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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벽 나달의 가을

2011.05.28 04:4105.28

arisnan@gmail.com

    시장이 눈길을 돌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차분히 시장의 말을 받아 맺었다.
    
    “그렇지만, 수진아, 나달에 찾아온 가을도 너무나 아름다웠어.”
    
    내 이름을 들은 윤별이 주춤 물러서며 숨을 들이켰다. 나는 정수리를 찌르는 윤별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물었다.
    
    “그동안 무엇을 했어?”
    
    “어머니가 되었어.”
    
    “어머니가 되었구나.”
    
    나는 마치 엄마의 말을 흉내 내는 아기처럼 그의 말을 천천히 따라 읊었다.
    
    “다른 사람을 만났어. 아이를 낳았지. 어머니가 되었어. 또 아이를 낳았어. 아이가 아이를 낳았어. 그리고…….”
    
    그가 내 너머로 활짝 열린 큰 창문을 향해 눈을 돌렸다. 부드럽지만 기억하는 것보다는 조금 축축하고 서늘한 바람이 내 목덜미를 간질였다.
    
    “이것이 책에서만 보았던 가을이구나, 하고 생각했어.”


――― 이수완, {가을바람}, 환상문학웹진 거울 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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