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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획/대담 : 인터뷰2 : 작가 대담 2/2 by ida+askalai+배명훈+콜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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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획/외부 감상 : 단편 리뷰 : 현실 그 자체로서의 환상 - 진아와 환상소설 by 현서
6. 기획/일반 : 웹툰 : [지우전] by ida
7. 그림이 있는 벽 : 지우 by ida
8. 그림이 있는 벽 : [지우전] 에필로그 by 양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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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 작가로 살아가기

 1. 콜린님 등장!

 • 느닷없이 콜린님 인터뷰!

 askalai 콜린님도 출간은 처음부터 장편으로 하셨지만 원래 단편 쓰셨잖아요. 너무 오래 전이긴 하겠지만, 쓸 때 뭐가 다르다, 그런 느낌 받으신 적 있어요?
 콜린 단편은 처음 썼을 때에는 진짜 멋모르고, 너무 신이 나서 썼어요. 그때에는 사흘에 하나씩 쓰기도 하잖아요. 작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내가 좋아했던 건데 이걸 내가 한 번 해 보겠다. 되게 쉽게 쉽게 멋도 모르고 그냥 막 쓰다가. (생각) 음, 저는 원래 긴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진아 그런데 콜린님은 진짜 장편과 단편이 달라요. 장편은 스토리성이 강한데, 단편은 실험성이 강한, 굉장히 많이, 확연히 달라져서.
 askalai 처음에 쓰신 단편은 그렇지는 않았죠. 단편도 이야기가 강했어요. 하지만 요새는 단편 장편이 크게 차이가 나는 느낌?
 콜린 그때도 단편 쓸 때도 연작 식으로 썼어요. 생각해 보니까 원래 긴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첫 책이 에비터전의 유령이었는데 그 전에도 습작 장편이 한 네 개 정도 있었거든요. (일동 감탄) 그때는 생각을 못했는데, 단편을 쓰다가, 작가로서 뭔가 의식을 가지고 해 보자, 뭔가 도전을 해 보자 (생각했어요). 도전할 때에는 큰 거 도전하잖아요. 그래서 ‘장편을 도전하자’가 된 것 같아요. 당시에는, 사람들이 단편은 그냥 단편이라고 생각했고, 장편을 써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했어요. 달랐던 것은 훨씬 더 어렵고. 장편은 생각했던 것보다 서너 배는 더 어렵더라고요. 이 정도는 힘들겠지 생각하는 것보다 세 배 이상.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진아 그럼 단편은 예상만큼만 힘든가요? (웃음) 지금 주객이 전도되고 있어. 우리끼리는 할 이야기 다 했기 때문에.
 일동 갑자기 콜린님 인터뷰.(웃음)
 콜린 단편은 힘들어서 더 이상 못 쓰겠다 싶으면 딱 끝나요. 장편은 그걸 한 네 번 넘어야 해.
 일동 오오~!
 콜린 이제 더 이상 못 쓰겠다를 한 네다섯 번 넘어야 해. 그래야 장편이 되더라고요. 단편은 아 죽겠는데, 싶으면 끝나요. 안 죽어도 되겠구나. 살았구나. 하면 끝나. 장편은 “아우, 이제 더 이상 못 쓰겠다. 그래, 취직을 하자.” (일동 폭소)  
 ida 취직을 하자가 결론이에요? (웃음)
 진아 차라리 취직을 하자? (웃음)
 콜린 이거 힘들어갖고 하겠나, 서점에 가서 토익 책 뭐 있나 보고. 내가 이렇게 사느니 정말 늦기 전에. 서점에 가서, ‘아, 토익 책은 이런 게 있구나’, 보고. ‘이거를 여기서 사는 것보다 헌책방 가서 사는 게 낫겠다’, 이런 단계까지 서너 번 넘어야 끝까지 가더라고요. 하지만 끝에 가서도 항상 힘이 빠지고, 그 힘이 빠지는 것까지 넘으려면 더 힘들고.

 • 진짜 힘들었어!

 askalai 재미있네요. 여기서 가장 다작하시는 분이 콜린님인데, 지금까지는 쓰면서 몇 번은 죽을 것 같아 하신 분은 없었거든요.
 진아 아냐, 나, 나 진짜 힘들었어.
 askalai 그 이야기 좀 해 보시죠.
 콜린 처음 고비가 언제쯤 왔어요?
 진아 모든 순간이 고비였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가 (뭐해요). 진짜 장면 하나 바뀔 때마다 한 일주일씩 앓기도 했고, 최소한 삼사일은 거의 죽더라고요. 아무것도 못했어요. 다음 장면을 잇기 위해서 장면 전환할 때마다, 새 인물 나올 때마다 힘들었고. 그래도 가장 황당했던 건, 독자 만남에서도 이야기했는데, 초고 다 쓴 다음에, 그날 술 마시고 신나게 놀고, 다음날 첫 페이지를 딱 본 순간 죽고 싶었어요. (웃음)
 일동 (공감)
 진아 쓰면서 앞부분으로 많이 돌아가잖아요. 그렇게 많이 봤는데, 그 몇 개월 내내. 그게 하루 만에 이렇게 허술하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도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때 정말 이걸 버려야 되는 줄 알았어요. 망했구나.

 • 어디서 헛들은 것 같아

 콜린 저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힘든 것을 넘기는 것도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많이 포기를 했어요.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그냥 나중에 욕을 먹겠지. 붙들고 있으면 못할 것 같아서. 나중에 다시 써야지, 혹은 욕먹고 말아야지.
 askalai 욕은 안 먹지 않아요? 사실?
 콜린 모르겠어요. 내가 예측한 대로 반응이 나오지 않으니까. 저한테는 그게 미스테리예요. 어떻게 해야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저도 도저히 모르겠어요. 하지만 굉장히 많은 것을 포기한 것 같아요. 항상 끝에 가면 ‘아, 다 썼으니까 다행이다.’(로 끝나요.) 내가 뭘 얻었다기보다는, 내가 이만큼 하려고 했고 그걸 했어. 그런 것은 없고. 그냥 마무리 지었으니까 다행이다.
 ida 최근에 탈고하셨죠.
 콜린 예, 7월 초에. 7월 7일.
 ida 탈고하셨을 때의 감상은.
 콜린 그때도, ‘마무리 지었으니까 정말 다행이다, 끝까지 포기 안 해서.’ 잘 썼다고도 생각도 안 들고, 내가 뭘 해냈다는 생각도 안 들고, ‘누군가 좋아해주겠지’, 그런 생각도 안 들고. 여덟 번 다 그랬어요. ‘끝까지 썼으니까 다행이다’. 책으로 안 나온 것 세 개 장편이 있는데, 생각하면 열한 번이었어요. ‘아, 잘 썼는데, 이번에는 좀 해낸 것 같아.’ 하는 생각이 안 들어요.
 진아 하나는 제가 봤는데, 그 3000매쯤 되는, 은하계 우주 이야기.
 콜린 그게 7년이나 걸린 거거든요. 마찬가지로, ‘마무리 지어서 다행이다.’(했어요.) 7년이나 해서 했는데, 결국 책으로 못 냈어요. 7년이나 했는데, 진짜 길게 시간낭비를 했구나 싶어요.
 진아 7년이나 걸렸다고요?
 콜린 다른 거 쓰다가 쓴 거니까. 쓰는 도중에 계속 쓴 거죠.
 askalai JUNK(정크)죠? 아, 완결하셨구나.
 진아 그런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닌 게, 7년 동안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어쨌든 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자기 글도 계속 보다 보면 질리거든요. 질리고 금방 끝내고 싶고. 대단하다. 7년이나.
 콜린 물론 힘들었죠. 다시 잡는 시간이 길게 걸리고 그런 게 있었는데. 그런데 오히려 저는 좀 후회해요. 마무리 지은 것을. 너무 낭비했고. 안 될 것 같으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하는데, 저는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장편은 포기하면 안 된다고.’ 어디서 헛들은 것 같아. (모두 웃음)
 askalai 그런 말 있죠. 시작한 글은 꼭 끝을 내야 한다든가.
 진아 저는 약간 그쪽이에요.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되든 안 되든.
 콜린 저는 좀 후회해요. 그거에 시간 낭비한 기간이 너무 길어서. 차라리 포기했으면. 끝까지 쓴다고 누가 알아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좀 알았어요. 먼저 알았어야 했는데. 끝까지 다 쓰면 누가 알아줄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더라고요. 끝까지 다 썼어도 글이 별로일 수가 있는 거죠. 내가 아무리 열심히 썼어도. 좀 후회했어요.
 진아 하지만 그걸 한 번 넘는 거, 내가 끝낼 수 있다는 걸 안다는 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번 진짜 못 하겠는데, 이걸 어떻게 끝까지 하나, 하다가도 어떻게든 끝내고 나면, 다음에 그건 안 무섭더라고요. 그건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 작가가 되었다고 느꼈을 때

