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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배명훈에 대한 전방위 고백 폭격
― 내가 본 배명훈

기획 : 진아
작성 및 정리 : 자하


 배명훈 님의 [타워] 출간에 맞춘 특집 기획의 일환으로 “내가 본 배명훈”이란 글을 받아보았다. 배명훈 님이 어떤 작가인지를 말하고, 배명훈 님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말하는 이 글들은 우리만의 헌사이자 고백일 것이다. 독자, 동료 필진, 편집자 ― 작가 배명훈을 둘러싼 관계의 전방위로부터 날아온 진솔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독자가 본 배명훈

 독자 중 한 분인 dcdc 님의 글을 싣는다.



 배명훈은 매우 성능 좋은 효자손이다. 가장 가렵고 급박하게 경련이 이는 부분을 탁월하게 짚어내는 최첨단기능의 효자손. 배명훈은 근현대에서 미래, 별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한낮의 점식식사에서 세계의 존폐까지 온갖 시공과 소재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지금 마주한 우리 시대의 문제를 통찰력 있게 또 유머러스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배명훈이라는 효자손에는 사람따라 딱 기분 좋게 긁어주는 기능 또한 포함되어있다. 소품을 다루면서도 집요하게 사건과 그 배경, 결과에 대해 파고드는 특유의 관찰력과 주제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가벼이 읽고 싶은 이는 표면적인 아이러니와 반전을 소소히 즐기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으며 깊이 읽고 싶은 이는 작품 속 촘촘히 짜인 알레고리를 파헤치는 거대한 모험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배명훈이 했던 답변대로 골머리 썩히는 사건, 가슴 아픈 비극만으로 가득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머 감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근현대에서 미래, 별차원 모든 시공을 넘나들고 한낮의 점식식사에서 세계의 존폐에 이르기까지 온갖 소재를 알레고리화하여 우리가 마주한 현 시대의 문제를 핀포인트로 저격하는, 그러면서도 한줌의 유머를 결코 놓지 않는 배명훈이 절실한 것이다.

――― dcdc




동료 필진이 본 배명훈


 배명훈 님은 작가로서도, 거울의 일원으로서도 단단한 중심이 되는 사람이다. 그의 존재에 대한 생생한 증언들을 만난다.


 날카롭고도 선량하고, 유쾌하면서도 속 깊은, 깊고 달큰한 장맛 같은 글을 쓰시는 작가님. 이른바 배명훈 퀄리티 레벨을 항상 유지하며 다작까지 하시는 경이로운 분.

――― 아밀




 딱, 불쾌하지 않을 만큼만 빈정거리는 소설을 쓰는 작가. 읽는 동안은 웃음을 터뜨리게 되지만 다 읽은 뒤에는 조금 우울해집니다.

――― 유서하




 그의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언제나 소설의 중간 쯤에서 갈등하게 된다.
단숨에 끝까지 읽고 싶어하는 독자의 마음과, 어서 책장을 덮고 모니터 앞으로 달려가 본인의 소설을 써야겠다는 욕망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은 언제나 게으른 작가이자 성실한 독자이기 때문에 결국 그의 소설을 끝까지 읽고나서 모니터 앞으로 달려가는 일은 까맣게 잊고 여운에 젖고는 한다.

 그의 소설은 굉장히 잘 설계된 건축물 같다.(때문에 오랫동안 그를 공학도로 잘못 넘겨짚고 있었다)
 친숙한 문장의 외양으로 사람을 불러들인 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탄탄한 플롯의 기둥이 감탄을 자아내고 인테리어 구석구석에서 엿보이는 유머감각과 능청스러운 풍자가 허를 찌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건물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사람'과 '사랑'에 대한 향기가 온 천장과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소설은 50만명을 품는 거대 타워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작가 자신은 500만명의 가슴을 품을 수 있는 아늑한 건물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ps. 사실 그의 부드러운 매력은 사석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 임태운




 자기 중심이 확실하고, 자신이 뭘 해야 할지 확실히 알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확실히 알고, 그걸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열심히 생각하고 열심히 실천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작가. 그런 확실함 때문에, 멀리서 지켜볼 땐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가까이 가면 첫마디를 듣는 순간 그런 생각이 멀리 달아난다. 어떤 의미로는 그게 정말로 무서운 점인지도 모르겠다.(웃음)
 스토킹할 가치와 보람이 있는 작가, 존경할 만한 동료. 어느 자리에 서도 모자람이 없다.

