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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합평회에 놀러오세요!

2011.05.28 00:4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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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은 환상문학 ‘웹진’을 표방하는 공간이지만, 거울의 모든 활동이 웹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오프라인에서도 합평회, 앤솔러지 출간 등을 통해 거울의 활동이 이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울 최초의 앤솔러지 [2004 환상문학웹진 거울 단편선]이 2004년에 출간되었고, 합평회 역시 2004년부터 시작되었으니까(당시의 합평회는 필진합평회였다. 공개합평회는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 이 두 활동은 거울 초창기부터 오프라인에서의 거울을 대표해왔던 셈이다.
 합평회가 무려 7년에 이르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행사인 만큼, 합평회 진행자 또한 여러 차례 변경되어왔다. 초대 진행자 진아님, 2대 진행자 루나벨님 · 추선비님, 3대 진행자 권님. 벌써 네 명의 합평회 진행자를 거쳐간 거울 합평회가 다섯 번째이자 4대 합평회 진행자인 연심님을 맞이한다. 게다가 마침 5월 말에는 한동안 중단되었던 공개합평회가 재개된다. 이에 연심님을 만나 그간 연심님이 거울에서 해오셨던 활동과 앞으로 이어질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고자 했다.
 이번 인터뷰는 기사 필진인 아프락사스가 미리 질문지를 보내드리고, 인터뷰에서 연심님이 거기에 답하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인터뷰에는 거울 편집장 유서하님이 게스트 인터뷰어로 참석해 주셨다.




 1.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2, 3년 알고 지낸 사람처럼
 지낼 수 있어요.

 아프락사스 기사 필진 모임 때 뵙고 처음 뵙는 것 같아요.
 연심 다른 모임도 있었지만 그 때는 평일 중이라서 제가 못 갔어요.
 아프락사스 평일 중에 뭐 하세요?
 연심 직장을 다니거든요. (글쓰기가 아닌) 다른 일을 합니다. 사실 그게 본업이고요. (웃음)
 아프락사스 예전에는 직장인들이 별로 안 계셨던 것 같은데 최근 2, 3년 사이에 직장 가진 분들이 늘었어요.
 유서하 최근 거울의 달라진 점들 중 하나예요, 직장인인 필진분이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는 거.
 아프락사스 자,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들어가 보죠. 연심님이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신다면?
 연심 안녕하세요, 연심이고요, 82년생이에요. (웃음) 장점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2, 3년 알고 지낸 사람처럼 지낼 수 있다는 거?
 유서하 그건 진짜 재능이에요!
 연심 저를 접한 사람들이 저를 이렇게 말해주시더라고요. 장점입니다.



 2.
 서평자로서의
 연심님

 연심님은 이번에 합평회 진행자 업무를 맡기 전까지 거울에서 기사 필진을 담당해오셨다. 기사 외에 별다른 활동을 맡지 않는, 굳이 말하자면 ‘기사 전문 필진’이셨다. 사실 거울의 기사 필진들 중에는 기사 작성만이 아니라 ‘시간의 잔상/먼 여정’이나 번역, 혹은 편집진 등의 업무를 겸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연심님처럼 오로지 서평 관련 업무만 담당하는 필진은 그리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그간 연심님의 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기사 필진 업무와 관련된 질문을 열심히 준비했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에 돌입했을 때 인터뷰어는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직면하는데…….



 유서하 (인터뷰에 앞서 아프락사스가 두 사람에게 이메일로 보낸) 질문지를 미리 읽었는데, 대답하기 쉽지 않아 보였어요. (웃음)
 연심 맞아요. 저는 합평회 진행자 인터뷰라기에 합평회에 대한 인터뷰만 할 줄 알았는데 질문지를 봤더니 ’헉, 서평가? 비평가로서의 자세? 난 비평을 쓴 적이 없는데?’ 그랬어요. (웃음) 기사 필진이기는 한데 감상과 비평은 다르잖아요. 제가 쓰는 글은 비평은 아니에요. 쓰면서도 느끼고 있고요. 비평가로서 쓴 것도 아니거든요. 리뷰어의 입장에서 쓴 것들이라서…

 쿠궁!

 아프락사스 그럼 이 질문들은 다 쳐내야겠네요. (괴로워하며 질문지의 질문들을 지운다)
 연심 (만류하며) 아, 아니에요. 대답할 수는 있어요. 제가 쓰는 글은 비평이라기보다는 감상에 가깝다, 처음부터 그렇게 글을 써 왔고, 독자의 입장에서 보는 게 좋다―――이렇게요. (웃음)
 유서하 (기사 필진 중에는) 리뷰라는 틀 안에서 비평을 쓰시는 분도, 비평이 아닌 글을 쓰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매달 업데이트의 큰 틀을 짤 때마다 거울에서 리뷰했으면 하는 책이 있을 때, 이 책은 비평가가 조각조각 분해하는 쪽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반대로 그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연심님께는 보통 후자일 때 연락드려요. 전자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면 [소녀와 비밀의 책] 같은 책 말이예요.



