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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od (shiderk@yahoo.co.kr   http://german.banpo.or.kr )



1. 게르만 신화?

   옛날, 유럽에는 몇 개의 주요한 민족이 각각 무리 지어 살고 있었다. 발칸반도의 남쪽 끝에는 그리스 족이, 이탈리아에는 에트루리아 족과 라틴 족이, 중앙 유럽과 브리튼 섬에는 켈트 족이, 동부 유럽에는 슬라브족과 발트족이, 그리고 독일 북쪽의 넓은 습지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는 게르만족이 있었다. 지금 언급한 민족들은 각기 고유한 신화를 갖고 있었다. 물론, 이른바 인도-유럽 어족이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서 아직 이동하지 않고 있었을 때에는, 이들 사이의 신화도 거의 같았다고 믿어진다. 그러나 인도-유럽 어족의 한 무리가 이란과 인도를 침입하고, 다른 분파들이 지는 해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여 흩어지면서부터, 이들의 신화도 서로 다르게 발전하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될 것은, 바로 게르만 민족들이 이야기하던 신화와 전설이다. 오딘, 프레이, 토르, 발퀴리에, 시구르드 등등. 이제는 꽤 귀에 친숙해진 이름들이다(아니라면 할 수 없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게르만 신화(또는 북유럽 신화)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아는 사람이 몇 되지 않았다. 그저 유럽에는 그리스-로마 신화만 있다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었던 것일까? 그 답은 두말할 것 없이 한국 인문학의 천박함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표면적인 이유로는 한국어로 된 번역서나 개론서 하나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흔히 유럽 문학의 두 원류로 성경과 그리스-로마 문화를 이야기하듯이, 오래 전부터 그리스-로마 신화나 전설에 대한 책은 산더미처럼 서점에 쌓여 있었다. <<일리아드>>, <<오디세이아>>(아직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는 번역본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메타모르포시스>>, 그리고 여기에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그 이름높은 토머스 불핀치라는 사람이었다. 그의 그리스-로마신화(라는 말 자체가 우스운 것이지만) 개론서는, 적어도 한국인에게 그  지역의 신화를 소개하는데 나름대로 공헌을 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문제는 오로지 토머스 불핀치 뿐이었다는 것이다. 마치 국내에 있는 거의 모든 탈무드 관련 서적이 마빈 토케이어의 것이 듯 말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게르만족에 대한 근거 있는 편견이다. 르네상스 이후의 학자들은 그리스-로마 시대, 즉 `고전 시대'를 일방적으로 짝사랑한 나머지 고전 시대와 자신들 사이에 놓여 있는 중세를 증오했으며, 그 중세라는 시대를 연 게르만족을 증오했다. 르네상스기 학자들의 게르만족에 대한 편견은, 한편으로는 타당하지만 전적으로 타당하지는 않다. 과연 게르만족이 남하하지 않았다면 `찬란한' 로마제국은 영원할 수 있었을까?
   아니. 해 아래 모든 나라는 망한다. 굳이 헤시오도스나 이븐 칼둔이나 토인비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그 붕괴의 과정에 개입하여 멸망을 촉진시킬 뿐이다.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로마의 붕괴에서 그 역할을 한 것이 게르만족이었을 뿐이다. 유다가 아니었더라도, 예수의 순교를 위해서는 `누군가' 그 위치에서 유다의 역할을 했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신의 뜻은 이루어 질 수 없었을 테니.

