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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SF 작가 김보영님을 만나다


참가 : ida, 아프락사스, 추선비, 한소영
정리 및 기사 : 아프락사스

요 몇 달 동안은 거울 작가들의 단행본 출간 소식으로 거울 단신이 더욱 풍성했던 기간이었다. 번역서나 공동 단편집을 제쳐놓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4월에는 보라님의 [문이 열렸다]가 출간되었고 5월에는 cancoffee1님의 [더미]가, 6월에는 배명훈님의 [안녕, 인공 존재]가 출간되었다. 그리고 한분 더, ida님께서 두 권의 중단편집을 내셨다.

ida님은 1975년생으로,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하셨다. 2004년에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에서 {촉각의 경험}이 당선되면서부터 SF 쪽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지면을 통해 단편 중심의 활동을 벌여오셨다. 중단편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가 그 이전에 발표했던 작품을 한데 모아 한꺼번에 출간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적지 않다. 이에 거울 85호 기사는 ida님 특집으로 꾸리기로 결정되었고, 그 일환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ida님과 더불어 인터뷰를 진행할 아프락사스(이하 아프)와 추선비(이하 선비)가 참석했고, 독자 참가자 자격으로 한소영 님(이하 소영) 또한 초청되었다.


인터뷰 시작하기



ida        자, 진행하세요.

아프        다른 분들은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하시던데, ida 님은 바로… (웃음)

선비        ida 님은 대인배셔서. (웃음)

소영        군자로다. (웃음)

아프        ida 님 인터뷰가 단독은 처음이죠? 거울에서는.

ida        거울에서는 처음이죠.

선비        전에 한 번 하지 않으셨어요?

아프        아, 그건 이메일 인터뷰에요. 캐나다 여행 중이실 때. [누군가를 만났어]가 나왔을 때는 공동 인터뷰였고요.

[ida님과의 대담], [누군가를 만났어 - 배명훈 김보영 박애진을 만나다] 참조.

아프        일단 작가 소개부터 해야겠지요? 사실상 이게 ida 님의 첫 단독 인터뷰인데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이야기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선비        거울에서는 'ida에요.' 한마디로 끝날 것 같은데. (웃음)

ida        네. ida에요. (웃음)

확실히, ida님은 거울 내에서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작가다. 꾸준히 작품을 내시긴 하지만 여태까지는 단편 위주로 활동해오셨고, 그리 많은 작품을 내는 편이 아닌 ida님이 그 정도의 인지도를 쌓았다는 것은 역으로 ida님 소설의 완성도가 거울 독자들에게 얼마나 인정받는지를 보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책이 출간되면서 ida님의 프로필에 추가된 이력 중 하나가 굉장히 눈에 띄었다.


아프        예전에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활동하셨잖아요? 소설 창작과는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ida        게임 시나리오는……. 소설 쓰기 전 단계를 엄청나게 많이 하면 게임 시나리오가 되요. 습작을 엄청나게 많이 하면 시나리오가 되죠. 보통 소설을 쓰기 위해 어느 정도 설정을 해야 한다고 하면 게임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는 그걸 한참 넘어서는 분량의 글을 써야 해요. 그래서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렇게 정밀한 완성도를 요구하진 않아요. 물론 완성도가 필요하긴 하지만 개별 시나리오의 완성도보다는 다양성에 더 초점을 두게 되죠.

아프        ida 님은 소설 쪽이 더 맞는다고 생각하신 거죠?

ida        완성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게임 시나리오는 너무나도 결핍되어 있어서. 너무나 빠른 시간 내에 써야 하거든요. 그래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다양한 것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도 짧은 시간 만에 베타 버전이라 할 만한 것을 만들어내야 하고. 누가 제 게임을 해본다고 하면 말리고 싶어요.

아프        어, 그러면 어떤 작품을 만드셨는지 말씀하시면 안 되겠네요.

ida        가람과 바람에서 나온 [씰]과 [씰 온라인], [나르실리온]의 시나리오를 했었어요. 모두 다 최초 초안은 다른 사람이 썼지만.

선비        왜 요즘 들어 ida님에게 게임 시나리오 관련 질문이 많이 들어올까요?

ida        재밌는 게, 제가 지금까지 출판된 책에는 이력에 게임 개발자라는 말을 한 번도 넣어본 적이 없어요. 이번에 처음 넣었더니 많이들 물어보세요. 이게 싫어서 지금까지 말을 안했었어요. 제가 어느 정도 소설가로서의 기반을 쌓아놓지 않은 상태에서 밝히면 정말 게임 이야기밖에 안 나올 것 같아서.

하긴, 작가로서 글 외의 부분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만큼 섭섭한 일도 없을 것이다.

독자 참가자 한소영 님은?




기존에 거울에서 진행한 인터뷰는 거울 필진들끼리 진행하는 것이 상례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독자를 한분 초청하고자 했다. 그러나 단편집 출간 기념 이벤트에 당첨된 세 독자 분 중에서 인터뷰에 오실 수 있다고 하신 분이 없었다. 결국 ida님의 지인인 한소영 님을 모시기로 했다.

ida        [멀리 가는 이야기] 후기에 실린 한소영 선생님이 이 분이에요. 이 분이 책을 읽고 나서 어떤 평가를 해주시는 것도 아니고, 뭔가 말을 많이 해주시는 것도 아닌데, 그냥 좋아해 주세요. 그냥 좋아한다고 해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제게 격려가 되고. 제가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나면 고칠 수가 없는데, 소영 언니에게 보여주고 나면 어떻게 고쳐야 할지가 보여요.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의 눈에 한번 걸러지는 거예요. 그 때까지 내가 생각하지 않고 있던 독자를 최초로 생각하고 글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선비        너무 소중한 분이시네요.

소영        SF를 좋아하긴 하는데 수준은 딱 일반인 수준이에요. (웃음) 평가를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에요. 일반인 수준으로 이야기를 하니까. 모르겠는 건 '나는 모르겄다' 이러고.

ida        그게 너무 좋아요. (웃음) 이게 무슨 뜻이야? 이러면 아, 어렵구나! 하고 다시 생각해 봐요. 그걸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셔서.

