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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김보영 [7인의 집행관], 김이환 [오픈], 박애진 [부엉이 소녀 욜란드], pena 세 권의 담당 편집자

진행자 라키난

정리 라키난, 한별


근 폴라북스에서 책을 출간한 거울의 작가 세 분을 모시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대문학의 종합출판 브랜드인 폴라북스는 폴라 데이&나이트라는 장르문학 시리즈를 통해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출간하였습니다. 박애진 작가의 환상적인 소설 [부엉이 소녀 욜란드]에 이어, 김이환 작가의 독특한 연작 소설 [오픈], 김보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7인의 집행관]입니다. 이에 거울에서는 세 분과, 세 분의 담당 편집자였던 pena님을 같이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단독 인터뷰가 아니라 여러 작가가 함께 했기 때문에 더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중간에 책 내용에 관한 약간의 언급이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으신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서술 중 읽기 편하게 고쳐진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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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이 나오기까지


라키난 이번에 나온 세 권이 폴라북스에서 국내작가 작품으로는 처음 나온 거잖아요?

 

pena 원래 원고는 다 있었어요.

 

김이환 저는 출판사가 계약을 해지해서 어떻게 할까, 공모전에 내야 하나 하다가 연락을 받았죠. 좋다고 하셔서 되게 기뻤어요. 오래 돌던, 갖고만 있던 원고라서. 다 쓴 건 작년 4? 어떻게 해야 할지 한 6개월 동안은 감이 안 와서 벙쪄 있었어요. 저야 솔직히 고맙고 감사하죠. 출간이 안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출판사에서 해주려나, 공모전 떨어지면 그냥 혼자서 봐야겠다. (웃음) 그러고 있었어요.

 

라키난 보영님은 계속 쓰고 계시던 거 아니었어요?

 

김보영 저도 사실 원래 다른 출판사와 계약이 된 책이었는데 잘 안 돼서요. 폴라북스에 원고를 낸 지 굉장히 오래 됐어요. 작년 2월쯤에 처음 내지 않았나?

 

pena . 작년 초에 이야기를 했더니 퇴고 중이라고 하셔서 좀 더 있다가 받고, 출간 결정할 때까지 좀 오래 걸렸어요. 맨 처음 받은 원고가 보영님 원고였어요.

 

김보영 폴라북스에서 국내작가 책을 낸 적이 없다고 해서 결정이 오래 걸렸어요. 덕분에 잘 됐죠. 많이 고칠 수 있었으니까.

 

박애진 저도 되게 오래 끌고 있던 원고인데

 

김보영 다 그래요. (웃음)

 

박애진 사실 [부엉이 소녀 욜란드] 초고를 쓴 게 [지우전]보다 먼저니까요. 2009년에 900매로 초고를 썼어요. 쓰고 계속 손을 보다가 2010년에 어느날 정신 차려 보니까 이야기가 너무 헐겁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역시 처음 쓴 거라 그런지. 그래서 [지우전] 출간한 다음인가, 본격적으로 잡고 1,400매까지 이야기를 대폭 늘렸어요. 그래서 얘를 어떡하나 하고 갖고 있다가 작년에 나도 공모전에 보내볼까, 하고 열어봤는데 이번엔 너무 많아서 한 200매를 줄였어요. 1,200매가 됐고, 폴라북스 쪽이랑 이야기가 돼서 도입부를 쓰기로 하고, 최종고가 나온 거죠. 한 만 3년이 넘게 걸렸어요.

 

라키난 오래 걸렸네요. 그만큼 고친 데가 많아요?

 

박애진 큰 틀은 사실 거의 안 변하고 그대로 가는데, 사이사이에 있던 에피소드나 문장 같은 걸 많이 고쳤어요. 이게 좀 괴로웠던 게, 교정본이 왔는데 제가 [지우전]을 쓰면서 문장 스타일이 바뀐 것도 있고 그새 시간이 지나서 이대로 내기엔 너무 오글거리는데, 이제 와서 고치기에는 제가 너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많이 고칠 수가 없어서 pena님한테 딱 두 바퀴만 돌리고 넘겨주겠다고 했고, 정말 딱 두 바퀴만 돌리고 넘겼어요. 크게 안 고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전에 수없이 고쳤거든요. 그렇게 크게 고친 게 두 번이지 한두 달에 한번씩은 꺼내서 고친 시간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 그만 가라, 날아라, 하고. 이제 그만 날 놔라. (웃음)

 

라키난 확실히 [지우전]과는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게, [지우전]이 동양풍이라면 [욜란드]는 그 반대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싶긴 하네요.

 

박애진 . 갑자기 돌아오려니까. 교정 볼 때 정말 힘들었어요. 이 원고를 내가 다시 읽어야 하다니, 과장하면 이번이 마지막이다! 를 한 백 번쯤 하고서야 끝이 나서.

 

라키난 최종고_수정_마지막이런? (웃음) 이환님은 많이 안 고쳤어요?

 

김이환 저는 옴니버스 구성이라서. 처음 출판사에 보낸 거에 이야기가 하나 추가됐죠. 그 중 제일 처음 완성된 거에서 방향이 조금 변한 것도 있고, 결말을 여러 가지로 써본 것 중 하나를 골라주신 것도 있고. 뭐라고 할까, 재미있었어요. 저는 지금까지 출간 일정이 빠듯해서 장편을 고칠 시간이 없었어요. 문장처럼 작은 건 고쳐도 전체 틀을 놓고 방향을 바꿔볼 시간은 없었어요. 방법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이번에는 해보고 싶었어요. 옴니버스로 쓴 건 사실 의도도 있었어요. 가다가 방향이 바뀌면 다시 바꿀 수 있게. 장편이면 방향 바꾸기가 힘든데 옴니버스는 바꿀 수가 있잖아요. 오랜 시간을 두고 이렇게 바꿔보고 저렇게 바꿔보고 시행착오를 많이 해봤는데, 그게 좋았어요. 사실은 퇴고를 오래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글을 고쳤는데 글이 나빠지는 경험을 겪은 적이 없었어요. 왜냐면 그렇게 많이 고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번엔 그것도 겪었어요. 글을 고쳤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까 글이 나빠진 거예요. 이래서 퇴고는 조심해서 해야 한다고 작법서에 쓰여있었구나, 그걸 처음 알았죠. 되게 전환점이 된 장편이에요. [오픈]이란 소설 자체는 간단하지만 저한테는 전환점이 많이 됐어요. 여러 가지로 많이 경험했어요.

 

라키난 제일 많이 바뀐 건 뭐예요?

 

pena 제목이죠. (웃음)

 

김이환 , 처음엔 제목이 환상특급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표절 같아서. 그래서 여섯 개, 일곱 개 정도 사이에서 막 헷갈리고 멘탈 붕괴에 빠져가지고 주변에 수소문도 하다가, pena님이 딱 정해줬어요. 딱 감이 와서 그렇게 바꾸고. 읽어보시면 지하철 배경이 많은데, 그게 원래 제목이 환상특급이라 그래요.

 

라키난 다른 후보 제목은 뭐였어요?

 

김이환 잭 인 더 박스’, ‘이상한 선물’, ‘이야기 수집가’.

 

pena 상자가 받는 사람에 따라 달라져서 메피스토펠레스의 상자 같다고 했는데 거부를 하셨어요.

 

김이환 메피스토펠레스라는 단어는 제가 쓰는 단어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오픈]은 딱 맞았어요. 주변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어봐도 다들 백 퍼센트 찬성이었어요. 백번 잘 했다고, [오픈] 괜찮다고. 그전의 모든 제목들은 다 반응이 별로더라고요. 그런데 [오픈]은 좋았어요.

 

라키난 역시 유능한 편집자님이 계셔서. (웃음)

 

pena 세 작품을 동시에 작업하니까 약간씩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그 면에서도 굉장히 잘 맞았어요. 제목만 놓고 보면 [7인의 집행관]은 다 한자고요. [오픈]은 영어고요. (웃음) [부엉이 소녀 욜란드]는 앞은 한글이지만 욜란드가 들어가니까 굉장히 이국적이고. 3어절 2어절 1어절까지 집착하진 않았는데 (웃음) 뭐 그렇게 됐고요. 하나는 서양풍, 하나는 믹스, 하나는 현대, 이렇게 다르게 돼서 좋아요.

