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2023년 1월에 신조하 작가님께서 거울 필진으로 합류하셨습니다. 신조하 작가님은 SF 단편 앤솔로지인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에 인공 뇌를 삽입한 변호사가 등장하는 「인간의 대리인」이라는 작품으로 참여하셨으며 이 작품으로 2022년 SF어워드 중단편 우수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작가님에 대해 알아보는 신규 필진 인터뷰입니다.

 

1. 독자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규 필진으로 합류하게 된 신조하입니다!!!!! 거울의 오랜 독자로서 정말 영광스럽고 기쁘고 떨리고 그렇습니다.

2. 주로 관심 갖는 장르는 무엇인가요? 그 장르의 매력도 함께 알려주세요.

주로 관심 갖는 장르는 사변 소설 장르입니다. 저보다도 다들 잘 아실 것 같은데, Speculative Fiction으로 Science Fiction의 한 갈래? 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하드 SF보다는 소프트 SF, 판타지 그리고 그 둘을 섞어놓은 그 무언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SF가 아닌 사변 소설 장르에 관심이 있고, 해당 장르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3. 평소 소설 소재는 어떻게 찾으시나요?

아무래도 책을 읽으면서 소재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소설보다도 논픽션 책들을 읽을 때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배우면서 ‘이런 것도 좋은 소설의 소재가 되겠다’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소프라노 죽이기’는 제 과거 경험에서 소재를 얻었습니다. 실제로 외계인들을 만난 것은 아니고, 초등학교(제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죠...) 시절 바로 전날까지 팔짱을 끼고 함께 다녔던 가장 친한 친구가 다음날 돌변해 졸업할 때까지 저를 아는 체도 하지 않은 것이죠. 그 원인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데, 어느 날 그 생각이 나면서 ‘도대체 왜 그랬을까’를 놓지 못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그 이야기에 살을 붙이면서 이 단편이 완성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그때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궁금합니다.

4.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이미 매우 유명하지만 존 스칼지 님의 ‘상호의존성단 시리즈’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국내 작가님 중 이성탄 작가님의 ‘단 한 명의 조문객’입니다. 이미 유명한 책들만 추천해 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최근에 읽어서... ‘상호의존성단 시리즈’는 존 스칼지 작가님의 입담과 빠른 전개, 매력적인 인물들로 꽉 차 있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 소설’이라는 새로운 소설 장르를 소개해 주면서도 서사의 아름다움과 스토리 자체의 감동과 충격을 함께 안겨주는 소설입니다. ‘단 한 명의 조문객’은 추리/스릴러/SF 요소가 모두 들어있음에도 서늘한 현실감과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주는, 국내 장르소설 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때마다 다시 읽는 소설입니다.

5. 작가님이 쓰신 소설 중에 애착이 가는 소설 알려주세요. 이유도 간단히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소설 쓴 게 많지 않아서(헤헷;;) 민망하지만 역시나 거울에서 우수 독자 단편으로 뽑아주신 ‘소프라노 죽이기’가 제일 애착이 갑니다. 인간의 대리인에 이어 두 번째로 써본 단편이기도 하고, 과연 제가 (직업적으로 잘 쓸 수 있는) 법정 관련 이야기가 아닌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쓴 작품인데, 거울에서 우수 단편으로 뽑아주셔서 앞으로도 그럼 이야기를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거울 감사합니다 m(_ _)m)

 

변호사이시면서 열심히 소설도 쓰고 계십니다. 어쩌면 변호사와 소설가는 비슷한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두 직업 모두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고 논리적인 주장을 구축해서 상대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변호사는 판사나 배심원을 설득해야 하고 소설가는 독자들을 끌어들여야 하니까요.

6. 변호사로서의 경험이 소설을 쓸 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변호사의 자아와 소설가의 자아가 분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의식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무의식적인 영향은 서로 주고받겠죠? 저는 현재 송무 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아서 특정한 사건이나 인물들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긴 한데, 아무래도 판례를 보는 일이 잦고, 여러 인간 군상들을 마주하다 보니 소설에서 사람에 대한 약간의 냉소와 자조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지인이 제 소설을 보더니 ‘주인공이 왜 이렇게 자조적이야?!’ 하며 놀라더군요. 저는 순수 ENFP 인간으로, 제가 그려내는 캐릭터도 (저처럼) 밝고 맑고 긍정적일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7. 변호사로서 필요한 일들을 하다가 소설 쓰기로 전환할 때 직면하는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현실적인 어려움은 역할을 전환할 때 몰입을 위한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다 보니 시간이 늘 부족하여 만성적 조급증에 시달린다는 점입니다. 또한 법조문 적용을 위해 사실관계를 끊임없이 건조하게 탈색해야 하는 업무를 하다가 소설을 쓰면 감정적인 폭발이 필요하거나 섬세한 감정선이 이어져야 하는 부분에서 둔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소설 작업이 한없이 늘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이래서 마감이 늦는 거라고 변명하고 싶습니다아아 흐흑).