▲ 거울 89호에는 연심님의 [소녀와 비밀의 책] 리뷰가 실렸다. 보러가기

 연심 ([소녀와 비밀의 책]은) 일반 독자가 가볍게 읽기에는 접근도가 떨어지는 책이었어요. 2권까지 나왔는데 1권만 다 읽어도 정말 좋은 책이에요. 딱 앞 100페이지만 넘어가면 정말 괜찮다, 빠져들겠다 싶은데 이야기의  층위가 많은 액자 소설이라서 다른 일 다 제치고 그 책만 읽지 않으면 몰입도가 떨어져서 포기하게 되는 책이었거든요. 그래서 참 어려운 책을 맡겨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서하 앞에서 말씀드렸던 이유 때문에, 만약 연심님께서 맡아주실 수 없다면 다루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소녀와 비밀의 책]은) 판타지, 동화, 영어덜트의 교집합에 속해 있어서 공략할 만한 독자층의 카테고리가 좁은데, 정작 한국에서 영어덜트 시장은 크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사실, 책을 팔 생각이었다면 그 책은 그림책이나 동화책 쪽 매대에 놓여야 했을 거예요. 아동 대상 동화와 판타지의 접점에 서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국에 한 몇백 명 정도 있을 것 같아요. 리뷰를 쓸 수 있을 만한 독자는 더 적겠죠.
 연심 그렇죠. 그림책이라고 해도, 그림이 물론 들어가 있지만―――그림책으로 아주 분류하기도 힘들어요. 왜냐면, 중요한 게 초반에 층위가 너무 많아서 아이들이 읽기엔 너무 힘들거든요. 저는 지인에게도 이 책을 보여줬는데, 책이 너무 깊이 있어서 다른 일을 하면서 읽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쓴 서평을 읽어보고도 ‘이런 서평 말고 이야기의 층위를 이렇게 이렇게 분석해 들어가는 글을 써달라고!’라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어요. (웃음)
 이렇게 제게 오는 책은 좀 읽기 힘들고 잘 접하지 못하는―――작가 이름도 잘 모르는―――책들이에요. 그래서인지 글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것보다는 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쓰신 것 같고, 읽어보니 진짜 좋은 책이더라, 하고 어필하는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유서하 분석하기보다, 먼저 읽어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는 식의…….
 연심 말 그대로 그렇죠. 추천하는 면도 있고…….
 유서하 그런 점에서 연심님의 리뷰는, 아프락사스님께서 쓰시는 리뷰와는 차이가 있어요. (연심과 아프락사스를 번갈아 바라보며) 제 양쪽에 두 분께서 앉아 계신 걸 보니 새삼 두 분의 글쓰기 스타일이 확 다르다는 게 느껴져요. 매달 리뷰 원고를 청탁할 때마다 그걸 고려해 틀을 짜는데도, 이렇게 이메일이 아니라 얼굴을 직접 보면서 평소 쓰시던 글들을 생각하니 더 와닿아요.
 아프락사스 사전에 보내드렸던 질문지만 봐도 나타나는 거죠. 서평에 대한 제 관심과 서평에 대한 연심님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질문지가 한 절반은 파토 나는 사태가 발생하고요. (웃음)
 연심 아, 질문지도 제가 읽어서…… 재밌었어요.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거울에 비평을 전문적으로 쓰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전 그 쪽은 아니거든요. (웃음) 거울에 들어왔을 때도 그렇고 제 전문 분야도 아니고 따로 전공 분야도 아니고……. (비평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데 그냥 책 읽는 게 좋아서 책 감상 쓰는 건 많이 했었거든요.        



 3.
 우린
 떠 있는 섬
 하나에요.

 연심님이 거울 기사 필진으로서 해오셨던 활동에 대해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연심 솔직히 저 거울 필진에 처음 들어올 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거울 합평회를 나가던 때에 전 편집장님께서 제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보시고 기사 필진 제의를 주셨거든요. 그 때는 지금처럼 냉큼 ‘알겠습니다, 하죠!’가 아니라, (웃음) 계속 ‘저 못해요’ 그랬어요. 어렵다고. 제가 쓰는 건 굉장히 사적인 글이라서 거울 이름을 거는 글은 못 쓰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또 들어오게 되었어요. 처음 들어올 때는 비평도 뭣도 모르고요. 거울에서 말하는 논조 있잖아요,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가도 전혀 모르겠는 거예요.
 아프락사스 그거 정말 어렵죠.
 연심 그렇죠. 작가님들도 다들 자기만의 특색이 있으시잖아요. 어떤 분은 공포, 어떤 분은 로맨스, 어떤 분은 판타지 하는 식으로 섞여 있잖아요. 전에 현서님이 거울 필진은 한 집단에 모여 있는 사람들 치고는 정말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지금 거울에서는 국내 소설, 해외 소설, 비소설의 세 카테고리를 담당하여 리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런 다양한 색깔을 가진 작가들이 거울의 이름을 걸고 “아, 이 책 괜찮다” 혹은 “이 책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 드리고 싶다” 하고 생각하는 책이 어떤 책일 것이며, 그 리뷰를 어떤 논조로 써야 할 것인가는 솔직히 말하기 어려운 문제거든요.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진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게시판에 “전 비평은 쓸 줄 모르겠어요, 어떡하죠?” 하고 썼다가 지우고. (웃음)
 아프락사스 저도 거울에 처음 들어왔을 때 전 편집장님께 그걸 여쭤봤었는데, 그냥 마음대로 쓰라고 하셔서 더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어요.



