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거울에서 비정기적으로 주목할 만한 작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하려 합니다. 오래도록 좋은 글을 써왔는데 장르 단편을 쓴다는 특성상 주목을 받기 힘들었던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작품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이 작가를 주목하라’ 두 번째 작가는 2013년 9월 첫 번째 작품집인 [홀연]을 출간한 김인정 미로냥입니다. 인터뷰 특징상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15년 4월 초에 김인정 미로냥님과 온라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본명은 김인정, 거울 필명 미로냥은 2004년 9월, 거울 초기에 필진으로 합류했으니 10년 가까이 거울 시간의 잔상에 글을 올려왔습니다. 강산이 바뀔 시간 동안 비교적 기복 없이 거의 매해 글을 올린 필진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장인의 손으로 빚은 섬세한 유리세공처럼 가다듬은 문장으로 많은 동양풍 환상소설을 썼으며, 현대를 배경으로 라이트노벨 풍의 감각적인 단편과 서양풍 환상소설까지 다채로운 소설을 써왔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합평회에서도 여러 번 뵈었는데 막상 미로냥님과 그간 써온 글에 대해 이렇게 긴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었습니다. 늦게나마 이런 자리를 마련해 미로냥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와 기뻤습니다.


미로냥님은 2013년 9월에 온우주에서 작품집 [홀연]을 출간했습니다. 그 전에도 다수의 장편을 전자책으로 출간했는데요. 전자책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하고, 먼저 [홀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저(박애진)은 진아, 미로냥님은 미로로 표기하겠습니다. 이후 존칭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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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 표지.jpg

 ▲ 2013년 9월에 온우주에서 출간한 [홀연]




진아 : 미로냥님의 단편들을 모은 [홀연]이 온우주 단편선 7번째로 출간되었어요. 출간된 지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만 먼저 [홀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
미로 : 음... 네 진짜 오래되...긴 했네요 ㅎㅎ
진아 : 미로냥님 이름으로 낸 첫 책이잖아요. ^^ 기분이 어떠셨어요?


첫 책이라기보다는 첫 종이책이었다. 이 전에 피우리에서 [천 번의 낮, 천 번의 밤] 전자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홀연] 이후에는 다수의 전자책을 출간했다. 한동안 장편에 몰두하느라 다른 필진들 소식에 소홀했나보다. 미로냥님이 이렇게 많은 전자책을 냈을 줄 몰랐다. 전자책 이야기는 인터뷰 후반부에 나누었다.


미로 : 그때(온우주에서 했고, 거울에도 올라왔던)의 인터뷰에서도 한 거 같지만 누군가 읽어줬으면 하지만 동시에, 부디 안 읽어줬으면 하는 그런 양가적인 감정이죠.
진아 : 그간 글을 써오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오셨으니까... 나름 기쁘셨을 것 같은데.. 안 그러셨나요? ^^;
미로 : 기쁜 것보다도 내도 괜찮을까? 쪽에 가까웠어요.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거 아닐까? 같은 근거 없는 고민을 했죠. 그걸 털어내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고, 그 다음에 기뻐했죠.
진아 : 그래도 기쁘셨다니 다행이네요.. ^^


거울에 올라왔던 이전 인터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길...
http://mirror.pe.kr/index.php?mid=webzine6&category=28262&document_srl=86350


진아 : 단편을 오랫동안 많이 써오셨잖아요. 이번에 작품집에 모은 글들은 대부분 거울을 통해 올리셨던 글인가요?
미로 :  아마 (단편집의 글들 중에) 거울에 안 올렸던 건 없을 거예요.


미로냥은 자기 자신에게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면이 있어서 자기 글에 대한 평가에 박하고, 말을 아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초반에는 이야기를 끌어내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편안해지자 막힘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홀연 수록작들에 대한 이야기


