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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세계를 여행하는 배낭족을 위한 안내서
――― 글과 음악으로 안내하는 보라 작가의 작품 세계

기획 : 진아
작성 : 자하

 한 작가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는 다양하다. 어디에서 상을 탄 것을 보았을 수도 있고, 잡지나 사이트나 단편집에서 우연히 글을 보았을 수도 있고, 누군가 추천했을 수도 있다. 이번처럼 갑자기 어느 사이트에서 특집을 했을 수도 있고. (웃음)
 일단 이름을 알고 관심을 가지고 글을 보려고 사이트에 들어왔더니 작가의 프로필은 다양하고 글 수는 게시판 목록이 한 페이지가 넘어가면 고민이 시작된다. 뭐부터 읽어야 하지?!

 거울 필명 보라, 본명 정보라인 이 작가, 그렇게 고민의 대상이 될 법한 작가다. 일단 프로필을 보자.

 거울 66호에 단편 {죽은 팔}을 게재하며 시간의 잔상 필진으로 합류했고, 그 후 83호까지 1년 7개월 동안 발표한 단편만 21편이다. 2008년 11월에 중편 {호(狐)}로 제 3회 디지털 작가상 공모전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이어 단편 {죽은 팔}이 판타스틱 2009년 봄 호에, 단편 {암살}이 판타스틱 2010년 2월호(통권 23호)에, 단편 {은아의 상자}가 황금가지 환상문학단편선 [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에 수록되었다. 2010년에는 전자책 출판사 피우리에서 단편집 [방문]을 출간했고, 새파란 상상에서 첫 장편 소설인 [문이 열렸다]를 출간했다.
 안드레이 플라노토의 [구덩이], 브루노 슐츠의 [계피색 가게들], 같은 작가의 [모래시계 요양원] 등을 번역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작품 활동 매우 왕성한 작가다.


 어떤 글을 쓰는가에 대한 단서도 프로필에 한 줄 적혀 있다. “어떤 소재나 주제도 전부 치정극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으며, 읽고 나면 마음이 어두워지는 이야기를 주로 쓴다.” 단서와 자료를 찾길 즐기는 사람이라면, 거울 기획 기사로 올라온 작가 설문에서 이 작가의 타이틀이 “섬뜩한 집착과 처연한 감성, 어둠의 작가”라고 붙은 것도 찾을지 모른다. 이게 표지판 정도는 될지 모르겠다. 실제로 뭐가 있는지는 발을 아니, 눈을 들여봐야 아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것 참, 표지판 하나 믿고 지도도 없이 달랑 배낭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막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모처럼 이름 좀 새기고 관심 좀 가졌으니 직접 다녀봐야 매력도 알 텐데 도대체 이 넓은 세계 어디부터 시작한다?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작가 보라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이 나섰다. 이름하여 [보라 세계를 여행하는 배낭족을 위한 안내서]. 거울에서 동료이자 라이벌이자 무엇보다 우등독자로 활동하는 거울 필진들이 추천하는 단편, 그리고 추천하는 이유가 실려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밋밋한 여행길이 될까 봐 마련한 보너스! 역시 필진들이 추천하는 ‘보라 세계를 여행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도 당신을 기다린다. 눈으로 떠나는 여행에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면 준비됐는가? Don't PANIC!


1. 보라 세계가 낯설 독자들을 위한 안내

작성 : 진아

{귀향}

보라 님 글 중 한 편을 고른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는데요. 많은 고민 끝에 {귀향}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거울 72호에 실렸던 작품이자 전자책 [방문] 수록작인데요. 어둡고, 음울하고, 뒤틀린 관계를 그리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보라 님의 매력이 잘 드러난 글입니다.
놀랄만한 미청년이 등장하는 치정과 살인극 때문에 고른 게 절대 아닙니다. (엄숙)


작성 : askalai

{귀향}

책이나 영화만이 아니라 작가에게도 '끓는점'을 적용할 수 있다면, 내게는 이 단편이 정보라라는 작가의 끓는점이었다. 꽤 긴 분량을 휘어잡고 끌고 가는 흡인력도 감탄스럽지만, 매끈한 얼음 표면 아래로 흐르는 격류(아마도 붉은색) 같은 건조한 격정이 가장 매력적.