요즘의 ida 님 - [7인의 집행관]에 대하여

아프        요즘 근황은 어떻게 되세요?

ida        요즘은 아르바이트 끝나고 다시 [7인의 집행관] 붙잡았고요. 단편 의뢰가 남은 게 있어서 잠깐 끊고 단편 먼저 하고 장편을 해야 할 것 같고요. 그 다음에는 장편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퇴고 과정인데 그 퇴고가 오래 걸려요. 참 많이 고치고 있답니다. (웃음) 이번 여름에 강원도에 틀어박혀서 쓸 예정입니다. 연락하지 마세요.

소영        [7인의 집행관]도 엄밀히 말하면 의뢰라고…

ida        그건 아니에요. 제 투고였어요. 교보문고 연재는 좀 나중에 결정되었고… 이전에는 원래 글을 다 쓰기 전에는 내놓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연재 하고 나니까 역시 그 생각이 맞았던 것 같고.


▲교보문고에 연재될 당시의 이미지

선비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작가들이 흔히 그런 식으로도 많이 진행하잖아요. 의뢰를 받고 쓰는 와중에 연재하기도 하고. ida 님은 그렇게 진행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신 거잖아요?

ida        일단 마감이 생겨버리고, 마감이 생기면 글이 조급해지고… 어쨌든 회사에서 홍보를 하고 계획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제 글의 개요를 봐야 하고 중간 상태를 봐야 하고 결말을 알아야 하는 거예요. 제가 미숙한 걸 수도 있는데, 아직 퇴고가 끝나지 않은 작품을 남에게 보여준다는 건 설사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너무 힘들었어요. 아직 나지 않은 결말을 소설의 형태가 아닌 내 말로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어요. 게다가 그걸 연재까지 했어요. 연재하는 동안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것도 제가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하긴 했는데 자신이 너무 힘들어해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중단했죠.

선비        그럼 집필하는 도중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으시는 거죠?

ida        네. 제가 가볍게 보여줄 수 있는 선에서라면 몰라도 아직 내가 이 부분을 완성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보는 순간 그게 결정되어버리는 게 있어요. 0도 될 수 있고 1도 될 수 있었는데 1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었는데.

선비        변화할 수 있었는데, (독자에게) 보이는 순간 고정되어버린다는 거죠.

ida        물론 그 뒤에도 고칠 수는 있는데, 보지 않았을 때보다는 훨씬 고치는 게 힘들어요. 그리고 전 처음에 쓴 거랑 완전히 다르게 나가기도 하기 때문에, 지금 쓰는 장편은 제가 앞부분을 건드릴 수 없어요. 그게 너무 힘들어요. 마음이 안 돼요.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작가인가봐요.

소영        독자들이 그걸(이미 보여준 것을 다시 고치는 것을) 싫어하나요?

ida        아뇨. 설사 베타 버전이라 해도 이게 완성본인 것처럼 세상에 내놓았는데, 그걸 제가 다시 뜯어고친다는 게… 그래도 많이 고치긴 했어요. 온힘을 다해서. (웃음) 그래도 연재를 안했으면 이 작품이 훨씬 다양한 방향성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선비        연재해서 얻은 장점은 없으셨어요?

ida        연재를 해서 인기가 있었으면 장점이 있었을 텐데 그렇지는 않았거든요. (웃음) 엄청 묻혔거든요.

선비        그건 사실 ida 님 탓이 아니에요. 교보에 연재되던 공간 자체가 접근이 많이 힘들었고 읽기도 많이 힘들었어요.

아프        완결된 뒤에 보겠다는 사람도 많잖아요. 저도 그래서 안 봤는데.

ida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어들일 수 있는 게 필요한데.

소영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사람들이 본 게 아닌가 싶었는데요. 저는 일반인 수준이라 웹도 모르고 작가의 수준도 모르는데요. 저 같은 사람에게는 거기가 전혀 들어갈 수 없는 사이트에요. 이 쪽에 무식한 사람이거든요. SF도 모르고 출판업계도 모르는데 (ida 님이) 알려줘서 봤지, 아니면 있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접근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몇 명이 본 거에요.

선비        그 때는 또 그랬어요. 지금은 알라딘에서 연재하는 것도 많이 나오고 교보문고랑 예스24 등등에서 어떤 웹진의 형태로 소설을 연재할 수 있게 해주고 볼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있죠. 그 연결이 잘 되어 있기도 하고. ida 님이 연재할 당시에는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교보문고에서도 들어가기가 어려웠어요. 배너가 어디 잘 보이는데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소영        알라딘 연재는 알라딘 사이트 가면 처음에 확 플래시로 떠요. 읽기도 좋았고. 교보문고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몇 명 본 게 신기하구만 저는.

ida        놀랍게도 몇 명이 봤군요. (웃음)

선비        네. 저도 보면서 되게 즐거웠거든요. 독자의 입장에서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렸는데.

ida        어쨌든 완결을 해야죠. 그 때 연재를 계속했으면 나왔을 결말이 지금은 아니기도 하고. 제가 제 스타일을 몰랐던 것 같아요. 중간에 계약을 한 것도 내가 이걸 얼마나 힘들어할지 몰랐으니까 한 거고, 큰 경험 했으니까 이제 안하겠다고 한 거고.

선비        그건 좀 아쉽네요. 연재 중인 작품을 보는 건 독자의 큰 기쁨이잖아요.

ida        만약 연재를 한다면 작품을 다 쓴 다음에 하겠죠.

소영        못됐네. 다 써놓고 연재를 한다니 (웃음)

선비        그냥 출간을 하시죠. (웃음) 그러면 올해는 최소한 [7인의 집행관]이 나오죠? 이게 공식적으로는 ida 님 최초의 장편 소설이고요.



선비        어디서 나오는지는 결정되었나요?

ida        웅진에서 계약이 된 거니까……. 그냥 신경을 안 쓰고 있어요. 완결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선비        본격 장편 SF의 탄생?

이 장면에서 ida님과 추선비님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영문을 모르는 진행자와 소영님이 어리둥절해하자 이내 ida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ida        아, 이거 알아야 웃을 수 있는데. 아마 명훈님과 한 인터뷰에 이 이야기가 들어갈 거예요. 요즘 SF들이 국내 최초라고 자꾸 우기는 거예요. 본격 장편 국내 SF, 최초 하는 식으로 이상한 걸 많이 붙이는 거예요. 국내 SF는 태어나기만 하고 최초이기만 하고, 성장도 안하고 나이도 안 먹나.