   과연 게르만족은 야만인이었는가? 이 질문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바로 `야만인'이라는 단어이다. `문명인'과 `야만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문명인'쪽이다. 이른바 `야만인'쪽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것이다. 둘 사이에는 `우월'이 아닌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질서'에 대한 `자유', `법'에 대한 `구두 서약', `문학'에 대한 `신화'이다. 그리스-로마신화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바로 호메로스나 오비디우스에 의해 신화가 문학화했기 때문이다. 문학화라는 것은, 다른 말로하면 세련되어 진다는 말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신화들은 이야기들 사이에 앞뒤가 맞지 않고, `비윤리적'이기도 하다. 거칠다는 말이다. 유럽 고대 작가들이 한 일은, 처음에는 거칠었던 그리스 종교의 신화와 전설을 다듬은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는 창조 이야기부터 모든 이야기가 앞뒤 정연하게 배열되고, 모든 신과 영웅은 계보 속에 위치되며, 모든 이야기들은 비유적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이 세련되고 매끈한 그리스신화(일본 신화도 이런 의미에서는 상당히 재구성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단 그리스신화가 문학화했다면, 일본 신화는 정치화했다)만을 신화라고 믿고 있던 사람은, 게르만 신화를 보면 당황해 버린다. 한쪽 이야기에서는 신족이라고 한 튀르신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거인 족의 자손이라고 한다. 오빠 시그문트와 누이 시그뉘가 근친상간을 하여 영웅 시구르드가 태어난다. 멸망의 날이 오면 최고 신 오딘이 늑대 펜리르에게 통째로 삼켜지고, 오딘의 아들이 그 늑대의 입을 찢어 버린다.

   게르만 신화는 한국인에게는 낯설고 끔찍한 세계다. 게르만 신화는 그리스신화와 너무도 다르다.(또한 극히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한국의 신화와도 다르다. 한국 사회는 500년이상 무사 문화이기보다는 선비 문화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게르만 신화를 좋아하게 되면 이번에는 그리스신화가 시시하게 느껴진다. 게르만족이 살던 땅은 춥고 냉혹했으며, 그 속에서 게르만족은 밝고 아름다운 신화만을 생각할 수는 없었다. 게르만 신화의 매력은, 바로 그 비극적인 세계관에 있다.

2. 우리는 어떻게 게르만 신화에 대해 알 수 있는가?

   앞에서 신화와 문학의 차이에 대해 말했다. 현재 우리가 아는 형태로서의 그리스신화는, 나로서는 문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이미 어떤 신성함도 없으며, 평범한 인간의 느낌 이상의 초자연적인 감동도 없다.   그러나 한편, 문학이 되지 못한 신화는 공중으로 사라져 버린다. 즉, 필사본이나 판본으로 남아 있지 않는 한, 신화란 그 민족이 사라지거나 개종하게 되면 사라져 버린다. 문학화된 신화는 신화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리지만, 문학화되지 않은 신화는 아예 전해지지도 않게 된다.

   게르만 신화의 경우에는, 전혀 기록되지 않고 사라지지는 않았지만(우리가 게르만 신화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거기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 ^.^ ; ), 그리스신화와 같이 철저히 문학화되지도 못했다. 게르만족의 신화들이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것은 기원후 5세기 무렵이다. 이 시기는 이른바 게르만족의 제 1차 민족대이동이 한창일 때이며, 게르만족이 크리스트교로 개종하던 때이기도 하다.
   기원후 5세기 이전까지 게르만족은, 룬문자 rune라는 독자적인 문자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 문자는 기원후 3세기 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긴 문장을 적기에는 불편하여 주로 짤막한 비문이나 장신구, 칼의 명문에만 쓰였다. 그러다가 로마제국의 영토 내로 들어와 크리스트교로 개종한 게르만족은 로마 문자라는 체계를 만나게 된다. 빠르게 크리스트교로 개종한 게르만족은 로마자로, 게르만 신화를 적은 게 아니라 성경과 기도서를 적었다. 게르만족 최초의 문서 기록이 바로, 동고트족의 울필라스가 고트어로 번역한 은박 성경(양피지에 금박과 은박으로 기록)이었다는 것은 뜻하는 바 크다(단, 울필라스의 이 문서는 그리스 문자의 영향을 받아 울필라스가 창안한 새로운 문자 체계로 적혀 있다). 크리스트교로의 개종은 처음에 독일 지역에서 시작되어, 이윽고 스칸디나비아 반도까지 퍼져 나갔다.

