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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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답게 보이고 싶어요

 거울 종이책이 보통 동인지의 수준을 벗어난 데에는 내지 편집의 힘도 컸다. 어떤 분께서 지적하신 것을 서하님이 웹써핑 도중 봤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의 힘이 컸지만, ‘책’의 완성도와 ‘책다움’에 집착한 편집진 덕이기도 하다. 제작비와 두께 때문에 판형을 늘리거나 하면서 야망(!)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면도 있지만, 독자의 가독성과 여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외에 한글과 영문 폰트를 달리 쓴다거나, 문장부호를 달리 쓴다거나 하는 전문적인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ida 책처럼 보이고 싶다는 로망…… 전 그것밖에 없어요.

  예전에 아마추어 때는 폰트를 많이 다운 받아서 폰트가 많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이걸 하면 디자인이 좀 더 예뻐지겠지, 라고 생각하고, 생각한 대로 예쁘고 화려한 폰트로 했는데 책이 망했거든. 그래서 몇 번 하고 나니까 그냥 무난한 명조체와 고딕체가 최고다, 라는..

 ida 저도 깨닫고 있어요. 명조체와 고딕체가 최고예요.

 서하 저는 ‘타로카드’ 표지 영문 폰트도 되게 고민했어요. 살릴지 말지, 가라몬드(garamond) 같은 기본 폰트로 바꿀지…….

 자하 출판사에서 몇 권의 책을 만들면서, 언제나 차이는 신명조냐, 신신명조냐.

 다들 웃음.

 ida 무슨 명조냐의 차이군요.

 자하 SM3신신명조, 이런 것도 있고. 근데 기본적인 것에서 선이 조금 단아한 정도나 차이가 있어요. 행간이라든가.

 ida 명조 안에서 디테일을 찾아야 하는군요.

 자하 고딕도 좀 불편하고. 명조에서 너무 뚱뚱하지도 너무 홀쭉하지도 궁서체처럼 너무 그렇지 않고, 그런 거. 그 외에는 가독성을 위해 자간과 행간 문제죠.

 ida 다음에는 글씨 꼭 크게 하고 싶어요. 요새 이렇게 작은 글씨 잘 안 쓰잖아요.

 자하 (포인트가) 몇이에요?

 ida 10이요. 너무 두꺼워져서 10으로 했는데(보통 장르문학 소설은 10.3~10.6 정도 크기가 대세입니다―――자하).

 진아 다음에 수록작이 한 열 편 정도 되는 책은 키워봐요.

 서하 행간도 늘리고요.

 ida 네, 행간도 늘리고 싶어요. (이번엔) 눈물을 머금고 행간 줄이고(그래서)…….

 자하 그래야 가독성이 있어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타로카드 22제]의 내지에 들어간 타로카드 이미지들.

 자하 카드 이미지는 Cass Lemon님이고 설명은 ida님이 쓰신 거죠?

 ida 이미지 받고 깜짝 놀랐어요. 저는 타로 이미지 그린다고 생각했을 때 막막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간단한 사물 하나로 저렇게 타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지. 모자만으로 이걸 다 표현하니까…… 어떤 타로카드도 이렇게 하지 못했는데…….


 특히 감탄스러웠던 것은 10번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ortune)’와 21번 ‘세계(World)’의 이미지였다고 한다. 그 자리에 모인 제작진들은, 단순하면서도 철학적이고 깊이 있게 원래의 카드가 담은 상징과 함의를 잘 담아낸 이 이미지들을 토대로 언젠가 독립적인 미니 타로를 출시하고자 하는 야망에 잠시 불타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독자와 거울을 이어주는 통로: 보이스아이

 이번에 나온 두 책의 본문 오른쪽 귀퉁이를 보면, 독특한 문양 같은 것이 보일 것이다. 이것은 시각장애인 독자를 위한 음성 출력용 바코드, 줄여서 ‘보이스아이’라고 하는 것으로, 별도의 전용 리더기를 사용하면 본문 내용을 음성 청취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생소한 데다, 처음으로 도입하는 것이라서 제작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진아 바코드 관련해서 들은 질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이걸 왜 넣는 거예요?”였어요(웃음).

