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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에 김산하 작가님께서 거울 필진으로 합류하셨습니다. 그간 거울 독자우수단편에 꾸준히 단편을 공개해 오시다가 「아웃백」(2020년 2분기), 「샌드위치맨」(2020년 3분기)로 독자우수단편 분기 우수작에 2회 선정되며 필력을 인정받으셨지요. 김산하 작가님에 대해 알아보는 신규 필진 인터뷰입니다.

1. 독자들께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새로이 필진에 합류하게 된 김산하입니다. ‘아웃백’과 ‘샌드위치 맨’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며 살아가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2. 어떻게 거울에 대해 알게 되셨나요? 또, 거울의 필진으로 활동하려고 결심한 계기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비슷하게 SF 장르를 쓰고 있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월마다 전문성을 가진 편집진이 독자들의 창작물에 비평을 올려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변에 합평을 받을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글을 올려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습작하는 사람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열린 지면이란 점에서 거울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론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 ‘이만큼 가까이’를 좋아해서 같은 필진으로 활동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3. 언제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고,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으로 창작한 소설 내용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언제부터라든가, 왜라는 질문이 생각 안 날 만큼 아주 옛날부터 자연스레 글을 써왔던 거 같습니다. 공상하는 것을 좋아했고, 사는 것에 불만이 많아서 활자를 피난처로 삼았습니다. 손에 땀을 내면서 줄공책을 채우고 원고지를 채웠습니다.

끈기가 없는 성격이고 산만하게 써온 탓에 소년 시절에는 제대로 된 소설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단편 하나를 열아홉에 시작해 스물에 겨우 끝맺었습니다. 감정의 충동과 외부의 상황 때문에 화자가 사랑하는 이를 잃고 그 곁을 배회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뷰 질문을 받고 다시 읽어보았는데 저조차 무슨 주제로 쓴 글인지 헷갈릴 만큼 소설이 난해합니다. 다만 ‘퇴적’에 관한 글이라고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삶에는 그저 괜찮다는 기만이나 없는 체하는 방식으로 지울 수 없는 과오가 있고, 이 때문에 우리가 하는 행위 또한 회복이 아니라 겨우 퇴적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그런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단절된 관계 앞에서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시간의 퇴적만을 기다리던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첫 소설을 완성한 뒤로 더는 활자를 피난처로 삼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4. 소설을 창작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것이 정말 현실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인지, 그 사실성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소재가 공상일지라도 묘사는 반드시 관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로 타인의 삶을 쓰는 일이 얼마나 오만한 일인지 처음 소설을 쓸 적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함부로 다른 사람을 구원하려 드는 그 순진한 위력에 대해서도. 아직도 인간이 다른 인간을 구원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지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설득력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선 많이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밖의 관찰자가 아닌 그들의 가족, 친구, 연인으로서 쓰고자 합니다.

5. 주로 관심을 가지는 장르는 무엇인가요? 작가님이 그 장르에 매료되는 이유와 그 장르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두루 읽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마술적 사실주의 사조에 관심이 많습니다. 피난처로 삼았던 공상의 글에 저널리즘 성향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그런 것들을 좋아하게 된 듯합니다. 세상에 없지만 있는 것, 없으면서 있는 것, 없는 듯하지만 사실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감각만으론 감각할 수 없고, 현대 과학으로도 관측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사건과 감정, 비물질을 우리가 알고 있는 무언가로 환산하여 써내는 작업이 제게 소설입니다. 예민한 지진계처럼 아직 오지 않았거나 아무도 모르게 지나 가버린 것에 주목하는 일이 그러한 문학의 매력일 것입니다.

6. 좌우명이나 가장 좋아하는 글귀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을 좌우명으로 삼거나 가장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시 인빅터스Invictus의 한 구절인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을 좋아합니다.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가야만 했던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7. 소설 쓰려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에 꼭 해야 하는 행동 같은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글 쓰기 전 습관 같은 거요.

꼭 글을 쓰기 전에 하는 습관은 아니지만 주의가 산만한 편이라 글을 쓰는 도중에도 몇 번씩 의자에서 일어나 방안을 돌아다니거나 침대에 누워 발을 굴리곤 합니다. 몸의 운동運動이 창작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 편이라 일부러 집에서 더 먼 카페까지 걸어가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8. 작가님을 화나게 하는 것과 행복하게 하는 것을 하나씩 꼽아 본다면 각각 무엇인가요?

사랑에 의해서, 사랑이 존재하거나 부재함으로 인해 행복하거나 화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의 존재가 때로는 폭력이기도 하고 그것의 부재가 오히려 배려가 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 동전의 양면과 같음에 화가 날 때도 있고 위로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손보미 작가님의 소설을 접한 뒤로는 이런 사랑의 복합성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곤 합니다.

9. 올해가 얼마 안 남았지만, 그래도 올해에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혹은 내년 목표를 알려주셔도 좋아요.

그런 계획이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지만, 쓰다 보니 아웃백과 샌드위치 맨에 이어서 디스토피아 3부작을 올해 안에 써보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제목은 ‘반감기’이고 자율주행에 관한 근미래 SF 단편입니다. 새해의 목표라면 제 작품이 실린 종이책을 가져보는 것 정도, 그뿐입니다.

10. ‘앗, 이것은 내 인생 소설이다!’라고 느낀 소설이 있으신가요? 어떤 소설이며 왜 그렇게 느끼셨나요?

너무 많아 하나만을 꼽기 어렵지만, SF 소설로 분야를 한정한다면 테드 창 작가의 ‘네 인생의 이야기’를 대단히 좋아합니다. 인간과 시공時空의 개념이 다른 외계의 존재가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어떤 면에선 저를 ‘독단의 잠에서 깨운’ 소설이었습니다. 결정론적 우주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모두 순응적인 바보라고 여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 세계관의 바깥에서 그것을 깨트리고 넓혀준 소설이었습니다. 좋은 소설이 어떤 방식으로 설득력을 갖추는지 배울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합니다. 드뇌 빌뇌브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그 작품도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11.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올해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황정은 작가님의 ‘연년세세’와 리처드 플래너건 작가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을 읽고 있습니다. 두 작품 다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12. 이 이야기만큼은 언젠가 꼭 소설로 쓰고 싶다 생각하신 게 있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짧게 알려주세요. 더불어 언젠가 꼭 쓰실 수 있기를 거울이 응원합니다.

언젠가 때가 온다면, 성간 천체 오무아무아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 존재가 정말 어떤 별의 중력에도 휘둘리지 않고 저 혼자만의 힘으로 가고 있다면, 그와 같은 의지로 이 세계를 통과하는 ‘나’我가 등장하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13. 끝으로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더 많은 글. 더 많은 독자. 더 많은 교류.

댓글 3
  • 아이 20.12.15 01:32 댓글

    다시 한번 김산하 작가님의 거울 필진 합류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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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na 20.12.15 06:22 댓글

    어서 오세요. 앞으로 거울에서 힘을 얻고 좋은 글 쓰시길 기원합니다.

  • 노말시티 20.12.15 07:31 댓글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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