먼저 홀연 수록작들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진아 : 그간 미로냥님 글을 읽으며 동양풍에 두 사람의 브로맨스 느낌인 글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홀연]을 순서대로 읽었는데요. 전처럼 한 달이나 두 달 간격으로 보는 게 아닌 이어서 보다보니 각 글의 개성이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미로 : 개인적으로, 제 서사는 콘트라스트가 적은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좀 심심한(?) 게 특징 같다고 할까요.
진아 : 저는 알콩달콩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 그리고 콘트라스트가 없다니요. ‘심각하게 찬란한’은... 정말 무서웠거든요.
미로 : 어... 그래요? 의외네요.
진아 : 누구와도 제대로 오랜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것, 끊임없이 혼자가 된다는 거거든요.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다양한 신경장애 환자들을 다룬 책이 있는데, 아마 읽어보셨겠지만요. 거기에 영화 ‘메멘토’로 유명해진 단기기억상실증 환자 사례가 나와요. 그 사례에서 작가가 그런 말을 하거든요. 평생 그렇게 외로운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그런 느낌이었어요.
미로 : 음. 그렇군요.
진아 : 서겸이라는 독특한 인물이 옆에 있어서, 그 부분이 좀 가려지긴 해도 본질적으로는 혼자일 수밖에 없으니까...
미로 : 네. 원래는 거기에서 달라지는(성장하는) 이야기가 나와야하는데, 거기까지 쓰지 않고 끝을 맺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우선 문제를 던져 놓은 상태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라이트노벨이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결과물을 봐서는 그렇다고 보기 힘들죠.
진아 : 특정이 강한 캐릭터 소설이고 연작이 가능한 구성이라는 점에서 라이트노벨로 읽어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아요. 원래는 단해라는 인물이 달라지는 이야기까지 쓰려고 하셨나요?
미로 : 네. 원래는 장편의 1편이라는 느낌이었으니까, 처음에는 연작식으로 거기까지 쓰고 싶었어요.
진아 : 그럼 뒤도 쓰실 생각이 있으신지...?
미로 : 지금으로선 안 쓸 것 같아요. 오래 지나기도 했고...
진아 : 아.. 아쉽네요...
미로 : 계약을 하지 않는 한 안(못) 쓰겠죠 ㅋㅋ
진아 : 오... 얼른 출판사들이 나서야... ^^


출판사 관계자분들, 보고 계신가요? ^^


진아 : 홀연에는 연작으로 나가면 재밌을 것 같은 글들이 많았어요. ‘만담’ 연작, 지금 이야기 나온 ‘심각하게 찬란한’이나 ‘화선’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장편의 외전이라고 후기에 쓰셨더라고요.
미로 : 네. 어딘가의 작가 연재란을 받아서 좀 열심히 쓰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곳 규정이 바뀌면서 이래저래 의욕을 잃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모두 핑계입니다!
진아 : 저런.. 아쉽네요. 그럼 장편 호천기연담도 현재는 미결인가요?
미로 : 네. 그건 정말 오래 돼서... 십년 된 거 같네요.
진아 : 아깝네요. 저야 단편 밖에 못 봤지만 지금 봐도 좋은 글인데... 말이 나온 김에 호천기연담은 어떤 글이었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미로 : 선계에 여우 신선 삼형제가 사는 집이 있는데, 거기 웬 덜 떨어진 선녀가 추락해요. 그런데 그 선녀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같은 이야기였어요. 모 연재 사이트에서 쓰던 건데, 여러 사정이 생기면서 겸사겸사 연중이 되고 만 듯한...... (물론 이것은 모두 핑계입니다!)
진아 : 그 선녀가 (홀연 수록작인) ‘화선’에 등장한 선녀인가요?
미로 : 아니에요. 화선은 거기의 조연격 인물인 거북이 신선, 설자유의 과거 이야기 같은 외전으로... 거기 안 실렸지만 (단편) ‘화적’이라는 글은 ‘화선’의 짝패 같은 느낌으로, 그 글의 외전으로 썼던 거예요. 그 시기에는 지금보다 좀 더 진지한 글을 많이 썼던 것 같네요.


‘화선’은 홀연에 수록된 단편이다. 동해 용왕의 딸이 졸지에 출산을 담당하는 삼신이 되었다. 거북 신선인 자유는 용왕의 딸에게 은가위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 인간계에 내려온다. 명을 받아 내려왔을 뿐 자유는 인간계를 싫어한다. 용왕의 딸은 그 까닭을 꼬치꼬치 캐묻고, 자유는 인간을 사랑했던 해당화의 서글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진아 : [홀연]을 보면, 위에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남남은 브로맨스처럼도 보이고 남녀도 전문용어로 '츤데레'랄까요. 귀찮아하면서도 결국 받아주며 뒤치다꺼리를 하는 인물들이 나오는데요. 그런 인물들을 평소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사제'라는 키워드로 묶다보니 그런 글들이 묶인 걸까요?
미로 : 음. 우선 사제관계를 (쓰는 것을) 좋아하니까, 결국 뭔가를 쓰다 보면 좋아하는 방향으로 가게 돼요. 하지만 홀연의 수록작들이 사실 좀 오래된 글들이 많다 보니, 기억이 잘 안 나서 이제 와서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진아 : 네, 꼭 의도했다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썼는데 '사제'라는 주제로 묶여서 더 그런 점이 두드러져 보이는 지도요. ^^