선비        얼마 전에는 국내 최초의 SF 동화가 나왔어요. 그 얼마 전에는 국내 최초의 청소년 SF 소설이 나왔죠. 그리고 이번에 나온 [멀리 가는 이야기] 뒤에 실린 해설에 보면 본격 SF의 탄생이 또 해설로 실렸어요. 그런 의미에서 나온 농담인 건데 아무튼 최초의 장편인 거죠. 그래도 ida 님은 한국 SF의 전격 같은 분위기잖아요.

ida        이번에는 전격이에요? (웃음)

선비        네. 본격을 떠나 전격이에요. (웃음) 전격은 잘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나 전격을 할 수 있고, 남을 깔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본격은 다른 사람들을 깔보는 건데.

ida        그러네요. 출판사에도 앞으로 전격이라고 하라 해야겠어요.

선비        그 저작권 저한테 있어요. (일동 폭소)

바로 여기에서 인터뷰의 제목이 나왔습니다. 전격 SF 작가 김보영의 출현! (엄숙)

ida        사실 파격도 괜찮아요. 본격은 뭔가 원조를 주장하는 느낌이라서.

선비        파격은 배명훈 님에게 어울리는 거예요.

소영        파격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기대해요.

선비        맞아요. 맞아요.
        
ida 님의 SF관, 문학관



아프        SF도서관에서 이야기하실 때 게임시나리오와 판타지 소설 등의 장르 차이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었잖아요. 그 때 판타지장르 쪽에는 별 애착을 두지 않는다 하셔서, 혹시 SF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었어요.

ida        판타지는 제가 잘 몰라요. 판타지와 SF의 우열을 가리자는 게 아니라 그냥 잘 몰라요. 또 SF 전문가와 SF 작가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SF를 많이 알아야 SF를 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경향성이라고 해야 하나, SF라고 불릴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경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저도 몰라서요. SF에 대해 인터뷰하면서 생각해봐야 되요. (웃음) 그래야 나도 뭔가 정리가 되지 않을까.

아프        SF의 정의나, 이 작품이 SF인가는 작가가 아니라 독자가 결정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ida        독자에게 있는 것 같긴 하고, 어디에서 나오느냐의 여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알기로 순문학 쪽에서도 SF를 쓰시는 분이 몇 분 있는데, 그 분들이 SF로 분류되지 않는 건 팬들이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고 홍보 자체를 SF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하거든요. 그 분들이 이쪽에서 나왔으면 SF작가라고 불릴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 면도 있지만……. 당연히 문학을 많이 봐야 문학가가 되고 야구 경기를 많이 봐야 야구 선수가 되는 거고, 그림을 많이 봐야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책을 많이 읽어야 작가가 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거죠.



소영        작가님의 말씀을 끊어서 죄송한데, 저도 그 구분을 잘 모르겠거든요. 인터뷰 진행자께서는 SF에 대한 정의가 있으셔서 물으시지 않나 싶어요. SF가 뭐에요? 이런 거 물어보면 부적절할까요?

아프        아뇨. 부적절하진 않죠.

ida        SF의 정의는 전문가들도 많이 헷갈려 해요.

소영        (ida 님에게) 전에 테드 창 이야기해줬을 때 공감이 많이 가긴 했는데…

아프        저도 테드 창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해요.

ida        "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고민하는 게 SF다."

아프        사실 그건 굳이 SF가 아니라 하더라도 근대 소설 장르라면 다 마찬가지긴 한데요, SF의 경우는 '과학적 상상력'과 ‘경이감’이라는 요소가 개입된다는 게 다르지 않나 싶어요.

ida        과학적이지 않으면서도 SF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이 가끔 있어요. 의학이라던가. 의학은 과학인가요? 사회학이라던가.

아프        사회과학이라고 한다면 가능하겠죠. 이를테면 배명훈님의 [타워]도 자연과학적 지식은 별로 안 넣었잖아요. 정치학이라는 사회과학에 기반을 둔 소설을 쓴 거니까, 사회과학도 과학이라고 한다면 배명훈님의 소설이 SF라 불릴만 하겠지요.

선비        그렇지만 인류학은 나름 사회학과 인문학 사이에 걸쳐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르 귄의 소설을 인문학적 SF라고 하잖아요?

ida        그렇다면 인류학도 SF 안에 포함되는 게 아닐까요?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만 생각해보니까. 다른 행성의 생태와 인류학적인 문제를 다룬 소설이 SF로 분류되니까요.

소영        여기서는 과학이 뭔가가 중요해지는 건가요? 어떤 장르의 과학을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

ida        그러니까 제 작품이 SF로 받아들여졌던 건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배명훈님 소설이 정치학과 외교학적 지식에 근간한다면 제 소설은 심리학에 근간하거든요. 심리학의 많은 부분이 정말 과학적이에요. 그리고 어쩌면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보다 의학 쪽에 더 관계가 많은 학문이고요.

아프        사실 과학 소설이라고 할 때의 과학은 대부분이 물리학이나 천문학 같은 자연과학을 많이 생각하잖아요. 요즘 들어서는 그런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ida        그렇죠. 사실 그런 면도 있고요. 그보다 제 생각에는 물리학과 자연과학과 천문학을 소설에서 다루기엔 그 학문들이 너무 안드로메다로 가버렸어요. 아이작 아시모프나 아서 C. 클라크 시대만 하더라도 이 과학을 인간의 지성으로, 사유로, 철학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새로운 과학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데, 지금은 과학이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요. 오히려 그쪽보다는 사회과학이 중요해진 시대가 아닌가 해요. 물질과학은 너무 많이 발달했고, 정신과학 쪽은 그만큼 많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사유할 필요가 생기기도 했고요. 다만 그런 경향이 생겨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웃음) 많은 SF가 들어오는 건 아니라서. 그렇다고는 하더라고요.