 

라키난 [욜란드]도 이름 참 괜찮은 것 같아요. 이름은 어떻게 정했어요?

 

박애진 그냥 왔어요. (웃음)

 

라키난 오셨어요? (웃음)

 

박애진 , 그냥 제목이 한번에 떠올라서, 한 번도 고민을 안 했어요. 이야기랑 제목이 같이 올 때가 제일 좋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퇴고를 되게 많이 해서, [욜란드]도 퇴고를 진짜 많이 했어요. 최종고가 제일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토할 만큼 고치는 게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pena 최종고가 마음에 든다는 게 참 다행스러운데, 이환님 건 옴니버스라 에피소드 순서를 바꿔보는 시도를 했었어요. 순서를 바꾼 버전을 사내에 돌려봤는데, 다 처음 게 낫대요. 다른 한 명이 처음에 본 게 그냥 낫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해서 나중에는 버전을 달리해서 뒤부터 읽기도 했어요. 그래도 처음 게 낫대요. 그래서 약간의 깨달음? 사람들이 처음에 본 게 가장 낫다고 느끼는구나. 그래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하세요, 하고 넘어갔어요.

 

라키난 에피소드가 10개잖아요. 배열한 기준이 있나요?

 

김이환 배열은 편집자님 조언이었는데, 무서운 게 오면 그 다음엔 안 무서운 게 오고, 그런 식으로 장르가 번갈아 오는 게 좋다고. 저는 같은 게 묶여야 하는 줄 알았어요. 무서운 것들 한 3개 있고 웃긴 게 3개 있고. 그런데 장르가 번갈아 오는 게 좋을 거라고 하셔서.

 

pena 소설 형식이 아닌 게 있었는데 그건 중간으로, 이런 식으로.

 

김이환 도입부부터 소설 아닌 게 있으면 좀 거북하니까요.

 

pena 무서운 거 3개를 한꺼번에 읽으니까 너무 긴장이 된다고,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라키난 저도 그게 좋았던 게, 맨 처음의 그의 상자는 좀 기괴하잖아요. 그런데 두 번째 호랑이의 상자는 참 좋았어요. 귀엽고 안 무서워서.

 

김이환 그 에피소드가 참 큰 영향을 줬어요. 첫번째 두번째 에피소드가 처음 완성한 건데, 너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당연히 버릴 거라고 생각하고 보여주지도 않았어요. 그러다가 의무적으로 누구를 보여줘야 해서 보여줬는데 너무 재미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말도 안 된다고, 이게 재미있을 리가 없다고. (좌중 웃음) 재미있을 리가 없지, 이렇게 못 썼는데. 그 생각으로 주변에 다 보여줬어요. 그런데 다 재미있다는 거예요. 그 순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물어보기 전에 내가 판단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럼 나는 지금까지 무슨 판단을 하고 살아왔을까. (좌중 웃음) 정말 가치관이 한 순간에 바뀌었어요. 그 때부터 오픈 쓰면서 모든 과정이 다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사실 힘들고 막 서럽기도 하고 그랬는데. 쓰는 과정은 작가로서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금도 호랑이의 상자누가 재미있다고 하면 신기해요. 대충 쓴 것 같은데. 생각을 많이 바꾸는 계기가 됐어요.

 

pena 첫 에피소드를 보면 상자를 받으면 뭔가 잘못될 것 같은 느낌이 계속 있어요. 그런데 호랑이의 상자에서는 밝고 건전해요.


라키난 사실 그거 하나만 있으면 그런 느낌이 안 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른 것들과 섞여있으니까, 계속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쉼터? 그런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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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엉이 소녀 욜란드


박애진 저는 편집자님이 도입부를 쓰라고 이야기해주셨는데, 도입부 없던 초고를 읽어 준 친구 하나가 보더니 신의 한 수라고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그게 좀 의외의 반응인 게, 먼저 읽은 게 더 괜찮게 느껴지기 마련이라서 어색할 수도 있는데 프롤로그를 좋아해주더라고요. 그런 거랑, 제가 [욜란드]와 너무 오래 씨름을 했고 새 장편도 쓰고 있고 해서 자꾸 얘를 좀 놓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계속 붙들고. 편집자님이 챕터도 다 나눠줬어요. 원래 챕터가 없었어요. 저는 진짜 아무 것도 생각을 못하고 어떻게 나눠야할지도 모르겠고, 난 그냥 얘랑 헤어지고 싶고. (웃음) 너 이제 그만 독립해라, 내 팔을 떠나라 이러고 싶고. 그래서 아무 것도 못했는데요. 챕터 제목을 굉장히 예쁘게 지어줘서, 챕터도 적절하게 잘 나눴고, 그게 되게 고마웠어요. 정말 내가 못한 걸 해준 거라서. 이야기가 훨씬 정리돼 보이고.

 

pena 처음엔 그냥 1234, 이런 식이었어요.

 

박애진 . 그냥 숫자로 쫙. 분량도 들쭉날쭉이고. 어쨌든 훨씬 정리돼 보이고 좋더라고요. 표지도 되게 예쁘고, 공들여주신 것도 그렇고, 감동 받았어요.

 

라키난 첫장 제목이 움트다잖아요. 이런 식으로 고유어가 나오는 것도 되게 동화풍이고 낭만적인 느낌이라 좋았어요.

 

박애진 깃들다이런 거. 책이 나왔을 때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너무 오래 끌다 책이 나온 거라, 진도 많이 뺐고. 그런데 보상받는 느낌이라 좋았어요. 사방에서 표지도 예쁘다고 엄청나게 이야기를 듣고 하다 보니까.

 

라키난 하나 달라고. (웃음)

 

박애진 하나 달라는 말과 함께. (웃음)

 

라키난 [욜란드] 말인데, 동물이나 식물들도 많이 나오고 그러잖아요. 그냥 부엉이가 아니라 산솔부엉이고, 검은부리오리 떼가 날고. 그런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박애진 그게 좀 힘들었어요. (웃음) 이게 1,400매짜리를 보면 너무 다큐멘터리 같아요. 자연 다큐멘터리 찍니! 그때 많이 쳐냈고, 정말 쳐내기 싫은 아까운 장면들만 남겼어요. 어떻게 보면 원래는 [욜란드]가 제 첫 장편인 거잖아요. [지우전]보다 먼저 썼으니. 첫 장편다운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다 집어넣고.

 

라키난 고양이. (웃음)

 

박애진 . 고양이나, 부엉이나, 까마귀나, 마녀. 동화적인데 약간 그로테스크한 거나.

 

pena 중요한 건 오리에요. “저기 오리가 있다!”하는 부분.

 

라키난 오리가 왜요?

 

박애진 누가 나의 오리 벤쟈민 프랑크푸르트를 죽였나같은 단편도 있거든요. 거기서도 진짜 오리는 아니었고……. 오리에 대해 설명하자면……. 왜 갑자기 동화 패러디가 들어갔냐, 그 부분이 튄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저기 오리가 있다, 눈이 없는 사내가 말했다가 제가 어릴 때 읽은 동화책의 첫 부분이었어요. 곧 죽어도 그 동화책을 다시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오리가 나오는 게 어릴 때 읽었던 기괴했던 그 동화책에서 받은 충격 때문인 것 같아요. 이걸 인용하자니 출처를 밝힐 수가 없고, 그냥 쓰면 흔한 게 아니라서 다들 내가 창작한 걸로 오해할 텐데. , 숲으로 나무를 가리자. 동화 패러디를 잔뜩 쓰면 이 오리를 아는 사람도 패러디나 인용으로 받아들여 줄 거다 하고. 결과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제가 기괴한 걸 어릴 적부터 좋아한 것도 있고. 소녀라는 것도, 한동안 제 단편 주인공이 전부 소녀였던 적이 있거든요. 진짜 제가 좋아하는 걸 원없이 집어넣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에겐 의미가 있는. 정말로 첫 장편스러운 것 같아요.

