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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러시아 민담 모음

2013.10.27 13:2810.27

러시아 민담 모음

 

민담 수집, 정리: 알렉산드르 아파나시예프

번역, 해설: 정도경

 

 - 소개

 

알렉산드르 니콜라예비치 아파나시예프 (Александр Николаевич Афанасьев, 1826-1871)는 러시아 민속학자이며 민담 수집가로 가장 유명하다. 아파나시예프가 수집해서 정리한 민담은 두꺼운 책으로 세 권, 숫자로는 700개가 넘는다. 

아파나시예프가 살았던 19세기 러시아는 제국주의적인 시각에서 민속학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아직 러시아 제국 시기였으므로 왕실의 지원을 받은 모스크바 왕립 지리학회 같은 곳에서 러시아 전역 및 극동 아시아 (한국, 당시 조선 포함)에도 학자들을 파견하여 민족과 전통과 관습, 혹은 지리와 자원 등을 조사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는 당시에는 “객관적이고 학문적”이라고 여겨졌으나 현재 되돌아보면 철저하게 백인우월주의, 러시아우월주의적 시각에서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러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바쯔와프 셰로쉡스키 (Wacław Sieroszewski, 1858-1945) 같은 학자는 본인이 러시아에 지배당한 식민지 폴란드에서 태어나 폴란드 독립운동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방문기 [코레야, 1903년 가을]에는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는 쪽이 조선 민족을 위해 이롭다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제국주의적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아파나시예프의 민담 수집은 이러한 시대였기 때문에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한다. 아파나시예프는 러시아는 물론 현재의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지역 민담까지 폭 넓게 수집했으며, 당시에는 러시아어의 “사투리”, 즉 표준 러시아어에 비해 열등한 지역 방언 정도로 취급되던 벨라루시 어나 우크라이나 어를 러시아어로 수정하거나 미화하거나 편집하지 않은 채 그대로 출간하였다. 그래서 아파나시예프의 민담집 러시아어 원본을 보면 같은 이야기가 러시아와 벨로루시 어와 우크라이나 어의 서너 가지 다른 버전으로 나타나거나 수집된 지역에 따라 줄거리 전개가 조금씩 달라지는 양상을 전부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아파나시예프는 구비전승을 있는 그대로 기록으로 남기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라고 확신했던 민속학의 선구적인 인물이었으며, 그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 반정부적, 반체제적이거나 혹은 정교회에 반대하는 신성모독적인 내용의 민담들도 그대로 수집하여 보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한” 내용의 민담들은 발간할 수 없다고 여겨 [출판에 적합하지 않은 민담들]이라는 제목으로 따로 보관했는데, 이 원고는 아파나시예프 사후에 [출판에 적합하지 않은 러시아 전통 민담들] (Народные русские сказки не для печати)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달고 출판되었다. (두둥.)

아파나시예프의 민담은 20세기 민속학 연구의 거장 블라디미르 쁘로프 (Вдалимир Пропп, 1895-1970)의 민담 연구의 기본 자료가 되었다. 쁘로프는 민담을 주제나 소재가 아니라 줄거리 전개 방식에 따라 분석하여 구비전승 장르로서 “민담”만의 고유한 특성을 밝혀내는 업적을 이루었다. 러시아 민담은 한국 민담이나 동양 민담, 혹은 유럽의 그림(Grimm) 형제 혹은 안데르센 동화 등에 나타나는 이야기들에 비해 등장인물도 확연히 다르고 줄거리 전개 방식도 독특하다. 쁘로프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 민담은 교훈보다는 재미를 목적으로 하며, 간단히 요약하면 “바보” “게으름뱅이” “쓸모 없고 재주 없는 놈”으로 여겨지던 주인공이 집을 떠나 여러 가지 모험을 겪으며 조력자의 시험을 통과하여 마법의 도구를 얻어 그것으로 적을 무찌르고 결혼을 하거나 보물을 얻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기본 줄거리이다.

이러한 특성을 염두해 두시면 감사하지만 별 생각 없이 읽어도 러시아 민담은 그냥 무척 재미있다. 한국에는 톨스토이가 말년에 집필한 [바보 이반]이 마치 러시아 민담의 대표이자 톨스토이 작가 생활의 최고봉인 듯 잘못 알려져 있는데, 본래 민담이란 작가가 불분명하고 종이에 쓰여진 글이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이므로 톨스토이의 민담은 진짜 러시아 민담이 아니다. (그리고 러시아 문학 전공한 사람한테 톨스토이 [바보 이반] 얘기하면 짜증낸다.)

뭐 그런 저런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진짜 러시아 민담들 중에 환상적, 마법적 성격이 강한 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기로 한다. 개별 민담은 별로 길지 않으니 그냥 부담 없이 읽으시면 좋겠다. (원문은 러시아어에서 번역했다. 아파나시예프의 민담집은 [러시아 민화집]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도 번역되었으나 완역이 아니라 3권 중에서 임의로 발췌된 번역이다. 뭐 발췌라고 해도 분량이 굉장하기는 하지만 번역자가 러시아어 원문이 아닌 영어에서 번역했기 때문에 조금씩 잘못된 부분들이 있다.)

 

 

시브코-부르코

*시브코сивко 는 흰 바탕에 점이나 얼룩이 있는 말.

*부르카 бурка 는 밤색 털의 말.

 

옛날 옛적에 노인이 한 명 살았는데 그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다. 그 중 세 번째가 바보 이반이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뻬치까 위 구석에 앉아서 코를 팽팽 풀거나 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나이 들어 죽게 되자 아들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내가 죽으면 너희는 각자 순서대로 내 무덤에 찾아와 사흘씩 나와 함께 밤을 지내라.” 그리고 아버지는 죽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밤이 되었다. 큰아들이 무덤에서 밤을 지내야 했지만 큰아들은 게을러서 그랬는지 무서워서 그랬는지 막내에게 말했다. “바보 이반아! 아버지 무덤에 가서 나 대신 밤을 지내라. 넌 아무 일도 안 하지 않냐!” 바보 이반은 집을 나와 무덤에 도착해서 누웠다. 자정이 되자 갑자기 무덤이 갈라지며 아버지가 나와서 물었다. “거기 누구냐? 너냐, 맏아들아?” “아뇨, 아버지! 저예요, 바보 이반이에요.” 아버지는 아들을 알아보고 물었다. “큰형은 왜 안 왔니?” “형이 저를 보냈어요, 아버지!” “그래, 네 운이구나!” 그리고 아버지는 영웅호걸처럼 휘파람을 불며 소리쳤다. “시브코-부르코, 현명한 검은 말아!” 시브코가 달려온다. 땅이 몸을 떨고, 눈에서 불꽃이 튀고, 콧구멍에서 연기가 기둥처럼 뿜어 나온다. “자 아들아, 여기 좋은 말 한 필이 있다. 말아, 너는 나한테 했듯이 내 아들을 잘 모셔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 무덤에 누웠다. 바보 이반은 검은 말을 쳐다보고 쓰다듬어 보고 출발해서 집으로 떠났다.

집에서 형제들이 물었다. “그래, 바보 이반아, 밤은 잘 지냈니?” “아주 좋았어요, 형들!”

이틀째 밤이 되었다. 둘째도 무덤에서 밤을 지내러 가지 않고 말했다. “바보 이반아! 아버지 무덤에 가서 나 대신 밤을 지내렴.” 바보 이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와서 무덤으로 와서 누워서 자정을 기다렸다. 자정에 또 무덤이 열리고 아버지가 나와서 말했다. “너냐, 둘째야?” “아뇨.” 바보 이반이 말했다. “또 저예요, 아버지!” 아버지는 영웅호걸의 목소리로 고함치고 청년처럼 기운차게 휘파람을 불었다. “시브코-부르코, 현명한 검은 말아!” 부르코가 달려온다, 땅이 흔들리고 눈에서 불꽃이 튀고 콧구멍에서는 연기가 기둥처럼 뿜어 나온다. “그래, 부르코, 나에게 했듯이 내 아들도 잘 모셔라. 이제 가라!” 부르코가 달려갔다.

아버지는 무덤에 누웠고, 바보 이반은 집으로 갔다. 형들이 다시 물었다. “바보 이반아, 밤은 어떻게 지냈니?” “아주 좋았어요, 형들!”

사흘째 밤에 이반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밤이 되길 기다리지도 않고 집을 나섰다. 무덤에 누워서 자정이 되자 다시 아버지가 나왔고, 이미 바보 이반이 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영웅호걸의 목소리로 소리치고 청년처럼 기운차게 휘파람을 불었다. “ 시브코-부르코, 현명한 검은 말아!” 검은 말이 달려온다, 땅이 흔들리고 눈에서 불꽃이 튀고, 콧구멍에서 연기가 기둥처럼 뿜어 나온다. “그래, 검은 말아, 나에게 했듯이 내 아들도 잘 모셔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 바보 이반에게 작별을 고한 후 무덤에 누웠다. 바보 이반은 검은 말을 쓰다듬고 쳐다보고 보내준 뒤에 자기는 걸어서 집으로 갔다. 형들이 다시 물었다. “이반, 그래 밤은 어떻게 지냈니?” “아주 좋았어요, 형들!”

형제들은 그렇게 계속 살아갔다. 두 형들은 일을 했지만 이반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황제로부터 공문이 왔다. 만약 누군가 정해진 숫자의 통나무를 뛰어넘어 공주의 초상화를 왕궁에서 훔쳐갈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공주를 시집 보내겠다는 것이다. 형제들은 과연 누가 초상화를 훔칠지 보러 가려고 했다. 바보 이반은 뻬치까 위에 굴뚝 뒤에 앉아서 말했다. “형들! 나한테 뭐든 말 한 마리만 줘요. 내가 타고 가서 볼게요.” “에!” 형들은 그를 비웃었다. “바보야, 뻬치까에 그냥 앉아 있기나 해. 네가 뭐 하러 가냐? 사람들이 웃겠다!” 하지만 바보 이반은 물러서지 않았다! 형들은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 여기 다리가 세 개뿐인 절름발이 암말을 타고 가라!”

그리고 형들도 떠났다. 바보 이반도 형들 다음에 떠나서 넓은 평야와 광활한 초원을 지나간다. 암말에서 내려서 말을 잡아 가죽을 벗긴 뒤에 가축몰이 목장 담벼락에 걸어놓고 고기는 버렸다. 그리고 이반 자신이 청년답게 기운찬 휘파람을 불고 영웅호걸의 목소리로 외쳤다. “시브코-부르코, 현명한 검은 말아!”

시브코가 달려온다, 땅이 흔들리고 눈에서 불꽃이 튀고 콧구멍에서는 연기가 기둥처럼 뿜어 나온다. 바보 이반은 한쪽 귓속으로 들어갔다. 실컷 먹고 마시고 다른 쪽 귀를 통해 나왔다. 나올 때는 옷을 갈아입어서 형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멋진 청년이 되었다! 이반은 시브코 위에 앉아서 초상화를 훔치러 떠났다.

사람들은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멋진 청년을 한 번 보고는 다들 구경하러 나왔다. 바보 이반은 한 번 손을 휘둘러 쫓아버리고 말을 몰아 통나무 세 개를 한꺼번에 뛰어넘어 초상화를 손에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말을 몰고 오는 모습은 보았지만 어디로 가버렸는지 제대로 볼 틈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반은 말을 놓아주고 자기는 걸어서 집으로 가서 뻬치까 위에 앉았다. 갑자기 형들이 돌아와서 자기 아내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 여보,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멋진 청년이 어디선가 나타났어! 통나무 세 개를 뛰어넘어 초상화를 가져갔지 뭐야. 어디서 왔는지는 봤는데 어디로 가버렸는지는 볼 수도 없었어. 또 올 지도 모르지….” 바보 이반은 뻬치까 위에 앉아서 말했다. “형들, 거기서 혹시 나 못 봤어요?” “네가 거기 왜 있었겠니! 바보야, 뻬치까 위에 앉아서 코나 닦아라.”

