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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필진 릴레이 인터뷰 13번째 주자이자 16주년 기념호의 주인공은 pilza2님입니다! 작가로서는 물론이고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작품 소개도 하시고, 거울에서는 리뷰란을 도맡은 편집진의 일원이기도 하죠. 그런데 거울 내에서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은 적은 것 같아요. 오늘 이후로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1. 처음 보는 독자분들에게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pilza2입니다. 엄정진, 정희자 등 여러 필명을 쓰고 있어 검색하기 힘들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2. 처음으로 독자를 상정한 지면에서 글을 발표한 것은 언제인가요? 어떤 곳에서 어떤 글을 쓰셨는지 알려주세요.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소설을 공개한 경험은 황금드래곤 문학상 2회가 처음입니다. 인터넷 게시판 형식으로 공개된 공모전 형식이었죠. 1회부터 그랬는데 1회는 읽기만 했고 2회부터 참여해서 『인서터』라는 장편을 연재했습니다.
처음으로 고료를 받고 발표한 글은 웹진 크로스로드에 실린 단편 「지구의 아이들에게」입니다. 단편집 『앱솔루트 바디』에도 실려서 처음으로 종이책에 발표한 단편이기도 합니다.

3. 자신이 작가라고 확실히 느낀 계기가 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위에 언급한 크로스로드 단편 게재로 계약서를 쓰고 원고료를 받았을 때 작가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종이책에 단편이 실리고 서점에 가서 실물을 확인했을 때도 그랬죠. 기쁨은 그 순간뿐이었지만요…….

4. 인생의 책, 영화, 연극 등, 지금의 나를 이루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소설은 나름 읽었지만 웹진 거울의 작가 및 독자 앞에서 내세워도 될 수준일까 싶어서 제외하자면 게임을 좋아합니다. 온라인 게임은 전혀 안 하고 스토리 위주의 싱글 플레이 게임을 하는데요, 둔하고 손이 느려서 어릴 때부터 남이 할 때 구경하는 쪽을 선호합니다. 지금의 게임 스트리밍 붐은 시대가 저를 쫓아온 것 같아요.

5.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또는 이때를 틈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책이 아닌 다른 매체여도 좋아요!)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웹소설의 충격』입니다. 역자도 언급했듯 그렇게 깊이 있는 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 정도 수준의 책도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죠(논문은 있을지 몰라도 찾아 읽기 힘들잖아요). 웹소설의 종주국(?)은 우리나라인데 말이에요.

6.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1인 출판을 통하여 그동안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보석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시는 열정이 존경스럽습니다. 페가나 북스를 통하여 소개하시는 작품들 중에서 작가님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준 작품이나 작가가 있는지, 만약 있다면 어떤 부분에 영향을 주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혹시나 전에 다른 곳에서 이미 밝히셨는데 제가 확인을 못한 것이라면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잠본이님 질문)

페가나라는 출판사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 로드 던세이니의 소설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기 위해 전자책 출판을 시작했습니다. 그 정도로 로드 던세이니에 대한 애정과 받은 영향은 분명히 있는데, 성인이 된 후에 읽어서 원체험이라 말할 정도는 아니군요. 굳이 표현하자면…… 영국인 귀족이 그려낸 무국적풍의 환상세계가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되었습니다.

7. 글을 쓸 때 어떤 것을 가장 신경 쓰시나요?

당장 생각나는 것은 ‘그녀’를 쓰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번역할 때는 쓸 때도 있군요.
그 외에는 ‘~다’로 끝나는 문장이 많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다다다 현상〉이라고 부르는데요. 출처는 잊었지만 자신이 쓴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면 고칠 점이 잘 보이고 문장을 다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본 기억이 있어서 소리는 안 내어도 쓴 글을 속으로 읽어보는 버릇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럴 때 문장의 끝이 ‘~다. ~다. ~다.’ 식으로 계속 이어지면 글이 뻣뻣하고 단조롭게 느껴지더라고요. 퇴고를 할 때 의식적으로 찾아 고치고 있습니다.

8. 작가로서 지키려고 하는 습관, 피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나요? 또는 징크스처럼 느끼는 것이 있나요?

생각해봤는데 딱히 습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글을 많이 안 쓰는 게으른 인간이라;; 인터넷 사전으로 단어뜻을 찾아보다가 다른 곳으로 새는(주로 트위터;;) 경우가 많아져서 습관이 안 되도록 애쓰는 정도죠.

9. 글을 쓰면서 독자층을 생각하고 쓰시나요? 어떤 사람들인가요?

장르소설을 쓰는지라 해당 장르의 소설을 많이 읽은 팬덤 혹은 마니아를 의식합니다. 특히 추리소설이나 과학소설은 클리셰나 안이한 전개를 남발하면 바로 들키는 데다가 낮게 평가당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요.

10. 본인의 글 중 본인이 좋아한 글과, 남들이 좋아한(반응이 좋거나 많았던) 글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제 글은 『하유기』라는 소설입니다. 브릿G에 연재했으니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저는 제 글이 부끄럽고 자꾸 고치고 싶어져서 완성한 이후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데, 마치 남의 글처럼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소설입니다. 반면 반응이 좋았던 소설은 『용산 던전 탐험기』입니다. 마찬가지로 브릿G에 연재하여 편집자 추천도 받고 독자 리뷰도 받았어요.

11. 글을 쓰고 나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없다……고 하면 불성실한 답변이겠죠? 원고료를 받았을 때라고 하겠습니다.

12. 작가이면서 편집자이기도 하고 리뷰어이기도 합니다. 각각의 작업을 할 때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요? 의도적으로 다르게 하는 부분도 있나요?

적절한 비유인지 확신은 안 드는데 같은 요리사가 한식을 만들 때와 양식을 만들 때처럼 다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편집이나 리뷰 작업에서 지시나 피드백을 받지 않고 제 마음대로 해왔기에 아직 프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작가로서도 크게 나을 게 없지만요…….

13. 앞으로 계획하신 작업 또는 도전 중인 과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페가나에서 로드 던세이니의 장편 환상소설 『엘프랜드의 공주』가 올해 나올 예정입니다. 여름 출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모티브로 삼았는지 흡사한 부분이 보이면서도 던세이니풍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환상소설입니다.

14.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다른 작가들분도 많이 말씀하셨지만 망하지 말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네요. 그러려면 최소 운영비 이상의 수익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끝이 아니야』 아직 안 사신 분 없죠?

15. 이 작가가 궁금하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 바톤을 받을 작가분을 지명해 주세요. 왜 알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도 살짝 덧붙여서요.

pena님이요! 편집장이 없는 현재 거울에서 가장 편집장에 가까운 역할을 맡고 계셔서 이번 기회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거울 운영의 힘든 점과 뿌듯한 점을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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