 연심 음. 거울의 특징이 그런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사람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준다는 점. 굉장히 좋아요. 지금 생각하면 자신이 평소에 쓰는 스타일이 있다면 그렇게 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걸 보고 필진 컨택을 하신 거니까요. 게다가 거울 필진은 자기 검열에 능하잖아요. (웃음)
 아프락사스 편집진이 요구하지 않는 한계를 필진이 먼저 긋기도 하죠.
 연심 여기까지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하는 건 굳이 (편집장이) 말하지 않아도 필진이 스스로 하고 있고…… 오히려 ‘더 쓰세요, 쓰세요’ 하고 편집장님이 권하고…….
 유서하 웹사이트가 의식적으로 한 방향으로 달려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메인 화면에 리뷰가 업데이트되었을 때, 그 필진이 어떤 책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책을 통해 어떤 말을 하려 하는지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물론 흐릿한 기준은 있지만, 누구나 메인 화면을 보자마자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 기준은 없는 상태에서 독자에게 리뷰가 주어진다면, 읽기 전에는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읽고 나면 그걸 독자 스스로 정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망망대해잖아요.
 연심 그죠, 망망대해. 우린 떠 있는 섬 하나에요 지금. (웃음)
 유서하 거꾸로 말하자면 자유도가 높은 만큼, 리뷰를 쓰는 필진으로 하여금 자신의 논조를 모두 책임지게 한다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연심 그렇죠. 내가 읽은 것에 대해서 정말 비평/분석해서 들어가는가, 아니면 ‘나는 이렇게 읽었다. 이런 게 보였다’라고 글을 쓰는가 하는 건 어느 정도의 체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 분들이 글을 쓸 때 체계가 있고 시선이 있고 캐릭터, 플롯 등에 의해 완성된 작품이 나오는 것처럼 내가 봤을 때 이런 줄거리 이런 게 보였고 작품에 있는 캐릭터는 이런 게 보였고, 이런 것의 원인은 이런 것 같다 하는 게 일관적으로 이어진다면 그게 글 쓰는 사람만의 시각인 거잖아요. 나는 이렇게 봤다는 걸 말할 수 있는 거, 거기에 객관적이고 뚜렷한 근거를 부여할 수 있다면 비평에 더 가까울 것 같고요. 제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리뷰를 썼을 때를 예로 들면, 그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딱지 치고 놀던 게 생각났더라 하면서 개인적 감상으로 흘러가는 거죠.

 [에비터젠의 유령] 리뷰 보러가기
 [양말 줍는 소년] 리뷰 보러가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리뷰 보러가기
 [뱀파이어 나이트] 리뷰 보러가기
        
 연심님은 콜린님의 소설에 대해서도 여러 편의 리뷰를 쓰셨다. 질문지를 작성하면서도 눈여겨봤던 부분이었고, 말이 나온 김에 슬쩍 여쭤보기로 했다.

 아프락사스 콜린님 소설 리뷰는 의뢰받아서 쓰신 건가요? 아니면…….
 연심 의뢰받아서 쓴 것도 있고, 제가 쓰고 싶어서 냉큼 받아 쓴 것도 있어요. 제가 먼저 원고를 드리는 적은 거의 없어요. 저도 눈이 있으니까. (땀) 거울에 쓰는 것보다는 그냥 블로그에 올릴 글로 혼자 쓰는 게 좋아요. 최근에도 책은…… 생각보다는 많이 읽어요. 한 달에 평균 여섯 권 정도 읽는데. 지난달까지는 네다섯 개씩 리뷰를 썼었거든요. 그런데 거울에 낼만한 책은 또 아닌 것 같고 해서 안 보냈어요. (웃음) 그래서 청탁이 아니다 하면 드리지 않죠.
 지금 읽는 책들은…… 어울리지 않는다기보다는 분야가 달라요. 제가 요즘에 읽는 건 논픽션 등이라서 거울에 올리기가 조금 그래요.
 아프락사스 비소설 꼭지에 올리면 되지 않을까요?
 유서하 사실 거울에서 리뷰하기에 어울리는 책이 뭔지 물으면 저도 조금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94호에 배명훈님의 리뷰로 다루었던 [제2세계]도 그 동안 비소설 꼭지에서 다루었던 책들과는 카테고리가 약간 다르지만, 좋은 책인 데다 늘 지금까지 다루었던 책과 비슷한 책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고민하다가 청탁을 드렸거든요.
 아프락사스 과학서도 올라오고 신화서도 올라오지요.
 연심 과학과 신화는 SF나 환상문학과 연계성이 있어요. 그런데 자기개발서는…… 요즘은 그런 책도 읽고 있어서 좀 그래요. 최근에 읽었던 건 동물에 대한 책이에요. [우리가 먹고 혐오하고 사랑하는 동물들]. 그 책은 동물인류학이라고 해서…… 밍크코트를 입은 채 애완견을 안고 있는 아가씨라던가, 그런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기에 저런 옷을 입고 다니는 걸까 하는 걸 연구하는 학자가 쓴 책이에요. 요즘은 그런 쪽에 관심이 가서 그런 책을 읽고 있어요. 그 전에 읽었던 책은 제인 구달 박사가 쓴 [희망의 밥상], 이런 책이거든요. 유전자 변형 식물을 유통하는 거대농업회사들에 대한 비판과 유기농 장려가 요점이 되는 글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또 보니까 거울엔 안 맞는 것 같고, 좀 애매하고 그런거죠.
 아프락사스 그 비슷한 책은 예전에 진아님이 올리셨던 것 같기도 한데요.
 연심 아, 그래요? 이번에 정원사님께서 올리신 리뷰도 그런 글 아닌가요?
 유서하 [잡식동물의 딜레마]예요. 세계 식량 문제에 관한 책이었죠.
 아프락사스 그런 책들도 결국은 글 쓰는 사람의 세계관을 넓혀주는 책들이어서…….
 유서하 비소설 꼭지는 다룰 책을 고르기가 특히 어려울 거예요. 워낙 카테고리가 넓으니까요. 다만 어떤 책을 다루어야 하는지보다, 어떤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하느냐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리뷰할 도서를 선택한다는 것은 작가, 필진, 독자 들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지 않겠느냐”고 묻게 되는 건데, 그렇다면 독자들은 “왜 이 시점에서 이 사람은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까?”를 궁금해하겠죠. “왜 거울에서 동물과 식량에 대한 이야기를, 중국과 미국과 EU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까?”
 ‘SF, 판타지만 리뷰한다’는 식의 기준이 없다 보니, 업데이트 전 원고를 모을 때마다 그런 가능한 궁금증들에 대한 대답을 한 번 환기시켜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어요. 원고 내에서 자체적으로 그것이 가능하지 않으면 원고 앞부분에 회색 글씨로 편집장 주를 달기도 하죠.
 아프락사스 왜 지금 이 글을 읽어야 하는가는 사실 필진이 글을 쓰기 전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 것 같아요.
 유서하 그렇지만 편집진이 할 일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 리뷰를 왜 지금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리뷰 안에 없기보다, 이미 대답했지만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렇다면 눈에 띄게 해야죠. 그건 편집진이 할 일이예요. 결과물은 결국 독자에게 읽히게 되니까요.



