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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필진 릴레이 인터뷰도 이제 열 분의 작가분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네요. 전혀 생각한 바가 없지만, 대망의 열 번째 주인공은 『열 번째 세계』의 작가이자 장편과 단편, 판타지와 SF와 청소년 소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는 김주영(赤魚)님입니다. 오랜 활동에서 비롯한 통찰과 원칙들을 함께 나누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처음 보는 독자분들에게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주영
 

안녕하세요, 김주영입니다. SF와 판타지 그리고 최근에는 미스터리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 자체를 좋아합니다. 거울에서 사용하는 닉은 적어(赤魚)이고, 몇 해 전부터는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 처음으로 작가가 된 것은 언제인가요? 첫 작품에 대해서 알려 주세요.

 
김주영
 

중학교 때 반 친구들을 독자로 삼아 인기리에(강조!) 공책 연재를 하면서 작가님 대접을 받긴 했습니다만(웃음), 공식적인 첫 연재는 1997년에 하이텔 과학소설동호회에 옴니버스 SF/판타지 「나호 이야기」를 연재했던 것입니다. 일부 에피소드만 묶어서 『그의 이름은 나호라 한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나호 이야기」는 동반자인 흑표범과 광선검을 친구로 삼아 불로불사의 삶을 살아가는 고독한 해결사 이야기입니다.

 
 
 

3. 작가가 되었다고 확실히 느낀 계기가 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김주영
 

첫 책이 나왔을 때였어요. 내 이름이 박힌 종이책을 봤을 때, 너무 설레면서 기뻤습니다. 당시는 인터넷 연재나 웹소설이 지금처럼 보편화되기 전이어서 종이책 출간이 정말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작가가 되었다는 기분에 두근거렸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4. 소설을 쓸 때 어떤 것을 가장 신경 쓰시나요?

 
김주영
 

우선은 논리적인 구성과 흡입력입니다. 전공이 수학(교육)이어서 그런지 자신도 모르게 매끈한 논리성에 집착을 하게 되는 편입니다. 아무리 미문이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어도 산만하거나 논리적인 구성이 허술한 글은 잘 읽히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글을 쓰다보면 이런 원칙을 뒤로 하고 마구 이상한 방향(주로 자신이 좋아하지만 글에는 도움이 안 되는)으로 나가는 일이 항상(!) 생기기 때문에 정신줄을 너무 놓지 않고 창작하려고 늘 신경 쓰고 있어요.

 
 
 

5. 소설을 쓰면서 독자층을 생각하고 쓰시나요? 생각한다면 어떤 사람들인가요?

 
김주영
 

예전에는 독자층을 별로 의식 안 하는 편이었어요. 이 글에 끌리는 사람들이 독자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었어요. 최근엔 독자층을 생각하고 창작을 하는 편입니다. 독자로서 내가 특정한 주제나 개성에 끌리듯이 내 글에 끌릴 독자층의 습성(?)을 생각하고, 그 다음엔 주제를 풀어내려고 노력합니다. 독자층은 나이나 성별이기도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가치관, 감각적 혹은 추상적 주제에 대한 선호도 등 다양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야기 성격이나 주제에 따라 생각하게 되는 독자층은 조금씩 달라지고요. 요즘은 보편적인 독자들을 생각하고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편의 경우에는 어떤 독자층이라도 편하게 접근하고 읽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6. 작가로서 꼭 지키려고 하는 습관과 피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김주영
 

규칙적으로 쓰는 습관을 꼭 지키고 싶은데 절대 안 되더군요. 피하려는 습관은 머릿속으로만 작품을 전개하고 안 쓰는 습관인데, 역시 절대 안 피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키려고 혹은 피하려고 노력’만’합니다.