아프        제가 공감했던 SF들은 대부분 그런 하드 SF보다는 다른 쪽의 SF가 더 많았거든요. 르 귄이나 엘리자베스 문이나.

ida        저희가 어렸을 때는 하드 SF에 많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클라크가 인공위성을 제일 먼저 이야기했을 때 인공위성이 나타나고, 달에 가는 풍경을 묘사할 때 달에 갈 수 있게 되고. 이런 게 사람들에게 인식의 전환과 경이감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했었고, 감탄했었고, 찬탄했었고.

아프        경이감이 중심이 되는 거죠?

ida        …라고 들었어요. 저도 잘 몰랐는데. (웃음) SF는 경이감이 중심이래요. 정소연 님이 그렇게 이야기하세요. 그래서 아 그렇구나.

아프        내가 이 작품을 읽음으로서 그 전에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세계관의 변화가 오는 순간의 느낌을 경이감이라고 하긴 하죠. 그게 꼭 SF만 가능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요. 그 감성을 SF 나름의 방식으로 추구할 때 SF라고 부를 수 있겠죠.

ida        사실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무엇이 SF냐가, 수학적으로 0과 1처럼 나뉘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매운 맛이라고 했을 때 어디부터가 어디까지가 매운맛이라고 할 것인가. 정말 매운 맛은 있지만. 불닭이 매운가, 신라면이 매운가, 너구리 라면이 매운가. (일동 폭소) 이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누군가에게는 매운 거고 누군가에게는 맵지 않은 거예요.

그 스펙트럼을 구분해서 한다고 한다면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도 애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판타지와 SF의 경계도 좀 더 애매할 수 없는 것이죠. 그 경계를 규정지으려는 사람들의 방식 자체가 경직된 거예요. 그러니까 원래 문학이 있었고, 그 문학을 분류하려는 의도에서 정의가 생겨났는데, 이 정의에 문학을 다시 짜 맞추려고 하니까 혼란이 생기는 거죠. SF가 추구하는 건 문학이겠죠? (웃음) 사실 좋은 SF가 뭐냐고 묻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SF는 좋은 문학일 테고요.

아프        작가에게 묻고자 한다면 당신이 SF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SF를 통해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야겠군요.

ida        문학을 통해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SF를 보고 자란 사람들은 SF를 쓴다는 감각이 분명히 있고, 그런 사람들은 계속 SF를 통해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저는 제가 쓰는 게 그냥 문학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굳이 SF여야 하는지는 정말 모르겠고. 좋은 SF라는 평가를 받으면 기분이 좋기야 하겠지만, 왜 SF여야 하나요? (웃음) (그래도) 저는 좋은 SF라는 건 굉장한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SF가 많지 않고, 좋은 SF가 되기 위한 조건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아프        그렇다면 ida 님께서는 소설을 통해서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너무 광범위한 질문인가요?

ida        묵비권. (웃음)

앗! 비겁하셔라. ^^;;
        


창작론에 대하여

아프        SF도서관 때 보니까 반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왜 이렇게 반전을 많이 썼느냐면서. 제가 지각해서 들어가니까 마침 그 이야기를 하고 계시던데, 거기에 대해 질문 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ida 님이 반전을 그렇게 많이 쓰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뭐가 반전이냐 싶었던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글의 전개를 다 눈치 채서 그랬다는 건 아니고…….

선비        저는 다 눈치 채셨다는 말로 알아들었어요. (웃음)

아프        그럴 리가 없죠. (웃음) 그랬다면야 거짓말이고요. ida 님이 반전 기법 특유의 충격감을 의도하신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ida        반전이 눈에 띄는 거겠죠? 반전의 순간에 독자의 시선이 집중되어서. 반전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수는 없어요. 이야기를 재밌게 하지. [식스센스]도 저는 반전에 대한 평가가 과장되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아프        저는 반전보다는 ‘낯설게 하기’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ida 님 소설에 나오는 소재가 아주 참신한 건 아니잖아요? 진부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ida        그렇군요. (웃음)

소영        이제 말 잘 선택하셔야 해요. (웃음)

아프        아 그게 아니라……. (일동 폭소)

이때 진행자가 급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주변에서 웃으며 많이 놀리셨다.

아프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를테면 청각이나 촉각, 수면처럼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것들이 없거나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그리잖아요.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요. 그게 ida 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경이감의 근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반전이라고 치부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ida        그렇군요. 수습이 좀 됐어요. (일동 폭소)

소영        참신하지 않다는 말에 기분이 나빴다가 이제 수습이 되었다는 거예요. (웃음)



아프        요즘은 사실 유사성에 대한 황당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터무니없는 걸 가지고 서로 닮았다고 하는 시대고요.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 배명훈님의 문체가 이영도의 문체와 비슷하다고 주장하시는 분을 보고 무척 황당해했던 적이 있어요. ida님의 경우는요?

ida        제가 처음 글 썼을 때에는 듀나가 가명 썼다는 말을 들었어요. 지금 보면 전혀 다른데, 그 당시에는 단편 SF를 쓰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거죠. 시간이 지나고 SF 작가가 늘어나니까 닮지 않은 면이 보이는 건데, 카테고리가 작을 때는 비슷하단 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서양에 한국사람 단 두 명이 지나가면 똑같아 보이는데, 10명쯤 가면 각각 구분되는 것처럼요.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동시대의 작가에게 영향을 받기가 그리 쉬운가 싶어요. 영향을 받았다면 사실 어린 시절에 받았던 영향이 커요 영향을 받으려면 ‘정말’ 좋아했던 작가여야 할 텐데, 지금 같이 활동하고 있는 작가에게 그러기가 쉽나요?

선비        확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내 스타일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 작품관이 비슷한 작가를 만난다면 거기에서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죠.

ida        저도 말하다 보니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여쭤봤어요. 죄송해요. (웃음)

선비        영향을 받을 수는 있을 듯하지만, 영향을 받은 경우가 얼마나 두드러지는가는 또 별도로 이야기해야 할 듯해요. 이영도나 듀나, 배명훈 님 ida 님 정도가 장르 쪽에서 두드러지는 작가군에 속하는데, 이 작가군에게서 영향을 받은 차세대 작가군이 나오고 있다는 건 별로 안보이거든요. 영향을 받는 작가지망생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작품을 내는 작가라면 그러기 어렵기 때문에… 듀나가 영향을 받은 작가라면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듀나의 영향을 받은 작가라면 이야기하기 어렵죠.