   오늘날 유럽 대륙 본토의 게르만족이 남긴 신화, 전설 기록은 극소수이다. 독일에는 <<힐데브란트의 노래>>, <<메르제부르크의 주문>>, <<발타리우스>>, <<니벨룽겐의 노래>>, <<각피로 무장한 지크프리트>>, <<쿠드룬>>, 그리고 <<영웅 서사시집>>이 있다.
   영국의 앵글로-색슨족은 너무나도 이른 시기에 크리스트교화 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교적인 모든 신화, 전설을 크리스트교 적으로 재해석했다. <<베오울프>>(게르만 민족이 기록한 최초이자 최고의 장편 영웅 서사시), <<위디스>>, <<데오르>>, <<왈데레>>, <<과부의 한탄>>(이 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핀스부르흐전투>>, <<브루난부르흐전투>>, <<맬던전투>>, 그리고 <<앵글로색슨 연대기>>와 <<영국 교회사>>속의 약간의 기록.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까? 유럽 대륙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 9세기에 비로소 게르만족의 정착이 시작된 아이슬란드가 바로 게르만 신화의 보물 창고였다는 사실은(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관계와 비슷한 면이 많다). 서기 1000년에야 크리스트교로 개종한 아이슬란드 인들은, 대륙의 게르만족과는 달리 자신들의 이교 전통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 게르만 신화의 성경이라고 할 수 있는 <<시에다>>, <<스노리 에다>>, <<헤임스크링라>>, 스칼드라고 불리는 시들, 사가라고 불리는 산문 장르 등등, 12-15세기에 걸쳐 아이슬란드인 들은 활발하게 게르만 신화, 전설 및 바이킹 전사들의 영웅담을 기록했다. 물론 이들 작품 속에도 크리스트교적 요소는 존재한다. 하지만, 기록의 절대량이 부족한 게르만 신화에 있어서 이 방대한 중세 아이슬란드의 기록은 놀라울 뿐이다.

3. 게르만 신화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여기서 게르만 신화라고 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전설까지를 포함하는 말이다.

      신들의 이야기 : 이것은 좁은 의미에서의 북유럽 신화에 해당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유럽 대륙 본토에는 게르만족의 옛 신들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오직 13세기에 아이슬란드에서 기록된 <<스노리 에다>>와 산발적으로 수집된 신화 시들의 집성인 <<시에다>>에만 남아 있다. 세계의 창조와 태초의 거인 위미르, 애시르신족과 바니르신족의 전쟁, 신들의 모험, 그리고 세계의 멸망 라그나뢰크에 이르는 신화들이 이에 해당한다.
      영웅들의 이야기 : 게르만 신화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드래곤을 죽인 시구르드/지크프리트, 전설적인 대장장이 벨룬드/웰란드, 방랑하는 영웅 툐드렉/디트리히 폰 베른, 힐데브란트, 발터/왈데레, 정체가 모호한 회그니/하겐, 모든 게르만 영웅의 적대자 오도아케르와 외르문렉크/에르멘릭, 위대한 훈족의 왕 아틀리/에첼, 부르군드왕 군나르/군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드룬/크림힐트, 인간을 사랑한 발퀴리에 브룬힐드/브륀힐트, 앵글로색슨의 영웅 베오울프, 프리즐란드의 왕자 핀, 최초의 바이킹 후이글리쿠스/휘겔락.
   이들 전설의 대부분은 기원후 5세기 민족이동기에 훈족과 게르만 일족간의 투쟁 속에서 처음으로 읊어졌고, 이중 시구르드의 이야기는 북유럽에서 한차례 변형되어 <<시에다>>의 제 2부를 이룬다. 다른 영웅들 또한 수많은 전설 속에서 때로는 혼자, 때로는 무더기로 나온다.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동일한 인물이 언어에 따라 몇 가지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 게르만 전설 최대의 영웅 지크프리트는 스칸디니비아에서는 시구르드라고 한다(여기에 대해서는 <고유명사의 대조>를 참고할 것). 앞으로는 아이슬란드어의 이름을 우선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이름(중세 고지 독일어, 고대 영어, 라틴어)을 같이 보이도록 한다.