 

pena 처음 받았을 때 이거 대체 장르가 몇 개야, 막 이러고.

 

라키난 성장물, 판타지, 다큐멘터리도 있고.

 

김이환 약간 로맨스도 있고. 왕자 나오고.

 

라키난 마녀랑 고양이 설정도 재미있었어요. 마녀의 축복과 저주. 그리고 역시 고양이가. (웃음)

 

pena 아까 이환님이 호랑이의 상자가 자기는 별로라고 하셨을 때 하고 싶었던 말 중 하나가, 사람들이 호랑이나 고양이 나오면 다 좋아해요.

 

라키난 고양이과의 위대함. (웃음)

 

김이환 제가 모르는 게 많은데, 그런 기본적인 걸 몰랐어요.

 

박애진 헐리우드의 실패하지 않는 세 가지 아이템이 동물, 아기, 미녀라고.

 

박애진 그런 것도 해보고 싶었어요. 약간 애니메이션 캐릭터 느낌으로. 제가 캐릭터 소설다운 걸 거의 써본 적이 없었으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써보고 싶었고. 속편도 써야하는데, 거기에는 마녀 이야기를 잔뜩. 500매는 썼는데.

 

라키난 벌써 썼어요!

 

박애진 300~500매는 금방 써요. 뼈대만 잡고 달리면 그 정도 분량은 나오는데. 거기서 완성시키는 나머지 1,000매 정도가 1년 걸리고. 앞날을 알 수가 없어서 더 못 쓰고 있어요

 

라키난 속편이 출간되기는 좀 힘들긴 하죠.

 

박애진 . 그래서 얘가 많이 팔려서 속편을 쓸 수 있도록 바라고 있어요. 홍보를 위해 하라면 뭐든 다 합니다. 인터뷰를 하라면 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하면 하고. 잘 되어서 중편으로, 만약에 마녀가 얘네를 방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쓰고 싶어요. 아더왕 이야기 풍의 고풍스러운 궁정 로맨스로. 기사 로맨스 같은.

 

pena 속편 이야기까지 들어본 입장에서는, 마녀가 참 한 건 했다는 걸 알거든요. 그럼 안 뒤틀었으면 어떻게 됐을지가 궁금하긴 해요.

 

라키난 그건 재미있었던 게, 운명을 느끼잖아요. 그런데 그 운명이 운명대로 가질 않는단 말이죠. 전통적인 형식이었다면 그대로 될 텐데 그게 아니었다는 게. 하지만 그대로 갔으면 나이 차가 좀 많이 나지 않나요?

 

pena 유부남에 젊은 왕비는 뭐, 흔한 클리셰입니다.

 

박애진 이걸 누가 읽을까 하는 게 힘들었어요. 장르도 여럿이지만, 모험을 다니는 소설의 주인공은 보통 남자잖아요. 거의 대부분의 SF나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 특히 단독 주인공은 다 남자거든요. 게다가 보통은 모험을 다니면서 파티를 이루어서 팀이 커지고. 그런데 얘는 사실상 혼자 다니기 때문에. 누가 읽어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꼭 동화풍이라서가 아니라, 영화는 20-30대 여자를 공략하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장르 소설은 여자주인공이 많질 않아서.

 

라키난 소설도 여자가 많이 보지 않나요?

 

박애진 그런 것치고는 너무 여자 주인공이 없으니까. 대부분 그냥 남자 주인공을 위한 여자 캐릭터.

 

김이환 창작자가 남자가 많아서.

 

박애진 여자 작가가 남자 주인공을 그리는 경우는 많은데 남자 작가가 여자 주인공을 그리는 경우는 거의 없기도 하고요.

 

김이환 그래서 사실 [욜란드]가 좋았던 게, 보통의 이야기들은 구조가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지는, 정말 남자의 역사라서, 그렇지 않은 [욜란드]가 좋았어요.

 

pena 저는 그거 말고도, 이거에만 한정된 건 아닌데, 박애진 작가의 이야기는 거의 어른의 이야기거나 쓰라린 일을 겪어봤어야 공감하기가 쉬운데, 이건 동화의 탈까지 쓰고 있잖아요. 그게 걱정되긴 했어요.

 

박애진 그런데 의외로 주위에서, 지인이라는 이유로 [지우전]을 집었다가 읽다 포기한 사람들이 있는데 얘는 끝까지 읽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김이환 흡입력 있는 요소가 계속 있어요. 어느 부분은 어떤 코드로 흡입력 있고, 그런 식으로. 이 부분은 로맨스가 있을 듯 없을 듯 싶어서 궁금하고, 어느 부분은 무서워서 궁금하고. 특히 중반 이후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박애진 제가 이환님과 초고를 교환해서 본 적이 있어요. 서로 궁금한 거 한 3가지씩 물어보기로 하고. 이환님은 글이 많이 달라지셨는데, 저는 도입부가 들어간 거 말고는 본질적으로는 그게 최종고였거든요. 최종수정한 1,200매였을 때. 그때 김이환님이 마녀가 나오면서부터가 재미있었다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어느 날 교정본을 읽는 순간 갑자기 감이 확 오는 거예요. 앞이 길다. 마녀가 나오면서부터가 재미있구나! 그런데 앞을 더 줄일 수가 없었어요. 거기 복선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김이환 그리고 앞에도 사실 코드가 있어요. 왕자 나오고 그럴 때 또 이입이 되고, 마녀가 나오면 또 그렇게 읽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pena 마녀가 모든 운명을 뒤틀어놨기 때문에, 챕터를 나눌 때 보니까 계속 마녀를 기점으로 나누게 되는 거예요.

 

라키난 마녀가 큰 일 했네요.

 

pena 되게 큰 일 했어요. (웃음) 그래서 저는 보도자료에 발췌문 넣을 때도 마녀 이야기를 넣었는데. 그 여자가 아무도 안 돼, 그 사람 아니면 안돼하는 처절한 감정. 처음에 읽었을 때 그 부분부터가 재미있었고, 그 때부터 이야기가 선로 위를 간다는 느낌, 속도가 빨라진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박애진 pena님은 1,400매 때를 읽었어요. 그때는 앞이 더 길었어요.

 

pena 그런가? 아까 작가들이 더 가혹하다고 그랬잖아요. 내가 무슨 코멘트를 하기 전에, 1,400매를 나한테 보내주고,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꺼내더니 어머 이게 뭐야!’하면서 갑자기 수정을. (웃음)

 

박애진 그게 제가 세 번째로 거한 수정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 같아요. 편집자에게 보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갑자기 정신이 확 들면서 순간 나도 모르게 남의 눈으로 읽게 되더라고요

 

pena 나는 말도 안 했는데 먼저 이러는 걸 보면서, , 작가란 족속들이란. (웃음)

 

김보영 그런 순간이 있어요. 내가 작가에서 확 독자로 바뀔 때가 있어요. 그게 안 올 때도 있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확 왔을 때, 이게 완전히 달라 보여요. 그때 폭풍 수정.

 

김이환 자기 자신이 비참해 보이죠. 내가 이따위 걸 하겠다고.

 

김보영 그리고 독자의 눈은 그 사람이 글을 쓰는 능력이 있든 없든 간에 작가의 열 배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실인 것 같아요.

 

라키난 그래서 마지막에 수정을 그렇게.

 

김보영 필름 넘기고 나니까 보이더라고요.

 

박애진 그 때 다 보였어야 하는데. 그 분이 한번에 안 와서.

 

김이환 나는, 열 개 중 하나는 걸리겠지. (웃음) 열 개 중 한두 개는 재미있다고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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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7인의 집행관


라키난 [욜란드]는 동화풍이었던 반면에 [7인의 집행관]은 빡빡해서 같이 보면서 힘들지 않았어요?