작성 : pilza2

{아이를 안고 있었다}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기억과 애착은 버릴 수도 잊을 수도 없다. 그들은 아직도 우리 주위를 떠돌고, 몸 어딘가에 달라붙어 있다. 아이를 안고 함께 가는 남자의 초연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암살}

작가의 특기인 섬뜩함과 에로틱함이 만개. 결말에서 주인공은 해방을 맞은 걸까, 아니면 삶의 목적을 잃은 걸까? 새장 속에서 나고 자란 새가 갑자기 바깥으로 던져진 듯한 막막함이 느껴진다.



2. 보라 세계를 여행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작성 : pilza2

리베르탱고(Libertango) - 아스토르 피아졸라

여러 연주자가 연주한 탱고의 고전으로 우리나라에는 김연아 선수가 공연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덕분에 알려졌다.
탱고는 열정과 에로스의 음악이지만 동시에 식민지 주민의 슬픔과 한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양면적인 매력이 특히 「암살」과 잘 어울리며, 보라님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맞는 것 같다.
http://www.youtube.com/watch?v=RUAPf_ccobc



작성 : 자하

보라님의 소설을 볼 때 어울리는 것은 환상적인 영화를 수놓았던 사운드트랙과,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감성을 지닌 국내 인디 여성 뮤지션들의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공포영화 사운드트랙만 생각났었지만, 최근 작을 보노라면 어울리게 들을 수 있는 음악도 보라님의 작품 세계에 따라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보라님을 어둠의 작가라고 하고 치정극을 선호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작품에서조차 뜨거운 에너지와 음습하지 않은 욕망이 꿈틀대고 있으며, 언제인가부터 거기에 냉소적인 유머감각과 이야기꾼의 목소리까지 갖추었기 때문이다.

아래 소개하는 음악들은 무순이다.



뎁(Deb)의 1집 앨범 [Parallel Moons]

페퍼톤스의 객원보컬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정규 1집 앨범이다.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음식으로 치자면 통통 튀는 씹는 맛이 있는 목소리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를 담은 가사, 그러면서도 경쾌한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어 뭐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을 지니고 있다. 딱히 한 곡을 추천할 게 없이 통째로 앨범 자체가 보라님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한희정의 1집 앨범 [너의 다큐멘트]

더더의 2기 보컬이었으며, 홍대 인디밴드 푸른새벽의 일원, 그리고 그룹 해체 후 솔로로 데뷔한, 역시나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한희정의 정규 1집 앨범이다. 산뜻한 봄바람 같으면서도 한구석에 우울한 향이 배어 있는 듯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앨범을 채운 곡들 또한 물로 치자면 실개천부터 늪과 바다까지 그 분위기와 형태가 다양하다. 특히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너의 다큐멘트]가 보라님을 연상시키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브루노 쿨레 - [코렐라인: 비밀의 문 OST]

닐 게이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3D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사운드트랙이다. 브루노 쿨레는 마이크로코스모스, 코러스 등의 영화에서 이미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 바 있는 프랑스 출신 음악가라고 한다. 팀 버튼과 유사하지만 조금 더 산뜻한 다크 판타지(그게 뭔가!)의 분위기를 풍기는 코렐라인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음악 또한 대니 앨프먼의 음악에 비해서 악기와 코러스 구성이 가볍고 이색적이다. 영화 사운드트랙이기에 중간중간 뮤지컬 노래가 나와서 분위기가 바뀌지만, End Credit와 Dreaming 등 영화의 메인 멜로디 부분이 보라님의 작품에 매우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병우 - 마더 OST 중 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는 영화 [스캔들], [장화, 홍련], [왕의 남자], [괴물] 등에서 독특한 음악세계를 선보였던 영화음악가 이병우가 음악을 맡았는데, 기타 선율을 중심으로 심연을 건드리며 인간을 어루만지는 듯한 이병우의 음악은 보라님의 작품을 읽을 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마더]의 앞과 뒤를 장식하는 곡인 춤을 고른 이유는, 처연하고 질곡을 담고 있으면서도 결코 끊어지지 않는 마더의 강인함이 꽤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미국 드라마 [House OST]

