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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창간 7주년 기념호가 나간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7주년 기념호의 기억을 넘어 8주년을 향해갈 시점이 된 셈이다. 그러나 8주년을 향해 가기에 앞서 거울의 성과들을 체계적으로 되짚어보는 작업은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 이 기사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여태까지 거울에서 출간되었던 중단편선들에 주목한다. 과거 중단편선을 제작했던 필진들을 만남으로서 과거의 성과들을 되돌아보고, 또한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이 인터뷰에는 유서하님, 진아님, ida님, oz님, pena님(가나다순, ABC순) 등 다섯 명의 필기획진이 응답해주셨다. 질문 작성 및 편집은 아프락사스가 했으며,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1. 거울 중단편선을 기획할 때에

가. 거울 중단편선을 기획했을 즈음의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세요?

pena       그때는 제가 개인적으로 바빴던 해라 (직장 다니면서 결혼을 준비하던 해였지요) 편집장님을 도와주지 못했어요. 그때에는 장편도 장편이지만 장르문학은 특히 대여점 위주로 활발했던 때라서 정말 마이너 중에서도 마이너한 일을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동호회 지원기금이 끊겨서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 단편집 3호가 불발됐던 때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 상처는 아물지 않았던 때였는데, 정말 편집장님의 용기가 무모하게 보일 지경이었지요. 하지만 거기에 작품을 수록했던 사람들은 자기만의 게시판을 주는 거울에서 글 쓰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고 다시 글을 꺼내놓을 수 있다는 것으로 후끈하고 열광적이었습니다. 한줄 요약하자면 아직은 동호회적인 느낌이었다고 기억해요.

나. 이제 거울에서 나온 정기 중단편선만 여섯 권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획이 오래 갈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서하       몰랐어요. 오래 계속됐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지만 힘든 일이니까요.
진아       네.
oz       아니오; 장편에서 손 놓고 한동안 글쓰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거울 근황을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근데 어느새 7년이라니;;
pena       반반인 것 같아요. 이 기획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하고 회의가 들면서도, 다음 해에는 이렇게 해보자, 다음 해에는 이런 것도 라는 기대와 꿈이 차곡차곡 쌓였달까요.

거울 중단편선이 기획되었을 시점의 상황을 대략 이야기해보면 이렇다. 일단 98년에 출간된 [드래곤 라자]의 출간이 거대한 판타지 붐을 일으켰다는 점은 오랜 판타지 독자들이라면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장편 소설의 성공으로 인해 촉발된 판타지 붐은 PC통신을 통한 장편 소설의 창작과 그 출간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하는데 기여하면서도 중단편 소설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중단편선의 출간은 여전히 불모지였다.

2000년과 2001년에 [윈드 드리머]와 [환상서고]을 통해 PC통신 작가들의 작품이 정식 소개되지만, 이러한 경향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한다. SF쪽에서는 듀나의 개인 중단편집인 [태평양 횡단 특급](문학과지성사, 2002)이 나오기도 하지만 판타지 쪽에서는 그런 성과조차 기대할 수 없었고, PC통신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작가의 판타지 단편이 정식 출간되기까지는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황금가지, 2008)이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따라서 특히 판타지 단편의 출간은 하이텔 환타지 동호회를 비롯한 동호회에서 출간된 동인지등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되지만, 그나마도 2000년 이후로는 거의 흐름이 끊기고 만다. 따라서 [환상서고]가 출간되었던 2001년 이후에는 2004년까지의 기간은 사실상 공백기가 되고 만다. 물론 2004년에는 드림워커에서 동인지 [꿈의 신발](2004)을 나오기도 하지만  신생 단체인 거울에서 매년 나올 중단편선의 출간을 기획했던 2003년 당시의 상황으로 보면 상당히 모험적인 시도였던 셈이다. 중단편선 출간을 기획했거나 지켜봤던 이들이 당시의 상황에 대해 어두운 평가를 내리는 것도 그 점을 보여준다.


