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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필진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은 정소연 님입니다. SF 작가, 번역가, 전 작가연대 대표, 칼럼니스트, 그리고 변호사 등 수많은 일을 해내며 또한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죠. 그중에서도 거울 필진이자 작가로서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만나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처음 보는 독자분들에게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F작가, 번역가인 정소연이라고 합니다. 거울에는 창간 때부터 함께했고요. 해외문학 번역을 맡다가 독자우수단편으로 소설 필진에 합류했었어요.  2005년 과학기술창작문예에서 「우주류」라는 작품으로 가작을 받아 데뷔했고, 2012년부터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옆집의 영희 씨』라는 소설집을 냈습니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초대 대표로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2년 정도 일했고요.

2. 처음으로 독자를 상정한 지면에서 글을 발표한 것은 언제인가요? 어떤 곳에서 어떤 글을 쓰셨는지 알려주세요.

지금은 없어진 정크SF라는 웹사이트와 여기 거울의 독자단편란에  「디저트」, 「우주류」, 「앨리스와의 티타임」을 올렸었어요. 2004년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거울의 해외 SF번역 코너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수완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렸지요.

 3. 자신이 작가라고 확실히 느낀 계기가 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어느 순간 앗! 하는 깨달음이 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다만 첫 번역서(‘『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2005년)를 출간한 다음부터는 번역자라고 말을 하긴 했는데, 작가라고 말하는데는 몇 년이 더 걸렸어요. 어쩐지 약간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4. 인생의 책, 영화, 연극 등, 지금의 나를 이루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인생의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SF 중에서는 낸시 크레스의 단편 「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 인상깊게 본 영화는 ‘The Shoes of the Fisherman(1968, 마이클 앤더슨 감독)’. 지금의 저를 이루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어떤 창작물보다는 제 성장환경 자체였던 것 같아요.

5.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또는 이때를 틈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책이 아닌 다른 매체여도 좋아요!)

단연 배명훈 님의 『SF작가입니다』. SF 작가로서의 고민과 신념, 전업작가로서의 생활, 창작 전반 등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어 무척 즐겁게 읽었어요. 그리고 제가 왜 배명훈 님의 작품을 좋아하는지도 보다 선명하게 이해가 됐어요. 세계를 보는 관점은 저하고 비슷하고 시점과 시선의 범위는 다른 작가인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어떤 글을 왜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 작가의 글은 내 글과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배명훈 님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뭔가 선명하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소설에서 보이는 스마트함과 단정함이 그대로 살아 있어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졌고요.  그리고 이런 직관적인 제목의 에세이집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동료 SF작가로서 힘을 얻었다고나 할까요.

6. 글을 쓸 때 어떤 것을 가장 신경 쓰시나요?

너무 급하게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말로 너무 빨리 달려가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써요. 제 취약점인 것 같아서요. 그리고 불필요한 외모 묘사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7. 작가로서 지키려고 하는 습관, 피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나요? 또는 징크스처럼 느끼는 것이 있나요?

지키려는 습관이나 피하려는 습관은 딱히 없는데, 징크스라면, 완성되기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주거나 쓰고 있는 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왠지 그러고 나면 이미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 상태가 되어 더 이상 그 글을 이어 쓸 수 없더라고요.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징크스(?)라, 개선해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8. 글을 쓰면서 독자층을 생각하고 쓰시나요? 어떤 사람들인가요?

저를 1번 독자로 생각합니다.

9. 본인의 글 중 본인이 좋아한 글과, 남들이 좋아한(반응이 좋거나 많았던) 글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제가 쓴 글은 다 좋아해요. 독자님들의 반응이 가장 많았던 글은 데뷔작인 「우주류」인데, 아무래도 만화 버전으로 인터넷에서 접하신 분들이 많아 그만큼 반응도 컸던 것 같아요. 소설 중에서는 정말 제가 더 좋아하는 글을 고를 수 없네요. 
그 외에 최근 몇 년 동안은 논픽션을 좀 썼는데, 논픽션을 쓸 때는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보다는 제가 해야 할 것 같은 말,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 같은 말을 주로 썼어요. 보람있는 일이었지만 그렇다보니 제가 가장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좋아하는 글이 꼭 일치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떤 주제로 쓰든 특별히 힘을 주었다고나 할까, 아, 이 글은 내가 봐도 좋다, 라고 생각한 글에는 반드시 좋은 반응이 오더라고요. 독자님들께서 알아봐주신다고 생각했어요.