시간이 흘렀다. 황제에게서 똑같은 공문이 왔다. 형들은 또 다시 떠날 준비를 했고, 바보 이반은 말했다. “형들! 나한테 말 한 마리만 주세요.” 형들이 대답한다. “바보야, 집에 가만히 있어! 또 다른 말도 데려다 없애버리지 말고!” 그러나 이반을 말릴 수가 없어서 형들은 다시 다리를 저는 암말을 타고 가라고 했다. 바보 이반은 다시 떠났다가 말을 잡아 가죽을 목장 울타리에 걸어놓고 고기는 버렸다. 청년답게 힘찬 휘파람을 불고 영웅호걸의 목소리로 고함쳤다. “시브코-부르코, 현명한 검은 말아!” 부르코가 달려온다, 땅이 흔들리고 눈에서 불꽃이 튀고, 콧구멍에서 연기가 기둥처럼 뿜어 나온다. 바보 이반은 오른쪽 귀로 기어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왼쪽 귀로 뛰어 나와서 멋진 청년으로 변신해서 말을 타고 떠났다. 초상화는 통나무 두 개를 뛰어넘어 공주의 초상화를 손에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오는 모습은 보았지만 어디로 사라지는지 볼 겨를이 없었다! 부르코를 놓아주고 이반은 걸어서 집에 와서 뻬치까에 앉아 형들을 기다렸다. 형들이 돌아와서 이야기했다. “여보! 그 멋진 청년이 다시 나타나서 통나무 두개만 뛰어넘더니 초상화를 손에 넣었어.” 바보 이반이 그들에게 말했다. “형들, 혹시 거기서 저 못 봤어요?” “앉아 있어, 바보야! 네가 어디 있었다고 그래!”

시간이 오래 지난 다음에 황제로부터 다시 공문이 왔다. 형들은 떠날 준비를 시작했고, 바보 이반은 부탁했다. “형들, 아무 거나 말 한 마리만 주세요. 내가 타고 가서 좀 보게.” “집에 앉아 있어, 바보야! 우리 말들을 다 어디로 가서 없애버리려는 거냐?” 그러나 이반을 말릴 수가 없어서 야단치고 야단치다가 결국 말라빠진 암말을 타고 가게 해 주었다. 그리고 형들도 떠났다.

바보 이반은 이전과 같은 곳으로 가서 암말을 죽여 고기를 버렸다. 청년답게 기운찬 휘파람을 불고 영웅호걸의 목소리로 외쳤다. “시브코-부르코, 현명한 검은 말아!” 검은 말이 달려오자 땅이 흔들리고 눈에서 불꽃을 뿜었으며 콧구멍에서 연기가 기둥처럼 뿜어 나왔다. 바보 이반은 한쪽 귀로 기어 들어갔다. 실컷 먹고 마신 뒤에 다른 쪽 귀로 기어 나왔다. 멋진 청년처럼 차려입고 말 위에 앉아서 출발했다. 황제의 궁전에 도착하자마자 공주의 초상화와 손수건을 함께 손에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어디서 왔는지는 봤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보지도 못했다! 이반은 검은 말을 놓아주고 걸어서 집에 가서 뻬치까에 앉아서 형들을 기다렸다. 형들이 돌아와서 말했다. “그래, 여보! 또 그 청년이 오늘 달려와서 초상화를 가져가 버렸어.” 바보 이반이 굴뚝 뒤에 앉아서 말했다. “형들, 혹시 거기서 나 못 봤어요?” “앉아 있어, 바보야! 네가 어디를 갔다고 그래!”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황제가 무도회를 열어 귀족과 영주와 대공과 고관대작과 의원들과 부자 상인들과 지주와 농부들을 모두 초대했다. 그리고 이반의 형제들도 무도회에 갔다. 바보 이반도 뒤쳐지지 않고 따라갔지만, 가서 왕궁 뻬치까 위 어딘가 굴뚝 뒤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입을 벌리고 앉아 있었다.

왕궁에서 공주는 손님들을 맞이하여 하나하나 맥주를 가져다 주며 누군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지 않을까 지켜보았다. 그 사람이 공주의 약혼자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얼굴을 닦지 않았다. 그리고 공주는 바보 이반을 알아보지 못한 채 손님들 사이를 한 바퀴 돌았다. 손님들은 집에 갔다. 다음날 황제가 또 무도회를 열었다. 다시 한 번 손수건을 누가 가져갔는지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사흘째 되던 날 공주는 또 다시 자기 손으로 손님들에게 맥주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손님 사이를 한 바퀴 돌았으나 아무도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지 않았다. 공주는 생각했다. “이건 뭐지, 내 운명의 상대자가 없다니!” 공주는 굴뚝 뒤를 보았다가 그곳에 바보 이반이 있는 것을 보았다. 허름한 옷을 입고 온통 그을음 투성이에 머리카락은 곤두서 있었다. 공주는 맥주를 한 잔 따라서 그에게 가져갔고, 형들은 이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 공주님이 바보에게 맥주를 가져다 주네! 바보 이반은 맥주를 다 마시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공주는 기뻐하며 그의 손을 잡고 아버지에게 데려가서 말했다. “아버지! 여기 저의 운명의 상대가 왔어요.”

형들은 여기서 칼로 심장을 찔린 것만 같았다. 형들은 생각했다. “공주님이 왜 저러지! 미쳤나? 바보와 결혼하겠다니.” 그러나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결혼식 뒤에는 즐거운 잔치가 열렸다. 우리의 이반은 여기서 바보 이반이 아니라 황제의 사위 이반이 되었다. 차림새를 가다듬고 깨끗이 씻고 멋지고 훌륭한 청년이 되어 사람들이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 때야 형들은 아버지의 무덤에서 밤을 지낸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 이 이야기는 보물보다는 결혼을 최종 목적으로 하는 종류이다. 공주의 초상화는 그 자체로 아무 가치가 없으며 그저 이반이 말을 타고 통나무를 뛰어넘는 등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쁘로프의 용어로는 “과제”)일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약간 뜬금없이 등장한 손수건 덕분에 공주는 진짜 주인공 이반을 알아보고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이런 전개는 러시아 민담에서 상당히 전형적이다.

 

 

마리야 모레브나

 

옛날 옛날 어떤 왕국에, 어떤 나라에 이반 왕자가 살았다. 그에게는 누이가 세 명 있었다. 하나는 마리야 공주였고 둘째는 올가 공주였으며 셋째는 안나 공주였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돌아가셨는데, 임종할 때 부모님은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네 누이들에게 처음 중매가 들어오면 그 사람에게 곧바로 시집 보내라 – 곁에 오래 붙잡아두면 안 된다!» 왕자는 부모님의 장례를 치르고 슬퍼하며 누이들과 함께 녹색 정원을 산책했다. 갑자기 하늘에서 검은 먹구름이 밀려오더니 무시무시하게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누이들, 빨리 집에 갑시다!» 이반 왕자가 말했다. 그런데 궁전에 들어서자마자 큰 소리가 나면서 천장이 둘로 갈라지더니 왕자와 누이들이 있는 방으로 아름다운 매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매는 바닥에 내려앉아 멋진 청년으로 변하더니 말했다. «안녕하시오, 이반 왕자! 전에는 내가 손님으로 왔지만 지금은 장가들러 왔소. 당신의 누이 마리야 공주와 결혼하고 싶소.» «당신이 우리 누이를 사랑한다면 난 붙잡지 않겠소. 하나님과 함께 가시길!» 마리야 공주는 동의했고, 매는 그녀와 결혼하여 자기 왕국으로 데리고 갔다.

하루가 흐르고 이틀이 흐르고 시간이 또 계속 지나서 1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이반 왕자는 두 누이와 함께 녹색 정원을 거닐었다. 다시 먹구름이 끼고 돌풍이 불고 번개가 쳤다. «누이들, 집으로 갑시다!» 왕자가 말했다. 궁전에 도착하자마자 굉음이 울리더니 지붕이 꺼지고 천장이 둘로 갈라지고 독수리가 날아들었다. 마룻바닥에 내려앉더니 아름다운 청년으로 변해서 말했다. «안녕하시오, 이반 왕자! 전에는 내가 손님으로 왔었는데 지금은 장가들러 왔소.» 그리고 올가 공주를 신붓감으로 원했다. 이반 왕자가 말했다. «만약에 당신이 올가 공주를 사랑하면 당신에게 시집 보내겠소. 누이의 뜻을 꺾지는 않을 거요.» 올가 공주는 동의했고 독수리에게 시집 갔다. 독수리는 그녀를 자기 왕국으로 데리고 갔다.

또 다시 일 년이 지났다. 이반 왕자가 막내 누이에게 말했다. «가서 녹색 정원에서 산책하자!» 조금 산책했는데 또 다시 먹구름이 끼고 돌풍이 불고 벼락이 쳤다. «누이야, 집에 가자!» 둘이 집에 돌아와서 미처 앉기도 전에 굉음이 울리고 천장이 둘로 갈라지더니 커다란 갈가마귀가 날아들었다. 갈가마귀는 마룻바닥에 내려앉더니 멋진 청년으로 변했다. 이전의 청년들도 멋있었지만 이번에는 더 잘생겼다. «그래, 이반 왕자, 전에는 내가 손님으로 왔었지만 이번에는 장가들러 왔소. 안나 공주에게 장가들게 해 주시오.» «난 누이의 뜻을 꺾지는 않겠소. 당신이 그녀를 사랑한다면 당신에게 시집 가도 좋겠지.» 안나 공주는 갈가마귀에게 시집갔고, 갈가마귀는 그녀를 자기 왕국으로 데리고 갔다.

이반 왕자는 혼자 남았다. 꼭 1년을 누이들 없이 지내고 나니 그는 쓸쓸해졌다. «누이들을 찾으러 가야지.» 왕자가 말했다. 그리고 길을 떠나서 계속 걷고 또 걷다가 문득 보니 벌판에 전쟁에 패한 군사들이 누워 있었다. 이반 왕자가 물었다. «여기 살아 있는 사람이 있으면 대답하시오! 누가 이 위대한 군대를 패배시켰소?» 살아 남은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이 위대한 군대 전부를 패배시킨 건 아름다운 공주인 마리야 모레브나입니다.» 이반 왕자는 계속 길을 가다가 하얀 천막에 도착했는데 그 안에서 그를 향해 아름다운 공주 마리야 모레브나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왕자님. 하나님이 당신을 떠나보내셨나요, 원해서 가시는 건가요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가시나요?» 이반 왕자가 그녀에게 말했다. «멋진 청년들은 어쩔 수 없이 길 떠나지 않는다오!» «그럼 일이 급하지 않다면 내 천막에서 머무르다 가세요.» 이반 왕자도 이 말이 반가워서 이틀을 천막에서 묵고 마리야 모레브나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아름다운 공주 마리야 모레브나는 왕자를 데리고 자기 왕국으로 갔다. 둘은 함께 얼마간 살았는데, 공주는 다시 전쟁에 나가야 하게 되었다. 마리야 모레브나는 이반 왕자에게 왕국을 모두 맡기고 떠나면서 일러두었다. «어디든 가도 좋고 뭐든 살펴도 좋아요. 하지만 저 창고는 절대 들여다보지도 마세요!» 왕자는 참지 못하고 마리야 모레브나가 떠나자마자 즉시 창고로 달려가서 문을 열고 안을 보았다 – 그곳에는 열두 개의 쇠사슬에 묶인 불멸의 코셰이가 매달려 있었다. 코셰이는 이반 왕자에게 빌었다.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시오, 마실 것을 좀 주시오! 나는 십 년 간 여기서 고통 받으며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소. 목구멍이 완전히 말라붙어 버렸지!» 이반 왕자는 그에게 물을 양동이 하나 가득 주었다. 코셰이는 다 마셔버리고 또 부탁했다. «난 한 양동이로는 목을 축일 수가 없어요. 더 주시오!» 왕자는 또 한 양동이를 주었다. 코셰이는 다 마셔버리고 세 번째 양동이를 부탁했고, 세 양동이째 물을 마시자마자 이전의 힘을 되찾아 쇠사슬을 철렁거리더니 금세 열두 개를 다 끊어 버렸다. «고맙다, 이반 왕자!» 불멸의 코세이가 말했다. «이제 너는 네 귀를 볼 수 없듯이 앞으로 다시는 마리야 모레브나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코셰이는 무시무시한 돌풍을 일으키며 창문으로 날아가서 아름다운 공주 마리야 모레브나를 쫓아가 붙잡아서 데려가 버렸다. 이반 왕자는 슬프디 슬프게 울고 짐을 싸서 길을 떠났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마리야 모레브나를 찾아내고 말겠어!»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서 셋째 날 새벽에 이반 왕자는 화려한 궁궐을 보았는데, 궁궐 근처에 참나무가 서 있고 참나무 위에는 아름다운 매가 앉아 있었다. 매는 참나무에서 날아 내려와 땅에 앉더니 멋진 청년으로 변해 외쳤다. «아, 내 사랑하는 처남이군! 요즘 어떻게 지내나?» 첫째 누이 마리야 공주가 달려 나와 이반 왕자를 반갑게 맞이하며 안부를 묻고 자기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왕자는 큰누이 집에서 사흘을 묵고 말했다. «여기서 오래 묵을 수는 없어요. 저는 제 아내인 아름다운 공주 마리야 모레브나를 찾으러 갑니다.» «그녀를 찾기 힘들 텐데.» 매가 말했다. «만약을 위해서 여기 자네의 은숟가락을 놓고 가게. 숟가락을 보면서 자네 생각을 할 테니.» 이반 왕자는 매의 집에 자신의 은수저를 남겨두고 길을 떠났다.

