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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쓸데없는 문답 인트로 - 박애진.jpg


"귀엽고 쓸데없는 문답" 이번에는 박애진 작가입니다.



박애진은 2005년 행복한 책읽기 작가선집 [누군가를 만났어]에 “선물”외 4편을 수록하며 첫 책을 냈으니 올해로 10년차 작가다. 1999년에 이매진 단편 공모전에서 “왜 어른들은 커피를 마시지?”로 가작을 받았던 때로 치면 16년. 공모전 당선 후 이매진에 “찻잔에 남겨진 것”이라는 단편을 실으며 태어나 처음으로 원고료라는 걸 받았다. 공모전 가작 당선 때에는 5만원 문화상품권을 받았다.장편 [지우전; 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 [부엉이 소녀 욜란드]와 작품집 [원초적 본능 feat.미소년], [각인]을 출간하고, 본인의 정체성을 소설가라고 말하면서도 언젠가 일러스트 전시회를 연다거나 직접 그린 그림을 넣은 여행기를 내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2013년 1월에 출간한 [부엉이 소녀 욜란드] 작가 소개에 어여쁜 고양이 가릉이와 연이에게 캣타워를 사주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쓴 뒤 2.5층짜리 자그마한 캣타워를 마련하데 성공했다. 간절히 원하면 정말로 우주가 도와주나보다하는 마음에 이번에도 수줍은 소망을 써보자면, 마음이 맞는 편집자와 새 장편을 작업하고, 어설픈 솜씨나마 스케치북을 들고 배낭여행을 떠나는 정도. ... 늘 그렇지만 꿈이 크다.한 때 원피스와 하이힐, 귀걸이를 좋아했으나 2011년에 쓰기 시작한 장편 “D컵 아가씨의 유혈낭자도시액션러브러브로망판타지”가 4년을 끄는 동안 바깥출입을 자제한 덕에 원피스는 낡고, 귀걸이 걸이에는 먼지가 쌓였으며, 구두는 차츰 빛깔과 형체를 잃어가고 있다. 늘어나는 건 원고지 매수와 나이뿐이라나 뭐라나.




1. 작업하면서 도움이 됐던 음식이 있나요?


- 엄밀히 말해 음식은 아니지만 커피가 도움이 되고, 커피가 필요하고, 아무래도 커피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글을 쓸 때는 커피를 달고 삽니다. 아주 진하고 단 라떼를 좋아해요. 아직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어서, 드립 커피에 우유를 좀 넣고,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십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려다가도 관리가 까다로운 것 같아 늘 고민만 하다 맙니다.;;



2. 작업하면서 가장 방해됐던 인간이나 사건이 있다면요.

- 음……. 같이 사는 고양이, 가릉이에게 일이 있었어요. 가릉이는 거울 필진 몇 분이 오래전 제 대화명 “가릉이가 가릉가릉”으로 단편을 쓰기도 한 만큼 한 때 거울의 귀염둥이였는데요. *쿨럭쿨럭*


자세히 설명하기엔 복잡한데 어쩌다 가릉이가 다쳤어요. 다 제 부주의고, 제 잘못이었죠. 늦은 시간이라 24시간 동물 병원을 검색해 케이지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넘을 끌어안고 집밖을 나섰어요. 아직 추울 때라 칼바람이 몰아치는 중에 가릉이를 코트에 넣어 안고 제발 크게 다친 건 아니길 빌며 인적 없는 밤거리를 걸었죠. 그렇게 막막할 수가 없었어요. 하늘이 도왔는지 상황에 견주면 크게 다치진 않았어요. 발톱이 좀 부러진 정도……. 지금은 다 나았습니다. ^^


전화위복이라고 할까요. 가릉이가 참 애교 없는 놈이에요. 세상에, 고르륵거리지 않는 고양이라니? 그런데 그 때 이후 그래도 이 인간이 믿을 만은 한가보다, 싶었는지 쓰다듬으니까 목을 울리는 거예요. 처음엔 잘 못 들었나 깜짝 놀랐어요. 그 뒤 일주일에 한 번은 해주나 싶더니 다시 안 합니다만;; 뭐, 건강하기만 하면 되죠.



3. 귀엽고 쓸데없는 문답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축하기 위해서입니다. 장편 “D컵 아가씨의 유혈낭자도시액션러브러브로망판타지” 초고를 마쳤습니다! *두둥*



4. 와,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초고 탈고라 갈 길이 멀지만 지금은 정말 많이 축하받고 싶어요.


프롤로그격인 1부와 2부를 합쳐 1,592.3매, 288,897자. 3부가 2,507.4매 442,252자, 4부가 1,900.7매, 338,526자, 마지막 5부가 1,563.4매 276,497자로 총 7,563.8매 2,456,172자로 초고를 마쳤습니다.