 진아 언제 작가가 되었다고 느꼈어요? 주변에서의 인정이나. ……아, 주객이 전도되고 있어(웃음). 저 같은 경우는 지우전이에요. 인터뷰나, 축하나, 가족들의 반응이 다른 것도 크고. 생계 문제도 있잖아요. 작가가 되었다고 느낀다는 게, 사회적으로 꼭 인정받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나의 생존과, 최소한의 먹을 것을 장만해야 하는 것이 (뒷받침) 되어주어야 하는데, 그런 것 있어요?
 askalai ‘그런 시점 없는데요.’라고 답할 것 같기도 (웃음)
 콜린 (잠시 생각) 에비터전의 유령 계약서 나와서 부모님 보여드렸을 때, 아, 내가 완전히 작가가 되지는 않았지만, 뭔가 작가의 삶이라는 곳으로 조금 뭔가 들어갔구나.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배명훈 역시 등단은 부모님이 시켜주는 것 같아요. 집에서 작가로 인정받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콜린 부모님의 기대가 컸어요, 저한테. 당연히 얘가 취직을 해서 결혼도 빨리 하고 해서 돈도 벌겠지 했는데. 그것을 인정받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안 했지만 직업은 갖고 있다, 그 직업은 아니지만 이 직업은 갖고 있다. 계약서 보여드렸을 때 뭔가 내디뎠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 3년을 못 냈잖아요. 그게 끝인가? 그런 생각은 했어요. 그때마다 조금씩 계기가 있었어요. 책을 낼 수 있게 되고. 부모님이 좋아하셨을 때에는 멀티문학상 탔을 때. 반응이 그랬어요. 소설 하나 쓰는데 이렇게 돈을 많이 주냐고. (일동 웃음)
 진아 너무 슬픈 말이네요. 사실 원래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콜린 그때, 집에서 ‘얘가 직업을 가진 애구나.’ 그 전에는 직업이 있긴 하지만 알바나 취미 비슷한, 정규직은 아닌 거죠. ‘하다가 그만 두겠지.’ 아니면 ‘하다가 정신 못 차리면 그만 두게 해야지.’
 배명훈 맞아요.
 콜린 상이 좀 컸던 것 같아요. 상이라는 게 돈도 있지만 명예도 있잖아요. 저는 친구들한테는 세 번째, 네 번째 책,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 나왔을 때, “너는 완전히 작가 같다”고, 마인드가 생긴 것 같았어요.
 진아 네다섯 번은 써야 하는 거군요. 장편을.
 콜린 친구들이 인정하면 된 거죠.


 2. 다시, 글 쓰는 이야기

 • 덩어리 시간이 필요해요.

 askalai 안 그래도 다들 그 이야기는 했거든요. 체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했어요.
 진아 체력, 정신력, 생활패턴이 깨지면 안 되고, 규칙에 따라 살 때 가장 글이 잘 나오는.
 askalai 한 번 깨지면 다시 잡는 데 한참 걸리고.
 콜린 그러니까 하루 일이 있어서, 술 마셔야 돼서, 그러면 다음날도 잘 안 되고. 그러면 사흘인 거잖아요. (전날, 다음날 해서) 그러면 너무 속상하죠. 날짜 많이 지났는데 (며칠 지나면) 어디까지 썼는지 잘 감도 안 잡히고, 그래서 그 전 거 읽다보면 감도 안 잡히고, 그러면 사흘, 이런 거 크죠.
 배명훈 쓰다가 멈춰서 다시 보면, ‘내가 이걸 왜 썼지?’ (웃음) 나중에 뭔가 수습하려고 꾸려놨는데, ‘이거 뭐지?’ 하는 기분 들어요.
 ida 지금 이야기 들어보니까, 단지 잠깐 술 먹고 잠깐 사람들 만났는데, 며칠 동안 안 써지는 게. 사람들은 ‘잠깐 만나면 되잖아.’라고 하는데.
 askalai 어차피 시간 네가 쓰는 건데. 하면서.
 ida ‘어차피 그 시간에 너 글 쓸 거 아니잖아.’ 라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사람들 만나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데도 말이죠. 전 며칠에 한 번씩 사람 만나다가 한 달을 통으로 날린 적이 있어요. 너무 당황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다짐을 했는데, 그건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배명훈 저 가끔 트위터에 그런 거 써 봤는데, 작가들 반응이 비슷한 거 보면 뭔가 덩어리 시간이 필요해요.
 askalai 집중력 문제 같기도 하고.
 ida 아, 계속 긴장하고 있다가 깨지는 건가, 중간에.
 진아 아, 그런데 그거 있잖아요. 저도 딱 집중해서 쓰는 시간이 있고, 남는 시간에 두두두두두두 에너지를 모아서 한 번에 소비하고 다시 또 하루 동안 두두두두두두 모아서 하는 게 필요한데. 이걸 계속 다시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하루 종일 생각하는데.
 askalai 맞아. 있는 에너지 다 끌어 모아야 겨우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배명훈 그러니까 시간 덩어리를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크게 잡고, 그걸 확보를 해야 방황하는 시간 포함 그게 다 흐름이 해결이 되는데, 중간에 다른 흐름이 끼어들면 그게 완전히 다 흐트러지는 것 같아요.
 진아 지우전 마무리하는 동안 친구들이 한동안 못 봤으니까 만나자고 계속 연락이 오는데, 아. “진짜 미안하다, 도저히 못 나가겠다.” (라고 했어요.)
 배명훈 저는 또 딜레마가 있는 게, 제가 뭔가 열심히 쓰고 있을 때, 다른 사람한테 제가 뭘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안 해야 그 흐름이 가거든요.
 askalai 그런데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안 하면서 사람을 안 만나기가…….
 배명훈 그게 되게 힘들어요.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안 하면서 커트하기가.
 askalai 물론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을 때가 있기는 있지만.
 배명훈 하지만 작가들은 그거 이해하잖아요. 나 쓰고 있는 기간이니까,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두문불출할 거예요. 라고 하면 ‘아, 그거 하는구나.’ 그러는데, 정말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못해요.
 askalai 그런데 그거 알아요? 그게 계속되다 보면, 그리고 장편 연속해 쓰다 보면, 만나는 사람이 없어져요. (웃음)
 배명훈 그런 것도 있더라고요. 가족 있는 사람들이나, 특히 육아나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여자 작가들은, 그거 가지고 옆에서 뭐라 그러니까, ‘너는 왜 그런 식이냐’고 이야기를 하니까, 되게 스트레스 받더라고요.
 진아 그런데 우리가 20대가 아니기 때문에 나은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처럼 친구들을 막 자주 만나고 그러지 않잖아요. 어차피 다들 바쁘고. 그러니까 괜찮을 수도.
 askalai 아니, ida님이 그랬었잖아요. 글이 끝났을 때쯤에 갑자기 외로워진다고.
 ida 예, 미친 듯이 외로워져요.(웃음)
 askalai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푹 파묻혀 있다가 막 빠져나오려고 할 때에는 사람 만나고 싶어지는데 만날 사람이 없어지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진아 그런데 그거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 친구가 나한테 연락했을 때도 굉장히 절박하고 외로워서 연락한 걸 텐데 나도 그걸 못 받아준 거고. 이게 서로 외로운 지점과 서로 한가한 지점이 맞아야 하는데.
 askalai 모든 걸 얻을 수 없는 거니까.
 진아 우리 서로 집필 기간 끝나면 서로 문자라도 한 번 보낼까요. 저 쓰는 기간 끝났는데 혹시 쓰는 기간 끝나신 분~! (모두 웃음)
 ida 아, 쓰는 기간 끝난 사람 모집하기!
 진아 네!
 배명훈 그런 티를 내야죠, 은근히. ‘지금 바쁜 기간임.’
 askalai ‘나 끝났어!’ 이렇게.
 배명훈 끝나면 ‘나 끝났어!’ 티를 내고.
 콜린 저는 그런 이야기도 한 번 들었어요. 술자리 한 번 갔었는데, 어느 분이 ‘가만히 보면 나오는 자리는 다 나오시는 것 같은데, 글은 언제 쓰냐고’ 그러는 거예요.
 일동 헉.
 콜린 저는 집에 일찍 들어가죠. 보통은 술 많이 안 먹고. 저는 운이 좋은 게 저녁 시간은 아예 안 써지거든요. 그래서 술 마시다가 12시가 되기 전에 집에 들어가서 그때 쓰는 거죠. 물론 술을 좀 적게 마시기는 해야 하지만. 머리가 말짱해야 하니까. 가기 전에도 좀 써야 하고. 어차피 비는 거 앞뒤로 타이트하게 붙여서, 내가 아무리 머리가 아프고 술을 마셨어도 쓰고 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자고. 다음날 쓰고, 그런 건 있어요.
 진아 그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하루가 온전히 비어 있어야 쓰는 편인데, 안 비어 있어도 쓸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콜린 쉽지는 않아요. 아예 약속 잡혀 있으면 그 장소에 한 두 시간 일찍 가서, 어차피 안 쓰던 데 가서 쓰면 기분도 좋잖아요, 거기서 쓰고, 쓰다가 접고 친구 만나고, 그렇게 해요.
 askalai 전업작가 중에는 그런 사람도 있잖아요. 아예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그때부터 오전까지만 글을, 단지 무조건 쓰고, 그러고 나서 남은 시간은 비워서 뭐든지 할 수 있게.
 진아 하지만 그것도 참 에너지 넘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같아. 그게 비어 있어야 다음 날 쓸 만한 뭔가를 확보할 수가 있는데.