위에 링크한 거울 123호에서도 [홀연] 출간을 기념한 인터뷰가 있었다. 거기서 [홀연] 편집자가 ‘사제’라는 주제로 작품을 묶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간 써온 수많은 글들 중 어울리는 글들을 모아 묶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인데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더불어 처음에는 가볍고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배치하고, 뒤로 갈수록 묵직하고 무거운 글들을 수록해 작가의 다양한 면모를 보이게 했다.


사제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미로 : 정신적인 사제관계에 대한 애착 같은 게 있다 보니, 그런 관계가 자주 보이고 정서도 그런 느낌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동시에 뭐랄까, 흔히 말하는 ‘간질거리는 꽁냥씬’ 보다도 ‘거리감이 있는 담백한 관계’를 로맨틱하게 여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진아 : 순간 당황했습니다. 제가 읽기에 미로냥님 글은 굉장히 꽁냥하고, 간질거려요. 거리감이 있는 관계로 보이진 않았거든요. 물론 직접적인 로맨스는 아니긴 해요. 근데 직접적이지 않다 뿐이지, 상당히 간지러운 부분들이나 꽁냥꽁냥한 부분들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예를 들어 초반에 배치한 ‘만담’ 시리즈에는, 아끼던 신하이자 스승이 자기를 버리고 도망간 줄 알고 밤새도록 말을 달려 신하의 유배지로 달려가는 대군의 이야기가 나온다. 상당히 강렬한 로망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미로 : 전 달달하게 쓴다고 쓰는데 ㅋㅋ 그런 게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거든요. 어쨌거나 출판사에서는 장르를 ‘로맨스’로 붙여서 파는데(출간된 E-Book들) 아무리 봐도 ‘로맨틱한 어떤 다른 것’ 같아요. ‘어떤 다른 것’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달다고 생각하지만, 로맨스는 아닌거죠.
진아 : 장르적인 로맨스를 말하자면 그렇긴 하죠. 확실히 애인이 되거나, 나아가서 결혼을 하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그래서 '브로맨스'라는 느낌이었어요. 남녀 관계도 살짝 그런 느낌...
미로 : 네. 제가 이상할 정도로 결혼식! 같은 것에 로망이 없거든요. 결론이 나버리면 달달함이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이 작가의 달달함


단 음식을 즐기는 사람과 즐기지 않는 사람은 같은 농도라도 각기 다른 단맛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내 경우 굉장히 달콤하게 읽었는데 정작 미로냥님의 생각은 달랐다.


진아 : 미로님 글은 전채로도, 디저트로도 손색이 없는데 주 요리는 아닌 거죠. 그런데 주요리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달달하거든요.
미로 : 음... 글들이 대개 소품 같은 면이 있죠.
진아 : 소품과는 좀 다른 의미인데, 소품처럼 보인다면 연작으로 더 이어지면 좋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인물들이 어떻게 해나가는지 더 보고 싶은 느낌. 디저트나 전채 같다는 것도, 소품이라는 뜻은 아니고 그 자체의 달달함에 치중한다는 느낌이에요. 주요리처럼 지지고 볶으며 서로 바닥까지 추락하는 게 아닌 밀당 시기, 서로 좋은 면들을 보여주며, 서로에게 키워가는 달콤한 환상 같은 거. 이건 제 느낌이고요. 미로님은 어떤 면에서 소품이라고 느끼세요?
미로 : 쓰는 제가 뭔가 ‘일부만 보여 주는’ 거라는 강한 인식을 계속 가지고 있어요. 장편을 써도 딱히 전부 다 보여준다는 느낌이 없거든요. 연중작(연재를 중단하는 글)도 실은 그런 면의 일부가 아닐까 해요. ‘못쓰겠다!’ 보다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접거든요.
여러 가지 핑계가 있지만 ‘여기까지 보여줬다면 됐다’든가...
물론 뭔가 게시판이 바뀌게 되었다든가 출판사에 냈다가 떨어진다든가... 해서 놓았던 적도 있어요.
진아 : 외부적인 요인이군요. 외부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거라서...
미로 : 네, 요즘은 덜한데, 예전엔 ‘아, 어차피 출판할 것도 아닌데 여기까지 썼으면 됐어’하고 스스로 놓는다든가...