 

pena 같이 보는 게 힘들진 않았어요. 세 권이니까 계속 교차로 편집했거든요. 누구한테 저자 교정을 보내고 다음에는 다른 걸 잡고. 나중에는 머릿속이 이상해지긴 했죠. 게다가 [욜란드]는 장르가 여러 개 들어있지, [오픈]은 옴니버스 10개짜리지, [7인의 집행관]은 왔다갔다 하지... 세 개가 아니었어요. (웃음)

 

박애진 힘든 작가들을 만나서. (웃음)

 

라키난 [7인의 집행관] 읽으면서 궁금했던 게, “내가 나라면하는 게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거기다 뭔가 음울하고 빡빡하고 약간 광기가 느껴지는 게 PKD(필립 K. )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혹시 관련 있어요?

 

김보영 제가 쓴 게 요즘 출간된 PKD 장편 접하기 전이라.

 

라키난 아니구나. (웃음)

 

김보영 하지만 PKD 보다 보니까 이놈도 어지간히 자기에 집착을 하고, 내가 누구인가, 세상이 진실인가 거짓인가를 많이 고민한 사람이구나 했어요. ‘그렇지! 이런 거 중요한 거야!’하며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웹툰을 그렸죠.

라키난 웹툰도 그리셨고 하니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까 했는데 아니군요.

 

pena [7인의 집행관]2009년에 연재하셨고, PKD2010년에 나왔잖아요

 

라키난 그렇긴 하죠. 연재한 다음에 계속 쓰고 있습니다, 하는 분위기여서. 예전 단편들도 엄밀하고 빡빡한 게 없었던 건 아니지만 [7인의 집행관]은 묵직해서, 이건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의문 같은 게 있었어요. 혹시 다른 작품을 쓴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김보영 이 작품은 제가 설명하기도 어렵고, 처음 썼을 땐 거의 미친 상태로 썼었고. 내가 이걸 왜 썼는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퇴고를 했었고. 그래서 다시 못 쓸 것 같다는 느낌은 있어요. 왜 나왔는지는 분석이 돼요. 그런데 분석을 작가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웃긴 것 같기도 하고.

 

박애진 인터뷰는 그러라고 있는 거예요. (웃음)

 

김보영 분석을 하자면, 제가 [멀리 가는 이야기] 마지막에도 썼는데, 약간 중2병 같은 생각일진 몰라도 이걸 쓰고 생이 끝났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지금이야 다르더라도 어쨌건 그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고, 어찌 보면 어린 시절부터 소설 하나를 쓰기 위해서 살겠다는 생각으로 쭉 왔었던 거예요. 그러는 동안 죽음에 관한 제 생각이 억눌려 있었던 거죠. 죽음에 관련한 제 인격도 같이 억눌려 있었던 거고요. 멀리 가는 이야기 끝날 시점에서 [7인의 집행관] 이 튀어나왔는데, 바로 그게 분출된 거예요. 이 이야기의 처음 주제는 너는 죽어야 하는데 왜 죽지 않느냐’,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책의 6장까지 내용이고, ‘왜 살아야 하는가를 찾는 과정이 나머지에요. 그게 거의 3년 걸렸어요. 아마 7-8장은 각기 원고지로 200매 정도 되는데, 백업한 파일이 20,000매 정도 돼요. 거의 백 번 다시 쓴 거예요. 백 번을 다시 써도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가 안 나온 거죠. 그래서 이게 끝나지가 않은 거예요. 마지막에 제가 후기에 썼듯이, 다 쓴 뒤에야 그 시절의 나와도 타협하고 내가 살 수 있다는 확신도 얻었어요. 저 자신에게 있어서 많이 고마운 소설인데. 독자가 보기엔 어떨지. (웃음)

 

라키난 내가 살 수 있다는 건 어디쯤에서 나온 것 같아요?

 

김보영 7-8장이 그걸 탐구하는 과정이었고, 9장에서 아마. 9장 세계의 모습이 끝까지 안 나왔었어요. 9장은 후기에 쓴 꿈을 꾼 뒤로 거의 자동기술처럼 썼어요.

 

라키난 집행관이 별명이나 외모 묘사로만 많이 나오는데, 그걸 파악하느라 따라가기가 좀 힘들었어요.

 

김보영 처음엔 더 했어요. (웃음)

 

pena 반복을 한 거죠. 세뇌.

 

라키난 그게 필요했어요. 영상이 아니라서. 게다가 약간 스릴러 같은 분위기가 있으니까 한 명 한 명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단 말이에요. 누가 무슨 짓을 했는지. 처음엔 더 힌트가 없었던 거군요.

 

김보영 구분 안 간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라키난 세계별로 궁금한 것도 좀 있는데. 각 집행관이 주인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가, 그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즉 형벌이라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가 등도 나오잖아요. 설정집 같은 거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김보영 설정에 빈 부분이 많습니다 사실. (웃음) 자각몽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도 나오는 거고, 바라는 것도 나오는 거고. 죄인은 자기 자신을 반영하면서 집행관의 시선도 반영하고 집행관 자신까지 반영하는 거죠. 꿈 속에 나타나는 사람은 그 사람 자신이 아니라 내 마음에 있는 인물인 거죠. 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쓰는 도중에 영화 [인셉션]이 나오는 바람에 제가 잠깐 멘붕했었죠. 저러면 안 되는데! 나 아직 다 안 썼는데!

 

라키난 그런 식으로 구조가 복잡하게 쌓여있다 보니,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완성됐는지가 궁금한데요. 초기 설정은 어떤 거였어요? 초기에 생각했던 모습은, 아니면 쓰면서 바뀐 게 있다면?

 

김보영 너무 많이 바뀌어서. (웃음)

 

pena 제가 저 작품을 집필 과정 후반에 봤는데, 제가 본 것만도 엄청나게 바뀌었어요.

 

김보영 그래서 제가 모든 공은 편집자에게 돌리겠다고. 너무 미안해서. 본인 느낌엔 한 세 권 낸 것 같을 거야.

 

pena 처음 검토해달라고 원고를 받았고, 그 다음 수정본을 보내더니, 아니 그거 말고 이거, 또 이거, 그래도 이것만, 아니아니 이것만, 하고 오더라고요. (웃음)

 

김보영 마지막에 편집본 판을 받았는데, 그땐 정말 띄어쓰기 같은 것만 봐야 하거든요. 제가 그때 얼마나 수정했죠? 10분의 1?

 

pena 그건 잘 모르겠고, 장을 하나 삽입하더라고요? (웃음)

 

김보영 맨 처음 버전으로 돌아간 것도 있고. 그렇게 많은 걸 제가 하루만에 고쳤어요. 미안해요, 제가 그 날 미쳤는데 그걸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막 그러면서.

 

pena 이렇게 앞에 있을 때랑 글을 가져가서 고칠 때랑 사람이 달라지더라고요.

 

김보영 (웃음) 앞에선 되게 미안해하면서 착한 척 하는데, 뒤에선 뒤통수를 막.

 

pena 저도 작가에 대해서 많이 배웠어요. (웃음

 

라키난 그래서 모든 공을 편집자께 돌립니다. (웃음)

 

김보영 돌리고도 남아요. 뭐 해드려야 하는데. 그리고 또 중간에 조언해주신 것도 많고요. 처음에 주석이 엄청나게 빽빽하게 달린 교정고를 받았어요. 그런 건 처음 받아 봤고 정말 감동했어요. “이 부분은 말이 안 되는데 제가 추측해서 판단하건대 이러이러한 것이 아닐까요. 그러고보니 어느 신화에서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신화를 분석해보자면...” 같은 주석을 읽다 보면 얼마나 웃겼는지. 좋은 편집자는 작품을 단순히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몇 단계 수준을 높인다고 들었는데, 그런 분이신 것 같아요,

 

pena 이쪽은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미스터리를 형성하니까, 꼬이면 안 되는데. 앞하고 뒤하고 다르면 안 되고 그런 게 있는데. 그게 보여서.

 

김보영 이게 나름 추리소설인 바람에.

 

박애진 쓰다 보면 헷갈려요. 이게 버전 1.50인지 1.54인지.

 

김보영 내가 분명히 없앤 사람이 등장하고.

 

pena 층이 여러 개인데 그게 다 미스터리라서 그게 문제였어요

여기 있는 작가들이 왠만한 편집자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가혹해요. “여기 원래 이래요?”한 마디 했을 뿐인데 막 어머나-!!”하면서 그 장 전체를 고치고 그래요, 이 사람들이.

