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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필진 릴레이 인터뷰 열네 번째 주인공은 pena (최지혜) 작가님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죠. 다행히 앞선 릴레이 주자 pilza2 님께서 질문을 몇 개 마련해주셨고, 보통 쓰던 질문들을 더하여 답했습니다. 항상 보내기만 하다가 답하니까 정말 어색하네요. 작가로서 활동이 없다시피 한데 이 인터뷰를 계기로 좀 더 자주 찾아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처음 보는 독자분들에게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pena입니다. 본명은 최지혜이고, 오랫동안 글을 써왔지만 직업은 편집자입니다.

2. 처음으로 독자를 상정한 지면에서 글을 발표한 것은 언제인가요? 어떤 곳에서 어떤 글을 쓰셨는지 알려주세요.

고등학교 때 혼자 노트에 쓴 이야기를 반 친구들이 돌려 읽었고, 어떤 선생님께서는 마이크로 읽어 주기까지 하셨는데요. 그때부터 친구들이 읽는다고 생각하고 글을 썼어요.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읽힐 거라고 생각한 지면이라면, 대학교 들어와서 PC 통신에서 글을 썼죠. 다 판타지 장편 소설이었고, 고등학교 때 한 번 완결한 걸 고쳐서 (제목은 ‘엣센지아’였습니다.) PC 통신과 거울 초기에 연재했는데, 이건 끝까지 쓰질 못했어요. 대학교 때 조금 많이 알게 됐다고 거창한 주제를 잡은 후 사람이 변해서 더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3. 자신이 작가라고 확실히 느낀 계기가 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직도 작가와 작가 지망생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고 쓸 줄 아는 사람이란 면에서는 작가이지만, 프로 작가는 아닌 거죠. 전업 작가와도 다릅니다. 글을 팔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이 아니란 면에서 작가란 확신이 별로 없습니다.

4. 인생의 책, 영화, 연극 등, 지금의 나를 이루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어릴 때 그 유명한 ABE와 ACE88 전집이 집에 있었는데, 거기에서 반지의 제왕과 어스시의 마법사, 크라바트, 한밤중 정원에서 등을 접했고, 그 길로 저의 취향은 완전히 결정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 조지 루카스의 라비린스라는 영화에 푹 빠졌던 것, TV에서 해주는 애니메이션들(초인로크, 나유타, 지구로, 우주의 여왕 쉬라, 우주 선장 율리시즈, 바이오 용사 등)을 꼬박꼬박 챙겨 봤던 것,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순정만화의 전성기를 함께한 것이 그 취향을 더욱 어느 방향으로 확고하게 만들었죠.

5.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또는 이때를 틈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책이 아닌 다른 매체여도 좋아요!)

최근에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봤는데, 이미 알던 악당을 굉장히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변주해놨더라고요. 안 좋은 점도 많은 영화고 MCU에 불만 많지만 그 부분에는 감탄했습니다.

6. 편집장이 없는 현재 거울에서 가장 편집장에 가까운 역할을 맡고 계셔서 이번 기회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거울 운영의 힘든 점과 뿌듯한 점을 묻고 싶습니다. (pilza2님 질문)

감사하긴요. 편집장에 가까운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도 사실은 오해입니다. 일을 운영진과 편집진이 나눠서 하고 있고, 상의해서 진행한답니다. 일단 뿌듯한 점을 말씀드리자면, 크게는 속한 필진 여러분이 거울에 올린 글이나 거울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인해 뭔가 얻어가고 성과를 얻었을 때, 작게는 무사히 업데이트를 마치고 났을 때 항상 뿌듯합니다. 힘든 점은 행사나 큰 기획 있을 때 호응이 없거나 부정적인 의견이 많으면 힘듭니다…. 전 호응에 놀아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의욕이 푹 식거든요. 이건 필진만의 일은 아니고, 올해의 책 같은 거 진행해보면 전반적으로 참여율이 저조합니다. 거울은 조용한 게 장점이자 단점이죠. 하지만 여건이 가능한 선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해 도와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7. 글을 쓸 때 어떤 것을 가장 신경 쓰시나요?

술술 읽히는 것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개연성과 인과가 잘 이어지는 것도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요새는 (거의 안 쓰지만)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받아들이고 반영하려고 합니다.

8. 작가로서 지키려고 하는 습관, 피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나요? 또는 징크스처럼 느끼는 것이 있나요?

많이 쓸 때에는 잠을 줄여가면서 쓰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일정 시간 일정량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시간을 정해둡니다. 요거라도 쓰자, 하고요. 몇 주 성공했으나 이후 직업적인 일이 쏟아지자 망가져버렸고, 다시 돌아가기가 힘드네요. 징크스라면, 제가 글을 잡거나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일이 쏟아진다는 것….

