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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전공자 SF 작가로 돌연 등장하여 SF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해도연 작가님이 거울 필진으로 합류하셨습니다. 아직은 작가로의 자의식이 화성의 안개 마냥 옅다고 수줍게 고백하시는 해도연 작가님을 만나보시죠.

1. 독자들께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해도연입니다. SF를 씁니다. SF 아닌 것도 종종, 또는 자주 튀어나옵니다. 과학을 공부했지만 SF를 쓰는데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자는 시간을 갈아서 쓰고 있지만 여전히 취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의 자의식은 화성의 안개 마냥 옅습니다. 가끔 안개가 짙어지기도 하지만 구성 성분은 알 수 없습니다.

2. 어떻게 거울에 대해 알게 되셨나요? 또, 거울의 필진으로 활동하려고 결심한 계기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처음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 곳의 게시판에 거울이 간혹 언급되기에 뭐하는 곳이가 하며 들여다본 게 시작입니다. 평소 글을 올리던 곳이 엄연한 상업 플랫폼이라 관리에 제약이 있을 때가 간혹 있어서 좀 더 자유로운 곳을 찾다가 거울을 떠올렸습니다.

3. 언제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고,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으로 창작한 소설 내용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2017년 4월, 음식을 소재로 한 테이스티 공모전을 위해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을 쓴 게 처음입니다. 공모전 홍보 배너의 스파게티 그림이 문득 징그러워 보였고 그 느낌으로 일단 한 번 써 보자라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낯선 땅의 기묘한 레스토랑에서 황홀한 악몽 같은 경험을 하는 내용입니다. 정작 공모전에서는 떨어졌지만,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초등학생 때도 소설을 쓴 적은 있는데 그건 그냥 초딩의 낙서 수준이라 카운트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을 쓰기 전 20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한 경험이라 언급만 하고 다닙니다. 에버노트에 스캔본을 감춰두고 인생에 회의가 들 때 다시 살펴보기도 합니다.

4. 소설을 창작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거짓말과 헛소리가 그럴듯한가. 적어도 소설 속 세계에서는 충분한 회의(懷疑)를 통과했는가.

5. 주로 관심을 가지는 장르는 무엇인가요? 작가님이 그 장르에 매료되는 이유와 그 장르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SF입니다. 과학적 사실에 뻔뻔한 거짓을 섞어 그럴싸하고 진지한 헛소리를 꾸며내고 그 속에서 극적인 사건을 터뜨리는 게 좋습니다. 소설을 쓰기 오래 전부터 이런 공상과 망상에 빠지는 걸 좋아했습니다. 비현실적인 호러도 좋아하는데 이건 무슨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내면이 어두침침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6. 좌우명이나 가장 좋아하는 글귀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을 좌우명으로 삼거나 가장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당신을 정의하는 건 내면이 아니라 행동이다. 레이첼 도스. 마음 속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외쳐 봤자 아무 쓸모 없다는 걸 말해 줍니다. 아직도 충분히 행동하고 있지 못해 아쉽네요. 사실 내면에서 소리치고 있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7. 작가님을 화나게 하는 것과 행복하게 하는 것을 하나씩 꼽아 본다면 각각 무엇인가요?

 개떡 같이 말해 놓고 찰떡 같이 알아 듣길 바라는 사람은 저를 화나게 합니다. 행복하게 하는 건 대개 순간적이고 휘발적이라 구체적으로 꼽기 어렵네요.

8. 2019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올해에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가로서는 쓰기도 전에 계약한 책을 무사히 출간하고 싶습니다. 개인으로서는 가족이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지금보다 30% 정도 더 구축하고 싶습니다.

9. ‘앗, 이것은 내 인생 소설이다!’라고 느낀 소설이 있으신가요? 어떤 소설이며 왜 그렇게 느끼셨나요?

 마이클 크라이튼의 『타임라인』입니다. 과학을 배경이 아니라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남들이 무어라 하건, 전 마이클 크라이튼을 SF작가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건 『잃어버린 세계』『안드로메다 스트레인』입니다.

10.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데이브 컬린의 『콜럼바인』과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입니다. 최근에 읽은 건 아니지만, 요 몇 년 사이 읽은 책 중 가장 후유증이 컸습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책입니다. 하나는 제3자의 시점에서, 다른 하나는 가해자 가족의 시점에서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아이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11.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뱃지 만들어 주세요. 거울 옆에 고양이도 같이 있다면 더 좋고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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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na 19.03.01 15:22 댓글

    정말정말 환영합니다! 그리고 거울에 바라는 점이 이렇게 소박하고 구체적이고 귀여울 일인지. 정말 저도 바라는 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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