아프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가령 책 뒤에 실린 김상훈님 서평에서 듀나를 1세대 SF 작가라고 이야기했었는데, 과연 듀나를 다른 작가들과 세대가 다른 작가로 구분 짓는 게 가능한가 싶은 거죠.

한편으로는 참신함이라는 게 작가의 목표일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같은 소재라 해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고요. 예를 들면 {0과 1 사이}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이잖아요? 그랬다고 해서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나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에 연결지어버리고 끝내면 안 되죠. 같은 소재라고 해도 - 물론 그 세 작품들이 같은 소재를 썼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 그 소재를 통해 이야기하려 했던 게 전혀 달랐잖아요? 가령 커트 보네거트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신이 겪었던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죠. ida 님의 {0과 1 사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고요. 그런 메시지에 주목을 해야지 소재의 유사성을 따지는 게 주된 목표여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ida        {0과 1 사이}는 쓰고 나서 그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하고 많이 비슷하다고.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전개 방식이 비슷해요. 엄마가 딸에게 이야기하다가 사건이 나오고,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생각을 원형적으로 하는 이야기잖아요. 그 이야기가 비슷하다는 것을, 듣고 나니까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제가 이걸 두 버전으로 썼었어요. 하나는 쭉 대화체였고, 하나는 쭉 산문체였던 거예요. 대화체에는 사건이 없었고 산문체에는 설명이 안 들어간 거예요. 그걸 제가 나중에 교차해서 합쳤어요. 그걸 합쳤을 때는 생각 못했었는데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죠. 비슷하다고 하는데.

아프        저는 그게 주안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독자들이 잘못 보는 거라고 봐요.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야지, 읽고 나서 ‘이 작품은 내가 전에 읽었던 무엇과 비슷하다’라고 카테고리 짓는 게 무슨 의미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야 독서록 숫자 채우기밖에 안 되죠. 사실 저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보다는 {0과 1 사이}를 더 좋아해요. 제가 더 공감 가능한 이야기니까요. 제게는 제가 공감하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죠.

ida        괜찮아요. 무려 테드 창하고 비슷하다고 하는데.

아프        아니, 빈말이 아닌데……. 테드 창과는 차라리 작품을 많이 내지 않으시는 게 비슷한 거죠. (일동 폭소)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단편 해주세요.’

멀리 가는 이야기



아프        [멀리 가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한 권으로 묶으려 하셨던 거예요?

ida        예. 그 자체가 당시의 제 입장에서는 하나의 연작이었어요. 서로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웃음)

선비        아, 이어지는 느낌 나는데요.

소영        이어지는 느낌이 안나요?

ida        어, 그래요? 다행이다!

아프        SF도서관 모임 때 어떤 독자분이 "통합된 세계관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 하셨잖아요? 그게 아마 그런 것 때문 아니었을까요. 나름의 일관성은 있으니까.

ida        나름대로 모두 한국이고, 시간 순서예요. 원래 제가 하고 싶었던 건 한 권의 책을 쓰는 거였고, [멀리 가는 이야기]를 썼을 때만 하더라도 제가 한 권을 다 쓸 자신이 없었어요. 왜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없었어요. 그래서 단편 하나를 쓰고 끝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편집을 생각했고. 이 책은 이 한 권으로 끝났으면 좋겠고, 더 이상 뒤가 없을 것처럼 끝났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래서 제 마음대로 배치를 하게 해준 행책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일동 폭소) 수록 순서도 그렇고 책을 두 권으로 나눈 것도 그렇죠.

아프        [멀리 가는 이야기]를 그대로 놔두고…

ida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죠.

아프        후기에서 그런 글 봤었어요. ‘전 세대의 나 자신의 유작집인 셈이다.’라고 하셨죠.

ida        그런 느낌이 있어서 [멀리 가는 이야기]는 하나로 남겨두고 싶어요. [멀리 가는 이야기]는 사실 한 권으로 끝난 것인데, 출판을 하게 되었을 때 그 개념이 바뀌지 않았으면 싶었어요.

아프        작가 코멘터리는 왜 바꾸셨어요?

ida        작가 코멘터리는 제가… 뒤돌아서 보니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고… 겨우 2년 전인데 내가 많이 어렸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아프        좋은 거 아닌가요. 2년 동안 많이 발전했다고 하면.

ida        (웃음) 세상에 이미 나간 코멘터리를 어떻게 수습할 수가 없어요. 코멘터리가 감상을 제한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충분히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고, 오독할 수 있고 오독할 권리도 있는데. 제가 그걸 이렇게 쓴 거라고 이야기해버리면 그것밖에 안보이게 되잖아요.

아프        하긴, 독자 입장에서 작가의 코멘터리에 연연하게 되는 측면도 있죠. 새로 쓰신 코멘터리에는 이렇게 썼다 저렇게 썼다 하는 이야기는 별로 없고, 내가 당시 이런 걸 느꼈었다 하는 이야기가 많고요.

ida        네. 왜 썼는가, 이건 이래서 썼다하는 이야기를 쓰려 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역시 말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선비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거울에서 냈던 책의 코멘터리보다 이 쪽이 더… 이 단편은 이제 독자의 것이다-라며 내는 것 같은.

진화신화



선비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로 책이 두 권이 나왔잖아요. 저는 그 수록 순서가 굉장히 재밌었거든요.

ida        와, 감사합니다. 제가 많이 고민했어요. (웃음)

선비        저는 이 배치의 의도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배치의 의도를 물어보게 되면 답을 고정시키게 되잖아요?

ida        간단하게만 이야기하자면, [멀리 가는 야기]가 생각의 흐름에 따라 쓴 거라고 했잖아요? [진화신화]도 그 비슷하게 배치하려고 노력했는데… 생각의 흐름이 이어지도록. 앞에서 나왔던 개념이 다음 편에서 나오거나.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에서 잘 자라고 말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끝나거든요. 그 다음 편인 {몽중몽}은 "잘 잤어?" 하고 시작해요. 그리고 어느 정도는 쓴 순서대로 쓰려고 했고요. 그 순서 자체가 제 의식의 흐름이더라고요. 앞에서는 아직 서툴렀던 게 뒤에서는 정리가 된다거나.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ida        제가 여행하던 때에 고모가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의 감상을 이야기해주셨어요. 고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야기해주셨는데, 제가 생각도 못했던 방향의 해석이었어요. 고모의 생각에, “아, 아이들이 자라나는 대로…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간섭하지 말고 그 애가 원하는 방향으로 키우는 게 맞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저는 그 쪽으로는… 예. 어떤 의미에서 그게 나왔는지는 알겠는데 쓸 때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그건 그 분의 인생이 있고 경험이 있고 살아온 삶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걸 보신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내가 만약 이 작품에 대한 코멘터리를 어쩌고저쩌고 하며 달았으면 (고모가) 그걸 못 보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아프        독자의 입장 차이를 작가가 다 알 수 없으니까요.

ida        작가 아무리 자기의 전 경험을 통해 쓴다고 해도 독자 역시 자신의 전 경험을 통해 읽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진화신화} 끝에도 썼는데, 독자가 작가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죠.