2011년 7월 15일에 시작해 2015년 7월 12일에 만 4년에서 이틀 모자란 1358일, 32,592시간, 1,955,520분 걸렸어요. 이 시간을 모두 바친 건 아니니 초 단위까지 적지는 않겠습니다. ^^;



5. 근 4년 만에 초고를 마친 기분이 어떠신지요.

엄청 좋을 줄 알았어요. 지인들에게는 몇 번 이야기했습니다만, 이 글 초고만 마치면 다 버려두고 여행을 떠나고, 그간 못 본 책도 밤 새워 읽고, 그림 연습도 실컷 하고, 전시회도 다니고, 박물관도 가리라 다짐했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죠. 3년을 넘기며 정말 고3이 된 기분이었거든요. 이렇게 길어질 줄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제가 전부터 구상단계에서는 글 분량 감을 못 잡아요. 이 글의 경우 무려 단편을 쓰려고 시작했던 글이에요. 그런데 4년 만에 7,500매가 된 거죠. 많이 힘들었던 만큼 초고라도 일단 마치면 엄청 좋을 줄 알았는데……. 긴 연애가 끝난 것처럼 허탈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6. 초고 탈고니 이제 퇴고하시나요?

당장은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정한 마감을 꽤 잘 지켜온 편이었어요. 그런데 이 글은 벌써 몇 번이나 지나갔죠. 작년에 진짜 끝내려고 했는데 못했을 때 충격이 컸어요. 더 이상 끌면 안 된다, 만 4년은 넘기지 말자고 다짐하고 다른 일들을 다 미루고 달려서 해야 할 일들이 쌓인지라……. 그래도 8월에는 시작하려고 합니다.



7. “D컵 아가씨의 유혈낭자도시액션러브러브로망판타지”가 제목은 아니죠?

물론 아닙니다. ^^; 제목은 『밤의 여왕; 피의 심장』이에요.


2011년에 첫 장편 『지우전; 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를 출간했습니다. 그 때 거울에서 제 특집을 마련해줬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었죠. 특집 할 때 작가들이 가능하면 단편 한 편 쓰거든요. 이 글은 본디 특집에 넣을 단편으로 즉흥적으로 구상해 쓴 글이었어요. 100매 정도 썼을 때, 길어지려나, 싶었고 그렇게 쓰다 200매가 넘고 나니, 뒤에 남은 이야기를 다 쓰고 나면 4~500매는 되겠다 싶으면서 거울 마감에 맞춰 완결을 보는 건 불가능하겠더라고요. 그렇다고 새 글을 쓸 시간은 없었고……. 고심하다 중간 부분을 확 잘라 앞과 뒤만 붙여 어찌어찌 마무리를 지었어요. 그 때 제목은 『밤의 여왕』이었죠.


장편으로 개작이 거의 끝난 상태라 고민 끝에 시간의 잔상 해당 글은 본문 삭제했습니다.



8. 대략 어떤 이야기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아직 탈고하지 못한 현재진행형 글이라 말하기 조금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이건 그냥 제 성격문제 같아요. 제 안에서 끝나기 전에는 말하기 힘들더라고요.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일종의 뱀파이어물로 뱀파이어들에게 큰 위기가 닥치고, 주인공이 위기를 헤쳐 나가느라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액션을 많이 넣기 위해 애를 썼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이야기가 긴만큼 주연급 조연이 다수 등장합니다. 여러 인물을 그리고 싶었고, 다양한 인물들이 사건의 중심에 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영웅물처럼 그리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9.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계약하고 쓴 글이 아니라서 아직 출간처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책의 운명은 책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도 이 책도 나올 때가 되면 나오겠죠. 일단 퇴고에 집중하려고 해요. 중후반으로 들어가면서 처음 구상했을 때와 달라진 부분이 있어서 거기에 맞춰 앞부분을 다듬어야 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10. 퇴고도 마쳐서 말 그대로 탈고한 뒤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다음 장편이요! 이 글 쓰는 동안 문득 문득 착상이 떠올라 정리한 글들이 있어요. 전체 틀이 떠오르면 그건 3~7일이면 개요가 잡히더라고요. 그렇게 원고지 300매~500매 정도로 틀을 잡아놓은 장편들이 쌓였습니다. 그 글들만 써도 앞으로 10년은 쓸 거리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떤 글을 먼저 쓸 지가 관건이랄까요.


지우전도 욜란드도 속편을 구상한 게 있거든요. 지우전은 속편만이 아니라, 이 설정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듯 하고, 욜란드는 한 편은 꼭 더 쓰고 싶어요. 음, 진짜 뭘 먼저 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것 같아요.



11. 귀엽고 쓸데없는 문답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고 탈고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제가 감사합니다! 끝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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