하루를 걷고 이틀을 걸어서 사흘째 되던 날 새벽에 왕자는 처음보다 더 멋진 궁궐을 보았고, 궁궐 옆에는 참나무가 서 있었는데 참나무에는 독수리가 앉아 있었다. 독수리가 나무에서 날아 내려와 땅에 닿더니 멋진 청년으로 변해서 외쳤다. «일어나요, 올가 공주! 사랑하는 우리 동생이 왔소.» 올가 공주가 즉시 맞이하러 달려 나와서 이반 왕자를 껴안고 입맞추며 안부를 묻고 자기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반 왕자는 둘째 누이의 집에서 사흘을 묵고 나서 말했다. «더 이상은 머무를 시간이 없어요. 저는 아내인 아름다운 공주 마리야 모레브나를 찾으러 갑니다.» 독수리가 대답했다. «그녀를 찾기는 힘들 거야. 우리 집에 은 포크를 놓고 가게, 들여다보면서 자네 생각을 할 테니까.» 왕자는 은 포크를 남겨두고 길을 떠났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 날 새벽에 왕자는 처음 두 개보다 더욱 멋진 궁궐을 보았고, 궁궐 옆에는 참나무가 있었는데 나무 위에는 갈가마귀가 앉아 있었다. 갈가마귀는 나무에서 날아 내려와서 땅에 닿자마자 멋진 청년으로 변해서 외쳤다. «안나 공주! 빨리 나와 봐요, 우리 동생이 왔소.» 안나 공주가 달려 나와서 이반 왕자를 반갑게 맞이하며 입 맞추고 껴안고 안부를 묻고 자기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반 왕자는 셋째 누이 집에서 사흘을 묵은 뒤에 말했다. «안녕히 계세요! 전 아내인 아름다운 공주 마리야 모레브나를 찾으러 갑니다.»

갈가마귀가 대답했다. «그녀를 찾기 힘들 거야. 우리 집에 은 담뱃갑을 놓고 가게. 들여다보면서 자네 생각을 할 테니까.» 왕자는 갈가마귀의 집에 은 담뱃갑을 남겨두고 작별 인사를 한 뒤에 길을 떠났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에 이반 왕자는 마리야 모레브나를 찾아냈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보고 달려와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 이반 왕자! 어째서 내 말을 듣지 않았죠 – 창고를 들여다보고 불멸의 코셰이 놓아주었나요?» «용서해요, 마리야 모레브나! 예전 일은 잊어버리고 이젠 불멸의 코셰이가 보이지 않을 때 빨리 나와 함께 돌아가요. 운이 좋으면 붙잡히지 않을 거예요!» 둘은 떠났다.

한편 코셰이는 사냥하러 가 있었다. 저녁에 그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발 밑에 착한 말 한 마리가 걸렸다. «넌 뭐냐, 말라빠진 비루먹은 말아 (* «빌어먹은»이 아님: 비루먹은 말은 바짝 마르고 허약하고 털이 빠지거나 결이 예쁘지 않은 말.), 왜 발에 차이는 거냐? 무슨 불만이라도 있냐?» 말이 대답했다. «이반 왕자가 와서 마리야 모레브나를 데려갔습니다.» «그럼 그들을 뒤쫓을 수 있겠냐?» «밀을 심어서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거둬서 빻아서 밀가루를 만들어서 다섯 개의 화덕에 빵을 가득 구워서 그 빵을 먹고 나서 그 때야 쫓아가도 돼요 – 그래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거예요!» 코셰이는 말에 뛰어올라 이반 왕자를 쫓아갔다. «그래, 첫 번째는 네가 착한 일을 해서 나에게 물을 마시게 해 주었으니 용서했다. 두 번째도 그래서 용서해 주겠다. 하지만 세 번째는 각오해라 – 조각조각 찢어 주겠다!» 그리고 코셰이는 이반 왕자에게서 마리야 모레브나를 뺏어서 데려가 버렸다. 이반 왕자는 돌 위에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울고 또 울다가 왕자는 다시 마리야 모레브나를 되찾으러 돌아갔다. 불멸의 코셰이는 집에 없었다. «갑시다, 마리야 모레브나!» «아, 이반 왕자! 그가 우리를 쫓아올 거예요.» «쫓아오라고 해요. 단지 한두 시간이라도 우리 함께 지내요.» 둘은 떠났다. 불멸의 코셰이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의 발에 착한 말 한 마리가 걸렸다. «넌 뭐냐, 말라빠진 비루먹은 말아, 왜 발에 차이는 거냐? 무슨 불만이라도 있냐?» «이반 왕자가 와서 마리야 모레브나를 데려갔습니다.» «그럼 그들을 뒤쫓을 수 있겠냐?» «보리를 심어서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려서 거둬서 빻아서 맥주를 고아서 취하도록 마시고 실컷 자고 일어나면 그 때 쫓아가도 돼요 – 그래도 금방 따라잡을 거예요!» 코셰이는 뛰어올라 말을 타고 이반 왕자를 쫓아갔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자기 귀를 볼 수 없듯이 마리야 모레브나를 볼 수 없게 해 주겠다고!» 코셰이는 그녀를 붙잡아 자기 소굴로 데려갔다.

이반 왕자는 혼자 남아서 울고 또 울다가 또 다시 마리야 모레브나를 데리러 돌아갔다. 이번에도 코셰이는 집에 없었다. «갑시다, 마리야, 모레브나!» «아, 이반 왕자! 그가 따라올 거잖아요, 당신을 조각조각 찢어버릴 거예요!» «찢으라고 해요! 난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둘은 떠났다. 불멸의 코셰이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발 밑에 착한 말 한 마리가 걸렸다. «왜 발에 걸리는 거냐? 뭐 불만이라도 있어?» «이반 왕자가 와서 마리야 모레브나를 데려갔습니다.» 코셰이는 말 등에 뛰어올라 이반 왕자를 쫓아가 잡아서 작은 조각으로 찢어서 타르가 든 통에 넣고 이 통을 가져다가 쇠로 된 고리로 봉해서 푸른 바다에 던지고는 마리야 모레브나를 자기 소굴로 데려갔다.

바로 그 때 이반 왕자의 매형들 집에서는 은숟가락, 포크, 담뱃갑이 모두 검게 변했다. 그들은 말했다. «아, 큰일 났구나!» 독수리는 푸른 바다로 날아가서 타르 통을 붙잡아서 해안으로 가져왔다. 매가 생명의 물을 가지러 날아갔고, 갈가마귀는 죽음의 물을 가지러 날아갔다. 셋은 모두 한 자리로 날아와서 타르 통을 깨어 이반 왕자의 조각들을 꺼내어 잘 씻어서 도로 이어 놓았다. 갈가마귀가 죽음의 물을 뿌리자 몸이 도로 자라나서 하나로 붙었다. 매가 생명의 물을 뿌리자 이반 왕자가 부르르 떨더니 일어나서 말했다. «아, 내가 참 오래 잤네!» «우리가 없었으면 더 오래 잤을 거야!» 매형들이 말했다. «우리들 집으로 가서 묵읍세.» «안 돼요, 매형들! 난 마리야 모레브나를 찾으러 갈 거예요.»

그래서 이반은 마리야 모레브나에게 가서 부탁했다. «불멸의 코셰이가 어디서 그렇게 착한 말을 구했는지 알아내세요.» 그래서 마리야 모레브나는 좋은 때를 택해서 코셰이에게 묻기 시작했다. 코셰이는 말했다. «9의 3배 되는 먼 땅에 있는 10의 3배 되는 먼 나라에 불의 강 너머에 바바 야가가 살고 있지. 그녀에게 암말이 한 마리 있는데 바바 야가는 매일 그 말을 타고 세상을 한 바퀴 돌지. 바바 야가에게는 다른 유명한 말도 많이 있는데, 내가 그녀의 집에서 사흘간 목동 노릇을 해 주었더니 그 대가로 바바 야가가 내게 숫망아지를 한 마리 주었어.» «불의 강은 어떻게 건넜는데요?» «나한테는 손수건이 있거든. 오른쪽으로 세 번 흔들면 높고 높은 다리가 나타나서 불길이 거기까지는 닿지 않게 돼!» 마리야 모레브나는 귀를 기울였다가 이반 왕자에게 모두 이야기해주고 손수건을 가져다가 왕자에게 주었다.

이반 왕자는 불의 강을 건너 바바 야가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왕자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계속 걸었다. 그러다가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오는 진귀한 새와 마주쳤다. 이반 왕자가 말했다. «네 병아리 한 마리만 나 먹게 주라.» «먹지 마, 이반 왕자!» 진귀한 새가 말했다. «언젠가 내가 너를 도와줄 테니.» 그는 다시 걸었다. 숲 속에 벌집이 보였다. «내가 꿀을 좀 가져갈게.» 왕자가 말했다. 여왕벌이 대답했다. «내 꿀을 건드리지 마, 이반 왕자! 언젠가 내가 너를 도와줄 테니.» 그는 건드리지 않고 계속 걸었다. 그러다 새끼 사자를 데리고 있는 암사자를 마주쳤다. «그 새끼 사자라도 먹게 해 줘. 너무 배가 고파서 구역질이 날 지경이야!» «건드리지 마, 이반 왕자.» 암사자가 말했다. «내가 언젠가 너를 도와줄 테니.» «좋아, 네 맘대로 해!»

왕자는 배가 고픈 채로 계속 걷고 또 걸었다. 저기 바바 야가의 집이 있고, 집 주위에 열두 개의 장대가 있는데, 열한 개의 장대 위에는 사람 머리가 꽂혀 있었고 하나만 비어 있었다. «안녕하시오, 할머니!» «안녕하시오, 이반 왕자! 어쩐 일로 오셨소 – 호의로 찾아온 거요 아니면 필요해서 온 거요?» «할머니 댁에서 일을 하고 멋진 준마를 얻으러 왔습니다.» «그러시오, 왕자님! 우리 집에선 일 년도 필요 없고 사흘만 일하면 되니까. 내 말들을 지켜준다면 준마를 한 필 주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그 때는, 화내지 마시오, 저 마지막 장대에 왕자님의 머리를 꽂아 놓겠소.» 이반 왕자는 동의했다. 바바 야가는 그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고 일을 시작하라고 명했다.

이반 왕자가 말들을 벌판에 풀어놓자마자 말들은 꼬리를 치켜들더니 모두 초원 위로 달려나가 흩어져 버렸다. 왕자가 눈길로 쫓아가기도 전에 말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여기서 왕자는 울고 또 울다가 돌 위에 앉아서 잠이 들었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었는데 진귀한 새가 날아와서 그를 깨웠다. «일어나요, 이반 왕자님! 말들은 이제 집에 돌아가 있어요.» 왕자는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바바 야가가 씩씩거리며 말들에게 소리지르고 있었다. «왜 다들 집으로 돌아온 거야?» «어떻게 안 돌아올 수가 있겠어요? 사방에서 새떼가 덤벼들어서 눈알을 파먹힐 뻔했는 걸요.» «그럼 내일은 초원으로 달려가지 말고 깊은 숲 속으로 흩어져 버려.»

이반 왕자는 밤을 지냈고, 아침이 되자 바바 야가가 그에게 말했다. «봐요, 이반 왕자, 만약 말들을 돌보지 못하면,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당신의 그 머리를 장대 위에 꽂을 거요!» 왕자는 말들을 벌판에 풀어놓았다. 말들은 즉시 꼬리를 치켜들더니 깊은 숲 속으로 달려가 흩어졌다. 다시 왕자는 돌 위에 앉아서 울고 또 울다가 잠이 들었다. 해가 숲 뒤로 넘어가는데 암사자가 달려왔다. «일어나요, 이반 왕자! 말들을 전부 모아 놨어요.» 이반 왕자는 일어나서 집으로 갔다. 바바 야가는 지난 번보다 더 크게 화를 내고 씩씩거리며 말들에게 소리쳤다. «어째서 집으로 돌아왔지?» «어떻게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사방에서 사나운 짐승들이 덤벼들어서 우리를 전부 찢어놓을 뻔 했는 걸요.» «그럼 내일은 푸른 바다로 달려가라.»