2. 거울 중단편선의 제작 과정

가. 책에 실리는 원고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원고가 이상하다고 짤리기도 하나요? (……)

서하       기획자분들께서 회의를 거쳐 선택하시는데, 수록작을 고르거나 선택한 수록작의 순서를 결정할 때 굉장히 오래 걸려요. 아무래도 한 해 동안 거울의 성과를 독자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책이라서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원고가 ‘이상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이라면 이상해도 괜찮아요. 그때그때 중단편선의 기획을 맡으시는 분의 재량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저는 이상한 작품이 좋아요. 거울은 한국 소설의 전위!

진아       대표 중단편선은 한 해 동안 올라온 글 중에 선정합니다. 해당 기간에 글을 올린 분이라면 최소한 한 편은 수록합니다. 소재별 앤솔러지는 단지 소재가 들어간 것 이상으로 소재를 재미있게 쓴 글 중 전체 방향에 맞게 작품을 선정합니다.

나. 2006부터는 그냥 창작 중단편선으로 계속 나왔는데, 이런 성향은 앞으로도 지속되나요? 가령 소재별 중단편선에 해당 소재 관련 칼럼이나 서평 기사가 실려도 좋을 것 같긴 한데요.

서하       거울에서 출간하는 중단편선의 의미는 아무래도,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지면이 아직 많지 않은 장르에서 활동하시는 필진분들께 지면을 드리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필진분들께 정식으로 출간되는 중단편선에 참여하시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해, 작가로 성장하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칼럼, 서평 같은 것을 모은 책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만약 그런 것을 시도한다면 중단편선과는 별개로 작업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반짝반짝~)

다. 거울 중단편선의 교정 정도는 어느 정도 수위인가요? 필진의 의도와 교정자의 의도가 충돌하는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진아       다른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고요.  거울 교정은 몇 번 책을 만들어 가면서, 1) 한 번만 한다. 2) 전적으로 필진의 의사에 따른다. 라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워 그에 따라 진행합니다.

pena       번역서를 할 때는 꽤 많이 뜯어고치는 편이지만, 거울 단편집을 할 때는 그렇게 뜯어고치지 않아요. 비문과 맞춤법 틀린 것, 비표준어, 가끔 정말 구어적으로 구성되어서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있지만 문장으로서 솔직히 힘들다 싶은 것들만 고치는 편…………. 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정량 많지 않아요. 작가가 의도를 넣어서 일부러 짠 문장 같은 것도 있으니까요.

라. 나중에 나온 책에서, 교정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실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나요?

진아       네. ……………………. ㅜㅜ
ida       끝났다고 생각한 시점이 시작이다…… 일까요.
pena       백프롬다. 버그는 인쇄열을 받아서 알을 까는 것 같슴다. 이것은 책임 회피임미다. 죄송함미다.

마. 거울에서는 표지 일러스트를 작업하시기 전에 해당 책에 실린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시나요? [반지의 제왕]미국판은 먼저 나온 해적판 때문에 책을 빨리 제작해야 했고, 그 때문에 원작을 읽어볼 시간도 갖지 못했던 화가가 작품과 상당히 동떨어진 표지를 그리고 말았다는 일화가 있지요.

서하       일러스트를 그린 것은 [제15종 근접조우] 때뿐이지만, 그때는 모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ida       물론 읽어봅니다. 하지만 저는 작품에 어울리는 그림보다도 ‘책 같아 보이는’ 표지를 가늠하기 어려워요. 훈련과 감각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oz       읽어봅니다. 쉽게 이미지가 떠오르는 부분은 크게 이탤릭체 해서 여러 군데 표기해 둡니다. 그리고 그 부분들만 다시 모아서 읽고 생각합니다.  

바. 표지 일러스트 그릴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oz       이야기의 상징성이 있으면서 스포일러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처음 눈늑대는 그 부분에서는 부족했고, 시간의 연대기는 그림 자체로는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스포일러는 지킨 거 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ida       예전에는 단순히 ‘예쁜 그림’이었는데, 최근에는 ‘책 같아 보이는’ 쪽에 신경 씁니다. 그런데 더 훌륭하신 분이 많아서 제가 일러스트를 그릴 기회가 또 올지는 모르겠네요.

