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의 수도 바쿠(Baku)에서 열렸던 유로비전 2012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하신 러시아 대표팀(?) "부라노보 할머니들" (Бурановские бабушки)의 유로비전 피날레 공연 영상입니다. 유로비전(Eurovision)은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열리는 팝/댄스/디스코/가요 경연대회입니다.
실제로 "부라노보"(Buranovo)라는 러시아 중부지역의 조그만 마을에서 무려 40여년 전부터 모여서 민요 등을 부르시던 분들인데 2008년경부터 마을에 정교회 성당을 건립하려는 목적으로 수익 공연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민요 뿐만 아니라 유명 러시아 가요와 "호텔 캘리포니아" "렛잇비" 등 서구의 명곡들까지 가리지 않고 공연하여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리하여 2010년에도 유로비전에 출전하셨는데 그 때는 딱히 성적이 좋지 않았던 듯합니다. 그러나 2012년에 동영상에서 보시는 "Party for Everybody"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음반도 발매하셨고! 러시아에서는 완전히 유명인사가 되셨습니다.
멤버들은 마을 할머니들이라 8-12명까지 사정에 따라 들쑥날쑥하지만 최고령이신 분이 1926년생, 그러니까 현재 87세이십니다. (유로비전에는 참가 못 하셨습니다.) 그 외 주요 멤버들은 1935년, 1937-38년생으로 주로 70대 중후반의 어르신들이시고, 동영상 가장 왼쪽에 계시는 젊은 분은 1968년생이십니다.
저는 저 분들이 러시아 문화에서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부분을 대표하신다고 생각해요. 연로하신 어르신들께서 40년 경력을 바탕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하셨다는 것도 놀랍고, 70대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아제르바이잔까지 비행기 타고 가셔서 공연하실 정도로 정정하신 것도 놀랍고, "파티 포 에브리바디 댄스 붐붐붐" 하고 외국어로 노래하시면서 즐거워하시는 것도 놀랍고, "반전 돋는" 노래로 보는 사람까지 즐겁게 하시는 저 연륜도 놀랍습니다.
... 노래하시는 분들 뒤에 설치된 건 러시아식 화덕(뻬치까)인데 노래 시작하기 전에 반죽을 화덕에 넣어놨다가 중간에 꺼내시는데 보아하니 실제로 노래하면서 과자 구우신 것 같습니다;;;; 완전 러시아 할머니답지 않습니까;;;
진짜 재미있는 노래라서 한번 소개해 보고 싶었습니다. 한 가지 부작용이라면 후렴구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고 뱅뱅 돈다는 것입니다.
파티 포 에브리바디 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