4. 세상은 어떻게 창조되었는가?

   처음에 아무 것도 없는 공허함만이 있었다. 그 공허함을 기눙가가프라고 했다. 그 북쪽에는 서리의 나라 니플헤임이, 그 남쪽에는 불꽃의 나라 무스펠헤임이 있었다(이러한 지리 관념은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보면 동쪽에는 험준한 산맥이 있어서 그곳에 거인의 나라가 있고, 그 북쪽에는 핀 족이 사는 얼음의 땅 북극권이, 바다 건너 남쪽에는 온대 지방이, 서쪽에는 끝없는 바다가 있다). 니플헤임의 한가운데 있는 흐베르겔미르 샘에서 열 한줄기의 강이 넘쳐흘러 나온다. 그 강물 속에 있는 독액에 의해 얼음이 강위에 얼고, 그 위에 내리는 비가 다시 얼어붙어 기눙가가프안에 층층이 얼음의 층을 이룬다.
   무스펠헤임에서 날아가는 불덩이들이 얼음을 녹이면 물방울이 생긴다. 어느 날인가 그 방울중 하나가 생명을 띠게 되었으니, 그것이 태초의 거인 위미르이다. 위미르와 함께 암소 아우드흐물라도 생겨났다. 위미르는 아우드흐물라에게서 흘러나오는 네줄기 우유의 강물을 마셨고, 암소는 얼음 덩어리에 붙은 소금기를 핥아먹었다. 위미르가 자는 동안 땀이 흘러 서리거인족이 태어났다.
   아우드흐물라가 핥던 얼음 덩어리에서, 사흘만에 신이 나타났다. 부리라는 그 신에게는 보르라는 아들이 있었고, 보르는 여자 거인 베스틀라와 결혼하여 세 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오딘, 빌리, 베, 또는 오딘, 회니르, 로두르라고 한다. 그들은 거인 위미르를 죽였다. 위미르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는 홍수가 되어 모든 서리거인족을 익사시켰다. 그러나 베르겔미르라는 거인은 배를 만들어 아내와 함께 살아남아 동쪽으로 도망갔다. 험준한 산 속에서 그들은 새로운 거인 족의 조상이 되었다. 그 땅을 외툰헤임이라 하고, 그곳의 거인 족은 신족을 증오한다(이것은 홍수 신화의 북유럽 판이다).
   세명의 신은 위미르의 시체를 기눙가가프에 놓아 틈을 메우고, 그 시체 위에 세계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피는 바다와 호수, 뼈는 산맥, 이빨과 부서진 뼈는 바위와 자갈, 뇌수는 구름이 되었다. 위미르의 몸은 육지가 되어, 이것을 미드가르드 또는 마나헤임이라고 한다. 미드가르드의 해안에는 위미르의 눈썹을 꽂아 거인의 공격을 막았다. 그의 시체가 썩어서 태어난 구더기가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 난장이족이 되었다. 위미르의 해골이 하늘이 되었는데 네명의 난장이(`동', `서', `남', `북')가 세상의 사방 끝에서 해골을 받치고 있다.    시체 처리가 끝나자, 이번에는 무스펠헤임에서 날아오는 불덩어리들을 붙잡아, 그 중에 커다란 것으로 해와 달을 삼고, 작은 것들로 별을 삼았다.
   이와 같이 창조가 끝나자 세명의 신은 바닷가를 거닐었다. 바닷가에는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 두토막이 떠내려와 있었다. 신들은 물푸레나무로 남자 아스크를, 느릅나무로 여자 엠블라를 만들었다. 그들이 인간의 조상이다.