10. 번역이나 칼럼 작업도 활발하게 해오셨습니다. 그런 작업을 할 때의 기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1) 지금 한국어로 소개될/쓸 필요가 있는 글인가 (2)’내가’ 할 필요가 있는가 이 두 가지가 기본 기준이고, (3)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인가도 생각해요.

11. 번역, 칼럼, 창작 분야에서 생각만큼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꼭 다시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작품이 있을까요? 간단하게(물론 상세하면 더 좋고요) 소개해주세요.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가 기대보다 호응을 덜 받았던 것 같아 아쉬워요. 게이 아빠가 파양 경험이 있는 어린이를 입양하고 분투하는 이야기인데, 저자인 데이비드 제롤드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에요.

12. 작품이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좋은 반응을 얻으신 걸로 압니다.(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작품의 편집과 번역 과정, 또는 독자 반응에서 각 나라의 특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을까요?

다른 작가님들도 많이들 말씀하시듯 한국어의 성별불특정 특성을 번역시에 살리기 어려운 점에 고민이 많아요. 생각나는 에피소드로는, 「집」이라는 단편이 소피 바우만 님 번역으로 영미권에 소개되었는데, 이 소설이 성별중립적이에요. 글 전체에 두 주인공의 젠더가 전혀 드러나지 않지요. 그런데 영어 대명사는 어떻게든 지정을 해야 하고, they를 단수로 쓸 수 있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그렇게 옮기면 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문제가 있어요. 이 소설이 1인칭이라 ‘나’와 ‘그’가 나오는데, 소피 바우만 님께서 한국어 ‘그’ 발음의 알파벳 표기인 G로 ‘그’를 표기하자고 말씀해 주셔서 그렇게 번역이 되었는데, 멋진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해요.  
번역 과정에서는 번역가님들의 역량에 많이 기대게 되지요. 저도 번역을 오래 했기 때문에 번역이 얼마나 지난한지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번역이 나올 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신기해요.  
그리고 일본에서 『옆집의 영희 씨』 단행본이 나오고 나서 일본 독자님들의 반응을 보니, 한국 독자님들과 비슷한 반응이 상당히 많았어요. 특히 어떤 점에서 공감하고 감동을 받았는지, 위로를 받았는지 말씀해 주시는 포인트가 비슷하고, 그것이 제가 전하고 싶었던 감정들이라 무척 기뻤어요.

13. 정말 무시무시하게 많은 일의 양을 소화하고 계심에도 현실의 피로와 귀찮음, 혹은 사소한 이득에 연연하지 않고 한결같이 상냥하고 세심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굳건히 나아가세요. 그 힘을 유지하시는 비결이 정말정말정말 궁금합니다. (은림 작가님의 질문)

일단 감사합니다. 음...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한 번 뿐인 인생이잖아요. 저는 윤회도 권선징악도 사후세계도 뭐 아무 것도 안 믿는데, 그래서 지금 제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해요. 그리고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은 제가 아니라 가족, 사회, 기회 같은 저의 환경이었기 때문에, 그 점을 명심하고 바르게 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정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하기 위해 애쓰며 살고 있고, 그 선의가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다고 믿어요. 저도 그 중 한 사람일 뿐이고요.

14.  앞으로 계획하신 작업 또는 도전 중인 과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일단 신문 칼럼 등 논픽션을 단행본으로 정리해 낼 계획입니다. 이건 원고가 이미 있으니 어서 책으로 내고 싶어요. 칼럼의 특성 상, 실기(失期)하지 않고 지금 나와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옆집의 영희 씨』 단행본 2부에 ‘카두케우스 이야기’로 카두케우스 시리즈 단편 4편이 실려 있고, 그 뒤에 다른 지면에서 카두케우스 설정을 배경으로 한 단편을 3편 더 써서 총 7편이 있는데, 여기에 가능하면 신작을 두세 편 더 써서, 카두케우스 연작을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을 계획이에요. 출판계약은 했고 쓰면 되어요. 단편 소설 계약도 몇 건 했네요. 2020년에는 글을 쓰자! 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OK를 해 두었는데, 어머나, 벌써 4월 중순이네요!

15.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특별히 없습니다. 언제나 너무나 고생이 많으시죠? 보이지 않는 일이 엄청 많다는 점 잘 알고 있고,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16. 이 작가가 궁금하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 바톤을 받을 작가분을 지명해 주세요. 왜 알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도 살짝 덧붙여서요.

전삼혜 작가님.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부대표 일은 어떤지, 이런 역할을 맡게 되면 아무래도 창작활동을 위한 시간이나 여유를 내기 힘든데 어떻게 이겨나가고 계신지, 혹시 작품활동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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