작품집 [홀연]에 대해 더 하고 싶었던 질문이 있는지라 다시 홀연 이야기로 돌아갔다. 예를 들면 제목이라거나...


진아 : [홀연]은 작품집 중에서 표제를 정한 게 아니라 따로 정한 작품집 제목이잖아요. 홀연, 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미로 : ‘홀연히 뭐뭐 하다’ 같은 말이 떠올라서 그렇게 갔어요.
진아 : 전체 작품집 분위기와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다른 제목 후보가 있었나요?
미로 : 잘 기억이 안 나요. 당시엔 어딘가 적어 뒀겠지만 오래돼서;;; ‘미로정원에서 (어쩌고)’ 같은 종류나 ‘요정이 모두 춤추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이것저것 있었는데 부정적인 말을 쓰지 않았으면 했고, 기타등등 가리다 보니 ‘홀연’이 됐어요
진아 : 미로정원도 어울리고, 요정이 모두 춤추는 것은 아니다, 도 귀여워서 눈길을 끌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홀연’이 단아한 느낌을 줘서 전체 작품집 제목으로는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잘 지으신 듯...


미로냥님이 인물 이름을 짓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작가들이 이름 짓는 걸 어려워한다. 나도 그렇다. 미처 몰랐는데, 선호하는 이름이 있었는지 작품집으로 묶자 인물들 이름이 상당히 겹쳐 수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진아 : 거울에도 올라왔던 이전 온우주에서 했던 인터뷰를 봤어요. 거기서 [홀연] 수록작인 ‘백탑의 도시’에 국적불명의 이름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감에 맞춰서 지었고, 나름대로의 맥락에 맞는 말이라고 답하셨는데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미로 : 이름을 지을 때 기존에 있는 이름을 쓰기도 하고(지명사전이나 인명사전, 정해 놓은 분위기의 국가의 인명사전을 뒤짐) 거기에서 따와서 섞어 쓰기도 하고 아니면 적당한 분위기라고 판단하는 말을 의도해서 쓰기도 하고 그래요
진아 : 이를테면 조금 센 인물에겐 센 발음이 들어가는?
미로 : 네. 그런 것도 있고... 아주 옛날 장편에서 중요한 인물의 이름이 '시린'이었는데 ‘시리다’에서 따와서 일부러 그렇게 쓴 거예요. “매창소월”의 ‘호련’은 ‘홀연’을 조금 의도한 부분있고, ‘희미’는 ‘희미하다’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 외에 ‘그라마타☆루디’에서 특정 지명과 인명은 ‘사막 도시 풍의 이름이지만 각 문자가 한자어로도 쓸 수 있을 듯한’ 이름이 컨셉. ‘백탑의 도시’의 이름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에서) 좀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느낌으로...
진아 : 그럼 화선에 등장하는 선인인 설자유, 는 한자 뜻은 다르지만.. 혹시 자유롭다, 의 자유, 도 생각하시면서 지으신 건가요?
미로 : 네.


연작을 더 써주세요! <- 사심 가득 ^^


진아 : 처음 만담 연작 세 편 너무 재밌게 읽어서, 세 편 쓰고 끝이라니! 서운했어요.
미로 : 네. 그건 재밌게 썼어요. 세계관이나 서사에서, 뭔가 인과나 기타 여러 가지 고려해야할 걸 안 했지만, 안 했던 게 좋았죠. 요즘은 그러기 힘들어서 ㅠㅠ
진아 : 등장인물 두 명의 브로맨스도 그렇고 인물들도 너무 귀여워요. 이 연작은 짬짬이 쓰셔서.. 언제고 묶이면 좋겠어요.
미로 : 만담도 뭔가 계약하지 않으면 안 쓸 것입니다... 아마...