5. 세계수 위그드라실과 세계의 구조

   미드가르드의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나무의 뿌리는 아홉 개의 세계를 꿰뚫어 바닥에 이르고, 둥치 또한 아홉 개의 세계를 관통하여 가지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나무 꼭대기에는 신의 땅 아스가르드가 있다. 아스가르드와 미드가르드는 비프뢰스트라 불리는 무지개 다리로 이어져 있다.
   위그드라실의 뿌리는 세 개 있다. 그 하나는 북쪽 니플헤임으로 뻗어 있으며, 그 끝에서는 니드회그라는 드래곤이 뿌리를 갉아먹어 나무를 말라죽게 하려 한다. 또 하나의 뿌리는 동쪽 외툰헤임으로 뻗어 나가고, 그 끝에는 미미르의 샘이 있다. 그 샘물을 마시면 현명해지지만, 거인 미미르가 지키고 서 있다. 언젠가 최고 신 오딘이 와서 자신의 눈 하나를 빼 준 뒤에야 샘물을 마실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뿌리는 하늘로 올라가 아스가르드에 이른다. 그 끝에는 우르드의 샘이 있어, 신들은 매일 아침 샘가에서 회의를 한다. 우르드는 노른이라 불리는 자들 중 하나이다. 그녀의 두 자매 베르단디, 스쿨드와 함께 우르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장한다. 노른의 출신은 매우 다양하여, 신족도 있고, 빛의 알프족도 있고, 난장이 족도 있다. 그들은 세상의 운명을 결정한다. 우르드는 샘물을 뿌리에 뿌려서 나무가 말라 죽지 않게 한다.
   나무 꼭대기에는 지혜가 풍부한 독수리가 있고, 독수리의 두 눈 사이에는 베드르푈니르라는 매가 앉아 있다. 라타토스크라는 다람쥐가 나무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니드회그와 독수리 사이를 이간질시킨다. 사슴 네 마리가 나뭇가지 사이를 다니며 새순을 따먹는다.

6. 애시르신족과 최초의 전쟁

   오딘이 다스리는 신족을 애시르신족, 또는 아사신족이라 한다. 그러나 그 외에 바니르신족이라는 것도 있다(인도-유럽 어족 신화의 특징인 두 개의 신족간의 대립 양상을 보여주는 대목). 세계가 갓 창조되었을 때, 바니르신족의 일원인 굴베이그가 아스가르드로 도망한 일이 있었다. 그녀는 마녀였으며, 황금에 대한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애시르신족이 그녀를 세 번 불태웠지만 그녀는 매번 부활했다.
   굴베이그 사건에 의해 두 신족은 세계 최초의 전쟁을 일으켰다. 전세가 바니르신족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애시르신족은 휴전을 제의했다. 평화의 서약으로 두 신족의 신들은 항아리 하나에 함께 침을 뱉었다. 그 침에서 태어난 크바시르라는 신은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
   또한 신족사이에 인질이 교환되었으니, 애시르신족은 오딘의 삼촌 미미르와 형제 회니르를 보냈고, 바니르신족은 뇌르드와 남매 프레이, 프레야를 보냈다. 회니르는 대단히 과묵했으며, 미미르가 곁에 없으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한 그들의 태도에 분노한 바니르신족은 미미르의 머리를 잘라 오딘에게 보냈고, 오딘은 미미르의 목을 어딘가에 살려 두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에게 물어 보았다.
   애시르신족에는 열두 명의 남신과 열두 명의 여신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수가 많다. 그들 모두를 다스리는 신은 오딘 이다.