 서하 실존적인 질문이죠…….

 진아 네, 질문 안에 숨은 의미를 멋대로 상상해서 풀자면 “왜 갑자기 시각장애인을 신경 쓰는 거예요?”가 될 수도 있겠죠.

 ida 지금까진 몰랐잖아요.

 진아 그렇죠. 작년에 국제도서전에서 구경하다가 보이스아이에서 바코드 홍보하시는 분을 우연히 본 거예요. 제가 구경하던 부스에 들어오셔서 안내 책자 주고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따라가서 저도 안내 책자랑 명함을 받고 연락을 드려서 작업을 하게 된 거죠. 저희는 동인지고 많이 찍지 않는데 괜찮겠느냐고 했는데 혼쾌히 좋다고 하셔서…… 무료고……^^;
바코드가 들어가는 책 중에서 재미있는 책이 별로 없대요. 베스트셀러가 지나고 한참 후에야 작업이 될 듯 말 듯 하다고.

 ida 그게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진아 거기서도 나름 열심히 홍보를 하는 것 같은데 잘 안 되나봐요. 올해 성과물이 거울책이랑 해서 몇 안 된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ida 저는 정말로 이게 모든 책에 찍혀 나와야 정상이라고 보거든요.

 서하 책에 바코드를 넣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지금처럼 출판사의 자율에 맡기면 웬만하면 안 될 거란 말이예요. 저런 걸 법적으로 꼭 넣도록 하는 게 법에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ida 청각장애인을 위해 화면에 수화가 나오면 당연히 화면 가리는 거고, 당연히 (청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에겐 불편할 수 있을 거고. 보통 사람에겐 이거 괜히 가리고 불편하고 그렇지만, 해야 하는 게 맞잖아요.

 보이스아이는 시각장애인 독자가 정해진 위치(우측 페이지 우측 상단)를 손으로 찾아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본문 오른쪽 위의 위치를 꼭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것을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은 내지 편집이나, 표지 디자인의 경우에는 디자인적 통일성이 떨어져서 기존 출판사에서 꺼리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나왔다. 또한 바코드를 일단 삽입하고 나면 그 뒤 본문을 다시 수정하려 할 때, 바코드는 어떻게 수정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서 아무것도 고칠 수 없었다는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사실 제작 초기부터 바코드를 염두에 둔다면, 내지를 편집하는 단계부터 바코드 좌우 3cm의 여백만 미리 설정하면 되고, 게다가 바코드의 삽입은 수작업이 아니라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거울에서는 이번에는 일정이 잘 맞지 않아, 보이스아이에 원고를 보내서 바코드 작업이 된 원고를 돌려받았다). 그리고 ida님과 서하님 말씀처럼 이런 것은 법으로라도 제정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작업이다. 재미있는 책은 누구든 읽을 권리가 있는 것이니까. 앞으로도 거울 책은 보이스아이를 염두에 둔 채 작업할 것이고, 이런 작업을 더 많은 곳에서 취지를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디자인으로 끝이 아니다: 표지 후가공

 표지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할 때, 실물로 제작된 책의 표지가 어떻게 보일 것인가도 처음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표지에 코팅을 할 것인가, 제목 부분을 찍거나 볼록 나오게 할 것인가, 날개를 사용할 수 있나, 띠지를 덧붙일 수 있나 등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출판사에서도 제작비 문제로 모든 디자이너의 야망을 충족시켜줄 수 없는 법인데 거울에서야 말해 무엇하랴(……).



 서하 진아님께서 처음에 (이 두 책) 후가공 맘대로 해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신난다, 아무거나 하고픈 거 다 해봐야지, 하고 띠지를 넣는 건 어떨까요? 했더니 진아님이 띠지요? 하시는 거예요. 책 세로 길이 반 정도까지 올라오는 띠지를 하면 이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진아 돈 없어요. 라고 단칼에……^^;;; (죄송합니다~―――진아)

 자하 띠지가 제일 비싼 거 아시죠?