 4.
 제 글이 서점 갈 시간 자체가 없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제안이 되고 하나의 기회가 된다는 게
 괜찮았어요.

 연심 소설은 독립된 개체인데 기사는 다소 시사성을 띠고 있어서 하나의 흐름이 나오지 않으면 “왜 지금 이런 기사를 쓰고 있어?” 같은 질문이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이 이야기 왜 해?”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고요. 소설은 정말 어떤 상황에서도 나올 수 있을 법한 글, 시사성이 정말 강한 [타워] 같은 경우는 예외로 친다고 해도, 보통 창작은 시사성과 약간 분리되어서 읽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기사는 다르다는 거? 지금 왜 이 글을 이야기하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해줘야 하는 것 같아요. 국내 소설꼭지에서는 보통 신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오, 이런 책이 나왔네요? 한번 읽어보세요” 하는. 이런 글은 괜찮은데. 듣도 보도 못했거나 예전에 나왔던 책을 다시 부각시키는 기사를 보면 이 책이 지금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프락사스 예전에 나왔던 소설들을 다시 소개할 때는 그걸 지금 왜 읽어야 하는지 이야기해줘야 하죠. 저는 특히 고전을 읽으면서 그런 고민을 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이 시대에 굳이 [어둠의 왼손]을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유서하 그게 진짜 어려운 점 같아요. 꼭지 이름이 ‘신간 소식’이 아니라 ‘리뷰’니까, ‘이번 달에는 무슨 책이 나왔나’ 하고 소개하는 꼭지는 아니지만 신간만 다룰 수도 없고, 그렇다고 늘 오래된, 이미 많이 다루어진 책을 다룰 수도 없고.
 가장 이상적인 경우를 상상하자면 모든 리뷰에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겠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가 꼭, 해당호가 실린 그 달에 어떤 사회적인 이슈가 있어서 그 책의 리뷰를 통해 그 이슈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 그런 것일 필요는 없어요. [소녀와 비밀의 책] 리뷰를 읽다 보면, 앞부분에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문장 때문에 참 읽기 힘들었지만, 어느 시점을 넘어가니까 이 작품만이 갖고 있는 의미가 와 닿기 시작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연심 맞아요.
 유서하 가장 이상적이라면 모든 리뷰에 이유가 있어야겠지만, 그 이유가 꼭 그 책이 출간된 시점에 일어났던 사회적인 이슈와 연관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소녀와 비밀의 책] 리뷰 초반에 “처음에는 정말 읽기 힘들었는데, 어느 지점을 넘어가니 이 책이 가진 의미가 와닿기 시작했다……”라는 개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전 그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연심 괜찮았어요? 와하하. (기뻐한다)
 유서하 왜 이 책을 지금 이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이야기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그 다음 문단에서 글쓴이의 개인적인 경험이 그 이유와 연결되면서…….
 연심 맞아요. 그 책은 정말 다른 분들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은 책이었어요.
 유서하 그래서 참 좋았어요. 마감은 늘 정신없지만, 책을 보내드린 뒤 기다렸다가 리뷰 원고를 받는 일에는 이런 좋은 점이 있구나, 하고 그때 연심님의 리뷰 원고를 편집하면서 생각했어요.