출판관계자 여러분, 보고 계시나요? 2 ^^


미로 : 아니, 사실 뭔가... 제의를 받고 싶다기보다도, 실은 제가 제대로 써서 어딘가 내야 하는 게 맞아요. 그러나 하지 않죠. 대부분 다 규격에 맞지 않지 않아요? 대개는 ‘음 어디에 내야 할지 모르겠는걸’ 하고 포기하죠.
어릴 때는 좀 오랫동안 신춘문예 위주로 냈는데 몇 년 전부터는 거의 안 내게 됐어요. 어떤 공모전은 기획서 양식 보면서 ‘어? 셀링 포인트 그런 거 나도 모르는걸’ 하고 너무나 귀찮아져서 안 낸다든가.
진아 : 아.. 그런 것도 적어야 하는군요;;;
미로 : 네. 모 공모전은 깜짝 놀랄 정도로 복잡하더라구요;;; 전 사실 시놉시스 쓰는 것도 가능한 한 안 하고 싶은데요! ......어라? 써보니 참 제게는 수많은 문제가 있군요! 그냥 언제나 저 좋을 대로 써온 것입니다. 음... 좋은 인생이었다. 지금 얘기한 걸 정리해 보면 저는 결국은 “그냥 쓰고 싶은 거 쓰고 -> 임계점을 넘으면 안 써! 하고 때려치우고.”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온 거네요. 이게 다 핑계입니다!
진아 : 설마 끝까지 쓴 장편이 없진 않으시죠? ^^;
미로 : 있죠. 나름대로 이런저런... 그런데요, 과연 정말 끝인지? 싶은 게 많아요. 앞에서도 얘기 했지만, ‘여기까지만 이야기한다’ 하는 감각이 항상 있거든요. 황드(황금드래곤문학상)에 냈던 ‘화조풍월’도 1부 완결! 이었고. 좀 그런 경향이 있어요. 사실 완결! 이라고 찍은 것들도 ‘음, 사실은 1부 같은 느낌인걸?’ 이렇게. 단편이든 장편이든 항상 ‘전부 다 이야기하지는 않았는걸’ 하게 돼요.
웃긴게, 제가 사실 이런 거 싫어하거든요!
제가 이런 점(‘뭔가의 1편 같은 느낌’의 글이 많다) 때문에 온다 리쿠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요. 이게 동족혐오입니다.

진아 : 이번에는 사제라는 주제로 묶였는데.. 다음 작품집은 어떤 풍의 글로 묶고 싶으세요?
미로 : 음... 다음 단편집이라면 연작 단편집이거나, 아니면 한 세계관 안의 이야기를 묶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진아 : 네, 저도 연작이 묶이면 좋을 것 같아요. 연작 중에서도 바라는 연작이 있다면요?
미로 : 이것저것 쓰고 싶은 건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항상 있을 예정이지만... 특히 ‘평화롭고 말랑하고 메르헨하고 순정한, 마법사와 제자가 나오는 일상물 연작’을 쓰고 싶다는 꿈을 한 십년쯤 꾸고 있습니다. 전에 인터뷰 때 이야기했던 대로 ‘군상극’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이건 아주 나중에나 가능할 것 같고요.
진아 : 계약하면 쓰시나요? ^^
미로 : 뭐든 계약하면 쓰겠죠?
......계약 안 하면 안 쓸 거라는 건 반은 농담이고요. 솔직히 장편이든 단편이든 글을 끝내고 나면 제 안에서는 일단 일단락 된 거니까, 그 다음에는 다 읽은 책 같은 거라 덮어서 꽂아놓게 돼요. 끝내고 나면 사실 제 안에서 큰 미련이나 애절한 기분 같은 게 없어요. 다 읽은 책이니까. 그래서 그런 기회(새로 계약을 한다든가)가 생기지 않는 한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가게 되지는 않는 거죠.
중편이나 장편을 완결한 후에 후일담이든 외전이든 쓸 일이 있으면 꽤 힘들더라고요. 외전도 한참 본편을 연재중일 때 생각나지, 끝나고 나면 생각 안 나요.




미로냥의 장편들 그리고 전자책


거울에는 주로 단편을 올려왔지만 사실 미로냥은 많은 장편을 써온 작가였다. 장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위에 잠시 이야기 나누었던 호천기연담도 몇 권 분량은 썼다고 한다.