 

박애진 pena님이 문장 조금 이상하다고 말했는데 제가 문단 두 개로 바꿔놓은 적도 있었고.

 

김이환 나는 그렇게 가혹하지 않은데. 오히려 뻔뻔한 편인데.

 

pena , 작업하긴 제일 편하셨고요. (웃음

 

박애진 사람들이 다 자긴 편한 줄 알아.

 

김보영 나 정도면 착한 작가일 거야 하는 그런 착각. (웃음)

 

pena 이환님은 글을 자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김이환 전 이상하게 다 자르게 되더라고요. 이거 이상해요, 하면 빼버려요.

 

pena 좀 중언부언하는 거 같다 그러면 다 잘라버리고.

 

김이환 항상 그랬어요. 특히 뒤로 갈수록 그렇게 짚어주면 갑자기 이상한 게 보이는 거예요. 그럼 이건 없어도 되네, 이러면서 빼버리고.

 

pena 김보영님은 완전 수술이었고. 전신성형?

 

라키난 추리소설은 트릭 구조가 먼저인데 [7인의 집행관]은 아니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계속 고친 게 아닐까요?

 

pena 그런데 추리소설의 경우 트릭이 먼저라도 그걸 독자에게 얼마나 보여주느냐 하는 건 소설의 영역이잖아요.

 

김보영 제가 [7인의 집행관]을 맨 처음 완성했을 때는 추리를 밝혔는데 사람들이 답을 밝혔는지조차 모르는 거예요. 그때 너무 당황해서 단서를 쏟아 붓는 수정을 했어요.

 

pena 작가는 글을 쓸 때 속이 다 대놓고 보이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김보영 런닝맨 PD 인터뷰를 보고 배운 게 있어요. 게임을 짤 때 이거 너무 쉽잖아. 말도 안 돼. 이런 게임을 누가 이걸 못 해싶은 수준으로 짜야 시청자들이 비로소 게임 진행을 이해를 하고 굉장히 재미있어 한다는 거예요. , 내가 잘못했구나! (한숨) 작가 입장에서는 다 알고 있으니까, 충분히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아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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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픈


라키난 [오픈]에서 공식적으로 삭제된 장면이나 설정 등은 블로그에 있습니다하고 내거셨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는 건가요?

 

김이환 [오픈]이 진짜 여러 가지 많은 영향을 줬는데, 어느 순간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작가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건 스스로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이런 작가다, 하고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라고 할까요. 작가 고유의 영역. 꼭 상업적인 면 말고도 그 사람만 갖고 있는 예술적인 성취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런 걸 설명하려면 결국 자신이 해야 한다 싶어서. 그래서 블로그지만 홈페이지처럼 생각하고, 어떻게 어필할지 고민도 많이 하고. 예전에는 안 되면 말고,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다고 하면 예전에는 그냥 고마웠는데 지금은 이름이라도 기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한다고 해놓고 못 할 수도 있고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시작은 했어요. 블로그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거. 김이환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나를 좀 더 알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검색해서 홈페이지를 들어와보지 않을까 싶어서. [오픈]도 버전이 여러가지 있어요. 나온 지 두 달 석 달 되면 다른 버전도 올려 보고, 아니면 설정이나 뒷 이야기, 후기에 다 못 쓴 이야기도 올려보고 할까 생각중이에요. 읽으면 스포일러라 못 쓰는 후기 있잖아요, 그런 거.

 

pena 지금 올라가 있는 [절망의 구] 재미있더라고요.

 

김이환 [절망의 구]는 두세 개로 나눠서 올릴 거예요. 쓰다 보니까 밑도 끝도 없이 뭐가 이렇게 할 말이 많은지. 상중하 아니면 상하로 나눌 거예요. 삭제 장면도 많고. 막 내가 찾으면서 재미있어요. 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이런 걸 썼구나, 와 재미있어 이러고 신기해 하고. 근데 고친 게 훨씬 낫더라고요. 원래 2,000매였는데 1,500매로 줄였거든요. 훨씬 나아요. 줄이길 천만다행이지.

 

라키난 그런데 전부 다 올리면 불법 다운로드처럼 퍼질 우려가 있지 않나요?

 

김이환 그러니까 읽는 데 방해되는 걸 올리면 안 되고. 이번에 올린 삭제 장면도 그래요. [절망의 구]에 가족 챕터가 갑자기 나오는데, 그게 왜 갑자기 나오는지에 대한 힌트에요. 글에 넣으면 좋겠지만 막상 들어가면 늘어지는 장면 있잖아요. 간혹 책에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원래는 힌트가 빠졌던 거죠. 그렇게 글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거.

 

라키난 [오픈]은 에피소드가 모여있는 식이니까 올려도 괜찮을 것 같아요.

 

김이환 짧게 써서 보너스 비슷하게 올릴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이런 소설입니다, 하는 식으로. 예전에는 어떻게 되겠지 했는데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보려고요.

 

라키난 그래서 PR 중이시군요.

 

김이환 글 자체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장르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오픈]은 장르 소설에서 벗어나서 누구나 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썼거든요. 누구나 다 재미있어 하는 게 뭘까. 예전에는 판타지 독자가 원하는 게 무엇일지를 고민했는데, 그건 대충 알 수 있어요. 내가 그 바운더리 안에서 계속 지켜봤으니까. PC통신 할 때 막 악플러들이랑 싸우고 그랬으니까. 어느 순간 내가 그 밖의 세계에 나가게 됐는데,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적극적으로 탐색을 해보자 하고. 그런 차이도 있어요. 이번에는 증정본을 그렇게 샀는데 모자란 것도, 예전에는 장르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줬었는데 이번에는 아무한테나 줬거든요. 그런 생각의 차이가 있어요.

 

라키난 확실히 이번에는 이것저것 섞여있는 만큼 장르 색이 덜한 느낌이죠.

 

김이환 . 농도를 상당히 많이 낮췄어요. SF 하나 쓰려고 했는데 못 써서 아쉬워요. 구성까지 다 해놨는데 이상하게 써지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워요. 좀 앞서나가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잘 팔리면 개정판 말고 2권 해서 SF도 넣고 막 호러도 넣고, 슬래셔도 넣고.

 

pena 제가 좋아하는 건 꼬마의 상자하고, 특히 엄마의 상자좋아해요.

 

김이환 전 개인적으로는 친구의 상자’. 진짜 좋았어요. 막 쓰면서 감탄했어요. (웃음) 그런데 처음 모니터링 했을 때 사람들이 시큰둥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사람이... 내가 지금까지 별로라고 해서 버린 아이디어는 다 어디 갔을까, 내가 좋다고 생각해서 밀어부친 아이디어들, 그 노력은.

 

pena 친구의 상자가 어떤 면에서 좋았던 거예요?

 

김이환 굉장히 스릴 있다고 생각했어요.

 

pena 독자는 그 주인공에게 이입해야 하니까 짜증나 죽겠어요.

 

김이환 그런 걸 잘 못하거든요. 짜증나게는 하는데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한 그런 거. 되게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거죠. , 내가 뭔가를 넘어섰어.

 

박애진 저도 세 개를 뽑아보라면 친구의 상자가 들어갈 것 같은데. 그 감정들이 너무 확 오니까. 나중에 본격적으로 스릴러나 호러 써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게다가 양말 하나라니 얼마나 구차한지. 얼마나 변태 같을 것이며.

 

김이환 모니터링 하는데 사람들이 약간 갸웃하는 거예요. 그냥 괜찮다고. 못 쓴 건 아니라고. , 내가 지금까지 버린 아이디어는...

 

라키난 뭔지 알 것 같은 게, 작품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건 꼭 잘 썼냐 못 썼냐 하는 것과 같이 가진 않잖아요. 예를 들어 호랑이의 상자는 호랑이가 매력포인트인데. (웃음) 친구의 상자는 중심 소재 하나로 빛나긴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닐지.

 

박애진 그거 좀 웃겼어요. 얼마나 찌질한지.

 

김이환 정석대로 썼으면 그 이야기를 잘 썼다는 말을 들었을 텐데, 저는 그게 싫었던 거죠.

