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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래님

{종의 기원 - 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입니다. 한 작품만 해서 아쉽네요. {종의 기원}은 세계의 치밀함은 이야기할 것도 없고, 거기에 들어맞는 캐릭터들의 논리가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죠. {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의 경우엔 그 논리에서 연장선에 놓여져 있었는데, 종의 기원에서 암시되었던 주인공의 파츠들이 사용되며 {종의 기원}의 결말을 깨끗하게 마무리 짓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좋아요.



물님

그는 자신이 타인과 이렇게 거리를 두게 된 이유는 어머니가 도무지 따뜻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인간냉장고’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치료 초반에 이미 나는 그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애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류가 힘든 어렵고 복잡한 내담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담자에게 어머니를 면담해도 될지 동의를 구한 다음 그 ‘인간냉장고’를 만날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몹시 따뜻한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자기 아들을 매우 사랑하고 염려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담자를 낳고 나서 몇 개월 동안 심한 전염병을 앓았기 때문에 내담자를 안아주거나 손을 댈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내담자를 맡아준 친척들은 최소한의 양육만 했을 뿐이다. 그가 내면화한 냉장고 엄마는 실제로는 자신이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아들이 거부한다며 상담실에 앉아 울고 있는 따뜻한 엄마였다.

――― 제 7 장 동일시의 평가, ‘정신분석적 사례이해’ 낸시 맥윌리암스

아기원숭이가 보드라운 담요로 쌓여있는 가짜 모형에 매달려있는 심리학개론의 사진.
내가 누군가의 일부가 아니라 분리된 개체가 되었을 때,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다른 대상을 경험할 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감각.
나와 타인을 동시에 인지할 수 있는 방법.
아기는 엄마 품에 안기고, 사물을 만지고, 결국은 다른 이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맞닿고.
내가 분리된 존재가 아닌 누군가와 다시 하나임을 확인하고 싶은 소망……
그 원초적 소망을 잡아낸 작가에게 감탄했던 작품
{촉각의 경험}을 제일 좋아합니다.



쓺님

사실 뒷통수 제대로 맞은 단편들이 꽤 됩니다. {땅 밑에}, {다섯 번째 감각}, {우수한 유전자} 등등. 나름 추리도 SF도 좋아하는데 왜 눈치 채지 못했을까! 하고 분한 마음이 드는 건 아닌 것도 아닌 것도 아니지만요.
말장난은 됐고……음…… 소위 '경이감'이라는 건 국내 SF 작가 분들 중 김보영 님의 작품에서 처음으로 느꼈거든요. 그 이후 이것 저것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개중 가장 최근에 읽은 게 바로 {거울애}입니다.
이걸 왜 이제야 읽었나 싶었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던 단편이네요. 무엇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짜, 레알. 읽고나서는 실제로 그런 병이 있는 건가 하고 찾아보기도 했고요.
어쩌면 그냥 최근에 읽은 거라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걸 수도……;; 그냥 다 좋아요. 아오 이거 꼭 하나만 골라야 하나요?



Lagoon님

좋아하지 않는 단편이 있겠냐만은, 하나만 고르라면 {마지막 늑대} 를 고르겠습니다.
ida님 글 중 두번째로 읽은 글인데, 내용도 좋았지만 ida님 팬이 된 계기가 된 글이라서 다른 글보다 좀 더 좋아합니다. 후세에 전한다는 그 노래를 읽고는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웃었던 ^^;; 추억도 있구요.



碧님

김보영님의 작품 하나를 읽고는 뿅 가버린 뒤 앞으로 읽을 다른 작품들이 줄줄이, 많이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저로서는 개중 '가장' 이라고 하나를 꼽는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제일을 꼽자면 크로스로드 단편선에 있던 {땅 밑에}가 될 겁니다. 제일 처음 읽었던 김보영님 단편이었지요. (네. 읽고는 뿅 간 그 작품이요.)

'지국과 천옥'부터 시작되는 설정부터가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마지막의 그 별빛 쏟아지는 아름다운 반전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사는 곳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지만("……엥?" 하면서 그 부분을 소화하려고 반복해서 읽던 기억이 나네요.), 덕분에 주인공의 열망이 갖는 의미도 더 크고 깊어진 것 같고… 결말에도 더 이입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사방팔방 어디로도 새로운 무언가를 상상할 수 없는 꽉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고픈 갈망―오래 묵고 묵은 그곳 사람들의 염원. 사방팔방 무한히 이어지는 우주를 '다시' 발견했다는 감격. 눈길 닿는 곳마다 자리한 별들의 아름다움. 그 무한한 무지의 영역. 무수한 새로움…….

실현될 가망따위 없다며 오래 전에 체념해버리고 지워버린, '현실적인' 이들이 극구 말리는데도-스스로도 어리석은 짓일지 모른다고 자책하면서. 끝내 떨치지 못한 열망을 품고 산소부족과 열기에 시달리며 하강을 계속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무언가에 그렇게 홀리듯 매혹되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읽는 동안 '스러지기 쉬운 열망이 세상엔 얼마나 많나…' 하는 씁쓸한 현실감을 깔끔히 지워낼 순 없었지만. 한편으론 그런 열망을 갖는다는 데 대한 부러움과 은근한 질투도 느꼈던 것 같고… 그렇게 이래저래 범벅된 묘한 기분에 빠져서는 이 사람의 얘기가 결국엔 어떻게 마무리될까… 지켜봤지요.