 • 생존!

 콜린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막 헷갈려요. 내가 글을 쓰고 싶어서 작가로 인정받으려고 애를 쓰는 건지, 아니면 작가로 인정받으려고 글을 쓰는 건지. 내 글에 신경을 쓰는 건지, 내 경력에 신경을 쓰는 건지 어느 순간부터 헷갈리더라고요. 내가 내 경력을 쌓으려고 글을 쓰는 건가, 글을 좋아서 쓰는 게 아니라 경력만 쌓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건가 할 때가 있어요. 글이 중요한데, 남들이 내가 글을 쓴다고 인정 안 해주고, 작품을 가져와야 인정을 해 주니까 그거에만 매달리고.
 진아 그건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가냐 아니냐의 문제가, 글을 썼을 때 완전히 안정적인 출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인세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시켜 줘서 다음 글을 쓸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고, 주위에서 정신적으로, 지원은 못해줘도 방해는 하지 않는, 최소한의 환경을 갖추고 싶다는 열망이기도 하거든요.
          그게 사회적인 지위와 같이 오는 게, 작가는 판매되는 만큼 인세가 들어오니까. 좀 더 안정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력이 있고 경력이 있기를 바라는 거. 물론 잘못 삐끗하면 주객이 전도될 수가 있는데. 기본은 당연한 욕심이라고, 아니, 욕심이 아니라 필요라고 생각해요. 절대적인 필요. 작가로서 존재할 수 있기 위해,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 당신처럼 살았어야 했어요.

 콜린 뭔가 확실하게, 장편을 많이 쓰면 어떤지 말씀을 드리고 싶긴 한데 오히려 더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많이 쓰는 바람에.(웃음) 멋모르고 나온 책도 몇 권 있고. 오히려 지우전 보면서 부러운 게, 되게 노련하고 많은 것을 알고 쓴 사람의 책이라고. 나는 이런 첫 작품을 못한 거잖아요. 내 첫 작품은 이런 작품이 아니었던 거잖아요. 부럽기도 하죠.
 진아 너무 주고받기 같은데 난 에비터전의 유령도 정말 좋았는데.
 콜린 타워도 어떻게 보면 그런 책인 거죠. 글이라는 게 무엇인지 노련하게 아는 사람의 책인 거죠. 뭐 양쪽을 다 가질 수는 없지만. 그런 기회를 다시 가질 수는 없으니까. 첫 책은 뭘 쓰는지도 모르는 채 썼으니까.
 askalai 콜린님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그럴 것 같지는 않아요. 멋모르고 썼다고는 하시지만 오히려 거꾸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꼭 노련하다 아니다가 아니라, 멋모르고 썼다는 그 감각이, 노련하든 안 하든……, 일종의 노련함이기는 하죠. 두 분은 글이 뭔지 훨씬 더 많이 생각하고 쓰신 글이니까요. 하지만 그걸 생각하지 않아야만 쓸 수 있는 글도 있거든요
 배명훈 맞아요.
 진아 머리로 생각하든 감으로 가든, 작가가 ‘자기’를 가지고 쓰는 것이니까요. 저는 반대로 생각했거든요. 콜린님은 올해만도 벌써 세 번째 책인데, 내 인생 뭐 했는지. 진작에 이렇게 글을 썼어야 했고 진작에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제가 인생을 되게 어설프게 살아온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시간을 뺏기지 않기 위해 어설프게 돈 벌고, 남은 시간에 어설프게 글을 쓰고, 그냥 진작에 다 때려치우고 이 일을 했어야 했어요. 이미 오래 전에.
          너무 후회가 되어서, 이 후회를 계속하면서 앞으로 이렇게 살려고요. 이걸 잊어버리고 다시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너무 후회가 돼요. 벌써 콜린님은 여덟 번째 장편을 내셨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나는 인생 헛살았구나 생각이 들 만큼, 내가 나 자신을 작가로 말해왔던 것도 부끄러울 만큼, 나는 내 글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건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쓰니까 이렇게 나와 주더라고요. 힘들게 썼지만, 전에는 이렇게까지 힘들게 쓴 적이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만큼 나태했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짜 다시 조만간 칩거에 들어갈 것 같아요. 세상과 단절하고.
 askalai 그런 후회가,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이런 것들이, 당연히 그런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는 거기는 해요. 저도 스스로 아는데 제가, 글을 안 쓰면 죽을 것 같은 그런 사람은 확실히 아니거든요. 하지만 그거에 대해서 오히려 제가 너무 작가라는 것을 크게 생각했던 건 아닌가 싶은 순간이 왔어요. 진짜 치열한 사람이어야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거라고…….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그냥 재미로 쓸 수도 있고, 그렇게 쓰는 글도 있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다시 쓸 수 있게 된 것 같은 기분.
         그렇게 치열하게 쓰는 글만 글은 아니고. 해 보려고는 했는데, 그렇게 치열하게 되는 사람도 아니더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는 게 내가 못 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요.
 ida 모두들 이야기하는 게, 가슴에 콱콱 박히네요.


 3. 다시, 현실적인 이야기

 • 내가 더 뭘 해야 할까요

 콜린 여덟 권 내면서 느낀 건, 방금 생각났는데,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내가 뭘 더 노력해야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글 자체도 그렇지만 상업적으로.
          책이 나올 때는 정말 좋잖아요. 나오는 날은. 나오기 한 달 전부터 너무 설레고, 나왔어. 3주 후에, 다 잊어버렸어. 3주 후에 매대에서는 내려가고 샀다는 사람도 없고, 축하해주는 사람도 더 이상 없고, 3주 동안 축하받을 건 다 받았고. 나는 쓰는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렸는데 3주 만에 책은 생명이 끝나요. 더 이상 리뷰도 올라오지 않고.
          그런 걸 몇 번 겪으면서, 뭘 어떻게 더 해야 하나. 한 권 쓰기도 정말 힘든데, 미치겠는데. 책을 낼 기회를 잡는 것도 너무 힘들고. 그런데 어떻게 맞춰갖고 냈어요. 그런데 3주 만에 끝났어요. 그때 오는 압박. 나한테 더 기회가 있을까. 그리고 또 기회가 왔을 때는, 이것보다 뭘 더 어떻게 해야 글의 생명을 늘릴 수 있고, 조금 더 수입을 늘려서 덜 배가 고프면서 쓸 수 있을까. 그 때 그 때마다. 첫 작품 낼 때는 다르고, 두 번째 책 낼 때는 다르고 그랬던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건 항상 어려운데.
 배명훈 야하게? (작은 목소리로)
 일동 (웃음)