다시 이반 왕자는 밤을 지냈고 아침에 바바 야가는 그에게 말을 돌보라고 보냈다. «다 모아오지 못하면 당신의 머리가 장대 위에 꽂힐 거요.» 그는 말들을 쫓아서 벌판으로 갔다. 말들은 즉시 꼬리를 세우더니 눈길 닿는 곳에서 사라져 푸른 바다 속으로 달려가 버렸다. 물은 목까지 차올랐다. 이반 왕자는 돌 위에 앉아서 울다가 잠이 들었다. 해가 숲 뒤로 넘어가는데 벌이 날아와서 말했다. «일어나요, 왕자님! 말들은 모두 모였어요. 이번에는 집에 돌아가거든 바바 야가의 눈에 절대 띄지 말고 마구간으로 가서 여물통 뒤에 숨으세요. 거기에 털가죽이 헐고 여윈 숫망아지 한 마리가 있을 거예요. 말똥 속에 뒹굴고 있을 테니 왕자님이 그 말을 훔쳐서 깜깜한 한밤중에 집에서 나오세요.»

이반 왕자는 일어나서 마구간으로 가서 여물통 뒤에 누웠다. 바바 야가는 씩씩대면서 자기 말들에게 소리쳤다. «왜 돌아왔어?» «어떻게 돌아오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세상에 보일 듯 말 듯한 벌들이 사방에서 날아와서 우리 피를 다 빨아먹으려고 한 걸요!»

바바 야가는 잠이 들었고, 자정이 되자 이반 왕자는 털이 헐어빠진 숫말을 훔쳐서 안장을 얹고 올라타서 불의 강으로 말을 달렸다. 강가에 도착하여 손수건을 오른쪽으로 세 번 흔들자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높고 멋진 다리가 강에 걸려 있었다. 왕자는 강을 건넌 뒤에 손수건을 왼쪽으로 두 번만 흔들었다. 다리는 강에 그대로 걸려 있었으나 가늘고 가늘어졌다! 아침에 바바 야가는 잠이 깼지만 – 털이 헐어빠진 숫망아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바바 야가는 쫓아가기 시작했다. 쇠로 된 절구통에 힘껏 뛰어올라 막자를 저으며 쫓아가면서 빗자루로 흔적을 지웠다. 불의 강까지 쫓아와서 바바 야가는 강을 보고 생각했다. «좋은 다리가 있군!» 그리고 다리 위로 건너가다가 중간까지 가자마자 다리가 무너지면서 바바 야가는 아래로 뚝 떨어져 강에 빠져 버렸다. 여기서 바바 야가는 잔혹한 죽음을 맞았다! 이반 왕자는 푸른 초원에서 숫망아지를 잘 먹였다. 그러자 숫망아지는 아주 멋진 말이 되었다.

왕자는 마리야 모레브나에게 갔다. 그녀는 뛰어나와서 왕자를 껴안았다. «하나님이 어떻게 당신을 되살렸나요?» «이렇게 저렇게 됐지요.» 왕자가 이야기했다. «나랑 같이 가요.» «난 무서워요, 이반 왕자! 코셰이가 쫓아오면 당신을 다시 조각조각 찢을 거예요.» «아녜요, 못 쫓아와요! 이제 나도 훌륭한 준마가 한 마리 있어서 새처럼 날아가듯 달리거든요.» 둘은 말 위에 앉아 출발했다. 불멸의 코셰이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말이 발에 걸렸다. «넌 뭐냐, 배고픈 비루먹은 말아, 왜 발에 걸리는 거냐? 무슨 불만이라도 있냐?» «이반 왕자가 와서 마리야 모레브나를 데려갔습니다.» «쫓아갈 수 있겠냐?» «하나님만이 아시겠지요! 이제는 이반 왕자에게도 나보다 더 좋은 준마가 있거든요. «아냐, 난 참을 수 없어.» 불멸의 코셰이가 말했다. «쫓아가야겠어.» 오래 갔을까, 잠깐 갔을까, 코셰이는 이반 왕자를 쫓아가서 말에서 뛰어내려 날카로운 칼로 찌르려 했다. 바로 그 때 이반 왕자의 말이 발굽을 크게 휘둘러 불멸의 코셰이를 발로 차서 그의 머리를 깨부수어 버렸고, 왕자는 철퇴로 코셰이를 완전히 죽였다. 그런 뒤에 왕자는 장작을 쌓아 불을 지피고 불멸의 코셰이를 모닥불에 태워서 그 재까지 바람에 날려 버렸다.

마리야 모레브나는 코셰이의 말을 탔고 이반 왕자는 자기 말을 탔다. 둘은 처음에는 갈가마귀에게, 다음에는 독수리에게, 그 다음에는 매에게 찾아갔다. 어디를 가든 모두 기뻐하며 그들을 맞이했다. «아, 이반 왕자,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괜히 법석을 떤 건 아니었군. 마리야 모레브나 같은 미녀는 세상을 다 뒤져도 또 찾을 수 없을 테니까!» 그들은 손님으로 묵으면서 잔치를 벌인 뒤에 자기들의 왕국으로 돌아왔다. 도착해서 그들은 함께 벌꿀을 마시며 행복하게 살았다.

 

* “—하면 안 된다”라는 금기가 주인공에게 주어지고, 주인공이 어떤 이유에서든 하지 말라는 짓을 꼭 하고 싶어서 일을 저질러 버리는 종류의 전개는 러시아 민담뿐 아니라 거의 모든 민담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불멸의 코셰이” (Кошей бессмертный)는 러시아 민담에 등장하는 독특한 악당 캐릭터인데, 주로 보기 흉하고 말라빠진 늙은이의 모습이지만 말 그대로 불멸이라서 힘이 몹시 강하거나 마법을 쓸 줄 안다. 코셰이는 주로 높은 성에 금은보화를 쌓아두고 사는데 아름다운 공주를 납치하는 것이 취미라서, 주인공 이반(거의 모든 러시아 민담에서 남자 주인공은 다 이반 아니면 이반 왕자다)이 찾아가서 대결하여 공주를 찾아오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바다의 황제와 현명한 바실리사

 

옛날 어느 곳에 황제가 황비와 함께 살았다. 황제는 사냥을 가서 들새를 쏘는 것을 좋아했다. 한 번은 황제가 사냥을 나갔다가 참나무에 어린 독수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황제는 막 화살을 쏘려고 했는데 독수리가 말했다. «저를 쏘지 마세요, 황제 폐하! 그보다는 저를 데려가 주세요,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예요.» 황제는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네가 나한테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리고 또 쏘려고 했다. 독수리가 황제에게 두 번째로 말했다. «저를 쏘지 마세요, 황제 폐하! 그보다는 저를 데려가 주세요, 언젠가 도움이 될 거예요.» 황제는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또 아까와 똑같이, 독수리가 자신에게 무슨 소용이 되겠냐고 생각하여 쏘아 죽이려고 했다. 독수리가 세 번째로 빌었다. «저를 쏘지 마세요, 황제 폐하! 그보다는 저를 데려가서 삼 년만 먹여 길러 주세요, 언젠가는 도움이 될 날이 있을 거예요!»

황제는 문득 불쌍한 생각이 들어 독수리를 데려다가 2년간 먹여 길렀다. 독수리는 너무나 많이 먹어서 가축이란 가축은 전부 먹어 없애 버렸다. 황제에게는 양도 소도 남지 않았다. 독수리가 황제에게 말했다. «저를 자유롭게 풀어 주세요!» 황제는 독수리를 자유롭게 풀어 주었다. 독수리는 날개를 시험해 보았지만 – 아니, 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독수리는 부탁했다. «저기, 황제폐하, 저를 2년간 먹여 주셨으니, 괜찮으시다면 일 년만 더 먹여 길러 주세요. 빌려서라도 먹여 길러 주시면 손해는 보지 않을 거예요!» 황제는 그렇게 했다. 사방에서 가축을 빌려다가 꼬박 1년간 독수리를 먹여주었고, 그 뒤에는 자유롭게 자유롭게 풀어 주었다. 독수리는 높이 높이 날아 올라서 날아다니고 날아다니다가 땅으로 내려와서 말했다. «황제폐하, 자 이제 제 등 위에 앉으세요. 같이 날아가요.» 황제는 새 위에 앉았다.

둘은 그렇게 날아갔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적게 흘렀는지, 둘은 푸른 바다 가장자리에 도달했다. 여기서 독수리는 자기 등에 탄 황제를 내려주었고 황제는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저 무릎까지 젖었을 뿐이고, 독수리는 황제가 물에 빠져 죽게 하지는 않아서 날개 위에 황제를 잡아주고 물었다. «그래, 황제폐하, 좀 무서웠나요?» «무서웠지.» 황제가 말했다. «물에 빠져 죽는 줄 알았어!» 다시 둘은 날아가서 또 날아가다가 다른 바다에 도달했다. 독수리는 몸을 기울여 황제를 마치 바다 한가운데 던질 듯한 시늉을 했다 – 황제는 이번에는 허리까지 젖었다. 독수리는 황제를 날개 위에 잡아채고 물었다. «어때요, 황제폐하, 좀 무서웠나요?» «무서웠지.» 황제가 말했다. «계속 생각했어. 하나님이 보우하사 네가 날 제발 잡아줬으면.» 다시 둘은 날아가서 또 날아가다가 세 번째 바다에 도달했다. 독수리는 황제를 거대한 심연 위로 떨어뜨렸다 – 이번에 황제는 목까지 푹 젖었다. 그리고 독수리는 세 번째로 황제를 날개 위에 잡아채고 물었다. «어때요, 황제 폐하, 좀 무서웠나요?» «무서웠지.» 황제가 말했다. «계속 생각했어, 네가 제발 나를 잡아올려 주기를.» «자, 황제폐하, 그럼 이제 당신도 죽음의 공포가 어떤 건지 깨달으셨겠죠! 당신에게는 이미 다 지나간 옛날 일이겠지만, 내가 참나무 위에 앉아 있을 때 당신이 나를 쏘려고 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세 번이나 쏘려고 겨냥했고, 나는 당신에게 부탁해서 쏘지 않도록 말렸지요. 운이 좋아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지 않고, 운이 좋아 불쌍하게 생각해서 저를 궁으로 데려갔죠!»

그 뒤에 둘은 3백리를 아홉 번이나 넘어가는 아주 먼 나라를 향해 날기 시작해서 오래 오래 날아갔다. 독수리가 말했다. «보세요, 황제 폐하, 우리 위에 무엇이 있고 우리 아래엔 무엇이 있나요?» 황제가 쳐다보았다. «우리 위에는 하늘이 있고 우리 아래에는 땅이 있지.» 황제가 말했다. «좀 더 보세요, 오른쪽에는 뭐가 있고 왼쪽에는 뭐가 있나요?» «오른쪽에는 넓은 벌판이 있고 왼쪽에는 집이 있구나.» «그 쪽으로 날아가죠.» 독수리가 말했다. «거기 저의 막내 여동생이 살고 있어요.» 둘은 바로 마당 위에 내려앉았다. 독수리의 막내 여동생은 마중을 나와서 오빠를 반가워하며 참나무 식탁에 앉혔고 황제는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황제는 마당에 남겨두고 독수리의 막내 여동생은 보르조이 개를 풀어 황제를 몰아댔다. [보르조이는 러시아 왕실에서 기르던 사냥개. 역주] 독수리는 대단히 화를 내며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 황제를 붙잡아서 함께 날아올랐다.

그렇게 그들은 계속 날고 또 날았다. 독수리가 황제에게 말했다. «좀 보세요, 우리 뒤에 뭐가 있나요?» 황제가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우리 뒤엔 붉은 집이 있구나.» 독수리가 말했다. «그건 내 막내 여동생의 집이 불에 타는 거예요.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르조이 개를 풀어 몰아댔으니까요.» 계속 날아가고 날아가다가 독수리가 다시 물었다. «봐 주세요, 황제 폐하, 우리 위엔 뭐가 있고 우리 아래에는 뭐가 있나요?» «우리 위에는 하늘이 있고 우리 아래에는 땅이 있지.» «좀 보세요, 오른쪽에는 뭐가 있고 왼쪽에는 뭐가 있나요?» «오른쪽에는 넓은 들판이 있고 왼쪽에는 집이 있구나.» «거기에 저의 중간 여동생이 살고 있어요. 거기 찾아가 보죠.» 둘은 넓은 마당에 내려앉았다. 중간 여동생은 오빠를 맞이하여 참나무 식탁에 앉혔으나 황제는 마당에 내버려 두었다. 중간 여동생은 보르조이 개를 풀어 황제를 몰아댔다. 독수리는 화를 내며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 황제를 잡아채어 또다시 날아올랐다.