 연심 저는 거울을 통해 제가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책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좋아하는 작가의 폭이 좁아지는 걸 느껴요. 읽는 시야 자체도 좁아지고. 예전에 좋아했던 작가도 내 타입이 아닐 수 있게 되는 거죠. 작가가 변해서일 수도 있고 내가 변해서일 수도 있고. 저 대학 다닐 때는 하루키를 정말 많이 읽었거든요. 어떤 주제로 시작해도 결국은 ‘나’로 돌아온다는 부메랑 같은 하루키 소설을 (웃음) 굉장히 많이 읽었고 좋아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읽어요. 이번에 신간도 내셨는데. 거울에서 책을 받게 되고 읽으면서 정말 괜찮게 접한 책들이 있거든요. [소녀와 비밀의 책]처럼요. 거울이 아니었으면 분명히 안 읽을 책이었어요. 최근에는 서점에 거의 가지도 않고. (웃음)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서점 갈 시간 자체가 없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에게 하나의 제안이 되고 하나의 기회가 된다는 게……. 그런 게 괜찮았어요.
 유서하 책을 접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어요. 서점에 자주 가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늘 인터넷 서점 메인 화면에 뜬 책들만 접하다 보면 MD의 지배(!)에서 벗어나 새로운 책을 접할 기회가 없어져요. 예전엔 동네 서점이 그런 역할을 했었는데, 요즘은 동네에 서점이 거의 없죠.
 연심 맞아요. 옛날에 저는 동네 서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거든요. 하루에 3,4시간씩 와서 책 읽고 그랬고…… 서점 직원들이 저를 다 알았어요. 쟤는 맨날 와서 책 읽고 가는 애구나 하고. 동네서점이 잠깐 들러서 책 보고 갈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공간이 없어서 정말 큰 마음 먹고 교보문고, 영풍 이런데 가야 하죠. 사람에게 치이는 거 생각해가면서.
 유서하 영화감독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매달 리뷰 원고를 청탁해요. 이 책은 이 필진의 리뷰가 어울릴 거야, 하는 식으로요. 연심님께 늘 기대하는 건 그런, 여성이나 아동 같은 마이너리티에 대해서, 분석하기보다는 그 책을 쓴 작가의 감성이나, 작가가 그 문장, 그 장치를 이용해 독자로 하여금 어떤 걸 느끼게 하고 싶었을까…… 그런 것에 대한 독자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연심님께 부탁드리곤 해요.
 연심 그리고 합평회를 많이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같은 책을 두고 나는 이렇게 읽었다고 하는데, 그건 내 의견일 뿐이잖아요. 같은 책을 놓고 평가를 내리고 주장을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읽었나하는 걸 더 듣길 좋아하는 타입이거든요. 지금은 책과 나니까, 작가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작가는 어떤 식으로 글을 썼을까, 그리고 뭘 말하고 싶어서 이런 장치를 썼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같은 경우라면 왜 여기에 사각기둥이 등장했을까, 같은 식으로 계속 생각을 해보는 거예요. 많은 장소가 있을 텐데 왜 굳이 재개발지에 사는 남자 아이였을까 하는 식으로 계속 생각을 해보면 하나의 줄을 찾게 되고, 내가 찾은 줄이 맞다고 생각되면 그 경로를 통해 여기저기 살을 붙이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작가의 시점으로 본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독자가 느낀 작가는 또 이런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요.
 작가가 글을 쓸 때 스타일이 있는 것처럼 기사 필진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보는 시각이 다르니까 같은 책을 보더라도 쓰는 스타일이 다르겠다는 생각이 최근에는 좀 드네요. 그리고 보통 데스크에서 보내 주는 책은 이런 분에게 맞기면 괜찮겠다 싶어서 편집진이 생각하여 보내주는 책이니까요, ‘이런 게 나한테 맞나보다’하고 생각해요. 저 편집진에 대한 신뢰가 엄청 강해요. (웃음)



 5.
 독자의 장점이자 의무는
 읽는 거예요.

 아프락사스 본인이 쓴 리뷰를 작가가 볼 때도 있잖아요? 이를테면 콜린님이 그렇고요. 그럴 때의 느낌은 어떠세요?
 연심 글쎄요. 오글오글하지 않으셨을까요? (웃음) 콜린님 같은 경우는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는 편이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는 그냥 말을 피하시던데요. (웃음)
 아프락사스 기사 필진 모임 때는 [뱀파이어 나이트] 서평에 대한 이야기 하시면서 콜린 님이 “왜 이렇게 칭찬을 많이 하셨느냐”고 하셨던 것 같은데요.
 연심 맞아요. 그 때는…… 제가 좀 칭찬을 후하게 드렸었죠. (웃음)
 유서하 그 때 콜린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나는데, 인터넷에 [뱀파이어 나이트] 감상문이 많지 않아서 반응이 궁금하던 차에 마침 서평이 올라왔었다고…….
 아프락사스 사실 거의 모든 책이 다 그렇죠. 샀다는 사람은 많은데 읽었다는 사람은 없고…….
 연심 맞아요. 요즘은 책을 샀다는 있는데 그 책의 내용이 어떻다는 글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최근 가장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자, 혹은 책을 읽는 시간을 늘리자는 거예요. 제가 지금 직장을 다니면서 통근을 하는데 일부러 통근 거리가 먼 직장을 선택해서 간 거였거든요. 지하철을 통해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지하철로 다니는데 왕복 2시간 정도가 걸려요. 물론 그 시간에 늘 책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하루 2시간 정도는 앉아서 책을 볼 시간이 생기는 거죠. 그렇게 꾸준하게 책을 읽으면 꼭 책상 앞에서 각 잡고 읽지 않아도 한 달에 한 대여섯 권 읽을 시간은 나오거든요.
 저는 제가 독자라는 사실에 나름 자부심을 갖고 좋아하는데, 독자의 장점이자 의무라고 생각하는 건 읽는 거예요. 작가님들이 글을 쓰실 때 창작 시간을 만들어내시잖아요. 그것처럼 독자들도 나름 자신과 책만이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좀 각 잡지 않나요? (웃음)
 제가 좀 그래요. 책 읽는 것에 대해서는 좀 진지하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제가 장르 독자긴 한데 장르에 대한 깊이도 없고 정보를 찾아다니지도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책 한 권 한 권은 깊게 읽어야 한다는 주의거든요. 예전에 정말 깊게 감명 있게 읽었던 장면이 있어요. [후쿠야당 딸들]이라는 만화인데, 일본과자점의 둘째가 과자를 접시에 올려놓고 먹는 장면이에요. 그걸 그냥 먹는 게 아니라 접시에 올려서 모양을 보고, 관찰하고, 모양의 형태와 향을 음미하면서 먹는 거예요.
 유서하 말하자면 100% 먹는 거네요.
 연심 그렇죠. 모양과 향, 질감 이런 것까지 완벽하게 즐긴다는 느낌. 전 그런 게 정말 좋았어요. 그러니까 독자의 입장에서는 단편 하나도 길게는 30분, 짧게는 5분 사이에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작가의 입장에서는 일주일, 한 달… 일 년에 3,4편 쓰시는 모 님도 계시잖아요. (웃음) 그 정도로 오래 생각하고 쓰는 글인데 가볍게 읽고 지나가기에는 아쉽고 내가 놓친 부분이 있지 않을까에 대한 아까움이 있어요. 그래서 글 자체는 되게 진지하게 읽으려고 하는 편이고 많이 신경 써서 읽으려고 해요.
 아프락사스 작가만큼이나 독자에게도 일정 부분의 성실성이 요구된다는 거죠?
 연심 네.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나 싶은 거죠.