7. 로키와 그의 사악한 자식들

   그는 모든 악의 근원이지만, 또한 신들에게 많은 유익한 것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는 오딘의 의형제이다. 그에게는 세명의 위협적인 자식이 있다. 세 남매가 태어나자, 큰 위험을 느낀 오딘은 이들을 각각 떨어뜨려 놓았다. 바닷속으로 던져진 뱀 미드가르드오름은 금새 거대해져서, 그는 자기의 꼬리를 물고 미드가르드를 감고 있다. 헬에게는 니플헤임(니플헬)과 아홉 세계의 지배권이 주어져서, 평범하게 죽은 자들은 그녀의 영지로 간다.
   늑대 펜리르는 일단 신들 사이에서 양육되었다. 그를 결박하게 위해 만든 두 개의 사슬이 가볍게 끊어지자, 신들은 세 번째 글레이프니르 사슬로 그를 묶으려 했다. 불안해진 펜리르가 반발하자, 가장 용감한 신 튀르(그는 전쟁신이지만, 원래는 최고신이었다. 인도의 드야우스, 그리스의 제우스와 같은 어원이다)가 늑대의 입안에 오른손을 넣어 보증을 세웠다. 예상할 수 있듯이 사슬은 끊어지지 않았고, 튀르는 오른손을 잃었다. 펜리르는 땅속 깊숙이 봉인되어, 세계 멸망의 날까지 그대로 있다.

8. 세계 멸망의 날 - 라그나뢰크

   어느 날 발드르는 불안한 꿈을 꾸었다. 꿈이야기를 들은 프리그는 즉시 지상의 모든 것에게, 발드르를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그리고 나서 신들은 발드르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그에게 칼이나 돌을 던졌다. 물론 발드르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러자 화가 난 로키가 계략을 꾸며, 겨우살이 나무를 장님신 회드에게 주어 발드르에게 던지게 했고, 발드르는 찔려 죽었다. 발드르를 되찾아 오기 위한 헤르모드의 여행은 또다시 로키의 방해로 실패했다. 분노한 신들은 로키를 체포하여 결박한 뒤, 그의 머리 위에 독을 뚝뚝 흘리는 뱀을 매달아 놓았다.
   발드르의 죽음으로부터 세상의 붕괴는 착착 진행된다. 여름 없는 겨울이 계속되고, 모든 질서가 무너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해와 달이 하늘의 늑대에게 삼켜진다. 그날 아침에는 니플헤임에서 검은 닭이 울고, 외툰헤임에서 붉은 닭이 울고, 아스가르드에서 황금빛 닭이 운다. 땅이 요동치면서 늑대 펜리르와 로키의 결박이 끊어진다. 바다속 미드가르드오름이 미드가르드로 기어올라오면서 해일이 인다. 펜리르는 세상 가득히 입을 벌려 불을 뿜고, 로키는 거인들을 이끌고 온다. 니플헤임에서는 망령들을 실은 배 나글파리가, 무스펠헤임에서는 수르트가 이끄는 불의 거인들이 온다. 그때 천상의 다리 비프뢰스트가 무너진다.
   그러면 아스가르드를 경비하는 신 헤임달이 뿔나팔을 불어 신과 영웅의 잠을 깨우고, 무장한 그들은 최후의 전쟁터 비그리드에 집결한다(이것은 크리스트교 종말론의 영향이다). 그곳에서 오딘과 펜리르가, 토르와 미드가르드오름이, 프레이와 수르트가, 헤임달과 로키가 맞서게 되고, 불의 거인 족의 왕 수르트를 뺀 나머지는 모두 죽는다. 그리고 나서 수르트는 불칼을 지상에 던지고, 세계수 위그드라실은 불길에 휩싸여 미드가르드와 함께 바닷속으로 침몰한다. 별들이 떨어지고 하늘이 갈라진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세상은 부활할 것이고, 옛 세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신들과 인간들이 살게 될 것이다.