내가 들은 버전은 국내에서 American TV Drama Collection Vol.4 로 나온 것이다. 하우스의 OST라고는 하지만 이미 출간되었던 팝송을 삽입하고, 거기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곡들을 모은 앨범이다. 고집불통 괴짜의사 하우스와 그를 둘러싼 의사, 병원,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들에서 대체로 엔딩 부분 가까울 때 나오는 음악과, 하우스의 오프닝에 흐르는 곡이다. 그중에서도 고르라면 오프닝에 흐르는 Massive Attack의 [Teardrop], 그리고 앨라니스 모리셋이 부른 [Not As We]를 추천한다. 약간 우울하면서도 따뜻한 것이, 작품 하나하나에 딱 맞는다고는 할 수 없어도 작품들을 읽고 나서 떠오른 느낌과 어울린다.


불꽃심장(일본명 Shinjou Hanabi)의 음악들

2008년 웹에서 먼저 등장한 피아노곡 연주가&작곡가인 불꽃심장의 음악들도 보라님에게 매우 어울린다. 오로지 피아노 하나로만 연주하지만 때로는 센티멘탈하게, 때로는 폭주하며 절규하듯이, 그리고 그 어느 때에도 격렬하게 건반 위를 오가는 음들이 특히 그렇다. 유명한 곡으로는 요새 럭셔리 그랜저 광고 음악으로 쓰이는 [黑-환각의 춤]이 있으며, 이 외에 [恨(Grudge)], [Tempest], [天火 폭뇌] 등이 인상적인 음악이다.


작성 : 유로스

죽은 팔 : Mother Gong - Hands





처음 거울에 올리셨던 작품입니다.
Mother Gong의 Hands는 스산한 보라님의 글에 안성맞춤인 곡이죠.


사흘 : 이병우 - 혼돈 / 슬픈 기억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장화, 홍련} OST가 생각났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곡을 떠올리셨는지요?



몸하다 : 버디 비츠 에일리언 - Little Match Girl





아이러니한 작품에 걸맞는 곡입니다.
(사실 이 곡은 원래 우주인과의 First Contact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물고기 : The Fury Abstract - The End



최근에 신작을 발표한 The Fury Abstract의 곡입니다.
밴드 이름과 묘한 조화를 보이더군요. 음악은 격하지 않습니다만.
이 음반은 밴드의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차가운 손가락 : 스왈로우(Swallow) - 봄의 피로





보라님의 글은 역시 현악기가 잘 어울릴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연주곡입니다.



전화 : 못 - 현기증





보라님의 글과 못의 노래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작품과 이 노래는 더욱.



내 이름을 불러줘 : 네스티요나 - Present / Song for my Father





네스티요나의 음악과 보라님의 글이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둘을 동시에 접했을 때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바늘자국 : 바세린 - Hortus Metus





쓸쓸한 듯한 여운이 남는 곡입니다.
In This Madness와 비교해가며 들어보시길.



기내안전수칙 : 더더 - Alice





'아무렇지 않은' 핏빛을 표현하기엔 더더의 이 곡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무 것도 몰랐던 남자 : 잠 - 기우





슈게이징 밴드 잠(zzzaam)에 수록된 '기우'라는 곡입니다.
장난스럽고 진지한 파국에 대한 음악으로 적절할지 모르겠군요.



메밀꽃 필 무렵 : 이병우 - 헨젤과 그레텔 OST





'잔혹동화' {헨젤과 그레텔}이 어른들에 대한 아이의 응징(?)이었다면,
보라님의 {메밀꽃 필 무렵}은 귀신의 응징이라고 하면 될까요?



왕의 창녀 : 못(Mot) -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암울한 못의 노래가 작품과 어울립니다.



사막의 빛 : Gong - Bombooji / Bosch`s With You - Dreams that come a Thing



Gong의 75년작 {Shamal}에 수록된 곡입니다.
표지만 보셔도 제가 왜 이 곡을 꼽았는지 아시겠지요?
재즈-프로그레시브록의 느낌이 재미있는 곡입니다.



러시아의 포스트록 밴드 Bosch`s With You의 곡입니다.
뮤직비디오가 무척 인상적이지요.



한 번 사는 인생 : 카프카 - 황혼의 노래





장르는 트립합입니다. 가사와 같이 음미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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