8. 소설을 쓸 때 변호사로서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요? 변호사로 활동할 때 작가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서로서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도움을 양쪽으로부터 받는 것 같습니다. 소설이라는 프레임 밖에도, 변호사라는 업무 프레임 밖에도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문화와 지식은 광오하며, 따라서 내가 쓰는 소설, 내가 작성하는 서면 이 하나로 모든 것을 파악한 양 굴면 안 된다는 걸 배웁니다.
변호사가 자신이 업무적으로 경험한 사건이나 겪은 인물들을 오로지 자신의 소설만을 위한 소재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소재 영향은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9. 변호사와 소설가. 각각의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변호사와 소설가가 본질적으로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갈고닦은 언어로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 말입니다. 변호사의 경우에는 그 전달 대상이 한정되어 있고 그 대상이 원하는 것이 좁고 명확하다는 점이 다릅니다. 소설가는 대중에게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전달 대상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가 힘듭니다. 또 변호사들은 많은 부분 자신이 전달해야 하는 이야기가 직업상 돈에 얽매인 경우가 많죠. 그런 측면에서는 소설가는 누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지에 있어 더 큰 자유와 책임이 있습니다. 가상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결국에는 내 이야기, 또는 내 주변 아니면 이 사회와 세계에서 살아가는 그 누군가의 이야기이니까요. 그러므로 거창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변호사나 소설가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적 판례도 알아야 하고 담당 분야의 흐름을 늘 최신 상태로 유지해야 하면서 동시에 소설가로서 자신이 만드는 이야기에 대해 항상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엄청난 열정을 갖고 쉼 없이 달려오셨을 테지만, 그래도 가끔은 고단하실 것도 같습니다.

10. 평소에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사실 제가 다섯 살짜리 아이도 키우고 있어서 사실상 세 개의 일을 동시에 돌리고 있습니다. 이게 신기한 게, 역할이 많으면 그만큼 스트레스가 쌓이는 부분도 있지만 각각의 역할이 다른 역할의 숨 쉴 구멍이 되는 부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나에게는 소설이 있다’로 도망가고, 소설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나는 회사 업무를 해야 한다’로 도망을 갈 수 있습니다. 회사도 소설도 다 싫을 때에는 ‘잘 하는 건 없지만 아이라도 열심히 키우자’라고(...) 그때마다 스트레스에서 회피하는 편입니다. 결국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로부터 도망가는 비겁한 행태이지만, 저 스스로가 그렇게 강인한 인간이 아니다 보니 이런 식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이 방법의 단점이라면, 결국 세 가지 일 중에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게 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11. 이 이야기만큼은 언젠가 꼭 소설로 쓰고 싶다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알려주세요.

제 꿈은 언젠가 스페이스 오페라를 쓰는 건데요, (참고로 저는 스타트렉과 스타워즈 모두를 좋아하는 황희정승주의자입니다.) 인간이 우주에서 유일한 지성체가 아닌 우주적 세계관에서 누구보다도 인간적이고 독특한 능력이 있는 인물들의 유쾌하지만 통찰력 있는 활극(...)을 써보고 싶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의 궁극적인 꿈이고 현재로서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쓰더라도 아마 20년 정도 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12. 끝으로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앞으로도 딱 천 년만 더 운영해 주세요!!!!!!!!!!

 

댓글 3
  • 아이 23.03.14 22:16 댓글

    신조하 작가님과 직접 대면하여 인터뷰를 진행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대면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면 뭔가 테이블 분위기가 굉장히 소란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인터뷰였습니다.; 오랫동안 건필하시기를 바랍니다.^^

  • 아이님께
    No Profile
    신조하 23.03.15 11:43 댓글

    아이 작가님! 감사합니다!!! 저의 소란스러움을 눈치채셨군요...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아아아아 :ㅇ

  • 위수림 23.03.19 18:21 댓글

    소프라노 죽이기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심장 뛰는 이야기…신조하 작가님 글을 오래 보고 싶어요.

Prev 1 2 3 4 5 6 7 8 9 10 ... 25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