9. 뵐숭가문의 비극 - 니플룽족의 몰락

   여기까지는 신들의 이야기였다. 이제는 인간의 이야기를 해보자. 물론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영웅'이다. 그들은 초인적인 힘과 의지로 적대자들을 죽인다. 게르만 신화의 세계에서는 지혜가 그렇게 중시되지 않는다. 오딘이나 크바시르와 같이 지혜로운 존재는 간교한 자로 인식되며, 토르같이 힘세지만 어수룩한 존재가 사랑 받는다(본질적으로 전자는 귀족의 신이고, 후자는 농민의 신인 것이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것은, 한 저주받은 반지에 의해 몰락하는 가문들의 이야기이다. <<에다>>와 <<뵐숭 사가>>에서는 시구르드, <<니벨룽겐의 노래>>에서는 지크프리트로 나오는 이 주인공을 둘러싼 갈등은, 죽음으로밖에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언젠가 오딘과 로키와 회니르는 미드가르드를 여행하고 있었다. 어떤 강에 다다랐을 때, 수달이 한 마리 물가에 앉아 있었다. 로키는 돌을 던져 수달을 죽이고 가죽을 벗겼다. 저녁이 되자 그들은, 근처에 있는 흐레이드마르라는 자의 농장에 머물게 되었다. 로키는 수달 가죽을 내보이며 자랑했다. 그 가죽을 본 흐레이드마르는 두 아들 파프니르와 레긴에게 시켜서 신들을 사로잡게 했다. 수달은 흐레이드마르의 아들 오트르의 변신이었던 것이다. 흐레이드마르는 수달 가죽을 바닥에 깔아 놓고는, 가죽이 덮일 만큼의 금을 요구했다.
   로키는 강이 흘러나오는 곳에 있는 폭포 속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안드바리라는 난장이가 살고 있었다. 로키는 난장이의 모든 금과, 금을 낳는 반지 안드바라나우트까지 빼앗았다. 반지를 빼앗긴 안드바리는, 이제부터 반지의 소유자는 모두 죽을 것이라고 저주했다.
   금을 가져와 수달가죽위에 부었을 때, 수달의 수염 하나가 덮이지 않았다. 오딘은 반지를 주고 싶지 않았으나, 저주가 걸린 반지는 줘 버리라는 로키의 충고를 받아들여 수염을 덮었다. 그리하여 신들은 풀려났다.
   이제 흐레이드마르의 두 아들은 자기들의 몫을 요구했다. 흐레이드마르는 거절했고, 파프니르는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혼자 금을 모두 차지했다. 그는 동굴 속에 금을 숨기고 드래곤으로 변신해서 그 위에 앉았다. 레긴은 이를 갈면서 자신의 복수를 해줄 자를 찾기 시작했다.
      한편 인간계에는 뵐숭이라는 자가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시그문드-시그뉘 남매가 있었는데, 시게이르라는 자가 뵐숭을 살해하고 시그뉘를 아내로 삼았다. 시그문드는 늑대 모습으로 숲을 방랑했고, 시그뉘는 변장하여 시그문드와 결합, 신푀틀리를 낳았다. 시그문드와 신푀틀리는 시게이르의 집에 불을 질렀다. 그들은 시그뉘를 데려 나오려 했으나, 시그뉘는 그 제의를 사양하면서 남편 시게이르와 함께 불타 죽었다.
   시그문드는 보르그힐드와 재혼했다. 보르그힐드는 독약이 든 술을 신푀틀리에게 주었다. 신푀틀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술을 마시고, 그대로 죽었다. 시그문드가 아들의 시체를 들고 바다로 나가자, 그곳에는 배가 한 척 있고, 뱃사공은 신푀틀리의 시체를 배에 실었다. 그리고 나서 배는 사라져 버렸다(뱃사공은 오딘이었다).
   시그문드는 다시 회르디스와 결혼하여, `두 바다에서 가장 유명하게 될' 시구르드를 낳았다. 시그문드는 훈딩과의 전투에서 죽었고, 시구르드는 햘프렉왕의 궁정에서 자랐다. 그곳에서 레긴과 시구르드가 만난다. 레긴은 시그문드의 부러진 칼을 다시 벼려서 시구르드에게 주었다. 먼저 시구르드는 훈딩일족을 죽여서 아버지의 복수를 완수한 뒤, 레긴의 복수를 위해 드래곤 파프니르를 죽였다. 파프니르의 심장을 꺼내 불에 굽다가 그 피를 입에 넣자, 시구르드는 새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새들은 레긴이 배신하려 한다고 가르쳐 주었고, 시구르드는 레긴마저 죽이고 안드바리의 반지와 금을 차지했다.
  