 6.
 필진합평회가 진중한 분위기라면
 공개합평회는
 귀여운 데가 있어요.

 연심 합평회에 들어온 것도, ‘어, 자기가 쓴 글을 가지고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단 말이야?’ 그런 생각으로 갔어요. 사람 만나는 것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갔는데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똑같은 글 하나 놓고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에 봤던 글 제목이 기억나진 않아요. 2007년엔가 8년엔가 공개 합평회를 갔었는데, 다른 분들께서는 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하시는데 좀……. 비판하는 식으로 가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너무 귀여운 글인데. (웃음) 상자가 있는데 안에 든 걸 공개하는가 공개하지 않는가, 그것 때문에 뜨거웠죠. 작가는 상자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메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다른 분들은 대체 이 상자가 뭐냐, 이런 식이었어요.
 유서하 합평회가 한창 뜨거울 때의 분위기죠.
 연심 여러 사람이 여러 관점에서 보는 거…… 난 이런 게 괜찮았다, 난 이런 게 이상하더라, 난 이해가 안 되었다, 난 이 문단을 너무 잘 써서 재밌었다…… 이런 게 재밌었거든요. 아까 그 글로 돌아가자면, 어떤 팅커벨 같은 요정이 나오는데, 한 문단에서 그 요정에 대한 묘사를 너무 자세하게 하는 거예요. 이 분은 이런 귀여운 걸 참 좋아하시나보다 하면서 그 문단을 귀엽게 읽었더니 글 쓴 분께서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막 손사래를 치시는데…… (웃음)
 그런 게 재밌어요. 보통 합평회 말고 낭독회 같은 게 있잖아요. 외국에서 많이 하던데. 보통 작가가 자기 글을 읽는다는 것도 부끄러워하는데, 그걸 낭독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작가분도 피드백을 받아서 되게 좋아하시고. ‘내가 글을 쓸 때는 그렇게 쓰지 않았는데 그렇게 읽을 수 있다는 건 몰랐다, 그렇게도 보이는군요.’ 이런 반응? 전 이런 것 때문에 합평회가 되게 재밌었어요.
 유서하 연심님께서 늘 글을 읽는 사람, 독자로서의 위치를 의식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합평회 운영을 부탁드리게 된 것도 그것 때문이었어요.
 좋은 작가에게 요구되는 요소와 마찬가지로, 좋은 독자가 되기 위해 가져야 하는 요소가 있기 마련인데 연심님께서는 그것을 가지고 계시다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에는, 합평회 진행자에게 요구되는 모습은 정형돈보다는 유재석이 아닐까 싶어요. (웃음)
 연심 그런데 합평회 때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도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에요.
 아프락사스 자기주장이 없어야 한다는 것보다는, 남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같아요.
 연심 그리고 합평회 때는 글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면, 합평회가 끝난 뒤에는 뒤풀이가 있잖아요? 전 뒤풀이도 굉장히 좋아해요. (웃음) 뒤풀이에서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오고 환상문학에 대해서도 온갖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어떤 분들은 한쪽에서 “환상문학이 말이야, 이래서는 안 된단 말이야!” 하는 분들도 계시고, 다른 쪽에서는 “이 영화가 재밌더라. 닥터 후가 말이지…….” 하는 식으로 다양한 여러 화제들이 나와서 이야기가 되거든요. 이런 게 정말 재미있어요. 그래서 시간이 안 되서 합평회에 참여하지 못하면 뒤풀이만이라도 참여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그런 게 꽤 재밌었고…….



 7.
 거울 독자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아프락사스 합평회를 예전에 하다가 좀 공백기를 가지다 재개하셨잖아요? 그 시절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연심 전 왁자지껄한 걸 좋아해서 사람이 많이 오는 걸 좋아해요. 전 합평작이 4편일 때도 했었거든요. 그 때는 2시부터 시작해서 완전 레이스에요. (웃음) 합평작이 4편이 나왔다는 건 적어도 8명이 참석했다는 거예요. 그 상황에서 4편을 진행하면 열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밀도가 있어요.
 합평작이 적을 때는 한편 한편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에 작가 분들이 놓쳤던 부분에 대해 많이 짚고 넘어가게 되요. 인원이 많지 않을 때는 농담도 하고 세상 사는 이야기도 하고…… (웃음) 그럴 때는 진행자이신 권님께서 “자, 이제 우리 글로 돌아가죠.” 이러시기도 하고……. 그래서 합평작이 적더라도 인원수가 좀 있는 편이 괜찮았어요. 그리고 필진합평회와 공개합평회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어요. 엄청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가는 것과 미지근한 사우나에 들어가는 느낌이 다르달까. 필진합평회가 좀 진중한 분위기라면 공개합평회는 좀 귀여운 데가 있어요.
 필진 합평회 같은 경우는 작가 분들이 긴장하고 오셔요. 왜냐면 작가 분들은 피드백을 받아서 정말로 글을 고쳐서 어디에 내시니까. 그래서 긴장을 하고 오시는 게 있어요.
 공개합평회는 분위기 자체가 가벼워요. 농담 따먹기도 하고. 글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있고. 그리고 글 한편을 보고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다는 것도 좋거든요. 지금은 글이 너무 없고 공개합평회가 열린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아쉬워요. 공개합평회는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다 보니까 첫인사를 드리고요, 어색어색하면서도 설렘이 있어요. 내 글이 저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받을까 하면서.
 아프락사스 사실 공개 합평회에서는 필진 합평회에서처럼 날카로운 이야기들을 쉽게 하기 어려운 분위기죠.
 연심 저는 둘 다 좋아해요.