사. 표지 일러스트 작업 시간은 대체로 어느 정도 걸리나요? 의뢰를 받아서 표지가 완전히 결정되기까지의 시기가 궁금합니다.

서하       2주쯤 걸렸던 것 같아요. 회의를 계속 거치면서 수정사항을 반영해야 하니까요. 제 경우는 이미 작업했던 캐릭터를 활용한 것이기도 했고, 벡터 작업이라 다른 경우와는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해요.

oz       거울의 경우 마감기한이 넉넉한 편이어서 맘껏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일단은 앞서 말한대로 글을 자세히 읽어 봐야하고, 또 어떤 걸 그릴건지 여러 후보지(;;)를 꼽아 봅니다. 여기서 사나흘;; 그리고 그 중 하나를 뽑아 들어서 어떻게 그릴 건지 생각 좀 하다가……구상이 되면 그림에 필요한 구성물들에 대한 수집을 합니다. 주로 사진들이죠. (굳이 사실체가 아니더라도 실사의 모델을 눈으로 확인하고 상상물을 감안해서 그리는 쪽이 디테일면도 그렇고 퀄리티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태그 검색으로 찾는 거라 어려움은 없는데, 사진 자료가 잘 없는 거나, 혹은 너무 많아서 수천장중에 골라야 할 때가 가장 피곤합니다.
찾은 사진들을 총정리해서 그 중에서 구상한 이미지대로의 사진들을 뽑아냅니다. 물론 100% 들어맞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것도 그냥저냥 하다보면 일주일이 금새 갑니다. (이것만 붙들고 있는 건 아니고 저도 먹고 살아야 하는 생활고가 있어서;)
그렇게 저렇게 조합한 걸 토대로 스케치하고 나면 편집부에 보여줘서 의견을 나누고, 통과가 되면 채색에 들어갑니다.
채색할 때는 머릿속에 완성된 그림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그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전혀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한동안은 그림책을 많이 보고 다른 작가들 그림 스타일도 많이 봅니다. 이번 경우는 평소 쓰는 재료도 좀 바꿔볼까, 그림도 다르게 해볼까 하는 시도들이 있기 때문에……오래 걸릴 것 같군요;

아. 책 제작 과정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거울 책 제작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중요시하고 해결해야 하는게 있다면?

서하       일단, 거울 중단편선은 정식으로 출간되는 책처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울 홈페이지까지 찾아와서 몇 번씩이나 클릭해야 하잖아요. 그런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거울 중단편선을 구입하시는, 그리고 거울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항상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라도 거울 중단편선을 손에 넣었을 때 뿌듯함을 드릴 수 있는 예쁜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해요. 그리고 멋진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주시는 필진분들께도, 좋은 기획, 편집만큼이나 좋은 디자인의 책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퀄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죠.
ida       ‘책 같아 보이는’ 것? 이 답이 계속되네요.
oz       책 성격의 전달성. 선뜻 손이 가서 구매로 이어지게끔 하는 쌈박(;)한 디자인이요.

자. 표지를 디자인하시기 전에 해당 책에 실린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시나요?

서하       매번 모든 수록작을 읽기는 어렵지만, 작업하기 전에 표제작은 꼭 읽어요. 그리고 몇 작품은 더 읽기도 하죠. 표제작만 생각하느라 다른 작품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놓치면 안 될 테니까요.
ida       물론.

차. 거울 중단편선을 디자인할 때는 개인 중단편선 때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ida       제 소설의 표지는 제 마음대로 하면 되죠. 아무래도 다른 분들의 작품에 표지를 넣으려면 다른 작가분들의 마음에 들어야 하겠지요.

3. 거울 중단편선의 독자들에 대하여

가. 작년에 나왔던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와 [타로카드 22제]에는 시각 장애인용 바코드가 들어갔었지요. 거울 작품집으로서가 아닌 일반 도서로서는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는데, 거기에 대해 주변이나 독자에게서 기억에 남을 만한 말을 들으신 적 있으신지.