땅 밑에



선비        ({땅 밑에} 후기의 맨 뒤 두 문단을 읽으며) 등산 이야기를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하신 거죠? 왜 그러냐면 후기의 맨 마지막 두 문단 사이에 어떤 비약이 숨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ida        그러니까 제가 {땅 밑에}는 등산 이야기가 되는데, 제가 원래 등산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거기 나오는 사람들은 등산에 목숨 건 사람들이고요. 단순히 산을 좋아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죽어도 산이 좋다, 산에서 죽고 싶다는 느낌을 제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에 대한 제 나름의 이해인 거죠. ‘죽음에 직면하는 것은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삶에 직면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진짜 등산가들이 이 문장을 보면 ‘그건 아닌데’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제가 받은 등산가의 느낌이었어요. 그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매 순간마다 죽음을 직면하는 거나 가까운데도 그 전체에서 삶의 의지와 강렬한 생명력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매 순간 죽음에 직면하는 것에는 공감할 수 없어도 매 순간 삶에 직면하는 건 공감할 수 있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썼었어요.

{땅 밑에}는 제가 쓰는 방식이 미숙했던 작품이 아닌가 해요. 추선비님과 첫 합평회 할 때도 원통형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어요. 제가 그 경이감을 초등학교 때 퍼스트 건담 제 1화를 보면서 느꼈어요. 퍼스트 건담 1화가 어떤 내용이냐면, 평범한 농장이에요. 그런데 로봇이 벽을 깨고 들어와요. 그러더니 구름이 가운데에 있고, 사람들 전체가 외벽에 사는 원통세계였던 거예요. 저는 그걸 보고……. (웃음) 이 때 이미 경이감을 느꼈어요. 우리가 계속 올라가려고만 하는 것은 머리 위에 우주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이런 세계에 산다면, 땅 아래를 동경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쓰고 나니까 사람들이 다 헷갈려 하더라고요. (웃음) 소영 언니가 ‘근데 이게 왜 이런 거야?’ 했을 때 ‘아 뭐가 잘못 되었구나’ (웃음) 합평회에 들고 갔을 때도 많이 질문하셨어요. 세계 구조가 어떻게 되느냐고.

아프        콜로니라는 말에서 그걸 짐작해낼 수 있는 사람은 건담을 본 사람이겠죠.

ida        원래 작품에서는 콜로니라는 말도 없었어요. 이번에 설명이 많이 들어간 거예요. 원래는 우주라는 말도 없었어요.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안 쓴 거예요. 제가 그 때 웃겼던 게, 크로스로드에 보냈던 거잖아요. 그런데 박사님들끼리 주고받던 메일이 제게 잘못 왔어요. 박사님들끼리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묻는 메일이 제게 온 거에요. (일동 폭소) 박사님 메일에 ‘이게 내 생각에는 행성이 있는데 그 행성의 지하에 사는 것 같다. 그런데 그 행성이 인공구조물일 것이다.’ 그렇게 메일을 보내신 게 제게 온 거에요. 제게 온 메일인줄 알고 답장을 보냈더니 ‘미안하다. 우리끼리 보내던 메일이다.’ 하고 답장이 왔어요.

선비        잘못 누르셨군요. (웃음)

ida        많이 고민을 했어요. 작품에서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하는지.

선비        예전에 필진 합평회에서도 ida 님이 침묵을 지키시는 가운데 굉장히 격론이 오갔어요. 이 소재가 둥그런 거다, 아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내려갈 수 있냐 뭐 이런 식으로 격론이 오갔던 걸로 기억해요. 저도 굉장히 혼란을 겪었었고.

ida        과학적으로 잘못 그리긴 했어요. 내려가는 시간이 길어요. 실제 {땅 밑에}에서 가정한 크기의 콜로니라면 이렇게 오래 걸릴 수가 없어요. 제가 그걸 무마시키기 위해 길이 고불고불하다, 옆으로 가기도 한다, 이런 식의 설명을 하기도 했죠. 길이 수평으로 났다고 하기도 하고. (웃음) 사실은 더 빨리 내려갔어야 해요.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이 세계에 대해 혼란을 겪었으리라고 생각해요.

거울애

ida        {거울애} 쓸 때는 분명히 서툰 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몽중몽}도 그렇고. 그걸 보고 {0과 1 사이}를 보니까……. 중간에 시위 장면에서……. {거울애}에 시위 장면이 나와요. 그건 제가 대학 시절에 봤던 시위였거든요. {거울애}와 {0과 1 사이} 사이에 정권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0과 1 사이}를 쓸 때는 제가 촛불 시위를 본 다음이에요. 시위라는 관념이 완전히 바뀐 거예요. 시위에서 봤던 파멸적 느낌이 사라지고 축제가 된 거죠.

선비        그렇죠. 사람들이 치킨 시켜먹으면서…

ida        네. 치킨 시켜먹으면서 춤추면서 놀면서 축제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그건 제가 {거울애}를 여기에 실으면서 당혹스러웠던 점이기도 해요. 이 책이 2010년에 나오지만 {거울애}는 2005년쯤의 감성인 거예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서 남기긴 했는데… 원래 {거울애}는 더 뒤에 넣으려 했는데 그래서 앞으로 뺐어요.

선비        이 순서가 맞는 것 같아요.

0과 1 사이

아프        {0과 1 사이}은 청소년 소설로 생각하지 않고 쓰신 건가요?