 
 
 

7. 본인의 작품 중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과 남들이 좋아한(반응이 좋거나 많았던)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김주영
 

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아무래도 첫 작품인 「나호 이야기」입니다. 그 시절 나의 모든 것이 그 작품 속에 들어있거든요. 독자들이 분에 넘치게 많은 사랑을 주셔서 그 사랑에 대한 기억 덕분에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호 이야기」 다음으로 남들이 좋아한 작품은 아무래도 2017년에 나온 『시간 망명자』입니다. 상도 받았고, 중국으로 수출(?)도 했고, 부산 국제영화제와 2018 K-story 상해 피칭작으로 선정이 되기도 했으니 반응이 좋았던 작품이예요. 『시간 망명자』를 지켜보면서 사람의 인생이 우연처럼 보이는 여러 인연으로 펼쳐지듯이 책의 운명도 그러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 정말 다양한 길이와 소재와 장르와 형식으로 많은 작품을 써오셨는데요. (B평에 장르 방랑기를 써주셨을 정도로요)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장르나 길이의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왜 그 작품을 꼽으셨나요?

 
김주영
 

가장 힘든 장르와 길이는 항상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쓰는 과정이 힘들었더라도 완결이 되면 추억으로 남는데, 현재의 고난은 항상 현재 진행형이니까요.(눈물)

 
 
 

9. 반대로 작가님에게 가장 잘 맞다고 느꼈거나 편하게 쓴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김주영
 

주로 아동,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편안하고 즐겁게 쓰는 편입니다. 『여우와 둔갑설계도』『공포의 과학탐정단』이 그런 경우였어요.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을 곁에서 오래 접하는 데다가 저의 마음속에 모험을 즐기는 아이 자아가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렇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10. 인생의 책, 영화, 연극 등, 지금의 나를 이루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김주영
 

중3 때 만난 친구들이 책, 만화, 소설 창작에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으로 마음껏 이야기를 나누고, 가치관을 공유하고, 상상력을 서로 넓혀주면서 소설 창작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다들 개성이 강해서 외톨이가 되기 쉬운 친구들이었는데, 어떻게 한 반에 모여서 그렇게 함께 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그 친구들의 지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1.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또는 이때를 틈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책이 아닌 다른 매체여도 좋아요!)

 
김주영
 

최근이라면 역시 드라마 「SKY 캐슬」이 아닐까요! 이야기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와 더불어 창작가들에겐 소설 구성에도 참고가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12. 현재 임하고 계신 현실의 직업이 작가인 자신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양원영 작가님의 질문입니다!)

 
김주영
 

일단 생계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앞에서 밝혔듯이 어린 학생들을 주로 접하기 때문에 그들을 향해 퐁퐁 솟아나는 애정과 관심으로 아동/청소년물을 즐겁게 부담 없이 쓸 수 있습니다.

 
 
 

13. 앞으로 계획하신 작업 또는 도전 중인 과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주영
 

인디페이퍼에서 봄 출간을 목표로 미스터리 장편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완결은 났습니다만, 편집자님과 작품 수정 의견을 조율하고 반영하느라 마무리 작업이 계속 늘어지고 있네요. 작품 창작보다 수정이 더 고난의 길임을 창작하시는 분들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눈물)

 
 
 

14.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주영
 

장르 작가들이 머물 수 있는 둥지로 오래 살아남으면 좋겠습니다.

 
 
 

15. 이 작가가 궁금하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 바톤을 받을 작가분을 지명해 주세요. 왜 알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도 살짝 덧붙여서요.

 
김주영
 

갈원경(구한나리) 작가님입니다. 거울 필진들 몇 분이 8년째 진행하고 있는 공동창작 프로젝트 ILN에서 「종이로 만든 성」을 지난달에 완성하셨다고 들었습니다. 8년 동안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고, 장기간 연재의 힘든 점이 무엇이었는지와 완결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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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립 19.01.18 19:40 댓글

    좋은 친구분들을 두셔서 부럽네요. 마치 톨킨의 잉클리즈 같네요. 앞으로 잘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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