 

김보영 지금까지 봤던 이환님 작품 중에 [오픈]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뭔진 모르겠는데, 지금까지는 어딘지 소년의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픈을 봤을 땐 이 사람이 어른이 됐구나 하는 느낌이 딱 오는 거예요.

 

김이환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김보영 작품 소재나 형식은 지금까지 써왔던 것과 비슷해 보이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단계를 확 넘었어요. 독자들이 이걸 알아야 하는데. (웃음)

 

김이환 슬럼프가 되게 극심했는데. [오픈]의 세번째 이야기까지는 쓴 순서대로거든요. ‘그의 상자’, ‘호랑이의 상자’, ‘아들의 상자까지는 순서대로 썼어요. ‘아들의 상자를 쓰는 순간, 내가 이 빌어먹을 슬럼프를 벗어났구나, 그 때 깨달았어요. 2년 만에 드디어 살았다. 2년 동안 내가 뭐가 문제였는지, 건강이 문제였는지 담배를 피워서 문제였는지 슬럼프가 있었는데, [오픈]에서 슬럼프를 벗어났어요. 이렇게 좋을 수가. 글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완전히 무아지경에 빠지잖아요. 2년 동안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전업작가를 하겠답시고 집에 있는데. ‘아들의 상자를 쓰면서 무아지경에 빠졌고, 슬럼프를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여러 가지. 내가 내 입으로 이렇게 자화자찬 해도 되나. 소년의 자아가 아닌 다른 자아로 글을 쓸 수 있게 됐어요. 여성을 주인공을 한다거나, 아줌마, 노인, 꼬마 입장에서 쓴다거나, 그걸 할 수 있게 됐어요. 그 차이는 모르겠어요.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어느 순간 되더라고요. 슬럼프도 벗어났고, 모니터링 하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다른 자아도 쓸 수 있게 됐고,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니 잘만 팔리면 모든 게 잘 되는데.

 

라키난 아들의 상자같은 경우에는, 다른 건 현실 배경인데 이것만 외딴 나라에서 벌어지는 느낌에, 대화체에, 좀 동떨어진 느낌이 나요.

 

김이환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은 확 싫어하더라고요. 선호도가 확 갈리는 단편인데. 저는 좀 열 개의 단편이 서로 간극이 길었으면 했어요. 뭔가 이어져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단편들이. 그래야 장르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게 있었어요. 하나를 읽었을 때 다른 단편들하고 간극이 길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pena 그 단편에서 대통령이 울면서 중얼거리는 말을 나중에야 발견했어요. 어떤 면에서는 엄밀하게 읽지 않고 이야기로서만 읽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디테일을 가끔 슉 지나칠 때가 있어요.

 

라키난 대화체이기도 하고. 서술이 아니라.

 

박애진 서술이 앞에 붙으면 대사를 좀 튀게 만들어줄 수가 있는데. 한 작품 내에서 다양한 장르를 넣는 건 예전부터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뱀파이어 나이트]도 사실 옴니버스 식으로 에피소드마다 약간 장르 형태를 좀 다르게 하신 거잖아요.

 

김이환 저는 사실 단편을 많이 써야 하는 작가인데 이상하게 장편을 많이 쓰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어요. 실제로 장편소설들을 단편 묶음 느낌으로 많이 써오긴 했어요. [뱀파이어 나이트] 같지 않더라도, 챕터의 독립성이 좀 커요. 그러면서 전체적인 구성이나 툴이 약하기도 하고. 그래서 약한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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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른) 작가평


라키난 쓰면서 뭐 신내림 같은 거 없었어요?

 

김보영 신내린 상태로 쓴 거죠. 제 입으로 이야기합니다. 제가 쓴 게 아니라고.

 

김이환 어찌 보면 장편 소설 출간은 처음인데, 단편 쓸 때하곤 뭐가 달랐는지.

 

김보영 근데 저는 사실 6년 간 시나리오 라이터 생활을 하다 작가 돼서요. 게임 쪽 시나리오는 정말 대하 장편이거든요. 인물이나 세계 전체의 일대기를 다뤄요. 그래서 첫 장편이긴 한데 제 입장에서는 제가 그동안 쓰던 것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이 안 와요.

. [욜란드] 이야기 하면, [지우전]보다 더 좋았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장르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가장 전형적인 코드를 쓴 거잖아요. 사실 지금 작가들은 위험해서 안 쓰는 방식이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는 점에 굉장히 감탄했고요. 그래서 폴라북스 라인업 아주 좋다는 거 말씀드립니다. (웃음)

 

김이환 분위기에서부터 압도하는 게 있어요.

 

라키난 좀 더 어린 10, 20대에 먹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면 이런 장면이 있잖아요. 진주 귀고리를 두고, 이건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에 흘린 젊은이의 눈물이구나, 하는 그런 표현들이 좋았거든요.

 

박애진 pena님이, 설정이 필요한 부분을 다 시적으로 돌렸다고. (웃음) 그런 촌철살인을 했어요. 설정을 그리 엄격하게 짜고 쓴 글이 아닌데 필요하면 그렇게 요령껏. 단편을 쓰면서 몸에 밴 아름다운 버릇이라.

 

pena 특히 마녀의 숲이 그래요. 나는 그런 칼을 던져놓고 왜 잊고 있었나. (웃음)

 

라키난 근데 [오픈]도 설정은 없잖아요. 상자 뜬금없이 등장하고.

 

김이환 심지어 막 상자도 안 나오고 남자도 안 나오고.

 

pena 그럴 때도 있고.

 

김보영 그렇게 따지면 저도 시스템이 뭔지는 저도 모르고.

 

pena 책 나오는 중간에, 나이가 안 맞지 않나 그러고.

 

박애진 그래서 나이 이야기 나올 때 제가 뭐라 그랬냐면, “부엉이들이, 인간처럼 그렇게 나이를 엄격하게 세는 건 아닐 거야. 그래서 얘가 자기 나이를 잘 모를 수도 있어.”(웃음)

 

pena 아 그런데 [오픈] 읽으면서 앞뒤 에피소드 편집부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그랬잖아요. 작가가 되게 착한 거 같다는 이야기 많이 했어요.

 

라키난 왜요?

 

pena 그냥 이야기들이 좀 선하지 않나요?

 

박애진 크게 기괴하거나 한 게 없잖아요. 처음 제목이 환상특급이었잖아요. 그런데 환상특급처럼 가려면, ‘아이의 상자같은 스릴러에서는 뭔가 기묘하게 뒤틀리고.

 

김이환 찝찝한 것도 있어야 하고. 그런 걸 많이 빼긴 했어요.

 

박애진 아마 그래서 착하다는 것 같아요. 하나 빼고는 크게 불행해지는 것도 없고.

 

pena 연쇄살인마 같은 것도 나오지만 그 모두를 들여다보는 시각이, 왜 심연을 들여다보는 자는 심연이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 사람은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깨끗하고 착하다고 해야 하나.

 

박애진 거기서는 경호원이 아이를. 거기서 되게 눈물났어요. 왜냐면 전 환상특급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실제였던 거니까. 자기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아이를...

 

라키난 확실히 이제 소년은 아니죠.

 

박애진 [절망의 구]에서부터 소년은 벗어나셨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pena [절망의 구][동네전쟁]도 갓 벗어난 청년, 그 정도?

 

라키난 [뱀파이어 나이트].

 

박애진 그거야말로 갓 벗어난 청년 같은 귀여운 느낌이에요.

 

김이환 내 자아와 글을 쓰는 자아가 떨어져 있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그냥 나를 가져가서 글을 썼는데, 어느 순간 꼬마를 바라보며 대신 써줄 수 있는 자아가 되었고. 엄마 이야기도 그래요. 어쨌건 내가 여성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자아도 떨어져 있긴 하죠. [절망의 구] 같은 경우는 내가 들어가서 썼거든요. 재미있었어요.

 

김보영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순간순간 받았거든요. 말 한 마디, 대사 한 마디, 표현에.

 

김이환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김보영 굉장히 감탄했어요. 제가 잘 못 하는 거라.