 유서하 (공개합평회를) 한동안 중단했다가 이제 다시 열게 되었죠.
 아프락사스 공개합평회가 중단되기 몇 달 전부터는 거의 필진 합평회와 인원이 차이나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새로 충원되는 멤버가 없어서…….
 유서하 커뮤니티는 어디든 그런데, 구성원들에게 졸업이나 취직, 결혼 같은 것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커뮤니티 참여가 어렵게 되는 시기가 있어요. 거울도 지금이 그런 사이클인 것 같아요.
 연심 맞아요. 합평회도 강약이 있어요. 한두 편이 나올 때도 있고 한번은 네 편인가 여섯 편이 나와서 두 패로 나눠서 합평회를 진행했던 적도 있었어요. 곡선 그래프처럼 강약이 있는 것 같아요. 거울이 예전에 비해 미디어에 노출이 덜 되고 누적되는 인원수가 감소하는가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예전보다는 미디어에 노출이 되고 필진들이 내는 책에도 거울이 언급되고 하니까 노출도는 높아졌어요.
 문제는 그렇게 찾아온 분들이 여기서 활동성을 보이시는가, 그 창구를 어떻게 열어드리는가가 제일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오셔서 쓱 보고 가시는 게 아니라 이 분들이 어디서 이야기를 나누고 놀 수 있는가,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지금은 자유게시판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고요. 자유게시판 조회수 보면 장난 아니에요. 거의 기사 필진이 쓰는 기사와 거의 동급? 동급 이상? (웃음) 그건 진짜 아쉬워요. 기사 필진도 나름 열심히 글을 쓰는데 기사보다 그 쪽이 더 활성화된다는 건 아쉽죠.
 아프락사스 뭐, 원래 서평은 호응이 없을 수밖에 없는 글이니까요.
 유서하 거울은 늘 독자 여러분의 덧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8.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아프락사스 합평회 진행자로서 합평회에 복귀하신 거잖아요? 합평회 진행자 역할을 맡으면서 그 외에 여러 가지 직함들을 맡게 되셨는데, 어쩌다가 이런 짐들을 떠안게 되셨는지?
 연심 일단은, 사실 제일 큰 것은 거울의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고요. (웃음) 저에게는 일단 일이 왔으니 생각을 해 본 거고……. 저는 필진 중에서는 창작 활동과 함께 비평 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필진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으므로(웃음) 거울에서 가장 마음 편한 필진 중 하나거든요. 굉장히 편하게 놀러 나오고…….
 유서하 인수인계 때문에 바쁘지는 않으세요?
 연심 (바쁘긴 한데) 솔직히 지금 이 일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이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합평회도 그렇고……. 합평회라고 해도 하나의 모임을 잡는 거잖아요. 인원 파악하고 카페 예약하고, ‘어서 오세요, 함께 놀아요!’ 이러고(웃음) 이런 게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서평 쓰는 게 더 힘들죠. 저 같은 경우는 거울에 올리는 서평을 올리겠다고 하면 한달 내내 책을 들고 다니는 타입인데.



 9.
 마음 놓고 오셔도 됩니다.
 독설을 하지 않아요.