서하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와 [타로카드 22제]를 출판사 편집자분께 선물로 드린 적이 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바코드를 본문에 넣은 점이 정말 멋지다면서, 어떤 과정을 거쳐 바코드를 삽입하게 되는지, 어느 기관이나 업체에 연락하면 적용할 수 있는지 자세히 물으셨어요.
예전 인터뷰에서, 출판사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바코드를 본문에 넣지 않는 이유가 뭘까, 디자인하기 어려워서 그런 걸까, 그래도 그걸 무릅쓰고라도 넣어야 하지 않을까, 같은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출판사 편집자분께서 보이스아이에 대해 몇 번씩이나 확인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단지 출판사에 홍보가 잘 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출판사에서는 늘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들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기뻤던 것이 기억납니다.
진아       "왜 넣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이전에는 시각 장애인용 바코드가 있다는 걸 몰라서 넣지 못했을 뿐,  알았다면 넣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oz       그냥 전해들은 바로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읽는 책들 중에 이야기책이 적어서; 바코드 작업을 하셨던 시각장애인 분께서 재밌게 하셨다고……그 얘기를 들으니까 앞으로도 넣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시각 장애인용 바코드는 올해 만들어지는 책에도 들어가나요?

서하       네! 들어갑니다!
진아       네, 올해도 들어갑니다.

지난해에 출간되었던 두 권의 거울 중단편선에는 이전의 거울 중단편선은 물론 창작 SF/판타지 중단편집 전체를 통틀어봐도 없었던 새로운 작업이 시도되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바코드가 들어간 것이다. 책 한 귀퉁이에 들어간 바코드를 바코드 리더에 읽히면 해당 페이지의 내용을 읽어주는 것으로서, 지난해 거울 중단편선의 제작 과정을 담은 인터뷰 기사에서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뤘던 대목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특히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그리 많지 않은 실정에서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와 [타로카드 22제]에서 시도된 작업이 시각 장애인들에게 상당한 의미를 가졌으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동시에 출판계 인사들이나 시각 장애인 본인들이 보여준 호응은 거울 중단편선을 제작하는 거울에게도 상당한 의의를 갖는다. 거울의 독자층에 대한 물음이다.

지금까지 거울에서 출간되는 거울 중단편선은 매우 협소한 독자층만을 가져왔다. 거울의 홈페이지에 와서 주문해줄 정도의, 또는 SF/판타지 관련 행사에 나와서 이러한 책들을 들여다볼 정도의 관심을 가진 열성 독자들에게 주로 다가가는 경향이 강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비단 그러한 전통적인 장르문학 독자층만이 거울의 독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던 존재들, 이를테면 시각 장애인과 같은 사람들 또한 시각 장애인 바코드 삽입과 같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거울의 독자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거울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거울 중단편선에 바코드를 삽입키로 결정한 점은 그런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 하다. 앞으로 나올 2010년 중단편선과 그 이후에 나올 중단편선에서도 그러한 시도가 계속 되길 바랄 뿐이다.


4. 거울 중단편선에 대한 평가

가. 처음 중단편선을 낼 당시 중단편선 출간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목표라면? 특히 2004와 2005에는 번역 소설 원고가 실리기도 했어요. 초기에는 창작 중단편선만은 아니었던 셈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만들고 싶으셨어요?

진아       단편을 주로 쓰는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거울을 창간했고, 처음 창간부터 1년이 지나면 한 해 동안 모인 글을 추렴해 책을 낼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할 생각이었고요. 작게는 동인 형태나마 책을 출간해 필진들한테 직접 쓴 글이 실린 책을 갖게 하고 싶었고요.

거울 책의 내부 목표는 해마다 책을 내면서 매해 분기점을 만들고, 성과를 돌아보고 더 나아갈 지점을 탐구하는데 있습니다. 외부 목표는 꾸준히 책을 내서 좋은 중단편을 쓰는 작가들이 많다는 걸 알려, 언젠가 출판사도 중단편선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번역 원고가 실린 건, 해당 작품이 저작권이 말소된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나. 중단편선들을 만들고 나서 실제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뭐였다고 생각하세요? 개인적인 대답도 좋고 거울 내부에서의 의의, 출판계에서의 의의 모두 좋습니다.