둘은 날아가고 또 날아갔다. 독수리가 말했다. «황제폐하! 봐 주세요, 우리 뒤에 뭐가 있나요?» 황제가 뒤를 돌아 보았다. «우리 뒤에 붉은 집이 있구나.» «그건 제 중간 여동생의 집이 불에 타는 거예요!» 독수리가 말했다. «이젠 우리 어머니와 누나가 사는 곳으로 날아가요.» 그래서 그곳으로 날아갔다. 어머니와 누나는 둘을 보고 무척 기뻐하며 황제를 정중하게 다정하게 맞이했다. «그래, 황제 폐하.» 독수리가 말했다. «우리 집에서 쉬세요, 그런 다음에 당신에게 배를 한 척 드릴 테니 그걸로 당신에게 얻어먹은 것을 모두 갚은 걸로 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세요.» 독수리는 황제에게 배 한 척과 궤짝 두 개를 주었다. 하나는 붉은 색이었고 다른 하나는 초록색이었다. 독수리가 말했다. «자 보세요, 집에 도착하기 전에는 궤짝을 열면 안 돼요. 붉은 궤짝은 뒷마당에서 열어보고, 녹색 궤짝은 앞마당에서 열어 보세요.»

황제는 궤짝을 받아들고 독수리와 작별한 후 푸른 바다 위를 항해해서 어느 섬엔가 도착했고, 거기서 그의 배는 멈추었다. 황제는 바닷가로 나왔고, 궤짝에 대해서 기억해 내고는 그 궤짝이 대체 무엇이며 독수리가 왜 그걸 열어보지 말라고 했을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참을 수가 없었다 – 궤짝에 뭐가 들었는지 알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었다. 황제는 붉은 궤짝을 가져다가 땅에 놓고 열어보았는데, 그 안에서 여러 가지 가축이 너무나 많이 나와서 눈으로 다 셀 수 없을 지경이었고 섬이 가축으로 꽉 찰 정도였다.

이 모습을 보자 황제는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여 이렇게 말했다. «난 이제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 조그만 궤짝 안에 가축들을 어떻게 전부 다 집어넣지?» 그리고 황제는 보았다 – 물 속에서 사람이 나와서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황제폐하, 어째서 그렇게 슬프게 우는 거죠?» «어떻게 울지 않을 수가 있소!» 황제가 대답했다. «이 수많은 가축들을 도대체 어떻게 다 몰아서 저 조그만 궤짝 안에 집어넣는단 말이오?» «주세요, 내가 도와드리죠, 가축을 전부 모아 드릴게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집에서 폐하가 모르는 물건이 있으면 나한테 주세요.» 황제는 궁리했다. «내가 집에서 모르는 물건이 뭐가 있을까? 아마 다 알 걸.» 그렇게 생각하고 황제는 동의했다. «가축을 모아 주면 내가 집에서 모르는 물건을 넘겨주지.» 그러자 그 사람은 조그만 궤짝 안에 가축을 전부 모아서 넣어 주었다. 황제는 배에 올라탔고 또 자기 갈 길로 떠 가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황제는 왕자가 태어난 것을 알게 되었다. 황제는 왕자를 껴안고 귀여워하기 시작했지만 그러면서 눈물을 흘렸다. 왕비가 물었다. «황제폐하, 말해 주세요, 어째서 쓰디쓴 눈물을 흘리는 거죠?» «기뻐서 그래요.» 황제가 말했다. 그는 왕자를 넘겨주어야 한다고 사실대로 말하기가 겁이 났던 것이다. 황제는 그 뒤에 뒷마당으로 나와서 붉은 궤짝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황소와 암소, 숫양과 암양, 그리고 많고 많은 갖가지 가축들이 몰려나와서 헛간과 외양간이 가득 찼다. 황제가 앞마당으로 나가서 초록색 궤짝을 열자 그의 앞에 커다랗고 화려한 정원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없는 나무가 없었다! 황제는 너무나 기뻐서 왕자를 넘겨주는 것에 대해선 잊어버렸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황제는 어쩐지 산책을 하고 싶어서 나갔다가 강가에 도착했다. 그 때 물 속에서 이전의 사람이 나타나서 말했다. «황제폐하, 참 금방 잊어버리시는군요! 기억해 보세요, 저한테 빚을 졌잖아요!» 황제는 우울과 비탄에 잠겨 집으로 돌아와서 왕비와 왕자에게 모든 진실을 이야기했다. 모두들 슬퍼하고 함께 울었으며, 어쩔 수 없으니 왕자를 넘겨주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래서 왕자를 바닷가로 싣고 가서 그곳에 혼자 내버려 두었다.

왕자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오솔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어디로 가든 운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걷고 또 걷다가 왕자는 깊고 무성한 숲을 발견했다. 숲 속에는 오두막이 서 있고, 오두막 안에는 바바 야가가 살고 있었다. [바바 야가 Баба Яга 는 러시아 마녀 할머니. 숲 속에서 닭다리가 달린 오두막에 살며 서양 마녀와는 달리 빗자루가 아니라 절구통을 타고 날아다닌다. 역주]

«한 번 들러 보지 뭐.» 왕자는 생각하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시오, 왕자님!» 바바 야가가 말했다. «뭔가 얻으려고 애쓰는 거요 아니면 피해서 달아나는 거요?» «아, 할머니!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주세요, 그런 다음에 물어보세요.» 바바 야가는 왕자에게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주었고, 왕자는 아무 것도 숨김 없이 어디로 어째서 가는지 이야기했다. 바바 야가가 그에게 말했다. «꼬맹이 왕자님, 바다로 가시오. 그곳으로 노랑부리 저어새가 열두 마리 날아와서는 아름다운 아가씨들로 변해서 멱을 감기 시작할 거요. 그러면 조용히 몰래 다가가서 가장 언니인 아가씨에게서 셔츠를 훔쳐요. 그 아가씨와 잘 얘기해서 바다의 황제에게 가요, 그러면 옵예달로 (Объедало –대식가)하고 오삐발로(Опивало -술고래), 그리고 모로즈-뜨레스꾼(Мороз-Трескун 얼음대장-수다쟁이)이 왕자님을 맞이할 거요. 그들을 전부 데리고 가요, 좋은 일에 쓸모가 있을 거예요.»

왕자는 바바 야가와 작별하고 들은 대로 바다로 가서 덤불 뒤에 몸을 숨겼다. 그곳으로 열두 마리 노랑부리 저어새가 날아왔고, 젖은 땅에 내려앉아 아름다운 아가씨들로 변하여 멱을 감기 시작했다. 왕자는 가장 언니인 아가씨에게서 셔츠를 훔쳐 덤불 뒤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아가씨들은 멱을 다 감고 바닷가로 나와서 열한 명은 자기 셔츠를 집어들어 다시 새로 변해 집으로 날아갔다. 가장 언니인 아가씨 한 명, 현명한 바실리사만이 남았다. 아가씨는 기도하기 시작했고, 왕자에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내 셔츠 돌려줘요.» 아가씨가 말했다. «내 아버지인 바다의 황제에게 가요. 그 때가 되면 내가 직접 도와줄게요.» 왕자는 그녀에게 셔츠를 돌려주었고 그녀는 즉시 노랑부리 저어새로 변해서 친구들을 따라 날아가 버렸다. 왕자도 그곳을 떠나 계속 갔다. 길에서 왕자는 세 명의 호걸을 만났다. 옵예달로, 오삐발로와 모로즈-뜨레스꾼이었다. 왕자는 셋을 휘하에 데리고 바다의 황제에게 갔다.

바다의 황제가 왕자를 보고 말했다. «멋지군, 작은 친구! 어째서 이렇게 오랫동안 날 찾아오지 않은 거지? 난 자네를 기다리다가 지쳐 버렸다. 이제 일을 시작해야지. 여기 첫 번째 과제가 있네. 하룻밤만에 커다란 수정 다리를 지어서 아침까지 완성시키게! 다 짓지 못하면 목을 벨 테야!» 왕자는 바다의 황제 앞을 떠나서 혼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현명한 바실리사가 높은 탑의 조그만 창문을 열고 물었다. «왕자님, 어째서 눈물을 흘리나요?» «아, 현명한 바실리사!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나요? 당신의 아버지가 나더러 하룻밤만에 수정 다리를 지으래요, 그런데 난 손에 도끼를 쥐는 법도 몰라요!» «괜찮아요! 누워서 자요. 아침에는 뭔가 좋은 수가 생길 거예요.»

(*утро вечера мудренее 하룻밤 자고 나면 좋은 지혜도 나온다는 뜻의 속담)

현명한 바실리사는 왕자를 재우고 자기는 현관으로 나가서 기운차게 힘껏 휘파람을 큰소리로 불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목수와 일꾼들이 나타났다. 어떤 사람은 다리 놓을 자리를 고르고 어떤 사람은 벽돌을 날랐다. 금방 수정 다리가 놓였고 그 위에 교묘하게 무늬까지 새긴 뒤에 모두 집으로 갔다. 아침 일찍 현명한 바실리사가 왕자를 깨웠다. «일어나요, 왕자님! 다리가 완공되었어요, 이제 아버지가 보러 나올 거예요.» 왕자는 일어나서 빗자루를 집어들었다. 다리 위로 가서 여기는 쓸고 저기를 청소했다. 바다의 황제가 그를 칭찬했다. «고맙네. 이제 나를 위해 한 가지 봉사해 주었으니 또 하나만 더 해 주게. 자 여기 자네의 과제가 있네. 내일까지 녹색 정원을 꾸며 주게. 커다랗고 나무가 울창하고, 정원에 새들이 지저귀며 노래하고, 나무에는 꽃이 피고, 잘 익은 배와 사과가 달리도록.» 왕자는 바다의 황제 앞을 떠나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 현명한 바실리사가 창문을 열고 물었다. «왜 우나요, 왕자님?» «어떻게 울지 않을 수가 있죠? 당신의 아버지가 하룻밤만에 정원을 만들라고 명령했어요.» «괜찮아요! 누워서 자요. 아침이면 뭔가 좋은 수가 생길 거예요.»

현명한 바실리사는 왕자는 재우고 자신은 현관으로 나와서 큰 소리로 기운차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정원사와 조경사들이 나와서 녹색 정원을 가꾸었고. 정원에서 새들이 지저귀며 노래했고 나무에는 꽃이 피어났으며 잘 익은 배와 사과가 열렸다. 아침 일찍 현명한 바실리사는 왕자를 깨웠다. «일어나요, 왕자님! 정원이 완성되었어요, 아버지가 보러 나올 거예요.» 왕자는 즉시 빗자루를 들고 정원으로 나갔다. 여기서는 오솔길을 청소하고 저기서는 나뭇가지를 바로잡았다. 바다의 황제가 그를 칭찬했다. «고맙네, 왕자! 내가 시킨 일을 성실하게 잘 해냈군. 그 상으로 내 열두 명의 딸들 중에서 신붓감을 고르게. 딸들은 모두 얼굴도 똑같고 머리카락도 똑같고 옷차림도 똑같지. 그 중 한 아이를 세 번 연달아 알아맞히면 그 아이가 자네의 아내가 될 거고, 그렇지 못하면 자네를 처벌하라고 하겠네.» 현명한 바실리사는 이 일을 알고 적당한 때를 골라서 왕자에게 말했다. «첫 번째에는 내가 손수건을 흔들고, 두 번째에는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세 번째에는 내 머리 위로 파리가 날기 시작할 거예요.» 그렇게 해서 왕자는 현명한 바실리사를 세 번 알아맞혔다. 그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잔치를 벌였다.

바다의 황제는 수많은 갖가지 음식을 준비해서 사람이 백 명이라도 다 먹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바다의 황제는 사위가 된 왕자에게 전부 다 먹으라고 명령했다. 뭐라도 남기기만 하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버님!» 왕자가 말했다. «제 친구인 늙은이가 하나 있는데 그도 우리와 함께 먹도록 해 주세요.» «오라고 해라!» 당장 옵예발로가 나타났다. 그리고 전부 먹어치우고도 모자라 했다. 바다의 황제는 사십 개의 나무 통에 온갖 술을 담아서 사위에게 깨끗이 다 마시라고 명령했다. «아버님!» 왕자가 다시 부탁했다. «제 친구인 또 다른 늙은이가 있는데 그에게도 아버님의 건강을 위해 마시라고 허락해 주세요.» «오라고 해라!» 오삐발로가 나타났고, 즉각 사십 개의 나무 통이 모두 비었는데 게다가 좀 더 마시고 취하기를 원했다.

