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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에 강엄고아 작가님께서 거울 필진으로 합류하셨습니다. 강엄고아 작가님은 2020년부터 창작 게시판에 단편을 올려주셨으며 「임여사의 수명 연장기」(2020년 1분기), 「배터리를 교체해주세요.」(2021년 1분기)로 독자우수단편 분기 우수작에 2회 선정되며 필력을 인정받으셨습니다. 강엄고아 작가님에 대해 알아보는 신규 필진 인터뷰입니다.

 

1. 독자들께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강엄고아입니다.

이번에 새로 거울 필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판타지 소설을 씁니다. 가끔 단편을 쓰고, 지금은 두 번째 장편을 연재 중입니다. (안타깝게도 거울에 장편 올리는 곳이 없어서 타 플랫폼에 올리고 있습니다.)

2. 필명이 ‘강엄고아’이신데요. 강엄고아가 무슨 뜻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강아지 엄마, 고양이 아들입니다.

아이가 딱 핸드폰 크기만 한 새끼 고양이를 주워 왔는데, 이 녀석이 한쪽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비실비실한 게 죽을 것만 같았어요. 그걸 저희 개가 자기 젖 물리고 열심히 핥아주면서 잘 키웠습니다. 지금은 그 고양이가 4년째 잘 살고 있고, 건강 빼면 시체랍니다. 개가 30kg이 넘는 대형견이라 ‘개엄고아’라고 해야 하나, 아주 잠깐 고민했다가, 아무리 커도 저희 가족에겐 강아지만큼 귀여우므로 ‘강엄고아’로 정했습니다. ^^

3. 어떻게 거울에 대해 알게 되셨나요? 또 거울 필진으로 활동하려고 결심한 계기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트위터를 이용하는데요. 팔로우하는 곽재식 작가님이 글을 올리실 때마다 트위터에 광고하신 링크가 항상 거울이었어요. 곽재식 작가님의 영업(?)으로 거울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울 필진으로 활동하려고 결심한 계기 같은 건 없어요. 이렇다 할 출간작도 없는 글쓰기 초보자인 제가 필진이 된다는 자체가 그냥 영광이잖아요. 계기 같은 게 따로 필요한 일이 아니었어요. 다만, 제 상황 때문에 제대로 필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몰라 망설일 때, 제가 활동 중인 작가연합 백화제방 작가님들이 응원해 주셔서 결심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4. 언제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고,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으로 창작한 소설 내용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만화가는 사실 먹고살기 힘든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취직 잘 되는 학과에 진학했는데, 졸업하고 보니 전공과 상관없는 3D 애니메이터가 되었어요. 아무리 취직이 잘 돼도 하고 싶은 게 따로 있으니까 전공대로 못 가겠더라고요.

머릿속에선 늘 이야기가 떠올라 항상 공상을 했어요. 그 공상들을 만화 대신 글로 옮기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사는 게 참 빡빡하다 보니 다른 작가님들이 대가의 위치에 오를 나이에 저는 첫 작품을 올렸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죠. 글쓰기를 배우기는커녕 책과 거리두기하면서 살던 제가 처음으로 쓴 글이 무려 90편짜리 로맨스물이었습니다. 있어 보이게 얘기하자면, 누구나 마음속에 꼭꼭 숨기고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 남이 제발 건들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요. 사람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그것을 꼭꼭 싸서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종이처럼 얇게 만든 유리로 싸여 있어서 살짝만 건드려도 깨져버리고 상처를 입어요. 제 글의 여주인공은 언제나 노력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결국엔 초라한 사람이에요. 저를 비롯해서 ‘나는 왜 되는 일이 없을까?’ 하는 분들 많잖아요. 여주인공도 그런 사람이었는데, 나는 열심히 살았으니까 괜찮다는 말로 자위하며 정신 승리하고 버티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이 그 부분을 깨뜨린 거죠.

여주뿐만 아니라 남주도, 주요 조연들도 다들 마음속에 유리로 만든 종이로 싸서 숨겨 놓은 것들이 있어요. 유리종이가 깨지는 순간 나는 많이 아프지만,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요. 드러난 내 치부를 감싸주고 어루만져 주는 주변 인물들이 있고, 나 또한 그들의 아픈 부분을 보듬어줄 수 있게 돼요.

이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있어 보이게 설명한 거고요, 가볍고 쉽게 로맨스 웹소 식으로 설명하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되는 일이 없는 여주가 있어요.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힘으로 일어서보려고 고집부리는 이 여주를 잘 나가는 한류스타 남주가 뒷바라지해 주고 싶어서 안달 난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유리종이’예요.

그런데 연재 끝난 후에 인터넷에서 유리종이를 찾으니까 사포(샌드페이퍼)의 다른 이름이라고 나오더라고요. 나는 사포 이야기를 무려 90편이나 쓴 것인가 하고 웃었어요.

5. 소설을 창작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재미죠. 그런데 ‘재미’는 어느 작가분이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 아닌가요? 저는 스토리도 재미있어야 하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문체도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스토리가 재미있어도 문체가 재미없으면 읽다가 지쳐요. 작가가 문장을 재미있게 썼는데, 읽다 보니 스토리가 뻔하다 싶으면 또 책을 덮게 되고요. 스토리와 문체를 조화롭게 재미있게 쓰려고 항상 고민합니다. 그러다 보니 무게 있는 내용인데 너무 가볍게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많이 해요. 그걸 극복하는 게 가장 큰 숙제입니다.