 유서하 합평회에서건 어디서건 작가라면 전투적으로 변하기 쉬운 것 같아요. 필진 합평회 분위기 이야기를 아까 하셨지만, 예전에 가장 재밌었던 합평회가…… 진아님, 저, jxk160님, 배명훈님, bluewind님까지 다섯 분의 작품이 한 번에 올라왔던 합평회가 있었어요. 다들 이야깃거리가 많은 작품들이어서, 한편 한편 다룰 때마다 전쟁이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에 제가 제일 전투적이었던 작품이 jxk160님의 {별}이었던 것 같아요.
 합평회에서뿐만 아니라, 합평회가 열리기 전부터 jxk160님의 작품에 대해 ‘어렵다.’, ‘공감되지 않는다.’ 같은 이야기가 적지 않았는데, 제가 ‘어려운 게 아니라 독서 경험의 차이일 뿐이다’라고……. (일동 폭소)  
 아프락사스 정말 엄청난 발언을 하셨네요.(웃음)
 유서하 그렇지만 ‘독서량’이 아니라 ‘독서 경험’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수준 낮은 독자일 것이다”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독서경험에 따라 완전히 다른 독자가 탄생하잖아요? 마이클 크라이튼의 독자와 토마스 만의 독자는 서로 완전히 다르죠.
 jkx160님의 {별}에서 느껴지는 진입장벽은 사실 판타지 독자가 SF를 처음 접할 때 느껴지는 진입장벽과 완전히 같은, 단순한 장르의 차이다……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나요. 그 다음으로 전투적이었던 합평작이 진아님의 {파라다이스}였는데, 주인공이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의 코트 소매에서 단추를 몰래 뜯어내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크기를, 다른 분들께서는 제가 주장하는 것만큼 느끼지 못하겠다고 하셨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의 신체 일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 신체 일부를 소유할 수 없다면 신체를 감싸는 의복의 일부라도 갖고 싶은 마음……. “이게 왜 이해가 안 된다는 거죠?”라고 혼자 흥분했었죠.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은 진행을 하면 안 돼요. 싸우려 드니까요.
 아프락사스 서하님이 보기와 다르게 되게 전투적이세요.
 유서하 제가 자주 그래요? 자주는 안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웃음)
 연심 저는 제가 되게 전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합평회가 안 열리는 건 혹시 나 때문이 아닐까?’ 하면서.(웃음)
 유서하 에이, 아니예요. (웃음)
 연심 제가 말하는 거 보면 작가 분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게 아닐까……. 그런 게 종종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걸 어떻게 하는가……. 합평회 때는 말하려는 걸 서평처럼 논리적으로 따져서 결과물로 내놓는 게 아니니까. 합평회에서 이 순간에 이 말을 하는 게 정말 생각 없이 할 수도 있고, 말하면서 보이는 것도 있고 그렇거든요.
 솔직히 전 그냥 지르고 봐요. (웃음) 합평회에선 별로 생각 안하고. 다양하게 말할 수 있는걸 중점을 두지, ‘이 말을 내가 하면 저 사람이 상처입지 않을까?’ 이런 생각 하면 합평회에 못 나오죠.
 아프락사스 일반 독자 분들이 그것 때문에 움찔해서 못 나오시는 면도 있다고 들었어요.
 유서하 사실, 듣기 좋은 말을 하거나 듣기 위해 합평회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그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합평회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프로 작가는 아니니까, 합평회에서 합평작에 대해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게도 약간의 책임감은 요구되어야 할 것 같아요.
 상처받지 않게 말랑말랑하게, 봐주면서 하자,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전혀 엉뚱한 부분을 짚어서 오히려 작가에게 독이 된다던가 하는 건 안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라면 걸러 들어야겠지만 습작기간이 충분히 길지 않은 분들은 종종 그렇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연심 맞아요. 사실 합평회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많은 사람의 의견에 노출된다는 거예요. 작가가 ‘아’라고 쓰려면 ‘아’라고 이해되게끔 써야 하는데 ‘어’라고 읽히게끔 쓰시고서 왜 ‘아’라고 독자들이 읽지 못하는지 답답해하는 분도 있으셨는데. 그런데 공개합평회를 하는 그 자리에서 왜 독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작가에게 설득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까지 할 정도의 필요도 의무도 없고요. ‘이걸 왜 이렇게 썼냐.’고 지나치게 강하게 말해버리면 작가가 펜을 꺾는 상황까지 갈지도 모르는 거고. 책임을 질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합평회에 나갈 때는 한참 기다렸다가 조금씩 내뱉고 그랬었어요. 요즘은 필진 합평회에만 나가니까 막 던지는데……. (웃음)
 유서하 그게 진짜 어려운 것 같죠.
 연심 합평회 진행자일 때는 제 의견을 내놓기보다는 더 들으려 할 테니까 강하게 말하는 사람이 하나 없어지겠죠. 그러니까 좀 더 마음 놓고 오셔도 됩니다. (웃음) 독설을 하지 않아요. (웃음)
 아프락사스 편히 하세요. 물지 않아요. (웃음)
 유서하 생각보다 안 무섭습니다. 이 인터뷰 나가면 사람들이 합평회 안 올 것 같아요. 얼마나 무서우면 이럴까, 하고요. (웃음)
 연심 그 정도는 아니에요. (웃음) 공개 합평회와 필진 합평회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안면을 트고 이 사람이 어떤 글을 쓰는가 혹은 내가 어떤 식으로 보는 사람인가에 대해 서로 신뢰도가 생기고 친밀도가 생기면 제가 좀 민감한 데까지 이야기하거나 그런 데까지 나오더라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게 되요. 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웃음) 그러니까 꾸준히 나오시면 돼요! (하하)



 이렇게 한 시간 반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가 끝났다. 인터뷰 진행을 여러 차례 해왔지만 이 정도 시간에 이 정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기회는 흔치 않았다. 사전에 질문지를 드렸던 탓이 크겠지만, 연심님이 참 많은 이야기를 품고 계셨던 탓도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 필진으로서의 면모에 대한 연심님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 명의 독자로서 책을 다룬다’라는 대목이었다. 거기에 붙어있는 ‘비평가로서가 아닌’이라는 단서는 연심님이 한 명의 독자로서 다른 독자들과 교감하기 위해 책을 읽고, 또 리뷰를 쓴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다른 독자와의 교감. 그것은 기사 필진으로서만이 아니라 합평회 진행자에게도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인터뷰 내내 연심님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2, 3년 알고 지낸 사람처럼 대할 수 있다’라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는 듯한 호감 있는 태도와 웃음으로 임하셨다. 그러한 모습은 앞으로 연심님이 진행할 합평회가 어떤 모습을 띌지 보여주는 한 단서였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독자’인 연심님이 진행하실 합평회에 대한 기대를 품어본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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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5.30 13:49 댓글 수정 삭제
    이런 인터뷰도 하셨군요..
    제가 진행했던 합평회보다 더 재미있게, 흥미롭게 진행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연심님 파이팅 >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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