선비        (아프락사스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아프        딱 그 맘 때 애들이 고민할만한 문제를 다루니까요. 기성세대와의 갈등이라거나. 작중에 나오는 수애가 두 명이잖아요? 큰 수애, 작은 수애. 어린 독자들은 어린 수애에게 더 감정 이입을 하겠죠. 30대 이상의 독자들은 아무래도 큰 수애 쪽에 공감이 많이 갈 테고요.

ida        저도 SF도서관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한번 생각을 해봤어요. '어? 청소년 소설이 된단 말인가!'

아프        예전에 창비에서 청소년 SF 단편집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가 나왔었잖아요? 그 책에 {0과 1 사이}가 들어갔으면 정말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했었죠.

ida        죄송합니다. 늦어서. (웃음)

선비        그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한국사회에서 30대가 되더라도 안고 가는 문제 아닌가요. 이미 자랐다 하더라도, 설사 내가 4,50대가 되어 기성세대로 편입되었다 하더라도 1,20대 때 겪었던 그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내 안에 남은 게 분명하고, 그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당시로 돌아가서 부모님과 해결을 하거나, 혹은 선생님 등으로 대변되는 기성세대와 어떻게 해결을 짓지 않는 한, 현재 내면에서 스스로 정리를 할 수 있을 뿐이지 그 갈등 자체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청소년 소설로서 받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ida        역시 코멘터리는 쓰면 안 돼. (웃음) 멋있잖아요 선비님 해석이. (더 큰 웃음)

선비        제가 원래 해석을 멋있게 해요. (웃음)

소영        저는 이 {0과 1 사이}를 청소년 소설로 읽을 생각을 전혀 안했는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어요. 저는 양육 문제가 엄마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를 많이 봐서 그럴까요. 치료 받는 애들 중에 그런 사례가 워낙 많으니까. 그런 식으로는 전혀 생각을 안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어요. 부모님들은 아마 이 작품 안 읽힐 거예요. 애들한테. (일동 폭소) 내가 강남 아줌마들 많이 아는데 그 작품 별로 안 좋아할 거예요. '현실을 몰라, 현실을!' 이러겠죠.

ida        그러면 당장에 폐기. 항의 신청 들어오고 이 책 폐기하세요, 이러고. (웃음)


▲중간에 들르셨던 정소연님이 주고 가신 핸드메이드 쿠키. 맛있었다!

선비        그런데 {0과 1 사이} 보면서 그게 좀 가슴에 아팠어요. ida 님의 학창 시절과 지금 애들이 겪는 시절이 요만큼도 달라지지 않고, 애들의 현실 세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게 너무 격하게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어요.

ida        저까지가 마지막일 줄 알았어요. (소영님을 향해) 우리 때쯤에는 교육열이 줄어든다는 느낌이 있지 않았나요? 이건 아니다 고쳐보자 하는 자정이 생겨났는데… 거기서 오히려 역주행을 한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지금쯤이면 좋아졌겠지 하고 갑자기 세상을 보니까, 아닌 거예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싶은 거죠.

아프        서태지가 교실 이데아 부르고 할 때는 그래도 뭔가 바뀔 것 같았죠. 외환위기의 영향이 클까요?

ida        그럴 수도 있겠죠.

아프        요즘 드는 생각이… 외환위기가 97년 말에 터졌어요. 98년에 초등학교를 들어간 아이들은 외환위기 이전의 학교를 몰라요. 경쟁을 강요하고 생존을 가장 큰 목표로 들이미는 집단에서밖에 살아보지 않은 거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지금 대학교 신입생이에요. 이 아이들의 세계관이라는 게 과연 어떤 걸까 싶은 거죠.

ida        그래도 그나마 지금 대학생은 좀 다르다고… 이명박 시기를 겪어서. (웃음) 약간은 다르다고 들었어요.

아프        양극화 현상을 겪는 게 아닐까 해요. 깨인 학생은 깨어 있는데, 그렇지 않은 학생은 점차 개성도 목표도 잃어가는 거죠. 제 후배들에게 물어봐도 평범하게 살아왔다는 애들이 정말 많아요. 인생에 뚜렷한 굴곡이 없이, 개성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거죠. 그런 삶을 강요당한 측면도 있을 테고. 그런 아이들에게는 {0과 1 사이} 같은 단편이 꽤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겠죠.

ida        다시 한 번 청소년 소설을 고민해 봐야겠네요.

아프        그런데 정작 독자를 상정하고 쓰는 글은 잘 쓰지 못하신다면서요?

ida        예. 상정하고 쓰지는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0과 1 사이}는 그 이야기를 언젠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0과 1 사이를} 쓸 때만 해도 제가 자신에게 되게 놀랐던 게, 내가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었구나……. (웃음) 15년 만에 고등학교 일기를 쳐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제가 지금도 쓸 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좀 더 나이를 먹고 성장하고 내가 그 시대를, 고등학교 시절 전체를 내 눈으로 해석할 수 있고 내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분명히 다시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가 제 많은 점의 근원이라고 생각해요.

아프        이야기함으로서 치유되는 과거/상처라는 것도 있는 법이죠.

ida        치유하고 싶지 않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제가 갖고 가고 그것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요.

선비        그런데 그게 원래 작가의 본분이겠죠.

ida        그런가요? 그렇군요. (웃음)

선비        왜냐면 자기가 속한 시대를 자기가 말하는 거야말로 원래 소설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 아닌가… 작가도 사람이고 그 시대에 종속된 만큼 최선을 다해서 그 시대에서 할 수 있는 말을 다 하고 그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소설로 말하는 게 소설가의 임무라는 거죠.

ida        그렇지 않으면 문학과 예술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무리 SF고 판타지라고 해도. 흔히 말하는 양판소라고 해도 이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생들이 그런 판타지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만큼 출구가 없기 때문에 필요한 거고 모든 것들이 이 시대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SF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현실을 벗어나는 상상력, 우주적인 상상력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건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현실에 근간을 두지 않고 어떻게 상상력이 나올 수 있으며……. (웃음) 세상을 쳐다보지 않고 어떻게 밖으로 나갈 수 있으며. 의도했건 안했건 그럴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세상을 세상 그대로 일어나는 걸 사진 찍듯이 쓰는 건 오히려 더 고민 없이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프        단순히 현실을 모사하기만 한 소설이라면 필요가 없죠. 굳이 소설을 안 봐도 이미 현실에서 느끼는데.