 서하 아, 그건 몰랐어요.

 자하 띠지랑 날개가 제일 비싸요(수작업을 요하므로 꼭 인력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자하).

 진아 책 가장자리가 너무 쉽게 상하고 하니까 날개는 해야 하는데, 띠지는……^^;;;

 서하 근데 [타로카드 22제]는 후가공 하나도 안했어요.

 진아 (안 고르셔서) 너무 다행인 거예요.^^; 그게 처음 생각보다 제작비를 많이 초과했기 때문에…… 얘네 둘이 지금까지 제작비 중 최고가를 쳤거든요. 초반에 아무 생각 없이 마음대로 하세요, 했는데(지금까지 거울책 후가공 정도는 늘 감당이 가능한 선이었기 때문에―――진아), ‘잃어버린……’에서 에폭시 하나밖에 안 고르셔서……^^;

 서하 저 UV 코팅은 조금 아쉬워요. 제목을 잘 보이게 하려고 반짝반짝하게 UV 코팅을 했는데, 웹써핑하다가 ‘특히 제목 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습니다’라고 쓴 블로그 포스팅을 본 거예요. 저건 볼록하게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반짝반짝하게 보이려고 하는 건데…….

 자하 서점 조명 밑에서 빛나게 (하는 게 주목적이죠).

 ida 만지기 좋으라고 있는 줄 알았어요(쓰다듬으며).

 서하 만지기 좋기도 하고요(웃음). 그렇지만 볼록 나온 것만 눈에 띄고 반짝거리진 않나 해서……(살짝 좌절).

 진아 보통 사람들은 그 차이를 잘 모르니까요. 형압과 UV 코팅의 차이는(쉽게 말해서 볼록 튀어나온 게 형압, 반딱반딱하게 덧씌운 게 UV 코팅입니다―――자하).

 ida 우리는 서점에 두고 파는 게 아니니까. 서점에 놔두면 빛날 거예요. 집에 놔두면 안 빛나는 거죠.^^;;

 언젠가 거울 책이 서점에 깔리는 날까지 파이팅?!?!!


 인쇄기 앞에서도 고뇌는 멈추지 않는다: 가격과 부수

 원고를 선정하고, 표지를 디자인하고, 내지를 편집하면 일이 다 끝난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오산이다! 출판사에서 일어나는 치명적인 실수 중 많은 부분이 인쇄소에서 수정되고, 인쇄되고 나온 샘플을 보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찍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인쇄소에서라도 수정이 되면 다행이고, 못 발견하면…… 성경 표현을 빌려다쓰자면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주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랄까.

 진아 인쇄소 가는 날 서하님에게 뭔가 일이 생길 것 같다 그랬어요. 서하님이 괜찮을 거라고 별 문제 없을 거라고 그랬는데 결국 생기긴 생겼죠.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가 책이 커서, 한 판에 네 장을 올려야 가격도 저렴하고 책 만들기도 쉬운데, 한 판에 두 장밖에 못 올린 거예요. 바코드 위치라도 바꿀 수 있으면 네 장 올릴 수 있었는데, 바코드 위치를 바꾸면 바코드를 찍을 의미가 없어서. 그래서 거기서도 가격이 조금 올라갔죠. 큰 사고는 아니었어요.

 서하 바코드를 안 해봤기 때문에 생긴 문제인 것 같아요.

 자하 100부를 더 찍느냐 마느냐도 있었고.

 ida 가격 책정도 이야기를 해보죠. 왜 적게 찍으면 비싸지나요?

