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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낙원 과학소설상은 과학소설의 선구자 한낙원 선생의 빛나는 업적과 문학 정신을 기리고 과학소설 창작을 지원하기 위해 월간 <어린이 문학>에서 제정하고 운영하는 상이다. 그런데 제2회 한낙원  과학소설상에  고호관(karidasa)작가가 쓴 <하늘은 무섭지 않아>가 당선되었다.

당선자인 고호관 작가의 이름은 과학소설을 비롯한 과학도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음직하다. 과학사와  건축을 전공한 그는 과학소설은 물론이고 다양한 과학관련 도서를 번역하거나 집필해 왔으며 동아사이언스 기자를 거쳐 현재는 수학 동아 편집장을 맡고 있다.

고호관 작가의 한낙원 과학소설상 당선 소식을 듣고 요청한 인터뷰는 비록 서면으로 이루어졌지만 그의 담백하고 솔직한 성품과 집중력 있는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Q1 : 우선 제2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한동안 거울에서 창작활동이 뜸하셨는데 지난 12월호에 <아직은 끝이 아니야>를 게재하신 것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낙원 과학소설상 수상 소식이 들려서 더 반가웠어요. 혹시 그간 창작활동이 뜸하셨던 이유가 있는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뜸했다기보다는 거의 안 한 수준인데요, 머릿속에 항상 생각은 있는데, 실행이 안 됐어요. 낮엔 회사, 밤엔 번역이나 다른 원고를 하는 삶이 꽤 오래 됐기도 하고요. 틈이 나면 놀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하면 다들 ‘누군 안 바쁜가’ 하시겠지요. 사실 다 핑계지요. 아무래도 게으름과 무능력의 조합이라고 해야겠지요.ㅠㅠ 저번에 올린 <아직은 끝이 아니야>도 사실 예전에 거울에서 독재자 앤솔로지 기획할 때 쓰려고 했던 겁니다. 그 사이 정권도 바뀌었지만, 문제는 더 심각해져서 다행(?)이었어요.

Q2. 수상소식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 그때 막 회사에서 바쁜 일이 있어서 정신없던 차에 전화를 받았는데, 글 써서 상을 받은 건 처음이라 기분이 좋았지요. 주변 사람들은 뭘 써서 받았는지보다, 상금이 얼마냐부터 물어보더군요...음...


Q3. 수상작인 「하늘은 무섭지 않아」의 독자는 어린이인데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과학소설을 집필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원래 어린이 대상으로 쓸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아이가 생기다 보니 나도 애한테 들려줄 동화를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내 생각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 때 소설을 읽거나 만화를 보면서 느낀 감정을 물려주고 싶은 거예요. 요즘 애들이 보는 게 정보성이 강하고 오히려 소재나 주제는 옛날보다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그저 막연히 옛날 게 좋아 보이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  

이번 건 사실 처음부터 어린이 소설로 생각했다기보다는 우연히 공모전 소식을 듣고 대상을 어린이로 바꿔 본 거였어요. 그렇게 하니 마침 이야기도 더 잘 풀렸고요. 어린이, 청소년 잡지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어서 대상을 낮추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어린이잡지에서 기사를 쓸 때는 별로 말랑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좀 걱정했고, 이번에도 써 놓고 보니 더 낮춰야 하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심사위원들께서 그렇게 보지는 않으신 것 같습니다.


Q4. 수상작인 「하늘은 무섭지 않아」가 어떤 이야기인지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리고 집필하시기 전에 어디서 이 이야기에 대한 영감을 받으셨는지요?

- 나이가 들수록 미래보다는 과거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요즘 그래요. SF를 좋아하면서 과거를 더 생각한다는 게 역설적이지요. 

제가 어렸을 적이던 80년대 분위기가 나는 SF를 쓰고 싶었어요. 시골에서 메뚜기 잡으면서 놀고, 삐라도 주워 경찰서 갖다 주고, 공산주의는 악으로 알던 그런 시절요. 그래서 문명을 좀 후퇴시켰어요. 달까지는 진출했지만, 전쟁이 나고, 절박해진 달나라 사람이 질량병기로 도시를 파괴하게 했지요. 첨단 기술은 제한적으로만 쓰이며 전쟁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들이 우주로 다시 진출하자는 무리를 탄압하게 된 시대를 만들고 거기서 다시 진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어요. 진보의 주체는 어린이가 될 거라고 본 거고요.

원래는 다시 우주로 진출하려는 시기에 한 어른이 옛날을 회상하는 식으로 풀어가려고 했는데 좀 작위적이고 뻔하더라고요. 그런데 대상을 낮추고 화자를 어린이로 바꾸니까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전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Q5. 「하늘은 무섭지 않아」를 쓰시면서 어디에 가장 무게를 두셨는지요? 

- 원론적인 답을 하자면 모두 다 중요하겠지만, 전 항상 재미를 우선으로 생각해요. 결과물을 보고 ‘응?’이라고 하셔도 할 말은 없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게 소원이에요. 그런데 개연성이 없으면 재미도 떨어지는 터라 둘 다 잡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서 아무것도 못 쓰고 마는 경향이 있지요. 