바다의 황제는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신혼부부를 위해서 주철로 만든 목욕탕을 뜨겁게 뜨겁게 달구라고 명령했다. 주철 목욕탕이 달구어졌고, 20싸젠 (1 싸젠 = 2.1미터 정도)의 장작을 때서 벽과 화덕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너무 뜨거워서 사방 5베르스따 이내에 다가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1베르스따 = 약 1.06킬로미터)

«아버님.» 왕자가 말했다. «제 친구 늙은이도 함께 목욕을 해 보고 찜질을 하게 해 주세요.» «목욕을 하라고 해라!» 욕탕 안으로 얼음 대장 모로즈-뜨레스꾼이 들어왔다. 한 쪽 구석에 입김을 불고, 다른 쪽 구석에 입김을 불자 금방 고드름이 달렸다. 그 뒤로 신혼부부가 욕탕에 들어와서 목욕도 하고 찜질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 아버지인 바다의 황제에게서 떠나도록 해요.» 현명한 바실리사가 왕자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당신에게 몹시 화가 났으니 해코지를 할까 두려워요!» «떠나요.» 왕자가 말했다. 즉각 말에 안장을 얹고 드넓은 벌판으로 내달렸다.

달리고 또 달려서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왕자님, 잠깐 말에서 내려서 축축한 땅에 귀를 대 보세요.» 현명한 바실리사가 말했다. «우리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왕자는 축축한 땅에 귀를 대었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현명한 바실리사는 직접 착한 말 등에서 내려와 축축한 땅에 누워서 말했다. «아, 왕자님! 우리를 쫓아오는 소리가 똑똑히 들려요.» 그녀는 말을 우물로 변하게 했고 자신은 양동이로 변했으며 왕자는 나이든 늙은이로 변신시켰다. 곧 추적자들이 쫓아왔다. «이봐, 늙은이! 혹시 멋진 청년과 아름다운 처녀 못 봤나?» «봤지요, 나으리들! 하지만 오래 됐어요. 그 사람들 벌써 예전에 지나간 걸요, 내가 아직 젊었을 적에.» 추적자들은 바다의 황제에게 돌아갔다. «흔적조차 없고 소식조차 없고, 다만 우물 옆에 늙은이가 있고 우물물 위에는 양동이가 떠 있는 것만 봤습니다.» «왜 그것들을 다 데려오지 않았지?» 바다의 황제가 고함치고 즉각 추적자들에게 잔혹한 죽음을 내리고는 왕자와 현명한 바실리사를 잡기 위해 다른 추적자들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에 왕자와 바실리사는 멀리 멀리 도망쳤다.

현명한 바실리사는 새 추적자들이 쫓아오는 소리도 들었다. 그녀는 왕자를 늙은 사제로 변신시키고 자신은 낡은 교회로 변했다. 벽은 간신히 버티고 서 있으며 사방에는 이끼가 가득 끼어 있었다. 추적자들이 쫓아왔다. «이봐, 늙은이! 멋진 청년과 아름다운 처녀를 못 봤나/» «봤지요, 나으리들! 다만 아주 오래 전이에요, 벌써 예전에 지나갔답니다, 내가 아직 젊었고 이 교회를 짓고 있을 무렵에.» 그리고 두 번째 추적자들도 바다의 황제에게 돌아갔다. «바다의 황제 폐하, 흔적도 없고 소식도 없었습니다. 그저 사제 늙은이와 다 헐어빠진 교회를 보았을 뿐입니다.» «왜 그들을 데려오지 않았지?» 바다의 황제가 전보다 더 크게 고함을 치고는 추적자들에게 잔혹한 죽음을 내리고 왕자와 바실리사를 잡기 위해서 직접 나섰다. 이번에는 현명한 바실리사가 말을 꿀이 흐르는 강에 끼셀로 된 강가로 변신시키고 왕자는 숫물오리로, 자신은 회색 오리로 변했다. 바다의 황제는 끼셀에 덤벼들어 배부르게 먹고 또 먹었으며 꿀의 강물을 마시고 또 마셔서 – 터져 버렸다! 그리고 바다의 황제는 죽었다.

왕자는 현명한 바실리사와 함께 계속 말을 타고 갔다. 그래서 왕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집에 가까워졌다. 현명한 바실리사가 말했다. «왕자님, 먼저 가서 아버지와 어머니께 보고하세요, 나는 여기 길에서 당신을 기다릴게요. 하지만 내 말을 기억하세요. 모두에게 다 입맞추어도 좋지만 누이에게는 입맞추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나를 잊어버릴 거예요.» 왕자는 집에 도착해서 모두와 인사하고 누이에게도 입맞추었으며, 입맞추자마자 그 순간 아내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듯이 전부 잊어버렸다.

사흘동안 현명한 바실리사는 왕자를 기다렸다. 나흘째 되던 날에 거지의 차림을 하고 바실리사는 성읍으로 가서 어느 노파의 집에 묵었다. 한편 왕자는 부유한 공주와 결혼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왕국의 방방 곡곡에 전언을 내려 정교를 믿는 백성이라면 누구든지 신랑과 신부를 축하하기 위해 선물로 밀로 만든 삐로그를 가져오라고 명했다. 그래서 현명한 바실리사가 머무르고 있던 집의 노파도 밀가루를 개어 삐로그를 만들기 시작했다. «할머니, 누구를 위해서 삐로그를 준비하세요?» 현명한 바실리사가 그녀에게 물었다. «누구를 위해서냐고? 설마 모르는 거니, 우리 황제가 아드님을 부유한 공주님과 결혼시킨단다. 궁전으로 가서 신혼부부의 잔칫상에 올려야지.» «그럼 제가 구워서 궁전으로 가져갈게요. 어쩌면 황제가 저를 어여삐 여기실 지도 몰라요.» «마음껏 구워라!» 현명한 바실리사는 밀가루를 가져다 반죽을 만들어 뜨보로그 (творог 조금 덜 굳어 말랑한 치즈의 일종) 와 함께 숫비둘기와 암비둘기를 넣어 삐로그를 구웠다.

잔칫밥을 먹기 위해 노파도 현명한 바실리사와 함께 궁전으로 갔다. 그곳에서 세상 사람을 모두 초대한 피로연이 열리고 있었다. 현명한 바실리사는 삐로그를 식탁에 내놓았고, 그것을 반으로 가르자마자 그곳에서 숫비둘기와 암비둘기가 날아올랐다. 암비둘기는 뜨보로그 한 조각을 잡아채었고 숫비둘기가 말했다. «암비둘기야, 내게 뜨보로그를 줘!» «안 줘.» 암비둘기가 대답했다. «그랬다간 네가 날 잊어버릴 거야, 왕자가 자기 아내인 현명한 바실리사를 잊어버린 것처럼.» 여기서 왕자는 자신의 아내에 대해 기억해 내고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하얀 손을 잡고 자기 옆에 나란히 앉혔다. 그 때부터 두 사람은 함께 기쁘고 행복하게 살기 시작했다.

 

* 이 이야기는 사실 민담 세 개가 합쳐진 구조로 되어 있다. 이름 없는 황제가 독수리와 함께 겪는 모험이 첫 번째 민담인데, 황제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민담 1은 끝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왕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바다의 황제와 싸워 현명한 바실리사를 아내로 얻는 이야기가 이어서 전개된다. 왕자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부분도 역시 불완전하지만 끝을 맺고, 마지막으로 바실리사가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을 증명하여 왕자와 결혼하는 짧은 민담 3이 이야기의 끝부분에 배치되어 있다. 민담 자체도 재미있지만 구조가 독특하고 민담 1-2-3이 연결되는 방식도 흥미롭다.


끝으로 소개하는 불새 이야기는 러시아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Игорь Стравинский)가 발레 음악으로 작곡했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이다. 민담 치고는 상당히 길고 복잡하지만 또 굉장히 재미있고 마술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반 왕자와 불새와 회색 늑대 이야기

 

옛날 옛날 어느 왕국에, 어떤 나라에 황제가 살았는데 그의 이름은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였다. 그에게는 아들인 왕자가 셋 있었다. 첫째는 드미뜨리 왕자였고 둘째는 바실리 왕자였으며 셋째는 이반 왕자였다. 이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 황제에게는 정원이 있었는데 무척이나 풍요로워서 그 어느 나라에도 그보다 더 나은 정원은 없을 정도였다. 이 정원에는 열매가 열리거나 열리지 않는 여러 가지 귀한 나무들이 자라났다. 그 중 황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 사과나무에는 황금 사과가 열렸다. 그런데 븨슬라프 황제의 정원에 불새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불새의 깃털은 황금이었고 눈은 동방의 수정과도 같았다. 새는 이 정원에 밤마다 날아와서 븨슬라프 황제가 좋아하는 사과나무에 앉아 황금 사과를 따서는 도로 날아가 버렸다.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 황제는 불새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과 나무에서 황금 사과를 많이 따 가는 것에 낙담하여 세 아들을 불러서 말했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 중에서 누가 내 정원의 불새를 잡을 수 있겠느냐? 산 채로 잡아 오는 사람에게는 내가 살아 있을 때 왕국의 절반을 주고 죽은 뒤에 전부 주겠다.» 그러자 그의 자식인 왕자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하는 아버지 황제폐하! 우리는 기꺼이 불새를 산 채로 잡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첫날 밤에 드미뜨리 왕자가 정원에 매복해 있었다. 왕자는 불새가 와서 사과를 따 가는 그 사과나무 아래 앉아서 잠이 들어 버려서 불새가 날아와 사과를 많이 따 가는데도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침에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 황제는 아들인 드미뜨리 왕자를 불러서 물었다. «그래, 사랑하는 내 아들아, 불새를 봤느냐 못 봤느냐?» 왕자는 아버지에게 대답했다. «못 봤습니다, 사랑하는 아바마마! 불새는 지난 밤에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밤에 바실리 왕자가 불새를 잡기 위해 정원에 매복했다. 왕자는 또 그 사과나무 아래 앉아서 밤에 한 시간 두 시간 버티다가 너무나 깊이 잠들어 버려서 불새가 날아와 사과를 따 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침에 븨슬라프 황제는 왕자를 불러서 물었다. «그래, 내 사랑하는 아들아, 불새를 봤느냐 못 봤느냐?» «사랑하는 아바마마! 불새는 어젯밤에 오지 않았습니다.»

사흘째 밤에 정원에 이반 왕자가 숨어서 바로 그 사과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한 시간을 앉아 있고 두 시간을 앉아 있고 세 시간째 되었을 때 갑자기 정원 전체가 수많은 촛불을 밝힌 것처럼 밝아졌다. 그리고 불새가 날아와서 사과나무 위에 앉아 사과를 따기 시작했다. 이반 왕자는 교묘하게 불새에게 다가가서 꼬리를 잡았다. 그러나 불새를 붙잡지는 못했다. 불새는 떨치고 날아가 버렸고 이반 왕자의 손에는 그가 아주 꽉 움켜쥐었던 꼬리 깃털 하나만 남았을 뿐이었다. 아침에 븨슬라프 황제가 잠에서 깨자마자 이반 왕자는 아버지에게 가서 불새의 깃털을 바쳤다. 븨슬라프 황제는 막내 아들이 불새의 깃털 하나라도 가져왔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그 깃털은 너무나 신기하고 밝게 빛나서, 어두운 방에 가지고 들어가면 마치 셀 수 없이 많은 촛불을 켠 것처럼 그렇게 밝은 빛을 비추었다. 븨슬라프 황제는 깃털을 자기 방에 놓아두고 귀한 물건답게 잘 간직했다. 그 때부터 불새는 정원에 날아오지 않았다.

븨슬라프 황제는 다시 한 번 자식들을 불러서 말했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아! 내가 너희를 축복해 줄 테니 가서 불새를 찾아 산 채로 데려오거라. 내가 전에 약속했던 것은 불새를 데려오는 사람에게 주겠다.» 드미뜨리와 바실리 왕자는 동생 이반 왕자가 불새의 꼬리 깃털을 뽑은 것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버지에게서 축복을 받은 뒤에 둘이서만 불새를 찾으러 떠났다. 한편 이반 왕자도 아버지에게 축복해 주기를 부탁했다. 븨슬라프 황제가 말했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귀여운 막내야! 너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 그렇게 멀고 힘든 길에는 익숙치 않을 것이다. 어째서 나를 떠나려 하느냐? 너의 형들도 떠나지 않았느냐. 너까지 나를 두고 떠나서 세 명이 다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느냐? 나는 이미 나이가 많아 하나님께 갈 날이 멀지 않았다. 만약에 헤어져 있는 동안에 하나님께서 내 목숨을 가져가시면 누가 나 대신 왕국을 다스리겠느냐? 그러면 폭동이 일어나거나 백성들끼리 서로 뜻이 맞지 않을 지도 모르는데 이끌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혹은 적이 우리 나라에 쳐들어오더라도 군대를 이끌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븨슬라프 황제가 아무리 이반 왕자를 붙잡으려 해 보아도 어떻게도 말릴 수가 없었고 뜻을 꺾지 않고 계속 부탁했다. 이반 왕자는 결국 아버지에게서 축복을 받고 말을 한 마리 골라 올라타고 길을 떠나서 어디로 가는지 자신도 모르지만 어쨌든 출발했다.