9. 글을 쓰면서 독자층을 생각하고 쓰시나요? 어떤 사람들인가요?

어릴 때는 내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썼습니다. 지금은 딱히 생각하고 쓰지는 않지만 대체로 저와 취향이 비슷하거나 제 또래를 생각하고 …. 즉 저를 위한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10. 본인의 글 중 본인이 좋아한 글과, 남들이 좋아한(반응이 좋거나 많았던) 글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좋아한 글은 100호 특집으로 썼던 「백련」입니다. 서양풍만 쓸 수 있을 것 같았던 제가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국민담풍을 썼기 때문이죠. 주인공에도 제가 많이 투영되어 있고, 굉장히 오랜만에 목적한 마감에 맞추어 끝낸 글이라서 좋아합니다. 리뷰 중에서는 거울에 썼던 『고리골』『엘야시온 이야기』, 『나이트워치』 리뷰가 마음에 들고, 모든 인터뷰 기사를 사랑합니다. 반응이 많았던 것이라고 치면, 통신에서 연재했던 엣센지아와 출간된 단편 「용의 비늘」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딱히…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냥 그때는 반응들을 많이 해주던 시기였어요…….

11. 글을 쓰고 나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용의 비늘을 단편집에 싣기로 하고 편집자가 피드백을 주었는데, 거기에 맞춰서 사흘 만에 다 뜯어 고쳤습니다. (날개님은 리뷰에서 예전 버전에서 받은 충격이 없어져 아쉬웠다고 하셨지만) 받은 편집자가 굉장히 좋다고 했을 때 정말 진부하지만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12. 프로 편집자로서 한국과 외국 작가의 작품을 다루셨는데 차이점이나 장단점이 있나요? 한국 작가의 경우 직접 피드백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차이점이자 장단점이 "직접 피드백이 가능하다"인 것 같습니다. 외국 작가의 경우 교정본을 검사(…)하겠다고 하는 곳도 있고 그 경우 하염없이 기다려야 해서 항상 조마조마했는데, 몇몇 경우를 제하고는 그냥 표지랑 판권 정도만 확인하거든요. 가끔 번역자가 생존한 작가와 이런저런 문의를 나누기는 하는데, 이 경우에는 번역자가 매개자이자 책임자이고 저는 보완하는 느낌입니다. 한국 작가의 경우 제가 최초의 독자이자 책임 편집자이고, 회사 입장과 맞서는 최후의 보루이자, 모든 작업의 정중앙에 선 메신저가 되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물론 한국계 미국 작가가 한국판 번역이 마음에 안 든다고 몇 개월에 걸쳐서 자기가 교정교열을 해온 경험이 있는 편집자는 별로 없을 것 같긴 합니다…. 내가 이 단어를 이렇게 고심해서 선택했는데 왜 번역을 애매한 단어로 해 왔어?! 하는 분노는 정당한 것이라 대체로 반영했지만, 번역가 선생님께 너무나 죄송했었고, 그렇다고 제가 죄송할 일은 아니었던 아주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작가의 작품은 폴라북스와 온우주 전에는 거의 해보지 못했는데, 같이 작업한 작가분들이 거의 이전에 알고 지내던 분들이었고 그분들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잘 아는 편이어서 작업 자체는 항상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너무나 많이 고치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것조차도 좋은 경험이죠.

13. 앞으로 계획하신 작업 또는 도전 중인 과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장르통합 창작그룹 판게아에서 기획 앤솔러지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울에서도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데, 확정되어서 공개할 때까지는 비밀입니다. 어쨌거나 간만에 자극을 받아 글을 쓸 기회가 있어서 잘 해보고 싶습니다. 편집자로서의 계획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닌지라 일이 오면 그 뒤에 일정을 조율합니다. 일이 온 다음에 그다음 단계가 안 오기도 하고….

14. 작가로서 활동은 뜸하신 것 같은데 계획이나 구상이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지금 이름 걸고 쓰고 있는 글은 『끝없는 밤』이라고 장편인데요, 2년 전에 브릿G 연재했고, 연재 중단 상태입니다. 글 쓰는 습관을 붙였을 때 좀 더 쓰긴 했는데 여유 있게 쟁여두고 연재 재개해야지 하다가 그만… 일단 다시 회복해서 장편을 완결하고 싶고요. 위에 말한 특별한 기획들에 힘입어 단편을 쓰려고 합니다. 단편을 단편으로 못 쓰는 인간이란 것을 알았기에 연작 계열들로 가보려고 해요.

15. 이 작가가 궁금하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 바톤을 받을 작가분을 지명해 주세요. 왜 알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도 살짝 덧붙여서요.

amrita 님. 항상 글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어요. 처음에 거울에서 봤던 글에 비해서 요새는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로 변화를 주게 되었는지, 목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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