 진아 100부를 더 찍더라도 더 드는 돈은 20만원, 30만원 정도거든요. 책이 얇으면 더 얼마 안 하고. 그러면 100부를 더 찍어서 제작비로 나누면 권당 책 가격이 떨어지죠. 근데 이번에 책도 두껍고 종이값도 오른 데다 증정본 나갈 걸 빼고 책 가격을 책정하다 보니까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는 권당 17,000원 정도가 나오고 [타로카드 22제]는 15,000원 정도가 나오는 거예요, 권당. 너무 비싸서 큰 마음 먹고 더 찍었죠.
근데 더 찍으면 쟁여놓는 게 문제가 되죠. 장소도 장소지만, 마냥 안 팔리는 책들을 껴안고 언젠가 얘네가 다 팔리기를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보통 예약 판매 기간에 제일 많이 나가고 그 후에는 드문드문 나가고, 다음 책이 나올 때 몰아서 옛날 책들 주문하시는 분들 있고. 그런데 이번에 그래도 권당 17,000원은 너무 비싸고…… 그래서 평소보다 좀 더 많이 찍어서 판매가를 좀 낮췄어요. 다행히 ida님께서 책도 보관해주시겠다고 하셨고.
근데 인쇄소 가서 좀 무서웠어요. 책도 두껍고 권수도 많고 하니까, 두 줄로 쌓은 책 박스가 제 키를 넘는 게 두 무더기가 있는 거예요. ^^;

 요약하자면 인쇄란 복사처럼 종이를 한 장 한 장 대응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단 인쇄판을 짜는(4×6전지, 국전지 등 규격의 지면 위에, 한 번에 여러 장의 표지를 인쇄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작업. 순화되지 않은 일본어로 ‘하리꼬미’라는 전문용어가 있으며 일부에서는 ‘터잡기’라는 용어를 제안하고 있습니다―――유서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추가비용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수를 늘릴수록 1/n로 나눈 책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출판사도 거울도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재고’이다(……). 개인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책이나 동인지의 경우 판매기간도 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처음부터 해두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인쇄소에서 쓰는 판을 생각해서 디자인하지 않으면 파지 비율이 높고 가격도 자연히 올라간다(파지에 관해서는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참조하세요―――자하). 거울에서는 겸사겸사해서 남은 부분으로 책갈피를 만들어 사은품으로 사용했다. 사은품 또한 대량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예전에 거울에서 휴대전화 액정 클리너를 사은품으로 증정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다른 주문과 운 좋게 합쳐서 한 것이라고 한다) 생각해볼 만한 처리 방법이 아닌가 싶다.



 만들었으면 팔아야지!: 홍보

 거울 종이책 홍보는 [제15종 근접조우]에서 혁신적으로 진화했다. 대문과 다른 곳에 퍼갈 만한 홍보 이미지(그 유명한 진아 V 캐릭터의 등장!)가 서하님의 등장으로 쇄신되었으며, 처음으로 제작진 인터뷰와 출간기념 파티를 하고, 공지를 그림으로 했던 때이기도 하다(이러한 아이디어를 낸 것도 배○○님이라는 것……. 공지와 홍보와 모임에 있어 이분의 공이 어찌나 혁혁한지!). 이후 [비몽사몽]의 예약 판매 공지는 ida님의 귀여운 만화가 포함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 진아 V 캐릭터가 등장하는 [제15종 근접조우] 출간기념 파티 광고 이미지(위), 그리고 양식장을 꿈꾸는 생선팔이 소녀 진아가 등장하는 [비몽사몽] 출간 광고 이미지.

 [눈늑대]부터는 베스트셀러 문학과 같은 품격을 갖춘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광고들은 그와 같은 궤도상에 있는 아름다운 광고 이미지였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구석에서 디자이너에게는 고민거리가 있었다고.

 자하 이번 광고 너무 좋았어요.

 서하 예약 광고에 쓴 태양이랑 시계 이미지를 스톡이미지 사이트에서 가져왔거든요.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면 쓸 수 있어서 (거울)광고에서는 쓸 수 있었지만 표지에는 쓸 수 없었어요. 물론 거울 책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안 쓰는 게 좋다 보니…….

 진아, ida 지금 표지도 좋아요.



▲ 표지 일러스트가 나오기 전, 이미지에 맞춰 임시로 작업했던 거울 대문.

