둡지는 않아. 단지 한마디 했을 때 그 뒤에 많은 말이 있다는 느낌 때문에 단단하게 느껴지는 거지.
         <종의 기원>은 덜 그랬던 것 같아. 주인공이 로봇이라서 그랬나.
ida         너무 어두운 글은 사람을 많이 힘들게 해요. 그리고 사람이 자기 어둠을 크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그게 진짜로 그렇게 어두운 건 아니거든요. 그걸 그렇게 어둡게 인식하는 것도 그리 성숙한 건 아니에요.
         <거울애>는 완전 어두웠어요. --; 내 표정까지 어두워지려고 그래. 그 글 재밌었어요.
         그렇게 쓰기 힘들어요. 두 번 읽었을 때 다르게 읽히는 느낌. 게임 같은 거에서 한 번 클리어 하고 나면 두 번째 할 때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게임 <이코>에서 처음 플레이할 때는 마녀가 하는 말이 알아볼 수 없는 말로 나오는데 두 번째 할 때는 그 대사가 다 보이거든요. 그렇게 쓰기가 어려운 게, 처음 읽었을 때는 인식의 전환점 이전이라 그 스토리 라인이 두 번째 읽었을 때처럼 안 보이니까 어려운 거야.
         재밌게 읽히던데.
         그게 어렵다는 거지. 인식의 전환점 이전에 읽어도 재미있게 읽히고,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읽으면 또 완전히 다른 스토리 라인으로 재미있게 읽히고. 하지만 역시 어두워서.
하하하하
ida         그래도 많이 밝아지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어둡다기보다는 무거움, 진지함, 그런 느낌이죠. 무게감, 존재감. 너처럼(배명훈처럼) 쓰면 “읽을 때는 재밌는데 지나가고 나니까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잖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그런데 이다님 글에 대해서는 그런 말은 절대 못할 것 같아.
         이 바닥에서는 이다님 글은 왠지 그렇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살짝 생겼어. 뭔가 막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왜냐하면 (진지하게) 이다님도 떠날 것 같거든. 그렇게 막 대하면.
ida         아!
         나는 안 떠날 것 같거든.
하하하하하
ida         저는 안 떠나요. 글이 떠날 수는 있겠지만.
         그게 그거죠. 결과가 같잖아요.
ida         저는 떠날 생각이 없어요. 떠날 생각이 없는데 글이 떠나더라고요. 사람들은 글을 쓰는 게 순전히 사람의 의지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글을 쓸 수 없다던가 그런 게 순전히 의지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쓰기 싫다는 것과 쓸 수 없다는 건 같은 걸까요?
ida         너무나 쓰고 싶은데 못 쓰니까 그게 이상한 거죠. 이런 이야기 많이 한 것 같아. 찌질한 것 같아요.
         하하. 좀 쿨해지세요. 하긴 저도 쓰고 싶은데 못 쓸 때가 있어요.
ida         저도 그 상태가 신기했어요.
         저도 사실은 계속계속 써야 되는 이유가, 다음에 글이 안 써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쓸 수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아무리 많이 써도 막상 뭘 쓰려고 빈 화면을 켜 놓으면 ‘내가 전에 글을 어떻게 썼더라’ 그런 생각이 든다.
ida         맞아요. ‘대체 저번 소설은 어떻게 쓴 거지?’
         ABC가 없어요. 그나마 은경이가 있어서 스토리 전개하는 데 도움을 받기는 하는데. 이다님은 그런 캐릭터 없어요? 이름은 다르겠지만.
ida         저는 단편이라도 모든 소설의 주인공이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누가, 니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은 다 똑같아, 그러는 거예요. 다르게 쓴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면 같아 보이나 봐요.
         이다님 캐릭터의 운명, 사명, 그런 게 있을까요?
ida         글쎄요.
         저는, 은경이만 제 캐릭터는 아닌데, 아무튼 은경이의 최근 모습을 보면 얘의 임무 같은 게 보여요. 제 남자 캐릭터들은 꽉 짜여진 세상을 못 벗어나는 편이거든요. 자기 목소리를 못 내고 잘 움직이기도 못하고. 그런데 은경이는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에요. 세상의 벽을 깨는 사람. 꽉 짜여진 세상의 제약을 뛰어넘는 사람.
         듣고 보니까 니가 더 심한 사골작가 같아.
         응. 은경이의 임무는 그거였던 것 같아요. 은경이는, 요즘은 자기 역할에 대해 알고 있어요. 나를 등장시켰으니 또 개고생을 시키겠구나.
ida         (저는 명훈님처럼) 사람과 사람의 소소한 일상을 못 그리는 것 같아요. 인간과 인간의 당연하고 일상적인 관계 같은 게요.
         먹는 장면이라든지. 그러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메시아처럼 사명을 띠고, 예언을 갖고 소설에 등장한 인물이라서 그 사회 안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니죠. 그게 아니라 뭔가 이유가 있어서 들어간 거예요.
ida         사회 속에 녹아 있지 않아요.
         이다님도 별로 사회생활 안 하시나요?
ida         그래도 열심히 학교도 다니고 직장도 다녔죠. 그런데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제가 잘 이해 못하는 때가 있어요. 그래서 SF를 쓰나 생각을 했어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과학은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긴, 꼭 일상이 들어가야 될 필요도 없잖아요. 맨날 겪는 건데.
         꼭 써야 된다는 게 아니라, 인물들이 뭔가 사명감을 갖고 등장한 것 같은 느낌이 된다는 거지. 책 두 권에 이르기까지의 글이 적지가 않은데, 주인공들이 똑같은 모습이라면 이들은 이 세계에서 어떤 일을 하는 인간으로 창조된 건가, 그런 질문이었어요. 심오하죠?
ida         생각도 안 해 봤어요. 기본적으로는 모든 글이 같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결국은 같겠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를 거예요. 은경이도 맨날 여기저기 나와도 다를 앤데. 저는 다 다른 애로 보여요. 이름이 은경이라고 똑같이 나오니까 같은 캐릭터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처음에는 다 다른 일 하는 애였는데 이름만 같은 애였어요. 요즘은 그게 쌓이다보니까 여기에서 뭐가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거고요.


