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제 개인적인 경험담 입니다.

 

제 글 아래에 최초의 장르문학작가 전문 매니지먼트에서 모집 한다고 하는데, 비슷한 형태의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출판사가 직접 작가를 모집해서 월급도 주고 책을 내도록 키웁니다. 보험도 적용해줘요.   와! 하고 설레시는 분들은 잠시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회사냐 하면, 직접적인 상호는 말할 수 없으나 지방에 근거지를 둔 출판사였습니다.

 

회사 소개를 대놓고 회사가 작으니 상업 장르물을 팔다가 커지면 진지한 책도 내겠다  라고 써놨습니다. (과거 양판소 전성기 때 엄청난 성장을 보였던 모 출판사가 생각나는군요.

 

그 회사도 요즘 진지한 책을 내고 있죠. 몇년 전에 직원들을 비인간적인 근로 조건에서 부려먹다가 신문에 뜬 걸 봤습니다.)

 

나름 오디션을(아래 공고와 조건이 비슷했습니다)하길래 어찌어찌 과정을 통해 직접 대표 이사(?)라는 분과 대화했습니다.

 

대표 이사라는 분은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수없이 많이 써온 양판소 중에 한두개는 걸작(?)이라 평을 듣는 분이었습니다.

 

(필명도 양판소다웠습니다. 제 지인들은 필명을 듣고 한참 웃더라구요.)

 

회사 구조가 어떻게 되냐면.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뽑아 3개월 인턴 계약을 맺습니다. 공고 나온 회사는 멘토체제라는데 여기는 팀체제였습니다. 팀장이 뉴비 작가들을 3개월간 잘 조련해서

 

장편 소설을 뚝딱 만듭니다. (여기서 장편이란 기본이 5권 넘어가는 겁니다.) 그걸 최종 보스가 보고 결제하여 출판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아한 게 회사가 출판사인데 다른 출판사에 맡겨서 출판하더라구요. 검색해보니 신생 양판소 전문 출판사였습니다.(홈페이지가 엄청 허술하더라구요. 초창기

 

pc통신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그 출판사는 전국 대여점과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기본 한 몇천권 팔리겠죠. 그러고보니 대형 메이저 서점에서 신생 양판소 출판사 작품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자기들도 아나봐요. 대여용이지 구매용은 아니라는 거. 제 생각이 맞을까요?)

 

자 여기서 제가 알아본 사실은 뉴비 작가가 성장(?)이 늦으면 3개월 인턴 계약을 연장합니다. 책 내면 정규직 되냐? 아니요. 계약직입니다. 인세는 어떻게 되나?

 

월급제입니다. 한 백오십이었나? 그럼 인턴 떄는 얼마나 받나? 구십만원 입니다.(세전!) 저작권은 몇년 가지고 있다가 다시 돌려준답니다.(상세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

 

여기서 좀 아시는 분들은 그래도 글써서 한달에 백오십 받으면 할만 하겠네. 라고 하시겠지만 3개월 인턴 계약기간동안 5권이 넘어가는 장편을 구상하고 최소한 3권까지

 

써야 합니다. 그럼 계약직되면 얼마나 써야 할까요? 저도 모릅니다. 단지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이 많은 것만 압니다. 저기도 구인조건이 비슷했어요. 정열과 열정을 가지고

 

글쓰기 아니면 죽을 사람만 오너라! 그래서 원래 인턴 월급이 백은 넘었는데....진정성을 시험하기 위해 구십으로 깎았다고;; (이거 정말 입니다. 지원자가 자꾸 미달되니까

 

재공모를 자주 했는데 점점 월급이 줄어들더라구요.)

 

 

그럼 당신은 여기 붙었나요?  아니요. 가능성은 있다 칭찬 받았습니다. -_-;; 어떻게 됐냐면...솔직히 한때  악마의 유혹에 빠져 알바하기 너무 힘드니,

 

거짓 필명으로 양판소 쓰다가 돈 좀 벌고, 나중에 과거 세탁하면 되지 라는 주도면밀한 악행을 실행하기 위해 지원했습니다. 떨어지니까 기분나쁘더라구요. 나름 양판소

 

몇권 훑어보고 보냈는데...여기도 나름의 장인정신이 있는 건가? 하고 문의 메일도 보내고 이사님과 대화도 나눴습니다. 문체는 나쁘지 않답니다. 이야기도 나쁘지 않답니다.

