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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필진 릴레이 인터뷰도 벌써 12번을 채웠네요. 이번에는 거울의 대표적인 기사 필진으로서 그동안 많은 리뷰와 비평을 써 오신 잠본이님입니다. 개인 사정상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요새는 잠본이님 글을 접한 지 오래되었는데요, 예전에는 단편에 곽재식님, 기사에 잠본이님으로 양대 속도를 자랑하시는 분들이었죠. 잠본이님에 대해서 더 알게 되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또한 하루 속히 잠본이님의 다음 글을 보게 되길 바라봅니다!

1. 처음 보는 독자분들에게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거울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포함해서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달콤한 간식을 좋아하는 평범한 독자입니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하여 이런저런 잡동사니 글들을 발표하였으나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거울과의 인연은 2008년 6월 진아님의 권유를 받고 기사 필진으로 참가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 처음으로 독자를 상정한 지면에서 글을 발표한 것은 언제인가요? 어떤 곳에서 어떤 글을 쓰셨는지 알려주세요.

 지인분의 소개로 2001년에 현재는 사라진 영화 전문 사이트 「네오필름」의 애니메이션 코너에 『자이언트 로보 THE ANIMATION : 지구가 정지하는 날』의 리뷰를 게재한 것이 최초입니다. 온라인이 아닌 종이책만으로 한정했을 경우는 같은 지인분의 소개로 2002년에 잡지 「애니메이툰」 제35호에 객원 리뷰를 게재한 것이 최초입니다.

3. 프로 리뷰어라고 확실히 느낀 계기가 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생업으로 삼고 계시거나 보다 정성들여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저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현재까지는 본업을 따로 두고 취미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한없이 프로에 가까운 아마추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좀 더 스스로를 갈고 닦아서 정진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진정한 프로 리뷰어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요.

4. 인생의 책, 영화, 연극 등, 지금의 나를 이루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책 중에서는 조반니노 과레스끼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으로 시작하는 ‘돈 까밀로 시리즈’와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 그리고 어렸을 때 부모님이 사 주셨던 에이브 전집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중고등학교 때 접했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듀나님의 소설들도 알게 모르게 제 스타일에 영향을 주었고요. 영화들 중에서는 최초로 부모님과 함께 극장에서 보았던 『아마데우스』와 찰리 채플린의 흑백영화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5.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또는 이때를 틈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책이 아닌 다른 매체여도 좋아요!)

 질 르포어의 『원더우먼 허스토리The Secret History of Wonder Woman를 권하고 싶습니다. DC코믹스의 인기 캐릭터이며 가장 오래된 메이저급 여성 슈퍼히어로인 원더우먼의 원작자와 탄생 배경을 페미니즘의 발전 등 당시의 사회 변혁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 대중문화사 연구서인데, 그냥 역사서나 젠더론 서적으로 읽어도 흥미롭습니다. 특별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음에도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들의 고뇌나 어쩌다 보니 그들 대신 이름을 남기게 된 이른바 ‘남자 페미니스트’의 한계와 모순을 곱씹어볼 수 있습니다.

6. 작가의 전체 작품의 역사적인 흐름을 읽으시는 등 폭넓은 본인의 데이터베이스를 적절히 활용하시는 점이 늘 놀랍습니다. 평소에 본인의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시는 기준이나 요령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갈원경님 질문)

 작품별로 중요한 사항을 메모해 두거나 블로그 및 트위터에 생각나는 점을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참고하는 정도입니다. 대부분 작품 자체를 감상할 때 온 신경을 집중하여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기억에 새겨 두려고 노력하는 편이며 필요한 작품은 부분적으로 반복 감상을 통하여 기억을 갱신하는지라 데이터베이스를 따로 정리하지는 않습니다. 서로 다른 작품들 사이의 유사성이나 연관성을 밝혀내는 과정은 사실 엄밀한 분석보다는 ‘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있었지’라는 직관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작품의 여러 가지 다른 측면을 살펴본다는 점에서는 꽤 유용합니다. (사실 과정의 모호함을 어느 정도 알기 쉽게 표현한다면 크리스티 소설에서 제인 마플이 “저 사람을 보니 전에 내가 알던 누군가가 생각나는데 말이죠”라고 수다를 떠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 다만 개인 사정으로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부모님 댁에 보관하고 있어서 곧바로 참고하기 어려운 상황인지라 앞으로는 좀 다른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7. 글을 쓸 때 어떤 것을 가장 신경 쓰시나요?