미로 : 매년 1편 이상의 중편 혹은 장편을 쓰고 있어요. 출판은 안 되지만... 공모전은 떨어지지만...;;
진아 : 이북은 어떤 책들을 내셨어요?
미로 : 저는 다양한 장르로 썼으나 카테고리가 로맨스로 묶여 있는... 듯한... 어떤 장편들이죠...


거울에서 같은 필진으로 오래 함께 하면서도 미로냥님이 이렇게 많은 전자책을 출간했을 줄 몰랐다. 미로냥님에게 그간 출간한 전자책들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위하여.jpg


‘호노라’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잠들지 못하는 밤을 위하여”는 3권 완결로 미로냥님의 표현을 빌려 “이계 판타지&소년소녀 로드무비&(상호)짝사랑 이야기”라고.
아래 링크에서 구입할 수 있다. ^^
http://ridibooks.com/v2/Detail?id=102000843




매창소월.jpg


같은 ‘호노라’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매창소월]은 현재 6권까지 나왔고 7권 완결 예정이다. 미로냥님은 “동양풍 판타지&소년소녀 성장물(인데 어째 무협인듯 무협아닌 퓨전사극으로 보이는 듯)” 라고 하셨다. 아래 링크를 덧붙인다.
http://ridibooks.com/v2/Detail?id=102000941





그라마타 루디.jpg


역시 ‘호노라’라는 필명으로 쓴 “그라마타☆루디”는 8권으로 1부가 완결 되었다. 미로냥님은 “제목에 별 넣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소년소녀...... 어라 또 소년소녀네요. 아무튼 소년소녀 성장물&로맨스입니다!”고 하셨다. 링크를 첨부한다.
http://ridibooks.com/v2/Detail?id=102000630



이 외에도 중편이나 다른 글이 더 있는데 최소한 4년쯤 묵은 글들이라 쓴 느낌이 없다고...


미로냥님의 개인지와 독립 출판 정보는 http://honora.tistory.com/48 에서
동인지와 개인지를 제외한 출간정보는 http://honora.tistory.com/119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진아 : 지금 가장 중점으로 쓰고 있는 장편은 어떤 글인가요?
미로 : 음... 일단 지금 현재는 재투성이 왈츠... 라고 주 2회 이상 글쓰기 스터디용으로 시작한, 봄 내에 끝내려고 하는 글이에요.
진아 : 오... 어떤 분위기의 글인가요?
미로 : 쓰는 저의 의도-> 가벼운 소녀 성장&로맨스. 독자의 반응-> 아침드라마
진아 : 어디서 볼 수 있나요?
미로 :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366504
여기예요! ...누가 제발 제가 글을 쓰게 해 주세요... ... ...
진아 : 봄 내에 끝내려는 글이면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미로 : 네... ㅠㅠ
진아 : 마무리 힘내세요. +_+





공식질문


“이 작가를 주목하라”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진아 : “이 작가를 주목하라” 마지막 공식 질문 드릴게요. 미로냥에게 글쓰기란?
미로 : “무언가”?
진아 : 무언가?
미로 : 네. 그런 느낌이에요. 돌아봤을 때 있는 ‘무언가’거나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무언가’거나. 아무튼 거기 뭔가가 있고, 그러니까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 거죠. 그게 제일 중요한 의미 같아요. 저한테는. ...되게 쓸데없는 소리만 한 거 같은데 죄송해요. 이렇게 영양가 없는 대답만 하다니...!
진아 : 걸려 넘어지게 하기도 하는군요.
미로 : ㅋㅋㅋㅋ 네. 넘어지게 하죠. 왜 이런 걸 쓰고 있지? 라든가 아, 글 왜 쓰지? 쓰지 말까? 그러면서도, 돌아보면 ‘무언가’가 있기에 또 계속 쓰게 하는 그런 것.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쓰는 것만은 내 것이니까 이것저것 다 없어지거나 아무 것도 아니어도 쓴다는 건 남아 있죠 ㅋㅋ 그게 중요해요.



돌아보면 있기에 계속 쓰게 만드는 것, 온전히 내 것인 유일한 것이라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봄 안에 새 장편 “재투성이 왈츠”의 완결을 기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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