Q6. SF 팬덤에서 오래 활동하셨고 과학관련 분야에서 일하신 경력도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번역하신 과학관련 서적도 많으신 편이어서 굉장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수상작을 쓰실 때 그런 경험들이 도움이 되셨는지요? 만약 도움이 되셨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셨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SF팬 생활을 오래 하고 번역도 하고 그런 건 SF에 대한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정의를 내리라면 못하겠지만, 암묵적인 지식이란 게 있잖아요. 예전에 과학사 공부할 때도 암묵적인 지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고 신기했던 경험이 있어요. 실험 결과를 통계로 정리해서 논문을 쓰는 데 잘된 실험을 골라서 통계에 넣거든요. 그런데 어떤 실험이 잘된 실험인지 기준을 정하기가 애매해요. 입맛에 맞는 결과가 나온 실험만 골라서 넣는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숙련된 과학자는 어떤 게 잘된 실험인지 그냥 아는 거예요. 말로 설명하라면 못하죠. 오랜 경험이 없는 사람이 그걸 섣불리 따라하면 재현이 잘 안 돼요.

SF도 똑같은 것 같아요. 감으로는 알겠는데 왜 어떤 건 괜찮은 SF고 어떤 건 아닌지 설명하기가 애매해요. 이런 암묵적인 지식을 쌓으려면 경험을 많이 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굳이 SF를 쓴다고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어린이 잡지에서 일했던 덕에 글을 쉽게 쓰는 법을 배웠어요. 문장은 짧게, 단어는 쉽게, 흐름은 명쾌하게. 그게 꼭 좋은 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때는 독자가 얼마나 잘 읽고 이해하느냐가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연습을 많이 했지요. 나중에는 그렇게 써야 어른도 잘 읽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실 이건 지금도 잘은 안 돼요. 동료 중에 정말 어린이가 친근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맛깔나게 쓰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렇게까지는 안 되더라고요. 그냥 예전보다 덜 딱딱해졌다 정도로 만족하고 있어요.

Q7. SF 팬덤 활동 경력을 볼 때, 어렸을 때부터 과학소설을 좋아하시고 꾸준히 읽어오셨을 거라는 짐작이 듭니다. 어렸을 때 읽은 과학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혹은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혹은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항상 하는 대답인데, 어렸을 때 처음으로 충격을 받는 소설은 필립 딕의 ‘사기꾼 로봇’이에요. 마지막의 반전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등장인물에 나를 대입해서 그 심정을 느껴보는 편인데, 그때는 도무지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상상이 잘 안 되니까 더 신기하고 재미있었죠.

두 번째로는 아서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입니다. 이건 고등학교 때 시립도서관에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빌려 읽은 게 처음인데,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펴들었다가 정신을 잃고 끝까지 읽었어요. 그때 ‘아, 이런 세계도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SF를 본격적으로 찾아 읽었지요. 이 바닥에 들어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라 꼭 언급합니다.


Q8. 이번 작품과 같은 과학소설을 쓸 때 작가로서 비중을 두는 요소와 독자로서 과학소설을 읽을 때 비중을 두는 요소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 둘이 딱히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멋진 작품을 보면 ‘나도 이런 걸 쓰고 싶다’고 동경하는 편이거든요. 물론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건 못 쓰겠다 싶은 건 미련 없이 포기하지만요. 한 가지가 있다면 독자로서는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일수록 좋아하는 편인데, 쓸 때는 지금 우리 현실과 좀 맞닿아 있거나 거기서 더 뻗어가는 이야기를 구상하는 건 있네요.


Q9. 다작을 하시지는 않지만 창작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계십니다. 작가님에게 소설쓰기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여쭤도 될까요?

- 꾸준히라고 하기엔 심히 부끄럽습니다.;; 소설쓰기는 꿈이에요. 내가 죽은 다음에도 좀 더 살아서 돌아다닐 수 있는 걸 남기고 싶다는 꿈? 죽기 전에 될지 안 될지 모르겠어요.


Q10. 구상하고 계신 다음 작품은 있으신지요? 있으시다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 거대구조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궁리하고 있어요. 이건 원체 거대함에 경도되는 성격이라 그런 걸 다뤄보고 싶기 때문이고요. 일제 강점기의 독립투사를 다룬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요. 역사물은 아닌데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네요.

Q11. 웹진 거울에 바라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오랫동안 있어 주세요!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 주신 고호관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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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na 16.01.02 16:26 댓글

    수상 늦게나마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본업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알찬 활동 이어나가셔서 존경스럽습니다.


    하고 싶은 것 목록에 일제 강점기 이야기가 있는 게 눈에 띄네요. 은근히 로망의 시대라 관심 가진 작가분이 적지 않은 듯해요. 멋진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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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립 16.01.10 00:38 댓글

    수상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문운이 이어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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