 서하 전에는 표지 이미지가 이미 나온 시점에서 광고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예약 광고를 보고) 이번 표지 잘 나온 것 같다, 는 블로그 포스팅을 본 적이 있어요. 표지가 안 나온 시점이어서 임시로 만든 광고였던 데다가, 대충 이 정도 퀄리티의 표지가 나올 거라고 (독자분들이) 기대할 텐데, 그 정도가 안 되면 어쩌지, 하고 많이 걱정했어요.

 진아 [눈늑대]도 홍보 이미지랑 책 표지가 달라서 문의가 있었어요. 표지가 왜 다르냐고.

 서하 그런데 그 때는 두 개 다 명님의 일러스트였으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경우가 좀 달라서…….

 ida (그래도) 너무 훌륭해요.

 모두 광고 이미지의 퀄리티에 감탄할 때 편집장은 다른 것에 감탄했다는 후문.

 진아 표지 나온 다음에, 서하님이 자게에 예약마감 임박 홍보 이미지 만들어서 올리셨잖아요. 사실 저는 그거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몇 년 같이 작업해서 이제 이렇게 호흡이 잘 맞는구나…….

 서하 작업 끝나고 나니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여쭤보질 못했어요.

 진아 아, 진짜 잘 올리셨어요.

 여기에는 또한 홍보할 곳마다 부지런하게 퍼가는 날개님과 다른 많은 필진들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 이제는 만드는 것만큼이나 표현하고 홍보하고 파는 것이 중요한 시대. UCC 등 새로운 홍보방식에 대해서도 가벼운 이야기가 오갔다.


 거울 종이책의 힘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와 [타로카드 22제]라는 두 책의 제작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획물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는 부분은 있지만 두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다시 한 번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1. 기획 및 마감

2. 작품 선정 또는 집고

3. 제작진(표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내지 편집자, 교정자) 결정

4. 디자인 및 편집

5. 가격 및 부수, 사은품 등 최종 결정

6. 인쇄 및 제작

7. 판매, 홍보와 기타 작업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거울 종이책이 꾸준히 나올 수 있었던 힘이 차츰 실체로 잡히는 느낌이었다. 모두 연결된 요인이지만 이를 둘로 나누어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째, 편집장이 관리자로서 중심을 잡은 가운데 분업 체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일했던 사람이 또 일을 하더라도 자신의 전문분야만 하면 되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사람은 따로 있으므로 절대적인 일의 양이 많지 않다. 자신이 해왔고, 욕심을 가진 분야의 일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질 또한 좋을 수밖에 없다.
최근 거울의 책을 제작하는 데 관여한 이들은 각자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책을 물건으로 보고 그 자체의 완성도에도 집착하는 면을 보여서 책의 품질이 좋아지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그러나 농담 반으로 제작진들은 이러한 공을 편집장의 ‘매력’에 돌렸다. 알아두시라, 편집자의 기본 말투는 “아잉~”과 “알면서~”와 콧소리이다!). 물론 야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로서도 관리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개인의 사정과 야망을 고려하여 일에 들인 공과 보상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 순환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어느 모임이든, 어떤 큰일이든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사람이 있고, 노력과 시간을 퍼부을 수 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게 없으면 시들해지고 지치기 마련이다. 거울 종이책은 계속 이어가며 독자와 약속한 바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노력을 들인 만큼 금전적인 것은 아니라도 보람을 느낀다거나 개인적인 원을 푼다거나, 이익을 보진 않더라도 늦게라도 원금을 일정 부분 이상 회수할 수 있게 하는 등 순환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에 많은 애를 썼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속한 붕가붕가 레코드의 모토가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이라던가. 대표하는 사람이 최종결정은 내리되 실질적인 과정은 구조적으로 기틀이 잡혀 있으며, 이전 세대의 노하우를 다음 세대가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한 집단이 존속하고 문화가 유지될 수 있다. 누군가가 보기엔 너무 느리게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보기엔 멈춘 걸로 보일지 몰라도, 이것은 어느 공동체에서든 통할 진리라고 본다.