6. 주로 관심 갖는 장르는 무엇인가요? 작가님이 그 장르에 매료되는 이유와 그 장르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판타지를 좋아해요. 용과 마법이 난무하는 세상을 좋아해요.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남이 만든 그런 세상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책속에서라도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욕망이 있나 싶기도 해요.

7. 작가님을 화나게 하는 것과 행복하게 하는 것을 하나씩 꼽아본다면 각각 무엇인가요?

이기적인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납니다. 자기 욕심만 챙기고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도 이기주의고, 기분 나빠서 화풀이로 약자(노인, 어린이, 여자, 동물)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악플을 다는 행위도 자기 기분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거라고 봐요.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시면 잔인한데요. 로또라도 맞으면 크게 행복할 것 같지만, 제 삶에는 그렇게 크게 행복한 일은 없거든요. 소소하게 생각해 보자면 아침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마시는 모닝커피, 목욕시킨 지 일주일 내의 까미(개입니다) 털, 팔푼이 같은 치즈(고양이입니다)의 행동들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요.

8. 요즘 갖는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일상적인 것도 좋고 사회 문제도 좋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는 ‘코로나’가 제일 큰 관심사입니다. 제발 저희집 급식쟁이(?)들이 매일 학교 가서 급식을 먹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재택근무를 하는데, 매일 아이들 메뉴 걱정하고, 일하다 말고 요리해서 먹이고 치우는 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학교가 다르니 점심시간도 달라요.

9. 올해에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연재하는 판타지물이 있는데요, 초고를 완결 짓는 게 목표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제 첫 장편은 90회 분량을 다 쓰고 나서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1부만 끝난 상태에서 연재를 시작했어요. 완결까지 쓰려고 했는데, 코로나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졌는지 ‘벽 보고 쓰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1부 약 40회 분량만 마치고 연재라는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제 계획은 3부작인데, 나머지 2부와 3부 초고를 올해 안에 꼭 마치는 게 목표입니다.

10.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장다혜 작가님의 『탄금 : 금을 삼키다』가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어요. 처음에 미리보기만 봤을 땐 스토리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그 유려한 문체가 좋아서 구매했어요.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점점 빠져들더라고요. 게다가 후반 반전을 보고는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치고 싶었어요. 조선 시대가 배경인 미스터리 스릴러물입니다.

11. 작가님이 쓰신 소설 중에 애착이 가는 소설 알려주세요. 이유도 간단히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직 작품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애착이라면 아무래도 첫 번째 작품이죠. 지금도 미숙하지만 더 미숙할 때, 겁도 없이 장편을 시작해 쓰느라 잠도 못 자고, 고민도 정말 많이 해서 썼거든요. 그래도 역시 미숙해서 영원히 어른이 못 되고 어린아이로 남아있을 자식 같아서 눈에 밟혀요. 하지만 미숙한데 길어서(무려 90편) 한번 읽어보시라는 말씀은 못 하겠고요.

정말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용의 아이’에 쓸 생각입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을 쓰면서도 늘 머리 한구석에서 고민하고 있는 글입니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에피소드 하나씩 써서 중단편으로 올릴 건데요, 아직 두 편밖에 없어요. 거울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일제 때 해수구제사업(害獸驅除事業)이라는 명목으로 호랑이, 표범과 함께 멸종한 줄 알았던 용이 숨어 살면서 부모 잃은 인간 아이를 주워다 키웠는데, 이 아이가 커서 경찰이 됐어요. 시골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우리 주변 가까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만나고 해결하는 이야기예요.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글의 소개 겸 부모님께 잘하자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어느 분이 그러시데요. 이 소설은 아들(주인공 용 경장)이 부모를 자주 찾아보지 않자 아버지(용)가 아들 만나려고 크게 사고치는(어린이 유괴) 이야기라고요.

두 번째 에피소드는 부제가 안식(安息)인데, 호러 형식을 가미해서 가정(여성) 폭력을 다뤘습니다. 무거운 문제들이지만 제 문체가 워낙 유쾌해서 이야기가 어둡게 흐르지는 않아요.

앞으로 아동학대, 환경 문제, 노동자 문제 등 많은 사회 문제를 다루고 싶어요.

12. 이 이야기만큼은 언젠가 꼭 소설로 쓰고 싶다 생각하신 게 있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짧게 알려주세요. 더불어 언젠가 꼭 쓰실 수 있기를 거울이 응원합니다.

인류의 문제(제 기준에서는 큰 문제입니다)를 심도 있게 다룬 글을 써보고 싶어요. 세계 인구는 늘어나는데 기계화, 자동화되면서 일자리는 줄고 있잖아요. 생산 활동을 못 하는 인간들은 잉여 인간 취급을 받으며 차별받을 수도 있는데, 잉여 인간들이 소비를 해주지 않으면 경제는 돌아가지 않거든요. 잉여 인간도 꼭 필요한 존재인 거죠. 그런 데서 오는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을 쓰고 싶은데, 제 능력이 미치지 못해 머릿속에 담아 두기만 할 것 같습니다.(ㅠㅠ)

댓글 2
  • 아이 21.05.16 19:38 댓글

    작가님 환영합니다!!^^

  • No Profile
    김주영 21.05.17 23:03 댓글

    반갑습니다, 작가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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