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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보는 독자분들에게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도경

안녕하세요. 정도경입니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고, 번역을 하고, 러시아어와 문학과 SF를 가르치고, 소설도 씁니다.

 

2. 처음으로 작가가 된 것은 언제인가요? 첫 작품에 대해서 알려 주세요.

정도경

글을 써서 처음으로 상을 받은 것은 1998년입니다. 단편 [머리]로 교내 공모전에서 상을 탔습니다. 변기에서 사람 머리(와 비슷한 어떤 것)가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아작출판사에서 2017년에 출간된 [저주토끼]에 실려 있습니다.

 

3. 작가가 되었다고 확실히 느낀 계기가 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정도경

2008년에 잡지 [판타스틱]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교내 공모전이나 거울에 수록하는 작품이 아니라 종이 잡지(그 때는 종이 잡지였습니다)에서 청탁을 받아본 것은 평생 처음이었고 그 때 제가 작가가 되었다고 확실히 느꼈습니다. 당시 유학중이라 외국에 있었는데 어떻게 시간대가 잘 맞아서 담당 편집자님과 실시간으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단번에 계약과 원고 발송까지 마치고 서로 뿌듯해했던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4. 창작할 때 어떤 것을 가장 신경 쓰시나요?

정도경

문장과 단어가 의미와 문법 측면에서, 그리고 발음과 어감 측면에서 제가 원하는 감각과 상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지를 가장 신경 씁니다.

 

5. 작가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를 꼽으시겠어요? 그분의 어떤 점을 닮고 싶은가요?

정도경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롤모델은 없습니다. 모든 작가는 각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글을 쓰며 다른 작가를 아무리 닮고 싶어도 절대로 닮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6. 작가로서 꼭 지키려고 하는 습관과 피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정도경

지키려고 하는 습관: 마감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청탁을 받은 경우 아직까지 한 번도 마감을 어겨본 적이 없습니다.
피하려고 하는 습관: 한국인 작가가 한국어로 쓴 작품을 의식적으로 가능하면 읽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작품일수록 무의식중에 표절하게 될까 봐 굉장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7. 큰 영향을 받은 책이 있나요? 인생의 책이라고 할 만한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책이 아닌 다른 매체여도 좋아요!)

정도경

저의 인생의 책은 20세기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입니다. 고아로 자라난 주인공이 러시아 혁명의 와중에 멀고 외딴 곳에 있는 가상의 마을 체벤구르에 찾아가서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길고 복잡하고 아주 이상한 이야기이고 잘 이해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결말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마 평생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또는 이때를 틈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역시, 책이 아닌 다른 매체여도 좋아요!)

정도경

제가 번역한 책;;;이라 말씀드리기 조금 민망하지만 폴란드 작가 비톨드 곰브로비치 희곡집 [이보나, 부르군드의 공주/ 결혼/ 오페레타]를 모두에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곰브로비치는 아주아주 이상한 작가이고 더없이 괴상망측한 이야기를 엄청나게 재미있게 써서 독자의 혼을 쏙 빼놓는 독보적인 재능의 소유자입니다. 곰브로비치 소설도 한국에 대표작들이 번역되어 있으니 읽어보시면 … 이상하고 정신없고 재미있을 거예요.

 

9. 본인의 작품 중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과 남들이 좋아한(반응이 좋거나 많았던)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정도경

저는 [푸른 나비]를 좋아합니다. 꿈을 꾸고 나서 소설을 썼는데, 꿈이니까 깨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까 조금 걱정했습니다만 꿈속에서 느꼈던 분위기나 깬 직후에 이걸 소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지점들이 잘 표현되어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남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이야기는 역시 엉뚱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거울 단편 중에서는 [피와 토스트]가 거울 작가님들과 독자님들 모두에게 인기가 좋았고 다른 곳에 발표한 작품 중에서는 브릿지BritG에 실린 [생매장 여관의 기이]가 인기가 좋았습니다.

 

10. 소설을 쓰면서 독자층을 생각하고 쓰시나요? 생각한다면 어떤 사람들인가요?

정도경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은 이런 이상한 얘기는 아무도 안 읽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씁니다. 독자분들이 제 이야기를 왜 읽어주시는지 (매우 감사합니다만) 잘 모르겠습니다.

 

11. 글을 쓰기도 하지만 번역도 하시고, 다른 이의 글을 가르치거나 보기도 하십니다. 가장 재미있거나 마음에 드는 다른 영역은 어떤 쪽인가요? 어째서 마음에 드시나요?

정도경

문학 비평이나 문학 이론을 좋아하고 점점 재미를 붙여가고 있습니다. 모든 문학 이론이 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훌륭한 문학 이론은 문학 자체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제가 불명확하게 그냥 느끼거나 추정하고 있었던 점을 정확한 언어로 정리해 주거나 아니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듣고 보니 옳은 말을 해주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12. 누군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정도경

도망치세요 ㅠㅠㅠㅠ

 

13. 가까운 시일 내에 성취하고 싶은 목표 또는 알리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정도경

김보영 작가님이 기획하신 단편선에 참여해서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디스토피아 소설이 수록될 예정입니다. 작품이 굉장히 만족스럽게 써졌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14.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정도경

우주정복하시고 부귀영화를 쟁취하십시오 투쟁

 

15. 이 작가가 궁금하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 바톤을 받을 작가분을 지명해 주세요. 왜 알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도 살짝 덧붙여서요.

정도경

가는달님께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는달님의 고양이에 대해 알고 싶어요 :D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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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립 19.03.03 01:08 댓글

    정보라 작가님. 쇼케이스때 너무 수고해주셨는데...제가 뭣도 모르고 너무 까분것 같아서 죄송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신작 붉은 칼을 주문해 읽고 있는데 정말 잘 쓰셨습니다. 음...제가 현재 농노라면 작가님께서는 용맹하신 카자크 기병이신데 너무 까불었다고 생각합니다. 관대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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