 이번 제작노트 정리와 제작진 인터뷰를 통해 거울 종이책 또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해왔던 작업을 매뉴얼화하고, 다음 책을 만들 때에는 처음부터 편집회의 자리를 마련해서 기획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것이 다음 책을 만들 때 실현된다면 거울 종이책이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자리에 나와 주셨던 제작진 여러분(유서하님, ida님, 명님), 멋진 내지 카드 그림을 주신 Cass Lemon님, 힘들게 쓴 글을 실은 필진 여러분, 제작하고 홍보하는 데 도움을 아끼지 않은 거울의 일원 여러분, 예약판매 또는 그 이후에 책을 사신 독자 여러분, 거울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께 이 기사를 바칩니다.



 부록 1. 다음에는!

 서하 이번에 해보고 싶었던 건 다 해봤어요. 텍스처 넣어보고, 글씨 쪼개보고. (그래도) 다음에는 띠지를 해보고 싶어요. 광고용으로 흔히 쓰는 띠지가 아니라, 띠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요.

 진아 네, 저도 (돈만 되면) 꼭 띠지 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거울은 사실 다들 무료 봉사하시는 거라 가능하면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나 편집자나 로망을 충족시켜드리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회사나 그런 곳에서는 못하는 걸로요. 물론 거울도 한계가 있고, 얼마 안 되는 자금에서 해야 해서 제한이 되게 많긴 하지만 가능하면 가능한 대로…….

  거울 로고 안에 은박 코팅 해도 재밌겠다. 테두리는 까맣게 하고. 홀로그램 하면 안 될까?

 서하 책등이 좀 많이 아쉬워요. 다음에는 캘리그래피도 꼭 해보고 싶어요. 손 글씨 쓰는 거. 저 거울 책에서 처음 해본 거 되게 많아요(캘리그래피는 기프트샵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글씨로 도장을 만들거나 팬시제품에 넣어 활용하는 등 요새 각광받는 디자인아트입니다―――자하).

 진아 우리 처음으로 가격 넣었다. 왜 늘 가격을 안 넣었는지 몰라.

 ida ISBN만 넣으면 (우리도 진짜 책!).

 진아 거울책 너무 각 잡고 만들잖아요. 이제 와서 돌아가긴 좀 그렇고... 근데 좀 가볍고 재치 있는 느낌으로도 기획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 거울책은 제가 이제 와서 서문에 “사실 저는 무능하고, 제가 제일 잘 하는 건 능력 있는 분들이 일하는데 방해 안 되도록 조용히 구석에 있는 거고……”라고 쓰기가 좀 그래요. 그간 너무 각 잡고 써와서(왜 그랬을까ㅜㅜ);;;

 자하, ida 그거 괜찮은데요.

 자하 그 정도는 지금도 할 수 있어.

 진아 그, 그래(다음 서문 소재 얻었다! 꺄하하―)?

 그러나 결론은…….

 서하 저는 이제 글을 좀 써야 하는데…… 제가 계속 글을 못 쓰고 있어서…… 거울 오시는 분들이 쟤는 원래 표지 디자인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봐…….

 자하 저는 기사 필진입니다(웃음). 단편은 이제 거의 포기……(현재 장편 집필 중).

 진아 아, 서하 님은 작품이 들어간 책은 두 권밖에 없죠.

  난 한 번도 없어.

 진아 명님은 원래 장편 필진이죠. 저, 언제 다시 쓰실……?

  (……외면)

 글을 씁시다!!



▲ 보너스: 초기 기획 중 하나였던 ida님의 표지 일러스트.


 부록 2. 시각장애인 독자를 위한 음성 리더기 바코드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

 이번에 거울이 협력하여 바코드를 설치한 파트너는 “보이스아이” 주식회사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쇄물 음성변환 장치’를 개발·보급하는 시각장애인용 보조공학 전문업체라고 한다.