 

그럼 뭐가 문제냐? 지문이 길답니다. 어떤 지문이던지 3줄을 넘어가면 안된다고 합니다.(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대략 5줄이었나?)엥? 그래서 제가 이사님의 마스터피스를 봤는

 

데 많이 넘어가던데요? 라고 하니 자기 작품 중에서 8줄 이상 넘어가는 것이 있냐고 되묻더군요. 당연히 모든 작품을 보지 않은 저는 입을 다물었습니다.(사실 제가 본 작품이

 

한 페이지 이상이 지문이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았습니다. 서로 '코어'가 다르다는 것을 느껴서요.)여기서 잠깐 중요한 사실에 대해 말씀드리면 저와 대화하신

 

이사님은 생긴 것도 선하시고 두아이의 아버지이며, 진지하게 자신이 쓰는 것이 문학이라 믿고 있으셨습니다. 목소리도 시원스럽고 매우 선하여 듣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목소리였습니다. 저를 진지하게 대하시며 문학에 대해 나름의 조언과 노하우를 전수해주셨습니다.(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대화 끝까지

 

매우 정중하시고 겸손하셨습니다. 자 여기서 왜 이 이야기를 했냐면....양판소는 미워하대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구요.

 

저는 양판소 포토폴리오를 만들어 보낼 때 상당히 괴로웠는데...이 경험을 통해 많은 걸 꺠달았습니다. 자신이 잘 쓰고 좋아하는 걸 써야지 억지로 돈을 따라가면 안된다는

 

것을. 거짓으로 쓸 수 없다 뭐 이런 것도요. 상당히 부끄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아 방금 문학적 조언이 생각났는데. '쿵!' '!!' 이렇게 쓰면 지문을 많이 줄이고 임팩트 있게 전달할 수 있다고....앞으로 인터넷 때문에 문학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 문체가 많이

 

달라질거라....괜히 썼네요. 잊어주세요.

 

 

제가 이렇게 구질구질 이야기 하는 이유는요. 아래 회사 공고 들어가서 거기 속해있는 작가분들이 어떤 글을 쓰셨는지 확인해보시고 직접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절대 rs 매니지먼트를 디스하는 글이 아닙니다. 의외로 이런 식으로 작가를 취직시키는 다양한 형태의 회사가 많아 많은 지망생 분들이 설레이시기에 개인적

 

경험을 적었을 뿐입니다.

 

 

추신

 

여기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저는 큐빅노트 후원도 하고 응모도 했습니다. 책보다 제 응모작 평을 받고 싶네요. -_-;; 책은 천천히 보내주셔도 되니까;;

 

저는 제가 어디 응모하면 심사위원께 개인적으로 연락해서라도 평을 받아냅니다. 안 받으면 잘 썼는지 못 썼는지 모르니까 다음에 참고하려고요.

 

지나가는 큐빅노트 주최자분들께서 조금 신경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명은 유이립으로 썼어요.

 

 

 

한줄 요약 : 이 세상에 공짜 점심 없다.

 

 

 

 

 

 

 

 

 

유이립
댓글 5
  • No Profile
    한별 13.09.02 00:09 댓글

    넵, 지나가던(?) 큐빅 노트 담당자입니다.

    필명이 반가워서 들어왔는데 그 유이립 님이 맞으시군요, 반갑습니다 :)

    저희도 어떻게든 짧게나마 평을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만, 이번 공모전 자체가 굉장히 타이트하게 일정이 잡혀 있어서 별도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 

    평을 해드린다고 하면 한두 분만 평을 해드릴 수는 없고, 전체를 해 드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인력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수를 짜내고 있습니다만, 수상작품집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림도 없다는 게 현실적인 입장입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최대한 작가님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부디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한별님께
    No Profile
    유이립 13.09.02 07:05 댓글

    무리한 부탁이었는데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매달 단편을 올리고 싶지만 다른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요.

    오늘부터 가을 날씨 시작이네요. 나들이가기 좋아지겠죠. ^^/

  • No Profile
    매직 13.09.02 03:17 댓글 수정 삭제

    '쿵!' 이나 '!!'를 쓰면 쓰면 지문을 줄이고 임팩트있게 전달할 수 있는 거군요...

    여태까지 그런 식으로 써보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사장님 재밌으시네요

  • No Profile
    정도경 13.09.02 09:13 댓글 수정 삭제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얘기는 사회비판(?) 소설로 쓰셔도 좋을 것 같아요!


  • 아이 13.09.02 10:50 댓글

    음, 그럼 고용 작가가 되는 건가요... 좋은 것도 같고 안 좋은 것도 같고...

    이런 건 뭔가 얽히고 설킨 게 상당히 많은 것 같아서 애매모호하네요... ;;;;;;

    저야 별로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요.

    아무튼 신선한(?)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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