서하       거울에 오기 전부터, 혹은 거울이 창간호를 내기도 전부터 눈여겨봤던 작가분들이 거울에서 필진 제의를 받으시고, 중단편선에 작품을 실으시면서 점점 작가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독자로서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혼자 뿌듯해합니다.
oz       저 개인적으론 클라이언트 입장이 아니라 제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
pena       편집장님 서문과 모든 연간 단편선의 카피에 강력하게 주장해서 넣은 말이 있는데요, 이 단편집들은 그야말로 거울의 거울입니다. 1년 동안의 작품으로 한정 짓자고 결정할 때 두려움도 없지 않았죠. 하지만 매년의 변화를 담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가끔 그런 생각도 들어요, 거울의 거울이 아니라 거울 연말 시상식이 아닌가! 부끄러움 없이 글을 쓴 자 단편선으로 보답받으리!
ida       한 발 물러나서 거울을 보면, 거울은 “작가가 없다”고 팔짱끼고 앉아서 투덜거리기만 하는 세상에 대고 “웃기지 마. 찾지 않았을 뿐이잖아.”라고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 세상을 보면, 광산 앞에 퍼질러 앉아서, ‘뭐야, 이 세상엔 보석도 원석도 없잖아!’라고 한탄만 하고 있어요. 곡괭이질 한 번을 안 하고.

다. 요즘에는 기성 출판사에서도 중단편선을 많이 내고 있지요. 2007년의 [누군가를 만났어] 때부터 SF/판타지 영역만 따진다 해도 13권 남짓하는 창작 중단편선이 나왔어요. 이 상황에서 거울 중단편선의 출간 의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서하       예전보다 작가분들께서 활동하실 수 있는 지면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좋은 작가를 발굴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아요. 투고되는 작품이나 작가는 정말 많지만 그 중 좋은 작품이나 작가를 일일이 검증하려면 정말 힘에 부친다는 이야기를 출판사 편집자분들께 종종 들어요. 그래서 여전히, 거울 중단편선은 독자분들께 거울이 발굴한 좋은 작품, 좋은 작가를 먼저, 적극적으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아       [2009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를 통해 이 이야기를 한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거울책은 정식 출간 기회가 없기 때문에 만든 책이 아닙니다. 거울 책은 거울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커다란 원동력이며, 매 해 거울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의 '거울'입니다. 거울은 거울책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다듬어, 미래를 준비합니다. 출판사에서 단편선을 낸다고, 거울의 목표가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꿈꾸는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pena       거울은 '1년'이라는 시간적 제한, 또는 '같은 소재'라는 제한 안에서 단편집을 내고 있어요. 가끔 예전 글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거울이야말로 가장 '핫'한 단편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고, 단편집은 그게 아직 따끈할 때 제대로 만드는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고.. (…… 독자로 읽기만 한 지가 오래되어서…… 흑흑) 작가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기획에 따라서 자극받고 글을 쓰는 원동력을 충전할 수 있는, 감미로운 채찍(……)의 역할을 한다고 봐요.

라. 거울에서 기획한 책이 정규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울에서 기획된 책이 정식 출판사에서도 출간된다는 사실의 의의는?

서하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좋은 컨텐츠가 없으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출판사에서 거울에 기획을 제시한다는 것은 적어도 기획할 만한 컨텐츠라는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닐까, 이렇게 혼자 뿌듯해하고 있어요.
oz       판매 경로, 유통 경로가 확보되는 거기 때문에 독자들 입장에서는 좀 더 새롭고 다양한 장르의 재밌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의의라고 생각해요.
pena       고진감래? …… 계속 좋은 글을 일정 수 이상 확보할 수 있다면, 멈추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출간 행보는 계속되겠지요.