 • 셀프 등단

 배명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저는 <셀프 등단>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쪽(장르)은 작가를 등단시키는 제도가 없잖아요. 사실 그쪽(문단)도 마찬가지인데, 책을 냈던 사람도 분명 유효기간이 있어서, 어느 기간이 지나면 본인도 되게 이상하고.
 askalai 아, 맞아, 맞아. 저도. 아까 잠깐 생각했었는데. 글 하나 내고 10년간 작품이 없으면 작가인가 아닌가.
 배명훈 오히려 이쪽(장르)이 그 상황이 더 크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쪽(문단)도 그런데도, 훨씬 유효기간을 오래 주는 제도가 있어서,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은 한 작가라고 불러주게 되는데, 이쪽은 사실 그 제도가 없기 때문에 훨씬 빨리 잊혀져요. 금방 활동을 안 하고 있으면 작가가 아닌 게 되어버리는 환경이에요.
          어쩌면 그게 다행일 수도 있어요. 결국 가야 할 목표는 어디에서 시작하든 똑같이 좋은 작가가 되는 거니까. 등단을 뭐로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등단을 하고 나도 그때부터 시작이잖아요. 다 끝난 게 아니라. 정말 (등단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다들 하게 되는데. 물론 등단하기 전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래서 드는 생각이, 자기 스스로 등단을 시킬 필요가 있어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부모님 인정을 받기 이전에, 자기가 작가라고 생각하려면 뭘 해야 하는가.
          저도 고민한 기간이 있었어요. 과학기술 창작문예 당선되고 나서, 1,2년간, ‘나 작가 맞아?’ 고민을 되게 많이 했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누가 봐도 내가 작가가 될까. 그런 것을 신경을 좀 썼었는데. (생각)
          결국 계속 쓰고 있으면 작가인 건 맞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을 자기 주도를 할 수 있으면, 어떤 외부 매체 때문에 안 실릴 수도 있고, 지면이 없을 수도 있고, 흥행이 덜할 수는 있어도, ‘내가 나 작가예요’ 라고 어디에서 말할 수 있으려면, 뭔가를 꾸준하게 쓰고 있는 것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스케줄이, 딴 사람들이나 출판사나 그런 것에 의해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스케줄을 갖고 있는 것. 그래서 전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글을 발표할 수 있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그게 좁아도 상관없어요. 가수가 무대를 갖고 있는 느낌의, 가수가 흥행을 못하더라도 날마다 가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스테이지가 있다면 그 사람은 가수가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처럼, 내가 대박 흥행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써서 공개를 하고,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범위를 갖고 있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출간 순서대로 착착 가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로.
          저는 그걸 요즘 겪게 되는 게, 문단 쪽에서 세는 것은 <타워> 이후만 세거든요. 사실 제가 하고 있었던 것은 그 이전이니까. 결국 거울 같은 곳 이야기를 하는 건데. 발표할 곳이 있고, 독자가 있고. 내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리된 주기를 갖고 있으면 사실 안 무서워요. 지면을 끊겠다는 위협이 안 무서워요.
 askalai 거울은 위대합니다. (하늘을 보며)
 ida 거울은 위대해요. (하늘을 보며)
 배명훈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에서 시작한 사람은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어떻게 하면 다시 올라설 수 있는지 알게 돼요. 그런다고 돈을 많이 주지는 않고 생계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데, 중요한 면인 것 같아요.
 askalai 왠지 여기쯤에서 이따 만한 가로 치고 ‘거울 만세’를 넣어야 할 것 같아요.


 배명훈 저는 계기라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작가를 작가로 남게 하고, 번역가나 다른 이름으로 안 불리게 하려면, 계기가 계속 주어지면, 어느 순간 스르르 스르르 가는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아, 내가 SF작가가 되어야지.’ 하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계속 그런 쪽으로 계기가 주어지니까, 다른 것도 쓰고 있었는데 계속 SF만 쓰게 되잖아요. 반 이상 넘게. 그런 식의 계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 아무도 안 해 줘요.

 진아 그 뭐랄까, 콜린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쓰는 데 1년 걸렸는데 3주, 그럴 수 있잖아요. 뭔가 작가가 열심히 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제도 필요하고. 그러니까 좀 더 좋은 작품을 계속 낸 작가는, 좀 더 안정적일 수 있는 최소한의 체제가 필요해요.
          이건 제 개인의 딜레마인데, 저는 ‘진짜’ 글만 쓰고 싶은데, 결국 기획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었어요. 누가 하라고 등 떠민 건 아니니까 할 말은 없는데, 올해도 결국 뭔가 하나 잡았고. 그런 것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가가 두고두고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출판사 단편선들이 작가를 데뷔만 시켜주잖아요. 그 뒤가 없잖아요. 해주는 곳이 없다면, 직접 하지 뭐, 라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고.
          난 정말 글만 쓰고 싶은데, 아, 정말 출판사가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요. (웃음) 그런데 정말 필요한 게 있지 싶어서 좀 작정하고 기획을 하려고요. 예전에 나를 (작가보다) 기획자로 봤던 게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지우전이 그런 것을 해소시켜준 게 있어요.
 콜린 첫 장편을 내는 게 그래서 큰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은 것을 해소시켜 주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뒤에도 많은 벽이 있지만. 내가 과연 책을 낼 수 있을까, 평생 한 번 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 감격은 컸죠. 그 책이 한 3년 걸린 것 같은데, ……역시 3주 만에 잊혀서. (침묵)
          첫 책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정말 크게 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정말 크게 교훈이 된 것 같아요.
 배명훈 그러면서도 거기에 말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출판사에서 책의 수명을 규정을 하는데, 마치 되게 짧은 것처럼, 3주나 두 달짜리로 자꾸 규정을 하는 것 같아요.
 진아 그 정도 놔둬 보고 안 팔리면 낼름 치우는.
 배명훈 내 입장에서 그렇지가 않잖아요. 저는 이게 몇 십 년 후에 누가 볼지 누가 알아요. 그래서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에서) 작가의 말을 존대말로 써야 했던 게 애가 본다고 생각을 한 게 아니라 20년 후에 어느 어린이가 보면 어떨 거냐는 거죠. 작가 입장에서는 당연히 글의 생명을 다르게 생각하게 되는데, 저는 ‘나보다 오래 살아라’, 라고 생각하는데, 자꾸 금방 지워질 글이라고 하니까. 마치, 드라마처럼, 생방을 놓치면 값 떨어지는 것처럼 이야기되는데, 그런 거에 안 말리기 위해서라도, 계속 자기 주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주도의 요소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콜린 저도 그 요소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혹하게 하는 글을 쓰면 자기 주도를 할 수 있을 것이냐.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으면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인가.
 진아 계약서 조항이 아무리 유리하고, 선인세를 얼마나 받든 간에, 안 사면 그만이거든요. 그 책은 더 이상 찍히지 않는 거고. 재판을 안 하면 사라지는 거예요. 책이 안나가면 창고에서 그냥 녹여버릴 수도 있고, 폐지로 팔아버릴 수도 있고. 그게 작가가 자기만 주도한다고 해서, 100퍼센트 주도할 수 없는 지점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뭔가 안정적인 것이 작가들에게 좀 보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장 문제는 그거인 것 같아요. 나는 1년 동안 썼는데, 쓰는 데 1년 걸렸는데, 3주 만에 사라지기도 하고. 1년 동안 연봉이 아까도 잠깐 이야기 나왔지만 제 또래 친구들 한 달 월급이 안 되고. 내 1년 연봉이, 좀 과장 섞어서 내 1년 동안의 피땀이, 딱 가치로 환산이 되는 순간에, ‘이게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돈이 전부는 아니고,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너무 그런 순간에 오는 허탈감, 상실감, 그러지 않으려면 내가 뭘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고.
        (침묵)
 진아 살짝 답이 안 나오는 문제인데.
 ida 답이 안 나오는 문제인 게, 작가의 수가 엄청 많고,
 진아 출판사보다, 작품을 내고 싶어 하는 예비 작가의 숫자가 엄청 많기 때문에.
 배명훈 역시 야하게? (작게)
(웃음)

 • 누구 잘못이지?

