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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거울 4차 공개합평회 정리

2008년 4월 20일 홍대입구역 근처 카페 상파울로에서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네번째 공개합평회가 열렸습니다. 참석자는 권, 닥터회색, 배명훈, 세뇰, felias, obscured, 총 6명 이었고 합평작은 닥터회색님의 암연과 obscured님의 교체기, 이렇게 두편이었습니다.
합평회에서 나온 작품에 대한 토론을 정리합니다.


암연 - 닥터회색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왕과 광대의 대립을 그린 작품으로 익숙한 소재를 다루었고 우화적인 소설이었습니다. 결말이 단순해 이야기 전체가 너무 단순해지며 무언가 새로운 의미망을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선왕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선왕이 남긴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밝혔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상자는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소재라 할 만 한데 상자가 중요하다는 의견과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했습니다.
중요하다는 의견에서는 글의 구성이 상자를 중요하게 보이도록 했다고 하며,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에서는 상자 자체보다 왕과 광대의 대립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에서 상자는 일종의 맥거핀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다만 쓰는 입장에서는 맥거핀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암연 자체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읽히기 보다는 다른 큰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이야기 혹은 어떤 다른 이야기의 단서가 되는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빚을 지게 되는 데 그 부채를 갚는 장면을 기대하는 독자들을 실망시키며 결국 부채를 다음으로 넘기는 꼴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야기가 라이트노벨로 분류되는 이야기들의 도입부와 같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완결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배경과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독자들을 설득시킬만한 논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동시에 어색한 어휘와 비문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좀더 여러 가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였었으며 광대의 캐릭터와 요정의 캐릭터가 너무 강해 우화 같은 느낌을 지우기도 합니다.
인물과 화자가 동일시되고 있는데 이는 어렵지만 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작품의 속도 혹은 완급의 조절이 부족했고 중간 중간 보이는 훌륭한 묘사에 비해 플롯이 약했습니다.


교체기 - obscured
구원과 새로운 종의 출현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가 섞여있는데 두 이미지가 잘 섞이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 같았습다. 왜 바퀴벌레인지 굳이 설명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 자체가 작품에서 기여하는 바가 없었습니다. 결말과 제목이 멀어보입니다. 내용도 제목과 괴리되는듯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소설이기 보다는 시나리오 혹은 영화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주제보다는 오락적인 부분에 치중했는데 문장이 전반적으로 길었습니다.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독자에게 서스펜스를 주기위해서라면 짧고 감각적인, 내용에 잘 어울리는 문장을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서사보다는 분위기를 구체화시켜 장면 장면을 묘사하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의견이 덧붙여졌습니다.
주인공은 어느 순간 중요한 위치에 들어가는 데 그럴 때마다 한 발 물러섭니다. 결국 주인공은 항상 수동적이기만 하고 중심 내용에서 겉돌고만 있습니다. 그런 면이 흐름을 방해합니다. 주인공이 너무 평면적이고 무기력합니다. 더불어 인물들에게는 이름이 없고 개성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밑밑하게 느껴지고, 머리 속에 인물들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주인공에게는 어떤 주인공다움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마치 인물들이 대사와 함께 지문까지 읊고 있는 느낌이 들고 불필요한 문장이 종종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런 면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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