노인과 소년

선비        {노인과 소년}이 맨 끝으로 갔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스스로가 내린 어떤 결론을 끌어낸다는 느낌이 강해요. 우화적 성격도 강하고. {진화신화}부터 시작해서 이때까지 전개된 것과는 달리 {노인과 소년}은 우화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좀 이질적이라고 느꼈는데.

ida        타로 소설이라 그렇기도 하고요. 타로 자체가 중세적이고 서양적이고 우화적이며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어요.

앞으로의 ida 님

선비        그러면 올해 생각하시는 작품 나오는 게 어느 정도 되는 거예요? 일단 [7인의 집행관] 다음은 어떻게 되나요?

ida        [7인의 집행관] 이후로는 아무것도 안 잡혀 있어요. 단편은 작년에 받은 의뢰라서요. 사실 작년에 냈던 작품은 재작년에 받았던 의뢰였고. (웃음)

선비        그 뒤로는 뭔가 의뢰를 받으신 게 없으시고요?

ida        제가 올해는 의뢰를 안 받았어요. 사실 많이 들어오진 않아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웃음) 한해에 두 개 정도 들어오는데, 제가 두 개를 받으면 일 년이 지나요. 그걸 안 받은 거고. 그래서 좀 의뢰 없이 내가 뭘 쓰고 싶은가를 생각하고서 쓰고 싶어요. 의뢰가 아무리 주제 없이 들어온다고 해도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하는 건 있죠. 분량이라던가.

아프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의뢰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해 오신 건가요?

ida        네. [멀리 가는 이야기] 이후로 쓴 단편들은 {몽중몽}을 제외하고는 전부 의뢰작이었어요. 제가 의뢰를 치우기도 급급해서… (웃음) 느려서요. 제가 작품을 쓰고 있으면 항상 다음 의뢰가 있었어요.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제가 일 년에 의뢰 두개도 잘 처리 못해요. 세 개 들어오면 빠듯하고.

아프        아, 그러면 단편 실리는 지면이 결정되어 있는 거죠?

ida        네. 지금 거울에서 추진 중인 그…

아프        아.

거울에서 비밀리에(아니, 이제는 공개리에?) 진행 중인 기획물. 올해 나옵니다! 개봉 박두!

선비        어쨌든 올해는 ida 님의 장편과 단편을 하나씩 볼 수 있겠네요.

ida        네. 그건 확정인 거고 그 뒤는 아직 생각을 안 하고 있어요.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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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블 10.06.26 01:49 댓글 수정 삭제
    인터뷰 매우 잘 봤습니다. 참가 할수있었으면 더 좋았을것같아요. 읽으면서 혼자 끄덕끄덕 거린부분이 참 많네요. ida님 작품의 매력중 하나가 '낯설게하기' 라는 말에 참 많이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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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10.06.26 07:46 댓글 수정 삭제
    보다보니 땅밑에 스포일러가 있군요. 안 보신 분들은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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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로 10.06.26 08:21 댓글 수정 삭제
    중간에 들렀던 정소연님이 주고 가신 핸드메이드 쿠키는 어쩐지 책처럼 생겼군요! (흐흐)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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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 10.06.26 08:53 댓글 수정 삭제
    재미있게 잘 읽었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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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6.26 11:09 댓글 수정 삭제
    음...쿠키가 책 쿠키가 아니라면 아마도 쿠키 부분 사진이 잘못 나온...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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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랑 10.06.26 11:25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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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rror 10.06.26 12:28 댓글 수정 삭제
    마지막 사진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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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금할 이야기가 많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성장할 줄 아는 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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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10.09.29 15:30 댓글 수정 삭제
    버블 : 끄덕거릴 부분이 많았나요 ^^;
    파인로 : 감사합니다.
    AS : 언제나 재밌게 ^^
    쓺 : 사진 수정! 아, 쿠키 환상의 맛이었어요.
    정세랑 : >ㅂ</
    아케트라브 : ... 뭐, 뭐, 뭐가 뜨끔한 걸까요. 아니, 패...팬이면 감사하지 성장할 것까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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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ida 특집 기획 ② 전격 SF 작가 김보영님을 만나다9 2010.06.26
대담 ida 특집 기획 ③ “어쩐지 통통 튀어야만 할 것 같은” SF 대담8 2010.06.26
기획 ida 특집 기획 ⑥ 독자가 말하는 최고의 단편2 2010.06.26
기획 ida 특집 기획 ⑦ 거울을 만난 날13 2010.06.26
그림이 있는 벽 서리가 말하기를3 2010.06.26
대담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자 배명훈님을 만나다4 2010.05.29
대담 김은경 인터뷰: 그의 여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16 2010.05.29
대담 보라 특집 기획 ① 책팔이소녀 보라님을 만나다4 2010.05.01
기획 보라 특집 기획 ② 보라 세계를 여행하는 배낭족을 위한 안내서 2010.05.01
거울 보라 특집 기획 ③ 경계작가로서의 글쓰기 2010.05.01
그림이 있는 벽 작가의 고양이 ③ 가릉이는 가릉가릉 - 가연 - 본문 삭제 -2 2010.05.01
그림이 있는 벽 작가의 고양이 ② 아치 이야기 - Bluewind - 본문삭제 - 2010.03.27
그림이 있는 벽 작가의 고양이 ① 눈 고양이 연이 - 가연 - 본문 삭제 -1 2010.01.30
대담 종이책 6년 만들기 #1, 숙제보단 축제처럼 넘긴 거울의 비결 2010.01.30
대담 종이책 6년 만들기 #2, 숙제보단 축제처럼 넘긴 거울의 비결5 2010.01.30
기획 환상문학의 에로틱한 난교파티를 찾아서12 2010.01.29
기획 미러클을 소개합니다1 2010.01.29
이벤트 거울 필진 선정 2009년의 책 (국내소설) 2009.12.27
이벤트 거울 필진 선정 2009년의 책 (해외소설) 2009.12.27
이벤트 거울 필진 선정 2009년의 책 (비소설) 200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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