 콜린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누가 잘못해서 그래! 바꿔! 이런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는데, 막상 물어보면 모르겠어요.
 askalai 총체적인 문제죠.
 콜린 내가 뭔가를 이렇게 했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었어, 말 하고 싶은데, 사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운이 진짜 좋았다는 것? (일동 웃음) 그건 정말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진아 하지만 초기 3년을 그렇게 고생하시고도, 운이 좋았다고 말씀하시는 건 스스로를 너무 지나치게 엄격하게 평가하시는 것 같아요.
 콜린 처음에 조회수가 정말 안 나왔는데, 중반에 갑자기 조회수가 뜨기 시작할 때, 이것이 노력의 결과인가?
 진아 조회수가 안 나와서 초반에 글을 때려 치는 수많은 예비 작가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묵묵히 쓰신 거니까, 저는 실력만큼 운이 따라 준 거라고 생각해요.
 배명훈 운이라기보다는……, 이쪽에서 작가가 되는 방법이 A, B, C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분명히 있기는 있어요. 그런데 그게 생겼다 없어졌다 해서 형태가 안 잡혀 있는데, 분명히 붙들고 있으면 방법이 있는데, 그게 맨날 바뀌니까 추천을 못할 뿐이에요.
 ida 아, 그것도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 방식으로 할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PC통신 시절의 데뷔랑 지금이 다른 거고. 우리도, 과학기술 창작문예가 있었던 거고.
 진아 배명훈님과 이다님도, 과학기술 창작문예가 있었고, 단편선이 있었고, 거울로 오신 것도 출판사에서 단편선을 찍을 무렵, 딱 그 시기잖아요. 출판사가 움직여서 단편선을 내려고 하기 직전에 들어오신 거죠. 그런데 과학기술 창작문예라는 통로가 하나 사라졌고,
 ida 지금은 무슨 통로가 있는 거죠?
 배명훈 자꾸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데, 지금은 좀 많이 없는데(웃음), 그러니까 항상 그게 문제인 거죠. 그게 불안한 거죠. 있긴 있는데, 일단 돈이 조금씩 들어오기는 하니까 뭔가 생기기는 할 텐데, 어디에 어떻게 생길지 모르니까 미리 대비를 시킬 수가 없고.

 • 담론은 어디로?

 콜린 저는 판타지 소설의 담론을 라이트노벨이 많이 가져갔다고 생각하는데, (생각)이게 그래서 그런가보다……. 라이트노벨은 작가가 될 기회가 있잖아요. 그게 좀 크기는 한가 보네. 이쪽은 정말 방법이 없어요. 판타지나 SF 작가가 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방법이 없네. 라이트 노벨은 방법이 있으니까.
 진아 그런데 그게 어차피, 판타지 소설 초기에도 붐이 있었고, 그 때 있었던 것과 비슷한 논쟁을 라노베에서 하고 있는데, 이건 새로운 장르가 생길 때마다 인류가 영원히 반복하지 싶어요.
 ida 어떤?
 진아 이게 문학이냐, 아니냐, 쓰레기냐, 아니냐. (일동 웃음) 그중에서도 괜찮은 것은 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한국적인가. (일동 웃음)
 콜린 나중에 e북이 뜨면 한국적인 e북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 나올 거야.
 일동 한국적인 e북! (박장대소)
 ida 담론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일단 시장은 있다는 걸까요.
 콜린 담론이 사라졌다는 기분이에요. 이제는 판타지 소설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를 안 하는 것 같아요. SF는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askalai SF는 흥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웃음)
 배명훈 맞아요. (웃음)
 ida 이 정도가 뜬 것. (웃음)
 콜린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웃음)

 • 버티고 있어서 그래요.

 진아 그래서 나름 두 분은 유리한 지점에 있어요.
 배명훈 맞아요.
 진아 SF작가가 한 손가락 안에 들기 때문에, SF작가라고 하면 떠오를 사람이 정말 (적어서). 몇 안 되는 작가군이 될 수도 있는, 유리한 지점에 나름 있어요.
 askalai 길게 갈 수 있어요.
 ida 제 느낌에는 그만큼 이쪽이 어렵고 답이 안 보여서 안 오는 게 아닌가 싶은데.
 진아 그런데 굵직굵직한 기획들은 SF 쪽에서 계속 나오고 있어요.
 askalai 그래도 공모전은 판타지 쪽에서 많이 나왔잖아요. 다 없어졌지만.
 진아 다 오래 안 가서 문제죠. 좋은 흐름을 타신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멀티 문학상도. 물론 작품도 너무 좋았고.
 콜린 귀인을 만나서 천운이 있으니. (일동 대폭소) 소설가로서 정말 귀인을 많이 만났어요.
 배명훈 그러니까 그 말이 그 말인 게, 제도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우연히 생기니까. 누군가가 연락을 하니까. 느끼기에는 운이 좋아서 만났다고 느끼게 되는데 그것만은 아니라는 거죠. 가게 되어 있는 걸지도 몰라요. 진아님 말씀 진짜 일리가 있는 게, 우연히 생겼다 없어질 기회들인데, 작가가 몇 명 안 되니까 자꾸 연락이 오잖아요. 연락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 의미죠. 그것을 처음 받았으면 운이 좋았다고 할 텐데,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아요. 버티고 있는 작가가 없는데 누구한테 연락을 할 거예요.
 ida 그것 중요한 것 같아요. 버티고 있기 때문에. 운도 찾아온다.

 • 무슨 차이지?

 진아 환상은 찾을 작가가 많다고요. 이미 90년대부터 데뷔한 작가들이 있고. 그런 면에서 두 분은 10년이 지나도, 버티기만 하시면 거의 1,2세대로 계속 남을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몇 명) 없으니까. (웃음) 지금 SF작가가 나와도 세대가 달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askalai 이게 좋은 이야기인지 나쁜 이야기인지 모르겠네. (웃음)
 배명훈 좋은 이야기에요, 내가 다 먹을 거야. (웃음)
 ida 농담으로 좋다고 하지만 결코 좋지는 않아요.
 배명훈 맞아요. 좀 있어야 해요.
 askalai 마치, 아무도 안 하는 걸 10년 하면 네가 전문가야, 하는 것 같네요.
 진아 어디든 힘든 점은 있겠지만. 판타지는 사실 너무 그 이미지와 싸워야 하잖아요. <대여점>. 그게 꼬리표처럼. 물론 평가 절하하는 의미는 아니에요. 세상에 쉽게 나오는 글은 없다고 생각해서.
 배명훈 (고개 갸웃) SF는 크게 안 망해 봐서 자꾸 하려고 하나?
 ida (갸웃) 아, 크게 흥한 적도 없지만 크게 망한 적도 없어서?
 진아 생각해 보세요. SF 기획자 하면, 인지도도 있고 뭔가 굵직한 기획을 하는 분들이 몇 명은 있잖아요. 판타지 기획자 누가 생각나요. 그 차이가 얼마나 큰데요. 기획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 이거 엄청난 거예요.
 ida 골수 매니아가 있다는 것?
 진아 골수 매니아로 기획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기획으로 경력을 쌓아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 있어요.
 배명훈 기획자 수가 작가보다 많아요. (웃음)

 • 기획자!!

 일동 쿵! 두둥!
 콜린 어! (깨달음을 얻은 얼굴) 머릿속에 뻥! 하고 들어왔어. 아니, 진짜 기획자가 작가보다 많네.
 askalai 오오~!
 진아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예요.
 ida 어, 어째서지?
 진아 그런 면에서 되게 축복받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요. 기획자가 기획을 할 때마다 부를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ida 그러면 왜 SF 쪽에는 기획자가 많고 판타지 쪽에는 없는 거죠?
 진아 내 말이요!
 일동 왜 그런 거죠? 진짜? / 왜 그런 거지? / 어라? / 왜 그런 거지?
(침묵)