   여기서 전설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한가지는, 잠들어 있던 발퀴리에인 브륀힐드를 시구르드가 깨워 결혼을 서약한 뒤에, 규키왕의 궁정에서 망각의 약을 먹게 된 시구르드가 브륀힐드를 잊고 구드룬과 결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시구르드는 군나르를 위해 브륀힐드를 신부 감으로 구해 오는데, 브륀힐드는 시구르드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실망하여 군나르와 결혼해 버리다.
   또 한가지는, 시구르드가 먼저 구드룬과 결혼한 뒤, 군나르의 신부 감을 찾아 브륀힐드에게 간다. 브륀힐드는 오딘에게 저주받아 불길속에 잠들어 버리기 전에,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만이 불길을 뚫고 들어와 잠을 깨우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시구르드는 군나르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브륀힐드를 깨우고, 브륀힐드는 군나르와 결혼한다. 진실을 모른 채.


   브륀힐드와 구드룬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브륀힐드는 시구르드를 죽이라고 군나르를 조종한다. 결국 군나르의 막내동생 구토름이 시구르드를 죽이고, 안드바리의 금(이제는 라인강의 황금이라고 불린다)과 반지는 군나르의 일족에게로 간다.
   구드룬은 브륀힐드의 오빠인 아틀리와 결혼한다. 라인강의 황금을 탐낸 아틀리왕은, 군나르일족 즉 규키족(또는 니플룽족)을 초대한다. 군나르는 여행 도중 황금을 라인강에 감추었다. 일행이 도착하자 아틀리는 군대를 보내 군나르와 동생 회그니를 사로잡았다. 황금을 숨긴 곳을 말하라는 아틀리의 요구에 군나르는, 회그니의 심장을 가져오면 말해 주겠다고 했다. 회그니는 웃으면서 죽고, 회그니의 심장을 본 군나르는, 이제는 라인강의 황금이 있는 곳을 아는 자는 자신뿐이라고 말했다. 화가 난 아틀리는 뱀이 가득한 구멍 속에 군나르를 집어넣었다. 군나르는 구드룬이 준 하프를 발로 연주해서(손이 뒤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뱀들을 잠들게 했지만, 한 마리가 그의 간을 파먹어 죽였다. 이제 라인강의 황금은 니플룽족의 보물이라 불린다.
    구드룬은 아틀리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을 죽여서 요리해 아틀리에게 먹였고, 그 뒤에 그를 암살했다. 그녀는 바다에 투신하였으나, 살아서 요나크왕의 땅으로 흘러가 그와 결혼한다. 그녀에게는 시구르드와의 사이에서 낳은 스반힐드라는 딸이 있었다. 스반힐드는 외르문레크왕에게 시집갔다가 사지가 찢겨 죽었다. 구드룬은 요나크왕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 아들 쇠를리, 함디르, 에르프에게 스반힐드의 복수를 명령했다. 세 명은 복수에 실패해 죽었다. 그리하여 안드바리의 반지를 가졌던 모든 일족이 멸망했다.

   이것이 유명한 시구르드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꽤 다른 내용으로 중세 독일에서 <<니벨룽겐의 노래>>라는 서사시로 읊어졌고, 19세기에는 바그너가 악극 <<니벨룽겐의 반지>>로, 20세기에 톨킨이 <<반지 전쟁>>에서 원용하기도 했다.

   다음에는 몇몇 유명한 전설, 또는 그런 전설들을 담고 있는 문서들을 소개한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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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mod 03.06.28 01:19 댓글 수정 삭제
    이 글들에 대해서는, 저의 홈페이지에도 있습니다만, 앞으로 다른 내용들을 덧붙여 갈 생각입니다. 특히 <시에다> 쪽은 초역 후 두번 째 번역을 하다 중단되어서, 이 부분에 집중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No Profile
    그리메 13.05.23 13:15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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