 

박애진 [오픈] 보면서 캐릭터를 그릴 수 있는 폭이 확 넓어지셨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이환 감사합니다. 아직은 좀 먼 것 같아요.

 

pena 저 봐요. 작가가 제일 가혹하다니까.

 

박애진 그래서 저는 다음 작품도 굉장히 궁금해요. 뭘 쓰실까.

 

라키난 그렇게 보면 보영님은 남자 주인공 많이 그리지 않았어요?

 

김보영 . 여심은 저한테 너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웃음)

 

pena 아까 여자 작가들이 남자를 주인공으로 많이 그린다고 했는데, 보통 로맨스에서 남자 주인공을 많이 쓰거든요. 이상적인 왕자님? 근데 저기는 그렇지는 않아요. 그냥 남자인 남자.

 

라키난 그런데 남자라도, 나이가 좀 있는.

 

김보영 아저씨. (웃음)

 

라키난 아저씨는 아니고, 굉장히 열심히 살고 있는 삼십대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에요.

 

박애진 이제 삼십대가 아저씨는 아니구나. 청년 이상.

 

라키난 그게 절대 젊지 않아서 이십대라고 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7인의 집행관] 같은 경우도, 절대로 어리거나 젊지 않단 말이에요. 아니면 [멀리 가는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달관한 느낌이 나고. 다른 작품도 뭔가 젊은 사람? 어리다는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본인의 자아상인가. (웃음)

 

박애진 김보영님 안에는 사나이가 있나 보다.

 

pena 거기 여자 딱 하나 나오는데 그 여자마저도 되게 사나이 같은 사람이잖아요.

 

라키난 멋있어요!

 

pena (웃음) 멋있는 여자죠. 예쁘고 가냘프고 그런 게 아니잖아요.

 

라키난 되게 근성 있는 것 같아요.

 

pena 주인공이 처절하리만치 근성덩어리이긴 하죠.

 

박애진 사내. 남자.

 

박애진 나야말로 내 안에 아저씨가 있는데. 그 아저씨는 언제 나오실까.

 

pena 그러니까 그 아저씨가 소녀를 그리고 있는 거잖아. 이상의 소녀.

 

김보영 아저씨가 소녀를 쓰고 있는 거군요. (웃음)

 

pena 그러니까 그 소녀가 좀 더 순수하고.

 

김이환 [아즈망가 대왕] 같은.

 

박애진 pena님이 저한테 제 안에 아저씨가 있다는 이야기를 제 동생에게 해줬더니, 걔가 너무 공감하면서 누나를 그렇게 정확하게 표현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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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터뷰


라키난 글이 자기 의도만으로 쓰이는 건 아니니까, 어렵긴 하겠네요.

 

박애진 그런데 가끔 작가한테 의도 안 물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의 대부분 자기가 쓰는 게 아닌 거라서. 무아지경 속에서 누군가가 와있는 느낌이라.

 

김보영 의도해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실 저는 작가가 의도를 다 설명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아요. 내가 이걸 왜 넣었고, 이건 어떤 부분이고 등등.

 

박애진 그래도 가끔, 자막도 필요한 것 같아요. 솔직히 버라이어티 쇼에 자막 필요 없잖아요. 자막 없다고 이해 못 하나. 저는 제가 설명하는 게 그런 자막 같은 거라고 봐요. 약간 그런 건 필요한 것 같고. 솔직히 출판사에서 홍보를 별로 못하니까. 이환님이 자기의 캐릭터를 위해서 블로그 작업을 하시듯이, 그냥 손 놓고 앉아있을 수 없는 어떤 절박함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설명해야 된다면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저는 옛날에는 제가 신인 작가라 이력을 제가 쓰는 줄 알았거든요. 연식 있는 작가들은 편집자들이 멋있게 써주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평생 자기가 써요. 아무 것도 안 하고 백만 부가 팔리는 작가가 아닌 이상 최선을 다해야죠.

 

김보영 진짜 다른 홍보 방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걸 좀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온라인도 사실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클릭해서 들어오는 것뿐이잖아요. 트위터도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팔로우하는 것뿐이고.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알릴 방법이 거의 없어요. 그게 아마 지금 출판계 전체의 문제인 것 같은데, 유통구조가 과몰입되다 보니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같은 몇 군데의 메인 페이지가 우리가 볼 수 있는 책의 전부인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 광고를 하느냐 마느냐가 책의 판매부수를 결정하고요. 내가 책을 일상에서 만날 수가 없다는 거죠. 저는 예전에는 항상 집에 갈 때 서점에 들르는 게 일이었거든요. 서점 아저씨가 골라 전시한 책을 한번 쭉 돌아보고, 아저씨가 재미있는 책 나왔다고 보여주면 거기서 읽다가 사고. 전혀 인기 있는 책이 아니라도 제가 선택해서 고른 책이고, 제게는 소중한 책이 되는 거죠

 

박애진 소규모 동네 서점들이 있을 때는 그런 게 가능했죠.

 

김보영 . 그러니까 유통이 다양하고 많을 때 다양한 책들이 팔리게 되는데.

 

라키난 잡지라든가.

 

김보영 눈에 보여야 사는 거잖아요. 하지만 온라인 서점은 들어가서 검색어를 쳐야 보이거든요. 미리 아는 책이 아니면 찾을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판매되는 책도 과몰입되고. 이야기가 샌 것 같은데.

 

박애진 이런 이야기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pena 책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어쨌든 이걸 알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요.

 

김보영 책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작가가 발로 뛰어야 하고 인터뷰를 많이 해야 하죠. 하지만 사실 전 제 책을 제 입으로 설명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아요.

 

박애진 그게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인건비가 가장 가볍게 여겨지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몸으로 뛰는 거예요. 이게 가장 싸고, 다른 건 다 돈 들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점이 있는 거예요.

 

pena 언론에 내는 건 돈이 들죠. 그래도 TV에 한번 나가면 다르긴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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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차기작


라키난 차기작 이야기 해볼까요?

 

박애진 저는 속편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장편 하나 쓰는 데 1년인데 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작품에 매달릴 수가 없어요. 현실적으로. 그래서 걔네는 잠깐 놔두고 있고.

 

pena 단편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애진 두 권으로 묶어서 출간할 것 같고요. 리라이팅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옛날에 쓴 것도 많고 수정도 좀 하고 싶고. 두 권으로 나오니까 새 작품도 하나씩은 넣을 생각이고. 잘하면 올해 가을쯤이 출간 예정이고.

 

pena 11월이요. 초겨울.

 

박애진 , 초겨울이구나. 내 마감을 생각하고 있었어. (웃음) 그리고 차기작 이야기 너무 할 게 많은데. 지금 쓰고 있는 장편이 3,000매가 넘었는데 안 끝나서... 1,500매면 끝날 줄 알았는데요. 아무 근거 없이, 그냥 지우전이 1,400, 욜란드도 1,200매 그랬으니까. 그런데 1,000매쯤 썼을 때 제가 생각하기에 1/3 지점이었던 이야기가 나와서 그럼 한 2,000매 되나 했는데, 2,000매에서는 2/3 지점이 끝나서요. 이제 3,200매가 되도록 2/3에서 3/4 정도를 쓴 것 같은데. 욜란드 퇴고하고 이런 과정이 있어서 잠깐 손을 놨다가 앞으로 다시 돌아갔더니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내가 쓴 글 맞나? 싶을 만큼. 어떤 부분은 읽으면서 내가 뭔가 복선을 넣어둔 게 딱 보여요. 그런데 이게 뭐 때문에 넣은 복선이지? 이러고.