 • 그들이 만든 이미지

 진아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SF팬덤 사이에서, SF는 되게 고급 문학이라는, 그 인식이 높아요. 사실 SF도 스페이스오페라에서부터 그냥 로맨스까지 5만 5천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고급스러운) 류를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너무 고급문학이라는 이미지를.
 askalai 그것 때문에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고 계신 분이 있지요.
 ida 그러면 뭔가, 초기 기획자의 태도 문제인가요.
 진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판타지는 안타깝게도 대여점으로 시작을 해 버렸고, 너무 급하게, 너무 빨리 써야 하는 방향으로. 그래서 “우리도 문학이라고!”하며 싸워야 하는 문제가 있고.
 askalai 오히려 SF도, 정작 영미권에서는, “우리도 문학이라고!”시절을 다 거치고 나서 이렇게 온 건데, 우리나라는 초반 분위기를 어려운 걸로 잡아서일까요?
 진아 그 이미지를 잡은 사람이 몇몇 능력 있는 기획자였다는 거죠. 소수의 기획자가 그 분위기를 만들어 온 거예요.
 ida 소수의 기획자를 찬양하고 싶다.(하늘을 바라본다)
 askalai 이제 와서는 그 소수의 기획자가, 지금은 너무 어려운 이미지가 생겼다고 “이걸 타파해야 해!” 이러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 참.
 ida 어쨌든 그분들은 그 고민을 하고 계시다는 거죠. 어려우면 이걸 낮춰야겠다. 낮아지면 올라가야겠다. 그 고민을 한다는 것.
 진아 그렇죠. 그러면서 뭔가 계속 만들고, 계속 뭔가 하고. 한 기획이 안 되면 다른 기획으로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책도 예쁘게 잘 내려는 것 같고. 그런데 판타지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우리도 문학입니다. 문학이에요.”라고 해야 하고.
 askalai 아이쿠.
 ida 하지만 (대여점이라고는 해도) 판타지가 그렇게 열풍이 불었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찾고 원했던 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진아 그런데 원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왜’ 원했는지가 중요한 거예요. 킬링타임이라는 성격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많이 팔렸지만 저가의 상품이 많이 팔린 거죠. 하지만 고가의 상품이 (팔리는) SF는 적게 팔린다고 해도 이게 더 있어 보인다는 거죠.
 askalai 그러고 보면 무협은 원래 판타지 이전에, 진짜 킬링타임용으로 정말 저급으로 시작했는데, 90년대에 들어서 확실한 기획자가 몇 명이 나왔거든요. 그게 장편 기획이었지만. 그리고 심지어 사무실 제도로 새로운 작가를 봐주고 훈련을 시키는 집단까지 만들었었단 말이에요. 판타지는 왜 그게 안 나왔을까.
 진아 그런데 애초에 그게 미묘하게 갈라지는 게, 무협은 일단, 꼭 문학으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열망 자체가 없었어요.
 askalai 하긴, 읍소도 하지 않고 ‘우리는 그냥 무협이야.’일지도.
 진아 하지만 판타지 붐이 일어났을 때에는 흔히 생각하는 문학 쪽 등단을 하지 않아도 작품을 출간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이들 하면서 판도가 달라진 거예요. ‘무슨 무슨 장르 작가’, 그렇게가 아니라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게 된 순간, 어떤 하나의 담론을 만들기 시작했고, 우리도 문학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당연한 욕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그런 훈련을 받거나, 등단을 거치지 않고, 맞춤법 좀 틀려도(웃음) 책을 낼 수 있었던 상황에서 그런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askalai 그렇구나. 생각해보니까 SF 내에서는 평론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다, 그걸 계속 불평을 하는데, 판타지는 아예 없는 거네요?
 진아 장르에 발을 디딘 비평가가 필요해요. 올해 기획하고 있는 거, 이거 좀 더 자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격년으로라도, 그럴 에너지가 없어. 내가. 나도 글 쓰고, 내 코가 석자인데. 그러니까 이런 거요. 이런 걸 해 줄 수 있는 기획자. 이건 작가가 할 게 아니라고요.
 askalai 그게 원래 편집자가 하는 일인데.
 진아 편집자, 기획자, 그 누군가가 해 줘야 하는 일인데.
 askalai 그거를 작가보고 하라고 하는 이 시스템!
 진아 근데 나도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하고 있는 일이기는 한데.
 askalai 단편집 나올 때조차도 작가 중 누군가가 총대 메기를 바라잖아요.
 배명훈 그런데 진짜 비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편집자와는 안 마주칠 수 없잖아요. 책이 나오려면. 그런데 편집자들은 그쪽(문단) 비평가들이 만드는 기준? 그런 것에 맞춰져 있으니까, 그게 이쪽(장르)하고는 정말 배치되는 것도 있어요. 그냥 다른 게 아니라. 그런 것들은 이쪽에서 담론이 만들어져 있지 않으면. 그러니까 그걸 포착할 언어 자체가 없어요. 우리가 쓰고 있는 것을 포착할 언어가.
          저는 장편소설 출간될 걸 쓰면서, 편집자들의 여러 생산라인을 거쳤는데, 그중에 전쟁장면을 읽은 편집자가 없어요. 코멘트를 아무리 길게 해도 전쟁 장면에 대해서는 코멘트가 나온 적이 없어요. 그 부분이 안 읽히는 거예요.
 askalai 전쟁 장면에 대한 코멘트만 한 사람이 여기.(뿌듯한 얼굴로 자신을 가리킴)
 배명훈 야구 만화를 여자들이 읽을 때 야구 장면을 그냥 넘기잖아요. 남자들이 그게 이해가 안 가잖아요. “야구 만화에서 왜 야구를 넘겨?” 그렇게 보듯이 보는 거예요. 원고를. 저는 전쟁소설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중요한 사건이 전쟁 장면에서 나오게 배치를 하잖아요. 그런데 그걸 넘기니까, 제가 본 것과 갈등구조가 다른 거예요. 제가 썼을 때의 이야기가.
 askalai 좋은 편집자를 만난다는 건 정말 복인 것 같아요.
 콜린 라이트노벨은 기획자가 있어요. 작가가 되는 방법도 있고. 왜 라이트노벨이 담론을 가져갔을까 너무 궁금했거든요. 그걸 이해 못한 내가 바보스럽네요. 지금 너무 이해가 잘 되네요. 당연한 거네요.
 askalai 기획자도 있고, 가이드라인이 있고, 라이트노벨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정답까지 있으니까군요.
 콜린 담론이 이쪽으로 온 게 당연한 거였어요. 다들 그렇게 공모전 열심히 하고.
 ida 이해가 되는데요. 기준이 있으면 갈 수도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도 있으니까.

 • 하지만 어쩌면

 진아 하지만, 문학은, 창작자는 남들이 가는 길을 다 피해야 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필연적으로 선구자가 생겨나야 한다고.
 askalai 남들이 다 가는 길을 피해야 한다?
 진아 나는 좀 그렇게 생각하는 쪽인 거죠. 남들이 이미 다 간 길은 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잠깐 내가 실험하기 위해서는 쓸 수도 있지만, 물론 피해야 한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지만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다 이어온 거 그대로 따라갈 거면.
 배명훈 피할수록 좋은 것 같은데요.
 ida 이상적으로, 개인에게는 바랄 수 있겠지만, 사회 전체에 바랄 수는 없잖아요.
 배명훈 그렇죠.
 진아 모르겠어요. 저는 약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있어요. 창작은, 남들이 간 길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하지만 이건 내 방향성에 관계되는 거니까.
 askalai 하지만 사실 남들이 가는 길이 쉽지 않은 건, 이미 있는 길을 가면서 그 이상을 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 아닌가요. 클리셰를 가장 잘 쓰는 작가는 최고로 잘 쓰는 작가라고요.
 진아 그 길도 있겠지만 나는 이쪽이 좀 더 좋아요.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는 게. 결국 역사에 남은 작품을 보면 꼭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때까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한 거지요. 당시에는 하지 않은 어떤 실험적인 시도. 지금 보면 고루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너무 일상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림이든 음악이든 결국 남은 작품들은 그런 뭔가를 이룬 거니까. 어떤 혁명적인 거.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 하지만 여전히

 배명훈 사실 사람들에게 이런 걸 쓰세요, 달라붙으세요 라고 말하려면, 방법 A, B, C, 작가가 되는 법을 말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말하기가 좀 그래요.
 진아 하지만 여전히 통용되는 방법이 있잖아요. “투척” (웃음)
 배명훈 그건 우연으로 보이는 방법에 의존하라는 건데, 사람들이 실제보다 더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진아 하지만 사실 그게 많은 작가들이 (하는 방법이고), 그렇게 많은 장르문학이 쏟아진다는 미국도 기본은 투척이고. (작가들이) 다 공모전으로 등단하는 건 아니니까요. 단지 투척할 곳이 많은가 적은가의 문제는 있겠지만, 그게 제일 기본이지 않을까, 여전히. 꼭 공모전에서 고액상금 받고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고.
 askalai 일단 지면이 있어야 해요. 많아야.
 진아 음. 하지만 그렇게 적은 것 같지도 않아요. 작정을 하고 투척해 볼 수도 있는 거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그런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100군데에 투척해 볼 용기. 뒤지면 우리나라에 출판사가 그렇게 없는 건 아니라서요.