결국엔.
앞서 적었지만서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탄식처럼 "멋지다……"를 내뱉을 수밖에 없더군요.
저는 좀 꼬인 인간인지라… '이렇게까지 무리하는데 주인공이 땅 아래서 발견할 뭔가가 아주 대단한 게 아니라면 떫은 감각으로 페이지를 덮게 될 듯…=_='하고 덤덤히 읽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준비하고 있었는데도 결말부를 읽으면서는 기분좋게 '당했다'는 느낌이었어요.

끝내 그곳 사람들의 오래묵은 염원이 실현되는 것을 눈 앞에 둔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도 멋졌지만, 그의 모습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내보여주며 서서히 읽는 사람 마음을 끌어들이고는, 더 없이 찬란한 결말을 베풀어 준 작가도 멋졌습니다.

이후 거울의 단편들에도 눈을 돌리고, 김보영님이 참여하신 단편집들도 야곰야곰 읽어나가고 있는데, 이 글에서 느꼈던 그 따스한 느낌은 어느 작품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힛.
보영님 계속 건필하시길 바라요.



해오라기님

{종의 기원}입니다!  제가 최초로 읽은 ida님의 작품이고 그 상상력에 감탄해서 SF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에게 있어 상상력에는 정말 끝이 없다는 것을 명실상부 일조한 작품이었습니다. 여전히 읽어도 읽어도 감탄밖에 안 나옵니다. 덧붙이자면 너무 좋아서 학교 독후감에 몰래 쓴 적도 있습니다.^^



권숙정님

김보영 작가님 단편중에 제일 좋았던건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예요.
김보영작가님 단편집에서 본건 아니구요 오멜라스 출판사에서 천문학 무슨 특집으로 나온 백만 광년의 고독이라는 책에 실려있던 단편입니다.

김보영님 단편들은 마지막의 앗 하는 반전들이 재미있어서 좋아해요 고민많이했는데 전 그래도 이 단편이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따뜻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백만 광년의 고독이라는 그 책은 실망한 점이 많았는데 김보영님 단편이 실려있어서 그나마 그 주제가 살아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천문학이 주제인 단편집에서 별이라는 거에 그렇게 의미를 담아서 썼던 단편은 그거 하나였거든요. 김보영님의 특징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그 반전도 좋았어요. 주인공이 기면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기면증이 아니라 지구인처럼 잠을 자게 되는 우주인이 주인공이었던 거거든요. 주위사람들이 다들 병이라고 생각한 자신의 기면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몇 천 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날라온 메세지에 희망을 가지고 바라보는 묘사들이 가슴을 자극했어요. 그곳에서는 밤에 기절하는 것에 대해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잘자라고 인사해줄꺼야 라고 말하는 문장에서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희망이 느껴졌거든요.
천문학이라는 주제는 전 좀 멀게 느껴지는데 이 단편은 그런 생각을 없애주었어요. 그건 김보영님의 실력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밤하늘의 별이 어쩌면 은하계의 다른 우주인에게는 희망으로 느낄 수도 있다는 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민같은 것도 다른 은하계의 어떤 우주인들의 행성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 아닐까 싶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천문학이라는게 별에 대한 학문인데, 천문학특집으로 나온 그 책의 단편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 별에 희망을 느끼고 의미를 가지게 해준 이 단편이 저는 김보영님의 단편들 중에서도 제일 마음에 들어요.



버블님

{촉각의 경험}

단 한가지만 고르기 너무 힘들었지만, 역시 개인적으로는 ida님을 촉각의 경험으로 제일처음 만났던 만큼 가장 인상깊었던것은 촉각의 경험입니다.
김보영님의 글은(특히 SF) 굉장히 이성적인 인물들이 이성적인 이야기를 하고있지만 그 본질은 너무나도 감성적이며 누구나 공감 가능한 인류애적 이미지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러한 김보영님의 글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것이 촉각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조한 문체 속에서 피어나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단순하기까지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아름답게 글을 쓸 수 있다는것― 그것을 한국 SF 작가에게서 느꼈다는것이 너무나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그순간 만큼은 어슐러 르귄이 부럽지 않았어요.



자누님

{종의 기원}

로봇의 시선에서 존재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란 인간 다운 고민을 풀어 헤쳐나간다. 결국 나는 거기에서 로봇 케이와 동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결말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현재 우리의 불완전함 그대로 케이 혼잣말이 우리에 내면에 다시 물음을 다시 온다.
사람들 내면의 본면의 원초적인 그 고민들로 이 소설이 내 마음에 깊이 내려 앉았던것 같다. 정말이지 마음 깊이 오래 남는 좋아하는 단편이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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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림 10.06.26 07:50 댓글 수정 삭제
    저도 <촉각의 경험>이요.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를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에서 깜놀했거든요. 그 뒤로도 이다님 작품은 늘 저를 놀라게 했지요... 그냥, 그 글을 읽고 산다는 것에 대한 누적된 절망,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펑하고 날려 보내고 산다는 것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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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마리 10.07.08 20:13 댓글 수정 삭제
    촉각의경험도 굉장히 놀라웠는데, 전 하나만 꼽으라면 <다섯번째 감각>을 꼽고 싶네요. 마지막에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에서 전율이...
    과연 인간에게도 정말 잃어버린 육감이 있을까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이해하길 거부하는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감명깊었는데,
    그냥 그 소리라는 새로운 감각, 주인공에게는 새로운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것에 대하여 느끼는 그 감정묘사가 너무.. 멋졌습니다.. 마치 제가 소리를 다시 찾은 느낌이더군요. 너무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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