대답이 짧아요

ida         뭐 하나 질문 받으면 답하기가 어렵네요.
         이런 질문 받을 일이 많지는 않을 거고요, SF에 관한 전반적인 질문을 많이 받게 될 거고. 좀 뻔한 정답을 갖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SF 작가로 활동하면서 불이익을 당한다, 묻힌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런 질문에 대한.
ida         어차피 내가 쓰는 게 SF인데 어쩔 수 없죠.
         대답이 짧아요.
ida         어떡하지? (웃음) (다시 대답) 이익을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니까,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걸 작가가 생각할 문제 같지는 않아요.
         제 경우에는 오히려 SF작가로 생활하면 작가 숫자에 비해 지면은 꽤 있기 때문에 좋다고 대답해요.
ida         지면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문단 쪽은 지면도 훨씬 많을 텐데.
         그런데 작가 수도 많으니까.


어떻게 알았어요?

엔딩1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ida         음.
         이렇게 읽어 줬으면 좋겠다, 뭐 그런.
ida         음.
         이다님 지금 속으로 ‘독자들은 독자들 읽고 싶은 대로 읽는 거죠 뭐’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ida         어떻게 알았어요? 천재예요!
         (이다님이) 늘 하는 소리잖아요.


죽을 때까지?

다시 진짜 엔딩

ida         열심히 써야죠. 한 편 한 편.
         언제까지 쓰실 건가요?
ida         죽을 때까지?
         언제까지 사실 건가요?
ida         저, 생명선이 굉장히 길거든요.

댓글 8
  • No Profile
    10.06.26 06:34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이래저래 인상적인 대목이 많았어요..
  • No Profile
    as 10.06.26 08:35 댓글 수정 삭제
    멋진 대담이에요.
  • No Profile
    정세랑 10.06.26 11:35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중요한 얘긴데 빵 터지네요ㅎㅎ
  • No Profile
    earendil 10.06.26 19:22 댓글 수정 삭제
    여기 멀리가는 이야기 또 한권 사려는 사람 있습니다. ^^

    ...아니 뭐, 거울본은 사인본이기도 하고 막차[[...] 타서 구한 거라 소중하기도 하고요. 포교용 보존용 예비용(?) 후세전달용[...] 뭐 기타등등의 이유로;;

    ...그렇지만 역시 제일 큰 이유는 작가선집 두권을 나란히 나뒀을때 통일성이 보기 좋다는 겉치레일 겁니다..OTL [그렇다고 안 읽는 건 아니지만..^^;]
  • No Profile
    elvenwhite 10.06.27 00:43 댓글 수정 삭제
    오래 사세요.^^
  • No Profile
    Asdee 10.06.27 21:16 댓글 수정 삭제
    생명선 만세!!
  • No Profile
    ijibang 10.09.12 02:53 댓글 수정 삭제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세분의 알콩달콩 즐거운 이야기..
    마치 저도 강원도의 그 집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정말로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같이 하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힛~
    두 분 화이팅이예요~ ^^
  • No Profile
    ida 10.09.29 15:27 댓글 수정 삭제
    한자: 인상적인가요 ^^
    as : 멋졌어요. 훗. 거울에서만 할 수 있는 대담...
    정세랑 : 빵 터지게 만드신 공은 모두 배땡님과 메디치 방청객님에게 ^^
    earendil : 가... 감사합니다. ...
    elvenwhite : 옛, 오래오래
    Asdee : 생명선!
    ijibang : ^^ 와. 부끄... 화이팅 감사해요. 구... 궁금한 거 물으셔도 전 답할 게... 이 인터뷰도 두 분 격려와 화이팅이 있어서 그나마 했지 땀 삐질삐질 흘리며 했다는... 으앙 몰라요. 지방님 언제 또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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