 3부 : 지우전



▲ ida님이 선물한 세상에 하나뿐인 지우전 머그컵!

 (이 대화는 콜린님 오시기 전에 한 대화라 콜린님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 주인공?

 askalai ida님은 처음부터 주인공이 명이라고 생각했고, 저는 연아라고 생각했어요.
 진아 ida님은 사전정보를 좀 알았어요. 제가 미청년 도사 이야기를 쓸 거라고
 ida 카피가 명이었잖아요. 왜 명을 카피로 했는지는 알겠는데, 저는 명에 중심을 잡으면 이 이야기 전체를 잘못 볼 수도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진아 표지는 좀 신경을 썼어요. 무협으로 보이지 않도록. 판타스틱에서 첫 이벤트를 해서, 장르문학 웹진이다 보니까 그렇게 오해한 분들이 있는 게 아닐까…….
 ida 하지만 좋았어요.
 배명훈 합평회 마무리 분위기 같은 대사.(웃음)
 ida 처음에 명이라고 생각했을 때, 왜 안 싸우지? 계속 이러고 있었는데. 그런데 다시 연아가 주인공이구나, 하고 다시 봤을 때, 이렇게 따듯한 이야기였나 싶은 게. 아마 제가 그 이야기를 웹툰에도 쓰게 될 텐데, 그것을 분명하게 해야지 책을 정확히 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 따듯하고, 사랑스럽고, 착한 느낌을.
 진아 따듯한 이야기였다고?
 ida 지금까지 장르소설들은 싸우고 죽이고 복수하는 종류의 이야기에 빠져 있었는데, 이 책은 그와는 완전히 상반된 면에서 카타르시스를 줬다고 생각해요.
           카피는 오히려 기존 트렌드에 묻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이 있어요. 이 이야기의 진정한 혁명적인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봐요. 주인공이 칼을 내려놓는 것이 포인트인 거죠. 그것이 진정한 카타르시스였죠.
 askalai 음. 왜 그 카피를 썼는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사람들이 뭘 기대하고 집는가를 어긋나게 만드는 점은 있어요.
 배명훈 그런 면은 있어요. 태그가 잘못 달려 있으면 무협을 원하는 사람들만 그걸 집어버리면 왜 이래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러면 억울한 평을 듣게 되니까요. 저도 가끔 그래요. (웃음)
 ida 보고 나면 알게 되지만.
 askalai 보통은 카피가 그래도 딱 열어 보면 알게 되는데 처음에 명으로 시작하니까, 딱 알 수는 없고, 초반에 좀 헤매게 되는 경향이…….
 진아 어떤 분과 한 번 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일반적인 이야기의 구성은 아니라고. 일반적인 이야기의 구성이라면 일단 연아부터 시작을 해서 지우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약간 미스테리로 갈 거라고.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그래’ 하고,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보이는 건 있지만……. 아 그렇구나 생각이 들면서도 또 거부감이 드는 게 그건 너무 전형적인 구성이라. (생각)
 askalai 전형적이지 않은 것을 선택했을 때에는 뭔가 의도가 있는 거 아닌가요?
 진아 정확하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방향으로 가야 했어요. 나는 칼을 보여주고 칼을 내려놓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칼을 내려놓는 것이 후반부, 절정부에 있어야 해요. 나는 그 배치가 맞았다고 생각해요. 이게 좀 갈릴 것 같기는 해요. 편집자분들은 구성 이대로가 좋다고 했으니까. 명 이야기는 발단이지 클라이맥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바란 건 지우가 나오고 명이 나오고, 이 인물이 같은 인물로는 보이는데 어떻게 명이 지우가 되지? 하는 것이 궁금해지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그게 설득력을 갖기를 바랐고.
          처음부터 명과 지우가 다른 인물로 보일 거라는 기대는 안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같은 인물이었다는 걸 생각을 못하고 좀 중반에 알게 된 사람들도 있었어요.
 askalai 정말요?
 배명훈 제가 그래요.
 진아 배명훈님은 언제 알았어요?
 배명훈 중간쯤에 한참 가다가 알았어요. 혼란스럽지는 않았어요. 떨어져 있는 두 이야기가 언젠가 합칠 텐데 언제 합칠 건가 생각을 했죠.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건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는 거고. 저는 처음부터 ‘같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시간 간격 있는 것도 나중에 알았고. 처음에는 동시대라고 생각하고 가다가.
 진아 저도 사실 좀 걱정하기는 했어요. ‘어느 쪽이 진짜 주인공이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중반에 지우가 안 나와.(웃음)
 배명훈 저는 원래 주인공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 그럴 수도 있어요. 저는 장편소설에서 인물 1,2,3이 나오면 1,2,3이 각자 다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누군가가 연결이 나중에 될 수는 있을지언정.
 진아 저는 어쨌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밀고 갈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완성하고 세상에 내놓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지점도 있고. 왜 가끔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연재를 하고 독자의 댓글에 따라 수정하면 글이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 저 그거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아니라고 말해도 작가가 그 길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 길을 가야 하는 것도 있으니까.
          그리고 꼭 누군가 주인공이어야 하는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꼭 누가 주인공이어야 하는가.
 배명훈 제 생각도 그래요.  

 • 전설이니까

 진아 걱정했던 게 또 몇 개 있죠. 일단 주인공이 완성형에서 시작한다는 것도. 보통 약한 상태에서 시작해서 점점 강해져야 하는데.
 ida 지우 마음에 들어요.
 진아 둘 다 완성된 상태에서 시작을 하잖아요. 검객으로 따지면 연아도 꽤 완성된 아이였고. 이미 어느 정도 이룬, 어느 경지에 이른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ida 괜찮아요. 왜냐하면 ‘전’이니까. ‘전설’이잖아요.
 진아 깔깔.
 ida 그러면 전설급인 사람들이 나와야 하는 거죠. (일동 웃음) 맞잖아요. 홍길동 뭐 한 거 있나요. 가출하고 바로 도사. 배우는 여정 따위 없잖아요. 전설이니까.
 진아 아, 홍길동도 (강해지는 과정이) 없었네. 어느 날 집 나가더니 도사가 됐네.
 ida 그럼요.
 진아 그런데 그런 부분이 이 책의 홍보지점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거죠. 성장담도 아니고. 로맨스도 아니고 무협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사 깨달음, 이런 것으로 광고를 하면 아무도 안 볼 것 같아서.
 ida 저는 좋아요. 드디어 한국에 깨달음을 주제로 한 소설이 나왔다. 도를 주제로 하는 소설이. 아마 도라서 무협일 수 없는 거고, 도라서 로맨스일 수 없는 거고.
 진아 로맨스는 사실 원래 좀 넣으려고 했어요. 예정에는 있었는데 그 부분은 제 통제가 안 먹힌 부분이죠. 몰라요, 애들이 연애하기가 싫은가 봐요. 예정에는 분명히 있었는데. 역시 100% 통제라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우는 약간 아도니스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죠. 그런데 저는 아도니스 이후로, 이런 인물 다시는 그리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던 게 있거든요.
 일동 왜요?
 진아 너무 망가뜨리지 못해서. (일동 공감) 그래도 그 애보다는 더 많은 것을 한 것 같기는 한데, 이런 인물은 좀 조심스럽더라고요. 인물을 좀 굴리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내가 건드리기 싫은 지점이 너무 있으니까.
 ida 차마 상처를 낼 수 없어. (웃음)
 askalai 다음에는 좀 더 신나게 굴릴 수 있는 인물을!
 진아 어, 좀 굴릴 수 있는 인물로. 이런 우아한 전투씬 말고 좀 더 너절한 전투씬도 하고 싶고. 솔직히 약간 탐미적으로 간 것도 있잖아요.
 배명훈 전투씬은 원래 리얼하게 그리면 되게 너절해요. (웃음)
 진아 좀 더 리얼하게 가는 것도 해 보고 싶고.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이것보다 더 나아가서 더 탐미적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

 • 썰어!