 앞뒤의 내용이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는지, 그리고 맞춤법이나 사실관계에 틀린 점은 없는지를 신경 쓰는 편입니다. 그 때문에 실제로 집필하는 것보다도 사전 조사나 퇴고에 더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지라, 직장 및 가정 등 다른 생활과 병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임을 요즘 들어 실감하고 있습니다.

8. 글을 쓰면서 독자층을 생각하고 쓰시나요? 생각한다면 어떤 사람들인가요?

 특별히 생각하고 쓰지는 않습니다. 저와 의견이나 취향이 맞는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의견이나 취향이 다른 분들이나 아예 해당 소재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 제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면 더욱 기쁜 일이 되겠지요.

9. 본인의 글 중 본인이 좋아한 글과, 남들이 좋아한(반응이 좋거나 많았던) 글을 소개해 주세요.

 제 글들은 특별히 망치지 않은 한은 전부 사랑스럽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글은 거울의 평론집 「B평」에 수록했던 赤魚 김주영님의 작품론입니다. 특정한 작품 하나가 아니라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세계 전체에 대하여 조망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도전했기에 더욱 애착이 깊은 편입니다. 다만 이것도 실제 집필시기부터 계산하면 벌써 8년 가까이 지난 글이라서 제때 업데이트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남들이 좋아한 글은 가려내기가 어려운데, 아무래도 글의 성질상 리뷰보다는 과거에 재미 삼아 집필했던 습작들이나 유명작품 패러디들 중에서 제법 좋은 반응을 받았던 경우가 있습니다. 역시 단순한 감상이나 연구보다는 마음에 직접 호소하는 이야기 쪽이 더 반응을 끌어내기 쉬운 것이겠지요.

10. 글을 쓰고 나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원고료가 있는 글은 당연히 입금을 확인한 순간이겠고 원고료가 없는 글은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하여 독자의 반응을 알게 되는 순간이겠지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보수의 유무에 관계없이 어떤 글이든 우여곡절 끝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의도했던 지면에 무사히 발표된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 가장 기쁠 겁니다. 신생아실에 들어가 새로 태어난 아기를 받아드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마치 새로 읽는 듯한 기묘한 신선함이 느껴져서 재미있지요.

11. 이제까지 받은 의뢰 중 가장 곤란하거나 재밌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얽힌 일화를 이야기해 주세요.

 곤란한 일은 사전 협의 단계에서 미리 걸러내고 아예 받지를 않기 때문에 잘 기억나지 않는군요.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역시 2016년에 전자책으로 펴낸 『건담이 온다』인데, 최초로 제 명의를 달고 책 한 권을 내는 작업이었고 그만큼 책임도 컸기 때문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진행했습니다. 공교롭게도 2019년에 그 책의 소재인 퍼스트 건담이 염원의 국내 방영을 실현하게 되었기에 제 글도 약간이나마 재조명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12. 앞으로 계획하신 작업 또는 도전 중인 과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존경하는 만화작가인 테즈카 오사무의 주요 캐릭터나 단편작품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을 몇 년 전에 시작했는데 사정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필요한 자료들은 다 갖춰진 상태지만 시간과 체력이 문제라서 언젠가는 여건이 갖춰지면 재개하고 싶습니다.

13.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다른 건 바라지 않고, 그저 오래오래 살아남아 국내 장르문학의 든든한 한 축을 유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온갖 다른 세계를 꿈꾸는 작가들과 그 꿈을 해몽하는 필자들의 친근하고 변함없는 요람으로서 말입니다.

14. 이 작가가 궁금하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 바톤을 받을 작가분을 지명해 주세요. 왜 알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도 살짝 덧붙여서요.

 pilza2님을 추천합니다.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1인 출판을 통하여 그동안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보석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시는 열정이 존경스럽습니다. 페가나 북스를 통하여 소개하시는 작품들 중에서 작가님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준 작품이나 작가가 있는지, 만약 있다면 어떤 부분에 영향을 주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혹시나 전에 다른 곳에서 이미 밝히셨는데 제가 확인을 못한 것이라면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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