――― 자하




 배명훈 작가는 거울 편집장님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내가 창작에 관해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다. 돌이켜보니 그렇다.
 거울에 와서 많은 작가들을 만났고 많은 훌륭한 글을 많이 접했지만, 아직 한 번도 그들의 생각이나 쓰는 방식, 문체에 영향을 받을까 고민해본 적이 없다. 사람은 다 자신만의 글을 쓰는 것이고 쓸 수밖에 없으니까.
 나는 가끔 배명훈 작가는 나와 전혀 다른 글을 쓰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일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굳이 ‘말하기는 해야 하는’ 이유는 그나마 그의 글은 영향의 손을 뻗치기 때문일 것이다. 배명훈 작가는 내가 의식해서 쳐낼 필요가 있는 내 주변의 유일한 인물이다.

 그의 글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정반대의 지점에서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정반대의 지점은 내 안에 없는 면이 아니라, 내가 눌러놓은 뒷면이며 그림자다. 그는 내가 선 곳과 완전히 다른 면의 진실에 서 있다.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알지만 한편으로 그가 옳다는 것을 안다.

 내가 창작의 고통을 말하면 그는 창작의 즐거움을 말한다. 느리게 쓰기를 말하면 다작을 말하고, 퇴고를 말하면 영감을 말한다. 사람을 보면 세계를 보고, 내면을 파면 바깥을 본다. 고독을 말하면 사랑을 말하고, 슬픔을 말하면 유머를 말한다. 나는 굶어죽지나 않을까 걱정하는데 그는 노년에 인세로 먹고 살 미래를 설계한다. 이번 정권은 내 창작의욕을 무던히도 꺾는데 그는 뮤즈라고 부른다!
 내가 바짝 긴장해 무대에 선 배우라면 그는 무대가 제 집보다 편안해 보인다. 모 만화의 표현을 빌자면 내가 기를 쓰고 하는 것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해 버리는 것 같다.
 물론 서로의 그림자는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글 쓰는 즐거움을 알고 자신감 넘쳐 쓸 때도 있고, 인세로 먹고 사는 노년을 상상하기도 한다. 배명훈 작가에게도 글을 쓰는 고통이 있을 것이며 고뇌와 긴장과 슬럼프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신경이 쓰인다. 정반대라고 생각하는 그림자는 사실 아주 가까이 있고, 한 순간에 뒤집어 빨려 들어가 버릴 것 같아서.

 배명훈 작가는 어쩌면 내게 은밀히 바랄지도 모른다. 내가 좀 더 즐겁게 유쾌하게, 편하게, 밝고 행복하게 쓰기를. 나도 배명훈 작가에게 은밀하게 바랄 때가 있다. 그가 좀 더 무겁고 고통스럽게, 더 깊은 고뇌 속에서 쓰기를.

 또 한편으로 그가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그 찬란한 빛을 놔두고 쓸데없이 음울한 유혹에 끌리지 않기를.
 나 또한 내가 그의 빛에 이끌리지 않기를 바란다.
 더 깊은 구덩이 속에 침잠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배명훈 작가의 글은 동료라기보다는 팬으로서 좋아하고 싶다. 그의 글을 작가로서가 아니라 독자로서 지켜보고 싶다. 앞으로 대작가가 될(어쩌면 이미 그러한) 사람을 알고 지낸다는 뿌듯함을 가슴에 안고.

――― ida




 인간적으로는 나에게 딸이 있다면 사위로 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사람이되 같은 작가로서 보자면 자신의 음흉한 속내를 뻔뻔한 문체 속에 잘도 숨겨서 얄미울 정도로 맛깔나게 구워내는 사람.

――― SeeReal



편집자가 본 배명훈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배명훈 님과 타워에 대한 구상을 나누고 논의하고 지금도 가장 큰 지지자이자 든든한 지원군인 오멜라스의 편집자 두 분이 보내주신 [타워 편집자 태그]이다. 키워드들을 보면 그 지난하면서도 행복했던 작업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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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9.06.27 12:36 댓글 수정 삭제
    이렇게 놓고 보니까 (제가 보기에) 굉장히 낯뜨거운 기획이었군요. 감사합니다.
    그동안의 가식이 어느 정도 먹힌 듯도...
    사위 삼고 싶다는 S모 작가님의 발언에 화들짝 놀라며... 장모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