2003년에 창간된 거울이 쌓아온 7년의 역사만큼이나 거울 중단편선 또한 여러 권이 출간되었다. 2004년부터 매년 출간된 정기 중단편선이 6권, 2006년부터 출간된 소재별 중단편선 4권, 작가 개인의 단편들을 모은 개인 중단편선 5권. 일개 웹진에서 쌓은 양적 성과로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정도이다.
거울 중단편선이 쌓은 양적 성과는 단순히 거울 내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거울 중단편선의 기획자인 진아 전 편집장은 거울 중단편선의 출간 목적 중 하나를 “꾸준히 책을 내서 좋은 중단편을 쓰는 작가들이 많다는 걸 알려, 언젠가 출판사도 중단편선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으로 뽑았는데, 실제로 2004년 이후에는  SF/판타지 중단편집의 출간이 그 이전에 비해 확실히 증가하였다. PC통신에서 활동했던 작가가 쓴 장작 SF/판타지 중단편이 정식 출간된 예로 따질 때, 2004년 이전에 나온 책은 앞서 거론된 [윈드 드리머]와 [환상서고]정도가 전부이다. 그러나 같은 기준에서 2004년 이후 출간된 책을 꼽는다면 현 시점까지 무려 17권이나 되는 책이 출간되었다. 듀나, 배명훈, 김보영과 같이 개인 중단편선을 낸 경우를 빼더라도 그렇다. 그와 같은 기준에서 출간된 책은 다음과 같다.

<판타지>
2008[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황금가지
2008[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시작
2009[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황금가지
2009[한국 환상문학 단편선](2) 시작
2009[꿈을 걷다 2009]로크미디어
2010[꿈을 걷다 2010]로크미디어

<에스에프>
2004[2004 과학기술 창작문예 수상작품집]동아사이언스
2005[2005 과학기술 창작문예 수상작품집]동아사이언스
2006[2006 과학기술 창작문예 수상작품집]동아사이언스
2007[누군가를 만났어]행복한책읽기
2007[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창비
2007[얼터너티브 드림]황금가지
2008[앱솔루트 바디]해토
2009[죽은 자들에게 고하라]해토
2009[U, ROBOT]황금가지
2009[백만 광년의 고독]오멜라스
2010[아빠의 우주여행]황금가지

이러한 성과들이 거울의 활동과 완전히 무관할까? 그렇지는 않다. 이렇게 출간된 작품들 중에서도 거울 소속 작가들의 비중은 상당한 편이었다. 판타지 중단편선 6권을 통해 소개된 74편의 작품에 39명의 거울 소속 작가들이 참여했고, SF 중단편선 11권을 통해 소개된 94편의 단편에 거울 소속 작가들이 56명 참여했다. 거울 작가들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책만 해도 전체 17권 중 11권에 이른다. 이는 거울 중단편선의 출간이 단순 작가 소개 정도를 넘어서 SF/판타지 중단편선의 출간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최소한 초기의 목표는 달성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이것은 양적 성과에 대한 평가이며, 거울 내부에서밖에 의의를 얻지 못하기 쉬운 내용이다. 거울 중단편선이 실제 작품집으로서의 평가를 받고자 한다면 이러한 출판사적 의의와는 별개로 작품 수준에 따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인터뷰어들이 대체로 출간 자체에 의의를 두는 사실에서도 발견되듯이, 사실 거울 중단편선에 수록된 작품들이나 책 자체를 평가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자료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거울에서 자체적으로 필진들이 생산해내는 서평들을 제외한다면 거울 중단편선에 대해 체계적으로 파고드는 글들이 많지 않은 탓이다. 물론 몇몇 서평자들만의 평가만으로 거울 중단편선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거울 중단편선과 거울 작가들이 중단편 시장에서 거둔 도저한 성과와 비교한다면, 거울 중단편선에 대한 가난한 평가들은 단순 창작 모임이 아닌 웹진 거울이 앞으로 해결해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것은 거울 중단편선이 초기의 성과를 기반으로 보다 웹진 거울을 위해 이뤄내야 할 일들이기도 하다.

7주년을 넘어 8주년을 향해가는 거울에게 있어 거울 중단편선이 지금과 같은 성과 또는 지금 이상의 성과들을 담아내는 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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