 진아 다음에는 좀 원 없이 썰어 봐야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우전이 앞에 300매밖에 전투씬이 없어서 좀 아쉽기 때문에,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뿜어야겠다.
 ida 그렇게 써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왜 10년간.
 진아 검객 이야기를 왜 지금에서야 썼는지 모르겠어요.
 ida 그러게 말입니다.
 진아 이 에너지가 여기로 오니까 꽤 괜찮던데요. 판타지로 가면 굉장히 자유로울 수 있고, 약간 잔혹하게 가도 수위에 안 걸리고 용인되는 면이 있어요. 마음껏 나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ida 원 없이 썰기?
 진아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고. 많이 안 썰 수도 있으니까. (웃음)
 ida 피 약간? (웃음)
 진아 한두 방울? 어이쿠, 좀 베였네? (웃음)
 ida 그런데 저는 썰었던 부분도 ‘아, 드디어’하고 좋아했지만 뒷부분에 안 썰었던 부분이 (더 좋았어요).
 진아 예, 이 글은 사실 안 써는 게 포인트니까. 사람으로 가게 만드는 부분이 이야기를 짤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얘를 어떻게 해야 사람이 되게 할 수 있을까. 제일 힘든 부분이었고, 혹은 얘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도 될까 하는 것, 그런 자격이 있을까, 그 부분이 얼개 짤 때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었어요.

 • 지우전이 내게 준 것.

 진아 그런데 전 얘가 저한테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작가로 한 단계 자리를 잡게 해 줬다는 느낌도 갖게 만들었고, 얘를 쓰면서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이 생겨서요.
 askalai 오, 그거 정말 좋겠네요.
 진아 전 다작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 편 쓰고 나면 머리가 멍해지고. 뭘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애면글면 하다가 겨우 하나. 그런데 얘를 쓰고 나니까 쓰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많아졌어요. 제 인생에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이렇게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넘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되게 초조하기도 하고. 지금 쓰는 단편도 이 설정을 잘 늘여서 장편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배명훈 장편 쓸 때, 이것저것 준비를 열심히 많이 하면 뭐랄까요, 자재를 과잉으로 사들인다고 해야 하나. (일동 웃음) 그 장편에 소화할 이상의 소재를 막 가져와서 초벌 가공을 다 해 놨어요.
 askalai 그걸 빼놓고 나면 뭔가 써야 하는군요.
 ida 자재가 남는군요.
 배명훈 쓸 만한 자재가 많이 남아요.
 askalai 훌륭한 예가 있잖아요. 스필버그가 E.T.가 원래 계획에 있었던 게 아니고, 제 3종 근접조우를 찍으려고 세트랑 다 만들어 놓고는, 세트가 아까워! 해서 그걸 써서 만든 게 E.T.였는데 E.T.가 초대박.
 배명훈 뭐 하나 오랫동안 잡고 있으면 끝나자마자 다른 게 나오는데 보통 그게 대박이에요.(웃음) 제 스스로 발전하는 데에는 붙들고 있었던 게 더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그 바로 뒤에 나오는 게.
 askalai 욕심을 버리고 하는 게 더 효과가 좋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근접조우를 더 좋아하지만, 그게 더 많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ida 하지만 역시 근접조우를 만들었기 때문에 E.T.가 나올 수 있었던 거죠.
 배명훈 재료만 남는 건 아니니까요.
 ida 내가 쌓아왔고, 생각했고, 만들었던 것이 토양이 되는 것이니까요.
 배명훈 초식이 남아요.
 ida 그런데다가 즐겁게 만들었으니 좋을 수밖에.
 askalai 공부도 그렇지만, 왜, 다 연구 다 하고 쓰면서야 겨우 알게 되는 게 있잖아요. 다 알게 된 다음에야 쉽게 풀 수 있는 순간.

 • 앞으로!

 진아 전에 콜린님이 이야기해 주신 게 있어요. 정말 기대도 안 했는데,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글을 써보고 싶었군요’라고 하셨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에 맞춰서 갔군요’. 라고 해주셨을 때, ‘아, 작가라서 봐줄 수 있는 지점이 있구나.’ 싶었어요. 그런 것 같아요. 지우전의 기준점은,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에 있지 않았나. 쓰면서도 굉장히 많이 의식했고, 전투씬에서 계속 생각한 것도 그거였고. 굳이 말하자면 탐미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뭐라고 정확하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을 추구했던 것이 있고, 이것보다 더 크게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askalai 전반적으로 느낀 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진아님은 정공법을 따라간다기보다는, 나다운 걸 추구한다는 게 강한 느낌이 들어요.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번에 더 확실하게 드러날 것 같아요. 다음 장편에는.
 진아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다음에도 이런 것을 쓸지 다음에는 완전히 달라질지 예측이 안 되는 점이 있어서. 다음에는 뭘 쓸지 모르겠어요.
 배명훈 맞아요. 써봐야 알아요. 다음에 뭐 써야지, 계획은 이것저것 되어 있는데, 막상 쓰면 전혀 다른 걸 쓰고 있어요.
 askalai 다음에도 장편을 쓸 건가요?
 진아 장편을 계속 쓸 것 같아요. 당분간 계속. 그런데 제 목표는, 단편은 한 해에 한 편은 반드시 써야 한다. 대표중단편선에 넣어야 하니까. (웃음)
 askalai 하하하. 좋은 마음가짐.
 진아 그래서 이번에 겸사겸사 단편을 쓰게 되면서, ‘이번에 2012는 걱정을 덜었다, 내 글에만 매진하자. 내년에 소재별(앤솔러지)에 하나 넣어야지.’ 그것만 맞추려고요. 나머지는 장편에 (집중하고). 쓰다보니까 생각나는 게 다 장편이더라고요. 지금 머릿속에 있는 착상들이 다 장편급이어서 계속 장편을 계속 쓸 것 같아요. 한 편으로는 잘 모르는 게 있어요. 이거 한 편으로는 내가 장편을 썼다고 말할 수 없는 거고, 적어도 몇 편은 더 써 봐야 될 거 같아서.

 • 광고!

 진아 아, 저 네이버에 외전도 걸려요. 8월 초에.
 askalai 오, 그런 이벤트가.
 ida 오, 정말 특집이군요. 단신까지 쫙.
 진아 단신에서 안 내려와야 해요.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일동 웃음)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서. 나 한 번 내려갔잖아. 내려갔을 때 SF도서관에서 독자 만남을 해서 다시 올라갔거든요.
 ida 한 달에 한 번씩 뭔가 해야 하는군요.
 배명훈 1인 시위 하세요.
 진아 단신에 걸어달라고. (웃음)
 ida 박애진 작가가 1인 시위를 하여 단신에 걸어놓습니다. (일동 웃음)

 askalai 다시 한 번 박애진 작가님의 출간을 축하드리고, 마침 모두 장편 막 탈고하셨거나 탈고 준비 중이거나 출간 예정이시죠? 출간 축하와 함께 모두의 신작 소개로 결론을 맺을까 하는데 한 마디씩 해 주세요!
          제 작품은 한창 공사 중인 현대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의 민속 액션(은 희망사항) 판타지 옴니버스 장편!

 콜린(김이환) 진아님 장편 출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장편으로든 단편으로든 자주 진아님의 책을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 제 새로운 장편 소설 [동네 전쟁]은 한남동에 외계인의 우주선이 나타나 지구를 공격하는 동안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주인공 진수의 이야기입니다. 거울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배명훈 지우전 출간 축하드려요. ‘마침내 결말’이 아니라 이제 시작! 이것저것 쓰고 싶은 글들이 생기신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글이 글을 쓰는 사이에 오래 가는 작가로 어느새 자리 잡으실 거예요.
          2년 전부터 곧 나온다고 말하고 다녔던 제 책은, 음…… 언젠가 나오겠죠? 책은 나와야 나오는 것! 아무튼 저는 다 써 놨어요. 탈고는 작가에게 출간은 출판사에게.

 ida(김보영) 저도 다시 한 번 축하요! 진짜 제 책 나온 것만큼이나 기뻤다니까요.
        2년 전부터 쓰고 있던 제 책은, ‘전 다 안 썼어요!’ (웃음) 탈고는 작가인데…… 작가가 탈고를 안 해! 하지만 마무리 단계니 기대해주세요.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불륜, 복수, 막장드라마의 모든 것을 갖춘 막장 판타지 [7인의 집행관], 개봉박두.

 진아(박애진) 음울한 소녀의 음울한 정체성 찾기, 친환경 녹말 이쑤시개에 감춰진 은하계를 위협하는 음모, 노란 줄무늬 고양이의 귀에 있는 노란 줄무늬 고양이의 귀에 있는 노란 줄무늬 고양이의 귀에 있는 노란 줄무늬 고양이 문신에 대한 고찰, 셋 중에 하나 올해 안에 초고 나옵니다. 투표 받아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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