 인쇄물 음성변환 장치란 2차원 바코드라는 첨단 IT기술을 통해 도서 본문의 내용을 사람의 육성으로 변환해줌으로써, 시각장애인 독자가 독립적으로 출판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각장애인의 대안적 도서 접근 수단이다.

 지난해 4월 11일,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는 민원인에게 공개 및 발급되는 각종 문서와 출판물에 대하여 시각장애인에게도 차별없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경우, 장차법 발효에 따라 ‘시각장애인에게도 종이로 인쇄된 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을 열어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주민등록등·초본 등 총 130여종의 인터넷 제증명서류, 대법원 판결문, 관보 등에 이미 음성변환 바코드가 도입되었고, 민간에서도 ‘월간 샘터’와 ‘주간 한겨레21’ 등 정기간행물을 비롯하여 수 십여종의 도서에 인쇄물 음성변환 바코드가 적용되었다. 그러나 아직 바코드가 적용된 도서의 총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예로 ‘2007 한국도서관 연감’에 따르면, 06년도 전국 564개의 공공도서관 총장서 수는 약 5천만권인데 그중 시각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점자나 음성변환 바코드 등 대체자료는 약 10만종으로 0.2%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상당 부분 중복된 자료이다. 연간 약 5만종의 신간서적 중 대체자료로 변환되는 것은 약 1천종으로 2%에 불과한 실정인 것이다.

 이에 (사)한국 시각장애인 연합회와 (주)보이스아이에서는 출판물에 ‘인쇄물 음성변환 바코드’를 도입함으로써, 시각장애인 독자에게도 독서할 권리를 찾아주자는 순수한 비영리 목적의 참여 운동으로서 ‘1출판사 접근성 우수 도서 3권 갖기’ 캠페인을 홍보 중이며, 발행 도서에 인쇄물 음성변환 바코드 적용시 접근성 우수 도서 인증제도’의 정착시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것을 국립 중앙 도서관 및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바코드에 대한 인식이 우선 널리 퍼져 있지 않으며, 본문 중 거울 제작진이 추측한 것과 같은 불편함, 그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이 없다는 것, 또한 실무적 차원에서 윗선과 실무진의 의견이 맞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 보이스아이의 보급은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독자에게도 재미있는 책을 읽을 권리가 있는 것이 당연하며, 적극적인 동참 의사만 밝힌다면 추가적인 비용도 발생하지 않으니 하루 빨리, 많은 출판사와 책 제작자가 함께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보이스아이에 대한 위 내용은 보이스아이 대표 노영관씨께서 제공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관심이 있는 분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하시거나 홈페이지를 방문하시기 바란다.

 노영관 Noh, Young_Gwan
 서울시 구로구 구로3동 197-5 삼성IT벨리 214호
 (TEL) 02-2028-2300~4 (Extention No. : 115)
 (FAX) 02-2028-2309
 (Mobile) 010-9387-1789
 (E-Mail) doremi1789@voiceye.com
 (URL) www.voiceye.com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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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윈 10.01.31 09:14 댓글 수정 삭제
    별 생각 없이 눌렀다가 엄청 꼼꼼하게 읽었네요. 다들 정말 수고가 많으세요. 돈이 없어서 안(못-_-) 사고 있었는데, 돈 들어오는대로 바로 사고 싶어졌습니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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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 10.02.04 22:06 댓글 수정 삭제
    수고롭고도 재미있는 기획기사, 잘 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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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소연 10.02.05 02:21 댓글 수정 삭제
    오오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책이 만들어지고 있었군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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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10.02.05 03:09 댓글 수정 삭제
    편집장님의 매력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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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영 10.02.24 11:23 댓글 수정 삭제
    연수갈 때 거울책을 많이 갖고 가는 편인데, 동인지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라요. 흥미를 갖고 무슨 책 읽냐고 물어볼 때, 그 느낌 있잖아요. 이번에 새로 나온 신간? 새로 출판된 책인가? 라는 것 같은 느낌의 물음. 이게 다 거울 분들의 노력이었군요. 대단하네요.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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