길을 떠나서, 멀리 갔는지 가깝게 갔는지, 낮게 갔는지 높이 갔는지,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하기는 어려운 길을 얼마나 갔을까, 마침내 이반 왕자는 드넓은 벌판의 녹색 풀밭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넓은 벌판에는 기둥이 하나 서 있었고 기둥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이 기둥에서 똑바로 가는 사람은 배고프고 추울 것이다. 오른쪽으로 가는 사람은 건강하게 살 것이지만 그의 말이 죽을 것이다. 왼쪽으로 가는 사람은 자신이 살해당할 것이지만 그의 말은 건강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이반 왕자는 이 표지판을 읽고 오른쪽으로 갔다. 설령 말이 죽더라도 그 대신 자기 자신이 건강하게 살아 있으면 나중에라도 다른 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반 왕자는 하루를 가고 이틀을 가고 사흘이 됐을 때 갑자기 맞은편에서 거대한 회색 늑대가 나타나서 말했다. «이봐, 어이, 젊은 청년, 이반 왕자! 말이 죽을 것이라고 기둥에 쓰여 있는 걸 읽었을 텐데 어째서 이 쪽으로 왔나?» 늑대는 이렇게 말하고 이반 왕자의 말을 둘로 찢은 뒤에 한 옆으로 사라졌다.

이반 왕자는 말을 잃은 데 크게 낙담했고 슬피 운 뒤에 걸어서 길을 떠났다. 하루 종일 걸은 뒤에 말할 수 없이 지쳤으나 조금 쉬려고 앉자마자 갑자기 회색 늑대가 쫓아와서 말했다. «네가 불쌍해졌다, 이반 왕자, 걸어서 길을 가다니. 그리고 내가 너의 말을 먹어버린 것도 미안하구나. 좋아! 내 등에, 회색 늑대 위에 올라타라, 그리고 말해 봐라, 넌 어디로 어째서 가는 거냐?»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회색 늑대는 그 어느 말보다 더 빠르게 달려서 얼마 뒤에 밤이 되자마자 이반 왕자를 돌로 된 그다지 높지 않은 담장 앞으로 데려가서는 멈춰서서 말했다. «그래, 이반 왕자, 회색 늑대의 등에서 내려와서 이 돌 담장을 넘어가라. 저 담장 뒤에는 정원이 있고 그 정원에는 불새가 황금 새장 속에 앉아 있다. 너는 가서 불새를 잡아 오되, 황금 새장은 건드리지 마라. 만약에 새장도 가져오면 너는 이곳에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당장 잡히고 말 거야!» 이반 왕자는 돌 담장을 넘어서 정원으로 들어가 황금 새장 속의 불새를 보고 그 매력에 홀딱 반했다. 새장에서 불새를 꺼내 왕자는 도로 가려다가 생각을 바꾸고 혼자 말했다. «새장 없이 불새를 데려가면 어디다 내려놓지?» 왕자는 돌아서서 황금 새장을 집어들자마자 – 갑자기 정원 전체에서 쿵쿵 쾅쾅 굉음이 들렸는데, 그 황금 새장에는 줄이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복했던 경비병들이 당장 깨어나서 정원으로 달려와 이반 왕자와 불새를 잡아서 자신들의 황제에게 데려갔는데, 그 황제는 이름이 '돌마뜨'라고 했다. 돌마뜨 황제는 이반 왕자에게 몹시 화가 나서 성난 목소리로 크게 고함쳤다. «젊은 청년이 도둑질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대체 너는 누구고 어느 땅에서 왔으며 누구의 아들이고 이름은 뭐라고 부르는가?» 이반 왕자는 그에게 말했다. «저는 븨슬라프 황제의 땅에서 온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 황제의 아들이며 이름은 이반 왕자라고 합니다. 폐하의 불새가 우리 정원으로 밤마다 날아와서 제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사과나무에서 황금 사과를 따 가서 나무를 거의 모두 망쳐 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아버지가 저를 보내 불새를 찾아서 잡아 오라고 하셨습니다.» «아 이런, 이반 왕자.» 돌마뜨 왕이 말했다. «그렇다고 네가 한 짓이 그게 할 짓인가? 네가 나에게 찾아왔다면 나는 불새를 명예롭게 너에게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네가 내 왕국에서 명예롭지 못하게 행동한 걸 전국 방방 곡곡에 알려버리면 그 결과가 좋겠는가? 하지만 들어 봐라, 이반 왕자! 만일 네가 내 명령을 들어 9의 3배 되는 먼 나라의 10의 3배 되는 머나먼 왕국으로 가서 아프론 황제에게서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가져다 나에게 데려오면 내가 너의 죄를 용서하고 불새를 명예롭게 너에게 넘겨주겠다. 하지만 만약에 그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면 너에 대해서 불명예스러운 도둑이라고 전국에 알리겠다.» 이반 왕자는 크게 슬퍼하며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데려오겠다고 약속하고 돌마뜨 황제 앞을 떠났다.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에게 돌아와서 돌마뜨 황제가 명령한 모든 일을 말했다. «어이 이봐 젊은 청년, 이반 왕자!» 회색 늑대가 그에게 말했다. «대체 어째서 내 말을 듣지 않고 황금 새장을 가져가려 한 거지?» «내가 잘못했어.» 이반 왕자가 늑대에게 말했다. «좋아, 이렇게 하자!» 회색 늑대가 말했다. «내 등에, 회색 늑대 위에 올라타라. 내가 너를 필요한 곳으로 데려다 줄게.»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의 등에 올라탔고 늑대는 화살처럼 빨리 달려서 오래 갔는지 잠깐 갔는지 마침내 아프론 황제의 왕국에 밤에 도착했다. 그리고 하얀 돌로 지은 황제의 마구간 앞에서 회색 늑대는 이반 왕자에게 말했다. «이반 왕자, 저 하얀 돌로 된 마구간으로 들어가라 (지금은 경비 서는 마구간지기들이 모두 깊이 잠들어 있어!) 그리고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데리고 나와라. 하지만 저기 벽에 황금 고삐가 걸려 있는데 그건 가져 오면 안 돼, 그랬다간 일이 나쁘게 될 거야.» 이반 왕자는 하얀 돌로 지은 마구간 안에 들어서서 말을 데리고 도로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벽에 걸린 황금 고삐를 보고 홀딱 반해버려서 못에서 고삐를 벗겨 나오려는 순간 – 갑자기 마구간 전체에 굉음이 울렸다. 왜냐하면 고삐에는 줄이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숨어 있던 마구간지기들이 당장 잠이 깨어 달려나왔고 이반 왕자를 붙잡아서 아프론 황제에게 데려갔다. 아프론 황제는 묻기 시작했다. «어이 젊은이! 말해 봐라, 너는 어느 왕국에서 왔고 어느 아버지의 아들이며 이름은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여기에 대해서 이반 왕자가 대답했다. «저는 븨슬라프 황제의 왕국에서 왔으며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 황제의 아들이고 이반 왕자라고 합니다.» «오, 젊은 청년, 이반 왕자!» 아프론 황제가 말했다. «네가 한 짓이 명예로운 기사가 할 일인가? 네가 나에게 찾아왔더라면 나는 너에게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명예롭게 넘겨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왕국 전체에다 네가 내 왕국에서 얼마나 명예롭지 못한 짓을 했는지 알려버리면 그 결과가 좋겠는가? 하지만 들어 봐라, 이반 왕자! 만약에 네가 내 명령을 수행하여 3백리의 아홉 배 되는 먼 나라, 세상의 열 개 중 세 번째의 먼 왕국으로 가서 내가 오래 전부터 마음과 영혼을 바쳐 사랑하지만 얻을 수 없었던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를 데려온다면 너의 죄를 용서해주고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황금 고삐와 함께 명예롭게 넘겨주겠다. 하지만 만약에 내 명을 수행하지 못하면 네가 불명예스러운 도둑이라는 걸 왕국 전체에 퍼뜨리고 네가 내 나라에서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다 써서 알리겠다.» 그래서 이반 왕자는 아프론 황제에게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를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하고 궁전을 나와서 슬프게 울었다.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에게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이야기했다. «아 이런, 이반 왕자!» 회색 늑대가 말했다. «어째서 넌 내 말을 듣지 않고 황금 고삐를 훔쳤지?» «내가 잘못했어.» 이반 왕자가 늑대에게 말했다. «좋아, 이렇게 하자!» 회색 늑대가 말했다. «내 등에, 회색 늑대 위에 올라타라. 내가 널 필요한 곳으로 데려다 주마.»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회색 늑대는 마치 화살처럼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해서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달려서 잠깐 시간이 지나자 이미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의 왕국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화려한 정원을 둘러싼 황금 울타리에 도착하자 늑대는 이반 왕자에게 말했다. «그럼, 이반 왕자, 이제 내 등에서 내려서 우리가 여기로 왔던 길로 도로 되돌아가서 드넓은 벌판의 황금 참나무 밑에서 나를 기다려라.» 이반 왕자는 들은 대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회색 늑대는 황금 울타리 밑에 앉아서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가 정원에 산책하러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저녁이 되어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하고 그 때문에 공기가 그다지 덥지 않게 되자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가 정원으로 나와 유모들과 궁궐의 귀족 아가씨들과 함께 산책하기 시작했다. 공주가 정원으로 들어서서 회색 늑대가 울타리 밑에 앉아 있는 그 자리에 다가오자 갑자기 회색 늑대가 울타리를 넘어 정원으로 뛰어 들어가서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를 붙잡아 도로 뛰어나와서 온 힘을 다 해서 공주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늑대는 넓은 벌판으로 달려 나와서 그를 기다리는 이반 왕자가 앉아있는 황금 참나무 밑으로 와서 말했다. «이반 왕자, 빨리 내 등에, 회색 늑대 위에 타라!» 이반 왕자는 그의 등에 탔고, 회색 늑대는 둘을 태우고 달려서 아프론 황제의 왕국으로 왔다.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와 함께 정원을 산책했던 유모들과 아가씨들은 즉시 궁궐로 달려가서 추적자들을 보내 회색 늑대를 쫓아가게 했다. 그러나 추적자들이 아무리 달려도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도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반 왕자는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와 함께 회색 늑대의 등에 앉아서 온 마음을 다해 그녀와 사랑에 빠져 버렸고, 옐레나 공주도 이반 왕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회색 늑대가 아프론 황제의 왕국에 도착하여 이반 왕자가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를 궁궐로 데려가 황제에게 넘겨주어야 할 때가 되자 왕자는 무척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회색 늑대가 그에게 물었다. «어째서 울고 있나, 이반 왕자?» 여기에 이반 왕자가 대답했다. «내 친구 회색 늑대야! 착한 청년인 내가 어떻게 울지 않고 낙담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나는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를 온 마음으로 사랑하게 되었는데 이제 그녀를 아프론 황제에게 데려다 주고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받아와야 하게 되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만약에 공주를 넘겨주지 않으면 아프론 황제가 왕국 전체에 내 명예를 더럽힐 거야.» «내 말을 잘 들어라, 이반 왕자.» 회색 늑대가 말했다. «이 명을 수행해라. 들어 봐, 이반 왕자. 내가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로 변할 테니 너는 나를 아프론 황제에게 데려다 주고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받아와라. 황제는 나를 진짜 공주라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네가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타고 멀리 나가고 나면 내가 아프론 황제에게 넓은 벌판에 나가 산책하자고 부탁할 거야. 그리고 그가 나를 유모들과 귀족 아가씨들과 함께 내보내주면 나는 그들과 함께 넓은 벌판에 있게 될 거고 그러면 네가 나를 기억해 줘라. 그러면 나는 다시 너에게 갈 테니까.» 회색 늑대는 이렇게 말하고 축축한 땅을 세게 밟자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로 변하여 그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를 데려다가 아프론 황제의 궁궐로 갔고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에게는 성밖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이반 왕자가 아프론 황제에게 가짜 옐레나 공주를 데려다 주자 황제는 오래 전부터 원했던 보물을 얻은 것을 마음으로 무척 기뻐했다. 황제는 가짜 공주를 맞이하였고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이반 왕자에게 넘겨주었다. 이반 왕자는 말에 올라타고 성밖으로 달려나갔다. 진짜 옐레나 공주를 자신과 함께 말에 태워 돌마뜨 황제의 왕국을 향해 길을 떠났다. 회색 늑대는 아프론 황제의 궁에서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 대신 하루를 살고 이틀을 살고 사흘을 지내다가 나흘째 되는 날에 아프론 황제에게 가서, 견디기 힘든 우울과 슬픔을 달래기 위해 넓은 벌판에서 산책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프론 황제가 말했다. «아, 나의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소, 넓은 벌판에 당신을 데려다 주겠소.» 그리고 즉시 유모와 궁궐의 모든 귀족 아가씨들에게 아름다운 공주와 함께 넓은 벌판으로 산책하러 가라고 명령했다.