[욜란드][지우전]은 제가 내용 자체를 크게 수정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연출을 좀 바꾸거나 문장을 많이 손봤어요. [욜란드]도 넣었다 뺐다를 많이 했지만 중요한 틀은 그대로 갔거든요. 그런데 지금 쓰는 장편은 그 틀이 계속 바뀌고 있어요. 그래서 얘는 진짜 앞뒤가 잘 맞아야 해요. 뒤에서 한번 생각이 바뀌면 거기에 따른 흐름이 쫙 바뀌어야 하고. , 너무 힘들어요. 바보같은 실수도 많이 했어요. 애들을 두 조로 나눠놨는데, 2조에 간 애가 1조에 등장을 해서. 그런데 제가 뭔가 착각을 하고 그 장면 연출에 되게 심혈을 기울여놨던 거예요. 큰일났다. 아깝지만 썰고. 진짜 생살을 도려내는 기분이죠. 그렇게 끝없이 이야기가 달라지고 있어요. 자잘하게. 흐름이 되게 많이 달라져요. 그 흐름은 하나만 달라져도 다 같이. 쓰면서 죽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너무 기니까 도입부로 가서 다시 돌아오는 데 한 달이 걸려요. 그렇게 엄밀한 퇴고까지 하는 건 아니고 앞을 파악하고 흐름을 다시 타기 위해 다시 읽는 건데도. 언제 다 쓸지 모르겠어요. 얘는 정말 초고를 다 쓰는데 몇 년이 걸릴 것 같은. 그렇게 안 되기를 두손 모아 빌고 있는데.

 

라키난 일단 단편선부터.

 

박애진 . 그래서 일단 단편선부터 끝내려고요. 리라이팅부터 하고.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많이 바뀌고 있어요. 그게 단편이 10년 전 것들도 있고 그래서. 사람이 달라졌잖아요. ‘왜 어른들은 커피를 마시지가 들어가요. 그 전에 쓴 것도 들어가요! pena님이 그걸 넣자 그랬을 때 진짜 대박이었는데. 진짜 너무 오글오글해서 아직 못 열어봤어요. 용기가 안 나. 다른 거 붙들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고치고 있고요. ‘짝짓기는 어떻게 할지.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PC통신 하이텔 시절에 제가 쓴 게. 제가 글 쓰던 정말 초반에 쓴 건데, 하늘에서 미소년이 우르르 쏟아지는 이야기에요. 나무에서 솟고, 강에서 내려오고, 밭에서 캐고. 그래서 마을 처녀들이 때가 오면 망태기를 하나씩 짊어지고 남자를 수확하고. (웃음

 

pena 그러니까 아마존 마을 같은 거예요. 남자를 하나씩 수확한 다음에 임신하고 나면 남자는 사라져요.

 

박애진 . 이 소름끼치게 오글오글하는 걸 아직 용기가 안 나서 못 열어봤어요.

 

pena 이걸 편집을 하자고 했을 때, 아깝지 않냐고 했더니 다 읽으라고 줬어요.

 

박애진 제가 재검토를 안 하고 그냥 보냈거든요. 그런데 그게 제목이 짝짓기인데 pena님이 그걸 보면서 애진님이 아니면 누가 이런 걸 쓰겠어요라고...

 

pena 거하게 꼬셨어요. 우리나라에 이런 소재를 이렇게 쓰는 작가가 또 있겠느냐.

 

라키난 좋지 않아요? 미소년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pena 저도 그것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까 누가 박애진 작가 아니랄까봐 반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그냥 묻히긴 아깝다 했죠. 그런데 정작 자기가 못 읽어서.

 

박애진 좀 덜 무서운, 최근에 쓴 것부터 잘 용기를 내서. 현재에서 과거로 봐야죠

 

김이환 저는 장편소설 A하고 B가 있는데, 구상만 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구상을 좀 많이 해서 설정 상의 오류 그런 거 없고, 플롯도 구조를 좀 정교하게 하고. 지금까지 소설들의 약점을 보완하고 싶어요. 그런데 써지진 않고 구상만 한달지. 첫 문장만 써놓고 그냥 있어요. 하나는 미래경에 실릴 예정인 초인은 지금이라는 단편인데 그걸 장편으로 늘리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또 하나는 아주 짧은 거. 그런데 둘 다 장르색은 많이 빠졌고요. A, B 말고도 또 하나 생각하고 있는 C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3개를 불행한 남자 3부작이라고. 이러면 타이틀을 정했으니까 언젠가는 내가 끝까지 쓰겠지 이런 생각에.

 

박애진 좋은데요? 불행한 남자 3부작. 있어 보인다.

 

김이환 사실 내용끼리는 아무 상관이 없거든요.

 

라키난 그거 같아요. 박찬욱 복수 3부작.

 

김이환 그렇게 생각해놓고 구상만 하고 있는데 왠지 엉뚱하게 독립영화 평론 쓸 거 같고. 소설 안 쓰고 리뷰만 쓸 거 같기도 하고. 모르겠어요. 요즘 그러고 있어요.

 

라키난 김보영님은요?

 

김보영 저는 예전부터 대충 감이 있었거든요. 내가 작품 하나를 평생 쓸 수 있는 사람이다. [7인의 집행관] 쓰면서 확신했어요. 나는 내버려두면 평생 쓸 수 있구나. 편집자가 옆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매달리지 않으면 평생 쓰는구나.

 

라키난 최인훈의 [광장].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잖아요.

 

김보영 (웃음) 그런 작가 있구나. 그런데 하나만 써서는 제가 생활 유지를 못 할 것 같으니, 내가 원할 때까지 길게 쓸 거 하나 잡고, 최소한 3년쯤 잡고, 그 사이에는 단편을 많이 쓰려고요. 지금까지보다 훨씬. 예전에는 단편 하나에 들이는 공이 장편 하나에 들이는 공과 비슷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러지 말고, 공은 장편에 들이고 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쓰려고요. 그러니까 의뢰 많이 해주시고. 의뢰 들어오면 다 받으니까.

 

pena 지금은 과학동아에 세번 들어가는 거죠?

 

김보영 . 과학동아에 세번 들어가고. 지금 쓰려고 생각하는 건 5편 정도. 그거 말고도 계속 쓸 거고.

 

김이환 전 장르 단편은 안 쓸 것 같고. 순문학으로 좀. 그렇게 의뢰를 받은 건 아니고요. 아이디어가 없어요. 막 무서워요. 누가 의뢰하면 어떡하지.

 

pena 초인은 지금좋았는데.

 

라키난 어느 쪽이든 우기면 될걸요.

 

박애진 [오픈] 정도만 되도 어느 쪽이든 가능해서.

 

pena 사실 장르색이 하나도 없다고 하려면 말이 안 되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야 하잖아요.

 

김이환 장르 쪽에서 의뢰 올까봐 무서워. 쓴다고는 할 것 같은데 못 쓸 것 같고.

 

pena 여기 변한 사람 또 한 명.

 

라키난 원래 좀, 판타지라고 해도 맨 처음 [에비터젠의 유령] 빼면 현실에 있는 동화풍이었잖아요. 기반은 거의 그대로인 것 같아요.

 

김이환 사실 많이 안 변한 것도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복잡한지 모르겠어요.

 

pena 옛날 단편 보면 막 판타지 같은 건 없던데요. ‘버지니아 울프도 그렇고. ‘변신!’도 그렇고.

 

박애진 정통 판타지스러운 건 안 쓰셔서. 본인이 하시던 대로 하시면.

 

김이환 아이디어가 없어서. 7개월 째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으니.

 

라키난 이제 끄고 밥 뭐 먹을지를 생각해 볼까요?



인터뷰는 맛있는 밥 먹고 끝났습니다. 편한 자리에서 마음껏 떠들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각기 다른 성격의 분들이 함께해서 더 풍성한 이야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책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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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 13.02.04 00:00 댓글

    재미있는 인터뷰 잘 봤습니다. 아아, 이렇게만 쓰면 너무 형식적이고 재미없는데. 그래도 안적고 넘어가기엔 섭섭해서 말이죠 ㅎㅎ

  • No Profile
    날개 13.02.04 19:05 댓글

    세 작품을 다 읽은 덕분인지, 스포일러의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집필 과정들을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네요. 저도 [지우전]보다 [부엉이 소녀 욜란드]가 더 좋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오픈' 단편을 종종 보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7인의 집행관]은 한 번 읽고는 모두 파악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글인 것 같아요. 두 번 읽게 되는 책인 것 같습니다.

  • No Profile
    세뇰 13.02.25 19:26 댓글

    잘 읽었습니다, 정리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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