이반 왕자는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와 함께 길을 가면서 그녀와 함께 이야기하다가 회색 늑대에 대해서 잊어버렸다. 그러다가 나중에야 기억했다. «아, 나의 회색 늑대는 대체 어디 있을까?»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게 회색 늑대가 이반 왕자 앞에 서서 말했다. «이반 왕자, 내 등에, 회색 늑대 위에 앉아라, 그리고 아름다운 공주는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타고 가게 해라.»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 등에 앉았고, 둘은 돌마뜨 황제의 왕국으로 떠났다. 오래 갔는지 잠깐 갔는지, 왕국에 도착하여 성읍이 이제 3베르스따 남았다. (*1베르스따는 약 1.06킬로미터)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에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내 말 좀 들어 봐, 나의 좋은 친구 회색 늑대야! 나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주었으니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해 주렴. 해 달라는 일은 바로 이런 거야. 이 말 대신에 황금 갈기가 달린 말로 변해줄 수 있겠니? 왜냐하면 이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은 나와 헤어지려 하지 않거든.» 갑자기 회색 늑대는 축축한 땅을 세게 밟았고, 그러자 황금 갈기가 달린 말로 변신했다. 이반 왕자는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를 녹색 벌판에 남겨두고 회색 늑대에 올라타고 돌마뜨 황제의 궁궐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돌마뜨 황제는 이반 왕자가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타고 오는 것을 보고 무척 기뻐하며 자기 처소에서 나와서 넓은 마당에서 왕자를 맞이하여 설탕 같이 달콤한 입술에 입맞추고 오른손을 잡고 하얀 돌로 지은 자신의 처소로 데려갔다. 돌마뜨 황제는 이처럼 기쁜 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잔치를 열었고 그들은 꽃무늬 식탁보를 깐 참나무 식탁에 둘러앉았다. 꼭 이틀 동안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며 축하하다가 사흘째 되는 날에 돌마뜨 황제는 이반 왕자에게 황금 새장에 든 불새를 넘겨주었다. 왕자는 불새를 받아서 성읍을 나와서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와 함께 황금 갈기가 달린 말 위에 앉아서 자기 아버지의 나라,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 황제의 왕국으로 출발했다. 돌마뜨 황제는 이틀이 지난 뒤에 황금 갈기가 달린 자기 말을 타고 넓은 벌판을 달려 보자고 생각을 했다. 말에 안장을 놓으라고 명했고, 그 위에 올라타서 넓은 벌판으로 나갔다. 그리고 말을 놓아주자마자 말은 자기 등에서 돌마뜨 황제를 떨어뜨리고 이전처럼 회색 늑대로 변하여 이반 왕자를 쫓아갔다. «이반 왕자!» 회색 늑대가 말했다. «내 등에, 회색 늑대 위에 타라, 그리고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는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타고 가게 해라.»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 위에 앉았고 그들은 길을 떠났다. 회색 늑대는 이반 왕자의 말을 잡아먹었던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멈추어 서서 말했다. «그래, 이반 왕자, 나는 성심 성의껏 너의 일을 해 주었다. 바로 여기서 내가 너의 말을 둘로 찢어버렸고 그곳까지 너를 데려왔다. 내 등에서, 회색 늑대에게서 내려라, 이제 너에겐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이 있으니 그 말을 타고 네가 갈 곳으로 가라. 난 이제 더 이상 너에게 해줄 일이 없다.» 회색 늑대는 이렇게 말하고 한 옆으로 뛰어가 버렸다. 그러자 이반 황제는 회색 늑대와 헤어진 것을 슬퍼하며 울고 나서 아름다운 공주와 함께 길을 떠났다.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와 함께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타고 오래 갔을까, 잠깐 갔을까, 아버지의 왕국까지 20베르스따가 남았을 때 왕자는 멈추어서 말에서 내려서 뜨거운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나무 아래로 가서 아름다운 공주와 함께 쉬었다.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은 같은 나무에 매어놓았고 불새가 든 새장은 옆에 놓았다. 부드러운 풀밭에 누워 달콤한 연인들의 속삭임을 나누다가 그들은 깊이 잠들었다. 바로 그 때 이반 왕자의 형들인 드미뜨리와 바실리 왕자가 여러 왕국으로 돌아다니면서 불새를 찾지 못하다가 빈손으로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잠든 자신의 동생 이반 왕자와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풀밭 위에 황금 갈기가 달린 말과 황금 새장에 든 불새를 보고 그 매력에 홀랑 반하여 그들은 동생인 이반 왕자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드리뜨리 왕자가 자신의 날카로운 검을 꺼내 이반 왕자를 찌르고 작은 조각으로 갈가리 찢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를 깨워서 묻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처녀여! 너는 어느 왕국에서 왔고 어느 아버지의 딸이며 이름은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는 이반 왕자가 죽은 것을 보고 너무나 겁에 질려 쓰디쓴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하여 울면서 말했다. «나는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이며 당신들이 사악하게 죽여버린 이반 왕자가 데려왔습니다. 당신들이 그를 넓은 벌판으로 데려가서 산 채로 싸워 이겼다면 명예로운 기사들이었겠지만 잠든 채로 죽여버렸으니 그렇게 해서 무슨 영광을 얻겠습니까? 잠든 사람은 죽은 것과 같지 않습니까!» 그러자 드미뜨리 왕자는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의 심장에 자기 칼을 겨누고 말했다. «잘 들어라, 아름다운 옐레나! 너는 이제 우리 손에 있다. 우리는 너를 우리 아버지인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 황제에게 데려갈 것이니 황제에게 너와 불새와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우리가 데려왔다가 말해라. 만약에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면 당장 너에게 죽음을 내릴 것이다!»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는 죽음이 무서워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말하겠다고 약속하고 성스러운 모든 것을 걸고 맹세했다. 그러자 드미뜨리 왕자와 바실리 왕자는 누가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를 데려가고 누가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을 가져갈지 제비를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비를 뽑아 보니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는 바실리 왕자가 데려가게 되었고 황금 갈기가 달린 말은 드미뜨리 왕자에게 떨어졌다. 그러자 바실리 왕자가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를 붙잡아 자기 준마 위에 앉혔고 드미뜨리 왕자는 황금 갈기가 달린 말 위에 앉았으며 불새는 아버지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 황제에게 바치기 위하여 집어들었고, 그리하여 그들은 길을 떠났다.

이반 왕자는 죽은 채로 그 자리에 꼭 30일간 누워 있었다. 그 사이에 회색 늑대가 달려와서 이반 왕자의 영혼에게 이야기를 들어 알게 되었다. 회색 늑대는 왕자를 도와 되살리려 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바로 그 때에 회색 늑대는 갈가마귀 한 마리와 새끼 두 마리를 보았는데, 갈가마귀들은 시체 위를 날아다니다가 땅으로 내려와서 이반 왕자의 고기를 쪼아 먹으려 했다. 회색 늑대는 덤불 뒤에 숨어 있다가 새끼 갈가마귀들이 땅에 내려앉아 이반 왕자의 몸을 뜯어 먹기 시작한 순간 덤불 뒤에서 뛰어나와 갈가마귀 병아리 한 마리를 붙잡아서 둘로 찢어 버리려 했다. 그러자 갈가마귀가 땅에 내려와서 회색 늑대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서 말했다. «어이 이봐 회색 늑대! 내 어린 새끼를 건드리지 마라. 너에겐 아무 짓도 안 하지 않았나.» «들어 보시오, 갈가마귀 선생!» 회색 늑대가 말했다.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면 내가 당신 병아리를 건드리지 않고 해치지 않은 채 건강하게 놓아주겠소. 3백리의 9배 되는 되는 먼 땅에 10개 중 세 번째 먼 나라로 날아가서 나에게 죽음의 물과 생명의 물을 가져다 주시오.» 그러자 갈가마귀는 회색 늑대에게 말했다. «내가 그 부탁을 들어줄 테니 내 아들만 건드리지 마시오.» 이렇게 말하고 갈가마귀는 날아가서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사흘이 지나서 갈가마귀는 자루 두 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루 하나에는 생명의 물이 들어 있었고 다른 자루에는 죽음의 물이 들어 있었는데 갈가마귀는 이 자루들을 회색 늑대에게 주었다. 회색 늑대는 자루를 받아서 새끼 갈가마귀를 둘로 찢은 뒤에 죽음의 물을 뿌렸다. 그러자 갈가마귀 병아리는 몸이 도로 붙었고, 생명의 물을 뿌리자 갈가마귀 병아리가 몸을 떨더니 날아갔다. 그러자 회색 늑대는 이반 왕자에게 죽음의 물을 뿌렸다. 그러자 그의 몸이 도로 자라나 붙었고, 생명의 물을 뿌리자 이반 왕자가 일어나서 말했다. «아, 내가 어쩌다 이렇게 오래 잤을까!» 그러자 회색 늑대가 그에게 말했다. «그래, 이반 왕자, 내가 아니었으면 넌 영원히 자 버릴 뻔했지. 네 형들이 너를 잘게 찢어버리고 아름다운 옐레나와 황금 갈기가 달린 말과 불새를 모두 데려가 버렸어. 이제 할 수 있는 한 서둘러서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가라. 네 형인 바실리 왕자가 오늘 너의 신부인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와 결혼한다. 그리고 네가 거기에 빨리 도착하도록, 내 등에, 회색 늑대에 올라타라. 내가 너를 데려다 주마.»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 위에 올라탔고, 늑대는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 황제의 왕국으로 달려갔다. 오래 달렸는지 잠깐 달렸는지 성읍에 도착했다. 이반 왕자는 회색 늑대의 등에서 내려서 성으로 들어가서 궁궐에 도착하자 둘째형 바실리 왕자가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와 결혼하는 것을 목격했다. 방금 관을 쓰고 돌아와서 식탁에 앉은 것이다. 이반 왕자는 궁으로 들어갔고 아름다운 옐레나가 곧바로 그를 알아보았으며 즉시 식탁에서 뛰어 일어나 그의 달콤한 입술에 설탕같이 입을 맞추고 외쳤다. «여기 나의 사랑하는 신랑 이반 왕자가 왔어요, 식탁에 앉아 있는 저 악당이 아니라!» 그러자 븨슬라프 안드로노비치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에게 이것이 무슨 일이며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묻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옐레나는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든 진실을 황제에게 이야기했다. 이반 왕자가 어떻게 그녀와 황금 갈기가 달린 말과 불새를 데려왔으며 형들이 어떻게 잠든 이반 왕자를 죽이고 그녀에게 겁을 주어 이 모든 것을 형들이 가져온 듯이 말하게 했는지 말이다. 븨슬라프 황제는 드미뜨리와 바실리 왕자에게 무척 화를 내어 어두운 감옥에 그들을 가두었다. 그리고 이반 왕자는 아름다운 옐레나 공주와 결혼했다. 이반 왕자와 옐레나 공주는 뜨겁게 사랑하며 서로가 없이는 1분도 지낼 수 없을 정도로 다정하고 행복했다.

 

 

* 러시아 민담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인물이 조력자인데, 이 조력자는 주인공을 곤경에 빠지게 하거나 주인공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 “적”과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주인공이 그 곤경을 헤쳐나오면 그 뒤로 주인공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적”하고는 정반대의 역할을 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회색 늑대가 그런 결정적인 조력자인데, 모든 상황에서 이반 왕자는 사고만 치고 돌아다니고 해결은 다 회색 늑대가 해 주는 관계로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회색 늑대가 주인공 아니냐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이반 왕자와 회색 늑대와 불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도 여러 편 만들어졌는데 실제로 회색 늑대가 좀 더 중심적으로 나타나며 코믹한 모습을 보이는 애니메이션도 있다.

 

- 민담 여러 개를 합쳐서 소개하다 보니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냥 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이야기들이니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제나 주인공은 형제/자매가 셋이라든가, 사건이 세 번씩 반복되다가 세 번째에서 해결된다든가, 마녀 바바 야가 혹은 불멸의 코셰이가 등장한다든가 하는 러시아 민담만의 특성들은 덤으로 얻어가시면 좋겠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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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즈 14.11.09 22:55 댓글

    얼마전에 오오츠카 에이지가 쓴 작법서들을 읽다가 러시아 마법 민담 구조와 이를 분석해서 정리한 쁘로프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만, 정도경 작가님을 통해서 러시아 민담을 이렇게 직접 제 눈으로 접해보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